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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육성, 통일교 재판에 등장 "일정 어레인지하고 싶다"...윤석열·펜스 회동 직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2/10 08:30
  • 수정일
    2025/12/10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성배 5차 공판] 2022년 대선 전후 9개 녹음파일 재생 ...2월 11일 나 의원, 통일교 부회장과 통화

  • 정초하(summer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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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통일교 천정궁(왼쪽)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권우성·남소연

 

[기사 보강 : 9일 오후 5시 50분]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재판에서 2022년 대선 직전 나경원 의원과 통일교 관계자의 '일정 조율' 통화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나 의원은 윤석열·펜스 만남 이틀 전 이뤄진 이 통화에서 "제가 일정을 어레인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과도 접촉했다"고 진술하며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을 항햔 국민의힘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당 중진인 나 의원의 육성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9일 오전 전씨의 다섯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전씨는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현안을 청탁받으며 건네받은 샤넬백,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건희에게 전달한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지난 9월 8일 구속기소됐다.

 

[기사 보강 : 9일 오후 5시 50분]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재판에서 2022년 대선 직전 나경원 의원과 통일교 관계자의 '일정 조율' 통화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나 의원은 윤석열·펜스 만남 이틀 전 이뤄진 이 통화에서 "제가 일정을 어레인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과도 접촉했다"고 진술하며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을 항햔 국민의힘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당 중진인 나 의원의 육성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9일 오전 전씨의 다섯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전씨는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현안을 청탁받으며 건네받은 샤넬백,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건희에게 전달한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지난 9월 8일 구속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22년 1~9월 대선을 전후해 윤 전 본부장, 이아무개 전 통일교 부회장, 전씨 등이 ▲ 통일교가 주최하는 행사 등을 매개로 여야 대선 후보 측에 접촉하고 ▲ 윤석열 당선 뒤 통일교의 청탁 전달을 위해 모의하는 내용 등이 담긴 9개의 녹음파일이 현출됐다. 이 과정에서 2022년 2월 11일 이 전 부회장이 나 의원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나 의원이 이 전 부회장에게 통일교가 관여하는 행사의 일정을 문의하고 장소 변경, 윤석열(당시 후보) 참석 등을 상의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나 의원은 이 전 부회장에 구체적으로 "제가 조금 일정을 가운데서 어레인지(조정)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장소를) 제3의 장소나 우리 당사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나경원 : 어쨌든 통일교에서 초청해서 오신 거잖아요.

이 전 부회장 : 네 맞습니다.

 

나경원 : 그러니까 통일교에서 약간 일종의 핸들링(관리)을 할 수 있는 게 있는 건가?

이 전 부회장 : 일정 전체에 대한 핸들링을, 한 번 이야기를, 우리 쪽에서도 이제 모시고 온 분들하고 얘기를 나눠봐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 UPF(천주평화연합, 통일교 유관 단체)의 미국 쪽 스태프들하고.

 

나경원 : 저는 가급적이면 일정을 제가 조금 가운데서 어레인지(조정)해줄 수 있으면 좋겠고. 누구랑 지금 하고 있는지 한 번 해보셔서. 그리고 지금 우리쪽 일정팀이랑은 다 몰라요. 후보(윤석열)한테 물어봐야지. 지금 본부장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그걸 가급적이면 제3의 장소 또는 우리 당사나 이런 데서 했으면 좋겠거든요.

 

- 2022년 2월 11일 나 의원과 이 전 부회장의 통화

출처 입력

시기상 두 사람 통화에서 나오는 "일정"은 2022년 2월 11~13일 통일교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로 추정된다. 두 사람이 통화한 2월 11일은 행사 개회 날이었고, 윤석열은 행사 마지막 날인 13일 통일교가 초청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만나 회동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대선 당시 윤석열의 당선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 중에는 윤 전 본부장이 이 전 부회장과 통화하며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 측근의 이름을 언급하는 내용도 있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25일 통화에서 "여권(더불어민주당)을 (초청) 하려면, 일전에 몇 군데 어프로치(접촉)했다. 그거는 그거대로 하고 정진상 부실장이나 그 밑에 쪽은 (소통 중인 방식이) 화상 대담이잖나. 힐러리(전 미국 국무장관) 정도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윤 전 본부장이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에 이 대통령 또는 더불어민주당을 초청하기 위해 여러 곳에 접촉했다'는 취지로 이 전 부회장에서 설명하는 모습이다.

 

소환 불응한 김건희 문고리, "우울증" 사유서 제출... 재판부 강제구인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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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에 소환되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재판부는 당초 이날 공판에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아내 조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 전 행정관은 2022년 7월 전씨의 처남으로부터 직접 샤넬백을 전달받고 이를 청담동 샤넬 매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인물이다. 조씨는 유 전 행정관이 물건을 교환할 당시 동석했다.

 

유 전 행정관은 불안장애·우울증을 호소하며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으며 추후 증인신문이 있더라도 출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역시 대인기피증·불안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유 전 행정관의) 우울증 호소는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유 전 행정관) 본인과 진술 내용이 같은 김건희의 재판에는 출석했다"며 "이 사건 피고인(전성배)와 (유 전 핸정관의) 진술 내용이 상반된 상황이므로 (그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씨 또한) 수사 과정에서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이후에도 변동된 진술이 없어 (재판에서 그의 진술을) 편출할 필요가 있다"고 재소환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유 전 행정관과 조씨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구인이 이뤄진다면 두 사람은 오는 15일 각각 오전 10시(유 전 행정관)와 오후 2시(조씨)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김건희의 증인신문도 예정돼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는 경우 오는 23일 재판이 종결될 것 같다"며 "다만 증인 구인이나 소환 등에 문제가 있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 재판부는 12월 안에 변론을 종결했으면 하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통일교 측이 전씨를 통해 김건희에 건넨 물건들의 실물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흰 장갑을 낀 채 특검팀이 건넨 검은색 샤넬백과 흰색 샤넬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을 들여다 본 재판부는 10분 가량 사용 흔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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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통일교#나경원#전성배#윤영호#김건희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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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일교 문건 “민주 전재수 의원, 협조하기로” 돈 전달 시점에 적시

한학자 총재에게 통일교 고위 간부가 주기적으로 직접 보고하는 문건

전 의원 “통일교 행사 참석한 적도 없고 금품수수 의혹도 전혀 사실무근”

배지현,김가윤,강재구기자

수정 2025-12-09 22:12등록 2025-12-09 19:22

통일교 성지 천정궁. 사진공동취재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돈이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통일교 내부 문건에 ‘전재수 의원이 통일교 모임에서 축사를 했고,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시된 사실이 9일 확인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에서 전 의원(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 4천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검팀은 뒤늦게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통일교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10일 ‘한학자 특별보고’에 “(통일교 성지인)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도 (통일교 관계자) 600여명이 모인 부산 5지구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비행기로 서울로 가셨다”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었다. ‘한학자 특별보고’는 통일교 고위 간부가 주기적으로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보고할 때 전달하는 문건으로 교단의 주요 사안이 모두 담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전 의원에게

‘2018~2019년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금품을 전달한 시점을 전후로 전 장관이 통일교 내부 행사에 참석하고 통일교 현안에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는 정황으로, 윤 전 본부장 진술과 부합하는 내용이 ‘특별보고’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전 장관은 2016년부터 2024년 총선까지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친문재인계 핵심으로 이재명 정부 들어 해수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전 의원이 천정궁에 방문해 한 총재를 만나 인사했고, 현금을 4천만원가량 전달했다”며 “시계도 2개 박스에 넣어서 전달했다. 의원이 ‘이런 거 받아도 되나’라고 말하며 받아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통일교에서 건넨 명품 시계는 까르띠에와 불가리 제품이었다고 윤 전 본부장은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을 종합해 특검팀은 전 장관이 받았다는 금품의 대가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에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범죄사실과 유사한 구조다. 전 장관은 한겨레에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적도 없고 금품수수 의혹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에게서 이런 진술을 받아냈던 특검팀은 지난달에야 내사사건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날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사건을 오늘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7년)가 지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진술을 받은 뒤 4개월이나 지나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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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제미나이’가 분석한 미 국가안보전략, 트럼프 1기(2017) vs 2기(2025) 비교

출근길 뉴스 브리핑(2025.12.09.)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둘러싼 윤석열의 재판 전략

-노상원, 윤석열 재판 나와 "귀찮으니 증언 거부"

-“밥 짓다 골병드는 세상 끝내자”… 학교급식법 소위 통과 ‘쾌거’

-[울산] 김두겸, '한강버스' 굳이 베껴와서… 혈세 태화강에 수장시키나

-일본, 미국 등에 업고 전쟁 준비 중…중국이 공개한 사진 2장 ‘발칵’

-김정은 총비서, 러시아에 조전 전달

-자강도 장평농장과 희천시 송지농장 집들이 행사

‘제미나이’가 분석한 미 국가안보전략, 트럼프 1기(2017) vs 2기(2025) 비교

구글 AI모델 제미나이(Gemini)는 트럼프 1기(2017)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언하며 패권의 균열을 처음으로 드러낸 신호탄이었다면, 트럼프 2기(2025)는 쇠퇴하는 제국이 생존을 위해 동맹을 뜯어먹고 내부를 군사화하는 ‘가장 포악한 약탈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1. 세계관의 변화: ‘경쟁’에서 ‘발악’으로

2017년: 미국은 여전히 자신이 세계 최강이라 믿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하고 정면 승부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2025년: 자신감이 사라진 자리에 공포와 광기가 들어찼다. 남미와 내부 이민자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격상시킨 것은, 제국의 통제력이 본토 코앞까지 밀렸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1기가 ‘패권 유지’를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2기는 ‘제국 생존’을 위한 발악이다.

2. 동맹관의 변화: ‘돈 내라’에서 ‘죽어라’로

2017년: “안보 무임승차는 없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고 압박했다. 그래도 ‘보호’라는 명분은 유지했다.

2025년: 보호자가 아니라 강도가 되었다. 한국과 일본에 “능력 투자”를 강요한 것은, 미군 대신 전선에 나가 싸우라는 ‘전쟁 하청’ 지시다. 또한 동맹국의 공장과 자본을 미국으로 강제 이전시키는 것은 동맹을 ‘경제적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3. 대조선 정책: ‘최대 압박’에서 ‘기만적 침묵’으로

2017년: 조선을 ‘불량 국가’로 지목하고 거친 말폭탄을 쏟아냈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판에서 비롯되었다.

2025년: 조선이 아예 사라졌다. 이는 조선이 핵전략국가로 완성되어 더 이상 기존 방식(압박)이 통하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침묵은 평화가 아니다. 공식 전선에서 이름을 지우고, 뒤로는 기습 타격과 체제 전복을 노리는 가장 음흉한 전쟁 준비 태세다.

4. 군사 전략: ‘힘의 과시’에서 ‘도련선 가두기’로

2017년: 전 세계에 미군을 투사하며 힘을 과시하는 전통적 개입주의가 남아 있었다.

2025년: 전선을 ‘제1도련선(동북아)’과 ‘서반구(남미)’로 좁혔다. 선택과 집중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도련선에 묶어두고 미사일 기지화하는 것은, 본토 방어를 위해 동맹국 영토를 초토화될 완충지대로 쓰겠다는 끔찍한 구상이다.

