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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 지인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 사실 그렇게 많이 아픈 것도 아니었습니다요.
이제 엄살 포스팅은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했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초 민망합니다. "
코감기쯤 가지고,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포스팅을 했더니만
일파만파... 순식간에 중환자가 되어버렸다.
사실, 어제는 상당히 멀쩡해져서, 서울 나들이도 다녀왔다.
친구가 Van Gogh 전시 티켓에 당첨(?) 되었다고 어제 오후 늦게 서울시립 미술관을 찾았더랬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기획된 블록버스터급 해외미술품 전시들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편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몰두 내지는 침잠하면서 작품, 그 작가와 교감을 하는 것일진데, 이러한 류의 대규모 순회/기획 전시들은 도대체 '제대로' 감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두침침한 무배경의 전시공간에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 시달리며 줄서서 목을 빼고 그림을 본다는게 과연 '나도 봤다'는 출석체크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전시도 그래서 별로 보러갈 생각이 없었으나, 공짜표도 생긴데다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컬렉션은 본 적이 없기에 오랜만에 시립미술관으로 행차...
여러가지로 마음이 착잡했다.
불편한 감상환경이야 그렇다치고,
돈으로 바른 듯한 내부 공간과 컬러액정 MP3 오디오가이드, 값비싼 아트상품들...
전시장 벽면에 패셔너블하게 새겨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한두줄의 편지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성탄절에 예수가 사라진지 오래이듯, 고흐 작품이 전시된 그 곳에 고흐의 '정신'과 '고통'을 찾아보기란 미션임파서블이었다.
뭐 나름 인기를 끌었다는 LG 전자의 명화광고에 비하면 이 정도 부조화 전시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starry night on Rhone river
* portrait of Dr. Gachet
론 강 멀찍이 비치는 LG 광고판과 Dr Gachet 가 들고 있는 LG 휴대폰은 이들 작품과 풍경/인물에 대한 지나친 모욕이다. 광고판이 빛나는 도시의 밤에 별은 빛날 수 없다. Dr Gachet 의 무심하면서도 풍부해보이는 표정은 저깟 메탈릭폰 덕분에 사채 독촉받는 채무자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푸른 색.... 그 신비의 색은 저렇게 희화화되고 있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 대상이 고호만인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물신화되고 있다.
한 때의 운동이 후일담 소설로 소진된 것도 어느덧 10년 전 일이 되었고,
체게바라의 저항이 패션아이콘으로,
고흐의 가난과 정신분열이 고상한 취향이 되어 버렸다.
혹시나 타임머신이 개발된다면,
고흐가 자신의 작품을 다 불싸르지 않을까 모르겠다.
시립미술관은 다음 전시로 '부르델' 전을 기획하고 있었다.
'시립미술관'이 아니라, 이 정도면 엑스포라 칭할만하다.
오늘 우리 사회의 반 고흐를, 부르델을 후원하고 시민들에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게 아니라, 흥행보장된 패키지 직수입으로 매번 전시장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뭐 그닥 경험이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본 미술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미술관과 프랑스 니스의 마그 미술관이다.
브뤼셀에서는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이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브뤼겔 처럼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옛 플랑드르 작가들의 친근하고 소박한 그림들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그리고 현대 벨기에 작가들 - 마그리트나 델보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공간과 풍부한 자연채광 아래에서 그야말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 둘러보았던 루브르나 오르세이 등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교감이 있었던 것이다. 미술관에서 진심으로 행/복/했었다!
마그 미술관은 작품을 위해 건설된 또하나의 작품이었다. 샤갈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미로의 모빌, 그리고 무엇보다 마당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자코메티의 입상들...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나는 시립미술관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대의 가난한 미술가들을 후원하고, 사람들이 편하게 당대의 문제의식과 아름다움/추함을 직시하고 고민하고 즐기고...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게 공공 미술관의 기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안 되도, 대기업의 엄청난 후원과 천문학적 보험금, 아트샵을 채우는 팬시상품 없어도 시민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공간...
그게 그리도 어려운 건가?
돈잔치 패키지 미술전은 이제 그만.... 좀 그만했음 좋겠다.
골병 들어서 하루 종일 방에서 굴러다님 ㅡ.ㅡ
다음 주에는 일정도 많은데 대박이다!
하루 종일 집에서 TV를 시청하다보니,
참으로 눈에 거슬리는 삼성 광고들....
뉴욕 타임스퀘어 핫스팟에 게시된 삼성 전광판을 계속 보여주면서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말을 지껄인다.
거기 전광판이야 돈 내면 다 내어주는데 아녀? 훌륭한 기업이라고 타임스퀘어에서 상주며 공짜로 전광판 빌려준 것도 아닌데... 어이 없어.
지 돈 내고 비싼 땅에 광고하고, 그걸 다시 찍어서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자랑하니 제 정신인가 싶다.
