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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영공원

1.

어제 대구 출장길.

예정되었던 치과치료가 취소되니 시간이 좀 남았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동대구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관광지도를 하나 얻어 행선지를 정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감영공원.

옛날 경상감사의 관아가 있던 자리다.

 

경상감사가 행정을 보던 선화당/ 그렇지않아도 겨울이면 줄기만 남는 배롱나무가 잔가지를 모두 잘라내니 더욱 앙상하다.

 

2.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중앙로역에서 내려 감영공원으로 가는 길은

마치 종로3가 탑골공원 옆처럼, 퇴락했고, 콜라텍이 널려 있고, 이곳을 기웃거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몰려 있었다.

 

그 사람들을 피하려 길을 둘러 가다가

나도 모르게 '푸...'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왜 피하는 거지?...

 

하마비/ 절도사 아래로만 말에서 내리라고 한다. ㅎ


3.

발걸음을 빨리하여 들어간 공원은 그러나

생각보다 매우 좁았다.

 

비싼 시내 땅을 공원으로 만들어서인지

돈을 너무 많이 들인 흔적이 넘쳤다.

나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데...

 

뭔가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단풍은 아직 다 떨어지지 않았구나.

울긋불긋 색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감영공원 안 산책로

 


여전히 반짝이는 붉은 잎이 풍성한 단풍나무

 

아직 반쯤 잎새를 가지고 있는 모과나무

 


여전히 풍성한 잎과 열매를 맺고 있는 산사나무/ 많은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산사춘의 원료이기도 하다. ㅋ

 

4.

좁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아쉬어 하고 있는데,

멀리 담장 밑으로 한 무더기 비림(碑林)이 보였다.

 

감사의 숙소였다는 징청각/ 방도 없고, 무슨 숙소가 이렇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비석을 보는 게 내 취미 중 하나지만,

관아 근처에 있는 비석들은 보기 좀 민망하다. 올바른 정치를 했다는 것을 기념하여 지역민들이 만들었다고 하여 일명 '선정비'라고 하는데,비석을 보면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고 쓰여 있다.

죽고 또 죽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니 얼마나 정치를 잘 했으면 이렇듯 비석까지 세워 기념했을까?

 

그러나 비석의 주인공이나 세우는 걸 주도했던 놈이나 그놈이 그놈인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커넥션의 기념물이라고나 할까.

 

줄서 있는 선정비들/ 지금까지 이어오는 가진자들의 견고한 커넥션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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