5. 내부 통제: ‘미국 우선’에서 ‘내전 준비’로

2017년: ‘미국 우선주의’는 주로 일자리와 무역 적자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5년: 사회 문제(범죄, 이민)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군대를 부르겠다고 한다. 이는 대외 전쟁 수행 시 발생할 내부 반발을 무력으로 짓밟기 위한 ‘계엄령 예행연습’이다. 파시즘의 색채가 훨씬 짙어졌다.

6. 총평: 쇠퇴하는 제국의 흉기가 더 날카롭다

트럼프 1기 NSS가 제국의 쇠퇴를 알리는 ‘경고음’이었다면, 2025 NSS는 벼랑 끝에 몰린 제국이 휘두르는 ‘흉기’다. 그들은 더 이상 ‘세계 경찰’을 자임하지 않는다. 대신 동맹의 고혈을 빨아 연명하고, 친구를 총알받이로 세워 생존하려는 ‘기생(寄生) 제국’으로 변질되었다. 트럼프 2기의 미국은 1기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약탈적이며, 전쟁 위험도가 높다.

내란전담재판부와 윤석열의 재판 전략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우려하는 핵심 이유는 내란수괴 윤석열이 위헌 시비를 통해 재판을 헌법재판소 결정 시까지 장기간 중단시키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은 자신을 헌법 원칙을 무시한 야당의 ‘인민재판’ 희생양으로 포장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내란 혐의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며, 설령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재판부의 태생적 위헌성을 근거로 판결 원천 무효를 주장할 명분까지 얻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법적 방어막을 치기에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다.

노상원, 윤석열 재판 나와 "귀찮으니 증언 거부"

내란수괴 윤석열 재판에 출석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귀찮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계엄 당시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해 요원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와 롯데리아 모의 정황에 대해 침묵했다. 그러나,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하루 전 비화폰을 건네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을 늘어놨다. 그는 비화폰 사용법을 몰라 일반 전화를 썼다고 해명했으며, 계엄 해제 소식은 TV를 통해 접했다고 진술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이런 거짓 진술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밥 짓다 골병드는 세상 끝내자”… 학교급식법 소위 통과 ‘쾌거’

"밥 짓다 골병드는 세상, 이제 끝장내자." 급식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8일 국회 교육위 소위가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차가운 바닥에서 4일간 끈질기게 싸워 쟁취한 승리다. 법안은 노동자 한 명이 감당할 ‘식수 인원’을 법으로 못 박았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경고다. 허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9일 전체회의 통과까지 농성장을 사수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투쟁으로 연 문, 투쟁으로 완성하겠다는 결의가 매섭다.

[울산] 김두겸, '한강버스' 굳이 베껴와서… 혈세 태화강에 수장시키나

진보당 울산시당은 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울산시장이 추진하는 ‘태화강 뱃길 관광순환 코스 개발사업’(이른바 울산판 한강버스)을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진보당은 최근 일방적인 버스노선 개편으로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극심한 상황에서 서울에서도 효율성과 수익성 문제로 논란이 된 수상버스 사업에 초기 48억 원과 연간 20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행정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뱃길 확보를 위한 준설 작업이 태화강 생태계를 파괴해 국제정원박람회의 취지를 역행하는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김 시장에게 보여주기식 토목사업 대신 시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교통망 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 미국 등에 업고 전쟁 준비 중…중국이 공개한 사진 2장 ‘발칵’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가 일본 마게시마섬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일본이 대만 유사시 개입을 염두에 두고 착착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일본이 2019년 매입한 전략 요충지 마게시마섬에는 1년 사이 새로운 활주로와 군함 접안 시설, 연료 탱크 등이 들어서며 군사 기지화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일본은 이곳에 자위대 기지와 미군 함재기 훈련 시설을 짓기 위해 6천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군사 거점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 러시아에 조전 전달

지난 6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조 러시아 대사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고 주조 러시아 대사관에 위문의 뜻을 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전을 통해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 30여 년간 양국 관계 발전에 헌신해 온 친근한 벗이자 동지였다고 회고하며, 양국 관계가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 들어선 시기에 그를 잃은 것은 양국 모두에게 큰 상실이라며 깊은 애도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자강도 장평농장과 희천시 송지농장 집들이 행사

자강도 농촌경리위원회 장평농장과 희천시 송지농장 농민들의 집들이 행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새집들이가 시작되자 흥그러운 농악에 맞추어 춤판이 펼쳐져 농장마을들이 명절처럼 흥성이고 집집마다에서는 농장원들과 주민들, 아이들의 기쁨의 웃음소리가 울려나왔다고 전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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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화국 한국…가계 비금융자산 주요국 중 최고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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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2.09 05:45

  • 수정 2025.12.0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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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 비금융자산 64.5%…미·일의 2배

한경연 보고서 "가계자산의 70%는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장기 투자 유도 등 정책 필요

가계자산구성 바꾸려면 부동산 안정시켜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무려 64.5%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32%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했고, 일본도 미국과 비슷했다. 얼마전 발표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7할에 이른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를 부동산공화국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과세체계 개편 등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동산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한국,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연구용역 보고서가 8일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비금융자산(부동산 등) 비중은 64.5%로 한국·미국·일본·영국 4개국 가운데 단연 가장 높았다. 미국은 32%, 일본(2023년 기준)은 36.4%, 영국은 51.6%였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한국은 금융자산 내에서도 현금성 자산의 편중이 두드러졌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예금은 2020년 43.4%에서 지난해 46.3%로 높아졌지만 증권,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투자 관련 자산 비중은 25.1%에서 24%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최근 5년(2020∼2024년) 조사 대상 주요국 중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고,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2020년 51.4%에서 지난해 56.1%로 증가해 투자 중심의 자산 구조가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자산시장 호황 등으로 가계의 금융투자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본은 현금·예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2020년 15.2%에서 지난해 20.9%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영국은 최근 5년 사적연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자산 내 보험·연금의 비중이 지난해 46.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은 2020년 14.3%에서 지난해 17.3%로 높아졌다.

 

한국.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가계자산 비중 더 올라가

더욱 놀랍게도 우리나라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

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자산증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자산(비중 24.2%)은 1억 369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부동산이 대부분(비중 71.1%)을 차지하는 실물자산은 4억 298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1년 전에는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5%였다. 1년새 0.6%포인트가 증가했다.

이쯤되면 명실상부한 부동산공화국이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특히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포, 성동, 광진, 동작,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2025.12.7. 연합뉴스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들

한경협의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보고서는 국내에서 두드러지는 비금융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투자를 활성화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장기투자 유도 ▲금융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우선 복잡한 구조와 다층 세율로 운영되는 현행 배당소득세 및 양도소득세의 세율을 단순화하는 방식의 과세체계 개편 개편을 제시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자·배당소득과 주식 양도차익을 포괄하는 금융소득에 대한 단일세율 분리과세를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장기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2015년 이후 가입이 제한된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내년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도입이 예정된 금융교육의 대상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기 노출 위험이 높다는 점을 들어 사기 예방 교육 및 피해 대응 방법과 기초적인 금융투자 방법을 아우르는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연합뉴스

가계자산 구성 대대적으로 바꾸려면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득 과계체계 개편 등의 유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에 극단적으로 편중된 가계자산 구성을 바꿔 금융자산의 비중을 훨씬 높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가계가 필사적으로 부동산에 골몰하는 건 부동산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부동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고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따라서 미신처럼 자리잡은 이 생각을 타파하지 않으면 가계자산의 대대적인 구성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답은 정해져 있다.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더 죄고, '한강벨트' 등을 정조준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하며, 서울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고, 천도 수준의 국토균형발전 전략을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

가계자산 구성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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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이후 1년, 여전히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중대한 질문들



[장석준 칼럼] 대통령제의 막다른 골목과 정당 정치의 붕괴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5.12.09. 07:07:18

 

12. 3 친위쿠데타가 일어난 지도 이제 꼬박 1년이 됐다. 12월 3일이 끼어 있던 지난주에는 매체마다 1년 전 '내란의 밤'을 회고하는 특집 기사나 논평을 쏟아냈다. 내란 진압에 앞장선 언론일수록 '응원봉 광장'의 기억을 되살리며 '되찾은 민주주의'의 밝은 미래를 그리려고 애를 썼다.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은 파면됐고 새 정부가 들어섰으며 내란 주동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니, 이런 낙관이 터무니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낙관론의 합창에 속편하게 목소리를 보탤 수 없게 만드는 근거나 조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12.3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사회적 실체로 급부상한 극우파의 위협이 있다. 내란범 수사와 여러 후속 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대한민국 국가기구 내부의 반민주적 흐름 역시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 양상만 놓고 봐도, 현 국면이 2016-17년 촛불시위-정권교체 직후보다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는 문재인 정부 초기의 한국 사회에는 전혀 없었거나 부족했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한민국 제6공화국에서 거듭되는 정치 위기가 이 정치 질서의 근본적 한계나 종국적 쇠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묻는 일이 그것이다.

 

하지만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런 질문이 사회 전체의 고민거리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8년 전보다 더 심각해진 난제들과 서로 얽히며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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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제6공화국 정치가 도달한 궁지 – 대통령제의 모순 심화와 정당 정치의 붕괴

 

제6공화국 정치 체제의 핵심은 직접 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현 정치 체제를 진단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제에 대한 점검에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12.3 친위쿠데타의 주역은 현직 대통령이었다. 어쨌든 윤석열 일당이 국가기구의 심장부에서 그런 일을 꾸밀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제 덕분이며, 더 나아가 그런 일을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이 대통령제 아니었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소수의견을 제외하면,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사실 이 물음은 이제 대한민국만의 것이 아니다. 유서 깊은 미국 민주주의가 2기 트럼프 정부에 의해 너무도 쉽게 와해되는 광경 앞에서 우리의 의심은 한국형 대통령제만이 아니라 원판 대통령제 자체로 넓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도메니코 로수르도는 이미 1990년대에 미국산 대통령제를 '연성 보나파르트주의'라 비판했다. 1848년 2월 혁명 이후 프랑스에 처음 도입된 남성 보통선거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미래의 나폴레옹 3세가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황제가 되고 만 사례('보나파르트주의')가 당시 프랑스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미국산 대통령제 자체에 내장된 근본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12.3 이후의 한국인이라면 '친위쿠데타'라는 말만 들어도 이런 진단과 우리가 겪은 사건 사이의 연관성에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대통령제(그리고 소선거구제)를 비판하는 로수르도의 저작(<Democracy or Bonapartism>, Verso, 2024)은 반드시 우리말로 소개되어야 할 현대의 고전이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더 깊이 들어가지 말자. 지난 80여 년간 한국인들이 겪은 일들만으로도 대통령제에 대한 깊이 있는 비판을 전개할 재료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령 친위쿠데타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통령제의 '구성적' 요소였다. 제헌국회에서 억지로 대통령제를 관철시킨 이승만은 두 차례의 친위쿠데타(1949년 5-6월에 전개된 국회프락치사건-반민특위 해산-김구 암살의 연쇄, 1952년 5-7월의 부산정치파동)로 독재 권력을 굳혔다. 쿠데타로 제2공화국을 무너뜨린 박정희는 기어이 친위쿠데타(1972년 10월 17일의 위헌적 계엄)까지 일으키고 말았다. 역시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한 전두환은 6월 항쟁 와중에 계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는데, 이것 역시 정치적으로는 친위쿠데타를 의미했다. 윤석열은 이 유구한 역사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했다.