그 광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마도 HSBC... 삼성 전광판 바로 위 전광판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 광고 거의 내내 화면에 노출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프라임타임에 광고를 할 뿐 아니라,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삼성과 동급의 자부심도 덩달아 얻게 되었을테니 일석이조다!
아이들을 출연시킨 래미안 아파트 광고도 상당히 어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용서해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배우 장진영이 출연한 롯데캐슬 광고가 아파트 광고의 지존이라 생각하기 때문. 이 광고에서 장진영은 드레스를 입고 (집에서 드레스 입냐?) 웬 성 (롯데 캐슬)을 뛰어다니며 백인의 금발 어린이 두명이랑 놀고 있다. 내가 보기엔, 백인 영주님 성에 아이들 돌보러 온 아시아 보모 행색이다. ㅡ.ㅡ 캐슬은 개뿔!
아이들 출연 광고의 백미라면 역시 지나간 SM5 를 들 수 있겠다. 아빠 SM5 타고 가는 아이를 스쿨버스 탄 아이들이 부러워하고, 이 아이는 잘난척하며 아이들에게 장난감 선물 나눠주는 광고였다. 그게 한창 방송에 나올 때는 TV 를 폭파해버리고 싶었다. 진짜 재수 없는 광고!
또하나의 가족 운운하며 훈이네 가족이 등장하는 광고 또한 볼 때마다, 지랄하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든다. 화목한 이성애자 중산층 가족 모형 지대로 그리고 있다. 엄마는 설겆이하고 아빠는 거실에서 신문본다. 학원 빠졌다는 전화에 엄마가 발끈하니까, 아빠가 자기한테 맡기라며 부드러운 소리로 훈이를 타이른다. 아이는 개과천선!
재수 없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저런 광고를.....
하지만.....
최근 삼성 광고의 진정한 지존은 애니콜의 Anyband ...
그 광고에서 디스토피아로 그려진 그 곳, 대화도 놀이도 사랑도 없는 감시 세상, 그게 바로 삼성이 만들고 있는 세상 아니야? 그런데 어이 없게도 애니밴드가 그러한 세상을 음악으로 구원하는 것처럼 등장하니 아연실색할 밖에...
진짜 오싹했던 것은, 지난 주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던 중 보게 된 Anyband Concert 현장이었다. 진정 애니콜 하나를 위해서 수많은 관객이 모인 가운데, 그 바쁘다는 각기 다른 소속의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Talk, play, love 를 노래하고 있었다. 관객들 손에는 talk, play, love 가 쓰인 미니 피켓(?)이 들려 있었고, 무대 가운데에도 물론 커다란 사인보드가.... 한 제품의 광고를 위해 수천명의 청중이 (자발적 참여라고 생각하면서) 동원되고, 그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제품을 연호하는 모습이 과연 디스토피아적 SF 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무섭다 무서워....
사람들의 뇌가 오염되고 있어...
1. 최장집, 박찬표, 박상훈 공저. [어떤 민주주의인가] 후마니타스 2007
책의 발간 즈음해서 한겨레 21에 실린 최장집 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더랬다.
그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가 세간에 오해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역설했다. 읽고보니, 나 또한 그의 전작을 통해 이런 오해를 적지 않게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기억해둘만한 핵심 내용들....
0. 성장하는, 혹은 성숙해가는 연구자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살아 있는 이곳의 현실에 천착하여 문제의식을 꾸준하게 발전시키고 이론을 심화시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새삼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초로의 학자가 젊은 날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재해석하며 스스로 인식의 확장과 발견의 기쁨을 확인해가는 모습은, 학계 핏댕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책의 1부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학술적 엄밀성을 떨어질지 모르지만) 좀더 자유로운 소통, 학자로서의 최장집이라는 컨텍스트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정치학자로서 현실과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답한다. ".. 자신의 학문과 그 업적이 넓게는 사회과학, 좁게는 정치학 발전에 기여하는 바 크다면 그것만으로도 학자의 역할은 충분하다.... 우리는 그런 학자의 업적과 이론을 통해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현실 정치를 판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그것은 학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좋은 학자들의 이론에서 도움 받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불행하게도 그것은 우리가 보통 세계적인 대가라고 말하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이나 특히 정치학 영역에서 대가가 되는 일은 학문적 탐구의 결과로서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회에 이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깊이 간여하지 않고서는, 또 깊고 강하게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서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0. 절차적 vs. 실질적 민주주의
책의 상당량을 이 두가지의 개념적 명료화와 그 불가분성을 설명하는데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세간의 오해 -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루었는데 실질적 민주주의가 문제라는 - 를 드러내고,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절차적 민주주의가 주요 과제임을 역설한다. 구구절절 기억해둘 내용이 많지만, 아마도 첫머리의 이 부분이 가장 함축적인 표현이 아닌가 싶다.
