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방이 그립다꼬뮨 현장에서 2006/12/04 16:33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조그만 방안에서 하루종일 놀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배가 고파지면 버섯과 두부와 김치에 밥을 먹고, 그러다가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손뼉도 치고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는 것.
한동안 그런 여유가 없었다.
방은 춥고, 손가락 끝에 닿는 기타의 차가운 금속성 감촉도 왠지 낯설었다.
연탄난로를 놓으려고 며칠 간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왠지 뭔가 점점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따뜻한 방바닥이 전해주는 포근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가 끝나고 피자매연대 사무실로 돌아와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하느라 밤을 새워 일을 했었다.
작업을 마치고 서울 녹번동 집에 돌아오니까 아침 9시였다.
그날 점심 무렵에 김지태 이장님을 양심수로 지정하고 면회를 하러 온 국제앰네스티 활동가와 인터뷰 약속이 되어 있었다.
통역을 해야 했기에, 난 푹 쉬어야 했다.
몸이 피곤하면 귀가 울리고 그런 상태에서는 한국어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방에 보일러를 틀었다.
4시간밖에 자지 못했는데, 방바닥이 따끈따끈하니 몸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저항감이 전혀 없었다.
이불 바깥도 이불 안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온돌방에서 자려는 구나 알 것 같았다.
대추리 집은 춥다.
그래서 10시간을 두꺼운 이불 안에 들어가 누워 있다가 이불 바깥으로 나오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이불 속에 누워서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방안을 가른다.
그래도 힘을 내야지.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니까 영상 5도 이하의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것도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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