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고향, 대추리
꼬뮨 현장에서 2007/02/14 16:30정든 고향을 나는 떠나고 싶지 않아요.
언제까지라도 이곳에 살고 싶어요.
처음에 대추리에 들어와 살려고 했을 때 난 이곳이 내 고향이 되리라고는 전혀 몰랐어요.
이렇게 깊게 내가 대지와 그리고 그곳에 뿌리박고 살아온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끼게 될 줄은 평생 아스팔트와 자동차만을 보면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내가 살아갈 터전을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가는 기쁨을 앞으로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요?
나는 항상 비국가 꼬뮨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의 악취나는 세상을 완전히 부정하고 전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고 싶었어요.
권력자들이 군림하고 자본가들이 날뛰는 꼴을 단 하루도 난 견디며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한반도에서 비국가 꼬뮨을 만들어 간다면 대추리야말로 최적의 마을이라고 생각했어요.
국가란 무엇인지, 공권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곳 주민들은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으니까요.
두꺼운 이론서 몇 권을 읽는다 해도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 그 국가라는 폭력체제의 속성을 이곳 사람들은 몇 년간의 삶을 건 투쟁으로 자기 살갗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곳으로 가자!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
대안은 구체적으로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가꿔갔어요.
집을 만들고, 마을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매일 촛불을 들었어요.
온전히 나를 쏟아붓고 싶었어요.
매일 일어나 느꼈던 충만한 기운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첫사랑이 언제 내게 찾아왔는지 나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요.
그것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나 중요한 주제이지 나에게는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오로지 나에겐 평화를 지켜나가는 비국가 공동체 마을이 중요했었어요.
그렇게 대추리와 나는 사랑에 빠졌던 것 같아요.
이제 나는 강제로 그곳에서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어요.
내 삶에 있어서 첫고향이었어요.
제발 내가 고향에서 쫓겨나지 않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