"내가 생각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떤 넓은 통로로 이어지는 열쇠 같은 것, 큰 산에 오르기 위한 등산로의 입구 같은 것이다. 민주주의는 매우 포괄적이고 폭넓은 정치 현상이기 때문에, 그것을 좀 더 넓고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좋은 입구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른 입구를 발견하지 못할 때 그 등산객은 넓은 산에서 길을 잃고 얼마나 헤매겠는가?"
0.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로서의 정당, 그리고 다원주의적 엘리트 정당 vs. 대중정당
읽는 내내, 그래 내가 말하고 싶은게 바로 이거였다구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머리 속에 들어있던 희미한 문제의식과 단편적인 주장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이런게 책을 읽는 보람이다 (^^) 국내에서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헌정주의에 대한 비판, 소위 정치의 효율성을 주창하는 정책정당/엘리트 정당론에 대한 비판,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정치 버전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매우매우 공감.
0. 궁금증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을 대의제와 책임제도라고 했을 때 직접 참여 민주주의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를테면 브라질의 참여예산제나 민중건강평의회 같은 구조는, 저자들이 미국의 주민소환제를 비판했던 것처럼 제도가 정해놓은 한도 내에서나 선택이 가능한 미조직 개인들의 행동 -포퓰리즘으로 전화될 수 있는-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라고는 답 못하겠으나, 대의제가 아니면서, 그렇다고 개인으로서의 산발적 행동도 아닌, '조직화된 직접 참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리고 우리 당.... 당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 ㅠ.ㅠ
2. 김미정 등. [부서진 미래] 삶이 보이는 창, 2006
이런 책은, 사실 정서적으로 감당이 안 된다. 감정이입 100%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물론, 내용을 떠나, 서술의 방식이나 분석을 본다면야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지나친 전형성이나 '설명적' 담화양식이 특히 그렇다. 그리고 현상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분석적 내러티브의 부족도 그렇고... 하지만, 이것들이 이 아마추어 르뽀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당연하게도,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이 떠올랐다.
3부로 편집된 [세계의 비참] 첫 머리에 부르디외는 "독자들에게"라는 서문을 적었다. 거기에서 부르디외는 말했다.
"... '통탄해서도 안 되고, 비웃어도 안 되며, 혐오해서도 안 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이는 스피노자의 말이다. 하지만 이 스피노자식의 규칙을 따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들 사회학자가 아무리 이 규율을 준수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세계의 비참]을 읽었을 때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그야말로 세계의 비참에 대한 아픔과 더불어, 문제의 구조적 기원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가 화악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연구도구로서, 사회학자 그 자신의 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부르디외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아직까지 그 바램은 실현하지 못했고, 당분간은 역시 힘들 거 같다. [부서진 미래]를 보면서 분석하고 고민하기보다 울컥(!)하는 감정이 앞서는 걸로 보아 아직 멀었다. ㅡ.ㅡ
남아 있는 장들은 좀더 차분하게 읽을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 이 책 끝나면 상큼한 책에 빠져보고 싶구나.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베오울프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Neil Gaiman, 그의 까칠하고도 은근 상큼한 이야기에 빠져보리다!
오늘 서울에 강의 겸 세미나 참가 때문에 다녀왔다.
내려오는 기차 타려고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에,
웬 취객이 그리도 많냐?
불과 저녁 여덟시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지...
보아하니, 학생들은 아닌 거 같은데 직장인들이 낯술 즐겼을리도 만무하고...
도대체 얼마나 강도 높게 마셨으면 불과 그 시간에... ㅡ.ㅡ
미스테리로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어 잠깐 정리를 해볼까 한다.
사실, 불질할 여유는 없는데...
0. 강유원 [책과 세계] 살림 2004
짧지만 매우 흥미로운 글모음.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그렇구나...... ㅡ.ㅡ;;;
간결하고 (어찌 보면 껄렁해보이는) 특유의 문체로 책과 세계 사이의 연결고리를 아주 자유분방하게 늘어놓았는데, 특히,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 또다른 컨텍스트로서의 매체에 대한 부분이 재미(?) 있었다.
매체 이야기를 하면서 '죽간' 을 소개하는데, 문득 친구 J가 드라마 "주몽" 보면서 엄청 흥분했던 게 생각났다.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라 죽간에 쓰여진 글을 읽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물론 나는 한 번도 못봤음), 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주 휘영청이더란다 ㅎㅎㅎ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거 생각하면 드라마 못 본다~
이 글모음은 첫머리에서 '길가메시 서사시'의 쓸쓸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종의 기원'이 보여준 참혹하고 쓸쓸한 인간세계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먼 옛날의 서사시들은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인식 없이도 세계가 쓸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또다시 같은 것을 알아차리는 건 너무 허망하다. 쓰라린 것이다"
과연 그래?
