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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이때나 미국시대 … 진짜 세상 갈망한 소설가 남정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9/18 07:26
  • 수정일
    2025/09/18 07: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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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미소설 [분지] 60주년 기념식을 치르며

  • 기자명 최진섭 
  •  
  •  입력 2025.09.17 12:12
  •  
  •  수정 2025.09.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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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섭  / 출판인

 

‘남정현’ 하면 보통 <분지>를 떠올린다. 소설 <분지>를 통해 남정현(1933~2020)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1999년 봄 《한국 언론의 미국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다 소설 <분지>를 만났고, 당시 그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1965년에 쓰인 이 소설을 읽은 느낌은 전율이자 전의였다. 미군한테 겁탈당하고 미쳐버린 어머니, “이 죽일 놈들아! 날 죽여다오”라고 외마디소리 지르며 영영 눈을 감아버린 〈분지〉의 주인공인 홍만수 어머니의 참상에 대한 전율이었으며,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자들에 대한 전의였다. (‘2000년 1월 1일의 신문과 반미소설 〈분지〉’ 중에서)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 장면. ⓒ최희영

40킬로그램의 몸으로 미국에 맞선 작가

<분지>는 널리 알려진 한국의 소설과는 그 내용과 형식에서 독특한 점이 많았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평지 돌출한 작품이었다. 《작가연구》 2001년 하반기호는 186쪽 분량의 특집으로 남정현 작가를 다뤘는데,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그 '특이성'에 주목했다. 채호석 편집인은 책머리에 “한국문학사에서 앞도 없고, 뒤도 없는 자리가 바로 남정현 소설의 자리가 아닐까”라고 쓰기도 했다.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남정현 작가와 반미소설 <분지>를 나이 사십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사실에 일종의 자책감마저 들었다. 필자의 무지함과 게으름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가보안법(반공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잘못도 크다. 1965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직후 필화사건으로 금서가 된 <분지>는 1987년 6월항쟁 이후에야 합법적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분지>를 읽고 감탄한 필자는 《말》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이기형 시인에게 부탁해서 남정현 작가를 2000년 초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만났다. <분지>를 읽은 독자는 처음엔 힘깨나 쓰고 기운 세 보이는 야성적인 작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막상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왜소한 체격과 부드러운 인상에 놀라곤 하는데,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오적>의 시인 김지하도 2005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분지〉를 탁 보고 대단히 우람한 사람을 연상했어요. 그런데 조그마하니 약체, 그래서 더, 놀랐죠. 남 선배, 큰일 하셨다고 그랬어요. 아메리카에 대해 그 후에도 그렇게 쓴 작품이 없죠.”라고 증언했다.

그즈음 남정현 작가의 몸무게는 채 40킬로그램이 될까 말까 했다. 유소년 시절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병고에 시달리고, 20대 초반까지 결핵을 심하게 앓은 후유증 탓이었다. 그 병약한 몸으로 1974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사태 때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이로 인해 평생 어지럼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대학로에서의 만남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13년 《분단시대의 지식인-통일 만세》를 쓰면서 남정현 작가를 세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이때 그를 인터뷰한 장소는 자택 쌍문동에서 멀지 않은 대학로의 카페 앨빈이었다. 남정현은 이 카페의 단골이었다. 2017년에는 그의 마지막 소설집 《편지 한 통-미 제국주의 전상서》를 도서출판 말에서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분명히 훗날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2024년 초에는 작가의 장남 남돈희 씨와 함께 마석 모란공원 묘지를 찾았다. 묘비 앞면에는 “민족자주를 열망한 ‘분지’의 작가 남정현의 묘”라고, 뒷면에는 문학평론가 김병욱의 ‘천부적 이야기꾼’에서 따온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필자가 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읽은 남정현 관련 비평 중에 가장 인상적인 구절의 하나였는데 묘비에서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남정현의 문학은 결코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처절한 목소리다. 그런데도 그 작품에는 웃음이 있다는 것이 한 특징이다. 그것이 말하자면 남정현의 삶의 여유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을 가장 정직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문에 인용한 김병욱 평론가의 글 〈천부적 이야기꾼〉에는 위의 ‘왜냐하면’ 앞에 “그의 작품은 분명히 훗날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가 들어가 있다. 이 비문은 남돈희 씨가 직접 골랐는데, “아버님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 늘 마음속에 새기던 글귀”라고 했다. 마석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족자주를 열망한’ 남정현 작가를 기리는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으나 우연한 만남이 쌓여 운명적인 만남이 되었고, 인생의 숙제로 떠안게 된 셈이다.

2024년 초 마석 모란공원의 남정현 작가의 묘지를 방문한 《남정현의 삶과 문학》의 저자 최진섭 ⓒ최진섭
2024년 초 마석 모란공원의 남정현 작가의 묘지를 방문한 《남정현의 삶과 문학》의 저자 최진섭 ⓒ최진섭

처음에는 <분지> 60주년이라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않았다. 4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2024년 12월 21일까지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을 정독해서 읽고,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1965년 《현대문학》에 실린 <분지> 이전의 작품도 금기가 많은 ‘경고 구역’에서 온 힘을 다해 쓴 ‘불온’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남정현 작가는 《2004년도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남정현》에서 1958년 <경고구역>으로 등단해서 1965년 ‘분지 필화사건’을 겪을 때까지의 소설에 대해 회상하며 “내 능력으로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좀 허약하고, 또 정신적으로 허약한 데 그래도 내가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처한 엄혹한 상황에서는 우리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울면서 썼다.”라고 회고했다. 남정현은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쓴 소설을 지금 독자들이 잘 보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필자는 남정현 작가가 생전에 느낀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다는 마음에 그의 작품을 빠짐없이 다뤄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 바람에 마감은 마냥 늘어졌다. 게다가 12.3 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몇 달 동안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 시기의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적 상황은 남정현 작가가 소설 <부주전상서>(1964)에 쓴 “현실에 참패한 픽션, 픽션을 제압한 현실”이라는 구절과 딱 어울렸다. 그렇게 해를 넘겨 집필 작업을 하다, 문득 2025년 3월은 <분지> 발표 60주년이고, 2025년 5월은 <분지> 필화사건 60주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남정현의 삶과 문학》 쓰다가 ‘분지 60주년 기념식’ 떠올려

한국 문단 최고의 풍자소설이자, 반미소설로 꼽히는 <분지> 60주년을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허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여겼다. 필자는 지난 7월 중순 《남정현의 삶과 문학-부활과 웃음의 미학》(도서출판 말)을 발간한 뒤 ‘<분지> 발간 60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라도 하리라 마음먹었다. 바로 그즈음 우연한 기회에 문학TV의 최희영 대표를 페이스북에서 만났고, 이 행사를 공동주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분지> 발표 60주년 기념식’은 지난 9월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사회는 전대협동우회의 안영민 회장이 맡았고, 축사는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대표, 한도숙 민족작가연합 고문, 가수 백자가 했다. 지난 겨울 탄핵정국에 <탄핵이 답이다>라는 노래를 유행시켰던 가수 백자는 원래 <오작교> 등의 축가를 부를 예정이었으나 프란치스코 회관 측에서 규정상 노래, 공연은 할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축사로 대신했다.

1983년,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아들(남돈희)과 함께 쌍문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 사진. ⓒ남돈희
1983년,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아들(남돈희)과 함께 쌍문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 사진. ⓒ남돈희

기념식에서 작가의 아들 남돈희(65) 씨가 약력을 소개했고, 딸 남진희(56) 씨가 ‘다정다감한 나의 아빠’란 글을 써서 읽었다. 남진희 씨가 기억하는 소설가 남정현은 ‘반미작가’ ‘민족문학작가’ 이전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는 글귀가 꼭 들어맞는 다정다감한 아빠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새 교과서가 나오는 날은 아빠가 제일 신이 나는 날이었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고르고 골라 사 놓았던 포장지와 비닐로 온종일 교과서를 쌌다. 내 책가방에는 늘 포장지와 비닐로 예쁘게 싼 교과서들과 아빠가 깎아준 연필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아빠는 내 소풍날과 운동회날도 항상 함께였다. 그 시절에는 아이와 관련된 일들은 엄마가 하는 게 당연하던 때라 아빠는 언제나 청일점이었다. 아빠는 내가 도시락을 두 개 싸가야 하는 학년부터는 따뜻한 밥을 먹으라고 저녁 도시락을 늘 학교로 갖다 주기도 했다.”

남진희 씨는 아빠의 다정함과 끝없는 사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뒤에도, 40이 넘어 뒤늦게 결혼을 할 때까지 같이 사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작가들이 존경의 예를 표하는 남쪽 문인

최희영 문학TV 대표는 남정현 작가를 추모하는 영상을 준비했다. 10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남정현 작가가 생전에 국가보안법 폐지 연설하는 모습,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석한 장면,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문인들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장례식장 화면에는 문학평론가 임헌영이 “남정현 작가는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봤고 제국주의론에 통달했다. 사회과학에서 리영희 선생이 한 똑같은 역할을 문학에서는 남정현이 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두 분 주장은 똑같다. 우리나라 민족문제의 핵심은 친일파 청산, 미국 문제로 보았다. 미국은 분단, 남북긴장, 적대감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 남정현은 등단 초기부터 국가보안법(반공법)은 일본이 만든 법을 미국이 현대화, 모더나이즈하게 만든 법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말한 국가보안법의 ‘국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다.”

젊은 시절부터 남정현 작가와 문학적 교류를 한 임헌영 평론가 ⓒ최희영
젊은 시절부터 남정현 작가와 문학적 교류를 한 임헌영 평론가 ⓒ최희영 

임헌영 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 소장)는 이날 기념식에서 남정현 작가와의 추억담을 들려줬는데 “(1960년대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자들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남정현 선생을 찾아가 인터뷰할 정도로 당시 국제사회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였다.”라고 말했다. 윤동주 묘지를 발견한 일본의 한국문학자인 오무라 마스오(1933~2023) 와세다대 명예교수도 한국에 오면 남정현 작가를 만났고, 부인 신순남 씨가 폐암에 걸렸을 때는 일본에서 약을 구해 찾아오기도 했다.

