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과 미국이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를 공개했다. 경제·통상 분야 주요 내용은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개된 바 있어 안보 분야에 담긴 내용에 눈길이 간다.
한국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공동설명자료’에 따르면, 안보 분야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첫째, 한미동맹 현대화.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을 강조”하면서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NCG) 등을 통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하였다. 한국은 2030년까지 250억 불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하기로 하였으며, 330억불 상당의 주한미군 지원 계획을 공유했다.
특히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며, “사이버 공간과 우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둘째, 한반도 및 지역 사안에 대한 공조.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 협력을 약속하였다. 대북 정책 관련 긴밀히 공조하기로 하였으며, 북한에게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등 수호 노력 등을 확인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였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하였다”고 명시했다.
셋째,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미국은 “미국 조선소와 미국 인력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을 현대화하고 그 역량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한국의 공약”을 환영하고, 한국은 “미국이 한국 민간 및 해군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지해 준 것”을 환영하였다.
한미 양국은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통하여 유지·정비·보수,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설명자료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면서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적시했다.
14일 한미 공동설명자료에 대해 브리핑하는 이 대통령.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14일 오전 직접 브리핑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공동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면서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협상 및 안보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의미 있는 협상결과를 도출함에 있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한미 모두가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십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서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또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많은 (후속)협의가 필요할 것이나 농축·재처리 문제, 원잠(원자력 잠수함) 문제에 대한 큰 줄거리와 방향이 합의되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많은 논의가 된 부분은 농축·재처리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논의과정에 한때 원잠을 어디서 건조하느냐 문제가 제기된 적 있지만, 일단 우리 입장을 설명했고 그게 반영이 됐다”면서 “그 문제에 대한 정상 간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고 우리 원잠을 미국에서 만드는 얘기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위성락 실장은 “대화의 모든 전제가 한국의 원잠은 한국이 건조한다라는 것이었고 우리가 협조 요청한 것은 핵연료에 관한 부분이었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그래서 건조 위치에 대해서는 일단 정리가 되었다고 본다”고 못박았다.
지난 2023년 말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최재영 목사가 공개하면서 우리 사회는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300만 원짜리 백 하나가 정치적 스캔들을 넘어 한국 사회의 명품 열풍이라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25년 11월 6일에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을 압수수색해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1개 등 총 24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쯤 되면 김건희는 명품 중독에 빠져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명품에 대한 맹목적 집착의 극명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2023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은 현재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로 세계 1위다. 미국의 280달러, 중국의 55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명품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어리석은 '호구'로 취급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21조 원 규모의 명품 시장,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
명품 소비는 왜 유독 여성들에게 더 집중되는가? 2006년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박희랑·한덕웅의 연구는 한국 여성의 명품 구매 행동을 설명하는 통합 모형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의 명품 구매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복잡한 심리적 매커니즘의 산물이다. 명품에 대한 태도, 주관적 규범, 명품 구매 행동의 통제력 지각, 과거 구매 행동, 심지어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성까지도 모두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여성들이 남성보다 명품 소비에 더 몰두하는가? 2013년 여성의 명품 구매 행동 연구에서는 IMF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상위 1% 소득층을 겨냥한 'MVG(Most Valuable Guest) 마케팅'이 활발해졌다고 분석한다. 명품 기업들은 백화점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이 상류층 고객에게 마케팅을 집중했고, 이것이 '명품=성공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풍조가 여성들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2020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KO) 조사에 따르면, '플렉스(Flex) 소비'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여기서 말하는 '플렉스 소비'란 자신의 경제력이나 소비 능력을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를 SNS 등을 통해 드러내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리고 여성이 더 과시형 소비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여전히 외모와 소유물에 치우쳐 있다는 간접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명품 집착을 AI가그린 이미지.
특히 명품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23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Monitor) 조사에 따르면, 명품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대학생(35.8%)과 20대 사회초년생(45.6%)에 집중돼 있다. 고등학생이 26%, 심지어 중학생도 17.6%나 된다.
2020년 명품 패딩 구매 조사에서는 20대 여성이 평균 113만 원을 지출하며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이 조사는 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가 2017년 6000건에서 2019년 4만 4000건으로 2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구매력이 낮은 청년 세대가 어떻게 이런 소비를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빚을 내거나, 생활비를 줄이거나, 부모에게 의존한다.
청소년 명품 소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K팝 아이돌들이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10대들의 명품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블랙핑크는 샤넬과 셀린느, 뉴진스는 버버리와 디올의 앰배서더다. 단국대 임명호 교수는 "청소년은 정체성 확립이 완전하지 않아 모방 심리가 강하다"며 "아이돌이 가진 명품을 똑같이 가지면서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심리적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는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진열대. 2025.1.2. 연합뉴스
한국의 명품 열풍은 단순히 개인의 허영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둘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 구매가 불가능해지자, '작은 사치'로 보상심리를 채우려 한다. 셋째, SNS의 발달로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커졌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와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동시에 작용한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올라도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이고, 밴드왜건 효과는 유행을 따라 소비가 확산하는 현상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런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해서 가격을 인상한다. 루이뷔통 코리아는 2021년 매출 1조 6923억 원, 영업이익 4177억 원을 기록하면서도 기부금은 '0원'이었다. 한국 소비자에게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인천대 이영애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가 양극단으로 갈린다"며 "기능적인 물건은 10원,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것을 구매하지만, 명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대가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는 남들과 달라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며 "SNS가 활성화되면서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에게 더 몰두하고 구별되고 싶어 한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명품 소비 자체를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명품 열풍은 명백히 병리적 현상이다.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소비, 10대 청소년까지 확산한 과시욕, 명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천박한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변화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맹목적 명품 소비를 경계하고,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한다. '그 제품이 정말 필요한가' '현재 내 경제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성공의 증거도, 행복의 조건도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과시적 소비를 부추기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사람을 평가할 때 외면의 소유물이 아닌 내면의 인품과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명품 마케팅을 규제하고, 미성년자 아이돌의 명품 앰배서더 선정을 구조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명품 기업들이 한국에서 거두는 막대한 이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건희 명품백 사건은 단순한 정치 스캔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가치관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명품이 아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명품백 하나가 사람의 가치를 절대로 높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명품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정직한 삶의 태도,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 속에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갈 때, 비로소 건강한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중 사고로 숨진 30대 택배노동자 오승용 씨의 유가족이 14일 첫 공식 입장을 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오 씨 유가족은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제주지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 노동에 내몰아 왔던 쿠팡의 잘못”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쿠팡 제주1캠프에서 새벽배송을 해 온 오 씨는 지난 10일 오전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후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오 씨의 사고를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오 씨는 부친의 장례를 막 치르고 난 뒤였다. 그는 5일 연속으로 새벽배송을 하던 중 부친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됐고, 이후에도 4시간가량 더 일해야 했다. 5일부터 7일까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쉴 수 있는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장례 마지막 날인 7일 대리점 관계자는 “오늘까지 쉬고 내일 출근할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오 씨는 “내일까지만 부탁드린다. 아버지상이라 힘드네요”라고 답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장례 후 이틀간 휴무를 요청했으나, 대리점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오 씨는 지난 4월에도 한 차례 휴무를 요청했지만, 이때도 거부당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안 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고인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야 했다.
