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증산과 대원사
모악산 대원사로 향했다. 모악산은 김제와 완주군에 맞닿아 있고 전주와는 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산이다. 산 입구에 도착한 것은 11시 경, 모악산 서쪽에 위치한 금산사 탐사 직후 동쪽의 완주군 구이면 소재의 대원사에 당도했다. 이어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건너와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도착한 것은 1시 조금 넘어서였다.
잠시 대원사 답사에 대한 소감이다. 구한말, 증산도의 교조인 강증산 강일순은 1901년에 이 산에 있는 대원사(大院寺)라는 절에서 도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일순은 자기를 보고 싶으면 금산사에 있는 미륵불을 찾으라는 말을 남겼기에 증산계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모악산은 그야말로 중요한 성지요 순례지이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영성수련소’ 건물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네팔, 남아공화국, 리비아 등에서 영성수련을 위해 방문했다는 펼침 막이 보이는가 하면 번듯하게 지어진 각종 수련소가 네댓 개나 모여 있었다.
대원사는 강증산이 도통한 장소로 유명하고, 강증산은 진묵대사가 김봉곡에게 죽음을 당한 후 동방의 도통신(道統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건너가 서양의 문명을 열었다.’고 설파한다. “이제 다시 진묵을 동토로 불러와서 선경을 건설하는 데 역사하게 하리라.”라며 증산 자신이 후천세상 즉 조화선경을 건설할 때에 진묵대사를 중용할 것임을 선포한 점이다.
대원사는 이처럼 강증산이 진묵대사의 역할을 강조한 인연에 더해 강증산 자신이 대원사 칠성각에 은거하며 당시 주지로 있던 박금곡의 시봉을 받는 가운데 도통을 한 뜻 깊은 절이다. 대원사는 그래서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는 역사와 전설을 두루 갖춘 절이 됐다. 모악산 일대는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자생적인 민족종교가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대원사 행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 자신 불자는 아니더라도 법당에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잠시 겸손하게 예를 표하는 전향적인 자세의 소유자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조용하지만 겸손한 자세로 할 건 하는 사람이 되자. 아마 그랬더라면 그곳의 기운에서 나오는 그 어떤 화두 하나라도 영혼에 울리는 영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휘익~ 둘러보았으니 아쉬움만 남는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