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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보복 악순환’ 군사충돌 우려…중동 일촉즉발 전운

입력 : 2020.01.03 21:02 수정 : 2020.01.03 23:00
 

이란 대외전략 설계·지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망

바그다드 공항서 드론 공격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 드론의 공습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바그다드 | AP연합뉴스

바그다드 공항서 드론 공격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 드론의 공습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바그다드 | AP연합뉴스

 

미국엔 ‘눈엣가시’ 꼽혀…시아파 민병대와 미군 충돌 계기로 전격 제거
주이라크 미대사관 “시민권자 즉시 출국” 소개령…이스라엘 경계 강화

미군의 공습으로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의 최고 실권자인 가셈 솔레이마니 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중동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뿐 아니라 이란의 중동정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그림자 사령관’이 표적 공습에 희생되면서 전면적인 보복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에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최대 압박’이 본격적인 군사행동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악화일로였지만 그동안 미국과 이란은 직접적인 군사충돌은 비교적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란에서 위상이 막강했던 ‘대체 불가능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희생되면서 어떤 형태이건 보복의 악순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드스군은 공식적으로는 이란혁명수비대에서 시리아·레바논 등 친이란 정부군이나 무장조직을 지휘·지원하는 정예부대다. 게다가 솔레이마니는 군 지휘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맞대면이 가능한 몇 안되는 실력자였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의 역내 대외전략을 그려온 막후 설계자로 꼽힌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미국으로 치면 23년째 합참의장·CIA 국장·국무장관직을 겸임한 것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솔레이마니는 2012년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반군의 주요 장악 지역을 탈환하는 선봉대를 이끌었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도 진두지휘해 이란에서 ‘영웅’ 대접을 받아왔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를 테러 지원의 핵심 인물로 간주하며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테헤란서 ‘분노의 시위’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 수만명이 솔레이마니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 EPA연합뉴스

테헤란서 ‘분노의 시위’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 수만명이 솔레이마니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 EPA연합뉴스

2018년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 파기 이후 높아가던 양국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장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오전 긴급성명을 통해 그의 사망을 ‘순교’로 칭하며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갑작스레 진행된 작전이 아니라, 일련의 긴장 증폭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전면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민병대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군 기지 로켓포 공격(12월27일)→미군의 민병대 군사시설 공격(12월29일)→시위대의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습격(12월31일)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은 이란과 솔레이마니를 최근 사태의 배후조종자로 보고 정밀타격으로 ‘응징’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라크 지역 미국인 수십명의 목숨이 걸린 임박한 공격을 분쇄한 것”이라면서 이 공격에 솔레이마니가 개입돼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도 전쟁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데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트럼프의 이란정책이 수렁에 빠졌다’는 비판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정부시위로 내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중동 지역에는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이라크 내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즉시 출국하라며 소개령을 내렸다.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국방부가 긴급회의를 여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선은 이미 이라크 일대에 형성되는 양상이다.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등을 동원해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게릴라전을 펼치고 미국은 이란 대신 이들을 집중 공격하는 ‘대리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032102005&code=970100#csidx6f714f1d65d9230a5d95a5ba306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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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 민주당 의원까지 기소한 검찰, 개혁에 대한 보복?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국회 내에서 폭력을 막기 위함입니다
 
임병도 | 2020-01-03 09:01: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이 벌어진 지 8개월 만에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월 2일 서울남부지검 나병훈 공보관은 자유한국당 의원 24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 등 총 2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나 공보관은 수사 결과 발표 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총선이 4월로 예정돼 있고 정당마다 공천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데 저희 수사가 늦어질수록 정당 공천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생길까 봐, 충분한 검토 후에 오늘 발표해도 무리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은 의원 24명, 보좌관과 당직자 3명 등 총 27명을 민주당은 의원 5명, 보좌진과 당직자 5명 등 총 10명을 기소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48명이 민주당은 35명이 기소유예를 받았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자유한국당 의원들, 500만 원 이상 벌금형 받으면 당선 무효

검찰의 기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법안 접수 및 회의 방해, 채이배 감금 등에 연관된 자유한국당 의원은 24명입니다. 황교안 대표 등 14명은 불구속 기소, 곽상도 의원 등 10명은 약식 기소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국회법>
제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각종 회의를 말하며,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장에서 같다)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①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ㆍ감금, 협박, 주거침입ㆍ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ㆍ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165조, 166조)을 위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당합니다.

재판 기간을 계산하면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더라도 당선 무효형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으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법이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회의실 진입을 막는 자유한국당 당직자를 폭행했다는 혐의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금고형을 받을 경우에 한해서만 의원직을 상실하는 데 이런 판결이 나올 확률은 희박해 보입니다.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만졌다고 성추행 논란이 벌어졌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혐의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오신환 사보임 신청서 접수 방해 관련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사보임 요청과 허가를 해줬던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의원 기소, 석연치 않은 검찰 수사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폭력을 행사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도 기소됐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국회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여당 의원까지 대거 기소한 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 (기소된 민주당 의원) 4명 의원 대부분 법사위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검찰 개혁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기소라고 여겨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 ‘국회 경호권으로 해소했어야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국회 취재를 했던 기자의 눈에는 국회 경위들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막기는 버거웠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경위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들의 경호권 행사를 폭행이라며 무시하기 일쑤였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이런 태도는 패스트트랙 충돌이 벌어졌던 4월뿐만 아니라 12월에도 여전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예산안이 통과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실로 쳐들어가 경호원이 권총을 차고 있다며 난동을 벌였습니다.

12월 27일 본회의장에서 경호업무를 수행하던 여성 경위는 오른쪽 무릎을 뒤에서 가격 당해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전치 12주)을 입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국회 내에서 폭력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길어지면서 의사 진행 방해와 폭력 행위가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의원들의 처벌 수위가 결정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확실하게 국회 내 회의 방해를 근절시키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법의 엄중한 판단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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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에 실린 경마 기수의 시신... 동료의 아픈 증언

[인터뷰] 고 문중원 기수 직장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 "마사회는 책임 회피하고 있다"

20.01.03 20:52l최종 업데이트 20.01.03 20:52l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인터뷰 후 그는 문중원 기수에게 향을 올렸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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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연 매출 8조 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다. 마사회가 8조를 벌어들이는 이면에는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파열되면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수와 마필관리사다."

두 자녀를 두고 지난해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고 문중원씨의 동료인 마필관리사 고광용씨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마사회가 만든 잘못된 제도로 부산경남 경마공원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마사회는 부산에 있는 기수와 관리사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라면서 "마사회는 고인과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하라"라고 일갈했다.

 

문 기수는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 말미에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면서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내 유서가 없다 하면 이거(복사본)를 꼭 광용형한테 전해줘"라고 썼다. 문 기수가 언급한 '광용형'이 바로 고광용씨다.

문 기수가 남긴 세 장짜리 유서에는 그가 경마 기수로 생활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조교사(감독) 면허를 취득하고도 겪은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비 들여가며 호주에서 말도 타 보고 영국까지 가서 조교사 트레이닝 코스도 이수하고 일본 연수도 다녀왔다. 그럼 뭐 하나, 다 헛일인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결국 문 기수는 지난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 후 4년이 되도록 조교사 업무를 하지 못하면서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씨는 "(사망한 날) 중원이를 본 건 나뿐"이라면서 "화장실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중원이) 발에 문이 걸려 열리지 않았는데 밀고 들어가 중원이를 확인했다. 중원이는 눈을 못 감고 운명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문 기수의 죽음 이후 고씨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유가족과 함께 섰다. 지난달 27일 문 기수의 시신을 서울로 옮긴 뒤에는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키며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마사회 "한국경마기수협회장과 합의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는 고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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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상금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면서 지난달 26일 경기도 과천 기수협회 회관에서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제도개선 합의안이 발표된 뒤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동료들은 크게 반발했다. 고씨 역시 "2017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 박경근과 이현준이 죽었을 때도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게 뭐냐"면서 "이번에 마사회가 발표한 합의안은 당시보다 더 후퇴한, 심지어 당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마사회의 일방적인 합의안"이라고 지적했다.

문 기수가 소속됐던 부산경남기수협회 역시 지난달 31일 낸 성명에서 "제도개선 합의에 동의한 적 없다"면서 "(마사회와) 공식적인 간담회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기수협회는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유족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본관 앞에서 마사회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본관 앞에서 마사회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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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의 입장은 달랐다. 마사회는 3일 <오마이뉴스>에 "한국경마기수협회장과 제주지부장 등이 참석해 제도 개선 합의를 했다"면서 "부산경남기수 집행부와도 사전 협의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안에서는 (모든 기수들의 처우가) 서울 소속 기수에게 적용되는 수준으로 의견 접근을 봤다"라고 덧붙였다.

'유족과의 협상 및 합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국공공운수노조'를 언급하며 "마사회는 유족들을 만날 의향이 있으나 전국공공운수노조에서 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에서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례와 무관한 제도개선에 대해 일대일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 진척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마사회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료 기수들이 분향소를 찾지 않는 이유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선두에 선 이가 고광용 관리사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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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용씨에 따르면 고 문중원 기수의 일부 동기들을 제외한 서울, 부산, 제주지역 대부분의 기수들은 분향소를 찾지 않고 있다. 고씨는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기수들은 마사회의 눈치가 보여서 분향소를 찾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마사회가 기수들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형태다. 기수는 1년에 한 번 기수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승인을 못 받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에 띄는 행동을 아예 할 수 없다. (마사회-조교사-기수 및 관리사) 수직구조 형태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도 할 수 없다. 조교사한테도 못하는데 어떻게 마사회에 대항하나.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중원 기수가 몸담았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지난 2005년 창설 이래 기수와 마필관리사 7명이 부조리한 구조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화, 박진희,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 조성곤, 문중원이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산경마공원 기수, 마필관리사 7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기수들은 조교사와 기승계약이 없으면 말을 타지 못하며, 말을 타지 못하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서 조교사에 종속되어 있다"면서 마사회의 수직적인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조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마사회에서 면허를 교부하고,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하지 못하면 조교사로 일을 할 수 없다. 마사회와는 어느 누구도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마사회는 면허와 마방임대를 매개로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를 사실상 통제하며, 조교사가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통제하는 구조가 공고하다."

고씨는 "김해 장례식장에서처럼 지금 (서울)분향소에서도 마사회 직원들이 어디선가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거대 조직이 얼마나 무서우면 다들 문상조차 오지 못하겠냐. 이것이 지금 마사회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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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사회는 7명의 기수와 관리사가 사망한 것에 대해 "개인 신변 비관을 포함해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괄적인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오마이뉴스>에 답했다.

또 '문중원 기수가 유서를 통해 마사회 부조리'를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김낙순 회장 집으로 찾아간 유가족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 앞에 찾아가 "김 회장이 지금 당장 유족을 만나 사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17대 양천구 국회의원 출신이다.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후 낙하산으로 마사회장에 간 것이다. 지역 정치인 시절 김 회장은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 더불어 사는 양천'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은 유족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마사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3일 오후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3일 오후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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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는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과 정부서울청사 사이에 설치돼 있다. 분향소 옆에는 문 기수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8일째 함께 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매일밤 문중원 기수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마사회는 "유족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상황이 종료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속 하얀색 차량이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있는 운구차량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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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이창기의 시, 윤동주의 올곧음과 김남주의 낙천성 있어"

임헌영 "이창기의 시, 윤동주의 올곧음과 김남주의 낙천성 있어"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20/01/03 [17: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창기 기자의 유고시집 『님을 따라(도서출판 615)』가 출간되었다.[사진제공-도서출판 615]     ©김영란 기자

 

지난 12월 초 이창기 기자의 유고시집 님을 따라(도서출판 615)가 출간되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그의 시 정신은 윤동주처럼 단아한 데다 정갈하고 올곧으며민족 주체성을 향한 열정의 투지는 김남주처럼 황토에 깊숙이 뿌리 내린 투박함과 낙천성이 스며있으면서도 견고한 불굴성을 지니고 있다이창기의 시는 저 멀리 일제 식민 탄압에 저항했던 카프 문학의 투혼을 부활시켜 분단시대의 반외세 민족 주체성을 소환하려는 기상나팔처럼 힘차다라고 이창기 기자의 시 정신에 대해 평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의 추천사 전문을 아래에 게재한다.

