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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1.

지난 주 금토(7,8일) 이틀간 노조 지부장/지회장/분회장 합동수련회가 있었다.

내가 책임자로써 치른 행사다.

만족스럽고, 아니고를 떠나 일을 마치니 후련하다.

마치 한 해 농사를 모두 마친 것 같다.

 

수련회 장소인 눈덮인 보람원수련원

 

2.

나는 준비팀과 함께 하루 일찍 수련회 장소인 충북 괴산 보람원수련원으로 갔다.

간간이 눈발이 날리는 날씨였다.

소백산맥 산자락을 끼고 가는 길은 눈이 채 녹지 않거나 빙판길이 많았다.

우리 차량도 빙판에 미끄러져 옹벽을 들이받고 겨우 멈출 수 있었다.

 

3.

조심조심 마음조리며 도착한 수련원은, 그러나

하늘 가득 쏟아질듯한 별들을 가득 이고 있었다.

'사고 나고도 별을 볼 여유가 있느냐'며 함께 간 일행으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그래도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이냐... ㅎ

암튼 간만에 본 별들 가득찬 짙푸른 함하늘은 너무나 시원하고 좋았다.

 

함께 간 준비팀 성원들은

하나같이 술이 쎘다.

원샷을 외치며 마시는 술을 따라하다 보니

어느덧 흠뻑 취해 있었다.

 

눈덮인 수련원 뒷쪽 산책길

 

4.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조금 더 내려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었다.

 

다행이 기온은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닌지라

잘하면 한낮이 되면 수련회로 오는 길들에 있는 눈들은 다 녹을 것 같기도 했다.

 

아침을 먹기로 한 식당은

연리지(連理枝)로 유명한 연리지 가든이다.

 

청천면 송면리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믿기 힘든 모습이다. 간절한 사랑을 뜻하듯, 연리지 나무는 뒤로 약간 제쳐진 모습까지 마치 절정에 이른 환희의 순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연리지란 두 나무가 자라다 중간에 이어지는 나무를 잃컸는 거라고 한다.

옛부터 있었던 말이었겠는데, 당나라의 대 시인 백낙천이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라는 서사시로 읊었을 때

사랑의 절실함을 연리지에 비유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는 당현종이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고 간곡히 하신 말씀...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차라리 끝간 데가 있을지라도,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님을 사모하는 이 마음의 한은 끝이 없으리이다...

이때부터 사랑을 노래하는 시에는 '연리지'가 자주 인용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천장지구'도 이 시에 나오는 구절이구나.

 

좀더 가까이서 찍은 연리지/괴산군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5.

시원한 버섯전골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참으로 편안한 얼굴 표정을 가진 주인장 노부부가 추천하는 대로

화양동계곡으로 향했다.

 


절벽 위 암반에서 본 화양계곡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는 제법 큰 냇가가 있고,

깎아지른 절벽 위로 완만한 산책길을 내어놓았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님 겨울이라서 그런지 인적이라곤 찾을 수 없었고,

낙엽 가득 덮힌 산책길은 너무 좋아 가슴이 아리기까지 했다.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맑은 계곡

 

나는 일행과 거리를 두고

풍경과 시원한 공기와 길게 이어진 사색을

혼자서 천천히 맛보았다.



완만하고 길게 이어진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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