0. 고종석 [바리에떼] 개마고원 2007
버라이어티한 건 좋은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1부는 "어스름의 감각"이라는 제목 하에, 그야말로 자신의 취향에 대한 글 4편을 담고 있는데, 그냥 귀엽고 철없는 아저씨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계급도 인종도 성별도 대화에 장애가 되지 않는데 오로지 세대만은 장애가 된다니, 그게 말이 되나? 얼마나 본인의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지 모르겠으나 부르디외가 보면 피토하겠다. 동시대의 대중문화 (이를테면 유행가) 체험을 통해 계급과 성별을 넘나드는 동질성을 확인하는 건 좋은데, 그건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킨 것 아닌가 싶다. 동시대라고 다들 비슷한 (대중)문화를 경험하는 건 분명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백수 예찬도 맘에 안 든다. 이거 뭐냐 싶더라니...지나친 강박일지도 모르겠으나, 일자리가 없어서 아둥바둥하는 시대에, 선택받은 소수로서 자발적 백수가 된 것을 동네방네 떠드는 것은 최소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그동안 주변에서 자발적 백수가 된 인간들에게 그리 좋은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없는대로 사는 것에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있는 법이다. 철들고 나서부터 (최근까지) 경제적 불안에 시달려온 나로서는, 도저히 '체질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밥벌이의 지겨움 운운하며 위악을 떠는 김훈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이것도 아마 포함될 듯.
더구나 여자들 이야기는 더 싫었다. 그가 기억하는, 이름이 관련된 여자들을 내가 왜 비싼 돈 주고 산 책에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본인 일기장에 남겨놓고 추억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결국, 1부는 내가 싫어하는 신변잡기, 주변사에 대한 자기애적 기술로 온통 채워져있고, 차라리 책에 포함이 안 되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이건 사실 3부에도 약간 해당하는데, '친구의 초상'이라는 제목 하에 문화예술인 친구들 - 황인숙에서 강금실까지-의 작품이나 생활에 대한 비평/단상들을 적고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의문이 든다. 내가 왜 그의 친구들을 알아야 하나? 내 친구들과 속깊은 대화 할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다. 이래서 까칠하다는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으나, 혼자 보는 일기장 아니라면 이런 글을 좀 빼주셨음 하는 소망이 있다.
그나마 2부 '정치의 둘레'는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자유주의자(?) 복거일에 대한 비평/비판이나 한국보수주의에 대한 비판글들이 그러했다. 워낙 문장이 유려하고 분명하니까... 그러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썼다는 '제안'글이나 '노무현'론은 읽는 내내 맘이 불편했다. 정치공학적 해석과 전략제안은 좀 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까지 나서지 않아도 한국사회 정치공학자 차고 넘친다.
글을 쓰면서 보니까 온통 불만이다.
그렇다. 문화와 정치에 대한 사려깊고 아름다운 시평을 기대했는데, 일부는 너무 사변적이고 일부는 너무 '거칠게' 공학적이었다.
흠, 좀 실망인걸....
0. 김동춘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 도서출판 길 2007
웬만해서는 책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는데, 이건 정말 해도 너무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스테리는 도대체 기대하고 있는 독자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나름 이론서적으로서 아카데미아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엔, 너무 엄밀성이 떨어지고 추상적이다. 참고문헌이 거의 인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적 타당성이나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언술들이 지나치게 난무한다고나 할까? (가장 웃긴 거 중 하나는 '진화론'을 언급하며 단선적 역사관을 비판한 경우... 좀 너무하시지 않나?)
그런데 또 내용을 보면, 일반시민보다는 아카데미아를 대상으로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학계에 대해 비판적 자성을 촉구하는 듯한...???
그니까, 무슨 토론회 자료집 성격이 물씬....
읽는 내내, 지금 이걸 가지고 날 가르치려 드는겨? 이런 생각이 들더라니... ㅡ.ㅡ
결국 절반만 힘겹게 읽고, 맘편하게 포기했다.
다 읽었다. 라는 자족감 이외에 추가로 얻을 편익이 없을 거 같아서다.
이 분은 왜 이러셨을까나?
0. 강주성 [대한민국 병원사용 설명서] 프레시안 북 2007
얼마전 프레시안의 K 기자가 서평을 부탁해서, 허겁지겁 읽고 썼다.
우리 학생들 강의 와준거 고마운 마음에 냉큼 수락했는데, 하필 가장 바쁜 때에...
그나마, 주말에 허둥지둥 써줬더니만, 정작 업로드는 일주일 있다가.. ㅜ.ㅜ
강주성 대표, 참 훌륭한 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에게 혼자만 돈 아끼는 법이 아닌, '사회적 책임성'을 환기시킨다는 점 아닐까 싶다.
