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광화문에서 돌아왔습니다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8/05/25 01:57저녁 8시 경부터 들기 시작했던 촛불이 밤 11시가 되니까 완전히 타들어갔어요.
방금 광화문에서 돌아왔습니다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8/05/25 01:57오늘 촛불집회는 광우병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가 모여들어 열기를 내뿜었습니다.
그 열기를 머금고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밤 9시 30분께 촛불집회가 끝날 무렵 떼지어 청와대로 이동했던 것입니다.
모인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이들의 생김새는 저마다 달랐지만, 함께 목놓아 외친 구호가 있었습니다.
이 명 박 탄 핵!
독 재 타 도!
월드컵 거리응원의 열기와 미군장갑자 여중생 살해사건의 분노가 합쳐졌다고 보면 분위기가 느껴지십니까?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던 대오는 광화문에서 다시 경찰의 저지에 막혀버립니다.
하지만 닭장차가 길을 가로막는다고 해서 그냥 막혀벼릴 사람들이 아닙니다.
등록금 인상, 공공부문 사유화, 대운하 추진,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벌에게 보내는 끝없는 특혜, 강화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자유무역협정의 강행에다가 무한경쟁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교육정책까지 정말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분노할만 합니다.
새벽 1시가 넘어가는데도 이들은 집에 갈 줄 모릅니다.
길바닥에 주저 앉아 생생하고 뜨거운 열기를 피워냅니다.
누군가 집회주최측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물대포가 계속 왔다갔다 하고, 경찰들이 아무리 진압한다고 위협을 해도 이들은 꿈쩍하지 않네요.
자신들의 삶을 재벌과 미국자본의 이익을 위해 팔아넘기는 정권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여과되지 않고 터져나오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잡민들이 자발적으로 창조해내는 자율적 공간에서 저는 대안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저녁 8시 경부터 들기 시작했던 촛불이 밤 11시가 되니까 완전히 타들어갔어요. 광화문에서, 대추리에서, 월드컵경기장에서 그리고 또 다른 많은 곳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은 저도 수없이 많았지만 촛불 하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타들어갈 때까지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친 적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시민들이 사다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힘을 냅니다.
오늘 광화문에 있었던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했을 것입니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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