북에서도 남정현은 유명했다. 《실천문학》 주간을 지낸 소설가 김영현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했을 때 남정현 작가와 고려호텔에서 같은 방을 썼다. 그는 나중에 에세이 <엄마 하나님-남정현 선생과 함께>에서 “많은 북한 측 작가들이 같이 갔던 기라성 같은 남쪽의 작가들을 제치고 남 선생에게만은 진정으로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을 나는 곁에서 여러 번 보았다.”라고 썼다.

북의 작가들이 유독 남정현 작가에게 예를 갖추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국 최고의 반미소설 <분지>를 쓴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혹시 북한의 문학연구자들이 남정현이나 <분지>를 언급한 비평, 논문을 볼 수 있을까 싶어 국립중앙도서관 북한자료센터를 방문했으나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여성주의적 관점의 <분지> 비판에 대한 반론

기념식에서 소설가 이수경은 ‘<분지>와 여성주의 논쟁’을 주제로 한 비평문을 발표했다. 이수경 작가는 “여성의 신체와 그에 가해지는 폭력을 알레고리로 삼거나 성 역할을 고착하는 문학 현상에 대한 비판은 그것대로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며, “소설 <분지>의 상징적 요소와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인 묘사는 불편을 넘어 어떤 불쾌함을 줄 수도 있겠다고 일면 이해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지>를 ‘가부장제 식민지 남성주의’, ‘여성에 대한 겁탈, 강간, 혐오 서사’, 심지어 ‘음란물과 폭력물의 요소를 모두 갖춘 삼류성인소설’, ‘미국 여성의 신체를 제압하여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남성의 뒤틀린 지배 욕구’ 같은 것으로 해석한 여성주의적 관점의 논문과 비평”에 관해서는 이렇게 반론을 펼쳤다.

“각별한 주의와 긴장을 유지하며 소설을 반복해서 읽은 저로서는, 이 비판들이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독법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남정현 문학 연구> 강진구 선생의 지적이나 <분지>를 평하며 ‘발화자의 위치, 말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어떤 시간적 공간적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의미 맥락이 달라진다.’ 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선태 교수 등의 견해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은 표면적, 결과론적 사실을 넘어 플롯을 찾아가는 예술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수경 작가는 소설 <분지>에 대하여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한 우리 민족의 현실과 그로 인해 훼손된 것들을 목격하고 인식하는 주체의 고통을 치밀한 알레고리로 구축한 저항 소설”이라고 평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 –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에서 를 낭독하는 참석자들. 좌측 황선 평화이음 대표, 마이크 잡은 사람은 소설가 문영심 ⓒ최진섭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 –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에서 를 낭독하는 참석자들. 좌측 황선 평화이음 대표, 마이크 잡은 사람은 소설가 문영심 ⓒ최진섭

행사의 끝에 네 명의 참석자가 <분지> 소설의 일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황선 평화이음 대표는 소설 <분지>의 마지막 구절을 읽었다.

“앞으로 단 십 초. 그렇군요. 이제 곧 저는 태극의 무늬로 아롱진 이 러닝셔츠를 찢어 한 폭의 찬란한 새 깃발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구름을 타고 바다를 건너야지요(…) 자, 보십시오. 저의 이 툭 튀어나온 눈깔을 말입니다. 글쎄 이 자식이 그렇게 용이하게 죽을 것 같습니까, 하하하.”

임헌영 평론가는 남정현 작가에게 “<분지>를 쓰면서 ‘태극’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심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반미’ 성향의 불온한 소설에 대한 방어막으로 ‘태극’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제작된 <피아골>이란 영화도 상영금지 됐다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빨치산 생존자의 모습 위에 태극기가 겹쳐 나오게 처리하면서 극장에 올릴 수 있었다. 남정현은 ‘태극의 무늬’를 안전장치로 삽입했지만 반공법의 마수를 피하진 못했다.

진짜 세상을 위한 홍만수의 ‘찬란한 새 깃발’은 어디에

단군의 후손이고, 홍길동의 10대손인 홍만수를 내세워 ‘찬란한 새 깃발’을 만들고자 했던 남정현 작가. 그가 2020년 12월 21을 세상을 떴을 때 김민웅 교수(촛불행동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려 “미제국주의가 채운 노예의 족쇄를 금이야 옥이야 끼고 사는 세상은 반드시 허물어야 한다.”라고 썼다. 그리고 “근데 참, 그 홍만수의 옷을 찢어 만든 황홀한 한 폭의 깃발은 뭐였을까? 우리에게 그게 있긴 있을까, 지금.”이라고 질문을 던지며 글을 끝맺었다.

남정현 작가가 <분지>를 발표한 지 60년, 홍만수가 ‘새 깃발’을 만들어 바다 건너 ‘위대한 대륙’ 미제국주의의 땅으로 건너겠다고 선언한 지 60년이 흘렀다. 지금 사우스코리아,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정현은 생전에 “그때나 이때나, 한국은 분지야!”라는 말을 자주했다. 미군 수만 명이 주둔하고, 군사작전권도 없으며, 그리고 미국이 창조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남정현이 78세에 쓴 마지막 소설 <편지 한통 –미제국주의 전상서>의 주인공은 미국과 국가보안법이다) 남한은 지금도 60년 전과 다름없이 ‘똥땅’ 분지라는 것이다. 남정현은 시론 ‘그때나 이때나’에서 미국을 힘만 앞세우는 ‘밀림의 왕자’로 묘사했다.

“1960년대 초, 미국이란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왠지 혐오의 대상이었다. 어쩌자고 힘만이 곧 선이요, 정의라고 맹신하는 일종의 험상궂은 밀림의 왕자처럼 보이는 탓이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어디 한 군데 예쁜 구석이 없어 보였다.”

<분지>는 자주독립을 향한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 같은 소설

2005년 7월 백두산 밀영지에서 북한 안내원들과(가운데 남정현, 오른쪽 김영현, 왼쪽 박도). 북한 안내원 복장은 일본 강점기 항일유격대 여전사의 복장이다. ⓒ박도
2005년 7월 백두산 밀영지에서 북한 안내원들과(가운데 남정현, 오른쪽 김영현, 왼쪽 박도). 북한 안내원 복장은 일본 강점기 항일유격대 여전사의 복장이다. ⓒ박도

이렇게 힘으로 정의를 억누르는 미국이 주인인 세상을 남정현은 ‘가짜 세상’이라 했고, 외세로부터 독립을 이룬 ‘진짜 세상’을 갈망했다. 그는 “언젠가는 오고야 말 ‘진짜 세상’을 염원하는 것이 문학의 발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1993년 11월 사월혁명회 월례발표회)했다. 남정현 작가가 볼 때 가짜 세상은 곧 미국 세상, 미국 시대였다.

1945년 8.15 이후 한국민에게 가짜 세상을 강요해온 미국의 실상은 어떠한가?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백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 구금됐다가 8일 만에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과 발목이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는 한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그 장면은 마치도 전쟁포로나 죄수,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연상시켰고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미국의 본래 모습이며, 한미동맹이라 불리는 노예동맹의 실상이었다. 이 괴이한 장면 역시 “현실에 참패한 픽션, 픽션을 제압한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분지>가 발표된 지 6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 소설을 자주독립 염원한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처럼 우리가 가슴에 품고 지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1967년 《분지》 필화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왼쪽부터 안수길, 이항녕, 한승헌, 남정현.
1967년 《분지》 필화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왼쪽부터 안수길, 이항녕, 한승헌,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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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윤종오, 한미일 전쟁연습 비판···"APEC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9.16 20:08
  •  
  •  댓글 0
 
 

윤종오, 유일하게 한미일 군사훈련 지적
“10월 APEC에 영향 줄 수 있어” 우려
“전면철수도 고려해야 미국 정신 차려”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은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유일했다. 한미일 연합전쟁연습 '프리덤 에지' 훈련이 계속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10월에도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긴장감 고조는 물론 APEC 성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나, 다른 의원들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가 열렸다. 윤종오 의원은 유일하게 한미일 군사훈련을 지적하며, 한국노동자 구금 사태 관련해서도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했다.

16일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 ⓒ 국회 방송 갈무리
16일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 ⓒ 국회 방송 갈무리

윤 의원은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지적하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3배나 늘어난 한미훈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장관은 “한미일 군사훈련은 북중러 군사연습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답하며 “현 이재명 정부는 윤 정부의 한미일 훈련으로 가는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개성공단 협력사업 재개 등의 명목으로 늘어난 통일부 예산 관련해서 “적대적 군사훈련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집행이 가능하겠냐”고도 물었다. 정 장관은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은 가장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에게도 10월 열리는 APEC의 실패를 우려하며 “함께 10월에 예정인 대규모 군사훈련(프리덤 플래그 Freedom Flag)은 최소화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 물었다, 김 총리는 “그에 대한 변동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것을 포함한 어떠한 것도 APEC 성공적 개최에 부정적 영향이 있으면 안 된다는 지적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노동자 구금 사태에 관해서도 ‘한국노동자 전원 철수’를 비롯한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한국기업이 미국에 짓는 공장만 22곳, 약 140조 원 규모”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경문제 총책임자 톰 호먼은 ‘조지아주 같은 대규모 기업이 있는 곳은 더 많이 단속할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에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한국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전면철수 요구도 검토한 바 있냐”고 물었다. 김 총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 이후 같은 상황이 재발할 방식의 입국, 공장 관련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미국도 향후 한국과 투자문제를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철수는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국이 이렇게 무리한 투자를 요구하고 노동자를 구금한다면 이런 나라에 왜 투자해야 하냐”며 “전면철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미국도 정신 차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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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1억 수수' 혐의 권성동 구속...특검 도입 후 첫 현역 의원 구속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기사 보강 : 17일 오전 7시 10분]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대선 때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16일 구속됐다. 특검 제도 도입 이래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된 건 권 의원이 처음이다.

