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바 '머거봄'의 주인장 박춘림 씨는 이 가게를 오픈하기 전엔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많이 한 여성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5.18 기록잡지 '그날'을 발행하는가 하면, 성북구 정릉동에서 구의원에 입후보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을 만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 대면 봉사를 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원래 부지런한 성격과 맞물려서 봉사활동을 꽤 많이 해오던 터였다.
하지만 5~6년 전부터는 개인 활동에 전념을 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정성을 다해오던 '5.18 잡지 발행과 사랑방장학회' 활동이다. 여기에 더해 5.18 서울 기념사업회를 후원하는 일이며 영화제작을 위한 펀드 조성을 돕는 일에도 진심이었다.
벼락부자처럼, 가게를 열어 단시일에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생긴다면 그 누구라도 싫다고 할 사람은 없을 거다. 박춘림(春霖) 씨의 이름인 춘림은 순 우리말로 '봄숲'인데 그야말로 따뜻한 봄숲 같은 멋지고 따뜻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춘림 씨가 정말 뜻하지 않게 '샐러드 바'를 시작했다.
논현동에서 커피숍을 크게 하고 있는, 평소 춘림 씨의 부지런하고 참한 인성을 눈여겨보던 지인이 커피숍 한쪽을 질러 둔 공간이 있으니 "전기세만 내고 뭐든 한 번 해보세요!" 하는 것이어서 샐러드 바를 하게 된 계기다.
"괜찮은 기회다."
"큰 돈 안 들이고 뭔가 할 수 있겠네!"
"사양하면 안 되지?“
그 소식을 듣게 된 주변 사람들은 응원 겸 격려 겸 '뭔가 해보라'면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뭘 하면 좋을까?"
"우리 딸에게 다이어트 영양식으로 자주 해주던 샐러드라면 자신 있는데 이걸 한 해볼까."
그러나 일은 뜻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샵&샵(?) 점포 주인이 자기 가게 안에서 직접 한다면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춘림씨가 하려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 전기 계량기 빼기, 배달 앱 신청하기, 사업자등록증 내기 등 걸림돌이 한 둘 아니었던 것이다.
조용히, IT 계통의 설비업을 하고 있는 장부를 도와 세금 처리며 사무에만 공을 들이던 사람에게 때 아닌 발동이 걸린 셈이다. 그걸 시발점으로 논현동 쪽은 접고 독자적으로 문래동이야 당산동으로 점포 물색이 시작됐다. 그러다가 돌고 돌아 자신이 살고 있는 성북구로 다시 왔다. 구옥들이 즐비한 오래된 동네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하고 조촐한 상황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곧 직업인의 모드로 들어가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이 가상하기만 한 춘림씨의 모습이다.
"내가 만든 것을 맛있다. 잘 먹었다."며 "2번 3번 주문해주는 손님이 생겼다. 이만하면 단골이 아닌가?"라며 일에 힘을 다하고 정성을 쏟고 있는 자세가 영락없는 프로다.
지인의 지인인 모 단체의 사무처장을 인터뷰하기로 한 날이다. 장소를 때마침 춘림 씨의 가게 '머거봄'으로 잡았다는 전언이었다. 2주 만에 '머거봄'에 다시 갈 일이 생긴 것이다.
우와! 가게에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샐러드 바를 찾은 여자 손님이 보였다. 인터뷰이인 김샘도 미리 와 있었다. 김 선생과는 11시~ 12시20분까지 약 80분간 미팅을 하고 이후 점심을 '참치 샐러드 포케'로 먹었다. 덩치 큰 김샘이 말했다.
"한끼 식사가 충분히 되네요."
"그렇지요? 제겐 양이 좀 많을 정도에요.“
김샘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한 번 약속을 잡으면서 '닭가슴 샐러드' 한팩을 포장 주문하여 사가지고 나왔다. 춘림 씨의 가게 '머거봄'으로 낮 3시에 배달업체인 '요기요'에서 촬영하러 온다고 한다.
가까이 살면 자주 주문할 텐데(...) 아쉽지만 그래도 내 기준으로 보면 춘림 씨의 '머거봄'에서 벌써 두 번이나 미팅이 잡힌 거다. 이곳이 조용하면서도 맛있는 샐러드가 있어서인가 싶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