택배노조가 유족과 동료들의 증언,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사용한 쿠팡 어플리케이션과 업무 카톡방 대화 내용을 확인해 자체 진상조사를 한 결과 고인은 일상적인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 6일간 연속적, 고정적으로 새벽배송 업무를 해온 고인의 하루 노동시간은 11시 30분으로, 주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으로 조사됐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시간은 30%를 가산하는 법적 과로사 인정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고인의 노동시간은 83.4시간으로 늘어난다.
고인이 속해 있던 대리점에는 주 6일 근무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 관리자가 올리는 근무표를 보면, 대부분의 택배노동자들이 주 6일 연속 근무했으며 심지어는 다른 택배노동자의 경우에는 7일 연속으로 근무한 사례도 많았다.
쿠팡의 택배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그간 택배노동자의 휴무 보장을 위해 대리점과의 계약 단계에서부터 백업 인력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지만, 이 대리점의 근무표를 보면 백업 기사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이 부친의 장례에도 단 하루만 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부족한 인력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오 씨 유가족은 “일주일에 6일을 계속 밤마다 12시간씩 일해야 했고,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장례를 책임져야만 했다. 그리고 장례를 치르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러 나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며 “지금이라도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승용이의 영정과 유가족 앞에 직접 와서 사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2, 제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국민과 택배노동자 앞에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가족은 “다시는 우리 사회에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산재 신청을 진행할 것이고,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MOU 상 공약의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발표한 한미 관세·안보 협상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내용 중 일부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른바 한미 양국의 '략적전 투자 MOU'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안전장치 내용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은 양국 간 전략적 투자 MOU가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했다"면서 다시 짚은 내용이다.
그만큼 국익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협상을 했고 그에 따라 나름의 결과물을 도출했다는 취지였다.
"반도체 관세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쌀·쇠고기 추가 시장 개방 안 담아"
먼저 반도체 관세 분야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 관세 인하는 한미 관세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팩트시트에는 반도체 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미국이 판단하기에 한국의 반도체 교역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추후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농업·디지털서비스 등 비관세 분야 합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미국 원산지 자동차를 연간 5만 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 가능하도록 한 기존 조치에서 '5만 대 상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총 수입 대수가 4만 7천 대 정도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으며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팩트시트에는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고 돼 있다.
디지털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법 제도와 관련해 미국 기업을 (국내 기업과 비교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적인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현재 구글이 요구하고 있는 고정밀지도반출 등의 규제가 해제될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퀄 트리트먼트(equal treatment) 정도 원칙에 합의했다"며 "그 원칙에 따라 질문하신 사항들이 개별적으로 또 계속 협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고정밀지도 같은 경우, 애플사 입장이 다르고 구글사 입장이 다르고 그렇다. 애플사는 지금 우리나라가 제시한 안에 대해서 수용하는 입장인데 구글은 아직도 이견이 있어서 또 (관련 결정이) 연기가 되지 않았나"라면서 우리 입장을 관철하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덧붙였다.
"수익 배분 구조는 MOU에 담을 것... 원리금 상환 불투명해지면 한국 더 유리하게"
전략적 투자에 따른 양국의 수익 배분 구조는 현재 발표된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앞서 한미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원금 회수 전에는 절반씩 수익을 나눠 갖고, 원금을 회수한 후에는 한국이 수익의 10%, 미국이 수익의 90%를 갖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실장은 관련 질문에 "(원금 회수 전 수익 배분 구조가) 5 대 5인데 20년 내에 원리금 상환이 불투명해지는 경우에는 그 비율을 한국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구가 MOU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전략적 투자 MOU 이행을 위한 별도의 우리 법이 국회에 제출된 날의 1일부터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는데 법안은 지금 마련돼 있다"라며 "조만간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내에 MOU에 대해 상호 간 사인을 해서 교환하고 나면 법안은 바로 제출할 수 있다. 11월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실장은 이번 팩트시트에 대해 "전략적 투자 MOU와 관세 인하 등 양국 간 관세 합의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문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주요 비관세 사안들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양국 간 교역의 불확실성을 줄였다"며 "농업시장 개방을 비롯하여 우리 측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항은 포함하지 않았으며, 한국에 진출한 미국 투자 기업이나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 사항들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주권당 당원과 자민통위 회원으로 구성된 국민징수단은 미 대사관 임대료와 주한 미군기지 사용료, 역대 주한 미국 대사와 미 정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밀린 체납금’을 징수하는 활동을 오늘부터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박대윤 국민주권당 홍보위원장은 미 대사관을 가리키며 “건물을 쓰고 있으면 당연히 임대료를 내야 하지 않겠는가? 저 땅(미 대사관 용지와 건물)은 우리나라의 국유재산”이라면서 “사용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미 대사관에 정당한 사용료를 내라, 임대료를 체납하지 말고 세금을 납부하라는 내용으로 국민징수단 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민징수단은 미 대사관 사용료 징수 등의 활동이 국내법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 근거를 세세하게 제시했다.
우선 미 대사관이 45년간 임대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에 관해,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의 무단 점유나 무상·무기한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징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세범 처벌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8조(조세 포탈의 가중처벌)에 근거해 탈세액이 연간 1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탈세액이 연간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제징수법에 따른 강제 압류 징수 조치,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출국 금지,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등을 거론했다.
박대윤 홍보위원장은 “우리는 이러한 국내법에 준하여 직접적인 징수 행동을 할 것이며 법률가들과 국내법 적용을 검토하고 법원 소송도 적극 타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주성 자민통위 집행위원은 주한미군이 국내법을 어기고 무상·무기한으로 군대를 배치하면서 최소 연간 13조 4,552억의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고 추산했다. 이 밖에도 1953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72년간 주한미군이 받은 특혜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69조 원에 달한다는 점, 미 대사관이 45년간 부지와 건물을 무단 점거하며 체납한 금액은 약 1조 300억 원에 이르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2022년 국방백서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가스비, 환경오염 정화 비용, 한국군 훈련장 사용료, 도로·공항·철도 이용료 등에서 미군이 각종 면제 혜택을 받은 금액이 약 1조 1,858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오주성 집행위원은 물가 변동과 현재 가치, 건물 가격 등까지 더하면 미국으로부터 징수할 실제 비용은 대폭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오주성 집행위원은 “미군기지의 과도한 특혜를 없애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단순히 밀린 돈을 내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와 미국의 지나친 횡포와 국익 강탈 시도에 맞서는 투쟁”이라며 “임대료 징수를 시작으로 미군이 부당하게 누려온 특혜를 없애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아 국익을 수호하고 주권을 바로 세워가자”라고 밝혔다.