 

---------------------------아래--------------------------

 

한 통일 투사 시인의 참사랑 찾기

 

임헌영(문학평론가)

 

1. 윤동주의 시 정신에 김남주의 투지

 

한 시인이, “시인이 되지 않고는 꿈을 꿀 수 없다는 진정 순수했던 한 시인이 한국 시단에서 스러지는 별처럼 2018년에 사라졌지만 정작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던가를 미처 알지도 못했다.

 

무작정 시가 좋아 시 만 쓰면 배부른 시인이 되자라고 다짐했던 그가 쓰고 자 했던 시는 화조월석 풍류나 읊조리는 한량이 아니라/외국시 흉내 내다 종시 모를 언어유희가 아니라, “이 좌절과 절망의 땅에서 아픈 시대의 상처 많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날”(‘시인이 되자’)을 앞당기려고 동지들과 하나 되고자 들꽃처럼 피어났다 사그라져 간 미학적 순교의 언어였다나는 그에게 우리 시대의 가장 치열했던 민족해방 투사 시인의 한 사람이었다고 감히 말하겠다.

 

씻으리/정히 씻으리/속된 마음/비겁한 심장 정히 씻으리!//던지리/후여 던지리/욕된 목숨/천한 삶을 후여 던지리!//그리하여/내 한 점 살점도/다아 바치고/그뉘 알아주지 않아도!//남기리/하나 남겨 백골이 되어도/지하에서도 영광으로 춤추리니//조국아미치도록 그리운/자주통일 조국아!(‘서시’ 전문)

 

윤동주의 서시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럼 없는 분단시대의 소박한 투사의 맹서 로 읽혀져도 좋을 이 시를 뒷받침해주는 이창기 시인의 삶의 자세는 너무나 투명했다.

 

그의 시 정신은 윤동주처럼 단아한 데다 정갈하고 올곧으며민족 주체성을 향한 열정의 투지는 김남주처럼 황토에 깊숙이 뿌리 내린 투박함과 낙천성이 스며있으면서도 견고한 불굴성을 지니고 있다.

 

이창기의 시는 저 멀리 일제 식민 탄압에 저항했던 카프 문학의 투혼을 부활시켜 분단시대의 반외세 민족 주체성을 소환하려는 기상나팔처럼 힘차다.

 

이 시인은 이 혼돈의 시대에 오로지 민족혼을 일깨우려는 나팔수로 살고자 세속적인 욕망들 - “재물 탐욕 하는 자 매국노 되고/지위 탐욕하는 자 당쟁꾼 되고/값있는 이름 떨치려는 사람 영웅이 되려는 따위의 자아를 버리고, “양심의 명령 따라/온몸 내던지는 사람/무명전사”(‘무명전사의 미소’) 되기가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는 점에서 김남주의 후예로 손색이 없다.

 

이창기의 인생관은 살면 얼마나 산다고/잘 살면 또 얼마나 잘산다고/한 몸 치닥거리 안락 쫓아/훗날 아무 기억할 것도 없는/맹숭한 삶을 살다가랴면서, “하루살이도 한순간 불꽃으로 뛰어든다/두견이도 이 밤을 피울음 애타게 노래하거늘 어찌 시인으로 돌이켜 부끄럽지 않을/돌이켜 마음 뿌듯할 그 길”(‘살면 얼마나 잘 산다고’)을 가리라고 작심하는 데서 형성된다여기서 그 길이란 진실과 양심(‘진실’)으로그건 옳으면 가고/해야 할 일이라면/목숨을 던진다./(....)/단 하루를 살아도/민족을 위해/인간의 존엄을 위해!”(‘단순한 삶’)라는 말로 축약된다.

 

너무나 교훈적인 명령조로 이뤄진 단순성에 어리둥절할 여지가 없지 않겠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를 감안하면 공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 이창기(1968.3.2.-2018.11.18.)의 고향은 전남 목포다시 영산강의 영혼에서 노래했듯이 그곳은 뼈아픈 전란의 그 시기/말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야이유도 없이 트럭에 실려와/여기 비명도 없이 묻혔답니다.//영산강은 말없이 흘러가지만/눈 감고 강심에 귀 기울이면/아우성으로 피어나는 총소리/튕겨나는 미국산 탄환 껍질을 풍문으로 들으며 자랐을 터였다.

 

그는 광주 인성고교 졸업(1987) 후 고려대 산림자원학과(1988-1996)에 다니며 고대 농악대로 활동 하는 한편 전위적인 문학계간지 노둣돌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심산문학상효원문학상임수경 통일문학 상 등을 수상한 경력에다 홍치산이란 필명으로 시작활동을 했다.

 

그 결실이 시집 바보 과대표(두리미디어, 1993)와 10분 사랑(두리미디어, 1996)으로 남아 있는데, 1990년대 학생운동의 풍속도를 그린 수작들로 이뤄져 있다.

 

졸업 후 자주민보를 발행(2000)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2001)됐지만 출옥 후 월간 우리’ 로 체제를 바꿔 민족 주체성에 입각한 잡지를 창간 (2002), 이를 인터넷 자주민보로 전환(2005) 발간하다가 두 번째 국가보안법으로 투옥(2012), 1년 6개 월 후 석방됐다이로써 제4회 민족언론상(2014미주 민족통신 제정)을 수상했으나 이내 자주민보는 폐간 조치(2015)당했으나 바로 자주시보로 개제 발간활동 중 지병으로 작고했다.

 

동지였던 아내 김일심은 늦은 밤 남편의 노트북 자 판 두드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던 날들로부터 멀어져 갑니다그 밤에 썼던 기사나 시들을 나중에 읽고는 뒤늦은 후회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남편이 바빠서 시를 못 쓰는 줄 알았는데 수첩이나 노트의 작은 귀퉁이에 적어둔 손글씨를 발견하면 반가움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기쁜 날슬픈 날많은 날을 시인 홍치산으로 살고 있었습니다라고 절절하게 회고하며자신은 홍치산 선배를 지켜보는 후배였고 마지막을 눈물로 보내야 했던 가족이었다는 말에 자긍심이 묻어난다. “시로 노래해준 장면들이 심장으로 읽힙니다시간을 달려 과거의 그날로 데리고 갑니다그날의 햇살과 향기도 전해오는 느낌입니다.”(김일심, <시집을 발간하며>)라는 말에 새삼 인생무상을 느낀다.

 

2. 쑥처럼민들레처럼 피어나는 사랑

 

이렇게 쓰고 보니 이 시인은 태생이 선험적인 역사의 식의 소유자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전혀 그렇지 않은 천진한 대지의 소년이었음을 시 나는 운동권이 아니었다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그는 교내 식당의 부실한 반찬을 들고 식당 주인에게 따졌으며새벽길 청소부 아저씨에게 담배 한 대 권해 드리고/리어커에 종이 박스 폐품 찾는 할머니 고물상까지 끌어 다 주었는가 하면 한 노파의 도망간 며느리 얘기 다 들어주고서야/영양실조로 죽은 손주 얘기에/눈물 감춰 닦으며/분노로 이 글거리는 눈빛으로 밤하늘을 우러르던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로지 운동만이 가장 아름답다고/오로지 변혁만이 가장 인간적이라고/믿어 버렸기에/아직 진짜 운동권이 못되지만/진짜가 되기 위해” 그리고 진실과 사랑이 정의와 따뜻한 정이 잔인하게 짓밟히는/이 세계 최후 분단국가를끝장내기 위해서/하여 바보 같은 사람들이/사랑과 미소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알짜 운동권으로 편입했다고 그 과정을 진솔하게 실토한다.

 

이런 자신의 변모를 노래한 시가 생각해보라이다.

 

지금껏 살면서 남을 위해/남는 것이 아닌/자신의 삶을 떼 준 적이 있는지를/자신의 피를 바친 적이 있는지를/아니 피는 아니더라도 손해 보며 무엇을 준 적이 있는지./(...)/그 많은 불면의 밤/시기와 질투로 모대기면서/남을 위해/타인의 고통에 마음 아파/단 한 시간이라도 뒤척이며/잠 못 든 적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를 연상케 하는 이 자기희생의 축제 행위는 이창기 시인으로 하여금 살튀기는 경쟁사회 피끓는 청년으로/팔씨름 족구 조그마한 것에서도/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은 수치임을 너무나 명백히 알면서도 져주고 바보 같더라도/모두에게 편한 사람이 되는 것/그렇게 평생을 돈을 모으는 수전노가 아니라/평생을 사람을 모으는 애국자 되자!”(‘져주자’)는 결심으로 선회한다.

 

패배란 무엇인가시인은 이를 바보처럼 사는 자기희생으로 승화시켜준다. “이기지 못하면 잡아 막히는 세상이라지만/나는 누구나의 봉이요 밥이 되고 싶소라는 시인의 소망은 만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는/바보가 되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파한다그래서 바보 같은 삶은 곧 혁명을 실천하는 삶임을 깨닫게 된 과정을 이렇게 노래해준다.

 

단 한 사람도 진실로 사랑할 줄 모르던 내가/인간에 대한 사랑이 뭔지 배웠으니/이 엄청난 조국의 선물이여!/ 만인을 사랑할 마음 주셨으니!/조국이여!/혁명이여! (‘나 바보처럼 살려오’)

 

마침내 시인은 나 자신이 바보처럼 패배함으로써 얻게 된 이웃 사랑에서 조국의 종개념을 넘어 혁명이란 유개념에까지 이르게 된 환희를 찬양한다.

 

그렇게 되자 그는 자기희생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강철 같은 규율과 자기 감시가 절실한가를 깨닫는 시점에 이른다김남주의 시 전사를 연상할 정도의 냉철한 자기비판을 강조하는 시 비판은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다. “약한 쇠야 너무 강하게 다지면 형체 없어지지만/이미 식민 땅 성스런 임무 알아버린 몸이야/무쇠 망치 두들겨 맞아야 강쇠가 되듯” 한다며 무시로 달겨들어 나의 영혼 오염됨을 막 고자 무자비한 자기비판 관료주의 박살내리라고 다짐하는 시인의 투지!

 

대체 이 시인은 무엇을 위하여 이토록 그 혁명의 투혼을 단련시키고자 하는가그것은 한 마디로 분단 조국 통일을 위한 민족 주체성의 확립이다.

 

시인은 민족 주체성을 정치구호에서 찾지 않고 우주 삼라만상을 통해 발굴해 낸다어떤 외세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의 투혼은 내일이면 태양이 솟듯이 들판에 망초와 제비꽃과 질경이와 강아지풀씀바귀억새꽃잔디처럼산속의 맹호가 포효하듯이 어떤 악조건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무성하게 자라난다고 아름답게 노래하는데 그중 가작은 필시 과 민들레 저항일 것이다.