책이 좀 많이 팔리면 좋겠다. 프레시안도 사정이 엄청 어렵다고 하던데...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116143607
일 보러 서울 올라갔다가 메신저에서 조우한 새벽길님과 영화 감상
원스 (Once, 존 카네이 감독, 2006년 작)
IMDB 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일반 개봉은 한국이 세계최초닷!!!
선댄스 영화제 이후 각종 영화제나 행사 등에서만 상영이 되었었구나...
아주 평범하다 못해 노래 부르는 표정 코믹한 저 guy 는 진짜 인디 밴드 가수이고, 그 girl 또한 진짜 체코 출신에 역시 음악을 하는 이라더군. 저 남자 역할이 처음엔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갈 뻔 했단다. 뭐 그래도 나름 아름다웠겠지만, 그래도 저런 '생활의 맛'은 안 났을껴...
해미처럼 나도 뮤지컬 영화의 오바스러움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어찌나 소박하고 잔잔하면서도 따뜻한지, 보고나서 기분이 정말 상큼해졌다.
음, 성격을 본다면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과 비교할 수도 있을텐데,
'원스'가 더욱 진지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알싸한 느낌도 있잖아?
저 guy 와 girl 이 애정관계로 맺어졌더라면 오히려 '전형적'이라서 식상했을 텐데 말이지...
꿈을 이루려고 한발한발 소박하게 정진하는 이들의 바지런한 삶은 대개 아름답구나!
고종석 기자(? 아직도 기자라고 불러야 할까? 소설도 냈으니 이제 작가?) 가 한겨레에 몸을 담고 있던 시절, 그의 글을 참 열심히도 읽었더랬다. 하지만 그가 '적'을 옮기고 나서는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화제성 글 외에는 거의 접하지를 못했었다. 사실, 그 시절 한겨레에는 읽을 거리가 넘쳐났다. 정운영 선생이 있었고, 문학기자로 고종석씨 말고도 최재봉이나 조선희 등이 버티고 있었지 않았나....
블로그 이웃이자 업계 동료인 에셔님의 블로그에 가면 항상 고종석의 글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래서 한번 다시 그를 둘러보게 되었다.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 말들의 풍경 (개마고원 2007년간)
이 책은, 언어학 전공자이자 문학평론가이면서, 한편으로 그 스스로 (문체미학에 집착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기자 내지는 논설위원(?)이기도 한 그가, 그야말로 말들의 풍경, 말과 글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국사회를, 문화를, 문학을, 혹은 인물을 성찰한 작은 소품들의 모음이라 하면 되겠다.
0.
읽어서 기분 좋은 글들 중 하나는, 나의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을 명료한 표현으로 콕콕 찝어내어 내 대신 이야기해주는 글들... 맞아맞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거였다구.. 하게 만드는 그런 글들을 좋아하는데, 고종석의 글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를테면, 이오덕 선생의 노력과 생애를 존경하면서도 '말글' 집착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는 것 (68쪽, 80쪽), 한자어에 대한 애증 (? 153쪽), 리듬에 대한 해석 (171쪽), '국어' 개념에 대한 문제제기 (177쪽) 등이 그것이다. 이건 내공의 깊이에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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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세대니만큼 내가 미처 모르던 해괴한 '전설'도 기록되어 있는데, 박정희 정권이 유신 이후 퍼뜨렸다는 말놀이 - "1 일하시는 대통령, 2 이나라의 지도자, 3 삼일정신 받들어, 4 사랑하는 겨레에, 5 오일륙 일으키시니, 6 육대주에 빛나고, 7 칠십년대 번영은, 8 팔도강산 뻗쳤네, 9 구국영단 내리니, 10 시월유신이로다. " ㅎㅎㅎ
75년 동아일보 광고 사태 때 실렸던 시민 광고 중 하나 "동아 탄압 발상發想 한 자여/ 세세손손이 잘 먹고 잘 살아라"...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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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지식들과 풍부한 어휘... 어흐 부러버...
이를테면, 가르랑말, 으르렁말... 으흠 재밌는 표현이다. 듣기만 해도 척하고 알겠잖아!
그리고, 나는 내가 쓰는 말이 서울내기 사투리라는 걸 몰랐었는데, 그렇다네... ㅡ.ㅡ
'당신'이란 표현도 부부 이외에는 동료/후배를 살갑지 않게 부를 때, 싸움판에서 막말 나오기 직전에 쓰는 표현이라는군. 나는 친구나 후배들한테 엄청 자주 쓰는데... 기분 나빴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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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는 쿨하고 까칠한 비평가!
김윤식 (117쪽), 김현(231쪽), 전혜린(249쪽), 정운영 (251쪽) 등에 대한 비평(?)은 일견 냉정하면서도, 차마 애정을 거둘 수 없는 그 도저함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김현과 정운영의 글들이 그리워졌다. 김현의 유작(정확한 의미의 유작이라 할 수 있나?)인 '행복한 책읽기'의 삶을 살고 싶었던 그 시절들도 함께... 그 때가 또 정운영 선생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나오던 시점이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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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개'는 참 재미나고 애틋하다.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 그윽하다..