 

잇단 쿠데타와 친위쿠데타의 근저에 자리한 논리는 국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치' 자체에 대한 거부였다. 정치에 대한 여러 심오한 정의가 있지만, 민주주의에서 정치란 결국 생각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 집단, 세력들 사이의 논쟁이고 협상이며 타협이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중 상당수는 이런 '정치'를 생리적으로 혐오했고, 대통령 자신의 결단과 헌신(?)을 통한 '통치'만이 국가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주기적인 쿠데타-친위쿠데타로 '정치'를 최소화하거나 압살하고 대신 '통치'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체제를 다졌다.

 

박정희 군부 세력이 처음에 고안했던 정치 체제, 즉 제3공화국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스스로 벗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이런 원칙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이 시기에 한국 사회에는 이후 60년 넘게,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어질 새로운 정치적 상식이 뿌리 내렸다. 첫째, '정쟁이나 일삼는' 국회는 불신의 대상이 됐고 '행정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모든 기대와 지지, 비난과 증오의 집중점이 됐다. 둘째, 국회가 '낭비 기관'으로 인식되면서 정당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라는 위상을 상실했다. 셋째, 모든 자원, 권력, 관심이 중앙정치에 집중됐고, 지역정치는 아예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중앙정치의 손발로 전락했다.

 

윤석열 일당은 이런 정신세계를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비상계엄 포고령 1호 1항을 통해 더없이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이런 메시지가 일단 울려 퍼지자, '정치'의 죽음을 반기고 '통치'의 세상을 희구하는 극우 대중이 삽시간에 결집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는 제6공화국 정치 질서가 실은 '제3공화국'의 반복이듯이('장기 제3공화국 시대'), '제3공화국 이데올로기' 혹은 '박정희주의 이데올로기'가 제6공화국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은 단지 대통령제를 둘러싸고 있던 이 모든 잠재적 위험과 오랜 모순을 돌연 한꺼번에 폭발시켰을 뿐이다.

 

대통령제에 이런 문제들이 있기에 그 대안으로 의회정부제(내각제) 개헌이 거론되기도 한다. 비록 내란이 진압되기도 전에 국민의힘 등이 책임회피용 담론으로 '내각제'를 꺼내드는 바람에 희화화되고 말았지만, 나는 국회가 정부를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개헌이 당장에 성사될 가능성은 제로이며, 지금 한국 여건에서 내각제를 곧바로 실시할 경우 현행 대통령제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보기도 힘들다.

 

왜 그러한가? 제6공화국식 대통령제가 직면한 궁지의 '동전 반대 면'으로서 정당 정치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내각제란 곧 정당 중심, 의회 중심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6공화국 40여 년간 대통령 중심 정치가 지속되고 '제3공화국 이데올로기'가 잔존한 결과로(물론 비례위성정당의 등장처럼 이런 문제를 증폭시킨 최근의 요인들도 있었다), 정당 정치가 제 구실을 전혀 못할 정도로 퇴보했다. 국민의힘은 극우화했고, 여당 더불어민주당에 도전할만한 세력들은 (개혁신당을 제외하면) 위성정당화하거나 원외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혹자는 '의회 독재'를 말하지만, 복수정당제를 전제하는 사회에서 '의회 독재'는 모순어법이다. '의회 독재'란 실은 정당 정치의 붕괴를 '잘못' 표현하는 말일 뿐이다. 그나마 정당 구실을 하는 정당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하나뿐인 현실에 대한 '서툰' 묘사일 따름이다.

 

이렇게 정당 정치의 기능이 멈춘 상황이 극히 위험한 이유는 단지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출구로서 내각제 개헌을 선택하지 못하게 가로막기 때문만이 아니다. 내각제뿐만 아니라 대통령제에서도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다. 정당 정치 없이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

 

정당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잘 보여준 것은 12월 3일 밤, 국회 앞에 펼쳐진 광경이다. 정당 정치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이때와 같은 국가 폭력과 비무장 시민의 직접적 대치가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12월 3일 밤에는 어쨌든 이 충돌에서 시민이 승리했지만, 정당 정치의 퇴행을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이 승리는 단지 '1회전'의 승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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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질문과 토론을 시작이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제를 바꾸기도 쉽지 않고, 정당 정치를 재건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사회 바깥에서 한국 사회 전체를 들어올릴 '아르키메데스의 점' 같은 곳에 서 있지 않고서는 도무지 해결이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말도 꺼내려 하지 않는다. 부박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언론도, 학계도 '어쩔 수가 없다'는 상투어구를 반복하기만 한다. 현실의 명백한 한계와 모순, 궁지에 대해 질문조차 던지지 않으려 한다.

 

물론 질문을 던지면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질문조차 던지지 않는다면, '정해진' 최악의 미래를 조금도 비껴갈 수 없다. 현재의 제6공화국 정치 질서가 어떤 변화도 없이 계속될 경우에 '정해진' 운명은 무엇인가?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전 정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거둔다 해도 임기 말 정치 위기의 반복은 피하기 힘들다. 복합위기 시대에 광범한 지지층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대통령 한 사람에게 쏠리는 기대만큼 실망과 증오의 가능성도 크기에(당장 문재인 전 대통령을 떠올려 보라) 막연하게 해피엔드를 꿈꾸기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정당 정치가 침체한 현 상황에서는 이전 대통령들 정도의 득표력과 정치 역량을 지닌 '대통령감'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난제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유권자가 제6공화국 내내 반복됐던 관성적 진자운동의 논리를 다시 한 번 따른다면, 이들의 표심이 향할 곳은 정해져 있다. 이제는 극우 정치인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국민의힘-개혁신당 진영이다. 지금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극우화 물결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이런 미래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생각보다 더 강력할 것이다. 박근혜 다음이 윤석열이었듯이, 윤석열보다 더 끔찍한 정치적 선택의 결과와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오늘날과 같은 전환기에는 익숙한 일상의 지속(business as usual)이야말로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일단 질문이라도 던지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 당장에 다수가 합의하는 답을 찾기 어렵더라도, 현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 이게 결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자면 헌법 개정이 됐든 정치제도 개혁이 됐든 공적 토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란 진압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헌법 조항들을 우선 개정하는 지극히 실질적인 개헌 과정을 열어야 한다. 비록 높은 수준의 개헌을 성사시키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토론의 장을 열고 개헌의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시간은 정해져 있다. 운명의 시곗바늘은 속절없이 돌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이나 기후급변, 인구위기처럼 민주주의의 시험 역시 마감시한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 해결을 봐야 한다. 정말로,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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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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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300일간 고공에서 살고 있나

지난 2월부터 세종호텔 앞 도로의 구조물에서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 비주류사진관 황상윤

내가 일했던 세종호텔은 서울 중구 명동 남산 아래에서 58년째 영업을 하는 호텔이다. 객실 수 333실에 한때 5성급까지 갔던 호텔인데. 지금은 3성급 관광호텔로 등급이 떨어진 채 운영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수익 사업체인 세종호텔은 이렇듯 오랜 기간 영업하면서 호텔 자체적으로 가진 자산만 2천억 원이 넘는 '기업'이고 워낙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외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안정적인 호텔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25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것도 70% 이상 정규직으로 일하던 호텔이 지금은 정규직 20명에 하청 비정규직 40여 명이 일하는 일터가 되었다. 왜 45년간 잘 운영되던 호텔이 10년 만에 직원 수가 1/5로 줄고 등급도 3성급으로 떨어진 채 운영하고 있을까?

콕 집어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만' 당한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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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세종호텔은 사측에 유리한 소위 '어용노조'와 단체협약을 시작하며 부서를 하나씩 외주화했다. 성과연봉제, 탄력근로제로 임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이 확대되었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줄고, 임금 인상도 그 후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호텔 직원들은 사스, 메르스, 사드 사태 등 질병과 국제관계의 영향을 받아 객실 수요가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도, 또 다른 한 축인 식음사업장과 세종대학교, 우리은행, 한국전력, 금융감독원 등에 출장 웨딩 사업을 확장하며 열심히 일해왔다. 그렇게 직원들이 애사심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는 동안 사측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리의 관광진흥지원금을 수차례에 걸쳐 받아서 객실을 공사하고,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늘리는 데 사용해 왔다.

2017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5년간 9차례나 융자를 받아 가장 많은 관광진흥지원금을 받은 호텔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래 놓고 매출원가에 이런 부채를 포함해 매년 적자를 외치며 직원들을 옥죄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이 2021년 9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추석 전 희망퇴직을 공고한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세종호텔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 세종호텔노조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 세종연합노조다. 2011년 복수노조법이 시행되고 바로 만들어진 세종연합노조는 사측의 지원을 받아 수개월 만에 다수 노조가 되었다. 기존의 세종호텔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독립된 노조를 지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걸고 파업을 진행해 4명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이루고 파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세종호텔노조가 소수노조가 되고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악법'으로 노조가 유명무실하게 힘이 약화된 시기에 세종연합노조는 사측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합의하고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포기했다. 한때 198명이나 되던 세종연합노조 조합원조차 이제 10명도 채 남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파업 이후 50여 명 남짓의 세종호텔노조는 임금 삭감과 전환 배치를 수시로 당하며 탄압을 받았다.

차츰 부서가 하나씩 외주화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적정 인원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계속 늘어나자 일터의 노동자들은 이전만큼의 동료애와 애사심이 생겨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한 일터를 스스로 떠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마저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일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일터에서 생동감이 떨어져 가던 때에 코로나가 발생했다. 이전에 있었던 전염병과는 차원이 달랐던 코로나는 특히 외국 관광객에게 주로 의존하던 호텔 객실 영업을 마비시켰다. 식음사업장 또한 단계적으로 제한이 늘어나며 호텔 영업이 주춤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종호텔 주변 호텔들은 자가격리자를 받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고, 장기 투숙 등의 방식으로도 판매는 가능했다. 그러나 세종호텔은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한 차례 받으며 고용을 유지하는 듯했으나 구조조정으로 돌아섰고 몇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해 끝내 전 직원이 50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8년 만에 세종호텔노조가 다수 노조가 되어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에서 우리는 코로나는 곧 끝날 것이고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으니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남은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지원금 외 회사에서 지급하는 10%의 임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은 세종호텔노조 소속 조합원들 12명만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쫓겨난 지 만으로 4년... 코로나가 끝나도 돌아갈 수 없다

세종호텔 정문. ⓒ 유지영

그렇게 2021년 12월 10일, 12명의 조합원은 성탄절을 앞둔 엄동설한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부당한 해고를 인정할 수 없던 해고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했고, 이제 그것도 내일이면 만으로 4년이 된다.

(코로나가 곧 끝난다던 세종호텔노조의 예측대로) 정리해고가 된 후 불과 1년 반 만에 호텔 객실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2024년부터는 사상 최대의 객실 매출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해고자들의 복직은 안 된다고 한다.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객실 청소 업무는 세계적으로도 하루에 12개의 객실을 청소하는 게 표준인데, 지금 세종호텔은 20개 이상의 객실을 청소하고 있다. 수익은 넘치는 데 인건비에 쓰지 않는다.