 

새순 하나 따면/세 개 네 개 새순 돋아/쑥쑥 잘도 자라는 쑥//딸 테면 더 따보라며/고개 빳빳하게 들고/더 높이 쑥쑥 자라나는 쑥//새순 딸 때마다/하나가 열이 되고 백이 되어/온통 덮어버리는 겁 없는 쑥! (‘’)

  

베고 또 베고 또 베어내도/바로 잎과 꽃망울 쑥 피워 올리는/민들레/‘벨 테면 베라’/(...)/뿌리 뽑아도/땅 갈아엎어 도/막을 수 없는/민들레의 저항//‘어디벨 테면 베라!’ (‘민들레 저항’)

 

그래서 우리 민족은 밟힐수록/뿌리 굵어지는 민들레/쓸수록/지혜 깊어가는 머리/칠수록/뼛속 강해지는 주먹/나눌수록/정 돈독해지는 가슴/하여,/수천년/굵어지고 깊어지고 강해지고/돈독해진/우리 민족//그리하여 이제,/강인한 기상/따뜻한 빛/싱그런 향기로/온 세상 뒤덮어 갈/민들레 우리 민족/생명의 민족”(‘민들레 민족’)이 아닌가.

 

그러나 과연 우리 민족이 이처럼 강인했던 가에 대한 자책과 회한을 이 시인은 잊지 않고 지적해 준다.

 

자동차와 손전화기선박과 기계로 세계 시장 말아 쥐면서도/어찌 여전히 사대주의에 쩔어/뼈 속까지 친미친일 조잘거리며 굽실거린단 말인가라 고 자탄하며 시인은 일이야 겉으론 혈맹이니 하지만/속으론 간 쓸개도 없는 족속이라며/같은 민족끼리 싸움질이라며/얼마나 얕잡아 보겠는가”(‘언제까지’) 라는 게 분단 남녘의 실상임을 일깨워준다.

 

3. 더 많은 화제를 만들기 위하여

 

시인은 부족한 필력과 부족한 시간 그냥 열심히 살고도 싶었지만 밤을 모대겨 쓰면서 참삶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되고 나아가 시를 쓰는 문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가 내려준 의무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말하자면 시를 쓰는 문제는 구국의 실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의무”(작가 후기)임을 이 시인은 선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런 명제 앞에서 문학이란 그런 게 아니라느니 어쩌니 하는 잡음은 접어두기로 하자.

 

일 제국주의의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운 이 분단 남녘의 열혈 청년의 절규가 설사 귀에 거슬릴지라도 이 시를 읽는 동안만이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자.

 

이 시대언론조차도 기자가 아닌 기레기들이 온갖 풍문만 날조해 내는 시대에 문학은 그 기레기들의 풍문을 모방이라도 하는 듯이 얌전해져 버린 시대에 이창기는 참 언론 활동에 온몸 바쳐 실천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용기 있는 진정한 민족 주체성에 입각한 평화통일시를 두견이 울음처럼 토해냈다.

 

그의 시에는 투쟁만이 아니라 지극히 서정미 넘치는 연애시와 부모님을 기리며 불효를 탄하는 참회시그리고 주옥같은 자연 서정시편들도 있으며 동지들을 다룬 풍자적인 생활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진정 바라마지 않았던 분단 민족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주력했던 시 세계만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다뤘을 뿐이다.

 

이 시집 출간을 계기로 시인의 동지들이 그에 대하여 더 많은 일화와 시 해석을 위한 삽화들을 발굴하여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어버이를 둔 그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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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은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나?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  no-ultar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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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3  23: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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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연말연시를 맞아 분석 글 몇 편을 시리즈로 기재하고자 한다. 

첫째, 12월 연말에는 ①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를? ② 북미관계, 그 파국을 막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둘째, 2020년 1월 연시에는 북 신년사를 분석해내고자 한다.(※ 올해는 북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분석으로 대체한다.) ③북은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나? ④ ‘사실상’ 2020년도 북 신년사는 ‘자력’이다.
 
양해를 구하고,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북 신년사 하면 떠오르는 형상이 하나 있다. 북은 해마다 매년 1월 1이면 어김없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당해 연도 주요 정책 방향과 주요 사업 계획을 전략적으로 밝히고 결의하는 장으로. 이후 신년사 관철을 위한 각 조직별 학습모임, 각 시도별 군중대회 등이 개최된다. 

북에 있어 신년사는 이렇듯 한 해를 출발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기준점이다. 그런 만큼 올해 경자년 새해에도 (북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발표될 것이라 여겼고, 특히 ‘새로운 길’과 관련하여서는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가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측을 뛰어넘는, 아주 낯선 풍경이 발생했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발표되던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2020년은 참 낯선 풍경으로 북 대면 시작을 그렇게 한다. 

그래놓고 북 신년사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우선 발표형식은 ‘신년사’, ‘축하문’, ‘신년 축하연(경축야회) 연설’, ‘노동신문 사설’, ‘공동사설’ 등 여러 명칭과 형식으로 사용되어왔으나, 가장 많이 사용된 범용사례가 신년사였다.  

다음으로는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해도 있었다. 정권수립 이후 1956년 ‘8월 종파사건’이 벌어진 이듬해인 1957년에는 생략되었고, 두 번째 생략은 1987년이었다. 1986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제8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이 신년사로 대체되어진 것이다. 

이렇게 딱 2번,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년사 미발표는 그 만큼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나서는 문제의식도 ‘그럼 왜 북은 그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2020년도에 연출했을까?’이다. 

제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한다면, 그 원인은 분명 있을 것이다. 마땅히 찾아야 할 이유도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이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북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글은 바로 그 의미-북이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는지를 찾아나서는 시론 성격의 분석 글이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왜였을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읽혀진다. 하나는 정세의 엄중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인민의 총의가 모아졌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함이다. 

먼저 첫 번째 요인이다. ‘정세의 엄중함’과 관련하여서는 북은 2020년 정세를 1957년도와 같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설명하자면 2020년도도 1957년도와 똑같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을 만큼 정세가 엄중하다는 것 같은데, 그럼 1956년도에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했기에 1957년도에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 하였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연결된다. 

아시다시피 1956년은 북 정권수립 이후 전대미문의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이라는 권력투쟁이 그것인데, 처음 핵심쟁점은 노선상의 투쟁이라기보다는 중공업-농업·경공업 동시발전노선을 둘러싼 경제발전전략에 대한 이견이 결국에는 당시 당 내부에 존재하고 있었던 각 분파들의 권력투쟁으로 비화되어졌다. 

결과는 이 사건을 잘 수습한 김일성 주석이 이를 계기로 수령중심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당내 권력투쟁이 그렇게 결속되어졌다하여 결과도 수령중심의 유일사상체계가 곧바로 안착될 것이라는 확신을 해내지 못할 때였고, 그러니 김일성 주석도 그 여파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해 연도 국정운영을 확실성 있게 추진해 나가지 못할 정도로 국내정세가 엄중했다는 말이다. 

그럼 2020년은? 

북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마지막 시간’을 미국에게 주었으나, 미국은 이에 대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북은 2020년 정세전망을 함에 있어 기간 핵보유를 통한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에서 승리로 결속될 수 있는 일정한 성과가 2019년에는 내오고, 이를 바탕으로 2020년도는 미국과 협상과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음 논의단계로 진행시켜 나가고자 했던 전략에 부득불 차질이 생겨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정세총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이렇듯 1957년과 2020년도는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분명 같지만, 엄연한 차이도 존재한다. 그것도 대단히 중요한 차이, 즉 엄중함의 요인이 1957년은 대내적이었다면 2020년은 대외적이라는 사실. 

구체적으로는 1957년은 김일성 주석의 권력적 기반이 불확실성하여 생긴 대내적 요인이라고 한다면, 2020년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와의 대결이 장기전을 띌 수밖에 없는 전략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득불 미국과 ‘싸우는 한 해’로 설정할 수밖에 없고, 그 대결이 단기간에 걸쳐 끝나는 ‘속전’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장기성’을 띌 수밖에 없다는 그런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타개책도 다음번에 쓰여 질 <④‘사실상’ 2020년도 북 신년사는 ‘자력’이다>에서 보다 상세히 상술되겠지만, 기존의 대화와 협상방식보다는 고강도의 핵전력 강화[*고강도의 핵전력 강화라 함은 북은 이미 2017년 11월 29일에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 즉 고체연료 ICBM, 다탄두 전략무기(다탄두 ICBM), 핵탄두 SLBM, 북이 이미 선포해놓고 있는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선보이는 것]로 대미압박을 지속해 미국으로부터 반드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이번 제7차 당 전원회의는 누가 뭐래도 사실상 핵보유 길로 가겠다는 것이고, 그 길은 종국적으로는 승리의 길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험난한 길임을 북도 알고 있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는’그런 상황인식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호사가들은(분단 적폐세력들은) 이 형식적 일치성만 보고 2020년도에도 1957년과 똑같이 데자-뷰(Deja-vu)되고 있음만을 최대한 부각하려고 한다. 

왜? 그때와 같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으니, 지금의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위기에 봉착했겠냐며 그 불안정성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 말이다. 

비례해 당연히 이번 신년사 미발표보다 더 중요한 제7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전달해내고자 한 북의 전략적 의도를 읽어낼 생각도, 읽어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반대편에는 또 다른 오독도 있다. 친여 성향의 대북전문가들과 청와대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인식범주이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방식이다. 제7차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를 기간 조성되어진 정세와 맥락적으로 이해하려하기보다는 그 내용 중 보고 싶은 내용만 발췌하여 “우리의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데만 착목하여 미국과의 대화여지를 남겨두었다는 등 그런 정세분석법이 그것이고, 그 뒤에 오는 “우리의 장엄한 정면돌파전을 정치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담보할데 대하여”라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뺄셈(인식)한다. 

다시 말하면 북이 생각하고 있는 이번 정세인식의 본질은 미국의 ‘대조선립장’에 따른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정세를 인식해 미국과의 대응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이라는 방식으로 이행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접근해오도록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치외교적, 군사적 수단을 쓰겠다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데도 이를 보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주체의 정세관을 오독하지 말아야만 생겨나는 비례로 북미 대결전의 본질도 이해하게 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론도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두 번째 요인 문제이다. 북은 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전체인민의 총의가 모아졌다’는 의미에서의 대외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느냐의 문제이다. 

다음과 같은 북의 고민에서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수령십(sulyeong-ship)의 원래 본질은 팔로우십(followership), 펠로우십(fellowship), 리더십의 입체적 결합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령십을 개인독재로 인식해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위로부터 내리먹이는 리더십으로 오해, 해서 이번 제7차 당 전원회의는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충격요법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어떻게? 바텀-업(bottom up) 방식인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팔로우 성격이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정세인식을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에 근거하고 있음을 대외에 과시해 이번 당 전원회의의 결정이 김정은 위원장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전체 당원과 인민의 한결같은 염원과 정세인식을 반영하고 있음을 선포하고자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는 못한 것이라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략된 것이다. 1957년과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제7차 당 전원회의로 대체할 것을 미리 계산해 연말에 개최했고, 규모도 사상유례가 없게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북)이 얻고자 했던, 또는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보다 분명하다.

수령-당-대중의 일체성에 근거한 정세인식임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 ①채택된 결정서가 김정은 위원장 개인 생각이 아님을 강조하고, ②그 연장선상에서 수령-당-대중을 분리하여 접근하려는 적대세력들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③결과적으로는 전당-전군-전민이 똘똘 뭉쳐 현재의 정세국면을 똑같이 인식하고, 미국과 장기전으로 싸우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비록 (승리로) 가는 길 험난하다하더라도 “우리의 전진을 저애(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강조, 필자)으로 뚫고나가자”는 총적 구호 아래 전체인민 모두가 합심해 한 손에는 ‘자력갱생’, 또 다른 한손에는 ‘핵전력 강군화’로 2020년 정세를 맞받아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그렇게 결의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해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경자년 새해 북은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안한 것이고, 발표하지 않음으로 인해 더 강력한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그럼으로 일각에서(분단적폐 세력 등) 분석해내고 있는 것처럼 김정은 수령체제가 불안정하여 신년사를 채택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은 매우 잘못된 거짓 분석이고, 의도된 분석에 다름 아니다. 또한 친여 인사들이 분석해내고자 했던 ‘대화의 여지’ 운운도 자신들의 평화경제, 한반도 평화와 번영정책 기조가 아직 유효함을 알려내려는 소망사고(wishful thinking)에 다름 아니다. 

