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유리가 좋았어요
평화가 무엇이냐 2005/10/15 01:43그동안 저희들이 신촌, 인사동, 광화문 등지에서 길바닥평화행동을 했는데, 저는 수유역에서 한 것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곳은 왠지 사람 사는 곳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인사동, 광화문, 신촌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그냥 휙휙 사람들이 지나쳐 가는 곳이라는 느낌을 저는 많이 받았어요.
어떤 인간적인 느낌 같은 것은 별로 없고 그냥 차가운 바람만 쉥쉥 불어오는 곳 같았거든요.
그런데 13일 목요일 저녁은 뭔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 그곳이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사동이나 광화문에는 사람이 별로 살지 않잖아요.
그런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행인(行人)이라면 수유리에서는 주민(住民)을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즉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다'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겠죠.
누구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에 잘 적응되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평화 캠페인을 벌여도 이들의 주목이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답니다.
다양한 직업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들은 보다 더 서민들과 만나야 하고요.
그리고 '조약골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깨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혹자의 평가도 수유리가 맘에 드는 사소한 요인이기도 하고요.
물론 저로선 약간 멀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