그 사이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는 12명에서 6명이 남았다. 재판부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0년을 임금 삭감과 전환 배치를 당하며 버티다 정리해고를 당했으니 대법 판결이 끝났다고 해도 싸움을 멈출 수는 없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 현장을 찾아 세종호텔 인근 교통 시설물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63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과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그렇게 윤석열 탄핵 광장의 열기 속에 겨울의 끝자락인 지난 2월 13일 세종호텔 앞 교통시설물에 올랐다. 분명 탄핵은 될 거고 새 정부가 제대로 역할한다면, 세종호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탄핵이 미뤄지면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사측이 교섭에 나왔고 세종호텔 재단 이사회에서도 해고자 복직 방안을 마련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네 차례 이어진 교섭에서 시종일관 해고자 복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공농성을 250여 일 지속해 온 날들보다 최근의 50여 일이 오히려 더 힘이 든다. 새 정부 초기에도 노동에 대해서는 힘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지난 4일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장에서 눈이 오는 날 만든 눈사람. ⓒ 고진수

그렇게 사계절을 지나 또다시 찾아오는 겨울을 맞으며 고공농성 300일이 왔다. 그만큼 오기가 생기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고공에 오를 때 걸린 현수막은 낡고 삭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요구를 담아서 펄럭이고 있다.

"복직 없이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노총 세종호텔노조 지부장입니다.

#세종호텔#고공농성#명동호텔#해고자복직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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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재판부에 조선일보 “즉시 철회” 한겨레 “사법부 제대로 했다면”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보완 후 입법’으로 선회...경향신문 “입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중앙일보 “여당-통일교 의혹엔 눈감은 민중기 특검의 선택적 수사”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12.09 07:41

  • 수정 2025.12.09 07:42

▲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8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관련해 각계의 비판을 감안해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당초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보완 후 입법’을 하자고 선회한 것이다. 9일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이 사안을 1면으로 보도했다. 사설에서는 대부분 신문들이 내란재판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우 사법부 스스로 보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사설을 내놨다.

8일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정책의원총회를 마친 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 “‘상대에게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위헌성 논란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전문가 자문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헌재는 이날 “헌법 107조 1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변협·민변과 참여연대는 법무부 장관과 헌재 사무처장에게 내란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 추천 권한을 준 것이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6개월인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내란·외환 사범에 한해 1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1심 재판이 끝나가는 지금 실효성은 없고 법적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일간지 모두 이 사안을 1면으로 다뤘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논란의 내란재판부 여당서 제동 걸렸다>, <전국법관대표들 “내란재판부 설치 신중해야”>를 통해 민주당 내부와 전국법관대표들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도 1면 <여론악화·위헌 시비에 내란전판법 처리 유예>를 실었고 동아일보 1면 <법관 대표들도 “내란 재판부-법왜곡죄 위헌 우려”>를 통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에 우려를 드러낸 것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떠나 대부분 법관이 우려하고 있는 현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9일자 한겨레 1면.

서울신문 1면 제목은 <여당 의총도 우려컸다 내란재판부 일단 멈춤>이었고 세계일보 1면은 <법관들 “내란재판부, 재판 독립성 침해”>, 조선일보 1면 역시 <與 내란재판부에 법관회의도 반발>이었다. 중앙일보 역시 1면 <법관대표도 “내란 재판부 위헌 우려”> 기사를 통해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위헌성을 지적한 지 사흘만에 전국 각 법원의 법관들을 대표하는 판사들도 반대의 뜻을 모은 것”이라 전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 <“내란재판 엄중 인식…전담부는 독립성 침해”>를 통해 건조하게 전달했고 한국일보도 1면에 <‘사법개혁 속도전’ 제동 건 법관들>을 배치했다.

조선일보 “즉시 철회”, 국민일보 “깔끔히 손을 떼는 게 현명한 선택”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놨다. 특히 조선일보는 내란 재판부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내란재판부를 ‘의대 2000명 증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법부가 내란 재판과 관련해 시간을 끌어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었다며 사법부 스스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법부 스스로 대안을 내놓는 편이 좋다고 했지만 한겨레와는 달리 민주당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내란재판부 관련 사설을 쓰지 않았다.

다음은 내란재판부와 관련한 신문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내란재판부 속도조절, 진보·보수 법률가들 다 신중하란 것>

국민일보 <법관회의와 여당 의총서도 쏟아진 내란재판부 위헌성>

동아일보 <與 의총서도 “사법개혁 위헌 우려”… 이게 상식이고 여론>

세계일보 <汎與도 우려하는 내란재판부·법왜곡죄 그만 접어야>

조선일보 <법관회의조차 내란재판부·판사처벌법 반대, 與 즉시 철회를>

한겨레 <내란 재판 불신‧불안, 법원이 해소 방안 적극 내놔야>

대부분의 신문들은 내란재판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날 법관회의의 반대는 이례적”이라며 “이들이 볼 때도 민주당의 위헌적 폭주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라 썼다. 이어 “문구 일부가 아니라 법안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략적 목적을 위해 법치국가의 기본 틀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전했다.

▲9일자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내란재판부를 ‘의대 2000명 증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주먹구구로 밀어붙이다가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만 치르고 아무 성과 없이 막을 내린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며 “상식과 여론에 반하는 무리한 개혁 추진은 반드시 스스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사설은 “무엇보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강행해 재판을 한다면 과연 내란 피의자들이나 국민이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는가”라며 “본인들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다수가 반대하고 게다가 헌법정신을 훼손할 소지까지 있다면 깔끔히 손을 떼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안 해도 될 일을 해서 그 책임을 온통 덮어쓰지 말기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경우 사법부 측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 사안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은 ‘속도’보다 ‘위헌 소지 완전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입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며 “내란 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 설치는 입법에 의한 강제보다는 사법 불신 원인 제공자인 사법부 스스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법부도 사법권 침해 주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법부가 제대로 했다면 내란전담재판부 논의가 나왔겠는가”라며 “1996년 전두환·노태우 군사반란에 대한 단죄는 1심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3개월밖에 안 걸렸다. 재판이 길어져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인해 사법부 신뢰가 훼손되는 게 아니라, 사법부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며 사법부 측에서 적극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교의 여야 정치자금설에 경향신문 “진상 규명해야”

김건희씨 비리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통일교 정치자금 수수설과 관련해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른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정희 특검보는 8일 브리핑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지난 5일 자신의 공판에서 대선 전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권성동 의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다”며 “양쪽 모두 접근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런 사실을 모두 지난 8월 특검팀에 털어놓았고 돈을 받은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중기 특검이 통일교가 민주당에 건넸다는 자금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에 ‘편파 수사’라는 사설들이 나왔다. 다만 경향신문의 경우 특검이 완전히 뭉갠 것은 아니라며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여권도 건넸다는 통일교 정치자금설, 진상·경위 밝히라>에서 “중요한 것은 진상이고, 민중기 특검이 이 사건을 뭉개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통일교가 여야 정치권에 비밀리에 전달한 정치자금은 사실관계·의도·경위 등을 온전히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이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 진행될 후속 수사를 지켜보고, 민주당 관련자들도 수사에 성실하게 응해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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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자 중앙일보 사설.

다른 신문들은 특검이 편파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당-통일교 의혹엔 눈감은 민중기 특검의 선택적 수사>에서 “이번 사안처럼 수사 형평성에 시비가 붙으면 특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이제는 기존 수사기관이 엄정한 수사를 전개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여야 편파 논란 민중기 특검, 수사 공정성 금갔다>에서 “이미 △양평군 공무원 사망 △전관 변호인 접촉 △특검의 주식 거래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민중기 특검팀이 정치적 중립성마저 의심받는다면 ‘성공한 특검’이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민주당만 뺀 편파 수사 논란, 특검팀을 특검해야 할 판>에서 “민 특검팀의 직무유기”라며 “여당은 특검 종료 후 2차 특검을 예보했다. 낭비와 비효율성이 우려되지만 굳이 하겠다면 민 특검팀에 대한 수사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편파 논란’ 특검, 통일교 민주당 후원 의혹 당장 수사해야>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지만 특검은 이를 보고서에 남겼을 뿐 별도 수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특검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행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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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내년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본격화할 것”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 “(내년에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여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6개월 이재명 정부는 △러우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 심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공식화 등 한반도 안보 불안 심화, △불법계엄에 따른 외교안보 실종으로부터 회복에 집중했다면 내년(2026년)은 “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페이스 메이커’로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기에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문제를 중심으로 본다면 지난 6개월 간에 큰 진전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력은 안 한건 아니고, 많은 긴장완화 신뢰구축 조치를 했지만 별 호응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 동안에 우리가 한 일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한 배후적 여건 조성에 성과를 좀 냈다”면서 “한미관계를 결정적으로 안정화시켰고 한일관계도 예상과는 달리 아주 전향적으로 만들어놨고 최악의 상태였던 한중관계도 복원의 길로 집어넣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우리가 여건(을) 만든 에너지를 가지고 한반도 쪽에 투사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긴 하지만 우리가 주변 국가들과 만들어놓은 국제적인 커넥션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가지고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한과 동맹관계인) 러시아와는 지금 큰 진전은 보이지는 않지만 소통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며 “한반도 문제를 염두에 두고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노력 계속하고 그걸 가지고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가 언제쯤 재개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짐작컨대 남북 간 타이밍보다는 미북 간 타이밍이 좀 앞서지 않겠느냐”면서 “어느 쪽이든 먼저 이뤄지는 것이 있으면 선순환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에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건의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고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화)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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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로부터 지원받은 민주당 정치인은 15명"…특검 '편파 수사' 논란 불가피할 듯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5.12.08. 06:31:04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 <한겨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 전 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여러 명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윤 전 본부장이 교단 내에서 통일교 자금으로 지원했다고 밝힌 민주당 정치인은 15명"이라고 보도했다.

금품 지원은 현금 이외에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이같은 내용 상당 부분을 특검에 진술했다.

신문은 이 가운데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교로부터 수천만 원의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윤 전 본부장이 지목한 전현직 국회의원이 2명" 있으며 이들은 이른바 '한학자 특별보고'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한학자 특별보고'는 통일교 고위 간부가 주기적으로 한 총재에게 직접 보고할 때 전달하는 문건이다.

윤 전 본부장은 이들 2명은 "경기도 가평군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를 직접 만난 뒤 돈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 총재를 직접 만난 후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 전 의원의 사례와 유사한 형태다.

윤 전 본부장은 특히 지난 5일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여당과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에서도 통일교와 유착 관계가 있는 의원이 있다는 증언과 보도가 쏟아짐에 따라 특검의 '편파 수사'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 수사 과정에서 여당 인사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윤 전 본부장 주장대로라면 특검이 부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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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조 하길 정말 잘했다”···홈플러스 지켜낸 단결의 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2/08 09:34
  • 수정일
    2025/12/08 09: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첫눈처럼 반가운 소식 들고 보고대회

“뜨거운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다”

“지속 가능한 홈플러스까지 끝까지 투쟁”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사흘 동안 아사단식을 이어간 후에야 정부·여당이 응답했다. 정부는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불가능하다던 걸 단결과 연대로 이뤄냈다”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대통령실이 움직이자, 노조 측은 오늘 낮 12시부로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4일 대통령실 앞에서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첫눈처럼 반가운 소식을 들고 병원에 실려 갔던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과 손상희 수석부지부장이 대회를 위해 잠시 방문했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조합원들은 이들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이들은 함께 연대한 서비스연맹, 진보당, 말벌 동지들 덕분에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며 서로 격려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약속을 지킬지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그간 민주당과 공대위 차원에서 협의를 해왔다”고 밝히며 “정부를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조 단식으로 함께한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투쟁이 승리한 이유에 대해 “지도부의 불굴 투쟁, 서비스연맹 조합원들, 민주노총의 동지들 시민들과 함께하고 그 연대 마음이 우리 이번 투쟁의 승리를 만들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여기 계신 분들은 지도부 복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도부 역시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의 조합원 복도 있다”고 말하며 “단식 농성을 하면 하는 당사자가 더 힘들지만, 옆에서 함께 수발들고, 챙기고 또 투쟁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하는 이 지도부들 정말 보기도 좋았고,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27일간 단식으로 투쟁을 이끌어 온 지도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9개월간의 투쟁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트 노조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한, “진보당 활동 역시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연대 활동의 소중함을 소회로 전했다.