둘 다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북 이해방식이다. 인식에 대한 대전환과 방법론을 180° 전환할 때만이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정책은 성공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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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적폐세력을 청산하고, 직접정치의 씨를 뿌리는 해로 만들자

[신년사설] 국회적폐세력을 청산하고, 직접정치의 씨를 뿌리는 해로 만들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 승인 2020.01.03 05:30
  • 댓글 0
▲ 지난 9월 11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4대 매국노 선정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을 4대 매국노로 선정했다.[사진 : 뉴시스]

2020년 경자년은 21대 총선이 있는 역사적인 해이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적폐를 청산하고 진보개혁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의 절절한 염원이자 강력한 의지이다.

21대 총선은 그야말로 온국민의 힘으로 친일반민족세력과의 100년 전쟁을 총결산하는 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꼬박 한 세기 동안, 100년을 넘는 세월을 반민족적 친일적폐세력들이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다. 매국매판에 이어 두 번의 쿠데타와 민중학살, 셀 수 없는 부정선거,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저항세력 제거 등 온갖 악랄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유지해 온 추악한 권력이었다.
이제 그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할 때가 되었다. 4.19혁명, 한일협정 반대투쟁, 5.18광주항쟁, 87년 6월항쟁, 미선이효순이 촛불, 2008년 광우병 촛불, 2016-17년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을 거친 투쟁의 역사위에서 마침내 국민이 토착왜구세력으로부터 권력을 회수하는 최종 문턱까지 왔다. 그것이 2020년 21대 총선이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은 이 나라가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로 돌아갈 것인가, 독립투사들이 세운 나라로 새롭게 전진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21대 총선은 국회에 잔존하는 적폐세력 청산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우리사회 적폐는 아직도 사회곳곳에 만연하다. 검찰에도 있고, 언론에도 있고, 재벌에도, 관료와 교육계에도, 군대에도, 종교계와 학계에도 있다. 그 중 일차 본거지는 국회이다. 국회가 권력을 창출하는 기능을 하고 있고, 갖은 적폐세력들 역시 국회적폐와 연결되어 부활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활을 위해 적폐세력들이 연일 깽판정치를 펼치고 수구기독교세력들과 손잡고 장외투쟁을 전개하는가 하면, 검찰과는 이심전심으로 검찰개혁을 저지하려고 별별 짓을 다해왔다. 적폐세력들이 국회내에 거대정당으로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으니 일년 내내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왔다갔다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민생실종, 개혁실종사태가 일상이 되었다. 이런 역사적 반동흐름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은 이들 적폐세력을 국회에서 제거하는 것 뿐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국회내 적폐세력의 마지막 숨통을 끊지 못하면 결국 부활의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1대 총선은 친일분단적폐세력을 결정적으로 청산해나가는 전략선거 중의 전략선거이다.

토착왜구당 해체 투쟁없이 투표만으로 저절로 청산되지 않는다.
2004년 17대 총선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촛불을 타고 3위에 머물렀던 열린우리당이 일거에 152석 과반의석을 넘는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노무현 탄핵주도당이라는 비난으로 궤멸직전에 이르렀던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기사회생하였다. 개혁진영이 탄핵주도, 차떼기당 한나라당 해체투쟁을 중단하고, 선거공학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당견제론, 정동영 노인발언이라는 여론공작이 확대되면서 100석 이하를 점치던 한나라당은 결국 121석으로 부활하였다. 투표는 투표대로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토착왜구세력을 해체하는 전국민적 투쟁이 완강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곳곳에서 준동하는 적폐세력들의 선거공작, 여론공작, 외세에 의한 배후공작을 극복하고 최종적으로 적페를 청산하는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이 직접정치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촛불항쟁 이후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적폐세력의 최종청산에 대한 의지와 염원이 더욱 강화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대한 한계를 절감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민주주의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정치의 길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에서는 노원주민대회처럼 광장의 직접정치를 지역과 현장에서 조직된 직접정치로 전환시켜 가는 사례들이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 스스로가 직접정치하는 새로운 모델들을 통해 새정치의 싹을 만들어 가야 선거투쟁에 대한 적극적 참가와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나아가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미래정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자주와 평등이 넘치는 국가, 자주통일의 나라를 꿈꿀 수 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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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에 맞선 황교안의 종로 출마, 독이 든 사과?

황교안, 지역구 출마 시사? 당에서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하겠다
 
임병도 | 2020-01-02 10:26:5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9년 12월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0년 1월이 되면서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전환이 됩니다. 가장 먼저 1월 16일까지 지역구에 출마하는 공직자들은 사퇴를 해야 합니다.

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임명된 상황이라 이낙연 총리의 사퇴도 16일 이전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사표를 내는 형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통령이 놔주는 방식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당으로 복귀하는 이낙연 총리의 총선 출마는 확실해 보입니다. 이 총리가 지역구+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 안팎에서 총선을 이끌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올라선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총선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맞대결이 가능한지, 정리해봤습니다.

이낙연 ‘당 제안하면 황교안과 빅매치 가능’

이낙연 총리는 12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와 빅매치를 치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총리는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며 지역구와 험지 출마 등 적극적 역할을 마다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만약 이낙연 총리가 총선에 나온다면 서울 종로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세균 의원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이 되면서 공석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낙연, 황교안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등에서 각각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종로에 출마해 대결을 펼친다면 차기 대선까지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이낙연 총리가 종로구에 출마한다면 선거 흥행으로 제격입니다. 또한, 이 총리가 당선된다면 ‘정치 1번지’에서 승리했다는 성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총리 입장에서 보면 종로구가 ‘지역구 출마+선대위원장’이라는 당에서 요구하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황교안, 지역구 출마 시사? 당에서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하겠다

이낙연 총리가 황교안 대표와의 맞대결에 적극적인 반면에 황 대표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황교안 대표는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말이 무성했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가 비례로 당선되려면 비례대표 1순위를 받아야 하는데, 불출마 선언, 험지 출마설이 나도는 당내 분위기로 봐서는 어렵습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통과되면서 비례대표를 염두에 둔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황 대표가 당선이 되려면 탈당해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해야 유리합니다. 그러나 당 대표 권력을 내려놓는 거라 이 방식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일부에서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국회의원 경력이 없어 국회 활동 등에 제약이 걸리게 됩니다. 결국 황 대표의 선택지는 극히 좁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 종로구 출마, 독이 든 사과?

황교안 대표가 지역에서 출마한다고 해도 종로구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종로구 주민들이 태극기 집회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황 대표가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여러 차례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전력이 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종로구는 정치 1번지답게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이 투표 결과와 가장 근접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종로구 득표율을 보면 전체 후보자 득표율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KBS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야당 심판론’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8.8%로 ‘정부 실정 심판론’ 찬성 36.4%보다 높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유무선 전화 조사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 2.2%P. 자세한 결과는중앙선관위 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총선이 정권 심판론과 이어지는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나 다릅니다. 그만큼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야당 대표가 종로구에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더 낮아집니다. 만약 황교안 대표가 종로구에서 지지율이 나오지 않거나 최종 결과에서 패배한다면 자유한국당이나 황 대표나 난감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도 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낙연 총리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 황교안 대표는 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은 국회보다 장외 집회에 더 많은 힘을 기울였던 황교안 대표, 2020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결과를 낼지가 앞으로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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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추미애 장관에 “공수처 등 바뀐 제도 안착에 많은 노력 필요”

추미애, 검찰에 일침 “인권 뒷전으로 하고 마구 찔러 결과 얻는다고 신뢰받는 거 아냐”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1-02 18:40:47
수정 2020-01-02 19:01:5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01.02.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01.02.ⓒ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법무 개혁과 검찰 개혁을 매듭지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을 가진 자리에서 법무·검찰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한 일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있어서는 법률 규정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돼 있기 때문에, 그 규정의 취지에 따라서 검찰 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 주기 바란다"며 "검찰 개혁의 시작은 수사관행이나 수사 방식, 조직문화까지 조금 혁신적으로 바꿔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아마도 입법이 끝난 후에도 그 바뀐 제도를 잘 안착시키고 제대로 운영되게끔 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들였던 노력 못지않게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면에서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이고, 또 집권 여당의 당 대표도 역임했을 정도로 경륜과 중량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잘 해내리라고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 개혁과 관련해서는 "민생과 인권 중심의 법무 행정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우리 정부 출범 이후에 그 방향으로 노력해왔지만, 이제 조금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마무리를 지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이 준비해왔던 인권보호 규정이라든지, 보호 준칙이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개혁 방안들이 잘 안착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며 "검찰 개혁에 있어서는 검찰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고 개혁에 앞장서야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검찰총장과도 호흡을 잘 맞춰 주기를 당부한다"며 "특히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또 그동안 검찰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말을 들어왔던 형사·공판 분야 검사들, 이런 다양한 검찰 내부의 목소리들을 폭넓게 경청해 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아주 어려운 과제이지만 어떻게 보면 역사적으로 다시 맞이하기 어려운 기회일 수도 있다"며 "제대로 성공해낸다면 아마도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에 추 장관은 "대통령께서 한 말씀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이고, 국민들이 명령을 하시는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검찰을 '명의'에 비유하면서 역할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추 장관은 "수술 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서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며 "어떤 수사권·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인권은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고 검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중시하면서도 정확하게 범죄를 진단해내고, 응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 설치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근절하고, 집중된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기회를 국회가 만들어줬는데, 법령을 잘 뒷받침해서 국민의 바람이 한시바삐 우리 사회에 실현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어떻게 보면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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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메시지, 남측도 ‘정면돌파’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1/03 05:10
  • 수정일
    2020/01/03 05: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측의 메시지, 남측도 ‘정면돌파’하라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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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2  15: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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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남측을 향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아 주목됩니다. 전원회의 결정서가 모두 1만8천자가량 된다고 하는데, ‘북남(남북)관계’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입니다.

예년의 신년사에는 ‘남북관계’가 ‘북한 내부’, ‘북미관계’와 함께 3축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였고, 이 ‘남북관계’ 난은 북측이 남측을 비판하거나 또는 무언가를 제안하는 통로였습니다. 말하자면 대남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신년사만 보더라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올해는 아예 ‘북남관계’ 단어조차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신년사가 아니라 전원회의 결정서라 하더라도, 이 결정서에 ‘북한 내부’와 ‘북미관계’ 난이 들어있는 것만큼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결정서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하면 남측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부러 ‘남북관계’를 빼면서까지 ‘남측’을 배제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즉 남측을 배제한 메시지가 무엇일까요?

남측을 배제한 이유는 지난해 북측이 남측을 향해 수없이 한 말을 상기해 보면 가늠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시정연설에서 남측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북측 언론매체에서는 남측이 외세 의존 정책을 해온 탓에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해왔습니다.

북측은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자임한 남측에 그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또한 9.19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믿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조건 없는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남측이 미국을 의식해 아무런 수도 쓰지 못한 것을 보고 당사자 역할론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현 상황과 관련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현 정세를 ‘자력갱생 대 대북 제재’로 규정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진작 남측이 동족으로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파탄내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도와줬어야 하는데 전혀 안했기에, 그렇다면 북측이 독자의 힘으로 즉 자력갱생으로 풀겠다는 것입니다. 자연히 남측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지요.

