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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 corset. "배와 허리 둘레를 졸라매어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착용하는 속옷."
꽉 조이는 옷은 고대 미케네에서도 남녀가 착용했었다는데, 코르셋은 중세 이후 유럽에서 의복 스타일과 함께 발전한 모양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자연스러운 몸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의복 스타일로 변모하자 코르셋도 합성섬유 재질로 바뀌어서 몸을 속박하는 정도도 낮아졌단다. 그 전에는 철사나 고래뼈로 만들어서 "육체의 속박", 그 자체였다고 한다. 특히 여성 속옷으로서 일반화되어서 코르셋은 여성의 육체를 통제하는 의복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코르셋을 착용하면 어떤 느낌일까?
파란꼬리의 큰고모님께서 돌아가셨다. 이대 목동 병원으로 문상을 가려니 평소와 달리 무엇을 입고 가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말걸기 안면보다는 파란꼬리 체면이 더 중요하니 정장을 입고 가기로 했다. 5년 전 결혼식에서 입었던 짙은 회색의 정장이었다. 봄, 가을용 정장이라 껴입을 수 있는 건 다 껴입자는 생각에 조끼도 입었다.
5년이란 세월동안 말걸기의 몸통 굵기가 변해버렸다. 최근에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더 그렇다. 당시에 넉넉하게 옷을 맞추어야 한다길래 정말 넉넉한 사이즈의 정장을 마련했는데 이제는 넉넉함이 사라져 버렸다. 그 정도가 아니라 조끼를 입고 돌아다녔더니 점점 이 녀석이 말걸기의 몸통을 조이는 것이었다.
문상 가서 저녁까지 먹으니 조끼는 더 조였다. 차려 입는다고 정장을 골랐으니 조끼를 벗어놓을 수도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계속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고래뼈로 만든 조끼라면 이보다 숨 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옷은 사람을 속박한다. 옷이 불편해도 그렇지 않은 척 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불편해 하더라도 그 불편을 거부했을 때의 부담을 지려하지 않는다. 어려워 한다. 이런 게 문화이자 생활이다. 인간은 여기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19일은 말걸기의 엄니의 생신. 매년 겨울이면 가족과 함께 눈꽃 열차 타고 한 바퀴 돌고 오길 바라시는 엄니. 올해는 생신날 눈꽃 열차를 탔다. 눈꽃 열차, 그 종류도 많다만 말걸기로서는 처음 타 본 눈꽃 열차는 결국엔 '인삼 열차'가 되어버렸다.
아침 7시 40분에 영등포에서 출발한 열차는 청량리를 거쳐 양평, 제천을 지나 첫 관광지로 추전역에 머물렀다. 추전역은 해발 855M로 한국에서는 제일 높은 역이다. 별거 없다. 애초에 산골을 여행하길 계획했다면 멋진 곳이었겠다. 그러나 10분간 정차한다는데 산골여행은 무슨.
다시 칙칙폭폭. 그 다음 정착역은 승부역. 역 바로 옆이 계곡이다. 눈 덮인 바위 사이로 졸졸 흐르는 강물. 저쪽 편에는 강물을 얼려 썰매도 탄다. 분위기 좋다. 사진 몇 장 찍으니까 열차에서 방송 튼다. 어서 타라고. 정차 시간 40분. 뭘 하겠냐.
마지막 정차역은 풍기역. 멀리도 왔다. 가장 긴 정차시간을 주었다. 50분. 동네 산책이나 해야겠다 싶었으나 역 밖으로 나가자 온통 인삼가게 말고는 없었다. 관광 열차 안내하는 사람도 인삼 관광이나 하란다. 진짜 할 거 없어서 포장마차에서 오뎅 사먹고 인삼 시장에서 홍삼 건빵이나 사왔다.
밥 세 끼를 열차 안에서 도시락 까먹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밥 늦게까지 돌아댕겼는데 이게 뭐냔 말이다. 이걸 눈꽃 열차라고 하냐? 인삼 열차지. 대한민국 관광업계는 관광 상품을 이 따위로 만들어 놓고 관광 수지가 어쩌고 한다. 참으로 재수 없다. 바보시키들.
파란꼬리가 같이 가서 모델하면서 놀아주니 그나마 화는 안 났다. 아래는 죄다 승부역 주변.
저 노란 벙어리 장갑에 주목하길 바란다.
(여기 있던 사진... 파란꼬리 검열로 삭제. ㅋㅋ.)
말걸기의 [방문한 분들께 감사] 에 관련된 글.
바빠서, 관심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숲'이 걸린 전시관을 방문하지 않을 분들.
미안해 할 건 없는데...