이해연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은 1980년부터 2025년까지 제12대 주미 대사 윌리엄 글라이스틴부터 제25대 주미 대사 대리 케빈 김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는 ‘1차 명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조 원이 넘는 우리 국유재산과 국민 혈세를 탈취한 고액 상습 체납자들의 명단이니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전직 대사 중에는 사망한 자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망했다고 해도 파렴치한 탈세범들에 대해 면죄부를 줄 의향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징수단은 앞으로 미국 정부 관계자와 미 대사관의 전·현직 임원 등을 전수 조사해서 2차 명단을 발표하고 추가 징수에 나설 계획이다.
배서영 자민통위 집행위원장은 미국인 고액 상습 체납자를 단속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온라인과 거리에서 관련자 명단, 얼굴, 은닉 재산 등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신고, 제보를 받아 국내법에 근거해 고액 상습 체납자들의 차량 단속과 압수에 나설 것이며 ▲체납자들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 ▲국회 특별법 입법 운동 ▲체납자 단속 동참을 호소하는 범국민 서명 등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종묘를 마주 보고있는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기존 재개발 계획을 변경하고 142m의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고 나서자, 문체부,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등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세운4구역에 대한 개발 계획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18년 확정돼 지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2021년 교체된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계획을 변경하면서 세운4지구는 다시 갈등 속으로 던져졌다.
애초에 정부 반대에 막혔던 세운 재개발 '초고층빌딩'
복합단지 설계까지 확정했지만...오세훈 이후 '급변'
서울 도심 속 마지막 대형 재개발 사업지로 불리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세운상가부터 시작해 남쪽으로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세운상가군의 양쪽 8개 구역이다.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세운4구역은 종로를 사이에 두고 종묘와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세운지구 재개발은 지난 2004년 이명박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이후 가장 먼저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이명박 전 시장은 세운4구역의 재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사를 맡는 공공재개발 방식을 택했다. 공공재개발 방식은 땅 주인 등이 조합을 결성해 시행사를 선정하는 기존 재개발 방식과 달리 조합 결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공이 시행사를 맡는 방식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세운4구역의 시행사는 SH(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맡고 있다.
후임 오세훈 시장은 세운지구에 대한 재개발 구상으로 현재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남북을 잇는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가장 먼저 현대백화점이 소유하고 있던 세운상가 앞에 위치한 현대상가를 철거했다. 세운4지구에는 높이 122m의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 4채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세운4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 계획을 막은 것은 종묘였다. 2009년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에는 122.3m 높이의 주상복합 건축안이 제안됐지만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문화재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애초에 세운지구 재개발을 시작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에서도 세운4구역 초고층 빌딩엔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구역도(2020년 기준) ⓒ서울시
이후 문화재청의 심의가 이어지면서 세운4구역의 재개발도 중단됐다. 지난 2017년 장기간 심의 끝에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m로 고도가 확정됐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문화재청의 심의를 수용해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대한 설계공모를 진행, 2018년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KCAP의 '서울 세운 그라운즈'를 선정했다. 해당 계획은 최고 18층, 9개 동에 호텔,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로 구상했다. 새로 지어질 건물에는 옛상점들로 이뤄졌던 골목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할 계획이었다. 해당 계획은 2021년 착공, 2023년 완공할 예정으로, 용적률은 6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질질끌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이 확정되자 드디어 세운지구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세운4구역의 철거도 2019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2021년 오세훈 시장이 다시 시정에 복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오 시장은 당선된 해 11월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부터 동대문까지 내려다보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며 기존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2022년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세운상가군 자리에 남북을 잇는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오 시장이 15년 전에 구상했던 세운지구 재개발 구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2023년에는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가 내놓은 조감도를 보면 세운4구역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것이 보인다.
다만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나올 때만 해도 세운4구역은 문화재청 심의 결과인 70m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 10월 서울시 의회가 '서울시 문화재보호 조례'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국가지정유산 100m 이내) 밖이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19조 5항이 삭제하면서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 변경의 배경을 조성했다. 이어 올해 10월 서울시가 세운4구역 건물 높이 기준을 종묘 쪽은 55m에서 98.7m로, 청계천 쪽은 71.9m에서 141.9m로 완화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를 하면서 2023년에 완공해야 했을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했다.
결국 이미 진행 중이던 세운지구 재개발을 틀면서 오 시장이 2년 전에 끝났을 할 세운4구역의 재개발은 더 늦춰진 셈이다. 오히려 기존의 문화재청 심의를 뒤엎는 재개발 계획 변경으로 갈등을 유발하면서 장기간 표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4월 21일 오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전략 현장 기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서울 중구 청계천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구역 일대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04.21. ⓒ뉴시스
이미 완료됐어야 할 재개발...계획 변경으로 '원점 회귀'
서울시 "토지주 요구와 건설 불황으로 변경 불가피"
과거 박원순 시장은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은 재검토해 2014년 보존 중심의 계획으로 변경했지만, 이는 세운상가군에 한정됐다. 세운4구역을 포함한 주변 구역의 재개발은 큰 변화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 세운4구역의 재개발은 완료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운4구역 철거 과정에서 유물 발굴 절차에 2년이 소요된 것을 감안 해도 올해 즈음에는 완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자신의 계획인 녹지 조성을 위해선 지금보다 세운4구역의 용적률이 더 높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세운4구역 초고층 빌딩이 논란이 된 지난 5일 "빌딩 높이를 높이는 과정에서 거두는 경제적 이득을 세운상가를 허무는 데 필요한 종잣돈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세운상가군 자리에 녹지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운4구역에 초고층빌딩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이 과거 자신의 계획이었던 세운지구의 초고층빌딩과 녹지를 고집하면서 원래대로라면 이미 완공됐을 세운4구역 재개발은 오히려 수년간 지연된 셈이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재개발 계획의 변경은 토지주들의 요구와 경제위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의 지주들은 문화재청 심의 결과인 최대 고도 71m, 용적률 700% 이하의 재개발로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계획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계획이 승인됐지만 사업성이 안 나왔다. 사업비 책정은 2018년에 했는데 2021년, 2022년 건설비는 올라서 사업이 아예 자빠질 지경이었다"면서 "이미 건물은 철거하고 있는데 상황은 안 좋아지자 토지주들이 계획 변경에 대한 민원을 넣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자재값 증가, 건설 불황 등이 겹치면서 건설비가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서울시는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재개발이 질질끌리면서 SH에서 나간 비용도 많았다"면서 "이전에 인가된 계획대면 SH는 공사만하고 돈은 손실만 날 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업성 약화와 토지주의 손해는 굳이 문체부, 문화재청과 맞서서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용적률 이양제' 등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결국 오 시장의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 변경으로 세운4구역 재개발은 2009년 문화재청과 갈등이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완료되었을 재개발을 더 지연시킨 꼴이기 때문이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20년 가까운 개발 지연으로 누적 채무가 7,250억 원에 달하고, 월 20억원의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조례 변경으로 법적인 절차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시민 모두의 재산인 종묘의 경관에 영향을 주는 재개발을 제대로 된 공론화도 없이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5.11.13. 연합뉴스