그는 책을 읽는 이들도 한번 꼽아보길 권한다.
글쎄...
놀랍게도 10개가 떠오르질 않는다. ㅜ.ㅜ (은근, 한자어 편향이다. 한자라고는 쥐뿔도 모르면서..)
우쨌든, 억지로 뽑아보며, 글을 마친다. 아직, 우리말 풍경으로 세상을 둘러보기엔 내 어휘가 너무 짧다는 걸 실감하며...
애틋하다 - 그 '애틋'을 어찌 다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worried, anxious, regrettable... 이게 어찌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어?
노을 - 화면 자동연상. 이건 모국어만의 효과 아니겠쓰?
설렘 - 내가 잘 쓰는 단어 중 하나!
올챙이 - 조카들을 맨날 올챙이라고 불러서 정이 들었나???
소담스럽다 - 딱 그 느낌. 이걸 뭘로 설명해...
그나저나, 최근에 발간된 고종석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한번 살펴봐야겠구나....
* 추가
뭉게뭉게 - 한글의 맛은 다양한 형용사에 있을진데, 아름다운 단어들을 너무 몰라. ㅜ.ㅜ
오솔길 - 입모양 오무리고 '오솔길'이라고 발음할 때의 그 느낌. 그 길과 너무 잘 어울림
맛나다 - '맛있다'와는 또 다른 느낌. 아, 맛나다 ㅎㅎ
며칠 전 야심한 시각에 바다소녀의 꾀임에 의해 영화보러 갔음.
영화 보고 나니까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아, 정말 피곤하더라.
백만년 전, 심야극장에서 영화 세 편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와 서늘한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음하하 호탕하게 웃던 일은 이제 미션 임파서블!!!
영화 [행복]은 허진호 감독 작품
멜로 취향은 그닥 아닌지라, 영화에 몰입하기보다는 팔짱끼고 앉아서 '관찰' 했음 ㅡ.ㅡ
영화 보는 내내, 임수정은 과연 '장기요양전문배우'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음.
[장화홍련]에서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불쑥불쑥 나타나더니만, [사이보그지만 (밥먹어도) 괜찮아]에서 눈썹도 없는 피골상접 모드로 출연. 이 영화에서는 (결핵은 아니지만) 가장 잘 어울릴만한 질병인 폐병 환자로 출연하여 아주 빛을 발하고 있다. 창백한 '청순가련형' 얼굴에 가녀린 몸매의 그녀가 "죽을 때 내 옆에.." 혹은 (미래에 대해) "나는 그런 거 몰라" 운운 할 때, 이 비극적 멜로의 결말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만했다.
바다소녀는 황정민의 모습이 이따금씩 (각도에 따라) 다니엘 헤니의 필이 난다면서 좋아라했는데... 나는 자꾸 이대근 아자씨 모습이... ㅜ.ㅜ 아마도 그의 초기 작품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가졌던 첫인상이 강해서인듯하다.
그는 여전히 연기를 잘 했다.
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지 않나. '그 사람 알고 보면 착해' 그래,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나? 이랜드 사장도, 전두환 노태우도 집에 돌아가면 인자한 아버지요, 마음 착한 이웃들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한발만 떨어져 보면 알 수 있는 모습들, 몰염치와 이기심- 이런 것들을 황정민은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은희와의 동거와 사랑은 진심이었고 그는 매우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별하자는 말조차도 은희의 입을 통해서 하게 만드는 파렴치한이었는데,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아주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공효진의 역할을 비롯하여 '자연'과 대비되는 '도시'의 삶이 너무나 정형화되어 그려진게 눈에 거슬렸는데, 글쎄... 그런 자연이라는 것이 도시인의 머리 속에만 들어있는 가상의 유토피아는 아닐런지???
감독은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얼마나 찰라적인 거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아님, 행복이란 별게 아니다??
그리고 이건 직업의식의 발로인지 모르겠으나,
문득 영화가 질병관리본부나 국립암센터 홍보 영상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킥킥대고 웃기까지 했음 ...술 담배 계속하면 어떤 말로를 맞게 되는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가... 뭐 그런....
감독님, 죄송해요... (ㅜ.ㅜ)
Joe Haldeman 의 97년 작이다.
전작 Forever War 의 후속편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작가는 전쟁광들과 광신도 종말론자들을 넘어 영원한 평화에 이르는 '투쟁'을 하나도 들뜨지 않은, 침착하면서도 음울한 정조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몇 장을 남겨놓고도 나는 이것이 과연 비극으로 끝날지 희극으로 끝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 매우 '건조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인류는 이제 homo sapiens sapiens 와 homo sapiens pacificans 로 분화할 것이다.
