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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어릴 때 시골에 산 경험 때문인지 금석문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골집에 가는 차를 갈아타려면 3시간 정도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너무나 지루해 인근 동산을 누비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는 주로 고적 답사나 답사기로 채울 예정입니다.

1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3/05/21
    수종사를 다녀왔다
    풀소리
  2. 2010/08/06
    장항습지(3)
    풀소리
  3. 2010/05/17
    허무에 대한 예의(6)
    풀소리

수종사를 다녀왔다

1.

 

참 오랜만이다.

카페를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카페에 쓰는 글이랑 블로그에 쓰는 글이랑 참으로 다르다.

그냥 다른 대로 쓰면 되지 할 지 모르지만, 그것이 잘 안 되더라..

암튼 블로그에만 글을 쓰던 시절이 그리웠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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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싸인 운길산 풍경

 

 

문산에서 고양시를 거처 운길산으로 직접 가는 열차가 임시로 운행하고 있다.

운길산까지 논스톱으로 간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더욱이 전망과 차맛이 좋다는 수종사를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운길산역에서 내렸다.

새벽부터 내렸던 이슬비는 완전히 멈췄다.

불어오는 공기는 단 한점의 먼지도 품지 않은 것처럼 싱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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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 들머리 다리 난간에 누군가 네잎클로버를 걸어놨다.

좋은 걸 전유하지 않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예쁘다.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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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지 스마트폰만 믿고 일행과 떨어저 홀로 길을 잡았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경사가 없고 한적한 길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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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상수리 나무도 있다.

비먹은 숲은 한결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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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고 불이문을 지났다.

요즘은 정말 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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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에서 절에 오르는 길도 길다.

절이 가파른 산위에 있는 만큼 숲도 깊다.

그 깊고 가파름을 극복하고자 삭도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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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절을 만났다.

단청을 무서워했던 어릴 적 각인 때문인지, 아니면 편견 때문인지 단청이 없는 절집은 늘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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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를 유명하게 만든 풍경이다.

비그친 날이라 유난히 좋은 거 같다.

찻집에서도 같은 풍경이지만,

그곳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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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되었다는 은행나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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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응진각에 올라 뒤돌아 봤다.

절이 예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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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는 길에 수많은 막걸리집이 있었다.

메뉴가 좋으면 자리가 안 좋고, 자리가 좋으면 메뉴가 안 좋다.

여럿이 하면 늘 마음 맞추기 어렵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술을 사서 물가로 가자!!

 

음.. 탁월한 선택이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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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가는 길 화단엔 예쁜 개양귀비가 피어 있었다.

앞에 "개"라는 별로 좋지 않은 접두어가 붙어 있어도 개양귀비는 멋지다.

어쩜 비온 뒤 하늘 끝까지 피어오른다는 알제리사막의 붉은 개양귀비를 꿈꾸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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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7월 마지막 날인 31일 장항습지에 다녀왔습니다.

 

장항습지는 아시다시피 고양시와 한강이 접하는 부분에 발달한 넓은 습지입니다.

일부가 논으로 개간되어 있지만, 지금도 대부분은 갈대와 버드나무 등 초목이 빼곡이 자라는 곳입니다.

서해바다의 조수가 이곳에까지 영향을 주어 밀물 때는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금기 있는 물에서 사는 게들도 참 많습니다.

 

 

 

장항습지 안내판

 

 

몇년 전 홍콩의 마이포습지공원이 개장되었습니다.

마이포습지공원은 람사보호습지로 등재되기도 했지요.

 

장항습지는 여러가지로 마이포습지와 비슷하답니다.

그 중 가장 큰 공통점은 철조망을 쳐 사람 통행을 막아서 자연스럽게 습지가 된 것이랍니다.

 

 

 장항습지 풍경

 

 

마이포의 경우 홍콩 쪽에서 보면 건너편이 개방도시 선전인데, 과거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기 전에 중국 대륙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홍콩으로 밀항하곤 했답니다.

홍콩정부는 밀항자를 막기 위해 철조망을 쳤고, 그 결과 사람의 간섭없이 습지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장항습지도 비슷하지요.

한강을 통해 북한의 침투를 막기 위해 제방 위로 2중의 철망을 쳐놓고,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오랬동안 사람의 간섭없이 습지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물론 예전에도 습지였겠지만, 간섭없는 습지가 됐다는 얘기겠죠.

 

 

 장항습지 풍경/ 한강 가는 길

 

 

지금도 이곳은 군부대에 사전 신고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장항IC 바로 옆에 출입구가 있는데, 출입구는 이중 철망에 의해 꼭꼭 닫혀 있습니다.