내란 특검팀이 재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때 법원은 '박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사유를 들어 기각하더니, 특검팀이 혐의 입증 자료를 더욱 보강해 2차 청구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결정을 반복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2월 동시에 발령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4명이 돌아가면서 윤석열과의 주요 연결 고리를 차단하며 3대 특검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4일 새벽 기각 결정을 내렸다. 남 부장판사는 "종전(1차)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달 15일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 기각 및 재판 지연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22. 연합뉴스
즉,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및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 내용이 불법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내란에 공모·가담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은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삼는 직책인데다, 다수 국무위원과 달리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기 2시간 전인 오후 8시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따로 호출받았고,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계엄에 관한 설명을 먼저 들어 국헌 문란 목적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법성 인식'을 못 했을 수가 없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특정 문건을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들여다보고 A4 용지에 메모하는 모습 등이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더욱이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법무부 검찰국에 '계엄으로 설치되는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는 지시도 했으며,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쯤 신용해 교정본부장으로부터 '구치소 현황 문건'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보고 받은 뒤 삭제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특검팀이 복구한 문건에는 수도권 구치소에 계엄 관련자 36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2025.1.22. 연합뉴스
그럼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하고 휴대전화도 다시 압수했으며, 법무부에 대한 2차 압수수색도 벌여 '위법성 인식'이 분명히 있었다는 증거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냈다. 법무부 검찰과 소속 안모 검사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근거로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담화문과 유사한 내용이다. 박 전 장관이 이미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예상하고 검사에게 계엄을 정당화하는 문건을 작성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리고 이 문건을 소지한 채 이날 저녁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함께 만난 자리였다. 특검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직후 윤석열의 핵심 법률 참모들이 모인 데다, 박 전 장관이 해당 문건을 회동 직전 마련한 만큼 사후 대책을 모의했을 것으로 봤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비롯해 안가 회동 직전 김주현 전 민정수석에게서 전화 온 내역 역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앞선 구속영장 기각 당시 법원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미 있는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범죄 사실을 새롭게 추가했다"며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박 전 장관은 13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때도 자신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렸을 뿐 불법적인 내용은 없었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임을 거듭 강조했다.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연합뉴스
영장전담 판사들이 필사적일 만큼 '위법성 인식에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을 불허하는 것은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을 엄호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희대 원장이 '내란의 밤'에 주재한 대법원 법원행정처 긴급 간부회의 자리에서 계엄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도 '위법성 인식'이 없었던 '통상적인 업무 수행'임을 내세워 향후 조 원장을 겨냥할 수 있는 수사의 칼날을 비껴가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조선일보는 이 간부회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4일 새벽에 대법원 관계자가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며 "계엄사령관의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희대 대법원이 불법 계엄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보였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대목이다.
13일 낮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조순덕) 어머니들’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이 ‘90도 인사’를 했다.
“대한민국이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독재 속에서 국민들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구속되고, 죽고, 장애를 입기도 하고, 정말로 큰 고통을 겪었는데, 언제나 그 고통스러운 투쟁의 현장에 우리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셨고,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워주신 덕분에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바라보는 민주적인 나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라로 자리잡았다. 다 여기 계신 어머니들의 정말 헌신적인 치열한 투쟁 덕분”이라며 “우리 국민들을 대표해서 고맙다는 말씀을 다시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또 이 나라가 어떻게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들이 더이상 현장에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가족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서 희생당하고 그 때문에 일생을 바쳐서 길거리에서 싸워야 되는 그런 상황이 다시는,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민가협 어머니들의 정말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 정말 고통스러운 삶의 역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저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분들 현장에서 참으로 많이 만나 뵀는데, 언제나 빚진 감정이고 죄송하다. 그 마음 잊지 않고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자부심 가지고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민가협 40주년 기념 사진첩'을 선물 받은 이 대통령. 왼쪽은 조순덕 상임의장. [사진-대통령실]
조순덕 상임의장은 “아까 대통령께서 길바닥에서 우리 어머니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우리 민가협 어머니들은 28, 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때 뵀다. 그때 변호사 하실 때 사무실에 가서 차 한잔하고 (...) 그때는 대통령님이 아주 청년이셨어요. 아주 미남이셨고”라고 회고했다.
이어 “다 돌아가시고 아프시고 해 가지고 어머니들 몇 분 안 계시는데, 40주년 돌아오는데 좀 고민이 많았다”며 “다행히 안영민 대표님께서 40주년 같이 해 주셔서 어머니들 많이 용기도 내고, 백서, 사진첩, 지금 기록이 별로 없는 걸 다 찾아내면서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대통령께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찬에는 민가협 측에서 조순덕 상임의장과 김정숙·박미준·유민호·이귀임·이소남·이영·김권옥·이용현 회원, 안영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동우회 회장과 김남수 전국대학민주동문협의회 상임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가협 어머니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하며 극진히 예우했다고 전했다.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안영민 전대협 동우회장은 “민가협의 40년 역사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건의했으며, 김남수 상임대표는 강제징집 사건 피해자 등에 대한 진상 조사 등을 위해 ‘3기 진화위’에 꼭 조사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국정의 안위가 곧 대통령의 건강에 달려 있다”며 “건강을 잘 살펴 달라”고 거듭 당부했으며, 오찬 이후 이 대통령에게 민가협 40주년 기념 사진첩을 선물로 전달했다.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이 리어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원인이 '소득 격차'에서 '자산 격차'로 옮겨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동으로 수행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보면 2011년 이후 14년간 한국의 소득, 교육, 건강 격차는 점차 완화하거나 정체된 반면, 자산 불평등은 꾸준히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도 '기존의 소득 재분배' 중심에서 '자산의 재분배' 혹은 '자산지원 형태'로 옮겨가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다시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자산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발표된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복지패널 자료(2011~2023년)를 활용해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4개 차원을 통합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MDI)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2011년 0.176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소득·교육·건강 차원에서는 불평등이 완만히 감소했지만, 자산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특히 자산의 불평등지수는 2011년 0.23에서 2023년 0.32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다차원 불평등 지수 내 자산의 기여율도 25.5%→35.8%로 10%p 이상 상승했다. 반면 소득의 기여율은 38.9%에서 35.2%로 하락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다차원 불평등 지수’ 상승 원인 ‘자산 격차’... 사회적 상속 대안될까
이번 조사를 주도한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실장은 “소득 격차는 정체되어 있지만, 자산 격차가 다차원 불평등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했다”면서 “한국의 불평등은 이제 ‘자산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부실장은 사회적 상속 정책을 새로운 불평등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회적 상속은 개인이 소유한 부나 자산을 사회 전체 또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환원하거나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해외 유명 학자나 국내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주장이다.