시쳇말로 정치인은 나쁜 소식으로 언론에 나오는 것이 안 나오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며, 인터넷 상에서는 무플보다 악플이 더 낫다고도 합니다. 무관심보다 어떻든 말밥에 오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같은 경우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북측의 신년사에 남측이 비판받더라도 나와야 하는데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북측이 신년사에서 남측을 배제한 메시지가 무엇일까요? 북측은 이번 전원회의의 기본정신이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자력갱생 대 대북 제재’의 국면에서 외세의 대북 제재를 무소의 뿔처럼 자력갱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북측은 신년사에서 남측을 배제함으로써 역으로 남측에도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지 않았을까요? 남측이 ‘종속과 자주’라는 한미관계의 구도에서 북미 대화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또 외세에도 의존하지 말고 혼자의 힘으로 그 구도를 깨기 위해 ‘정면돌파’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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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연 "합동참모대학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토론 제안"

대진연 "합동참모대학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토론 제안"
 
 
 
하인철 통신원
기사입력: 2020/01/02 [17: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국방부 앞에서 박상선 교수 공개토론 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하인철 통신원

 

2일 오전 11시 국방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들이 합동참모대학 소속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박상선 교수는 지난 여름 계간지 '한국군사'에 북한 붕괴 전략이 담긴 논문 '한국의 정보전 - 선택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이슈'를 실었다. 이 논문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모략과 사회주의 체제를 혼란시키는 '대북분란전'을 일으켜 북한 정부와 주민, 군대를 분리하고 내분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진연은 박상선 교수에게 이 내용에 대해 갑론을박을 해보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첫 번째는 이인선 회원의 발언이었다.

 

이인선 회원은 "2019년 6월 합동참모대학 박상선 교수는 지난 여름 계간 '한국군사'에 북한 붕괴 전략이 담긴 논문 '한국의 정보전-선택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이슈'를 실었다. 이 논문엔 사실무근의 내용과 분단 이데올로기가 많이 들어 있었다. 논문에서 언급된 정보전 준비에 대한 이유 중 하나인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이명박, 박근혜 집권 시절의 불확실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라며 박상선 교수 논문의 정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어 "박상선 교수의 이런 주장이 곧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북한과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으면서 북한이 공격한 것 같거나 할 것 같으니 작년까지 합의한 남북공동선언들을 모조리 위배하고 전쟁으로 가자는 책동이나 다름없다.박상선 교수는 부디 단단히 생각을 고쳐 먹으시고, 그의 생각이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은 아니길 바란다" 라고 논문의 내용을 비판했다.

 

두 번째는 김국겸 회원의 발언이었다.

 

김국겸 회원은 "전쟁위협에서 벗어나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이 시대에 상대 정권을 적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붕괴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지나지지 않다. 저자가 논문에서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고립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다'고 서술하는 등 박상선 교수가 제시한 전략의 효과마저도 대단히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계속해 "우리는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북한붕괴 전략의 실효성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에 부합하는 전략인지 엄중하게 따져보자"라고 공개토론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하인철 통신원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이 제안문을 낭독하고 있다.     © 하인철 통신원

 

세 번째는 강부희 회원의 발언이었다.

 

강부희 회원은 "박상선 교수는 논문에서 4.27 남북 공동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말들을 써놓았다. 반통일 반평화 남북공동선언을 위배하는 사람이 군인을 가르치는 교수로 있을 자격이 없다. 국민,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뜻을 저버리는 논문을 작성한 박상선은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 남북의 약속을 저버리고 국민의 뜻을 위반하며 전쟁을 원하는 박상선은 즉각 사퇴하라" 라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제안문을 낭독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아래는 제안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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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북한 붕괴 전략 논문을 쓴 합동참모대학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박상선 교수는 지난 여름 계간 ‘한국군사’에 북한 붕괴 전략이 담긴 논문 ‘한국의 정보전 - 선택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이슈’를 실었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은 이 논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개인의 입장인 지에 대한 것이다. 

 

만약 정부의 입장과 같다면 이는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을 공식 부정하는 것이며 그 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 지는 정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만약 개인의 입장이며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면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라는 국방부 산하 재단에서 이 논문을 실어줄 이유가 없다. 

 

박 교수는 연구원에서 사퇴하거나 국방부가 재단을 퇴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박 교수의 주장, 즉 북한 지도부에 대한 모략 선전과 사회주의 체제를 혼란시키는 공세를 펴서 북한 정부와 군대, 주민을 분리시키고 내분을 유도,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대북 분란전’이 과연 북한에 통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 

 

지난 70년 동안 군과 정보 기관이 주도해 정부가 꾸준히 해왔지만 모조리 실패한 전략 아닌가?

 

차라리 북한을 인정하고 공존, 공영을 위해 남북 정상의 합의들을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번영을 위한 빠른 길이다.

 

이에 합동참모대학 박상선 교수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일시, 장소, 방법은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2019년 1월 2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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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인분 급식전쟁과 설거지 사이 조리원들은 10분만에 밥을 삼켰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1/02 09:36
  • 수정일
    2020/01/02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0-01-02 04:59수정 :2020-01-02 08:35

 

[2020 노동자의 밥상] ②학교 급식조리원의 식판 밥상

900명의 점심을 차려낸 5명…“오전은 전쟁, 오후는 죽음이야”
식어버린 짬밥을 후루룩 마시고…다시 설거지 무덤 앞으로
학교 급식조리원이 기름이 끓고 있는 솥 앞에서 감자를 튀기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학교 급식조리원이 기름이 끓고 있는 솥 앞에서 감자를 튀기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장갑 두 장을 벗자 물에 불어 쪼글쪼글해진 손가락이 드러났다. 세 시간여 아침 일을 하는 동안 손과 발, 몸이 모두 물에 불어터진 기분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손목은 시큰거린다. 식판에 놓인 밥을 뜰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에도 900인분의 설거지와 청소가 기다리고 있다. 밥을 먹어두지 않으면 그 압도적인 양과 압축적인 시간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습기로 가득 찬 5평(16㎡)짜리 탈의실 겸 휴게실에서, ‘언니들’을 따라 고봉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쿰쿰한 짬밥 냄새가 소독약 냄새와 뒤섞여 혼미했다.

 

급식조리원들은 서로를 ‘언니’라고 부른다. 자매처럼 호흡을 맞추지 않고선 ‘여자들의 노가다’라고 하는 거친 급식 노동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보건소에서 발급해준 보건증을 들고 지난 12월13일 급식조리원 대체 인력으로 서울 ㄱ초등학교 조리실을 찾았을 때, 대부분 40~50대인 언니들은 26살 ‘막내’를 맞으며 경악했다. “학교 조리실은 다른 일 하다 하다 가장 마지막에 오는 곳이야.” 진경(46·이하 모두 가명) 언니가 유독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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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언니들 5명의 하루는 오로지 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 8시30분 조리실에 출근해 초등학생 900명의 점심 밥상을 차리고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그러면 가족의 저녁 밥상을 차려야 한다. 그사이에 자신의 끼니는 그저 ‘삼킨다’. 언니들은 급식 일에 견주면 집밥은 ‘소꿉장난’이라고 했다. 조리실은 그야말로 속도 전쟁터다. 7시간30분 동안 5~6명이 900인분의 급식을 마련하고 내일을 위한 설거지·청소까지 마감하려면, 밥을 거르고 일만 해도 빠듯하다. “오전은 전쟁이고 오후는 죽음이야.” 진경 언니의 표현이다.

 

장비를 갖춰 작업복을 차려입고 이날 아침 9시께 조리실에 들어섰을 때 쌓여 있는 무, 숙주, 배추, 소고기 등 식재료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시장에서도 그렇게 식재료가 쌓여 있는 광경은 본 기억이, 기자는 없었다. 무엇보다 언니들의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채소 껍질을 벗기는 ‘필러’로 무 껍질을 깎아내는데, 서툴다 보니 하나 깎는 데 5분이나 걸렸다. 눈앞에서 20초 만에 무 하나를 다 깎은 진경 언니는, 혀를 차며 무는 그만두고 그것보다 쉬운 느타리버섯 찢는 일을 하라고 했다. 육개장에 들어갈 느타리버섯 하나를 세로로 가늘게 찢어 삼등분하는 일인데, 그마저 900인분을 찢으려니 30분이나 걸렸다. 은색 스테인리스 대야에 산처럼 쌓인 버섯은 아무리 찢어내도 줄지 않았다. “속도를 더 내야지.” 버섯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즈음 진경 언니가 다가와 다그쳤다. 귤 900여개를 씻고 개수대 청소를 할 때도 언니는 다가와서 타박했다. “일을 반도 못 했네.”

 

어지간한 주방장들과도 견줄 수 있는 숙련된 조리원 언니들이지만, 쌓여 있는 일을 앞에 두고 마음이 급해지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메뉴인 연어스테이크와 멸치아몬드볶음, 육개장을 담당할 조리원을 나눴지만, 배식 마감이 닥쳐오자 ‘네 일 내 일’을 가릴 수 없었다. 언니들은 무를 깎다가 일손이 달리면 자리를 옮겨 배추를 썬 뒤, 곧바로 멸치와 아몬드를 볶았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일을 해치울 뿐이었다.

 

급식조리원들의 식판 밥상. 급식에 나온 밥과 육개장, 연어스테이크와 멸치아몬드볶음, 김치, 귤이 담겨 있다. 김민제 기자
급식조리원들의 식판 밥상. 급식에 나온 밥과 육개장, 연어스테이크와 멸치아몬드볶음, 김치, 귤이 담겨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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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안에 밥을 후루룩 마신다

 

밥 먹는 일도 언니들에겐 속도전이다. 언니들의 끼니 때는 따로 정해진 시간이랄 게 없다. 낮 12시30분께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식당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언니들이 하나둘 식사를 시작한다. 길게는 30여분의 식사 겸 휴식 시간이 있다지만, 그 시간을 다 쓰는 언니는 없다. 그날 해야 할 일을 앞장서서 하는 ‘당번’ 언니가 10~15분 만에 밥을 먹고 일어서면, 다른 언니들도 자기들만 쉬기 미안하다며 조리실로 나와 쭈뼛쭈뼛 일을 시작한다. 학생들의 급식 반찬이 모자라면 배식 담당자가 호출하기에, 밥 먹는 도중에도 마음 편히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없다. 목장갑 위에 고무장갑, 고무앞치마와 위생모, 토시와 고무장화를 벗었다가 밥을 먹고 다시 착용한 뒤 화장실까지 다녀오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오전 내내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하느라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언니들은 그래도, 잠시나마 무거운 장비를 벗을 수 있게 되자 속이 시원한 듯했다.

 

비좁은 휴게실에 밥상을 펼치고 여섯 명이 무릎과 무릎을 포개어 앉았다. 위생모를 벗자 땀에 짓눌린 언니들의 머리칼은 떡진 채 아무렇게나 눌려 있었다. 밥상에 올라온 음식은 학생과 교사가 남긴 밥과 국, 잔반이다. 식은 국과 떡진 밥, 기름이 뭉친 연어스테이크, 눅눅해진 멸치아몬드볶음. 오전 내내 짬밥 냄새에 질린데다 식어빠진 음식을 보니 영 입맛이 돌지 않는다. 허나 허기는 식욕에 비례하지 않았다. 격하게 몸 쓰는 일을 한 뒤라서인지 밥은 꿀떡꿀떡 넘어갔다. 날마다 격하게 몸을 쓰는 데 익숙해진 언니들은 제맛을 잃은 찬거리들을 해치우는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었다. 진경 언니는 밥에 멸치볶음을 크게 떠넣더니 비비기 시작했다. 경미 언니는 육개장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듯 들이켰다. 그렇게 언니들은 고봉밥을 10여분 만에 해치웠다.

 

급식조리원들의 식판 밥상. 김민제 기자
급식조리원들의 식판 밥상. 김민제 기자

 

끼니를 때우느라 바쁜 와중에도 언니들은 사는 얘기를 몇 마디씩 주고받았다. 대개 궁박한 처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달엔 일주일이 비네.” 진경 언니의 푸념에 밥을 밀어넣던 모두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급식조리원들은 방학이면 돈을 벌 수 없다. “일주일을 어디서 메꾸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일주일만 나와서 일해달라’는 곳이 있을 리 없다.