 

저는 습지에 간다는 생각에 많이 설렜습니다.

제 고향 남한강 가에 길이 2km가 넘는 섬이 있었습니다.

2/3는 모래와 자갈로 덮혀 있었고, 1/3은 갈대와 버드나무가 덮고 있었습니다.

섬 너머 샛강은 낚시꾼들의 천국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20년 가까운 골재 채취로 옛날 섬 모양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뜨거운 모래와 자갈 덮힌 강가를 한 없이 걷던 일.

사람 키보다 두 배는 커보이는 갈대가 뒤덮힌 미로와 같은 길을 걷기도 하였고요.

이무기가 산다는 전설 때문에 두려움에 떨면서 걸었던 샛강길...

 

내게 있어 수많은 상실로 점철된 고향처럼

강가 섬도, 샛강도, 갈대도, 강변길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옛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장항습지 풍경/ 육지화 되고 있는 지역에는 버드나무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수한 생명을 품은 장항습지.

그 중에는 이곳이 없으면 멸종할 생명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명에 대하여 다 알지 못하듯, 그 생명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의미도 다 알지 못합니다.

이 땅에 사람이 사는 한 이렇듯 풍성한 생명의 보고를 후세에 물려준다는 건 우리들의 커다란 의무일 것 같습니다.

 

 

 뻘콩게/ 순천만과 이곳에서만 발견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 집을 쳐들어왔다고 여겨 흰 앞발로 땅을 두드리면서 위협합니다. ㅎ

 

 

장항습지는 아시다시피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한강운하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행주에 항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행주대교 근처에 있는 신곡보를 장항습지 하류 지역으로 옮겨야 한답니다.

상류에 있는 신곡보 때문에도 장항습지가 생기를 잃고 있는데, 보를 하류로 옮기고 높이면 장항습지는 완전히 물에 잠길 거라고 합니다.

 

 

 꿈결같은 장항습지

 

 

물론 환경단체를 시롯한 시민단체에서 이곳을 람사보호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해놓은 상태랍니다.

람사보호지역으로 설정되면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지만, 국가의 체면상 개발을 하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에서는 오히려 람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똥게/ 말똥 냄새가 난다고 말똥게랍니다. 버드나무 군락지 밑에는 요 녀석들이 잔뜩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단단한 뻘에 물과 공기를 공급해서 숲이 건강하게 유지된답니다.

 

 

 관찰하는 사람들/ 물가 쪽으로 마지막 숲은 부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부디 장항습지가 잘 보존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카페에서도 가을에는 이곳에 함께 가서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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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에 대한 예의

1.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라는

내 삶을 지탱하던 두 기둥이 내 마음 속에서 무너지면서

나는 마음도 몸도 갑자기 늙었던 거 같다...

 

과연 존재란 있을까 하는 극단의 허무에서

만약에 0.00001% 만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혹시 있다면...

 

허무 속에서 핀 꽃이, 유일한 꽃이 아마도 내겐 '운동'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이른바 '운동'이란 어쩌면 '종교'와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 하더라도 99.9999%의 허무는

전등불 속에 감춰진 깜깜한 밤처럼 늘 나를 지배했을 것이다...

 

 

2.

문득 대학로에 가보고 싶었다.

흐드러지게 피었을 마로니에를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싶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꽃을 활짝 피운 마로니에

 

 

 

'만의 하나 희망이 있다면' 하고 출발한 삶...

그것은 나를 지배하는 허무를 인정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희망'에 대한 '예의'는 동시에 '허무'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내겐...

 

예의를 갖고 사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겠나....

초점 잃은 늙음을 방치해 두지 말아야겠다...

 

마로니에 꽃은 커다란 나무에 빼곡이 피었다.

 

오후 마로니에 공원

 

 

3.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기대했던 대로 커다란 마로니에나무 가득 꽃이 피었고,

보일듯 말듯 은행나무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여유 있게 오후를 즐기고,

어떤 이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또 어떤 이들은 남루한 행색으로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비둘기 수컷/ 집요하게 구애를 하며 암컷을 따라 우리가 앉은 벤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3.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그곳에는 두 가지의 음악이 흐르고 있는 거 같았다.

 

오후의 평온과 조화로운 인공과 자연의 아름다음...

그리고 슬픔과 분노...

 

문득 상반되지만, 너무나 하모니가 잘 어울리는 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마치 홍콩누아르처럼...

 

마로니에 공원 앞 하회탈분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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