1. 피의자 : 권성동

2. (대표)죄명 : 정치자금법 위반

3. 결과 : 발부 (증거를 인멸할 염려)

*발부일자 : 2025. 9. 16.

4. 담당법관 :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4시간 30여분 동안 진행한 후 6시간 정도가 지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영장 발부 이유로 들었다. 심사를 마친 뒤 "잘 설명했다"는 말만 남긴 채 서울구치소(경기 의왕시)에서 대기하던 권 의원은 구치소에 정식 수감됐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현금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사업을 청탁하기 위해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8월 27일 진행된 특검 조사에서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나, 1억 원은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구속된 날로부터 최대 20일 이내에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전달한 혐의 등을 포함해 권 의원을 추가 조사한 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난 결백" 주장했던 권선동, 결국 구속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출석하는 권 의원을 지켜보고 있다. ⓒ 이정민

특검은 지난 8월 28일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에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적시했다.

공범(윤영호 등)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을 때부터,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폰으로 수사관계자들과 연락한 것 등을 비롯해 각종 증거를 인멸

자신의 하급자인 비서관을 통해 수사 중인 공범에게 몰래 접촉진술 등을 비롯한 수사 상황을 확인, 공유받으려고 시도한 사실까지 확인됨

통일교 총재의 지시로 피의자(권성동)에 대한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실을 진술한 윤영호에 대해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통일교 및 현직 국회의원인 피의자의 지속적인 회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음

이외에도 특검은 구속영장에 "정치권력과 종교단체가 결탁해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하고, 선거를 개입해 사법 질서를 교란한 사건의 모든 발단은 국회의원으로서 청렴 의무를 위배한 피의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며 "피의자(권성동)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해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공여한 통일교의 이익 실현에 전념한 바, 이는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범행으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간 권 의원은 특검 조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 짓고, "결백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권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문재인 검찰 수사가 거짓이었듯이 이재명 특검 수사도 거짓"이라고 말했고, 지난 8월 첫 특검 조사 출석에서는 "특검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 그렇기에 당당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권 의원 구속 직후 입장문 "수사가 아니라 소설, 무죄 받아낼 것"

권 의원은 구속이 확정된 직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다"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정치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구속은 첫 번째 신호탄"이라며 "이제 민주당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국민의힘을 향해 몰려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 저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무죄를 받아내겠다"라며 "문재인 정권도 저를 쓰러트리지 못한 것처럼, 이재명 정권도 저를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건진법사 전성배, 김건희 등으로 이어지는 특검팀의 통일교 청탁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편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17일 특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권성동,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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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희대 사퇴 압박, 조선일보 “李대통령 속마음이라 생각해서”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경향신문 “사법부는 반성하고, 민주당은 자중하라”

한국일보 “조희대 탄핵 실현 가능성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

한일 자동차 관세 역전, 동아일보 “소나타, 미국서 캠리보다 비싸져”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5.09.17 07:33

  • 수정 2025.09.17 07:54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외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선 긋는 발언을 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입장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 단순히 소극적으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기보다 대통령실이 거취를 거론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사퇴론에 공감한다는 해석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어제 법사위원장께서 대법원장에 대한 공개 사퇴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실 입장도 마찬가지냐’라는 질문에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략) 시대적인 국민적인 요구가 있다면 한편으로는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그 이유에 대해서 좀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 라는 점에서는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의 선 긋기 발언에도 추미애 의원을 포함해 여당에서는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두고 17일 자 조선일보는 “민주당에서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끊이지 않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속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사법부와 민주당 양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조선일보 5면.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 조선일보 “李대통령 속마음이라 생각해서”

조선일보는 5면 <“대법원장 사퇴” 앞장선 與 의원들, 대부분 수도권 출마 희망자> 기사에서 “여권 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경기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맨 처음 언급한 건 6선의 추미애 의원이다. 추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법원은 내란범 구속 취소로 내란 세력의 간을 키웠다’며 ‘조 대법원장은 책임지고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후 다른 의원들과 대통령실까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가세하며 삼권분립 논란이 일었다”라고 했다.

이어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김병주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 사퇴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섰고, 강득구 의원은 지난 8월 당내에서 처음으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한 바 있다”라고 한 뒤 “추 의원만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3선의 전현희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전 의원 역시 조 대법원장 사퇴와 함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대법원장 겁박’ 진화, 민주당도 자제시키길> 사설에서 “민주당에서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끊이지 않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속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사법부보다 위에 있다는 뜻으로 들릴 언급을 했다.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그 이후 시작된 것이다.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민주당도 자제시키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사법부도 반성하고 여당도 자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與는 법원 공격 당장 멈추고, 법원은 개혁 논의 적극 나서라> 사설에서 “이제는 민주당도 사법부를 향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더 이상의 사법부 때리기는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만 부를 뿐이다. 여당이 먼저 나서서 사법부가 사법개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17일 동아일보 사설.

▲17일 경향신문 사설.

이어 “사법부도 숙의와 공론화만 외쳐선 안 된다.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사법개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법관 증원만 해도 18대 국회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대법관 1명이 연평균 3000건 이상을 처리하다 보니 상고심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한 사건이 7년씩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관 증원에 대한 대법원의 반응은 ‘숙고가 필요하다’는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조희대 사퇴론’ 선그은 대통령실, 사법부는 환골탈태해야> 사설에서 “여당도 이제 자중하고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숙의와 공론화에 집중하는 게 옳다”라고 한 뒤 “사법부도 대법원장 사퇴론이 분출하기에 이른 작금의 상황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내란사건 재판과 사법제도 공론 등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비판적인 이들 다수도 헌정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일 뿐, 사법 정의·정도와는 거리가 먼 ‘조희대 사법부’ 행태는 국민 다수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한다”라고 사법부를 향해 당부했다.

한국일보 “조희대 탄핵 실현 가능성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

한국일보는 3면 <법조계 “曺(조) 탄핵은 무리수”… “與(여)가 되레 曺(조) 입지 강화” 법관 결집> 기사에서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정치적 전략이 될 순 있지만 헌정 질서의 문턱을 넘기에는 법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강수가 오히려 사법개혁 논의를 왜곡시키고, 내란 재판 일정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이 인용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의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 법관의 경우 △재판 독립 침해 △직권 남용 △뇌물 등 부패 행위 △정치적 중립 의무의 심각한 위반 △직무상 의무 태만 등이 요건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7일 한국일보 3면.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조 대법원장이 파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우선 ‘재판의 고의적 지연’을 입증할 근거가 마땅찮다. 주 3, 4회 관련 재판이 열리고 있고, 특검과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 일정도 빽빽하다. ‘고의 지연’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는 대법원장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사법 행정 책임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일보에 “사적 의도나 이해관계, 뇌물수수 등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면 권한남용이 성립하겠지만, 단순히 재판 지연 등을 이유로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 설득력이 약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오히려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 행정에 개입해 재판부를 교체하면 권한남용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게 다수 법관의 견해”라며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결정도 탄핵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대다수 견해다. 판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중대한 직권남용이 드러난 게 아니라면 헌재가 이를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소나타, 미국서 캠리보다 비싸져”

미국 정부가 16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 수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 지난 7월 말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25%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 이슈로 미국에서 한국산 소나타가 일본산 캠리보다 비싸졌다.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시간에 쫓겨서 미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무턱대고 사인해서는 안 된다”, “결연한 태도로 국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쏘나타’보다 싸진 ‘캠리’···한·일, 미국서 가격 역전> 기사에서 “이날 한·일 양국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의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세단 쏘나타와 캠리 LE 가솔린 모델의 현지 기본 가격은 각각 2만7300달러와 2만9000달러로 나와 있다. 미국 각 주의 판매세와 딜러·제조사 인센티브, 재고 차량 보유 여부 등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미국 정부의 이번 관세 인하 조치로 도요타 캠리 LE는 2만6160달러로 가격이 내려갈 유인이 생긴다.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을 놓고 경합 중인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3만290달러)과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LE(3만2850달러)도 마찬가지다. 15% 관세를 적용할 경우 라브4 하이브리드 LE는 산술적으론 2만9630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한·일 자동차 관세 역전됐지만, 시한 쫓긴 협상 안 된다> 사설에서 “무작정 협상 타결을 서두르기에는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미국은 우리가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6조원)의 대미 투자펀드 운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19일까지 투자를 마칠 것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직접 투자 형식으로 할 것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은 투자금 회수 뒤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갈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시한에 쫓기지 말고 결연한 태도로 국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17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美서 캠리보다 비싸진 쏘나타… 다변화로 ‘장기전’ 대비해야> 사설에서 “관세 협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시간에 쫓긴다고 미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안에 무턱대고 사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까지 대비해 기업들은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고 있는 수출시장 다변화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더 높은 가격으로도 해외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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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출, 미국 관세 이겨낼 비결은 지역 다변화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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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9.16 23:45

  • 수정 2025.09.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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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자동차 대미 수출은 감소, 전체는 8.6%↑

대미 6개월째 줄었지만 전체는 3개월째 늘어

친환경차 수출 26.6%늘어…8개월째 증가세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 초점 맞춰야 해결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상품인 자동차가 8월에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6개월째 감소했지만, 유럽 등 다른 곳에서 선방하면서 전체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며 관세폭격을 피한 것도 주효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 중인 점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3500억 달러 현금투자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하라고 강요 중인 만큼 미국 이외의 지역에 자동차 수출을 대거 늘릴 수 있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강구할 때다.

8월 전체 자동차 수출 8.6%↑…미국 15.2%↓·EU 54.0↑·기타유럽 73.2%↑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8월보다 8.6% 증가한 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8월 최대 실적이다.

