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소회 (Separation Anxiety) / 사람의 연민 / 꿈분류없음 2013/06/04 12:02 5월 31일자로 지난 해 8월부터 일하던 한 군데 일자리를 그만 뒀다. 일도 많이 배웠고 캐나다 사회의 비즈니스 문화도 아울러 습득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무엇보다 대단히 훌륭한 상사를 모실 수 있어 그 분을 통해 참 많은 상상력과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게, 그 양반이 나보다 무려 열두 살인가, 열세 살인가 어리다는 점이다. 언젠가 띠 (Chinese Zodiacs) 를 물어봤더니 나랑 같은 띠라서 설마, 이 양반이 나랑 동갑? 이랬던 적이 있다. 하긴 백인들 외모가 겉늙어 보이기는 하지. 일을 마치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거야, 찬찬히 되짚어보니 이런 사람을 다시 상사로, 수퍼바이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그런 공포(?)가 내게 있는 것 같다. 가득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개개인은 각자 자기 연민과 자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자기 슬픔이 가장 크다. 어떤 이에게 지구의 자전축은 바로 자기 자신인, 그런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드문 게 아니라서 새롭진 않지만, 온-오프에서든 만나면 피곤하다. 피곤하기는 하다. 게다가 이에 더해 지적 허영까지 갖춘 사람일라치면 거 뭐랄까, 읽던 책도 때려치고 싶게 만든다. 책을 읽었으면, 마음의 양식을 쌓았으면 적어도 밥값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피로가 누적된다. / 꿈에 썩 괜찮은 책을 샀다. 사려고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일대기와 역사를 다룬 안티크 책이었다. 영어판인지 일본어판인지 한국어판인지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값을 치르려는데 책파는 사람이 퀴즈를 맞춰야 그 책을 살 자격이 있다면서 너댓 개 퀴즈를 냈다. 주로 무로마치 막부에 관한 거였는데 마지막 답을 못했다. 책파는 사람이 넌 이 책을 가질 자격이 없다면서 그 책을 보자기에 쌌다. 슬펐다. 아마 요즘 그린비출판사 생각을 많이 해서 일본역사를 다룬 책을 꿈에서 만난 게 아닐까 그런 유추를 해 본다 (그린비 출판사는 일본사를 다룬 좋은 책들도 많이 만들었다). 한편 "너는 아무리 애를 써도 네가 원하는 건 가질 수 없어" 따위의 저주 내지 차별(인종 차별 등등)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싶어 괴로웠다. 아,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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