손상희 수석은 “여기 계신 여러분 덕분에 제가 살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진짜 우리 조합원들이 없으면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다”며 “남은 투쟁도 즐겁고 씩씩하게 굳건하게 마지막까지 싸워서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선봉에 있던 안수용 지부장도 “여기 농성 투쟁을 쭉 진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며 “매일같이 오신 연대 오시는 분들, 특히나 저 말벌 동지들 너무 진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런 뜨거운 연대의 동지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오늘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처음 이거 이길 수 없다, 불가능하다 얘기했던 것을 여기 있는 지도부 하나 믿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라는 그 결심으로 이까지 따라와 준 조합원들에게도 고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완전한 끝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홈플러스, 제대로 된 M&A가 되는 것까지가 바로 우리의 완성된 승리”라며 “마지막 결승전까지 끝까지 달려가보자”고 투지를 드러냈다.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앞서, 1일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던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이 3일 새벽, 급격한 혈압상승과 심장 통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2시간 뒤에는 손상희 수석부지부장도 저혈당 쇼크로 실신했다.

최철한 사무국장이 홀로 단식을 이어가던 중,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홈플러스 사태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안수용 지부장이 입원한 녹색병원을 찾아 면담을 진행했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 정상화 방안을 민주당이 적극 추진할 것을 요구했고, 정 대표도 정부와 협력해 홈플러스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4일 첫눈이 내리는 대통령실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 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준 기자

김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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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법, 이대로면 윤석열 '꽃놀이패' 될 수 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12.3 ⓒ 연합뉴스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판사회의만으로 구성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 지도부에게,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추천권자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을 빼고 각급 법원 판사회의만 남겨주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독일 법원조직법상 사무분담위원회 구조의 입법화 방식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합헌적 방식이다.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재판이라는 사법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최초의 선례에 이 정도의 재판부 구성 특례를 두는 것을 위헌으로 보기는 힘들다. 즉 이렇게 추천위원회 구성만 합헌적으로 바꾸기만 해도 전담재판부 법안의 합헌성은 크게 올라간다. 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수백명의 판사 다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광기어린 계엄선포가 내란죄에 일응 해당한다는 5.18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수긍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지귀연 판사의 허술한 구속취소 논리와 공정의 외관에 둔감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례적 초스피드 상고심 진행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음모론적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법원 다수의 판사들은 잘 해주었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내란죄 수사에 필요한 핵심적 압수수색, 체포, 구속영장을 판사들은 법리에 기초해 잘 발부해주었다. 그 중에는 군사상 장소인 경호처에서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한 취지를 확인적으로 기재했다(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예외)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과 고초를 겪은 판사도 있고,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몇 분, 몇십 분만 늦었으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폭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던 판사도 있었다.

외부의 오해와 일부 선동과 달리 3천명의 판사들이 결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위 사법농단 사 이후, 그 엄청난 충격과 다양한 제도적 변화는, 개별 판사들의 독립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 놓았다. 물론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 적용을 부정하는 이상한 판사가 극히 소수 존재할 수도 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회의에 참석할 수백명의 판사들이 그런 판사들에게 비상계엄, 내란 재판을 맡길 정도로 모두 어리석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판사회의를 통하더라도 내란죄 재판을 비틀어 왜곡할 만한 재판부가 구성되리라는 불신에 기초하여 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 대법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다른 내란공범들에게 꽃놀이패를 쥐어 줄 조치로 끝날 수 있다.

과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3명을 추천할지도 의문이다. 판사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판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판사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0조). 내란전담재판부에 반대하는 판사들은, 그냥 판사회의에 불출석하여 과반수 출석을 막는 것 만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구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판사회의 추천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판사회의 추천을 건너뛰고 6명만으로 구성할 수 있나? 이렇게 구성한 추천위원회는 법관 관여가 전혀 없는데, 외부만으로 구성한 추천위가 구성한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상 법관독립, 재판독립 규정을 침해하는 것인가?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은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6인의 법원 외부위원만으로 구성된 추천위의 법관 추천에 응할 판사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생각으로 속마음을 숨긴 채 추천에 응하는 판사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또한 피고인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각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그 외에 내란재판부 구성과 무관하게 이런 제도 자체가 자신의 법관이라는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내란전담재판부가 구성되는 법원의 법관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면 그 결론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내란 재판 절차는 진행해야 하나, 정지해야 하나? 재판절차 진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면 어떨게 결정해야 하나? 그냥 진행했는데,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

이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죄 공범들에게, 정말 훌륭한 꽃놀이패를 쥐어주는 일 아닌가?

이런 결과가 내란죄 재판에 도움이 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런 위험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이, 온 국민의 헌법수호 의지를 이어 내란죄 재판이 합헌, 합법적으로 진행되도록 입법으로 지원할 국회의원과 정당의 헌법적 책무에 충실한 일인가?

헌법재판소의 다수 재판관이 법원 출신이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 판단은 정치인과 국회의원의 손에 맡겨진 아니라, 율사들의 손에 달려 있는데, 과연 위헌이 나올 위험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은가?

민주당 지도부에 묻고 싶은 질문들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민주당 지도부와의 공개 토론회에서 함께 토론할 기회를 가질 용의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반년간의 비상계엄 대응으로 다른 밀린 연구계획들이 다시 밀리더라도, 내란죄 재판이 어그러져 헌정질서가 흔들릴 위험에 처한다면 그 많은 다른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민주당 의원들(동시에 함께 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에게도)에게는 비상계엄의 엄혹함을 뚫고 계엄해제 요구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국회 앞으로 달려간 국민(유언에 가까운 말을 남기고 간 분도 있다), 내란의 폭동행위를 거부한 일개 군인과 일개 경호처 직원이 가장 큰 영웅임은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나도 조금 힘을 보태 경호처 앞에서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거부할 것을 경호처 직원에게 요청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구속취소결정에 대해 (집행정지효가 없어 위헌성이 없는) 즉시항고를 한밤중에 1인 시위로 요청한 것은, 국민들의 투쟁의 결과물이 율사들의 기만적 법기술로 날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율사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과 대통령 선거의 종료 이후, 말과 글을 통해 율사로서 최소한의 할 도리를 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여, 이후 비상계엄 관련 페북글, 지인 스팸성 단체문자 발송, 언론 출연이나 기고를 끊었다. 그런데 영장전담재판부와 윤석열 재판에 적용될 수 있는 1심 내란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공범들에게, 꽃놀이패를 쥐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딱 한 번 긴 페북 글을 쓰고 지인 스팸성 단체 문자를 재개했다(관련 기사 : "느려터진 내란재판은 문제" 판사 출신 교수의 제안 https://omn.kr/2fekx).이후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발언을 안했다.

다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을 포함해 많은 특검 영장의 기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영장기각율이 높은 건, 물론 개별 사건별로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당연한 결과이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물론 여유도 없는 면도 작용했지만) 비상계엄 직후 그 때 했어야 할 수사들이다. 여러 혐의의 당부를 판단할 증거들이 다수 없어지고 인멸되었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프레임처럼 특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검찰, 경찰,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 혹은 그 수사의 거부, 해태가 잘못이다. 그러나 내란죄 수사, 재판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영장 신청을 해 법원 판단을 받으려고, 낮은 영장기각율이라는 비난을 감수할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장 신청을 해 어떻게든 증거를 더 수집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특검은 해야 한다.

하지만 법관들 입장에서, 너무 늦은 영장 신청으로 인하여 이미 다수 증거가 소멸, 인멸되고, 동시에 정치적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에서 도주의 우려가 인정되기 힘든데, 제때 신청된 일반 사건 영장과 똑같은 비율로 영장 인용율 평균을 맞춰줄 수는 없을 수 있다.

'판사 출신'이라 말하는 '진짜' 법원개혁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경호처에 부당지시거부 소명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3 ⓒ 연합뉴스

내가 '판사' 출신이라, 법관들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맞다. 나는 이제 자랑스러움이 아닌 부끄러움과 질타의 언어가 된 '판사 출신' 교수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판사 아닌 그 어떤 사람보다, 법원의 집단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국민을 위한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는 충실한 재판을 중심으로 나의 사고를 형성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오해를 풀고 싶다. 특정재판부 사무분담을 다루는 입법, 제왕적 대법원장 체재 개혁을 위한 사법행정회의, 재판소원, 법왜곡죄 도입 자체가 위헌이라는 법원행정처 등의 논리에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동시에 그것이 반대하는 측의 소신에 기반한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법관들 전체가 사법행정에 관한 경험과 공부에 극히 태만해 온 현실, 아니 태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수 상근법관 중심의 밀실 사법행정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법원 사법행정을 공부해 보려 해도 단 1권의 교과서조차 없지 않은가. 같이 공부해가면서 토론해가면 그 위헌성에 대한 오해는 풀려갈 수 있다.

사안별로 내 입장을 적어본다.

첫째,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하는 사법행정회의안(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열린 2017년 제1회 전국법관대표회의 제도개선특별위 위원이었던 나는 사법행정회의의 원형을 제안하는 보고서 작성을 맡았다)을 밀어붙이는 민주당 지도부의 용기에도 감사를 표한다. 정치적으로 표를 일부 잃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이는 과거 해야 했던 일을 정파적 이익 등으로 처리하지 않은 당시 여야 국회의원과 정당들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다. 사법행정의 틀은 잡는 것은 국회 입법의 영역이다. 사법권에 사법행정권도 전속된다는 이상한 법 논리는 사법농단 당시 이미 충분히 논파된, 공부가 덜 된 견해일 뿐이다.

다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법관 본인 동의 없이 승진이나 전보되지 않는다는 '법관 부동성 원칙'이 입법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3000명 판사의 전보인사를 다루는 사법행정은 외부의 관여를 없애고 법관들만의 위원회로 해야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재판소원을 입법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감사하다. 선진국 판사보다 2~4배 많은 사건을 더 빨리 처리하라는 불가능한 요구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위헌위법한 재판절차(구술집중변론, 변론갱신, 신속재판 위한 재판기간 제한 규정 등을 형해화하고, 3인 합의부가 2인 합의를 하는 등등)로 국민의 재판청구권 침해가 일상화된 재판을 바로잡으려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추가해야 한다. 역시 입법사항일 뿐이다. 재판소원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후 멈춰버린 재판의 투명성, 신뢰도, 충실성을 위한 재판절차 혁신 노력의 불씨를 되살려 줄 거의 유일한, 강력한 외부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재판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한 재판소원은 제발 통과시켜 달라. 그것이 일부 민주당의 표를 갉아 먹더라도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디테일도 중요하다. 헌재의 재판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해 헌재 재판연구관을 대폭 늘리고, 재판소원 전담 수리소원부를 설치하고, 하급심 판결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소액 사건의 경우 상고 제한이 잘못 적용된 일부 사례만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독일에서 재판소원의 순기능을 확보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기 위하여 발전된 제도와 법리를 연구해, 재판소원 인정 대상 범위를 정교하게 설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에 재판절차를 다 지키는 충실한 합헌·합법의 재판이 가능하도록 법관 3천명을 3~4배 늘려 1만명으로 늘려가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나의 판사 3~4배 증원 주장에 대해, 판사의 희소성 감소로 인한 사회적 지위 약화의 속내로 반대한 법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그런 반대를 뚫고 나아가기 바란다.