8월 물량 기준 수출은 20만 317대로 지난 해 8월보다 5.5% 늘었다. 지역별로는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지난 해 8월보다 15.2% 감소한 20억 97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미 차 수출 증감률은 지난 3월 -10.8%에 이어 4월 -19.6%, 5월 -27.1%, 6월 -16.0%, 7월 -4.6%, 8월 -15.2% 등이다.

다만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은 크게 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은 증가했다. 8월 EU 수출은 7억 9000만 달러로 54.0% 늘었고, 기타 유럽은 5억 5000만 달러로 73.2% 증가했다. 아시아는 5억 9000만 달러로 9.3%, 중동은 3억 7000만 달러로 9.8%, 오세아니아는 3억 4000만 달러로 20.1% 증가했다.

산업부는 "유럽에서 전기차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독일과 네덜란드로의 수출이 2개월 연속 2배 이상 증가하고, 영국과 튀르키예로의 수출도 2배 안팎으로 증가하는 등 북미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수출액 증감률 추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은 날개 단듯

한편 8월 친환경차 수출은 6만 949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6.6% 증가하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중 전기차 수출은 2만 2528대로 78.4% 급증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11.0% 증가한 4만 3277대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3692대로 12.1% 감소했다.

8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13만 88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36.1% 증가한 7만 393대로, 전체 내수 판매의 50.7%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4만 3809대)와 전기차(2만 4319대) 판매도 각각 25.4%, 55.7% 증가하며 약진했다.

전기차 내수 판매 호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1∼8월 누적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 해 동기 대비 47.6% 증가한 14만 1000대로 지난 해 연간 판매량(14만 2000대)에 육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중 지난 해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들. 2025.2.11. 연합뉴스

자동차 수출의 초점을 미국 이외의 지역에 둘 필요성 커져

'트럼프 관세'의 영향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전체 자동차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삼아 우리나라에 유례를 찾기 힘든 불평등 관세협정 체결을 강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7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8월 25일 백악관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큰 틀에서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이 일본처럼 하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맞아야 한다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일본 사례대로라면 한국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이 원하는 시점에, 미국이 원하는 대상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투자금 회수 전은 투자 수익을 반분하고, 투자금 회수 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갖는다. 유사 이래 선례를 찾기 어려운 불공정 거래인데다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하는 3500억 달러 현금 직접투자는 한국이 가진 외환보유고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당장 원화가 휴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어렵다"고 밝힐 수 밖에 없었다.

'관세폭탄'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우리나라를 인질 취급하는 트럼프 미국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은 미국 이외의 시장을 더 개척하는 것뿐이다. 자동차 수출이 힌트를 주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는데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가 길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은 뒤에 함께 웃고 있다. 2025.9.5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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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불합리·카르텔 바꾸기 위해…"정은경 장관님, 만나고 싶습니다"

 [기고]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경청 넘어 실행으로

지난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과 청년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한 타운홀 미팅을 통해 사회복지사들은 다시 한번 현장의 현실을 토로했다. 가족 세습과 비민주적 운영, 종교·후원 강요, 직장 내 괴롭힘, 최저임금과 다름없는 임금 수준을 호소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이를 경청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들이 사용자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보건복지부가 기관장들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고무적이다. 사회복지사가 설령 직접 이야기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다면 현장에서의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나서 현장을 변화시키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를 제보한 사회복지사는 법인과 기관의 고소·고발로 고통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기관의 강력한 카르텔 때문에 현장의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 내는 사회복지사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앞으로 사회복지계를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복지계의 특징을 봐서라도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 문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지점들이 분명히 있음을 인지하고, 앞으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회복지사의 처우 문제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짚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힘든 일일수록 더 많은 보수가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공정수당'을 도입한 경험을 언급하며 단기·불안정 일자리에 대한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복지시설 유형에 따라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업무 난이도 외에는 단일한 처우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를 여전히 '봉사직'으로 여기는 편견은 정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회복지사를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촉구했다. 대통령 스스로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강조해온 만큼 정부가 외면할 이유는 없다. 문제를 알았다면 이제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타운홀 미팅에서 복지정책관은 사회복지사들에게 "대안을 함께 고민해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역시 그 말에 응답하고자 한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다음 만남에서는 더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해 제시하겠다. 그러니 다음 타운홀은 반드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직접 만나는 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사회복지사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노동자다. 더 이상 '봉사직'이라는 낡은 인식 속에서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대통령의 약속을 정책과 제도로 책임 있게 이행하고, 현장과 함께 대안을 논의하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이주 배경 인구가 늘어나며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는 지금, 돌봄 수요는 다양한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지금,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무다. 정 장관과 청년 사회복지종사자의 타운홀 미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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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송금선”에 매달린 탈북민들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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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09.15 20:40

  • 수정 2025.09.16 09:38

  • 댓글 0

13년 전 탈북민 “가족 두고 온 죄책감 때문에 송금”

조사대상 탈북민의 40%가 최근 5년 북 가족에 송금

수수료와 뇌물 빼고 송금액의 60%만 가족 손에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 단속으로 송금망 70% 끊겨

통일부 “법 준수와 가족 지원 인도 측면 다 고려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두만강 너머 함경북도 남양 시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는 사람. 가디언 9월 15일

탈북민인 박승환(가명) 씨는 혼자 있을 때 인터넷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들어가 자신이 13년 전에 떠나 온 북쪽의 집을 검색한다. 지붕이 수리됐는지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 변화들은 그가 보낸 돈이 북의 가족에게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돈을 보내는 것은 가족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돈을 보내지 못하면 형이 징집돼 러시아의 전투지역에 투입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 돈이 없으면 북의 가족이 형의 징집을 면제받기 위해 필요한 뇌물을 마련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가디언> “북한 가족 살리는 비밀 송금망”

영국 <가디언>은 15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금융통로 중의 하나”(one of the world’s most dangerous financial routes)에 매달려 서로의 생사와 생계를 확인해야 하는 한국의 ‘탈북자’들 얘기를 실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북한 가족을 살리는 비밀 송금망’(From Seoul to Pyongyang: the secret remittance networks keeping North Korean families alive)이란 제목의 이 서울발 기사는 조사대상 탈북민의 40%가 그 송금망을 통해 북의 가족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대북 송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남한 거주 탈북민들이 중개인들(대부분 동료 탈북민들)에게 돈을 건네면, 중개인은 원화를 중국 위안화로 환전한다. 이 돈은 다시 중국 중개인을 거쳐 북중 국경을 넘어 북으로 밀반입되고, 북한 중개인이 그것을 가족에게 전달한다. 북중 국경 근처에서 작동되는 중국 휴대폰을 통해 연락하며, 가족들이 받은 돈을 세는 영상을 보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남편과 함께 2500명이 넘는 탈북민의 탈출을 돕고, 다수의 북쪽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법을 주선했다는 주수연 씨는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탈출하기 시작하면서 북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민 3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지난 5년 동안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대답했다. 주 씨는 비밀송금에 필요한 수수료와 뇌물을 빼고 송금액의 약 60%가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남쪽 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북한의 선전마을. 가디언 9월 15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송금

2012년에 탈북해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는 박 씨의 경우 한 번에 보통 200만~3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는 “북한에서 흰 쌀밥은 특권과 안정의 가장 큰 상징”이라며, 자신이 보낸 그 돈은 “우리 가족이 1년 동안 흰 쌀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액수라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처음 몇 년 동안은 가족들을 두고 온 것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박 씨는 “송금은 내가 멀리서나마 그들을 돌보면서 그 죄책감을 덜어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박 씨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다 해봤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때는 한 푼이라도 더 남겨 가족에게 보내려고 저축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때도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 때 북 국경 폐쇄+한국의 송금단속

그런데 그 송금망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거의 파괴됐다. 게다가 2년 전부터 한국이 전례없는 송금 단속에 나섰고,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동안 송금을 못본 척했던 한국 경찰은 2023년에 탈북민 조직망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탈북민 보호 담당 경찰들이 탈북민들이 돈을 북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면서 시작됐다. 국가안보 관련 차원에서 시작한 그 수사는 간첩 증거가 나오지 않자 금융범죄 수사와 기소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한국 법률상으로 환전업은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지금도 남북이 기술적으로 전쟁상태여서 남에서 북으로 돈을 보내는 합법적인 통로가 없기 때문에 등록이 불가능하다.

최소 10명이 송금 관련 수사받고, 3명이 재판 중

그 때문에 적어도 10명이 대북 송금을 도운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지금 최소 3명이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새로운 관련 수사는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사기를 당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박 씨는 믿었던 브로커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약 2년 동안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없었다. 그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거짓말에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송금 루트 70%가 사라져

주 씨는 “우리가 사용하던 통로와 네트워크의 약 70%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 네트워크를 재건하고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려워,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남북간의 비밀 송금망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 중의 하나가 됐다. 한국 정보기관은 오랫동안 이런 연결망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정보에 의존해 왔다.