김 부실장은 “2010년 이후 소득 불평등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자산 불평등의 심화는 보고서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 이동성을 가로막고, 건강한 노동 윤리를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자산 불평등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자산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한다면, 또 자산이 부의 대물림을 낳는 주된 경로가 된다면 건강한 노동시장이 형성되기도 어렵고, 건강한 복지국가가 성장할 수도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이 ‘한국의 불평등과 사회정책’을 주제로 연 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최소 상속제’를 자산 불평등 문제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모두를 위한 상속제’로도 불리는 최소 상속제의 개념은 단순하다. 한 나라 전체 성인 평균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의 60%를 일정한 나이(25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이 현실성 없게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현실이 암울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감한 정책적 상상과 의지 없이는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를 쉽게 좁힐 수 없다는 의미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보다 소득이나 자산 불평등도가 낮다. 하지만 선진국에서조차 자산 불평등은 심각하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에서 순자산의 크기에 따라 줄 세웠을 때 하위 50%가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6%에 불과하다는 게 피케티 교수의 설명이다. 서유럽으로 넓혀 보더라도 그 비율은 4~5% 수준이다. 반면 상위 10%의 몫은 50%가 넘는다.
국내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의 자산지원을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계획으로 내놨다. 영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자산형성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으로는 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미래적금’ 등이 있다. 이외에도 주택연금 제도개선을 통해 노후 연금소득을 확대하거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의당도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만 20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 자산제'를 1호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 아동)에게 1,000만~2,0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일반 청년에까지 확대하자는 구상이었다.
자료사진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뉴시스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공공서비스 공영화·공공 주거 확대 제안
진보당은 자산 불평등 해소 방안의 하나로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다시 공영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원장은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단기 목표, 또 중장기 목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 장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자유주의 30년 동안에 무분별하게 난발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있다. 그것들은 큰 법률 개정이 없어도 다시 공영화시켜 모두의 소유로 바꿀 수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민간기업이 자산으로 소유하면서 손쉽게 수익을 누리는 현실을 바로잡아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산 불평등 발생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공공주거’를 대안으로 내놨다. 신 원장은 “부동산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거대 정당들도 절대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집값을 하락시키는 순간 표를 모두 잃는다”면서 “자기 자산의 80~90%가 부동산으로 축적해 있기 때문에, 또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아직 벌지도 않은 미래의 소득까지 다 끌어다 쏟아부은 게 부동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 원장은 “그런데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공공주거다. 공공 주거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대폭 늘리는 방식밖에 없다”며 “만약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이라도 확대했다면 지금 공공주거가 서울에 30%는 됐을 것이고, 집 문제는 해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정도로는 서울 집값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고 설명했다.
앞서 진보당은 지난 202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자산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집 사용권’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역시 공공주거 확대의 일환이었다. ‘집 사용권’은 만 19세~39세 청년에게 최대 20년간 주거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집 사용권'은 매매나 증여, 양도는 불가하고 집을 사용하는 권리라는 개념이다. 주택을 가격 중심으로 한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공평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 “모두를 위한 소유”> 진보당 정책대토론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13 ⓒ민중의소리
불평등 문제 해결 위해선 데이터 통합・연계・관리 제도화해야”
향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불평등 지수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데이터 통합・연계・관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기태 부실장은 “불평등 문제의 분석과 대응을 위해서 데이터의 집적・연계・활용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공공영역에서 누적한 행정데이터의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 및 활용은 전 세계적인 의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을 중심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품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 테이터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불평등 현황의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포괄적이면서 정확한 행정 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 부실장은 “데이터 수집・정제・검증의 표준 운영과 품질관리 전담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데이터 통합・연계・관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 만이다. 언론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행의 대행’ 체제라며 초유의 사태라 명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부 집단 반발 사태 등이 일어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노 대행의 거취와는 무관하게 외압 유무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언론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일제히 1면으로 배치했다.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노만석 사퇴와 검찰의 집단행동을 중심으로 제목을 뽑았지만 조선일보는 노만석 대행이 12일 저녁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인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다음은 노만석 사퇴와 관련한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장동 1차 수사 지휘부 “검찰, 선택적 집단행동”>
국민일보 <노만석 사퇴…檢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동아일보 <노만석 檢총장대행 사의…‘대장동 항소포기’ 5일만>
서울신문 <노만석 대행 사의 검찰 수뇌부 공백>
세계일보 <‘항소포기’ 닷새만에 노만석 결국 사의>
조선일보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
중앙일보 <노만석 사의, 대검부장단 퇴진 종용에 결심>
한겨레 <검란 번지자…노만석 사의>
한국일보 <노만석 사의…검찰 초유의 ‘리더십 공백’>
노 대행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불허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검란(檢亂) 사태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조직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사를 1면으로 배치했다. 한겨레 등은 1면 기사에서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후 정성호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등의 반응을 종합했다.
▲13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노 대행이 12일 저녁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을 1면에 담았다. 조선일보 1면 기사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에 따르면 12일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4개월간 검찰 수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요구와 압박에 시달려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법조계에서는 ‘지우려는 쪽은 현 정권, 지우려고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노 대행은 12일 오후 9시 30분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면서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 “그쪽에 가는 것도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홀가분해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행은 또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이 득 될 거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에 따라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시키려고 노 대행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성호 법무장관과 이진수 법무차관이 실제 노 대행에게 외압을 행사했는지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 기사에서 노만석 대행이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을 주로 전했다.
▲13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 기사는 검찰의 내분 분위기를 전했다. <대장동 1차 수사 지휘부 “검찰, 선택적 집단행동”>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선고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대장동 사건을 처음 맡아 수사했던 ‘1차 수사팀’ 일부가 ‘선택적 문제 제기’라고 비판했다”며 “이들은 ‘2차 수사팀’의 반발과 일부 검사장과 지청장들의 집단성명 등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때와 다른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밝혔다며 이번 사태로 검찰 내분 양상까지 드러나는 분위기”라 전했다.
경향신문, 1면 이어 사설에서도 검사들의 ‘선택적인 검란’ 등 내분 전해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에서도 노만석의 사퇴를 다뤘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노만석 대행의 설명 부족과 항소 포기 경위 불투명성을 비판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1면에 이어 검사들의 ‘선택적 검란’을 지적했다. 국민일보·서울신문 역시 노 대행 사퇴로 끝날 사안이 아니며 외압 여부 등 진상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 촉구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검사 비판 발언을 문제 삼는 사설을 실었다.
