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오줌에 젖다

나의 화분 2005/10/19 00:36
어제 꿈을 꾸었는데, 괴이했다.
기분이 무척 나쁜 꿈이었다.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남자 녀석이 나를 향해 오줌을 갈긴 것이다.
그남에게 나는 화를 내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얼마 후 그남은 다시 나에게 오줌을 갈겼다.
내 온몸이 그남의 오줌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화가 난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넝마주이가 쓰레기를 주을 때 사용하는 긴 집게가 보이길레 그것을 가지고 그남을 때렸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집게에 힘을 실을 수가 없었고, 맞고 있는 그남은 아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를 때리면서 나는 '이렇게 때려서는 전혀 아프지도 않겠군'이라고 생각했다.
힘을 줘 그남에게 고통을 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시원하게 그남을 때려주지 못해서 그랬는지 나는 속이 답답해졌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곤 아랫집 친구들과 감자조림과 마늘쫑, 두부부침을 저녁으로 먹으며 그 꿈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리, 아부지, 날맹은 좋은 꿈이라고 했다.
얘들은 나보고 복권을 사라고 했다.
글쎄, 이것이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꿈에 대해 좀 아는 느림이 왔다.
느림은 내 꿈이야기를 듣더니 당장 가서 복권을 사라고 했다.
 
난 평생 복권을 사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복권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복권의 속성을 나는 알고 있기에 장난으로라도 연관을 맺지 않으려는 것이다.
 
내가 복권을 사지 않겠다고 하자 느림은 자신에게 그 꿈을 팔라고 했다.
난 천원을 받고 그 꿈을 팔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꿈을 판 것은 처음이다.
찝찝했던 꿈을 털어버려서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그 꿈이 천만원이든 천억원이든 커다란 복이 되어 느림에게 돌아간다면 나 역시 기쁠 것이다.
물론 그 꿈으로부터 어떤 금전적 이익이 생겨나든 나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의미 있는 꿈이란 따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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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9 00:36 2005/10/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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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 2005/10/19 19:45 Modify/Delete Reply

    이런... 그 꿈은 내가 샀어야 하는데 말이지...ㅋㅋ 농담이구...
    근데 정말 진지하게 꿈 분석을 받고 싶다면 말이야, 나에게 맛난 밥상을 차려줘.... 나 그런거 해본 적 있거든...

  2. 돕헤드 2005/10/19 20:23 Modify/Delete Reply

    아침, 맛난 밥상을 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아랫집으로 오라구. 방금 나는 두부를 부치고, 향긋한 표고버섯과 양파를 볶고, 깻잎과 상추를 씻어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홀로 차려 먹었단다.

  3. 麻 姑 할 미 2005/10/20 13:44 Modify/Delete Reply

    에구~ 왠일이랴? 약골님이 '꿈'을 판거까지야 그러타구치구,, "베락을 맞아 디질지두 모를"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는 소식에 이 할망구 아연실색~ 기함(=졸도) 하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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