 

한 언니가 소은 언니를 쳐다보며 “소은 언니, 나도 줄 좀 서자”라고 말했다. 소은 언니는 방학이면 웨딩홀 조리실에서 일한다. 소은 언니는 미안한 듯 웃으며 “웨딩홀 조리 일도 경력직을 선호해”라고 답했다. 그러자 수다스러운 진경 언니는 화제를 바꿔 조선소에서 ‘노가다’를 시작한 형부 이야기를 꺼낸다. 다른 언니들이 말을 받아 “조선소는 한물갔다”며 혀를 찼다. “아들이 정비직에 취직했는데 엄마 마음으론 사무직이 못돼 속상하다”는 언니도 있었다. 언니들 사는 얘기는 들을수록 갑갑해, 방금 삼킨 밥이 목구멍 어딘가에 걸린 것만 같았다.

 

쌓여 있는 반찬통과 조리 도구 등을 설거지하는 급식조리원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쌓여 있는 반찬통과 조리 도구 등을 설거지하는 급식조리원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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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수 없는 ‘요통주의’ ‘끼임주의’ ‘화상주의’

 

오후 조리실은 설거지 무덤이다. 낮 12시45분께, 배식을 마친 것도 아닌데 조리실은 식판과 수저 등 설거짓거리로 가득했다.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눌어붙은 반찬 찌꺼기를 짧은 시간 안에 떼어내기 위한 초벌 설거지가 필수다. 뜨거운 물에 식기를 불린 뒤 수세미로 문질러 물에 헹궜다. 세제 냄새와 잔반 냄새가 엉켜 조리실이 매캐했다.

 

출입문 옆에 붙은 온습도계는 온도 10도, 습도 32%를 가리켰지만, 체감 습도는 80%를 넘는 듯했다. 조리실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방수가 되지 않는 휴대전화는 수증기 탓에 고장 날 수 있다고 언니들이 경고했다. 금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올라와 흘러내리면서 온몸이 찐득해졌다. 몸에는 수시로 기름과 물이 튀었다. 허리도, 손목도 떨어져나갈 듯했다. “설거지에 파묻혀 죽겠네.” 끝없이 식판을 받아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기력이 바닥나자 수시로 산업재해, 안전사고의 위협을 느꼈다. 조리실 벽 곳곳에는 ‘요통주의’ ‘미끄럼주의’ ‘화상주의’ ‘끼임주의’ ‘산업재해 예방’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문제는 그걸 피할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요통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리원은 대개 일어서서 종일 허리를 숙인 채 일한다. 식판을 들어 올리고 몸을 숙여 재료를 다듬으면 오후엔 필연적으로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이 밀려온다. ‘끼임’ 사고도 피할 수 없다. 식판과 식판 사이에, 식기와 개수대 사이에 여러 차례 손가락이 끼였다.

 

‘미끄럼’ 역시 주의할 수 없다. 설거지를 할 때 조리실 바닥은 물과 세제로 범벅된다. 곳곳엔 식기와 조리 도구가 널려 있다. 뒷정리할 때는 바닥에 양동이로 물을 끼얹으며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낸다. 무거운 고무장화가 끼얹은 물에 치이면서 휘청인 적이 여러 번이다. 언니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히고 얼굴에 물을 튀기며 “미안” “죄송해요”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청소할 때는 ‘약품’으로 바닥을 닦고 물을 뿌리는데, 진경 언니가 “절대 얼굴에 묻으면 안 되는 독한 약”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급하게 일하다 보니 얼굴과 목, 눈과 옷 속으로 약품이 튀지 않을 수가 없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그렇게 약품이 묻어도 곧 무감해졌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화상이었다. 조리실 곳곳에선 대형 솥에 기름과 물이 펄펄 끓는다. 뜨거운 설거지물은 고무장갑 안을 파고들어 목장갑까지 적셨다. 김이 나는 솥 안쪽으로 몸을 숙여 불린 식기를 건져낼 때는 끓는 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실제로 2014년 3월,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원으로 일한 김아무개(56)씨가 설거지하려고 대야에 받아놓은 뜨거운 물 위로 넘어져 두 달 뒤 세상을 등진 일도 있다.

 

학교 급식조리실에 설거짓거리로 쌓인 숟가락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학교 급식조리실에 설거짓거리로 쌓인 숟가락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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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리실은 병 안고 떠나는 곳”

 

“여기 와서 일하면 병들어. 급식조리실은 병 안고 떠나는 곳이야.” 일을 시작하기 전 진경 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말렸다. 다른 언니는 더 단호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나는 반대야. 젊은 사람이 일할 곳이 아니야. 너네 엄마가 알면 화낸다. 오늘만 해보고 다신 오지 마.” 다그치던 언니들이 귤을 까서 내게 먹였다.

 

언니들은 몸담고 있으면서 유독 나를 말리는 이유를, 언니들과 밥상을 마주한 뒤에야, 일을 마친 뒤에야 알게 됐다. ‘나는 힘들어도 괜찮지만 너는 그러지 마.’ 그것은 아마 언니들이 가족에게, 학생들에게 차려주는 밥상에 담은 그 마음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식어빠진 찬밥을 삼키고도 가족의 밥은 온돌 아랫목에 묻어두던 엄마의 그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22874.html?_fr=mt1#csidxd8a2fcd98841c63ab3813d5c3b2ac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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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여러분 고마워요, 새해 첫날 소녀상 찾아줘서

1420차 수요시위 열려... 2020년에 생존 할머니는 이제 스무 분 "건강하세요"

20.01.01 18:28l최종 업데이트 20.01.01 18:47l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수요시위 참석자가 평화의 소녀상 발에 신겨진 양말을 어루만지고 있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수요시위 참석자가 평화의 소녀상 발에 신겨진 양말을 어루만지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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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목도리를 하고 털양말을 신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 두터운 겉옷을 입은 두 학생이 나란히 앉았다. 자신들의 2020년 새해 첫날을 '수요시위'로 채우기 위해서였다. 올해 고3이 되는 김지원(19, 여)양과 한 살 어린 한서연(18, 여)양은 "2020년 첫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기억도 해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께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수요시위에 올 때마다 힘을 얻고 용기를 얻습니다. 새해도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 오늘 이곳에 왔어요."

"수요일에 하다 보니 학기 중엔 (수요시위에) 나오기가 힘들어요. 방학 중에도 학원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요. 휴일인 새해 첫날이 마침 수요일이어서 오늘은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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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420차 정기 수요시위'가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약 1시간 동안 열렸다. 새해 첫날 한파 속에서도 200여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주최 측 추산)했고, 특히 앞서 두 학생처럼 휴일을 맞아 수요시위를 찾은 중·고교생들이 많았다. 인천 연수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모은 기부금을 수요시위를 주최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에 전달했다.

곳곳에서 외국인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일본인 두 사람이 한글과 일본어로 "할머니의 슬픔은 우리의 슬픔이다. 일본사람은 사실에 의한 역사를 배워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수요시위에 참석한 일본인들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수요시위에 참석한 일본인들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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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정대협 30주년... '김복동의 희망' 이뤄지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마이크를 잡고 2020년의 의미를 힘주어 말했다. 그는 "2020년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연대 전신) 30주년의 해이고 다음 주면 수요시위를 시작한 지 만 28년이 된다"라며 "2020년 첫날, 김복동 할머니가 말한 희망이 이뤄질 거란 생각을 해본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죄, 배상, 역사교육,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러한 목소리를 폄훼·방해하는 '문희상안(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라며 "지난 시절 청산되지 않는 역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2020년을 맞이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이사장은 "오늘 아침 93세 길원옥 할머니께서 '잘못한 걸 뉘우쳐야 사람이지'라고 말씀하셨다"라며 "새해 소망으론 남북통일을 이야기하시기도 했다. 이 땅에 평화가 와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그 위협을 우리가 물리쳐서 다시는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소망이 우리가 꿈꿔야 할 새 소망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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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요시위에선 2010년 1월 2일 세상을 떠난 고 김순악 할머니를 기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1928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7세 때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공장에 갔다가 만주로 끌려가 피해를 입었다. 1945년 해방 후, 밤낮없이 걷는 등 고난 끝에 서울로 돌아온 김 할머니는 미제 장사, 식모살이, 냉면 장사, 농사일 등을 하며 살다가 2000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참여했다.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1월 1일은 무언가 다짐하기 좋은 날이잖나"라며 "이제 (생존 할머니들이) 스무 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의 과거를 잊지 말고 할머님들의 정신을 잊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한해를 시작하고 싶어 오늘 수요시위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은 정대협 30주년의 해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개인의 불운 혹은 숨겨야 할 수치스러운 역사가 아닌 과거 일본이 저지른 식민지 전쟁범죄, 여성인권 침해범죄라고 전 세계에 알린 성취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편으론 30년 동안 피해자들이 길거리에 나와 문제를 환기하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했음에도 가해자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은 너무도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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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2019년 다섯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피해 생존자 수는 단 스무 분이다"라며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이행 없이 문제는 결코 정의롭게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까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앞(2011년 12월, 정대협이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서 매주 수요일 정오에 열리고 있다.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고 서울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42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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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 사장들에 “진단서 떼놔라”…치밀했던 기획폐업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의 전말](2)삼성, 협력사 사장들에 “진단서 떼놔라”…치밀했던 기획폐업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입력 : 2020.01.02 06:00

1심 판결문으로 본 ‘부당노동행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3월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일부 협력센터의 잇따른 폐업이 노조 탄압용 ‘위장폐업’이라며 항의했다.  김기남 기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3월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일부 협력센터의 잇따른 폐업이 노조 탄압용 ‘위장폐업’이라며 항의했다. 김기남 기자

 

“ ‘그룹 노사 전략’은 상정하던 실제 상황(삼성노조 결성 시도)이 발생하자 그 세부 실행 계획이 담긴 ‘에버랜드 대책’으로 구현돼 그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실행됐다.”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그룹 노사 전략’과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의 관계를 판결문에 이렇게 정의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노조 설립에 대비해 세운 전략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이하 삼성전자서비스 사건)과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이하 에버랜드 사건)에서 실행됐다. 삼성의 노조 파괴 범행은 기획폐업, 어용노조 설립, 사찰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일 경향신문은 두 사건 1심 재판부가 인용한 문건을 중심으로 부당노동행위를 분석했다. 

■ “가능한 경우 입원하라” 

삼성은 강성노조가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로 분류된 해운대·아산·동래외근 협력사를 폐업시켜 노조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를 받는다. 삼성 측은 “협력업체 폐업은 사장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을 폈다. 다음은 지난달 17일 선고된 삼성전자서비스 사건 1심 판결문에 인용된 ‘폐업 실행 시나리오’ 문건 일부다.
 

2·2(월) 폐업사유 입증자료 준비 : 전년 대비 매출 감소, 영업이익 감소, 고객항의 급증 등
 
건강악화 증빙자료 준비(1차) : 스트레스성 질환 진단서 확보(가능한 경우 입원)
 
2·17(월) 건강악화 증빙자료 추가 검토 : 스트레스 관련 추가검진 실시 및 진료기록 확보
 
2·26(수) 협력사 사장은 2월 말 경영상 사유로 폐업함을 공표함: 지치고 미련이 없다. 다 버리고 폐업하겠다. 

