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이란 무엇인가

나의 화분 2005/10/16 03:47
'노동해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해왔다.
그런데 노동해방이 이뤄지면 실제로 어떤 모습이 될지, 그리고 어떤 느낌을 나에게 가져다 줄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빈곤한 이론적 상상력 만으로 가슴 벅차오른다는 그것을 꿈꿔보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노동해방 같은 추상적 지향점들을 내 구체적인 생활의 경험들 속에서 새롭게 써나가보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가는 길이 생생하고도 절실한 길이되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노동해방이라는 말 앞에 두 단어를 덧붙여보고서야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생생히 느끼게 되었다.
'가사'노동해방.
 
그랬다.
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어 보았다.
이제 더이상 남을 위해 밥을 짓고 국을 끓이지 않아도 되고, 남을 위해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남을 위해 설겆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해가 질 무렵이면 저녁 반찬은 뭘 만드나 고민하며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고, 아침이면 더 자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고 일어나 그를 위해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
빨래를 하지 않아 그가 입을 옷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알기에 나는 노동해방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몸을 칭칭 휘감고 있던 거미줄을, 두 손을 휘저으며 막아보려고 해도 더욱 갑갑히 조여오던 그 찐득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거미줄 같은 사슬을 모두 걷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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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6 03:47 2005/10/1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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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co 2005/10/16 09:34 Modify/Delete Reply

    노동해방이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노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노동만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을 만드는 사회가 아닌...노동을 하며 적절한 교양을 쌓으며 그와 함께 시민사회(직접민주주의하의 공직포함) 참여를 통한 사회적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그때야말로 진정 노동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하기 위해 모든걸 희생해야만 하는건 그야말로 노동지옥 노예노동에 지나지 않는것.

  2. tico 2005/10/16 09:36 Modify/Delete Reply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 노동시간을 법을 통해 규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임금 이상의 수준은 모두 세금으로 환수해야겠죠. 그 이하를 받는다면 보전해줘에겠고..

  3. 레이 2005/10/16 18:35 Modify/Delete Reply

    돕 // 나도 노동해방이 아직 뭔지는 잘 다가오지 않지만.. 가끔 딴 생각을 해봐요. 과연 노동해방이 왔을때, 지금 내가 하는일도 과연 생산적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일까 하고요. 물론 완결된 '해방'이란 존재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구성해가야 한다는걸 믿고 있음에도 가끔 그런 불안감은 남아있어요. ^^;;

  4. dakdoo 2005/10/17 15:24 Modify/Delete Reply

    너무 억눌려 왔기 때문일까요. 제대로 배운 일은 없습니다만 책에서 접하길 '노동해방'이란 뭐인가 엄숙하고, 준엄하고, 서글프고, 복잡한..나와 같은 무지랭이는 그냥 따라야만 하는 그런 걸로 그려졌거든요. 하지만 '복잡한 건 다 거짓'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일상을 벗어난 '거대한 해방'이 오히려 진짜 해방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위의 이미지 '혁명은 부엌으로부터'가 진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 dakdoo 2005/10/17 15:24 Modify/Delete Reply

    내 삶을 옭아 왔던 수많은 끈들을 볼 수 있는 건 정말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일 테고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숨길 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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