다음은 노만석 대행의 사퇴와 관련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국민일보 <항소 포기, 총장대행 사퇴로 끝낼 일 아냐… 외압 규명이 핵심>
서울신문 <‘항소 포기’ 책임, 검찰총장 대행 사퇴로 덮을 일 아니다>
세계일보 <대통령실이 입장 표명하고, 與는 검사들 겁박 멈춰라>
조선일보 <옳은 말 한 검사들에게 “사법 처리” “겁먹은 개”라니>
중앙일보 <검사 반발을 ‘친윤 항명’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억지>
한겨레 <노만석 대행, 책임 회피 말고 사실관계 명확히 밝혀라>
한국일보 <사의 표명 노만석, 외압 의혹 진실 밝히고 물러나는 게 마땅>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기본적으로 노 대행의 결정과 사퇴 과정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법리보다 정무적 판단만을 앞세우다보니, 온갖 설과 억측만 키운 꼴이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했지만, 정작 정 지검장은 사의를 표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노 대행이 국민과 검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도 부족한 판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닫은 것도 실망스럽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했다”며 “항소 포기를 이재명 정부 공격 소재로 삼아 벌떼처럼 일어난 검사장과 검사들의 모습에서 공익의 대변자는 없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해결사 노릇을 한 것에 사과와 반성 한마디 없던 자들이 벌인 ‘선택적 검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3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노 대행의 사퇴로 이 문제가 온전히 매듭지어질지는 의문이다. 노 대행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가 이례적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선택적 반발과 과도한 부풀리기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검찰청 해체와 수사권 박탈에 대한 저항을 조직화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사설 “노 대행, 거취와 별도로 외압 유무 명백히 밝혀야”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 대행이 항소 포기 경위조차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 거취와 별도로 △외압 유무 △정치적 고려 여부 △‘항소 포기-보완수사권 거래설’ 진위를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은 이번 일이 노 대행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이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외압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책임선상에 있는 이들이 모두 ‘내겐 잘못이 없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설명이 엇갈려 진실 공방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이번 사태는 특정인이 물러나는 식으로 정리되기는 어렵게 됐다”며 “노 대행이 답할 차례다. 사의를 표명하고 수리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제대로 지는 일”이라 전했다. 서울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대검찰청과 법무부 사이의 철저한 책임 규명과 함께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실질적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 전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실은 입을 꽉 다물고 주무 장관은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편다고 해서 ‘항소 포기는 이 대통령 방탄이 목적’이란 의구심이 사라지겠는가”라며 “앞서 이른바 ‘재판중지법’ 입법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에도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순리일 것”이라 전했다.
▲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해 민주당의 발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항소 자제에 대해 지검장, 지청장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항명,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라고 한 발언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비난”이라 전하고 “터무니없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 분노하는 것은 검사들만이 아니다. 국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않으면 모두 친윤계이고 내란 세력이란 말인가”라고 전했다.
주민이 문자로 남긴 민원, 3년간 마음에 담고‥ 끝내 해결
의원 되기 전후, 정보 접근성이 가장 큰 변화
'이 사람은 우리와 같구나', 가장 기쁜 말
100가지 중에 97가지를 남겨 놓고 하루를 마감하는 죄책감
ⓒ김준 기자
주민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제 의정활동의 원칙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원구의회 최나영 의원(진보당)은 인터뷰 내내 '주민의 마음'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진보정당 당선자가 된 최 의원은 이제 의정활동 4년 차를 맞았다. 그는 사소해 보이는 민원 속에서도 주민 삶의 애환이 서린 핵심 문제를 포착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그의 하루하루를 채우는 실천의 출발점 같아 보였다.
ⓒ김준 기자
주민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최 의원의 진정성은 구체적인 민원 해결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거운동 중 접수된 '국민은행 ATM 설치' 요구는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금융 공백으로 현금 생활이 어려워진 고령층 주민들을 위해 그는 은행을 상대로 한 치열한 협상을 이끌어 설치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TM 설치 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제기한 '출입문 접근성' 문제를 추가로 해결하며, 진정한 문제 해결은 한 번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하는 것임을 증명했다.
다시 설치된 국민은행 ATM(왼쪽) 이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1개월 만에 다시 조정된 휠체어 오름길(오른쪽)
그의 성실함은 시간을 관통한다. 3년 전, 공릉동 체육센터 건립 당시 한 특수교육 실무사로부터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이 한 통의 문자를 3년 동안 마음에 간직하며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도록 관철시켰다.
처음 민원을 주신 그분의 마음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마음을 3년간 가슴에 담아두고, 중간중간 계속 체크했죠.
그의 말에서 주민의 고충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진보당의 '민중성'이 단순한 이념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향한 깊은 공감과 책임감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7회 노원 주민대회, '주민 의원'과 함께 한 직접정치의 현장
최나영 의원에게 주민대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이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현장이다. 특히 지난 7회 주민대회는 '주민 의원' 제도를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단순히 의제를 발의하는 것을 넘어, 실행과 면담, 해결 과정 전반에 직접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주민 의원'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정보 접근성이 가장 크게 변했어요.
노원 주민대회가 벌써 7회를 맞았다. 최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과 후, 주민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 접근성’이라고 즉답했다.
구의원이 된 최 의원은 자료 요구권 등을 통해 알게 된 행정 시스템을 '주민 의원'들과 적극 공유한다. 이를 통해 학교 급식·미화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 어린이집 우수 식재료 지원 예산 지키기 등 구체적인 주민 요구가 제도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김준 기자
예전에는 '구청 할 일이 아니다'로 끝났던 문제들을, 이제는 주민들과 함께 파고들어 예산을 확보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갑니다.
이번 주민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의제는 '아픈 아이 돌봄센터 확대'였다. 이는 그의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절실하게 풀고자 하는 과제와 직결된다. 현재 행정의 답답함에 마음 아파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 시민 운동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민대회는 이런 중대한 과제를 주민의 목소리로 증폭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겸손의 정치,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마음
최나영 의원은 스스로를 '낮은 자세로 한결같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최나영 하면 무슨 색이 생각나요?"라는 질문에 주민들이 "따뜻한 주황색"이라고 답하거나, "의원님은 항상 정신없이 뛰어다닌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이처럼 그는 화려한 정치인이 아닌, 주민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으로 남고 싶어 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제가 주민들 곁에서 늘 똑같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이 사람은 우리와 같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그게 좋더라고요.
그의 겸손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서 더욱 빛난다. 주변에서 '일을 정말 많이 한다'는 칭찬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준 기자
늘 100가지 일 중에 3개 해결하고 97가지를 남겨놓고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입니다. 의원이 된 날부터 지금까지 해드린 일보다 못 한 일이 많아 늘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이 말은 그가 주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기인한다. 그의 성실함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전진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최나영 의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주민의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묵묵히 길을 파고드는 정치인이다. 7회 노원 주민대회는 그의 이런 정치 철학이 '주민 의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성과로 피어나는 현장이었다.
그의 진정성과 성실함, 그리고 늘 부족함을 느끼며 더 높이 뛰려는 그의 겸손함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정치가 되찾아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최나영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의원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그간 스스로 세운 의정활동의 원칙이 있었다면?
A. "주민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면서 활동하자"라는 것이 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슬로겐이 아니라,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민원 속에 담긴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읽어내는 '포착하는 힘'의 중요성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월계역 배차 간격 문제처럼 다른 정치인들은 중요하게 보지 않았지만, 수많은 노동자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캐치해 주민 운동으로 발전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진보당의 '민중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민들의 삶과 지배 구조를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민원 사항은?