주 씨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를 이용해 왔다”고 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최근의 대북 비밀송금망 위기와 관련해 법률적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인요한 의원(국민의힘)은 인도적 목적의 소액 송금을 합법화하는 법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 “법 준수와 인도적 측면 다 고려해야”

통일부 관계자는 법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는 “외환거래법 준수와 가족 생계 지원이라는 인도적 측면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박 씨에게 이 문제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다. 그는 최근에 결혼했지만 북의 가족들은 그 사실조차 전혀 모른다. 여전히 송금 방법을 찾고 있는 그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좋은 소식을 북의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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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이 불러온 재앙... '가뭄' 강릉에 더 큰일 생길 수도

[강인규 리포트] 물 부족 사태의 주범이 된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장기 대책 세워야

25.09.16 07:00최종 업데이트 25.09.16 07:00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 강원 강릉 지역에 지난 13일 황금과도 같은 단비가 내려 시민들의 목은 축였지만, 아직 해갈까지는 갈 길이 멀다. 14일 강릉 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물 밖으로 드러난 맨땅이 쩍쩍 갈라진 상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릉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12일 비가 내려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물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강릉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 결국 재난사태를 맞았습니다. 강릉 일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한계 수준인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식수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8월 30일 긴급히 저수지를 방문해 재난사태 선포를 지시했습니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로 전국에서 소방차 71대와 군부대 물탱크차 141대가 동원되었고, 독도 경비함까지 출동할 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재난사태'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아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때 선포됩니다. 과거에 재난사태는 대규모 기름 유출이나 대형 산불 발생 시에 선포되었으며, 가뭄으로 인한 재난사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 부족 문제는 동해안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강수량은 점차 감소해 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4년에는 강원도와 경기도가 심한 가뭄을 겪었고, 2015년에는 충청북도와 충청남도까지 가뭄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남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최근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기상 관측 이래 최장기간인 227.3일간 가뭄이 이어지다가, 올해는 강릉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건강 및 기후 변화에 관한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가뭄 발생 지역의 면적이 3배나 늘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로, 이 문제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한국을 "중간에서 높은 수준의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합니다. 물 스트레스(Water Stress)란 수자원에 비해 물 사용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비율이 클 수록 물 부족 위험도 높아집니다. 한국에서 상시화된 집중호우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단시간에 퍼붓는 비와 가뭄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이 두 현상은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가뭄이 지속되면 땅이 건조하고 단단해집니다. 이 상태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표면을 따라 흐르게 되지요. 그 결과 홍수 위험은 커지고, 지하수로 유입되는 양은 줄어듭니다. 결국 빗물은 땅속에 저장되지 못한 채 하천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 버립니다.

게다가 집중호우는 댐과 같은 인공 저장 시설에 갑작스럽고 큰 수량 변화를 유발해, 물 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국지성 호우가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이지요. 챗지피티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곳곳이 데이터센터 조성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물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가뭄으로 고통받는 강릉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물 부족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인공지능 사용 시 냉각수로 사용되는 물이 어마어마하다.연합=OGQ

인공지능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챗지피티, 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처리합니다. 이 작업을 위해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대량으로 사용되는데, 이 장치들은 전기만 많이 쓰는 게 아니라 고온의 열도 쏟아 냅니다.

그래픽 처리 장치는 일정 온도 아래로 식혀주지 않으면 수명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계속 냉각장치를 가동해야 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이전에도 데이터센터가 존재했고, 서버를 식히는 냉각장치도 오랫동안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데이터센터는 인터넷이 대중에 개방된 1990년대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량의 서버를 갖춘 대규모 시설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상업적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클라우드', 즉 '구름'이라는 이름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는 지상에 세워진 데이터센터 안의 컴퓨터에 저장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사용자가 서버나 저장장치를 소유하지 않고, 원격 접속을 통해 저장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필요할 때 빌려 쓰는 방식을 말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이메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음악 서비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모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인터넷 환경의 중추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20년간 데이터센터 건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설들이 물 부족 위기를 부추기는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2022년 말 챗지피티가 공개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일었고, 이후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에너지 소비 양상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사용자가 서버나 저장장치를 소유하지 않고, 원격 접속을 통해 저장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필요할 때 빌려 쓰는 방식을 말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이메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음악 서비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모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검색 엔진을 통해 정보를 찾았지만, 이제는 챗지피티에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기존 웹 검색에 비해 10배에서 40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과거에는 대개 팬을 돌려 공기로 냉각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인공지능용 설비는 물로 식혀야 하고, 그것도 많은 물로 식혀야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024년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과 함께 챗지피티 등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물을 소비하는지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챗지피티-4 모델로 100단어로 된 이메일을 작성할 때 0.14킬로와트의 전력이 소모되는데, 이는 '엘이디(LED 발광다이오드)' 전구 14개를 1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양입니다. 이때 냉각수로 사용되는 물은 약 519밀리리터로, 흔히 마시는 생수 한 명보다 많은 양입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에이아이, 아마존, 엑스에이아이(xAI)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은 산업 시설 유치에 적극적인 곳이 많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베풀며 수용하지만, 막상 시설이 들어서고 나면 지역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질 악화나 고갈, 전기 요금 폭등, 전력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정전 사태 등을 둘러싼 불만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전기요금 상승과 생활용수 고갈을 부르다

미국 오리건주 보드맨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AP/연합뉴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주범이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카네기 멜런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분석을 인용해, 2030년까지 전국 평균 전기 요금이 8% 오르고, 버지니아 등 일부 지역은 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유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리건 주 일부 지역은 지난 4년간 전기요금이 무려 50%나 올랐습니다. 오리건 시민 전력 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전력망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한 시설 투자 비용이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이곳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현재 루이지애나에 첨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발전소의 전력 공급량만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엔 부족합니다. 전력회사에 추가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요구했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이 추가 비용을 수혜자가 전액 부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새 발전소를 짓는데 약 32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4억 7000만 달러, 즉 6500억 원 이상이 전기요금에 포함돼 주민들에게 청구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삼키는지는 테크기업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메타는 미국에서 최소 두 곳에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데,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이후 첨단 인공지능 훈련에 얼마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모델 하나를 훈련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제법 큰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생산하는 전력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다소 과장돼 있지만, 실제로 1기가와트급 발전소는 80~90만 명 인구의 도시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센터가 1년 내내 최대치로 가동될 경우, 이 시설 한 곳이 성남이나 수원에서 사용되는 총 전력량과 맞먹는 전기를 소비하게 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 인상뿐 아니라, 전력망 과부하로 인한 전력공급 불안정 문제도 일으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탄소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기온 상승과 가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대량의 물을 소비해, 물 부족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지요. 많은 데이터센터는 생활용수 수준으로 정화된 물을 사용하는데, 염분이나 미생물 같은 불순물이 냉각 시스템의 배관, 펌프, 열교환기를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데이터센터와 주민들이 물을 놓고 갈등하는 사태가 늘고 있습니다. 조지아 주 뉴턴 카운티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후, 인근 주민들이 물 부족 사태를 겪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카운티 전체 사용량의 10%에 달할 만큼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50만 갤런, 다시 말해 거의 2백만 리터에 가까운 물을 쓰는데, 이것은 500밀리리터 생수병으로 370만 병이 넘습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매일 생수 한 병씩 주고도 남는 양이지요.

인공지능, 기후위기와 물 부족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 세계가 인공지능으로 떠들썩합니다. 기술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나라답게, 한국의 열기는 그 어느 나라보다 뜨겁습니다. 새 정부 역시 독자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주권' 차원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 있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인공지능은 기술 주권을 지켜줄 '은인'이자,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킬 구세주일까요?

제가 우려하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장밋빛 전망 외의 목소리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인공지능의 종주국으로서 이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이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뚜렷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물 자원 소비 문제는 제가 현재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면, 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테크 기업들이 과장된 보도자료를 일상적으로 내놓고,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허황된 기대를 증폭시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휩쓴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자율주행", "메타버스" 광풍은, 기술에 대한 무비판적인 사고가 공허하고 무책임한 약속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줍니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온 강릉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발상 역시 현실 인식의 결핍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자원을 고갈시키며 기후위기를 가속화는 인공지능 모델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새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선 인공지능에 대해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에이아이의 샘 올트먼마저 인공지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거품"을 우려할 정도니까요. 현실을 봐도 그렇습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은 2025년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왔지만, 95%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4년 업워크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업 최고경영진의 96%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직원의 77%는 인공지능이 업무량을 증가시켰을 뿐,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됐다고 답했으니까요.

흥미롭게도, 챗지피티가 최단기간에 최대의 사용자를 확보한 시점은 4월 "지브리 스타일" 등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1시간 만에 무려 100만 명이 새로 가입했지요. 챗지피티가 처음 공개돼 세계적 화제가 모았을 때도 같은 수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5일이 걸렸습니다. 이 사실은 다수 사용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생산적 도구보다는 소비형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한국에서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인기가 대단했지요.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지브리풍으로 바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미지를 지금도 쓰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불과 넉 달 전의 일인데 말이지요. 인공지능 생성물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쉽게 유행하지만, 누구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열기도 빠르게 식습니다.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모델 출시 이후 한국 일일 사용자 수가 125만 명까지 늘었다는 추산도 나왔습니다. 어쩌면 올여름이 그토록 뜨거웠던 데에는, 급속히 인기가 식으며 사라져 간 그 이미지들이 한몫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하나에 휴대전화를 1~3번 충전할 수 있는 전기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와 기억에서 사라졌을망정, 그 이미지들이 결코 값싸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공지능 #강릉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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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연습, 프리덤 에지·아이언 메이스·레졸루션 드래곤… 시민사회 ‘선제공격 훈련 멈춰야’

“한미일 군사협력 공고화와 훈련 정례화는 한반도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내어주는 길”

평화너머, 한미·한미일 훈련 중단 선언 운동 돌입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가 15일 오후 1시,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15일부터 제주 남방 공해상과 평택, 일본 전역에서 동맹국 간 대규모 군사훈련이 동시에 펼쳐지자,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전쟁연습을 멈춰라!”고 외쳤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과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미일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 한미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 미·일 연합훈련 레졸루션 드래곤이 같은 기간 겹쳐 진행되는 것은 “사실상 핵전쟁을 가정한 전면적 대중국 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세 훈련이 시기를 맞춰 동시 진행되는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 흐름에 한국이 깊숙이 편입되는 구조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프리덤 에지에 F-35 전투기와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투입된 전례, 아이언 메이스가 핵·재래식 통합 개념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포함한 훈련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주통일평화연대가 15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앞에서 '신냉전대결 격화시키는 한미일 다영역군사훈련 프리덤에지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하원오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프리덤 에지는 미국이 밝힌 대로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라며 “우리가 왜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굳이 재정을 들여 군사력을 낭비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 동맹은 겉으로는 협력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뜻대로 해야 하는 불평등의 극치”라며 “전쟁 연습, 선제공격의 종합판인 프리덤 에지 훈련을 중단하고 군사적 대결 긴장을 낮추는 것이 평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정례적인 군사 훈련은 한반도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내어주는 길”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국익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면 프리덤 에지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을 비롯해 울산, 창원(진해 미군기지 앞), 진주, 대전, 대구, 제주, 충남, 전남, 경기 평택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덤 에지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한미일 훈련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며 “한국은 주변국과 갈등 없이 공존하며 상호호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희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365일 중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은 340여 일 진행됐다”며 “이재명 정부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러 훈련을 통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기자회견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중단 선언 운동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선언 운동을 통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한국군이 끌려 들어가는 현실을 알리고, 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장기적 시민 행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한미·한미일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신냉전의 그늘이 짙어지는 동북아에서 평화와 자주를 지켜야 한다는 절실한 경고다.

