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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피곤했는지 그날은 일찍 잠들고 싶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잠을 잘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파란꼬리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의정부라나 어디라나 보건소였다.
보건소?
말걸기가 어디 아픈가?
아닌데...
부탁할 일이 있단다.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었는지 어느새 집까지 찾아왔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보건소가 운영하던 종합병원이 그 근처에 있었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병원을 없앴단다.
그래서 긴급한 환자(아무래도 저소득층이겠지)가 있었는데 자기들이 살피지 못하고
저 멀리 부산까지 보냈단다.
지금 부산 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데 무슨 사정인지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단다.
자기들 병원(결국 병동이 없다는 뜻이겠지)이 없어서 서울 저 구석에 있는 병원으로 말이다.
이런 일을 말걸기에게 부탁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말과 표정에서는 자기들은 다른 일에 치어 할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 달란다.
그들의 부탁이 더 황당한 건,
말걸기는 어떤 교통수단으로 내려가야 하고
그 환자는 어떻게 데리고 와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내려가는 비행기표는 있느냐? 올라올 때는 엠뷸런스 타고 오냐?
이런 질문에, 자기들은 돈 없고 하찮은 신세라는 얘기만 하더라.
예산 지원 안된다는 뜻?
그날따라 피곤했기 때문에 저 멀리 남쪽 동네까지 갔다오면 괴로울 듯했다.
더구나 꽤 아픈 환자를 데리고 와야 하는데 그 사람에게도 좋지 못할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걸기의 머릿속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비행기도 없다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누구차를 빌려타고 갈까?
올라올 때 환자를 그 차에 싣고 올 수 없다면 엠뷸런스는 구해야겠지?
지금의 몇 시니까 언제쯤이면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고... 등등.
말걸기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단호히 거절하면 안될까?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사정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그 일은 어떻게 풀어가면 되겠군'하는 나름의 '기획'을 하고 있으니
일 부탁하는 상대가 포기하겠냐구.
알바도 그렇고 뭐도 그렇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벌여가지구...
언놈들이 또 나타나서는 엮으려고 난리다.
그러니 꿈에서까지 이상한 부탁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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