A. 두 가지 사례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첫째는 국민은행 ATM기 설치 사업입니다. 금융자본의 비용 절감으로 인한 지점 통합으로 고령층 주민들이 현금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선거운동 기간 주민들과 함께 은행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ATM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 이용자의 휠체어 접근성을 위해 경사로와 출입문 위치를 재설계하는 추가 공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는 문제 해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 도입입니다. 3년 전 한 특수교육 실무사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는데, 장애 아이들에게 수영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중요한지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당시 노원구에는 상시 운영되는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3년 동안 이 문제를 간직하며 새로 지어지는 공릉 구민체육센터에 프로그램이 반드시 도입되도록 관철시켰습니다. 그러나 개관을 앞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행정 측의 판단으로 프로그램이 무산될 뻔했으나, 2주간의 집중적인 행정 압박 끝에 결국 프로그램을 설립했습니다.
Q. 소개하고 싶은 지역주민이 있다면?
A. 방금 언급한 특수교육 실무사 선생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셨습니다. 직업적인 경험을 통해 장애 아동들에게 수영이 얼마나 치료적인 효과가 있는지 깨닫고, 직접 장문의 문자를 보내 민원을 제기하셨습니다. 그분의 그 마음 -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그 마음이 너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함께 해주셨습니다.
Q.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집중하고 싶은 과제?
A. 소아 의료 공백과 아픈 아이 돌봄 센터 확대 문제에 가장 집중하고 싶습니다. 현재 노원구에는 아픈 아이 돌봄 센터가 하나뿐이며, 운영 시간과 규모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행정측에서 추가 확대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울산 동구 김종훈 구청장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해결 못할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현재 이 문제를 노원구의 단일 문제가 아닌, 서울 시민 모두의 과제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준비 중입니다. 공공의료 확대의 일환으로, 특히 소아과 의사 부족과 돌봄 공백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노원 주민대회, 의원이 되기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A. 정보 접근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의원이 되어 자료 요구권 등을 통해 행정 시스템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중고등학교 미화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다리 뻗을 데 없고 샤워실이 너무 춥다"는 식의 호소만 있었고, "이건 교육청 할 일"이라는 답변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금 제도 안에 '급식 미화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19개 학교에 예산을 확보해 실제 시설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Q. 7회 주민대회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A. 가장 큰 성과는 '주민 의원' 제도를 본격 도입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제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해당 의제를 직접 실행하고 행정 기관과의 면담에 동행하며 해결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부여된 명칭입니다. 약 80여 명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연차를 내고 구청 면담에 동행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행사가 아닌, 일년 내내 지속되는 주민 참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Q. 노원 주민들에게 '최나영 의원' 하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A. "낮은 자세로 한결같이" 활동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민 분들이 저를 두고 "의원님이 항상 정신없이 뛰어다니신다"거나, "아직도 중고등학생 자녀 밥 챙겨드리는 게 걱정될 정도로 바쁘게 산다"고 말씀하시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저는 주민들과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화려한 정치인보다는, 때로는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러나 항상 주민 곁을 지키려 노력하는 진실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가장 소중할 것 같습니다.
"지귀연 재판부, '인사이동 전 반드시 처리' 입장 누누이 밝혀…'지연된 정의' 안 된다는 데 모든 법관 공감"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5.11.12. 14:59:02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수괴 혐의 재판 지연 우려에 대해, 대법원이 "저희들도 정의가 지체되면 실질적 정의가 아니란 생각을 가지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해당 재판부도 '국민이 지켜보는 중요한 재판이라서 인사이동 전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힌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저희도 그렇게 믿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내란죄) 재판이 이 정도까지 시간이 지연될 이유가 뭐냐"며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과 원팀이 됐다", "내란 수괴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행태"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천 처장은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것이 상식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들도 그런 입장을 가졌고, 제가 법사위에서 그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엄중한 헌법 위반 사항"이라고 확인했다.
천 처장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의원이 말씀한 정의의 기본원칙에 깊이 공감한다"며 "이 시간에도 관련 사건 재판이 국민을 위해서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게, 지연된 정의가 되지 않도록 (그) 결론을 떠나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법관이 공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재판, 또 같은 유형의 재판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법원뿐 아니라 법원행정처에서도 여러 물적·외적 지원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다만 "그것(지원)을 넘어서서 개별 재판에 대해 저희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한계를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천 처장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며 가벼운 언행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장이) 개별 재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씀은 있지만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지 부장판사의 휴대전화 교체 논란에 대해, 그가 최근 2차례 휴대전화를 바꾼 이유를 파악해 봤냐는 질문이 나오자 천 처장은 "하지 않았다"며 "사법행정이 개인 사생활에 대해 관여하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절차를 통하지 않고서 저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룸살롱 접대' 의혹 등 지 부장판사의 개인 비위 의혹에 대해 법원 윤리감사관실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윤리감사관실은 독립된 기관"이라며 "(다만) 지금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이 주시하는 사안이다 보니 공수처 수사 결과를 참고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가협 어머니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2014년 10월 16일, 탑골공원앞에서 민가협 1000회 목요집회를 끝마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1980~90년대 군사독재 시절, 부당하게 구속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보랏빛 스카프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던 어머니들의 산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민가협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인권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고문과 불법 구금, 교도소 내 인권 침해에 맞섰다. 시위 현장에서는 학생과 시민을 몸으로 지켜냈고, 교도소와 수사기관 앞에서는 고문 중단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민가협은 1985년 12월 12일,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피해자 가족들이 결성한 단체로, 지난 40년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해왔다.
1980년, 90년대 민가협 어머니들이 거리에서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1980년, 90년대 민가협 어머니들이 거리에서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민가협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각 대학 민주동문회와 독재시절의 ‘양심수’들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결성하고, 민가협 40년 역사를 정리한 아카이브 구축, 사진집, 기념도서 발간, 헌정공연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가협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가협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민주주의를 제도적 수준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는 숭고한 실천이었다”며 “민가협의 정신이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어지길 바란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순덕 민가협 의장이 지난 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 100일 기자회견을 하는날, 당대표실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업사업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민가협 어머니들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완전한 내란의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통해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 배우 안내상·우현·정진영·조진웅,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도 영상 메시지로 40주년을 축하했다.
1980년, 90년대 민가협 어머니들이 거리에서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기념사업위원회는 “민가협은 지난 40년간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의 모태가 된 단체로, 어머니들의 희생과 헌신이 민주주의의 뿌리를 세웠다”며 “민가협의 정신이 잊히지 않고 계승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40년간 민가협의 주요 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독재정권도 벌벌 떨게 만든 ‘보랏빛 스카프’의 힘.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①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1989~2007)
1989년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첫 공연을 개최한 뒤, 매년 겨울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열며 양심수 석방과 인권보호를 호소했다. 민족예술인에서 대중예술인까지 폭넓은 참여가 이어지며 18년간 지속된 대표적 인권문화제였다.
② 목요집회 –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1993~2020)
1993년 9월 23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2020년 2월까지 27년간 총 1,257회 진행된 ‘목요집회’는 양심수 현실과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장이었다. 이 집회를 통해 초장기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어머니들은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③ 민가협장터 – 양심수석방 기금 마련(1992~2018)
서울대학교 오월제와 대동제 기간에 열린 민가협장터는 ‘양심수석방기금 마련 장터’로 27년간 총 54회 개최되었다. 어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음식으로 모은 수익금은 영치금과 석방운동 기금으로 쓰였다.
