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게 말할 수 있도록 해.

2009/01/14 15:23 베껴쓰기

◆ 말들은 기억이 떠오르도록 그녀를 도와야 하지만 그녀 안에서 기억을 바래게 만든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단지 기억될 수 없는 고통들뿐.  

(......) 

◆ "당신에게 말할 때, 마치 제 자신을 감싸 보호하고 있는 제 자신 전체가 저를 버리고 노출시키며 너무 약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 전체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당신 안에서 저를 배반하고 있는 걸까요?"

그가 예감하는 것은, 기억이 그녀 안에서 기억되고 떠오를 수 있도록 그가 충분히 그녀를 멀리 데려가기를 그녀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을 그들은 매 순간 끊임없이 떠올린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 비밀스럽게.

마치 생각 속에 고통의 공간이 있는 것처럼.

(......) 

내가 네게 말할 수 있도록 해. 그녀는 이 말을 하기를 진정으로 원했는가? 그녀는 이 말을 해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아니에요. 저는 후회할 거에요. 이미 후회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약간 슬프게 덧붙였다. "당신 역시, 당신도 후회할 거에요." 곧이어 그녀는 분명히 했다. "저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을 거에요. 거의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에요."—그렇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요." 그녀는 웃었다. "그래요, 그러나 문제는 제가 이미 시작했다는 거에요. 지금."

_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 특히 과거지사를 저도 모르게 술술 늘어놓다 보면...

어어~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 돌아서면 낯뜨겁고, 불편하고, 뭐 그러면서도 대면하면 얘기하게 되는...

[모든 관계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적인]  관계가 시작될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의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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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15:23 2009/01/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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