기록이나 해 두자는 취지에서 전시 장면 잠깐 소개.
(이것 참 화이트밸런스 맞추기 힘드네...)
그리고 오늘의 보너스는 어제에 이어 전시장의 파란꼬리.
말걸기는 파란꼬리를 참 좋아하나보다.
말걸기의 사진이 걸린 전시관에 파란꼬리가 다녀갔다.
심심한 말걸기와 놀아주느라고 전시관에서까지 모델로 나선 파란꼬리.
오늘 우수사랑이, 장미꽃을 손에 쥔 우영과 함께 와서 말걸기에게 점심을 사주었고,
re가 작고 이쁜 화분을 선물로 남겨주었고,
슈아는 캔버스천 말고 비싼 디아섹(사진과 유리를 접착하여 장기보존토록 함. 무지 비쌈)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불을 질렀고,
스머프는 예쁜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방문해 주었다.
자형도 조카와 방문해서 저녁을 사주었다.
주말에 진경네 가족들이 방문해서 예쁜 메모를 남겨주었다.
또 부모님도 다녀오셔선, "난해해서 모르겠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상 어수선한데 복이라도 챙기셔야지요.
하지만 너무 많이 받아 챙기지는 마세요.
적당히 배부를 만큼만 받으시고 나머지는 주위에 베푸세요.
나눈 복은 후년에 돌아오겠죠. 아님 말고.
말걸기가 바라는 새해 최고의 복은,
"맘 편하게 살기"랍니다.
맘이 불안하면 놀아도 뒤숭숭, 일 해도 뒤숭숭.
맘이 편해야지 삽질을 해도 보람이 있지 않겠어요?
말걸기의 [대선 특별 당비] 에 관련된 글.
11월에 알바한 돈이 얼마 전 계좌로 쑝~ 들어왔다. 얼마 안 되고 하니 프린트 값으로 챙겨나 두어야지 하고 있다가 몇 푼은 양심수를 후원하기로 했다. 당권파 하는 꼬라지를 보고서 돈 생겼다고 대선 특별 당비로는 절대 못 내겠고 고생하는 사람 돕기로 했다.
대한민국에 양심수가 한둘이겠냐마는 죄다 말걸기와는 연고가 없는 이들이라, 실은 양심수의 수감생활엔 별로 관심이 없다. 경찰서 유치장은커녕 닭장차 한 번 타보지 못한 말걸기가 억울하게 갖혀 사는 사람 마음을 헤아릴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씹딱꾸리같이 100만 민중대회라고 권과 당지도부가 뻥친 지난 11월 범국민대회에서 경찰 때렸다는 혐의로 연행된 사람 중 유일하게 한 명만 구속이 되었는데(이건 고양시위원회 얘기고 민가협 집계는 다르다), 그 사람이 고양시 당원, 그것도 말걸기가 사는 행정동인 백석동 분회원이란다. 뭐 이 정도면 대충 엮을 수 있는 연고가 있는 걸로 칠 수도 있겠다.
이 사람은 아직까지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받아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는 아니다. 이 사람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치소에 갖혀 일을 못해 가족의 생계가 위기에 처한 모양이다. 그래서 고양 당원들이 배달도 도와주고 그러는 모양이다.
아는 사람도 아닌데 의협심 발휘하는 것도 뻘쭘하고 말걸기 코가 석자라 배달일 따위를 도와주는 척도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몇 푼 후원하기로 했다. 세탁소가 어딘지 알면 세탁물도 맡겨 보겠는데...
물론 이 후원은 대선 특별 당비 거부에 대한 '찔림'을 보상하기 위한 후원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이유가 크다. 그래서 딱 대선 특별 당비 금액만큼만 후원했다. 작은 금액이라도 그와 가족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이 될 터이니 금액만큼 뿌듯함도 느낄 수 있겠다. 그리고 후원회장이 산오리님인 것도 후원을 부추겼다.
■ 아래는 고양시위원회가 만든 구속된 양일석씨 후원 웹페이지.
http://www.goyangnews.com/bbs/zboard.php?id=ilseok_schedule
이 후원 페이지는 양일석씨 구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양시위원회 백석분회 양일석 당원은, 지난 11일 서울 시청앞에서 열린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과정에서 연행돼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양일석 당원은 이날, 연행되는 당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됐으나 경찰측은 양일석 당원이 경찰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봉을 이용, 전경들을 구타했다는 혐의를 씌우고 있습니다. 양일석 당원은 연행되는 당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몸싸움이 있었으며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경찰과 법원은 전경들의 일방적인 증언만을 받아들여 양일석 당원을 구속한 것입니다. 이날 집회과정에서는 모두 125명이 연행됐으며 이중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양일석 당원만 유일하게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양일석씨 후원회 계좌는 다음과 같다.