④ 교도소 인권투쟁 및 면회운동
교도소 내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방문투쟁을 이어가며, 안기부·대공분실 등 무소불위 기관의 인권침해를 고발했다. 경찰에 연행되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어머니들의 투쟁은 ‘인권 119’로 불리며 수많은 양심수에게 힘이 되었다.
세상을 바꾼 어머니들이 ‘3대 인권투쟁’.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⑤ 반민주악법 철폐 운동
민가협은 국가보안법·사회안전법·보안관찰법 등 반민주악법 철폐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했다. 그 결과 사회안전법(1989), 전향제도(1998), 준법서약서(2003)가 폐지됐다. 또한 공안문제연구소 폐지(2004)를 이끌며,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에도 참여했다.
⑥ 비전향장기수 송환 및 조작간첩 사건 공론화
1990년대 중반부터 초장기수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1999년 12월 31일까지 모든 비전향장기수를 석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00년 9월에는 63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북녘 고향으로 송환되는 역사적 사건을 이끌었다.
⑦ 고문기술자 이근안 현상수배(1989)
1989년 2월, 민가협은 국민수사를 선언하며 고문경관 이근안을 현상수배했다. 이후 10년간 200여 명의 고문수사관을 고발하는 활동으로 1999년 이근안의 자수를 이끌어냈다. 이 운동은 고문 근절을 위한 인권투쟁의 상징으로 남았다.
⑧ 민주화운동 관련 법 제정 참여
민가협은 피해자 가족이라는 특수한 위치에서 입법 로비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단순한 지원단체가 아닌 입법 추진 주체로서 민주화운동 관련 보상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⑨ 인권강좌 및 시민교육(2000~2007)
총 49회에 걸쳐 열린 인권강좌는 악법 연구, 한미관계, 검찰개혁, 한반도 평화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인권·평화교육의 장이 되었다.
⑩ 해외 연대 및 국제인권활동
민가협은 국내 투쟁을 넘어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회’ 등과 연대하며 세계 인권운동과 보폭을 맞췄다. 또한 국제인권활동가들과 함께 목요집회를 이어가며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40년간 ‘보랏빛 스카프’로 상징된 민가협 어머니들은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자, 오늘날 인권운동의 뿌리로 남아 있다.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폐지, 그리고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향한 그들의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음은 민가협 40주년 주요 일정이다.
‘엄마의 보랏빛 꿈’ 제목의 치열한 현장 사진전 포스터.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① 기념 사진전 : 11월 13일(목)~21일(금), 인사동 아지트미술관 제1전시관
‘보랏빛 어머니들’의 치열한 현장 사진 공개
② 기념 심포지엄 : ‘민주와 인권을 향한 40년, 어머니의 위대한 여정’: 11월 27일(목),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김준혁, 김영진, 김태년, 민병덕, 박홍근, 이인영, 진성준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4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로 참여할 예정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민가협 40주년 기념 특별헌정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③ 헌정공연 :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12월 13일(토),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 김준혁, 김영진, 김태년, 이인영, 진성준 의원 등 40명의 여야 의원 공동주최, 정태춘·박은옥, 안치환, 이은미, 동물원, 꽃다지, 노래마을, 도종환 시인 출연 / 사회: 권해효·최광기
‘엄마의 보랏빛 꿈’ 제목의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진집 표지 모습. [사진제공-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④ 또한, 온라인 기록관(https://www.archivecenter.net/minkahyup)을 통해 민가협의 40년 활동 기록이 디지털 아카이브로 공개되며, 기념도서와 사진집, 구술영상도 순차적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기념사업위원회는 “민가협 어머니들의 발자취는 한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다음 세대가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한 주만에 무려 1조 2000억 원 가까이 폭증했다. 증시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는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우회로로 신용대출이 동원되는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취약성지수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상승해, 금융 불균형 축적 우려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입구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10.16. 연합뉴스
고작 1주일 만에 1조 2000억 원 근접하게 폭증한 신용대출 잔액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9137억 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 7330억 원)보다 1조 1807억 원 늘어,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 원)을 넘어섰다.
통상 신용대출 잔액은 변동성이 크지만 7일 간의 증가 폭으로는 지난 2021년 7월(+1조 8637억 원)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 659억 급증했고, 일반신용대출도 1148억 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신용대출 추이. 자료 : 5대 은행 자료 취합
빚내서 주식 사고, 집 사는 개인들 속출
신용대출 급증세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코스피 지수가 이달 초 4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다가 인공지능(AI) 업종 과대평가 우려로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순매수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7조 2638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조 4433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들이 던진 매물을 전부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코스피가 장 중 6% 넘게 밀리면서 380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5일에는 하루 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238억 원이나 급증했다. 지수가 급등할 때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꼈던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신용대출뿐 아니라 대표적인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2165억 원으로, 5일에 지난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사흘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보유한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현장에서는 신용대출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를 개인들의 주식매수와 주택매수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가 조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고점권을 유지하면서 투자 심리가 식지 않았다"며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통장 활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부족한 주택 관련 자금을 신용대출로 마련하려는 수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자·수수료로 올해 3분기까지 15조원이 넘는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동시에 부실 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년간 저성장·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 연합뉴스
금융취약성지수 3분기 연속 상승세
'빚투' 열풍에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금융 취약성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2.9로, 2분기(31.9)보다 1포인트(p)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취약성지수는 한은은 신용 축적, 자산 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을 종합해 분기마다 산출한다. 통상 가계와 기업 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의 가격이 오르면 지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지난해 4분기 28.6에서 올해 1분기 30.7로 오른 뒤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0년 2분기∼2021년 3분기(5분기 연속) 이후 최장 기간 상승이다.
금융취약성지수는 팬데믹 영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3분기 55.2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2023년 4분기 31.3으로 장기 평균(33.9)을 하회하고, 지난해 1분기 28.6으로 2018년 4분기(28.6)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뒤 소폭 등락을 반복했다.
최근 이 지수의 반등 추세는 여러 거시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89.7%로, 1분기 말(89.4%)보다 0.3%p 상승했다. 이 비율이 상승한 것은 2021년 2분기 말 98.8%에서 3분기 말 99.2%로 오른 이후 15분기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정부가 6.27 대출 규제에 이어 후속 대책을 연달아 발표한 뒤로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올해 10월 100.984(2022년 1월=100)로, 2022년 9월(100.297) 이후 처음 100선을 넘었다. 이 지수는 지난해 5월(90.130) 이후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말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된 대출)은 총 18조 3490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들 지주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도 9조 268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금융취약성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함을 근심하는 한은
한은은 지난 9월 25일에 출간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고 있어 금융 불균형 축적 우려가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취약부문과 장기 업황 부진 산업 관련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의 터무니 없이 높은 집값과 그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융시장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지를 한국은행은 직격하면서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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