또한 변호사 접근성을 대폭 높이기 위해, 로스쿨 정원을 2천명에서 5천명으로 3배 정도 늘리고, 변호사 시험 정원제한을 철폐해 변시를 자격시험화해야 한다. 나도 잠재적 전관 변호사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저명한 미국의 법경제학자인 포스너 판사가 김호 자유기업원장의 <신동아> 2008년 4월 7일자 인터뷰에서 말했듯, 완전 경쟁시장화는 국민에게는 높은 접근성 확보를 의미하지만, 전관 변호사인 나는 생계유지를 위협받을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로스쿨 정원철폐와 변시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지금도 나의 잠재적 전관변호사 정체성이 마음속에서 딴지를 건다. 이는 시험에 안 나온다는 이유로, 이번 비상계엄 내란죄 판단에 핵심이 되는 5.18 내란죄 대법원 판결문은 공부도 안 시키는 학원화된 로스쿨 교육을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셋째, 법왜곡죄 도입에도 찬성하지만 아쉽다. 큰 효과 없는 상징적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적 입법도 재판절차의 투명성, 외관의 공정성 확보, 책임성 확보에 때로는 필요할 수 있다. 법관임용 후 주변의 전화변론, 몰래변론, 관선변론(현직 판검사, 직원, 경찰이 담당자에게 전화해 한 마디하는 변론)에 대한 자성의 부재, 개혁 노력의 부족을 본 나는, 이 문제를 오래 연구했다. 독일 법왜곡죄 논문과 독일 주석서를 뒤지고, 미국의 사법방해죄를 연구했지만, 내 결론은 한국 사법절차의 독특한 현실은 추가적 구성요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부정청탁방지법의 부정청탁 개념을, 수사, 재판 절차의 문제 상황에 적용할 수있는 형태로 수정하여 처벌하는 맞춤형 입법은 이미 내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담겨 있으니 참고 바란다.

넷째, 전관예우 문제라는 훨씬 더 큰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잠재적 전관변호사로서의 이익에 충실하려는 본능을 거스르려고 열심히 노력해왔다. 법관들, 검사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들(로스쿨에 전직은 물론 현직 포함 경찰 제자들이 늘고, 김앤장 등 대형로펌의 경찰 출신 입도선매 현상도 늘고 있다)의 집단적 이해관계로,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은 물론, 수사, 재판의 신뢰가 뒤흔들린지 오래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도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 개업금지(필요하면 헌법을 바꿔라)와 당근으로서 퇴임 후 공적 직업 마련(원로법관, 중재업무, 기타 공공성이 강한 직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 연금제도 개선(개업 포기하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연금까지 정지해 박탈할 필요가 있나. 부분적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연금 지급정지 규정을 개별 사례별로 합리적 예외를 설정하는 입법이 시급함) 입법을 내주길 요청한다.

'판사' 출신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주장의 내용을 국민의 관점에서 분석해 주길 바란다.

1심 내란 재판의 결과, 지켜보면 어떨까

지귀연 부장판사(가운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위해 4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1심 내란 재판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국민적 열망이 몇 년 만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인 윤석열의 집권으로 이어졌고,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의 현실이 발생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독립성, 책임성, 공정성이 보장된 재판은 정권의 교체에도 견딜 수 있는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과 대법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 측이 9명 중 6명을 추천하며, 위원 6인만으로 회의를 열어 5명 이상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원회에서 특정 재판의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선례는, 이후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법안이 오히려 늦었음을 질타하면서 법관 전보인사만 법관들의 위원회로 빼 위헌 소지를 없애라는 것도, 법관 부동성 원칙이 제도화하지 않은 가운데 사법행정위원회 의결로 공식으로 판사를 지방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제도는 제2의 윤석열 같은 대통령이 집권하면 충분히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 유태흥 전 대법원장 시절인 1985년 박시환 전 대법관(당시 인천지법 판사)이 강원도 영월로, 이를 비판한 서태영 서울지법 판사가 경남 울산으로 날아간 것과 같은 일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책에 반대한 송승용 판사가 통영으로 좌천성 인사를 받은 일을 기억하자.

미래의 사법부 지형과 정치적 상황이 엄혹해질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최소한의 재판독립, 법관독립의 안전장치는 유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전직 판사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내란#윤석열#차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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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을 만들다] ⑤국가보안법 폐지 않고는 반복된다

한요나 시민기자

hanyona@naver.com

전직 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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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상 심판…국보법의 민낯

무죄에도 "피고인이 안 만났음을 증명하라" 항소

조작 주도한 한은지 검사, 사과 없이 대형 로펌 행

국정원, 대법원 확정 판결 후 등 떠밀린 '뒷북 사과'

묵비권 행사한 이들에게는 유죄 판결 내린 사법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신 대표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과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내에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에게 '간첩' 낙인을 찍었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활동 이력과 엮어 '세월호 간첩'이라는 악명까지 붙였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지난 9월 25일, 대법원은 그에게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는 보수 언론이 즐겨 쓰는 '증거 불충분'과는 본질이 다르다. 신 대표가 밝혔듯, "수년간에 걸친 내사와 불시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증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은, '증거 자체가 부재'를 확인한 사건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막대한 인력과 세금을 투입해 한 평범한 시민을 어떻게 '간첩'으로 조작하려 했는지, 그 비상식적인 조작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신동훈 제주 평화쉼터 대표를 향한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검찰의 거대한 '간첩 조작'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국가기관의 집착에 가까운 항소와 무리한 수사로 평범한 시민활동가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신동훈 대표는 수사 단계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들이민 조작된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격파하며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고, 국정원의 수사는 위법하고 무리한 것이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승리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사법 정의를 조롱하는 검찰의 무책임한 태도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의 존재다.

1심 완패에도 '복사 붙여넣기'… 피고인을 말려 죽이는 '묻지마 항소'

1심 법원은 신동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요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간첩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캄보디아 현지 불법 사찰, 서로 시선도 맞지 않는 황당한 영상 증거, 수사관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조서 조작 시도, 오락가락하는 '전문 증언꾼'의 진술 등 검찰이 내세운 칼날은 법정의 엄격한 증거주의 앞에서 모두 무디기만 했다. 상식적인 법조인이라면,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을 생각하는 국가기관이라면 여기서 멈췄어야 한다. 잘못된 기소를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다.

하지만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문제는 항소의 근거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는 1심 판결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을 때 제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항소하기 위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인 반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단 하나의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1심에서 이미 탄핵당한 논리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으로 반복했다.

심지어 검찰은 항소 이유서에서 '피고인이 캄보디아에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피고인 스스로 증명하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악마의 증명(Probatio diabolica)' 요구와 다름없다. 이는 법리적 다툼이라기보다, 무죄 판결로 인한 조직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피고인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오기'이자 '사법 폭력'에 가깝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 역시 1심과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법원 역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법부는 일관되게 혐의를 입증할 '증거 없음'을 알렸지만, 검찰은 귀를 막고 무조건 항소 진행만을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검찰의 무책임한 '아집'이었다.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다수의 공안 사건에서 보았듯, 검찰은 무죄가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조직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악습을 반복했다. 이른바 '침대 축구'식 소송 지연이다. 그들에게는 자존심 싸움일지 모르나, 피고인에게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다. 신 대표는 "증거가 없다는 판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황상 간첩이 맞다'는 식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명백한 국가폭력이자 한 시민의 삶을 볼모로 잡은 사법 농단이었다.

조작 수사 주도한 검사는 로펌으로… 책임지지 않는 권력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이 무리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책임자의 행보다. 수사 검사이자 공판 검사였던 한은지 검사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에 슬그머니 검사복을 벗었다. 그리고 곧장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신 대표에게 "입을 열면 구속을 취소시켜 주겠다"고 지속적으로 회유했다. 신 대표가 이에 반발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저항하자 구치소에 '자해 우려가 있으니 특별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던 당사자다. 헌법이 보장한 피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신 구속을 무기로 자백을 강요했던 검사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변호사로 변신한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그의 현재 전문 분야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그는 현재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분야에서, 조작 수사의 주역이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이런 수준의 '과거 세탁'은 단순히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를 넘어선다. 공안 수사의 실패를 책임지지 않는 검찰 조직의 도덕적 해이와 전관 변호사를 모셔가는 법조계의 거대한 카르텔이 만들어낸 볼썽사나운 단면이다.

간첩 조작에 실패해도 검사는 거대 로펌으로 영전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고, 피해자는 평생을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현실. 그 피해에 대해 국가는 쥐꼬리만한 형사보상금으로 입을 막으려 하는 행태.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사법 정의의 현주소다.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시스템 속에서라면 '제2의 신동훈'은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국정원에서 최근 신동훈 대표에서 구두사과에 이어 서면으로 '정식사과'를 하며 사과문을 보냈다, 사진 제주 평화쉼터 제공

뒤늦은 국정원의 사과, 그리고 여전한 '사상 심판'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변화의 움직임은 있었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정보원이 신동훈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전해 왔다. 국정원은 최근 신 대표를 직접 찾아가 이종석 국정원장 명의의 서면 사과문을 전달했다. 과거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국가기관이 사과에 인색했던 전례를 비추어볼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처다.

국정원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2년 9개월여간 진행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 대표가 겪은 고초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특히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국정원이 수사 과정에서 세월호 활동을 언급하며 사건을 부풀렸던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는 신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결과이자 끈질긴 투쟁이 만들어낸 작은 결실이다.

하지만 이 사과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신 대표와 함께 기소된 다른 두 활동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시기,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운명이 갈렸다. 신 대표의 무죄가 '조작 시도의 실패'를 증명했다면, 다른 동료들의 유죄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여전히 우리 사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신 대표와 달리 유죄를 선고받은 두 활동가는 평생을 통일 운동에 헌신해 온 이들이다.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다. 혐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상 검증'을 강요하는 이 부당한 재판 자체를 거부하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들의 침묵을 방어권 행사가 아닌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로 간주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가진 전근대적인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행위가 아닌 '심증'과 '사상'을 처벌하는 법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행위는 곧 '불온함'의 증거가 된다. 결국 법원은 그들의 행위가 아닌 그들의 '머릿속'을 심판했고, 그 사상에 유죄라는 낙인을 찍었다.

국가보안법의 자의적인 적용 기준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신 대표가 언급한 '이적 표현물 소지죄'가 대표적이다. 서점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사회과학 서적이나 북한 관련 서적을 소지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책은 '불온 서적'이 되고, 소지자는 범죄자가 된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있어도 내면의 양심이 '붉어야만' 죄가 성립하는 기이한 구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생각과 목적을 도대체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는 수사관과 판사가 피고인의 마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재단하는 '관심법'이자 명백한 '사상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 사진 한요나 시민기자

 

"국가보안법, 법 자체가 문제"

-재판의 1심에서 증거가 없음이 명백히 확인됐는데도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이어간 진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법리적인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실수를 면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이다. 항소 이유서에는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정황상 간첩이 맞다' '피고인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만 가득했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2심과 3심 무죄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작 시도가 실패하자 그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쏟아질 비난과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나를 볼모로 잡고 대법원까지 사건을 질질 끌고 갔다. 이는 명백한 괴롭힘이자 2차 가해다."

-신 대표를 향한 무리한 간첩조작 수사를 주도한 한은지 검사가 대형 로펌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심경인가?

