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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오늘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월식이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2004년 5월 5일 이후 3년 만이다.

 

며칠 전부터 오늘 월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은 약속도 잡지 않고 일찍 집에 왔다.

 

나는 성연이랑 이웃에 사는 후배 태하네 경민이, 동현이랑 4명이서 달이 지구 그림자로부터 벗어난다는 시간에 맞춰 뒷동산에 있는 마상공원에 올라갔다.

 

구름이 사이사이로 하늘이 보였지만, 월식을 제대로 볼지는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일단 공원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공원은 의외로 밝았다. 운동하는 이들을 위해 촘촘한 가로등을 모두 켜놓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구름은 흩어지고, 하늘은 개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이 너무 밝아서인지, 또는 달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인지 달의 흔적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월식이고 뭐고 상관없이 뛰어놀기 바쁘다.

 

하늘을 한참 헤매다보니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내 시력이 아무리 불량하다고 해도 그믐달 모양을 한 게 분명 달이었다. 불빛이 덜한 학교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는 주변 불빛이 적어 달이 보다 훨씩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 있었던 월식 변화도

 

달이 커지는 모습. 얼마만인가.

옛날 어릴 때가 생각난다. 할아버지가 계셨을 때니까 내가 10살 전이었다. 월식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큰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 마당에 두었었다. 달이 되돌아 오기 위한 행사였던 것 같다. 옛날 달력인 책력에는 이미 월식을 예측해놓은 듯 할아버지는 월식을 미리 알고 계셨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옛날 천문학 실력도 대단했던 것 같다. 하긴 왕조가 바뀔 때마다 정확한 달력으로 왕조의 권위를 세웠던 것으로 미뤄보면 천문학의 발전도 이해될 만 하다.)

 

당시 내가 살던 시골집은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라 밤이면 그야말로 칠흑으로 변해,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빼곡했었다. 할아버지와 친척 형들과 함께 마당에 모여서 월식이 끝나고 달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 난 꽤나 신기했었다.

 

그때의 경험이 인상적이어서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밝은 주변의 불빛으로 덜 선명한 달과 월식에는 아랑곳 없이 운동장을 돌면서 운동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산만한 환경. 그만큼 아이들은 달의 변화에 주목하는 시간도 짧았다.

 

달이 4/5쯤 살아났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을 나섰다. 아이들에게 떡볶이 한 컵씩을 사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돌아오는데, 성연이가 "사람들은 월식인데도 왜 하나도 관심이 없지?" 한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합창으로 달이 완전히 나올 때까지 동네 공원에서 더 보잔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월식에 관심이 제법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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