과연 타인의 내면을 그토록 깊숙이 이해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집단 지성을 발전시키고 '공감'의 힘을 극대화시킨다면 인간은 모두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하긴, 가장 초보적인 역지사지의 매너만 지켜준다 한들, 세상은 지금보다 열배쯤 더 평화로울 거다.
10년전에 쓰여진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오늘날 미국사회를 둘러싼 지정학적 정황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관계, 종교적 근본주의, 군사팽창주의... 하긴, 이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할배 모습.... 너무 평범해서 실망이다. ㅡ.ㅡ
나름 해맑게 생긴 할배... 왜 이렇게 책은 우울해요.. 라고 묻고 싶다.
읽고 나면 (심지어 해피엔딩마저도) 진이 빠져요... ㅜ.ㅜ
요즘 포스팅의 반은 바빠 죽겠다, 나머지 반은 그 와중에 본 영화 이야기들이다.
도대체 뭐냐... 이러다 뇌에 주름 없어진다!!!
저녁 먹고 한 시간 남짓 창문 앞에 앉아 서늘한 바람, 따뜻한 커피, 낮은 음악과 함께 한 책읽기는 나름 큰 즐거움... 요즘은 이런 여유마저 급상실....
그럼 안 돼...
지난 달에 어영부영 보았던 영화들
0. 배트맨 비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05년)
뒤늦게 DVD 로 보았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후까시의 전형!!!
크리스천 베일은 까칠한 히어로의 전형을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낸 듯 하지만, 리암니슨이나 게리올드만 아자씨의 포스가 너무 약하게 그려진 것이 아쉬웠음. 집사 할배가 너무 촐랑대는 것도 눈에 거슬림. 그래도 배트카는 나름 고전적 맛이 물씬 ㅎㅎ
근데 도대체 그 어둠의 사도들은 뭐여.... 아, 짜장....
0. 스타더스트(매튜 본 감독, 2007년)
이렇게 훌륭한 판타지 영화가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갔다니 원통하다 원통해...
배우들 라인업도 진짜 화려한데 말이지... 클레어 데인즈, 로버트 드니로, 미셸 파이퍼, 시에나 밀러에, 신예 찰리콕스 너무 귀여우심
더구나 원작은 Neil Gaiman인데다 그가 시나리오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이야기구조도 탄탄하고 특수효과가 그 이야기를 먹어치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연기자들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그 썰렁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유머들....
아, 진짜 안타까운 영화로구나!
0. 즐거운 인생(이준익 감독, 2007년)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Julia 와 함께 보았음.
영화 도중 화면 가득 잡힌 장근석의 얼굴에 그녀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함. 쟤는 도대체 누군데 저리 잘 생겼다냐??? 나중에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장희빈인가 무슨 사극에 나와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젊은이라 하더군 ㅎㅎㅎ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건 줄 몰랐는데, 그게 리얼 라이브였다네... 잘 하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신나기는 하더라. 라이브 현장은 근래 보기 드물게 생생하게 잡아냈음.
이 영화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아저씨들의, 아저씨들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판타지 영화.
대한민국의 악다구니 쓰는 아줌마들, 생활에 지친 아저씨들의 꿈과 희망도 몰라주는 야속한 아줌마들은 사라져야 해. 순수한 꿈을 잃지 않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철딱서니 아저씨들 세상아, 어서 오라구 ㅎㅎㅎ
이 분들... 그냥 영화로 끝내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네... ㅎㅎㅎ
작년 초에 한국 건강형평성학회와 한겨레 신문사가 함께 건강 불평등을 주제로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고 정책토론회를 열었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 신문사의 이창곤 기자께서 당시 원고들을 수정하고 대폭(?) 보완하여 책을 냈습니다. 원고 써내라고 쪼아대던 전화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떡하니 책이 나왔네요 ㅎㅎ 이 블로그에 들르는 분들께서도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주노동당 보건의료 공약 준비팀에서도 '무상의료'를 넘어 '건강불평등'을 의제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노력에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솔직하게는, 이런 의제가 대선/총선을 앞두고 특정 개인 혹은 '좌파신자유주의' 집단의 '선전물'쯤으로 전유'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문가 집단이 괜찮은 공약 셋트 만들어놓고, '아무라도 가져가서 이게 실현되면 좋은거 아니냐' 이렇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오지랍의 반경이 저멀리 안드로메다까지 ㅎㅎㅎ 하여간,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길...
책을 내면서_이창곤
발문_김창엽
서론 왜 건강불평등인가
1.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빈부격차’
2. 건강은 순전히 개인 탓인가?
3. 교육수준?직업?소득수준이 건강을 결정한다?
4. 문제는 관점이다
5. 건강은 누구나 누릴 기본권
제1부 한국 건강불평등 추적 : 건강불평등 누구의 책임인가?