"참담함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검사는 내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가했던 사람이다. 구치소 독방에 가두겠다고 위협하고, 내 묵비권을 무력화하려 했던 장본인이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무죄 판결이 예상되자 슬그머니 옷을 벗고 '법무법인 지평'이라는 거대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의 생명을 다루는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려던 사람이 이제는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사라지고, 항의할 곳조차 없어진 현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수사를 받은 이들은 유죄를 받았는데, 유무죄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보나?

"나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 대응을 했고,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습니다. 그들은 통일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국가보안법은 그들의 사상을 심판했다. 그리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다."

-국가보안법의 이러한 부분은 개인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충돌한다고도 보이는데.

"그렇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사람이 어떠한 사상을 가지며 선악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을 가지든지 국가 권력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라는 하위 법률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유무죄를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회는?

"국가보안법이 통일운동가나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악법이라 생각했지만 나와 무관한 것이라 느꼈기에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들마저 저를 공격할 빌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가보안법은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누구나 죄를 적용시킬 수 있는 세상 편리하고도 어처구니없는 법이다."

신 대표가 살고 있는 제주는 이승만 정권의 4.3사건으로 인해 '레드 콤플렉스'의 상처가 깊게 패어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 제주에서만 조작 간첩 피해자가 39명에 달하며, 이 중 3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4명은 여전히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민낯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희대의 악법 '치안유지법'.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커녕 그 악법을 고스란히 베껴와 이름만 바꾼 것이 바로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태생부터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이 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국제앰네스티, UN 인권이사회 등 국제 사회는 수십 년째 꾸준히 폐지를 권고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방패막이 삼아 귀를 닫아왔다.

대공수사를 담당해 온 국정원은 이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을 그물 삼아 끊임없이 '간첩'을 생산해 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도 그들은 질긴 생명줄을 이어왔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기형적인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조직의 존립과 예산 확보, 그리고 정권의 안위를 위해 '없던 간첩'도 만들어내는 과업은 그들의 가장 주요한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신동훈 대표를 '간첩'으로 만들려던 국가기관의 집요한 시도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최근 국정원은 여론에 밀려 신 대표에게 사상 최초의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이를 '진정성 없는 억지 사과'라고 규정했다. 조작에 가담한 수사관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영전했으며, 국정원의 수사 관행과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구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한 개인의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상 심판'의 도구,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생각을 처벌하려는 국가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한 제2, 제3의 신동훈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시대에 이 국가보안법은 드디어 사라질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음지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감시하며 또 다른 조작의 시나리오를 쓰게 될까. 온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숙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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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뒤집힌 지도’와 전략적 유연성

두 달만에 무너진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 발언

주한미군이 ‘뒤집힌 지도’를 사용하는 이유

주한미군의 새로운 발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의 중요성

노골화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두 달만에 무너진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 발언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은 2개월 후 무너졌다. 한미 팩트 시트와 SCM 공동성명에서 사실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가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팩트 시트는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은 북중러를 위협의 대상으로 지칭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 즉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문장의 주어가 “한미 양국”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 두 달의 유효기간을 가졌을 뿐이다.

팩트 시트와 같은 날 공개된 SCM 공동성명 역시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성명 2항은 “양국은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하여 미측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도 주어는 ‘양국’이다.

주한미군이 ‘뒤집힌 지도’를 사용하는 이유

이재명 정부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일까. 11월 16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는 ‘뒤집힌 지도’의 의미를 설명하는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의 연설문이 게재되었다. 연설문의 제목은 “동쪽을 위로 하는 지도: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을 드러낸다”이다. ‘동쪽을 위로 하는 지도(The East-Up Map)’가 바로 ‘뒤집힌 지도’이다.

‘뒤집힌 지도’의 의미를 설명하는 브런슨 사령관의 연설은 거침이 없다.

우선 브런슨은 ‘북쪽을 위로 하는 지도’(조선이 한국 위에 위치하는 통상적 한반도 지도)가 갖는 맹점을 지적한다. 그런 지도로는 다른 지역의 전략적 효율성을 제한하는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바로 제1도련선 내에 있는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은 일본의 사세보,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대중국 봉쇄선(저지선)이다. 미국은 냉전 시기부터 제1도련선 개념을 적용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고 봉쇄하는 저지선을 설정해왔다.

따라서 제1도련선은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저지선이 아니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관할하는 저지선이다. 문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뒤집힌 지도’를 갖고 제1도련선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시선이 제1도련선 안의 지역 즉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뒤집힌 지도’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한 컨퍼런스에서 주한미군이 올해 초부터 ‘뒤집힌 지도’를 제작해 내부 교육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가 남중국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새로운 발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

브런슨 사령관이 이 연설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석은 제1도련선이다. 그런데 ‘뒤집힌 지도’로 보면 주한미군이라는 존재는 새로운 가치를 갖는다. 다음은 브런슨 사령관 연설의 한 문장이다.

“이미 한반도에 배치된 병력은 증원이 필요한 원거리 전력이 아니라, 위기나 유사시 미국이 돌파해야 할 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병력으로 드러납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다.

첫째, 미국은 제1도련선을 방어선 혹은 저지선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돌파선(to penetrate)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9월 실시한 한미일 프리덤 에지 군사연습을 설명하면서 “제1도련선 안에서 전투 가능성 전력”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러덤 에지가 제1도련선에서 중국 군사력을 방어 혹은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군사연습은 제1도련선 ‘밖’에서 해야 한다. 제1도련선을 돌파하여 중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제1도련선 안’에서의 전투 전력을 언급한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가치이다. 브런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병력”이다. 그래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브런슨의 사고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은 무엇일까. 브런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관점의 전환은 한국이 지닌 자연적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거리 분석을 통해 캠프 험프리스가 잠재적 위협에 얼마나 가까이 위치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평양까지 약 158마일, 베이징까지 약 612마일,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약 500마일입니다.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오는 북방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한·중 간 해역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활동에 맞서 서쪽 방향의 작전 범위를 제공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위 발언은 주한미군 기지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드러낸다.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는 평양,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위협에도,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을 미국에 준다.

브런슨의 연설이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중국, 대러시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집힌 지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드러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으로의 역할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로의 역할 확대도 포함된다.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안에 있는 유일한 미군으로써 대중국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은 북방에서 내려오는 ‘러시아의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의 중요성

브런슨의 사고는 새로운 전략적 삼각 지대의 형성으로 확대된다.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삼각 지대를 형성(emergence)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런슨은 이를 ‘삼각 프레임워크’라고 표현하는데, 미국에게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제공한다. 특히 북중러를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삼각 프레임워크’에서 한국은 전략적 깊이와 중심적 위치를 제공한다. 세 나라 모두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위치로 인해 한국은.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능력이라는 추가적인 이점도 제공한다.

여기서 비용 부과 능력(cost-imposition capabilities)은 적에게 군사적으로, 전략적으로 부담을 주는 효과를 의미한다. 즉 ‘삼각 프레임워크’ 안에 한국이 존재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작전을 성공하기 어려운 부담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노골화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적은 없었다. 이는 한미 팩트 시트와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우리 정부가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브런슨의 연설문 공개는 이재명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합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주한미군 기지를 대중국, 대러시아 전초기지로 만드는 과정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었다. 군산 기지로 F-16이 집결하고 있다. 지난해 31대의 F-16으로 첫 수퍼비행대대를 창설한 미군은 올해 두번째 수퍼비행대대를 창설했다. 주한미군은 시범 운영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지만, 새로운 기지에서의 F-16 비행을 테스트하는 단계라는 말이지 F-16이 오산기지에 임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이전 배치된다는 뜻이 아니다.

2020년에 군산 기지에는 강화된 격납고 20개가 신설되었다. 올해 추가로 18개의 강화된 격납고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엔 F-35A 전략폭격기가 배치될 전망이다.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대러시아 전초기지화는 추진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브런슨이 밝힌대로, 한국-일본-필리핀을 통합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 형성이다. 브런슨은 위 연설에서 “미국은 별도의 양자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각 파트너의 지리적 이점과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3자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라면서 한-일-필 3자 협력 촉진 의사를 피력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도 동맹 현대화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대중국•대러시아 전초기지화, 안보비용의 동맹 전가를 핵심축으로 한다.

이대로 전략적 유연성, 동맹 현대화가 추진된다면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전쟁에 한국은 끌려들어가는 파국적 결과를 면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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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주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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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들판

  • 입력 2025.12.01 22:00

  • 수정 2025.12.01 22:18

  • 댓글 2

한국의 민주주의 다시 시험대에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은 단지 한 정권의 시행착오나 여당 내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증거이며, 국민이 지난 수년 동안 고통과 분노 속에서 만들어낸 정권교체의 의미가 무너질 기로에 서 있다는 신호다. 국민은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질서, 새로운 개혁의 출발점을 기대했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기대와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다는 명분 아래 멈춰 선 개혁, 정치적 부담을 피하느라 미루는 결정, 내부 다툼 속에서 탕진되는 시간, 그리고 검찰과 사법 권력의 관성이 다시 살아나는 현실은 지금 정부가 '주춤거리는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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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2025.12.1. 연합뉴스

국민은 지난 정권의 난폭함, 제도 붕괴, 관료 권력의 일방적 독주를 견디다 못해 민주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곧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단지 '전제 조건'에 불과했다. 그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정권교체의 진짜 의미다. 지금의 민주당과 정부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권력은 얻는 순간부터 무게를 지닌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정부는 국민의 기대가 아니라 국민의 인내를 소모할 뿐이다.

 

조심스러움을 가장한 무기력…개혁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민주당과 정부의 첫 번째 문제는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방송 개혁·정보기관 개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룬 시대적 과제다. 권력기관의 집중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찾는 일은 어느 정권이든 회피할 수 없는 책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검찰 권력이 보여준 강압적 수사, 정치 개입, 선택적 기소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결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이후 이 명백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역풍을 걱정하는 관료적 주저함'만 보일 뿐이다.

 

검찰 권력은 한번 비대해지면 스스로 축소되지 않는다. 기관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조직적 저항을 선택한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는 단지 내부 의견 충돌이 아니라,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원칙을 위협한다. 법 집행기관이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순간, 법치주의는 목적을 잃고 권력투쟁의 도구로 변질된다. 개혁의 속도를 늦출수록 검찰 조직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그 반발은 곧 정치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정부가 '개혁을 주저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조심스러운 정부를 바란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제도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분명한 결단을 바랐다. 뒷걸음질 치는 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다. 스스로 두려워하는 정부는 국민이 지켜줄 수 없다. 개혁의 칼을 칼집에 넣어버린 정부는 언젠가 그 칼에 자신이 베일 뿐이다.

 

국민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정부…실천 없는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우리가 잘 설명하지 못했다"거나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설명 부족이 아니라 실천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국민이 요구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한 국민은 더 이상 '말로 하는 개혁'을 믿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정치적 상황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태도, 충돌을 피하려는 소극성, 더 나은 명분을 찾겠다며 판단을 미루는 행태는 결국 정부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된다. 국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로 보여라. 결과로 판단하겠다."

 

이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정부는 위험하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정부는 더 위험하다. 무능은 의도치 않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권교체를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국민이 느끼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빠르게 잃게 된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혁의 속도가 더뎌지고, 명확한 방향성 없이 정치가 표류하기 시작하면 국민은 언제든 정치적 선택을 다시 바꿀 수 있다. 민주당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행동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 정당처럼 보인다.

 

내부 싸움에 빠진 민주당…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파괴하다

 

현재 민주당이 마주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내부 갈등이다. 지도부의 명확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계파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전략적 판단은 사라져 간다.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민주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갈등이 '정책적 논쟁'이나 '전략적 토론'이 아니라, '이익을 둘러싼 소모전'이라는 점이다.