자주통일평화연대가 15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앞에서 '신냉전대결 격화시키는 한미일 다영역군사훈련 프리덤에지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가 15일 오후 1시,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한경준 기자han99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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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인 것.. 지위 변경 시도 배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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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5.09.15 10:34
  •  
  •  수정 2025.09.15 11:33
  •  
  •  댓글 2
 
2024년 9월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생산기지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2024년 9월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생산기지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15일 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주재 북한상설대표부는 14일 발표한 공보문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를 변경시키려는 임의의 시도도 철저히 반대 배격할 것이며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 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 관리이사회 회의를 계기로 우리의 핵보유를 ‘불법’으로 매도하면서 ‘비핵화’를 운운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또다시 감행하였”으며, “30여년 전부터 우리와 공식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무기전파방지조약 밖에 존재하고 있는 핵보유국의 내정에 간섭할 아무런 법적 권한도, 도덕적 명분도 없다”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콕 찍어 비난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핵보유는 미국의 계속되는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고 힘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서 세계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데서 핵심적이며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급진적인 핵무력 증강과 무분별한 핵전파 행위로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제적인 핵전파방지제도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의 패권행위야말로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중대 위협으로 된다”며 자국과 미국 간의 핵보유를 차별화했다.

또한, 북한은 “만일 국제원자력기구가 국제적인 핵위협과 그로 인해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국제안전환경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핵전력 증강에 누구보다 집념하면서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 의무를 난폭하게 위반하고 있는 미국의 악성행위에 대해서부터 문제시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 도수가 날로 극대화되고 미국주도의 핵동맹 대결책동이 보다 적극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처하여 자위적 핵억제력을 부단히 제고해 나가는 것은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핵전쟁 발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 국가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으로 된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거듭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빈 주재 북한 상설대표부의 공보문에 대해 “북한이 IAEA나 미국의 압박에 대해 ‘법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에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강화했다”면서 “과거 북한은 핵을 ‘자위적 억제력’으로 강조했지만, 이제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13일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절대적 권위는 강대한 조선의 존엄이고 위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것과 관련 “영활한 외교지략과 정력적인 대외활동으로 조선을 축으로 하는 세계 정치구도를 새롭게 정립했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이 공식 법화되어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가 세계에 명백히 각인되고 핵보유국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5일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북한의 거듭된 핵 보유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평가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는 한미 그리고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포함하여서 여러 계기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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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학교급식노동자의 절규, ‘로봇팔’로는 해결 못 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②] 반복적인 폐암 산재, 대통령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

부산교육청이 지난 12일 학교급식실에 도입한 '다기능 조리로봇' ⓒ부산교육청



‘조리 로봇(로봇팔)으로 학교급식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겠습니다.’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내용 중 하나다. 튀김과 볶음, 국 등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 로봇을 급식실에 도입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023년 서울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이달 부산교육청도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각 교육청은 조리 로봇 도입을 두고 “폐질환 예방 등 조리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 “조리 종사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학교급식실 내부에 있는 폐암 유발 물질(조리흄)을 외부로 배출하는 게 핵심인데 조리 로봇은 그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조리 로봇 도입으로 인해 업무 경감 효과는 있는지, 실제 조리흄 노출 빈도는 낮아지는지에 대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반복적인 폐암 산재를 막기 위해 학교급식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지금과 같은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종합 대책이다. 

 

 

 

관계 기관 책임 미루기 속 늘어나는 폐암 산재
‘범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

 

지난 2022년,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운영 촉구 기자회견에서 폐암으로 산재사망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2022.06.15 ⓒ민중의소리


일반 기업에서 지난 5년간 14명이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면 어땠을까. 책임자들이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서둘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에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저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돌아오는 현실이다.  

지난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처음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산재 대책을 두고 공개 토론을 벌이며 이같이 말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이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아주 심각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 죽어도 할 수 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담하다.” 이 지적은, 비단 사고성 재해만이 아니라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과 같은 업무상 질병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 문제가 처음 공론화 된 게 2018년의 일이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23년에야 교육부는 ‘학교급식실 조리 환경 개선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주된 내용은 ‘환기설비 개선 및 지원’이다. 당시만 해도 “2025년까지 6개 교육청이 개선 완료 예정이고 나머지 11개 교육청도 2027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개선이 완료된 시도교육청은 단 한 곳도 없을뿐더러, 평균 개선율(41%)보다 지나치게 낮은 지역도 많아 2027년 내 개선을 확신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나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학교급식실이 많은 서울 지역의 경우, 1,002곳의 개선 대상 학교 중 고작 117곳만 환기설비 개선이 이뤄졌다. 그사이 전국 곳곳에서 폐암 산재로 고통받는 학교급식노동자는 늘어나고 있고, 지난달에는 1명이 숨져 폐암 산재 사망자는 14명에 이르렀다.

환기설비 개선은 정부도, 노동조합도 공통으로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속출하는 폐암 산재를 해결할 수 없어 종합적인 대책도 뒷받침돼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환기설비 개선조차 기약 없이 늦어지는 데다가 교육청과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서로에 책임을 미루며 ‘제 할 일은 다 하고 있다’는 식의 도돌이표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단독] 14명 숨질 동안 ‘폐암 유발’ 학교급식실 개선은 ‘미적’…서울은 고작 12%)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곳도,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곳도 없다 보니, 각 시도교육감의 ‘의지’에만 달린 문제로 방치돼 있다. 시도교육청마다 관련 대책이 모두 제각각인 상황에서 학교급식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지역에 따라 안전한 환경이 보장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정부 차원에서 환기시설 개선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고, 이를 포함한 예방 대책과 사후 조치들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이재진 노동안전국장은 “각 시도교육청마다 똑같은 게 아무것도 없다. (폐암) 검진 주기도, 검진 비용 지원도 그렇다. 똑같이 산재 승인을 받고도 사후 조치에 대한 부분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환기시설 개선도, 피해자 지원도 관련 내용들은 어느 정도 다 마련돼 있다. 그것들이 권고 수준에만 머물러 있거나 각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폐암 유발 물질인 조리흄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상 ‘유해인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조리흄이 유해인자로 지정될 경우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조리흄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이민정 노동안전국장은 “결국 조리흄이 법적으로 관리돼야 할 유해 물질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청별로 노동조합이 협상을 통해 하나씩 관련 대책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라며 “(환기설비 개선 등) 교육부 대책은 의무가 아닌 권고일 뿐이다.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교육부나 교육청 모두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종합대책을 세우고 최우선적으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지연되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조리흄 노출 빈도를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인력 충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교급식실의 경우 다른 공공기관(65.9명)에 비해 급식노동자 한 명이 책임져야 할 식수인원(114.5명)이 두 배에 달한다. 일상적인 산재 위험과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학교급식노동자 신규 채용은 전국적으로 미달되고, 결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해결할 적극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 출석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그간의 정부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1인당 식수인원’에 대해 묻자, 이 전 장관은 “정확한 숫자는 제가…(알지 못한다)”라며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관이 생각하는 적정 식수인원을 묻는 말에도 “20~30명”이라고 답하며, 학교급식실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1년 넘게 계류 중인 학교급식법 개정안,
노동계·시민사회, ‘제2의’ 대국민 운동 돌입

 

작업복을 입은 학교급식조리사들이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급식 노동자 건강과 안전 확보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07.02 ⓒ민중의소리

국회가 입법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의 질 향상과 학생들의 식생활 개선’만을 목표로 하는데, 여기에 학교급식실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도 담아내는 것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학교급식도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학교급식노동자의 건강 보장을 위한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담았다. 또한, 교육감 산하 학교급식위원회에서 1인당 식수인원과 학교급식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대한 사안을 논의하도록 했으며, 학교급식노동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자에 대해 징계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 발의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를 보면, 윤석열 정권의 교육부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안전과 건강 등에 관한 사항은 산안법 등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어서”, “다른 노동관계 법령과의 이견 발생으로 혼선이 야기될 수 있어서”, “식수인원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건 현실성이 결여될 수 있어서”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정혜경 의원은 15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학교급식노동자들의 문제를 보면, 책임을 져야 하는 교육부는 노동부에 떠넘기고, 노동부는 교육부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상황”이라며 “폐암 산재 문제가 드러난 건 오래됐지만, 이렇게 ‘핑퐁’하면서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그동안 학교급식실은 다른 곳보다 5배 정도 산재율이 높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정 의원은 “교육부와 노동부 사이, 또 교육부와 교육청(등 여러 곳이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산재 근절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고민정 의원도 지난 7월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아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고 의원의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학교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교육부 장관에게는 학교급식노동자 등의 의견을 들어 3년마다 학교급식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나아가 교육부 장관이 1인당 식수인원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및 조사를 시행토록 했으며,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도 학교급식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당장 오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 운동 돌입을 선포하고,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쓰러지는 현실에서는 무상급식도 지속될 수 없기에 ‘제2의 무상급식 운동’과 같은 대국민 운동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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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與 사법부 압박 지나쳐...삼권분립에 대한 도전”