01. 흡연, 개인 탓인가?
1) 금연사회, 흡연자는 낙오자인가?
2) 흡연이 계층을 가른다
3) 사회계층 간 흡연율 격차 해소 방안
<취재를 마치고> 흡연을 권하는 사회
02. 부모의 지위는 아이의 건강지수
1)건강은 부모 탓인가?
2)가난한 집과 저체중아
3) 저체중아, 조기사망아 문제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정책 방향_ 손미아
<취재를 마치고> 지원 없이 내몰린 아이들_박주희
03. 동네 따라 수명 다르다
1) 지역은 계급의 다른 이름
2) 죽음마저도 계층을 가른다
3) 심각한 지역 간 건강불평등 실태
< 취재를 마치고> 가장 논쟁적인 건강불평등 이슈
04. 정신건강의 굴레, 비정규직
1) 비정규직 건강불평등 문제 돌아봐야 한다
2) 건강의 ‘사각지대’ 에 방치된 비정규직 현실
3) 비정규직 건강보호 대책
< 취재를 마치고> 건강검진 꿈도 못 꾸는 사회
05. 의료이용의 불평등
1) 요람에서 무덤까지 ‘타고 난 ’ 건강
2) 의료이용량의 양극화 현실
3) 의료이용 불평등 연구 사례_이상이
<취재를 마치고> 가난이 죄라면 죄겠지요_김양중
< 부록> 한국의 건강불평등 현황과 과제_강영호
제2부 건강불평등 이슈화를 위한 사례 추적 : 선진국의 건강불평등과 정책
01. 건강불평등의 나라, 미국
1) 선진국에서 건강이 가장 불평등한 나라
2)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의 건강수준은 왜 나쁜가?_김명희
3) 미국식 의료시스템 도입은 건강불평등 심화시킬 것 :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 인터뷰-_김명희
4) 미국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_김명희
02. 블랙리포트의 나라, 영국
1) 평등한 의료로도 불평등한 건강을 막지 못한다
2) 건강불평등 사회의제화에 어떻게 성공했나
3) 영국의 건강불평등 정책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_기명
4) 영국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_손미아
03. 유럽의 건강불평등 정책
1)네덜란드 1989년부터 건강불평등 데이터 확보
2)<요약1> 세계보건기구 및 유럽국가의 공식정책
3)<요약2> 건강불평등과 관련한 주요 보고서의 정책권고
04. 건강불평등 사회의제가 되지 못하는 한국
1) 원인은 무엇인가?
2) 건강불평등 정책 사실상 없다: 보건복지부 담당자 인터뷰
3) 건강불평등 해결을 위한 보건학 연구자의 역할 및 주요과제
제3부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안
01.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야
02. 건강불평등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_김창엽
03. 의료이용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방안 : 공공적 국가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해야_이상이
04. 건강불평등 해결을 위한 노력: <한국건강형평성학회>_ 윤태호
<부록> 한겨레-한국건강형평성학회 대토론회 토론문
1. 한겨레 건강형평성 토론회 토론요지_이상용
2. 건강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정책의 모색_고경화
3. ‘건강불평등’ 토론문_현애자
4. 건강불평등,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의료서비스 산업화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_조경애
5. 건강불평등과 환경오염_최예용
<추천의 글>
건강문제도 아는 만큼 볼 수 있다_신광영
건강불평등을 포괄적이고 직접적으로 다룬 유익한 책_정백근
의학, 보건학 대학원생, 학부생, 시민사회 활동가, 일반인들에게 권하고 싶다_윤태호
미래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한 뜨거운 희망_이태수
책을 끝내며_이창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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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나요?? 고흐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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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고흐전, 그래도 저는 그냥 저스트, 명작들을 눈으로 '보는것'만으로는 좋았습니다.가기 전에 책 한권 읽고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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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양재동에서 하는 전람회보다 시립미술관 프로그램들이 싸죠 ㅠㅠ 시립미술관은 그림 보러 가는 거 말고 그냥 여름 밤에 가서 자판기 커피 뽑아 앉아서 야경 보는 게 더 나은데 ---;; 여하튼 많이 안 아프다니 다행^^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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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두운 실내, 그림과 나 사이의 너무 먼 거리가 싫었다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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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궁금하시다면, 가급적 평일 오후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오히려 저녁나절에는 퇴근후 방문객들이 많아 더욱 혼잡스러운 거 같더라구요.chesterya/ 근데 보는 것만으로는 많이 아쉽더라구요 ㅡ.ㅡ
molot/ 저는 오랜만에 그 동네 갔는데, 어릴 때 생각이 좀 나더라구요. 종로-정동-광화문-인사동을 잇던 나의 놀이무대 ㅎㅎ
바다소녀/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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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16507&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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