국민은행 293201-04-078697
곽장영(양일석후원회)
■ 이왕 양심수 후원하는 얘기 꺼냈으니 민가협 후원 웹페이지도 링크(후원 웹페이지를 보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행인의 애인님 이름도 있다).
http://minkahyup.org/html/sub.html
민가협 2007년 11 양심수현황조사 보고
2007년 11월 29일 현재 구속 중인 양심수 총 76명
1. 국가보안법 관련
강정구 교수 항소가 기각되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 4형사부 재판장 김한용)는 지난 11월 13일 선고공판에서 기고문 <한국전쟁과 민족통일(2000)>, 만경대 방명록 사건(2001)과 잡지와 인터넷 기고글(2002, ‘6.25는 통일전쟁’ ‘주한미군이 우리를 지켜준다고요’ 등)에 대해 북한활동에 동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며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를 유죄판결했다. 재판부는 2007남북정상회담 등 시대적 흐름에서도 북한에 대한 반국가단체 인식을 주장하며 국가보안법 적용을 그러나 이같은 판결은 학자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기의 견해를 표명한 사안에 대해 학문적 논쟁이나 토론으로 대신해야할 사안임에도 강교수의 단체활동 경력이나 특정 표현을 문제 삼아 국가보안법으로 단죄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의 본질를 침해하는 매우 우려스런 판결이었다.
한편 박준의(민주노동당)씨 1심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취득, 소지죄 무죄판결을 했다. 박씨는 이에 앞서 11월 13일 재판부의 보석결정으로 출소했다.
2. 11.11 범국민대회 관련 구속자
한미FTA반대,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걸고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 125명 연행 되었으며 이가운데 양일석(민주노동당) 오주성(전남대) 송종찬(민주노총)씨가 구속기소되었다. 이날 집회 관련 소환요구서를 받은 허 연(광주전남진보연대)씨가 11월 21일 조사받은 뒤 구속되었다.
3. 구속노동자 상황
한미FTA반대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 구속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욱(보석 출소)․김유신․김명선(이상 현대차 노조), 김희준(만도기계),김유신(현대차 아산), 남택규 허재우(이상 금속노조), 손태용(기아차), 최용우(민주노총).
한편 망향휴게소 폭력사태 관련하여 화물연대 노동자 8명이 구속되었다. 망향휴게소 노동조합은 30여 명 내외의 정규직 직원들로 대부분 여성과 고령자들인데 사용자가 신축건물로 이전하면서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노조원들을 해고하거나 용역업체 직원인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하여 이를 막기 위해 1년여 넘게 싸워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연대방문하자 용역업체 직원들이 캠코더 등을 통해 비밀 촬영하는 등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발적인 폭력사태가 벌어져 업무방해,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편 이랜드 관련 상암동 홈에버 매장 앞 불매집회에 참가했던 노동자 2명이 추가로 구속되었다. 이군봉, 박명수(뉴코아 노조).
대한민국에 양심수 참 많다.
대선 특별 당비 거부한 당원들 돈 좀 있으면 양심수 후원하는 것도 좋겠다.
요즘 머리 속을 벵벵 도는 얘기는 많은데 제대로 못 쓰겠다.
그래서 대충...
*
수요일엔 알바하러 학원 같더니 말걸기가 맡은 학생 12명 중 7명만 출석을 했다. 게다가 일곱 중 셋은 중간에 도망가고 논술 답안 제출한 넷 중 셋은 문제 하나도 제대로 못 풀었다.
이건 뭐냐. 한 반에 네 명의 첨삭선생들이 있는데 다른 선생들이 맡은 학생들은 저러지 않는다. 얼마나 첨삭지도를 못했으면 저럴까. ㅠㅠ.
**
작품 하나 만들기 너무 힘들다. 손에 잡히질 않는다. 촬영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껏 찍어 놓은 걸로 만들어야 한다. 애초에 필 꽂힌 작품이 아니라서 그런가? 유독 말걸기만 후반 작업이 많은 작품을 하게 되었다.
학원생들 출석이 저조해 수입도 변변치 않을 텐데 작품 프린트 비용은 어마어마할 듯하여 요것도 꿀꿀하다. 이번 알바로 장농도 사고 내년 등록비도 마련해 볼까 했는데 프린트로 다 날리게 생겼다. 2.5 제곱미터는 족히 넘을 듯하니..
돈다발 없으면 예술 못 한다니까.
