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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근무

임기 시작하자마자

연맹 사무처도 주5일제를 하겠노라고

그냥 말로만 선심쓰는 게 아니라 주말은 실제로 쉬게 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고 방법을 강구하자고 했더니

아직 주5일제 못하는 노조도 많은데 연맹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부터

주5일제 해봤자 수련회, 집회 등등 어차피 참석할 수밖에 없는 일정 투성이라서

도저히 쉴수가 없다는 의견들까지 막 쏟아졌고,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주5일제는 하반기부터 시작하도록 하고

오는 6월까지는 임원/상설위원장 1명, 사무처 2명씩 조를 이루어

당번제로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사무실에 있다.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대응 따위로 여념이 없는 임원 동지,

월요일 회의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여러 사무처 동지들,

3월 중순에 비정규 전국순회투쟁과정에서

현대자동차경비대들에게 마구 폭행을 당하여 아직 울산에 입원 중인

위원장 몫까지 투쟁력으로 보태고 있는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노조 동지들,

그리고 옆방에서 정세토론을 벌이고 있는 지하철 현장동지들까지,

구태여 당직을 두지 않더라도 주말에 이 사무실이 빌 것 같지는 않구만.

 

옆에서 부위원장이 그런다.

-무슨 중한 일이 있어서 왔어요?

=아니요, 당직이요.

-아이고, 내참, 그것 때문에 대전에서 와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김부위원장하고 이처장은 당직에서 빼지요.(김부위원장은 집이 부산이다)

=에구,됐어요. 예외를 만들면 끝이 없어요.

-허허...

 

하긴,

당직 아니라도 집회, 회의 등등

주말에 몇번 출근해 봤지만,

KTX정기권을 쓸 수도 없어(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공휴일 제외하고 적용)

교통비가 평일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더 들고

그나마 주말에는 하행선 차표는 넉넉하지가 않아

오며가며 애로가 좀 있기는 하지.

 

그래도 출근만 하면 정신없는 평일에 비하면

조용하고 차분하게 사무실에 쌓인 일들을 챙겨볼 수 있고

사람이 많지 않으니 생색내며(히히) 점심 한턱 쏠수도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수다도 떨어보고

좋은 점도 많구만!^.^

 

슬슬 나가서 집회 없는 시내 풍경이나 둘러보고 갈거나- 루루루루...

앗, 불량아빠에게 보내는 우리집 식구들의 원성이 들리는구나-와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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