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포비아
분류없음 2015/09/14 09:04
예전에 없었던 무서움? 공포? 바로 집안에서 발견되는 벌레.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벌레는 상관없다. 야외는 그들의 활동무대이고 그들 삶의 배경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그렇구나 할 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집안에 들어와서, 그러니까 꽃개가 사는 공간에 들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꽃개는 자지러진다. 패닉킹. 주로 꽃개의 파트너가 벌레를 처리하신다. 꽃개는 캬우치, 의자 위에 재빨리 올라가거나 "왜 쟤가 우리집에 들어왔어!?" 소리를 지른다. 요즘엔 많이 나아져서 파리채 같은 것으로 스매싱을 해 기절시키는 지경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손으로 잡거나 죽이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한다. 아주 작은 초파리 같은 것, 수박을 좋아하는 초파리 정도는 박수를 쳐서 잡을 때도 있긴 한데 실패하는 확률이 더 높고 손바닥이 많이 아프다.
일터에서도 가끔 이름모를 집벌레들이 나타난다. 꽃개는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클라이언트나 심지어 죽은 사람을 봐도 무덤덤한 편이다. 그러나 벌레는? 건물 안에 벌레가 등장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에 사무실에 벌레가 나타났다. 행정담당 직원이 꽃개에게 벌레를 죽여달라고 했다. 죽이라니? 벌레를? 내가? 다른 동료에게 벌레를 처치해달라고 take care of that guy please 부탁했다. 죽이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라고 걔네 집으로 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don't kill, just grab and let him go out 하지만 그이는 그 벌레를 콱 죽여버렸다.
행정담당 직원은 너 벌레를 싫어하니? 라고 물었다. 당연하지. 누가 벌레를 좋아하겠니? 라고 물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직원에게 실내에 있는 벌레는 나의 약한고리라고 말해줬더니 더 의아해한다.
나는 아마도 뭔가 나만의 로직으로 벌레에 대한 더블스탠다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실내에 있는 벌레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실내엔 벌레가 살면 안된다"는 명제를 고수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이제 샅샅이 찾아 공포를 극복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벌레가 나타날 때마다 같이 사는 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좀... 민망하다.
http://www.helpguide.org/articles/anxiety/phobias-and-fear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