***
대선은 남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NL-국민파 동맹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걔네들을 '정치적 올바름'이나 '도덕적 강령'으로 재단해 봐야 속만 터지고 얻는 것은 없다. 결국 '좌파'의 '정치적 올바름'이나 '도덕적 강령'은 거대한 무능과 오만을 가리는 손바닥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이념적 좌표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의 좌파들의 이념적 좌표가 지구에 없거나 최소한 한국에는 없다는 뜻이다. 지들이 한 짓거리도 파악 못하는 이념적 좌표를 어디나 쓰나.
****
대선을 앞두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 진보 꼬라지가 '꼬라지 하고는~'이 되고 있는 마당에 사회주의-사민주의 논쟁이나 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랄 쌈싸먹고 있다.
이들은 나름 '좌파'로서 '운동'을 해 온 '활동가'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진정 인민의 문제를 풀기 위해 대가리와 몸을 바친 적이 없는 이들이다. 혹은 대가리와 몸을 바친 적은 있으나 거기서 배운 게 없는 자들이다.
왜냐면, 문제 설정이 틀려 먹었기 때문이다. 어디 책에 쓰인 것들 조합해서 사회주의-사민주의 개념 정리하고 자빠졌다. 주사파 애들은 뇌 전체에 보톡스 맞았다면 이 인간들은 뇌 반쪽에 보톡스 맞은 것 같다.
이 반쪽 풍선대가리들은 지들이 꺼내 놓은 개념들로 최소한 지난 8년 간의 민주노동당을 진단하는 데에 써먹지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개념들로 민주노동당을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걸 놓치게 되는지는 더욱 모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국회 입성 후 철저하게 '의회주의'의 길을 걸었다. 국회의원을 포함해서 국회에 들어가서 일한 각 정파의 활동가들 죄다 '의회주의'에 4년을 몸 바쳤다. 사회주의자, 사민주의자, 진보주의자, 개혁주의자, 민족주의자, 극우파 할 것 없이 말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여기다가 이념이 어쩌구 할거냐? '정치적 올바름'이나 '도덕적 강령'을 들이밀래? 바보시키들.
*****
파란꼬리와 별거를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얼마 남지 않는 별거지만 근래에는 '외로움'이 스민다. 사실은 외로움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것이 외로움인가 보다' 하는 것이다. 문득문득 파란꼬리가 눈앞에 보인다.
파란꼬리는 별거 중에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는 거 봐준다고 했지만 알바에 작품 준비까지 있어서 불가한 프로젝트다. 근데 큰일인 건 스치는 모든 여인들이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이 또한 괴로운 일이다.
이번 별거는 어찌 보면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걸로 위안은 삼아야지.
******
아무래도 요즘 수다를 못 떨어서 대가리 속이 꼬였나 보다.
말걸기님의 [호칭과 지칭, 그리고 존칭과 존댓말] 에 관련된 글.
말걸기가 평등한 관계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관계만 맺고 살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평등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사람들하고만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 말걸기는 언제부턴가 열심히 호칭에서도 세태와 타협하고 있다.
요즘 말걸기는 예전에는 겪지 못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도 두 가지나. 하나는 사진 배우러 다니는 곳에서이고 또 하나는 제철 맞은 논술학원에서이다. (그러고 보니 한편에서는 배우고 다른 편에서는 가르치고 있구나.)
"선생님, 작품 가지고 오셨어요?"
"선생님, 원고지에다 이렇게 써도 돼요?"
말걸기는 배우는 곳에서나 가르치는 곳에서나 '선생님'으로 불린다.
사진 배우는 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 지긋한 양반들이다. 그곳 교수나 강사들보다 나이가 많다. 물론 젊은 20대도 있고 30도 적지 않지만 모두들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고 하니, 교수나 수강생이나 서로들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교수님'나 '사장님'이란 호칭도 통용되고 젊은 사람들이끼리는 친해지면 '아무개야'나 '누구씨'로도 부른다. 말걸기가 다니는 반은 나이 많은 양반들이 많아서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걸기는 대체로 '누구씨'로 통한다.
재미 있는 건 말걸기보다 나이 많은 주임교수들은 말걸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젊은 강사나 조교는 '누구씨'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또 하나, 나이든 아저씨들은 '누구씨'라고 부르는데 나이든 아주머니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주임교수들이 수강생 모두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40대 교수들 세대의 문화적 환경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의 반영인 듯한 느낌도 든다. '선생님', 얼마나 겸손한 듯하면서도 고상한 표현인가? 말걸기가 그곳에서 처음로도 '선생님'이라는 소릴 들었을 때 속으로는 화들짝 놀랐다. 경기 일으키는 줄 알았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대충 적응했다.