 

계파 간 다툼은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고, 특히 개혁과제 추진의 동력을 파괴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내부 단합을 통한 정책 일관성 확보다. 지금은 정반대다.

 

주요 개혁 의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당 내부의 자리 갈등, 영향력 경쟁, 책임 회피 논쟁이 오히려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 이 싸움에 관심이 없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다. 누가 싸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싸우고 싶으면 당사에서 싸워라. 국정은 멈추지 말고."

 

민주당이 이 단순한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검찰 권력의 관성…선출권력의 주저는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을 부른다

 

한국에서 검찰 권력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을 넘어선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 정치권과의 밀접한 상호작용, 관료적 문화, 언론과의 결합 구조는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어 왔다. 정권이 흔들리면 검찰은 움직였다. 정치적 공백이 생기면 검찰은 그 틈을 메웠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반복된 패턴이다.

 

AI 활용 설정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21. 연합뉴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와 고위 검찰 간부들의 조직적 반발은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민주당이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속도가 느려진 순간, 검찰 조직은 스스로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즉각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선출권력이 주저하는 동안 비선출권력은 더욱 대담해진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제도적 재난이다. 사법이 정치로 이동하는 순간, 법은 공정성을 잃고 권력투쟁의 무기가 된다. 기소 여부가 국정 운영의 변수가 되고, 판결 시점이 여론의 흐름을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면 민주주의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내란 사건과 전담재판부…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죄 의혹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질서를 뒤흔든 사건이며, 헌정체제의 근간을 다루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사건을 일반 형사 사건처럼 다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방대한 증거, 복잡한 법리, 거대한 정치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전담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담재판부 설치가 없을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가?

 

첫째, 재판부 구성의 우연성이 사건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특정 재판부가 여론·정치적 외풍·조직적 압박을 받기 쉬운 구조가 된다.

 

셋째, 적절한 재판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판결은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국민이 불안과 의심을 표하는 이유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이 정치와 충돌한 여러 장면을 목격해 온 국민은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험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전담재판부 설치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설계다.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일부는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고, 일부는 사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일부는 당내 계산을 앞세우고 있다. 내란 사건은 이런 정무적 고려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는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이를 회피하는 순간, 민주당은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는 셈이다.

 

지금 민주당이 가져야 할 네 가지 결단

 

첫째, 개혁의 일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중간에 멈추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머뭇거리는 순간 검찰 조직은 즉각 반격에 나서고, 그 반격은 개혁의 후퇴로 이어진다.

 

둘째, 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무유기다.

 

셋째,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에게 명확한 설명 없이 개혁을 진행하면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하고, 여론은 쉽게 왜곡된다.

 

넷째, 정부·여당·국회의 전략적 조율이 필요하다. 각자가 제멋대로 판단하면 곧바로 '틈'이 생기고, 그 틈은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 통로가 된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단순히 정치적 위기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안정성, 국민이 선택한 정권교체의 의미, 앞으로의 정치 시스템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이다. 민주당에게 남은 말은 단 하나다. 주저하는 순간, 당신들은 다시 패배한다. 그리고 그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당신들의 몫이 된다. 개혁이 두렵다면 권력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결단할 용기가 없다면 국민에게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멈출 것인가, 밀어붙일 것인가. 책임질 것인가, 변명할 것인가. 역사를 바꿀 것인가, 역사의 짐이 될 것인가. 국민은 더 기다려주지 않는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지금 당장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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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 없다고 안 바뀔지 모르지만"…계엄의 밤, 국회 지킨 시민들의 이야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2/02 09:18
  • 수정일
    2025/12/02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2.3 비상계엄 1년] ② 소식 듣고 곧장 달려간 시민들의 마음

최용락 기자/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2.02. 06:58:36 최종수정 2025.12.02. 07:40:42

12월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그리고 1972년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선포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8일 갤럽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1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 최규하 제외) 중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비상계엄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내란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비상계엄이 우리에게 준 의미, 그리고 청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무도한 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온 시각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이었다. 지인의 연락이나 방송을 통해 이 말을 접한 모두의 일상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 속에 흔들렸다.

어지러운 속에서도 몇몇 시민은 발 빠르게 용기를 냈다. 경찰 비공식 추산 4000여 명의 시민이 그날 밤 국회에 모였다. 장갑차를 막아서고, 총을 든 군인을 꾸짖고,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했다.

훗날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윤석열"의 탄핵을 선고하며 계엄 해제 의결의 가장 큰 공을 "시민들의 저항"에 돌렸다. 그날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국회 앞을 지켰을까. 무도한 계엄령에 맞서 시민들이 밤새 나눴던 말로 이를 복기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을 탄핵하라", "체포하라", "구속하라" 밤새 반복된 구호

계엄의 밤, 시민들의 각본 없는 자유발언이 시작된 때는 지난해 12월 4일 새벽 3시경이었다. 장소는 국회 정문 2문 앞.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지회가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고용승계 등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던 앰프 4대가 그곳에 있었다.

지회 앰프를 통한 발언은 당일 0시 30분경 시작됐으나, 처음에는 정당인 등 정치 웅변이 익숙한 이들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지회 측은 정당인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에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금세 긴 대기줄이 생겼다.

<프레시안>에 당일 발언 녹음을 제보한 김석현 씨도 그 즈음 녹음기를 켰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민들은 "비상계엄 해제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체포하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는 "이 도발은 일주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오늘 우리가 강고한 대오를 유지하고 싸우면 더 많은 국민이 모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국회로 모여 달라고 호소해달라. 즉시 핸드폰을 들고 모두 이곳으로 모여달라고 호소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날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것은 국회가 윤 전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낸 때로부터 2시간 반,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시작한 때로부터 1시간 반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4시 30분경이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밤 저 하나 없다고 바뀌는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일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초반 발언자는 20대가 많았다. 학생운동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도 꽤 됐다. 이들은 먼저 국회 앞으로 나온 이유를 밝히고 시민들을 독려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대안학교를 졸업해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고 밝힌 한 청년은 "오늘 밤에 저 하나 없다고 바뀌는 게 없을지도 모르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며 "아무리 절망하더라도 냉소적이 되지 말자. 저도 국가에 의한 학살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움직이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학생은 "친구들과 술 마시다 나왔다. 술 마시고 나라 욕하려다 나라가 진짜로 욕 먹을 짓을 해 바로 나왔다. 이 자리에 오니 시민들의 열망이 느껴져 너무나도 기뻤다"며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이 자리를 절대 벗어나지 않겠다.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외쳤다.

그날 시민들이 총구 앞에 섰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발언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은 철수하지 않은 군을 향해 "불법적인 명령은 단호히 거부해 국민의 군대로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뒤 "우리에게는 양심이 있다. 군인들이 그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함성 한 번 보내자"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에게 대통령은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직장인과 10대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전북 익산에서 온 크레인 기사는 "각지로 일하러 다니는데, 경상도든 전라도든 강릉이든, 어디를 가도 다 윤석열 욕 안 하는 데를 못 봤다"며 이미 망가져 있던 정권에 대한 민심을 전했다. 이어 "저녁에 자다 유튜브를 봤다. 가짜뉴스 같은데 진짜였다. 열 받아서, 잠이 안 와서 뛰어왔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온 15년차 초등학교 교사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ㄴ나오게 됐다며 "두렵기도 했다.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호 공무원인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데 일개 공무원인 제가 징계를 두려워해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해야 하고 법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최상위법인 헌법을 지켜야 된다고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경기 안산, 인천 영종도, 경기 남양주 등에서 온 각양각색의 시민이 발언대에 올랐다. "79년도에 계엄군이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와 추운 겨울에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곧 출근해야 한다고 소개한 한 시민은 "윤석열 해고"를 외쳤다.

청소년 심리센터 상담사, 독립영화 제작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직장인, 기말고사를 5일 앞두고 거리로 나온 고등학생,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장애인 아들로 이뤄진 부자 등도 마이크를 잡고 윤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광주와 박근혜 탄핵 기억한 시민들

그날 시민들의 마음 한 켠에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산화한 광주의 영령들이 자리했다는 점도 기억할 대목이다.

한 대학생은 "44년 전 제 고향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이 비상계엄에 분노하며 일어섰다. 어젯밤 비상계엄이라는 믿지 못할 소식을 듣고 무척 화가 났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될 줄 정말 몰랐다"며 "시민들이 죽음으로 만들어 낸 민주주의가 고작 한 사람의 어이없는 한순간 행동으로 무너져 내렸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소식을 듣고 5명의 친구와 함께 광주에서 출발해 3시간여 만에 국회에 도착했다고 밝힌 시민이 "저는 80학번이다. 광주민주화운동도 함께 했다"고 소개하자 함성이 터져나 온 장면도 있었다. 그는 "윤석열이 자기가 내려갈 단초를 자기가 만들었다. 윤석열이 내려갈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밝힌 대학생은 "한때 저는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다. 인터넷에서는 전라도를 조롱하고 욕했다"며 "그에 대한 말을 하면 오히려 저를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지역차별로 인한 상처를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이 자리에서 더는 제 고향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덕분에 지금도 5.18의 저항정신이 살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의 뜻을 담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러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노래가 퍼져나갔다.

민주주의를 직접 지킨 경험도 시민들이 이날 국회 앞을 지킨 자양분이었다. 한 대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교실에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격을 떠올렸다. "민주시민의 힘은 잊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이태원을 잊지 않고, 박근혜 탄핵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지금 다시 한 번 나왔다. 오늘을 잊지 말자"고 강조하는 시민도 있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날이 밝는 가운데에도 시민들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다. ⓒ김석현

민주주의, 지역·이념 가리지 않는 보편적 가치…따뜻한 격려의 말도

민주주의와 이를 지켜온 시민들의 뜻이 지역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말들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경북 경산에서 밤 12시에 차를 몰고 왔다. '오늘 이 국회 앞이 혹시나 광주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열심히 왔다"며 "비상식적인 권력에 맞서 싸우자. 권력을 남용한 윤석열을 무너뜨리자"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여기 계신 분들과 저의 정치관념이 굉장히 다를 수 있다. 저는 자유주의자다"라면서도 "그런데 이건 너무 선을 넘었다. 제가 윤석열 뽑았는데 제가 뽑았으니 제가 탄핵해야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를 욕하던 시민도 발언 끝에는 "나와줘서 고맙다"고 외쳤다.

'보수의 뿌리' 대구 출신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다른 의원들은 그 긴박함을 감수하면서도 국회 담을 넘어 달려왔는데 비겁하게도 국회에 올 용기조차 없는 그런 집단은 당사로 도망가서 꽁꽁 숨었다"며 "이런 자들도 부역자 아닌가"라고 국민의힘을 질타했다.

따뜻한 격려도 그날 시민들이 밤새 국회를 지키게 한 힘이었다. 한 직장인은 "기억이 전승되는 한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이제 출근 준비하러 가봐야 되는데, 이 자리에 나와 밤을 지킨 우리 스스로를 위해 박수 한번 쳐주자"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방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 여러분이 나와 계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늦게나마 달려왔다"며 "여러분이 이렇게 모여주신데 대해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올라왔다"고 했다.

그날 저녁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집회는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어 12월 7일에는 국회 앞에만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남태령 대첩', '키세스단'으로 불리는 싸움도 있었다. 지난 4월 5일 "피청구인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시민들은 끊임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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