2·28(금) 폐업절차 진행


 

삼성은 폐업 목표일까지 정해놓고 날짜·시간대별로 ‘폐업 시나리오’를 촘촘히 짰다. 협력사 사장들은 재판에서 ‘건강 악화’라는 폐업 사유를 내세웠지만, 삼성은 협력사 사장들에게 “스트레스성 질환 진단서를 확보(가능한 경우 입원)”하라고 지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폐업 당일 시간대별로 실행계획을 세웠다. 해운대 협력사 사례를 보면, 2014년 2월27일 오전 9시 폐업에 대한 직원 설명회를 실시하고, 오전 10시 삼성이 준비해놓은 폐업 공고문, 고객 안내문, 직원 대상 사장 소회문을 게시하고, 오전 11시 구청·세무서에 폐업 신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문건에 기재된 내용 그대로 실행됐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측에서 유도하고 기획한 폐업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페이퍼 노조 

삼성은 에버랜드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자 어용노조(에버랜드 노조)를 만들어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를 받는다. 삼성 측은 어용노조 설립에 지배·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용노조 설립에 도움을 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지난달 13일 선고된 에버랜드 사건 1심 판결문에 인용된 문건을 보면, 삼성 스스로도 에버랜드 노조를 ‘PU(Paper Union·페이퍼 유니온)’라고 기재했다. 미전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어용노조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에버랜드 노조를 한국노총에 가입시키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의 전말](2)삼성, 협력사 사장들에 “진단서 떼놔라”…치밀했던 기획폐업

■ “전향적 판결” 

기획폐업과 어용노조 설립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다. 노동조합법 81조는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운영하는 것을 사용자가 지배·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원청업체일 뿐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협력업체 사장들만 범죄 행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소속 수리기사들에게 근로자 파견 관계에 해당할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를 폐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2010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 상고를 기각하면서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면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판례를 헌법·노동조합법 입법 목적에 비춰보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원청을 부당노동행위 범행 주체인 사용자로 인정하고 형사처벌한 첫 하급심 판결이다. 지난해 8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현대차 임직원이 부품사인 유성기업 임직원과 공모해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관여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는데, 이 사건의 경우 현대차 임직원은 ‘공범’으로 인정돼 처벌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부도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수사 시에는 원청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도록 수사매뉴얼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 이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판단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어용노조의 임모 1기 위원장, 김모 2기 위원장도 자신들은 노동자일 뿐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지만 에버랜드 사건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분관계로 인해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3조(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형법 33조를 근거로 들었다. 어용노조 위원장들은 범행 주체가 ‘사용자’ 신분이어야만 범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조항을 들어 사용자가 아니어도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어용노조 위원장들까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어용노조 간부들도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책임을 지웠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에버랜드에서는 현재까지도 이 어용노조가 교섭대표노조라며 금속노조 삼성지회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도 기존의 노조파괴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꼼꼼하게, 단디 챙겨라”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단디 챙겨라.” 강경훈 당시 삼성그룹 미전실 노사파트 총괄 임원(부사장)이 에버랜드 상황실로부터 노조원을 사찰한 내용을 보고받으면서 했던 말이다. 삼성 미전실은 각 계열사로부터 소위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매일같이 무단 수집(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했다. 삼성에버랜드 상황실은 노조를 설립하려는 노동자들을 차량을 이용해 감시하는 일명 ‘패트롤’ 방식으로 이들의 사생활을 ‘일일동향문건’에 정리했다. 문건을 보면, “절대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2인1조로 운영한다”는 원칙에 따라 조장희 부지회장, 박원우 지회장 등 문제인력을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문제인력’의 가족까지 사찰해 부당 징계에 활용했다. 삼성은 ‘문제인력’으로 분류된 ㄱ씨 배우자의 금융정보, 건강 같은 ‘민감정보’까지 수집했다. ‘일일동향문건’에는 “2011년 11월16일 사내 기금 담당에게 대출신청서 제출” “2012년 3월8일 오전 10시40분 아주대병원에서 물혹 제거 수술을 받고 휴식”이라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ㄱ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파악한 후 ㄱ씨를 무급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주효한 압박 수단이라고 판단해 징계수위를 ‘정직’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도 사찰했다. 2012년 7월16일자 ‘일일동향문건’에는 “조장희·박원우·백승진이 7월13일 11:30~12:30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실시”했다고 적혀 있다. 에버랜드 사건 1심 재판부는 “사용자 측은 처음부터 조장희 등을 문제인력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징계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그들을 감시하고 미행해 동향을 파악하는 등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징계사유를 적극적으로 탐색했다”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020600035&code=940100#csidx645d584344cfd6497d4ed2ab49e81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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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민권법 개정안, 인도주의 포장한 인종주의

[아시아생각] 미얀마 로힝야 족 시민권 박탈 과정과 유사
2020.01.01 10:00:17
 

 

 

 

지난 12월 25일, 인도 중남부 텔랑가나 주의 주도 하이더라바드에서는 흰색 상의와 황토색 바지(간혹 검정바지)를 차려 입은 남성 약 8000명이 한 손엔 긴 막대기를 높이 세워 들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시내를 행진했다. 힌두극단주의 조직인 ‘라슈트리아 스와이암세박 상’(Rashtriya Swayamsevak Sangh, 이하 RSS) 대원들이다(하얀 상의와 황토색 하의는 RSS 유니폼 색).

 

하루 전날 인도 언론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텔랑가나 주 RSS 지부의 한 간부가 ‘오는 2024년까지 이 주의 1만개 마을로 대원 확장을 꾀하고 2025년 맞이하겠다’는 말을 인용 보도했다. 2025년은 RSS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RSS는 힌두 우월주의와 힌두 민족주의를 이데올로기적 무기로 삼고, 두 이념이 만나 현실에서 작동하는 힌두 커뮤널리즘(Hindu Communalism)은 소수커뮤니티, 특히 무슬림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의 원천으로 활용해왔다.  


RSS를 중추조직으로 하는 힌두 극단주의 세력의 정치조직이 바로 인도국민당(이하 BJP)이다. RSS출신이자 현 인도 총리인 나렌드라 모디는 BJP 정치로 지난 4~5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5년마다 약 한 달간 13억 인구가 거르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질의 문제로 가면 달라진다. 모디 정부 1기(2014~20019) 동안 무슬림을 향한 소자경단들의 거리 ‘린치’가 횡행하면서 인도는 집권세력의 은혜를 입은 다수커뮤니티가 소수를 향해 근육 자랑을 하는 파시스트 사회로 치달아왔다. 

 

 

▲인도 집권세력의 토대인 힌두극단주의 조직 RSS 신입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지난 5월 출범한 모디 정부 2기는 그 경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8월 5일 엄연히 ‘국제적 분쟁 영토’인 잠무와 카슈미르 주의 자치권을 대통령령 발동으로 하루아침에 박탈하는가 하면, 같은 달 동북부 아쌈 주에서는 시민등록절차(National Register of Citizens 이하 NRC)를 시행하여 하루아침에 190만 명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NRC에 따르면 1971년 3월 24일 이전 본인 혹은 조상의 거주를 증명해 보여야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다. 엠네스티는 이름의 오기나, 나이 혼돈과 같은 행정적 실수로 증명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디 정부는 아쌈 주가 미얀마 북부와 서부, 그리고 방글라데시와 부탄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댄 변방지역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불법 이민자" 색출을 내걸고 NRC를 도입한 것이다. 이어 지난 12월초 양원 의회를 통과한 시민권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 이하 CAA)을 통해 무슬림 배제를 노골적으로 내세웠다.  


CAA에 따르면, 인도 주변 3개국 즉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2015년 이전에 도착한 힌두, 기독교도, 파르시(조로아스터교), 자인교, 시크교도들에게는 인도 시민권 신청자격이 부여된다. 인도는 CAA에서 무슬림만 콕 집어 배제함으로써 두 가지 메시지를 담았다.  
 

첫째, 인도주의를 가장한 안티 무슬림 인종주의 메시지다. 인도는 CAA를 통해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주변국에서 무슬림 이외 커뮤니티가 박해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들 국가들이 무슬림 다수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반해 인도는 소수자를 보듬는 것처럼 교묘히 대비시키기도 했다.  

 

인도주의 원칙하에 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처럼 말 포장을 하고 있지만 포장일 뿐이다. CAA는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온 주변국 소수자들에게 인도사회로 진입하는 인도주의의 열쇠가 되지 못한다. 이는 개정안이 특정한 몇 가지 사실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CAA, ‘종교적 박해를 피해온 이들 구제’ 운운했으나...  


우선 개정안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적용 대상을 무슬림 주류 3개국으로 제한함으로써 인도에 오랜 세월 거주해온 스리랑카 타밀 난민들을 자동 배제시켰다. ‘인도주의’ 동기였다면 당연히 포함시켜야 했을 커뮤니티를 배제한 건 CAA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타밀족들은 1983년 스리랑카 내전이래 긴 세월간 인도 남부 타밀나두로 피난을 왔고 타밀나두와 남부를 중심으로 대략 15만 명이 미등록 상태로 체류 중이다. 로힝야 난민들은 또 어떤가? 인도에는 로힝야 난민 약 4만 명이 체류 중이다. 필자는 지난 4월 인도 수도 델리와 하리아나 주 등지의 로힝야 캠프를 취재하며 짧게는 2~3년, 길게는 25년 이상 인도로 피난 온 ‘보호받지 못하는' 난민 로힝야들을 여럿 만났다. 미얀마는 CAA가 특정한 3개국이 아닌데다, 무슬림 배제 조건까지 있는 탓에 그들이 직면한 박해수준이 제노사이드에 이르러도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CAA가 특정한 3개국에는 박해 받는 무슬림이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파키스탄에서 이단으로 간주돼온 ‘아흐메디아(Ahmediyya)’ 무슬림들은 차별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는 난민 그룹 중 하나다. 1974년 이슬람 공화국 파키스탄이 개정한 헌법에 따르면 아흐메디아는 ‘무슬림이 아니’다. 그야말로 존재를 부정당한 이들이다. 아흐메디야 난민 다수는 태국 등 주변국으로 피난와서 도심 난민(Urban Refugee, 캠프와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익명성을 유지하며 조용히 체류하는 난민들을 일컬음. 상시적 단속과 구금의 위협에 시달린다)의 다수를 구성해왔다.  

 

감옥보다 열악하다는 방콕 이민성 구금소에 영구적으로 갇힌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필자의 오랜 친구 S처럼 난민보호가 되지 않는 태국 환경을 견디다 못해 본국으로 돌아간 뒤 고립된 시골에서 가족을 피해 숨어사는 이도 있다. 아흐메디야 외에도 주변국의 시아 커뮤니티 역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도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온" 운운하고 싶다면 최소한 아흐메디아를 비롯하여 박해 받는 무슬림 현실을 고려했어야 한다. 따라서 CAA의 무슬림 배제 메시지는 선명하다. 그건 인도주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를 토대로 밀어붙인 인종주의 법안이다.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가 기반  
 

CAA의 두 번째 메시지는 2억에 달하는 인도 무슬림들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이다. CAA는 아쌈 주에서 지난 8월 우선 시행한 NRC와 맞물려 이해할 필요가 있다. BJP 대표 출신으로 모디 정부 2기의 첫 내무부장관에 오른 아밋 샤(Amit Shah)는 무슬림 배제를 노골화 한 ’안티 무슬림' 정책의 브레인이다. 그와 모디 총리가 이른바 ‘모디-샤’ 팀워크로 한 인간의 존재와 기본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안티 무슬림, 힌두 민족주의 어젠다를 전례 없는 수위로 밀어붙이는 전술적 도구가 바로 NRC, CAA다. 인도 세속주의 헌법 정신에 정면 위배되는 정책들을 총리와 내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게 오늘 인도의 현실이다. 


