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가 된다는 것나의 화분 2005/10/13 07:19- 권력자가 되어보니 어떠냐?
= 비참하고 쓰라린 기분이었소.
- 권력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런 기분이 들더냐?
=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었소. 상대의 비명에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었소. 상대의 고통에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소.
- 필시 좋은 느낌은 아니었겠구나.
= 더러운 똥을 입에 가득 채워넣고 꽉 깨물고 있는 느낌이었소.
- 누구든 권력자가 될 수 있더냐?
= 관계에 있어서는 누구든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이 권력자가 되었는지도 모를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오. 권력을 쥐고 흔드는 순간엔 그 황홀함에 취해 약자가 내지르는 비명에 찬 고통소리는 들리지 않는 법이라오.
- 누구든 권력자가 될 수 있다면 결국 아무도 권력자가 될 수 없다는 말과 같지 않더냐?
= 현실 세계에서의 권력관계라는 것은 그렇지 않소. 한번 권력자의 반열에 올라선 자들은 그 불평등한 관계를 존치시키려 한다오. 그래야 자신이 향유하는 권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에. 결국 권력은 항상 한 편으로 몰리게 되어 있소. 누구나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그러므로 권력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과 같소.
- 권력다툼이란 종내 끝날 수 있는 것이더냐?
= 그것은 약자의 몫이오.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 권력자를 끌어내려 자신이 서있는 곳과 같은 위치에 맞출 것인지 전적으로 약자가 결정을 내리게 된다오. 왜냐하면 권력자 스스로 내려오는 법은 없기 때문이오.
- 약자에게 권력자를 끌어내릴 힘이 있더냐?
= 있소. 권력다툼을 영원히 소멸시켜버릴 힘은 오로지 약자에게서만 나오는 법이오. 약자가 가진 이 무한한 힘에 비하면 권력자가 누리는 힘이란 유한한 것이오.
- 약자는 그 힘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
= 관계를 바꿔나가야 하오. 바로 자신에게서 시작하시오. 조그만 권력자들을 하나하나 차례차례 끌어내리는 것이오. 조그만 권력자들이 모이고 모이면 보다 큰 권력자들이 된다오. 큰 권력자들은 또 뭉치고 뭉치면 거대한 권력자가 된다오. 거대한 권력자들은 힘을 합쳐 만인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유일자를 만들어내게 되어 있소. 유일자를 끌어내리려면 먼저 주변의 조그만 권력자들부터 바꿔나가야 한다오. 그래서 관계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나온 것이오.
- 권력자가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처참하게 폭력을 휘둘러 약자를 제압하려 할 것이다.
= 권력자와 직접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약자는 어느 곳에도 없소. 하지만 맞장을 떠 싸우지 않고도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방법은 세상에 아주 많다오. 그 방법들은 보통 비폭력직접행동으로 불리기도 한다오. 상대의 고통을 똑똑히 보고 느껴주는 것, 상대의 비명소리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 시작이오. 폭력이 심해지면 잠시 피해있어도 좋소. 하지만 폭력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오. 결국 상대의 존재를 부정해버리게 되므로 관계는 파탄나게 되고, 권력관계는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오. 상대의 부정은 결국 자신의 부정으로 이어지게 된다오.
- 하지만 외톨이가 된 권력자들은 또다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만들어내고, 우월적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는 것을, 너는 잊었더냐? 권력관계를 해체해가는 속도보다 새로운 권력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 바로 거기에 전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힘. 우리가 믿을 것은 그것밖에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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