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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것은
가고자 하던 길을 잃은 바로 그 순간일까?
아님 길을 잃은 것을 안 순간일까??
오늘 문득
내가 원하지 않던 낯선 곳에서
‘어 내가 원하던 이곳이 왜 이 모양이지?’하고
투덜거리는 날 발견했다.
사실 그런 날 발견한 것은
이곳이 ‘내가 원하던 그곳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다...
어찌되었든 나는 길을 잃었다.
당분간 근신모드다!!
외로움이 숙성되면,
그래서 흐린 눈이 다시 맑아지면,
다시 길을 찾아 나설 힘을 얻을 것이다...
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여
거의 매주 2회 정도 도착하는 고전산책은
저처럼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중언부언하는 말에,
또는 제 감성하고 다른 번역에
조금은 아쉬움을 갖기도 합니다.
이번에 보내온 시는 매계(梅溪) 조위(曺偉) 선생의
「매화를 마주하고 밤에 주역을 읽다(對梅夜讀周易)」입니다.
한시를 읽고 번역을 읽으니
초학자지만 제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보내온 시를 한번 보고, 저도 또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그리고 길고 긴 중언부언은 끊어 냈고요..
참고로 매계(梅溪) 조위(曺偉) 선생은 사림의 종주이신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학식 높은 제자로
스승의 글 <弔義帝文(조의제문)> 을 실록에 올린 사건을 기화로 일으킨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곤장을 맞고 순천에 귀양 가 그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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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靜人閑獨閉門(야정인한독폐문) 고요한 밤 한가로워 홀로 문을 닫아걸고
伴燈看易對幽軒(반등간역대유헌) 등불 짝하여 주역 읽으며 그윽한 헌창(軒窓) 마주하네
讀來不覺梅花落(독래불각매화락) 글 읽느라 매화 꽃잎 지는 것도 못 느꼈더니
飛撲床頭點素痕(비막상두점소흔) 책상에 날아들어 하얀 흔적 한 점을 남기었구나
- 변구일(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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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제가 나름 옮겨 봤습니다.
夜靜人閑獨閉門(야정인한독폐문) 사람기척 다 끊긴 고요한 밤 홀로 앉아
伴燈看易對幽軒(반등간역대유헌) 창 밖은 깜깜한데 등 밝혀 주역을 보네
讀來不覺梅花落(독래불각매화락) 글 읽느라 매화 꽃잎 지는 줄 몰랐는데
飛撲床頭點素痕(비막상두점소흔) 문득 흰 꽃잎 책상머리에 날아와 앉네.
어제는 저에게 한문과 붓글씨를 가르쳐 주시는 무구(無區) 김백호(金白虎) 先生의 서화전을 다녀왔습니다.
선생은 아래의 [善見]이라는 작품을 냈습니다.
갑골문을 부드럽게 풀어 쓴 글씨 밑으로
그 글에 대한 풀이도 한문으로 멋지게 쓰셨습니다.
저는 그 글씨 중 갑골문 부분이 좋아 사진으로 옮겨 봤습니다.
善見 - 선한 마음의 눈으로 본다.
夫人心之本心 不在善性者 無矣. 故 常發明心者 常見於善之心眼也.
사람의 본심에 선한 성품이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항상 밝은 마음(善心)을 품는 사람은 항상 선한 마음의 눈으로 본다(善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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