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서 나온 빗살무늬토기??꼬뮨 현장에서 2006/11/10 20:44대추리에 사는 친구 하나가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토기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을 발견한 것은 며칠 전인 11월 8일 목요일이다.
그러니까 국방부가 경찰 수 천명을 동원해 들어와 남아있는 황새울 들녘을 포크레인 열 대로 마구 파헤친 바로 그날이다.
친구는 밭일을 하다가 이 토기 파편들을 발견했는데, 내가 봐도 분명히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토기로 보였다.
이런 문화유물이 나오는 곳을 미군기지로 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문화재청에 연락을 했다.
당장 나와서 자세한 조사를 하라고 말이다.
가만 놔두면 국방부의 저 참혹한 포크레인의 칼날에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다 파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에서는 뜨듯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평택시청 담당 문화과에 연락해보라는 식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것이 정말 빗살무늬토기가 맞다면 이건 분명 커다란 일이고,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이곳을 잘 보존해야 할 것 같았다.
이미 대추리 지역에서 조선시대의 유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 있고, 잘 살펴보면 논밭에 이런 소중한 유물들이 발길에 툭툭 채일만큼 널려 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이것을 보다 널리 여론화시키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고, 대추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다 아는 일이라고 하지만 난 모르는 사람들도 이 문제를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도 새롭게 환기시킬 필요도 있었다.
토기 파편들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 언론 몇 군데에 보내면서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만악 이것들이 빗살무늬토기가 맞다면 이 지역은 미군기지확장부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좀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빗살무늬토기가 아닐지라도 이런 유물들이 출토되는 지역에 국방부가 맘대로 출입해 땅을 마구 파헤치고, 철조망을 쳐놓고 군인들을 위한 막사나 화장실, 식당 등을 짓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생명의 땅,평화의 땅이라고 하는 대추리가 문화의 땅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인터넷 언론에서 문화재청에 연락을 한 모양이다.
오후쯤 문화재청에서 부랴부랴 연락이 왔다.
연구원들이 직접 와서 보겠다고 했다.
내가 연락할 때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슬쩍 넘어가려 했던 문화재청에서도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니까 그냥 어물쩡 넘어갈 수는 없었으리라.
문화재청 연구원들은 이 토기 파편을 보더니 조선시대의 기와조각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사진으로 본 빗살무늬토기와 비슷하게 보였는데,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 한 수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연구원들을 이 기와조각을 발견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평소에도 주민들이 일을 하면서 저마다 유물들 하나씩 줍곤 하는 곳이다.
연구원들도 이런 사정을 나름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자들이었던지 주민들이 모두 나가야 유물조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항변했다.
주민들이 모두 나가면 미군기지확장을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지는데, 나중에 유물조사를 해서 중요한 유물들이 나오더라도 그냥 미군들에게 땅을 내줘버릴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연구원들은 내가 알려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땅에 박혀 있는 토기나 기타 파편들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것은 고려시대 기와장, 저것은 삼국시대 토기 파편 등등 하면서 눈으로만 척 봐도 무슨 시대 무엇이라고 말해주었다.
난 놀라웠다.
내가 매일 살아가는 곳에 삼국시대, 고려시대 유물들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니 말이다.
그냥 그렇게 떠난 문화재청 연구원들을 뒤로 하고 나는 이곳 대추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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