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 플러스분류없음 2013/05/31 07:51 어제 낮부터 4시간, 야간노동 10.5시간, 그리고 오늘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연달아 잇는 노동을 마치고 집에 왔다.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 이런 살인적인 노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보다 더한 일도 했으니까. 어찌되었든, 죽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도무지 먹고살 방도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내가 시간을 조절해서 동료들과 스케쥴을 분배하거나 도맡더라도 의논해서 하는 형편이었는데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일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나는 산 입에 거미줄을 쳐야 할지도 모르니까. / 그래도 나는 뭐랄까, 대단히 훌륭한 수퍼바이저들을 모시고 있는 편이라 다행인 축에 든다. 지금껏 만난 상사들은 모두 '인간적'이었다. 또 재미난 것은 대부분 게이 혹은 레즈비언, 퀴어 아이덴티파이하는 양반들을 상사로 모셨다는 것. 그렇게 하려고 애써도 어려운 일인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양반들이 다 나이스한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행히 괜찮았다. 아, 이런 행운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으려나. / 몸이 너무 힘들다.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다행인 것은, 정말 다행인 것은 다소 젊은 친구들과 일하니까 힘든 줄을 모른다는 거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물먹은 솜 같은 내 육신을 느끼노라면 아, 그래서 어르신들이 모든 일은 때가 있다고 하시는구나. 그 말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영겁의 노동은 지속될 것이다. 그것을 알고 믿기에 나는 오늘도 자분자분 걷는다. / 그러나 언제 그칠지 모르는 눈을 맞는 듯한 이 신비로운 고통은 감당하기에 때론 힘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 아침은 내 것이 아니야, 그렇게 주억거려도 시간은 재깍재깍 돌아가고 나의 발길은 어느새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시간을,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하니까. 남들이 뭐라해도 그래야 내 속이 편하니까. 그런데 점점 불편한 건가, 이건 뭐지. 계속 살이 빠지고 있다. 살이 계속 빠져서 저번에 산 바지가 아예 헐겁다. 바지가 늘어난 건 아니겠지, 계속 그런 헛물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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