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이란 무엇인가나의 화분 2005/10/16 03:47'노동해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해왔다.
그런데 노동해방이 이뤄지면 실제로 어떤 모습이 될지, 그리고 어떤 느낌을 나에게 가져다 줄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빈곤한 이론적 상상력 만으로 가슴 벅차오른다는 그것을 꿈꿔보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노동해방 같은 추상적 지향점들을 내 구체적인 생활의 경험들 속에서 새롭게 써나가보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가는 길이 생생하고도 절실한 길이되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노동해방이라는 말 앞에 두 단어를 덧붙여보고서야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생생히 느끼게 되었다.
'가사'노동해방.
그랬다.
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어 보았다.
이제 더이상 남을 위해 밥을 짓고 국을 끓이지 않아도 되고, 남을 위해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남을 위해 설겆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해가 질 무렵이면 저녁 반찬은 뭘 만드나 고민하며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고, 아침이면 더 자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고 일어나 그를 위해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
빨래를 하지 않아 그가 입을 옷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알기에 나는 노동해방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몸을 칭칭 휘감고 있던 거미줄을, 두 손을 휘저으며 막아보려고 해도 더욱 갑갑히 조여오던 그 찐득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거미줄 같은 사슬을 모두 걷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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