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행진에 다녀와서나의 화분 2005/10/17 23:43밤 늦은 시간,
여성행진에 다녀와 아랫집에 돌아왔다.
한 손엔 홍보판때기를 한 손엔 접이식 테이블을 들고
천과 달거리대 겉감과 안감 그리고 설문지 복사물과 피자매 본과 그밖의 유인물로 거북이 등처럼 묵직한 가방을 메고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렸던 10.17 여성행진에 갔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월경권을 알리기 위해, 아직 대안달거리대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많은 여성들에게, 그리고 들어는 보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많은 여성들로부터 설문조사를 받아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와 자기결정권의 소중함을 퍼뜨리기 위해 작은대안무역 친구들과 3시간 가량 부스를 차렸다.
여성행진에 온 사람들이라 대부분 대안달거리대를 알고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많은 여성들이 아직도 일회용 생리대 이외에 다른 종류의 생리대가 있다는 것을, 대안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매닉과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대안달거리대의 사용방법과 장점에 대해 알리고, 설문조사지를 나눠주고, 유인물을 돌렸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사실 성노동권의 문제에 대해 아직 피자매연대가 하나의 입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행사에 가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혹시 피자매연대 활동가 중 누가 '왜 의논도 없이 그곳에 갔느냐?'고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와 매닉이 여성행진에 가서 부스를 차린 것이 성노동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또는 단순한) 논쟁에서 피자매연대가 하나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피자매연대의 활동과 주장은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여전히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자매연대의 대안달거리대를 알리고, 만드는 방법을 알리고, 설문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여성행진에 피자매연대의 부스를 차렸던 것이다.
그곳에서 매닉과 성매매와 성노동권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또 부깽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이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바른 원칙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실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성매매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자발적인 성노동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에 대해 더 치열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단 성노동권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절실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담론적 실천의 장 또는 실천적 담론의 장 말이다.
그것은 잡지의 형태가 될 수 있고, 게시판이 될 수도 있겠고, 활동가 이야기마당이 될 수도 있겠고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다들 힘들고 바쁜 와중이지만 당신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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