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꼬뮨 현장에서 2006/10/31 21:42주중의 대부분을 대추리에서 지내다가 월요일과 화요일 피자매연대 사무실에 일을 하러 오면 일주일 간 쌓인 일들 때문인지 하루종일 정신 없이 지내게 된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기에 대추리에 있으면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이틀 동안에 몰아서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월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노래를 1시간 가량 불렀다.
생이별꼬뮨 현장에서 2006/10/31 21:42반전 평화 국제연대님의 [레바논에 따뜻한 겨울을... 첫 번째 거리 공연을 보냈습니다.] 에 관련된 글.
주중의 대부분을 대추리에서 지내다가 월요일과 화요일 피자매연대 사무실에 일을 하러 오면 일주일 간 쌓인 일들 때문인지 하루종일 정신 없이 지내게 된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기에 대추리에 있으면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이틀 동안에 몰아서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길거리에서 노래도 해야 하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대안달거리대 배달도 해야 한다.
갑자기 요청 들어오는 원고도 써야 하고, 융천도 사와야 하고, 말일이라 여기저기 입금처리도 해야 하고, 받은 달거리대에 단추도 박아야 하고, 홈페이지 업데이트도 해야 한다.
월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노래를 1시간 가량 불렀다. 레바논 민중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화목난로를 보내자는 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이번 겨울 화목난로가 필요하긴 하다.
대추리에 살면서 때때로 주민촛불행사 때 2곡 정도 부르는게 전부이다보니 요즘 나는 노래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월요일에는 2-3곡 부르고나니 목이 완전 맛이 가버렸다.
1시간을 때우기가 정말 힘들었다.
연습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반성을 해본다.
대추리에만 유독 파리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시골 동네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추리에는 파리가 들끓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이놈들을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번식을 해서인지 나중엔 한 집 안에 몇 백 마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파리채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한 20마리 정도를 잡고 보니 도저히 구역질이 나서 더이상은 잡을 수가 없겠더라.
파리를 잡을 때는 날개 부분이 꺾이도록 살짝 내려친다.
그래서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버둥거리는 파리를 나는 집 안팎에 있는 거미집에 던져 넣는다.
파리는 거미들의 좋은 식량이다.
거미란 놈 역시 까탈스러운지 죽은 파리는 먹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파리를 잡을 때 파리채에 힘을 너무 많이 주어 파리를 압사시켜서는 안 된다.
누런 파리액즙은 보기에도 징그러울 뿐만 아니라 거미밥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꼴까닥 죽어버린 파리도 거미집에 붙여 놓으면 나중에 그것을 뒤늦게 발견한 거미가 다가와 먹기는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파르르 떨며 진동을 일으키는 파리의 마지막 몸부림을 감지한 거미가 잽싸게 다가와 그 파리를 거미줄로 꽁꽁 묶고 마치 제품 포장을 하듯 돌돌 말 때의 그 날렵한 모습이 제일 재미있다.
나는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들도 그렇게 거미에 의해 산 채로 말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이들 벌레들은 거미에 의해 체액이 빨려나가 말라죽기 이전에 이미 그렇게 옴짝달싹 하지 못하도록 거미줄로 돌돌 말려 숨이 막혀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었다.
요즘엔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파리들도 한낮 뙤약볕이 정면으로 내려쬐는 양지바른 곳에 모여 앉는다.
그런 곳에 몇 백 마리씩 붙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파리들을 보면 쟤네들도 숨붙이들인지라 따뜻한 햇볕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나는 신기해진다.
얼마 전 불판팀 친구들이 대추리에 놀러왔을 때였다.
마침 지킴이네집에도 파리들이 들끓고 있었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나는 불판팀 친구들에게 파리를 좀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파리채를 잡은 구멍은 곧 날렵한 솜씨로 파리들을 연달아 잡아 족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교미중이라 서로 붙어 있던 파리 두 마리를 한 번의 후려치기로 잡아내 자랑하던 구멍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건 솔직히 너무 심한 처사였다.
'파리들도 섹스할 때는 그냥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내가 말했는데, 누군가 '오히려 그게 더 행복한 죽음'이라고 반박을 하기도 했었다.
그건 그야말로 생이별이었다.
파리에게도 생이별의 아픔은 클 터.
난 대추리 주민들을 땅에서 쫓아내는 것이야말로 서로 사랑하며 잘 살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을 강제로 떼어내 이별시키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땅과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땅에서 찢어놓는 그런 생이별의 고통을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자라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너는 무엇과 결혼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또는 당신은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면
서슴지 않고 '나는 땅과 결혼했소'라고 대답할 사람들.
그 땅이 죽어가고 있고, 그 사람들은 애인이 죽어가고 있기에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어루만져 줄 수도 없기에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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