[아침신문 솎아보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란 이어져...한국일보 “법원 배제한 사법개혁, 어떻게 ‘재판 독립’ 가능하겠나”

조선일보 “개딸이 노사모·문빠보다 당 장악력 강해져”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5.09.15 07:32

▲법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국가 시스템의 설계는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내란재판부 추진에 힘을 실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지난 12일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이 사법부에 힘을 실으며 여권 견제에 나선 가운데 대다수 언론에서도 여권의 내란재판부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를 가리켜 “손 목사 탄압은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손 목사 구속을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개신교 세력과 연대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지난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 15일자 한겨레 만평

내란재판부 설치 “초거대권력 우려” vs “사법부 자업자득”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근거를 갖고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면 어떻겠냐는 게 지금 국회 논의”라며 “별도 법원을 설치하자는 것도 아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전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지식재산전문재판부를 설치하고 2019년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부로 전환해 지식재산 관련 사건이 전담 재판부에서 처리되도록 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날 사법부를 압박하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인식이 북한과 중국 수준”이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상황이 여기까지 온 건 사법부 스스로 권력 앞에 누웠기 때문”이라며 “결국 멈춰 선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15일 사설 <법원 배제한 사법개혁, 어떻게 ‘재판 독립’ 가능하겠나>에서 여권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법안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례없는 일방적 과속 행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며 “역대로 국회가 키를 쥔 사법개혁 관련 논의에서 사법부가 아예 배제된 사례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배제한 채 여당이 단독으로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어떻게 ‘사법 독립’을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며 “이러니 입법·행정에 이어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초거대 권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법부를 참여시키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밟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내란공범” “자업자득”…與 사법부 압박 지나치다>에서 “사법부에 대한 여권의 과도한 공세는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 ‘삼권분립을 부정한다’고 공격했던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법원에 대한 압박의 성격을 넘어 위헌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사법부 비판에 힘을 실었다. 사설 <조희대 사법부, 사법 불신 맹성하고 사법개혁 논의 임해야>에서 “사법개혁 논의가 과거와 달리 사법부가 배제된 채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신뢰를 잃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며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시도 논란이 국민적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리 크고, 사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면 법원장들은 먼저 자성부터 하고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고 본다”며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병행하지 않는 사법 독립은 ‘법의 지배’가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법복귀족들의 지배, 곧 ‘사법부의 지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시각이고 그것이 작금의 사법개혁을 추동하는 주된 문제의식이라는 걸 법원장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힘, 극우 개신교 손잡기

국민의힘 지도부가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극우세력과 손을 잡는 행보를 보이자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의힘 극우 연대 기웃, 보수의 미래가 안 보인다>에서 “이런 움직임은 보수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라며 “더 늦기 전에 돌이키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극우로는 보수를 다시 일으킬 수 없고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소멸시킬 뿐”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균형 감각은 보수의 자기 혁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기사

보수 언론에서는 여야 지도부를 함께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야 지도부 눈엔 강성 지지층만 보이나>에서 내란재판부를 추진하는 여당 지도부와 손현보 목사를 두둔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여야 강경 대치는 불과 1주일 전 이 대통령이 마련한 지도부 회동에서 악수하던 장면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며 “양쪽 모두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 결과다. 상식을 지닌 국민은 안중에 없고 강성 지지층만 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해 조선일보는 정치면 <개딸의, 개딸에 의한, 개딸을 위한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민주당원 500만명 중 1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개딸(개혁의딸, 강성 지지층을 가리키는 말)이 노사모나 문빠보다 당 장악력이 강해졌다며 “지지자들이 정치인 위에 군림하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선일보에 “강성 지지자들은 더 이상 자신을 몸통을 흔드는 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후계자’라는 정통성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유산까지 없으니 그 양상이 더 심하다”고 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기사

여당 추진 ‘방미통위’법의 아쉬운 점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규제기구 개혁법안을 보면,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있던 유료방송과 채널사용 사업자 인허가 권한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로 가져왔다. 또한 기존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름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로 바꾸고 위원장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방미통위법’안, 막바지 수정 필요한 것들>에서 “법안을 보면 ‘방송미디어와 통신’에 관한 규제 등을 하는 곳이라고 돼 있지만 방송미디어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없다”며 “방송법의 방송과 다른 것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가? 기존 방통위법에 나타난 ‘방송’이란 말에 방송미디어를 대체해 새 법안을 만든 것으로 보아 방송미디어는 방송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굳이 ‘미디어’를 붙인 긴 이름으로 모두가 불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미디어통신위원회’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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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교수는 “이 위원회는 이견 검토를 위해 중요 업무를 합의제로 하지만 그 외 모든 업무는 위원장이 일반 장관처럼 홀로 결정하는 독임제”라며 “정부 서비스가 대통령과 동떨어져 수행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현 위원장처럼 정부 기관장이 행정부 수반에 등을 지고 자기 정치를 하는 극단적인 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방미통신심의위 위원장을 현재와 달리 공무원 신분으로 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내용심의 기구를 정부 기구화하는 전도된 방향”이라며 “이렇게 한다고 지난 윤석열 정권 류희림 위원장 같은 사람을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다수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라며 “현재의 정파적 선임 방식을 고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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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해외 입양인의 아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9/15 08:56
  • 수정일
    2025/09/15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득신 시민기자

dsshine23@naver.com

제 27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르포분야)

서울의소리 기자 (프리랜서)

장준하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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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를 만나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배진시

프랑스에서 귀국 후 한인입양인 통번역 지원 시작

해외입양인 뿌리찾기 쉼터 자비운영하며 시민활동

한국가족 찾은 이후 조울증 치료된 비르지니 사례

아동정보가 사라진 입양인 다수, 부모찾기 1% 미만

해외입양중단, 고아원폐지, 원가정지원 강화해야

몽테뉴는 16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사상가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철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학자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얻은 사소한 경험에도 모든 주의를 기울였다.

그런 사유의 바탕으로, 그는 일반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인간의 이상행동이 정신질환이거나 트라우마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말한 최초의 학자였다. 주술과 미신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세 유럽과 프랑스에서 이러한 몽테뉴의 가설이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의 시작이 되었다. 자신이 만든 모든 단체나 장소에 몽테뉴라는 이름을 넣어 활동하는 활동가가 있다. 그가 바로 '몽테뉴해외입양연대'의 배진시 대표이다. 그는 프랑스와 벨기에 등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해외입양인들을 돕고 있다.

 

제 19회 세계 실종아동의날 기념식장 앞에서 손 현수막을 들고 있는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배진시 대표와 필자는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며 만났다. 필자가 생후 80일 된 둘째 아들을 입양한 후, 2009년부터 공개입양 가족 단체인 한국입양홍보회 인천대표와 운영위원을 맡아 관련운동에 참여하던 중이었다. 말하자면, 직장생활을 하며 시민운동을 병행하고 있었던 참이다. 한편 배진시 대표는 그 무렵 프랑스 유학 뒤 귀국하여 프랑스 입양 한인들을 위한 통번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유학중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 만났던 한인입양인과의 인연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관련 활동을 이어나갔다. 나와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어쩌면 한두 번쯤은 마주쳤을 법도 하지만 서로가 인사를 나눌 기회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와 내가 만난 건 단 두 차례, 최근 들어서였다.

하지만 만남의 횟수로 의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유튜브 채널 <몽샘책방>의 운영자로서 나의 신작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작가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났고, 시민언론 민들레에 이 기사를 쓰기 위한 인터뷰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한번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또 한 번은 불광동이었다. 그러나 첫 만남부터 그리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그와 내가 고민하고 활동하는 지점의 교집합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고아원 출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톡방에 함께 머물며 그들의 아픔을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를 불광동에서 만났던 이유는 그가 운영하는 해외입양인 쉼터 겸 몽테뉴 도서관이 불광동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의 부모찾기(뿌리찾기)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경우 모든 경비를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들에겐 숙박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그는 불광동에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숙소를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생부를 찾으러 온 프랑스 한인입양인 비르지니씨와 그의 딸.

1973년생 비르지니 씨가 프랑스로 입양 보내진 것은 5세 무렵이었다. 혼전 임신으로 아이를 낳은 그녀의 생부는 군 입대를 해야만 했다. 잠시 생모가 돌보았지만 미혼모의 몸으로 키우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생부의 집에 맡겨진 후로는 아버지의 여자형제들이 그녀를 돌봤다. 그러나 생부의 장래를 걱정했던 가족들은 그녀를 프랑스로 입양 보내고 말았다. 당시엔 대개의 서양인들이 그러하듯 그녀의 양모 또한 동양과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내가 너를 입양해서 가난한 나라에서 구해줬으니 고마워해라” 그녀의 양모가 비르지니 씨에게 한 말이었다. 이에 질세라 그녀도 “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당신의 딸이 되어주었으니 당신이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라는 말로 응수했다. 이 대화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그 가정에 입양된 다른 동생에 비해 무뚝뚝한 비르지니 씨와는 성격상 큰 차이를 보인 것이 한 이유이기도 했다. 양부모는 애교 많은 동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었다.

비르지니 씨가 배진시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온 것은 2025년 5월경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생모를 만난 후 생부를 찾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이 온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생부의 옛 가족사진을 찾아냈고 친척을 통해 충청도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생부는 이미 재혼을 한 상태였고 생부의 배우자가 그들의 만남을 거부했다. 겨우 설득 끝에, 지나가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고 감사의 사진 한 장 남긴 척하며 생부와의 소중한 재회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회현장에서는 그 흔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만남을 허락하는 대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말라는 생부 배우자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작은 사진 한 장만 부둥켜안은 채 헤어졌지만 이후 비르지니 씨를 그토록 괴롭혔던 조울증이 치료된 기적이 일어났다.

 

해외입양인 2세들에게 부모들의 상처는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입양인 2세.