세속주의 위배로 직격탄을 맞는 건 우선 인도의 2억 무슬림들이다. 인도 전역으로 확산중인 CAA-NRC 반대 시위와 그에 대한 공권력의 무력진압 그리고 시위와 상관없이 무슬림을 타깃으로 휘둘러지는 공권력의 폭력은 이를 잘 반영한다. 우선 사상자 현황을 보자. 이 법이 양원 의회를 통과한 이래 12월 28일 오전 기준 총 27명이 사망했다. 이중 19명이 우타프라데쉬주(이하 UP)에서 발생했고 이중 최소 17명이 무슬림이다. 나머지 사망자는 아쌈 주와 카르나타카 주에서 각각 5명, 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세 개의 주는 모두 BJP 출신 주 장관들이 통치하는 지역이다. 경찰력 지휘체계의 총괄 부서이자 전 BJP 대표가 장관으로 있는 내무부, BJP가 통치하는 주정부, 그리고 해당 주의 공권력이 어떻게 연결되어 이와 같이 편향적인 피해자 통계로 이어지는지 짐작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북부 우타프라데쉬주, 무슬림 가옥 침탈 “공권력이 폭도였다" 


힌두 사제 요기 아디뜨나야뜨(Yogi Aditnayath)가 주 장관으로 있는 우타프라데쉬 상황은 특히 심각해 보인다. 최근 진상조사팀을 꾸려 우타프라데쉬 현황을 조사한 ‘전인도진보여성연합’(All India Progressive Women’s Association, AIPWA) 사무총장인 카비타 크리슈난(Kavita Krishnan)은 조사 현장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주 경찰과 신속대응부대(Rapid Action Force, RAF/폭동진압 전문병력) 그리고 지방경찰보안대(Provincial Armed Constabulary) 그들이 바로 폭도들(rioters)이었다” 고 전했다.  

 

그가 “폭도들"이라고 묘사한 공권력은 우타프라데쉬주의 무자파르나가르(Muzaffarnagar)지역 무슬림 가옥에 무단 침입하여 집안을 쑥대밭으로 뒤집어 놨다. 또, 12월 27일에는 마찬가지로 우타프라데쉬 서부지역 미랏(Meerut)에서는 이 지역 경찰서장 아킬레슈 나야완 싱 (Akhilesh Narayan Singh)이 무슬림 거주 구역에서 시위와 무관해 보이는 주민들을 향해 “파키스탄으로 꺼지라”고 폭언을 내뱉는 장면이 소설미디어상 바이럴 영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미랏 지역은 최근 언론보도에 또 다른 이유로 등장한 바 있다. 바로 RSS가 운영하는 중등과정(한국의 중고교)의 첫 사관학교를 내년 4월 개교할 계획인데 그 학교가 세워질 예정 부지가 바로 미랏 지역이라는 보도였다. 이 글 서두에 언급한 RSS 행진이 심상치 않은 것도, 또 RSS가 운영할 중등사관학교가 곧 개교할 거라는 사실도 암울한 전조다.


로힝야 시민권 박탈한 미얀마 사례에서 교훈 찾아야 


한편, 인도의 시민권법을 둘러싼 논란과 국가 폭력 양상은 옆 나라 미얀마 사례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두 사례에선 기시감이 교차하는 대목이 적잖다. 미얀마 로힝야들이 40여년에 걸쳐 제노사이드 프로세스에 노출되는 동안 이들의 기본권을 박탈한 대표적 제도 하나가 바로 시민권 이슈다. 1982년 이전까지만 해도 시민권자였던 로힝야들은 그러나 그 해 시민권법이 개정되면서부터 국민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권을 서서히 상실해갔다. 로힝야들이 시민권을 전면 상실하는 과정은 총 10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제 시민권법 개정 초기에 도입한 인도사회가 더 늦기 전에 미얀마 사례를 학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로힝야들이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10년의 과정을 축약해 보자. 


우선, 1982년 시민권법이 개정됐다. 당시 군부 최고권력기구인 <버마사회주의 프로그램당>(BSPP)은 1824년 이전 조상의 거주 증명을 해야 온전한 시민권자로 규정하는 극단적 제노포비아 시민권법을 만들어놨다. 1824년을 기준으로 한 건 영국이 오늘날의 미얀마 영토를 식민화하기 시작한 해를 기준으로 한 셈인데 그 시절을 증명할 문서를 보관한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실상 이 법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자명하다. 인도 CAA가 무슬림을 겨냥했듯 미얀마의 1982시민권법은 (방글라데시 및 인도 동북부와 국경이 인접한) 미얀마 서부 변방지대의 무슬림 커뮤니티 즉, 로힝야와 그리고 일부 버마 무슬림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상대대로 오늘날 라까잉 주(혹은 아라칸 주)에 거주해온 로힝야들을 향해 군부가 70년대부터 씌운 프레임은 방글라데시에서 불법으로 이주해온 “벵갈리” 프레임이다. 


둘째, 1982 시민권법이 1988년 이후에서야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이른바 '랑군의 봄'으로 알려진 전국적 규모의 시민항쟁은 종교와 종족을 초월하여 전방위적으로 군부독재를 압박했다. 시민권법이 적용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 항쟁의 후속타다. 88항쟁 후 들어선 신군부 <국가평화개발평의회>(SPDC)는 시민항쟁에 대한 처방전으로 종족과 종교로 시민들을 가르는 분열 통치 카드를 내밀었다.  

 

SPDC 통치하 80년대 후반부터 시민권증 교체 작업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은 기존 시민권인 ‘국민등록카드(NRC, 일명 ‘녹색카드’ - 종족과 종교가 기록되지 않음)를 의무적으로 반납한 뒤 새 시민권증인 ‘국민감시카드’(NSC, 일명 '핑크카드‘ - 종족과 종교가 기록돼 있음)를 발급받았다. 그러나 로힝야들은 새 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미등록 시민'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마지막 완성 조치가 1991년 감행됐다. 그 해 군부는 135개 ‘공식 인종'을 발표하면서 ‘로힝야’를 배제했다. 이로써 로힝야는 서류상 존재가 사라진 세계 최대 무국적자 커뮤니티가 됐다. 


물론 인도는 미얀마와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동일하지는 않다. 오랜 세월 커뮤널리즘의 갈등과 폭력이 뿌리 깊었던 만큼 인도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경고를 빠르게 인지하고 있다. 극단주의와, 커뮤널리즘에 맞서온 저항 전통도 강한 사회다. 대학가가 선도적으로 나선 이번 CAA 반대 시위 역시 교수, 예술가, 언론인, 다양한 직군의 시민들이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2월 22일에는 뭄바이에 있는 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Dharavi)에서도 2만5000~3만 명으로 추산되는 시민들이 거리를 빈틈없이 메우고 평화적으로 행진을 벌였을 정도다.  

 

인도 일간지 <더 힌두> 12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슬럼가의 주민들은 CAA 반대는 물론 카슈미르 자치권 조항인 370조의 폐기 등 BJP정부가 벌이는 일련의 반헌법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힌두극우정치 세력들이 파시즘을 불러들이는 작금의 시국에서 인도의 유일한 희망은 바로 저항하는 전통과, 저항하는 오늘일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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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지위 천명


<해설> 북 노동당 전원회의, ‘정면돌파전’ 결정서 채택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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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1  17: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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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주재로 지난 연말 28~31일 나흘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개최돼 결정서를 채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지난 연말 이례적으로 나흘 간이나 진행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의하고 경제적 자력갱생과 군사적 전략무기개발을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규약 개정이나 전략노선 수정, ‘새로운 길’을 명명하지 않았고, 북미협상 종결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남북관계는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 북미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되 자력갱생의 길을 가며 ‘조건부 핵무기보유국’의 길을 걷겠다는 천명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1일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것을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이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주목하고, 북한이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 북한의 선택 ‘정면 돌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보고에서 “조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여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있다”고 전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시한을 제시했던 북미협상이 미국의 ‘시간벌이’로 해를 넘기게 된데 따른 결론인 셈이다. 나아가 “핵문제가 아니고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또 다른 그 무엇을 표적으로 정하고 접어들것이고 미국의 군사정치적위협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미 불신론을 펴기도 했다.

결론은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기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출한 투쟁구호가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고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으로의 복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전략노선 수정 없이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을 선언한 것이다.

정창현 북한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경제건설 총력노선에서 과거 병진노선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며 “전원회의 결정서의 순서도 경제 분야부터 제시돼 있다”고 짚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북한이 굉장히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 같다”며 “‘레드 라인’을 철회하는 급격한 방향전환 보다는 기존의 입장을 좀더 강화하는 선에서 대미 경고를 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지위 천명

   
▲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전원회의에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참가했고, 관계자들이 방청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제재속에서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제기했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군사분야로 쏠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먼저 자신들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 등 중대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합동군사연습과 단독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하고 “지켜주는 (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 국방건설목표”이라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것”이라고 확언했다.

조성렬 자문위원은 ‘전략무기’라는 표현에 대해 “핵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절제된 표현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지난 12월 동창리 엔진실험장에서 실시한 엔진 시험과 연관된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고체엔진 ICBM, 다탄두 ICBM, 전략미사일 탑재 신형잠수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새로운 전략무기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명시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2018년 4월 20일 3차전원회의 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 선언 중 ICBM 시험발사는 파기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것이라는 것,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을 단호히 선언했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와 지난해 6.12싱가포르 북미정상공동성명에 따라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역시 불가능하다는 선언이다. 즉 북한은 그때까지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달리 표현하면 ‘조건부(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선언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핵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해 수위를 조절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국문에는 ‘상향조정’으로 언급되어 있으나, 영문에는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으로 표기”됐다며, 대미 메시지로 판단했다.

허리띠 졸라매고 자력부강‧자력번영 성공할까?

   
▲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이 주석단에 자리잡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7시간에 걸쳐 ‘역사적인 보고’를 통해 각 분야에 걸친 평가와 방향제시를 했지만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임을 분명히 했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을 현시기 경제부문앞에 나서는 당면과업”으로 제시했다.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지도와 전략적관리”를 위해 “내각책임제‧내각중심제를 강화”할 것과 “국가상업체계‧사회주의상업을 시급히 복원”할 것,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방향” 등이 주요한 내용이다. 또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현상”을 쓸어버리고 “전사회적으로 도덕기강을 강하게”세우는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신념”이라고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반인 2012년 태양절(4.15) 100주년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조성렬 자문위원은 “재작년부터 지난해 하노이까지 ‘탑 다운’ 방식으로 끌어온 상황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을 전원회의 형식을 통해서 결의를 다지는 형태”라며 “일방적 신년사가 아니라 전원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의 지지를 토대로 인민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민간 전문가는 “국제적 대북제재에 중국까지 동참하고 있어 북한 내부 사정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결국 자력갱생이 북한경제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따라 시간은 누구편이었는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렬 자문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이 불명확한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도 놓여 있어 당분간 교착상태가 예상된다”며 “미국 대선 이전까지는 ‘현상동결 합의’(stand still agreement)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동엽 교수는 “2020년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제시한 경제발전 등 내부적인 고민을 해소하고 조선로동당창건 75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해 2021년 어느 봄날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한다면 미국 대선이 끝나고 2021년 전반기 새 정부의 진용이 갖추어진 이후 북미협상의 2라운드 시작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문제는 영변과 동창리가 살아 있는 북한의 핵 몸값은 지금과 다를 것이란 점”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은 ‘본의 아니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력부강의 길을 걸어야 하고, 이와 병행해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는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병진노선으로 복귀라는 평가가 나올법한 상황이다.

다만, 이전에 비해 미국의 무성의한 ‘노딜(no deal)’ 협상태도로 인해 핵무기보유국 지위 강화의 명분을 얻었고, 그간 더욱 강화된 국가핵무력을 구축을 통해 ‘몸값’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2018년 ‘53년 정전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남북, 북미관계가 진전되다가 2019년 ‘하노이 노딜’이후 정체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2020년 북한의 ‘정면돌파전’으로 인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중앙과 지방의 핵심 간부들을 평양에 모아놓고 무려 4일간 북한의 안보 및 생존전략에 대해 설명했다”며 “만약 한국의 외교․안보․대북 라인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면 너무 늦기 전에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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