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한 일
David J Bellak, 1970, <잉그리드>
내키지 않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기로 했지만, 내킴과 내키지 않음, 그럼에도 결국엔 내가 해야 할 일임 등등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어려운 법이라... 더이상 의미 없어지기 전에 해치웠다. 그러곤 기어이 좀 힘들고 서글픈 느낌이 든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었나? 그러나 어쩌겠어. 결국 했으니, 그만이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아니라면... 결국 준비된 순간을 맞이해 본 적이 없음을 기억해 낸다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은 나 자신뿐이라면... 애초부터 내가 의도했던 바가 일종의 잉여였음을 내가 인정한다면... 그 잉여에 대한 보상이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들에 아주 드물게만 주어졌을 때조차 어찌나 어색했던지 다시금 떠올린다면... 결국 삶이 내게 가르쳐 온 바가 으쓱거림보다는 겸허함이었음을 받아들인다면... 내 변화와 성장이란...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감당하고, 감사해하는 일에 불과하다. 다만 내게 시간이 좀더 필요할 뿐이다. 지금껏 그랬듯이.
보탬/
요사이 저녁 무렵 듣기 좋은 음악으론
<사과>(심현정)과 <멋진 하루>(김정범)의 OST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을밤에 어떤 음악이든 좋지 않겠냐만은, 또한 누군들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시절이냐만은,
두 음반(과 영화)의 매력은 그저 자기 자신의 황폐함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데서 머물지 않는다.
현정(문소리)가 무작정 사과하는 법을 배우고, 희수(전도연)가 부끄러움과 배려의 능력을 되찾듯이...
자존이란 결국 무언가 행동할 줄 아는 데서 나온다고, 우리가 감히 그래도 된다고 차분히 격려해 주는 것 같다.
-
무연 2008/10/22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잘 지내니? 간송 미술관에는 다녀왔는지(^-^)? 그나저나 지난 포스트를 보니 생일이었구나.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
강이 2008/10/22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아, 간송은 구름처럼 몰린 사람들 소식에 포기하였어. 부디 신윤복 열풍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 대신 현대미술관과 중앙박물관에 다녀올까 해. 축하 고마워(근데 인사로만 때우려고? 흥, 어림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