강사나 조교들은 나이도 그렇고 '선생님' 문화에 아주 잘 적응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들도 나이 많은 수강생들에게는 '선생님' 소리 하지만 말걸기에게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 말걸기에게 차마 '선생님' 소리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더 정이 간다.
아마 아주머니들은 조금 더 친근해지면 '누구씨'라고 부를 것 같다. 말걸기가 다니는 반에서는 말걸기만 소위 '젊은 사람'인데 그래서 아주머니들은 말걸기를 '챙긴다'. 나이 든 사람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건 아저씨들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점이다. 성별에 따른 문화는 정말 다르다.
반면에 알바 다니는 학원에서는 가르친다는 의미로 '선생님'으로 불린다. 여기서 '누구씨'로 불리는 건 무척 어색하긴 하겠다. 하지만 두 가지 의미에서 편치 않은 점이 있다.
말걸기가 정말 '가르치는 사람'일까 싶다. 요즘 말걸기가 하는 일이 수능 끝나고 정시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응시생들이 쓴 논술답안을 봐주는 거다. 과연 이 기간 동안 응시생들은 얼마나 배울 수 있을까? 말걸기는 대체로 무난하게, 혹은 잘 가르치고 있다고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학생들 실력이 늘까? 결국 가르치는 것도 별 거 없으면서 '선생님' 행색이나 하고 있는 듯하다.
또 하나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면서 학원에서도 위계의 상위를 점한다. 학원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도 한다. 순수하게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런 위계가 그들에게도 아주 자연스럽게 베어 있다. 과거에 말걸기가 그랬던 것처럼. 말걸기는 이 위계에 아주 잘 적응을 하고 있는데 그게 '돈 잘 버는 방법'과 내연의 관계에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는 어떤 상황에서 만난 사람이든 처음 만났거나 사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나이 불문 절대 반말 안 한다. 그게 예의이니까. 좀 친해졌다고 형, 오빠, 선배 노릇한다는 게 얼마나 재수가 없냐 이거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아주 쉽게 반말이 나온다. "아무개, 이리 와 봐" 따위.
어쨌거나 불편한 '선생님' 관계이다. 불쾌하거나 재수없거나 그런 건 아닌데 불릴 때마다 왠지 솔직하지 못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하다. 이런 관계는 정말이지 '계약' 관계인 것 같다. 계약이 끝나면 함께 끝인 관계. 계약 만료 후 다른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다시 만나도 불편할 관계.
호칭은 이처럼 관계를 정해 주기도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귀에 굳은살 박히도록 들은 질문이 있다. 아마도 2003년도부터였겠지, 그 해에 파란꼬리랑 '공식적'인 결혼을 선포했으니까.
이런 질문.
"애는?"
처음부터 이 질문은 기분이 나빴다.
4년도 더 된 이 물음들의 대답은 속과 겉이 달랐다.
속으로는,
"남이사."
겉으로는,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따위.
남이 애를 낳건 말건 상관할 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애는?"이라는 질문을 한다. 말걸기는 이런 질문이 한국의 문화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속과 겉이 다른 대답을 해왔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결혼은 했느냐, 애는 있느냐를 먼저 묻는다. 가끔씩 보게 되는 친구들도 이제는 소식이 있을 법하다고 한다. 아마도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하면 애를 낳는 게 당연한 거니까 저 부부는 애를 언제 날까 궁굼해 하며 그 궁금함을 표현하는 게 '예의'라는 거지.
그래서 가끔은 말걸기도 '예의' 상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말걸기가 통념 안에 위장하고 있어야 편할 때이겠다. 또는 이런 실례를 이해해 줄거라고 믿는 사람에게도 하곤 했었는데 그건 말걸기가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조언을 우회적으로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태도가 지겨워졌다. 그래서 앞으로는 주변에서 "애는?"이라는 질문을 하면 "상관 마!"라고 대답할 거다. 물론 남에게 애 낳을거냐 따위는 묻지도 않을 거다. 그리고 말걸기의 바뀐 태도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주 개지랄을 떨어줄 거다. 만약 말걸기의 개지랄에 대항하는 자가 있을지 알 수 없어 강력한 무기도 하나 마련해 두었다. 이 무기에 끄덕 없는 자는 인간성이 제로인 자이니 주위에서 매장당할지도 모른다.
자, 그럼 말걸기는 왜 이런 질문이 지겨워졌을까? 간단하다. 4년도 넘게 똑 같은 질문을 주위에서 반복해서 들어봐라. 안 지겹겠나. 정말 지겨워질지 안 지겨워질지 실험당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걸기가 매일매일 물어주마. 4년 버티는 인간 없을 걸. 말걸기는 참 오래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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