프랑스에서 의사로 일하는 어느 입양인은 한국에서 생부모를 만나 10여 년간 만남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연락을 끊기도 했다. 그 입양인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입양보낸 한국의 부모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며,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입양인, 특히 해외입양인이 갖고 있는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입양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작을수록 한국을 향한 복수심이나 증오심은 더욱 단단하며, 한국에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더욱 집착하기도 한다. 다만, 실제로 찾을 수 있는 경우는 전체 신청자의 1% 남짓에 불과하다.

처음 배진시 대표는 별도의 단체를 만들지 않고 기존 단체의 활동 지원을 생각하며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단체 운영자들은 그를 불편해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해외)입양인 지원활동이 나중엔 후원금을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전락해 있다는 진실과 마주했고 기존 단체들과의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나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며 후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을 부풀리거나 동일한 사업을 변조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그는 임의단체로만 운영하며 순전히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비용으로 단체를 꾸려간다. 초심의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채택한 방식이었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는 후원금을 일체 받지 않으며 참여하는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봉사에 임한다. 부모를 찾는 프랑스 입양인들의 통번역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부모를 찾고자 하는 해외입양인들을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유럽의 문화와 사고방식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사고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에서 부모 친척을 찾아서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정체성에서 시작된다. 나는 누구인지, 왜 입양을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당시 부모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을 알아가면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일종의 자기탐험이자 자기치유이며 그런 방식으로 정신적 상처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를 대하는 한국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부모 친척들은 자신의 삶이 현실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과거도 부정하며 만남을 거부한다. 유전자 검사를 위한 소송 직전에서야 인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어느 공공기관장은 면전까지 찾아온 자신의 딸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자녀를 입양 보냈던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한다. 그나마 서류가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입양아동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서류의 흔적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한편, 서류가 존재해도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에 대단히 비협조적이다.

 

개인정보를 이유로 입양인의 생부 찾기에 미온적인 아동권리보장원(NCRC) 앞에서 기자회견중인 해외입양인과 배진시 대표.

80년대 후반까지 이른바 3저(低) 시대로 경제는 호황이었으며,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생자 수는 감소하고 있었지만 해외입양은 더욱 늘었다. 1971년 신생아 수는 102만 여명이었으나 그해 해외입양은 2천 명대였던 반면, 1985년 65만여 명인 신생아에 비해 해외입양은 883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당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해외입양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도 크게 작용했다. 경기장과 도로 그리고 선수촌 등 편의시설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한 궁여지책과 함께 해외 입양은 ‘아동 수출’로 여겨지며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것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 남한은 북한으로부터 ‘아기를 팔아 돈을 번다’는 비판을 계속 받았다. 이에 정부는 해외 입양 쿼터제를 도입해서 단계별로 해외 입양을 줄여나가고 1985년에는 전면 금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980년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며 이 계획은 폐기되고 오히려 해외입양을 적극 장려하여 정부와 입양기관 모두 '아동수출' 활성화에 혈안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아동을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범죄적 수법도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탁아동으로 고아원 입소한 아동들을 부모 없는 고아로 만들어 입양 보내는 등 서류를 조직적으로 위조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소아성애자들에게도 아이를 입양 보냈고, 입양된 아동들 중에는 국내에서 납치된 아동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죽은 아동의 신분으로 바꿔치기를 한 경우도 존재했으니 이는 경찰, 정부기관이 입양기관의 위조문서에 도장을 찍고 승인하는 등 협조 내지는 방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입양기관은 공식적으로 비영리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의 형태로 해외에서 수백만 달러를 받아내며 승승장구 했다.

1990년대 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는 미국이며 다음으로 프랑스를 꼽는다. 프랑스는 기본적인 의식주와 교육문제가 정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복지국가이다. 사교육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지출되는 일상생활비가 그곳에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해결된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나라이다. 또한 그들은 기독교적인 사상이 정신세계에 체득되어 있다. 가난한 나라의 아동을 입양하는 일을 ‘시혜’를 넘어 ‘구원’으로까지 생각하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런 바탕 위에 입양이라는 일이 이루어진다. 입양부모의 입장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위한 베풂의 방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입양인의 관점에서 입양은 또 다른 생존의 영역이다.

프랑스에서 동양인은 동물원 원숭이 취급 받는 게 일상이다. 입양 초기부터 얼굴색 다른 이방인이 프랑스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는 지역의 구경거리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양인들의 트라우마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해외입양들의 자살률은 현지인의 3 ~ 4배에 달하며 약물중독이나 정신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생모와의 통역을 위해 만난 리디와 남자친구 그리고 배진시 대표.

저출생을 걱정하는 대한민국은 지난해에도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이 58명이나 된다며, 배진시 대표는 "지금이라도 해외입양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서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아 수용시설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아원에 지원할 돈으로 원가정 보호에 힘쓴다면 미혼모에 대한 편견도, 시설에서 고통 받는 고아아닌 고아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조소연 교수는, “아동 1인당 고아시설에 지원되는 비용은 연간 36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는 기초생활비와 시설유지비 인건비 등을 합한 금액으로 여기에 각종 추가비용 이를테면, 아동의 심리치료비, 교육비 등을 더하면 그 금액은 연간 5천만 원을 상회한다. 위탁가정의 경우 연간 1천만 원 내외로 지원되고 있으며 원가정(미혼모 가정 등)보호에는 연간 250만 원 정도만이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는 정부가 오히려 고아산업을 육성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국가가 직접 지원하면 복지라고 할 수 있지만 고아원 운영처럼 민간에 위탁된 복지는 결국 산업화 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가 아동복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문화강국이며 K-민주주의의 상징인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아동복지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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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자도 “한국, 트럼프에 488조원 줄 바엔 수출기업 지원이 낫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9/15 08:32
  • 수정일
    2025/09/15 08: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25억 달러 수출 지키려면 3,500억 달러 지불하라는 게 트럼프 요구”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며 한 시민단체가 준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얼굴 배너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5.09.12. ⓒ뉴시스

미국 정부의 과도한 요구로 한미 무역 합의의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관세를 낮추려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내는 대신 한국의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게 낫다는 미국 경제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선임 경제학자인 딘 베이커는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미국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지난 11일(현지시간)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베이커는 “이러한 투자 약속의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가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면 한국과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상호 관세와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등에 대한 후속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내밀며 합의문 서명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서명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자금의 사용처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명할 수 있도록 한 데다가 미국 대통령이 지정한 뒤 45일 이내에 지정된 계좌에 즉시 사용 가능한 달러화로 입금해야 한다. 또한 투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 투자 수익을 양국이 50%씩 나누지만,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전체 수익의 90%를 가져가기로 했다.

한국과의 후속 협상에서도 일본의 합의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미국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봤을 것이고, 융통성은 더는 없다”며 “한국은 무역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커는 미국이 15%로 낮춘 상호 관세가 25%로 증가하면 대미 수출은 125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125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3,500억 달러를 지불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라는 게 베이커의 지적이다.

베이커는 “이런 협상안을 수용하는 나라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금액의 20분의 1만 사용해 수출 감소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훨씬 이롭다”고 강조했다.

또한 베이커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합의를 지킬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언제든지 합의는 무효라며 언제든 추가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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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반대’ 한동훈, 왜 특검 조사 거부하며 민주당 겨냥할까

입력 2025.09.15 06:00

지난해 12월4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누구보다 먼저 계엄 해제에 앞장섰다”며 불법계엄 관련 의혹 전반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기조에 발맞추는 행보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참고인 조사에 두 차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전 대표에 대한 ‘기소 전 증인신문’을 법원에 청구한 지난 10일부터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누구보다 먼저 여러 의원, 당협위원장, 당직자들과 함께 위헌 위법한 계엄 저지에 앞장섰다”며 자신에 대한 조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 전 대표는 “자세한 경위에 관해 지난 2월에 발간한 책, 여러 언론 인터뷰, 다큐멘터리 문답 등으로 제가 알고 있는 전부를 이미 상세히 밝혔다”며 “이미 밝힌 그 이상의 내용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12일 “오늘 특검이 누구보다 앞장서 계엄을 저지했던 저를 강제구인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며 “할 테면 하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뜬금없이 특검과 편먹고 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민주당에 묻는다”며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민주당 지도부일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사전에 거론한 것을 두고 지난 13일 “구체적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14일에도 “민주당이 근거 있는 확신을 갖게 된 어떤 구체적인 계엄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 국민들께 공개하라”며 “민주당이 확보한 확신의 근거가 공개됐다면 계엄은 실행되지 못했을 것인데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왜 그러지 않았는지 국민들께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특검을 향해 “계엄에 대해 제게는 더 들을 얘기가 없지만, 민주당 사람들에게는 들어야 할 얘기가 많다”고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한 전 대표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계엄 해제 정족수가 찼음에도 왜 바로 (해제) 표결 진행을 안 했나”고 문제를 제기하자 우 의장이 이날 페이스북에 반박하고 한 전 대표가 재반박하는 공방도 있었다.

이러한 한 전 대표 입장은 특검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는 국민의힘 태도와 비슷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찬탄파)인 한 전 대표가 탄핵 반대파(반탄파) 위주의 지도부가 들어선 국민의힘과 특검 수사 국면에서 발을 맞추며 대여 투쟁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양상으로 평가된다. 불법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가 불법계엄 진상을 규명하려는 특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데에도 유사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부르며 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민주당이 특검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조사에 응할 경우, 자신에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이 강화돼 향후 재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특검의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가 배신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검이 불법계엄 선포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현 국민의힘 의원)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에 대해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당이 단일대오로 맞선 분위기도 고려됐을 수 있다.

참고인 신분이라도 조사를 받고자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 자체가 부정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한 전 대표는 2016~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서 활동하는 등 특검 수사 생리를 잘 안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특검 수사를 “정치적 선동과 무능”으로 규정하며 “언론을 이용한 압박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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