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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매체,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면면..극단적 대결관계 우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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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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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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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사진 출처-다음 인물정보]
왼쪽부터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사진 출처-다음 인물정보]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의 면면을 보아 남북관계가 극단적 대결상태에 빠져들었던 이명박 정권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30일 '떡부스레기 모아 빚은 것 역시 떡'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교안보분과 간사와 위원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등을 일컬어 "이명박 집권시기 역도의 하수인 노릇을 구접스럽게 해 온 극악한 대결광들, 사대매국노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사이트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에서 반북 대결정책인 '비핵, 개방, 3000' 작성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미국산 첨단 군사장비 도입 △굳건한 한미동맹에 의한 대북압박을 강조해온 대미추종, 친미사대주의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이같은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머지않아 생겨나게 될 윤석열 정권은 곧 제2의 이명박 정권이 될 것임은 더 논할 여지가 없다"는 것.

사이트는 이명박 정권 시절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주장 △북 급변사태 대비 △북한인권법 강조 △중단되었던 반북심리전 전면 개시 △탈북 귀순공작 강화 △선제타격론과 전쟁불사론 제기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더욱 빈번해졌다고 하면서, 이 시기 "조선(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시도 때도 없이 조성되곤 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웹사이트 [메아리]도 이날 '무지의 산물-대북정책 구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이명박·박근혜의 대북·대미·대일정책의 판막이, 모사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이트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북남대화를 철저히 '북 비핵화'의 수단으로 삼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북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미 일 상전들과 함께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핵신고와 핵시설사찰과 같은 실질적인 비핵화조치가 이루어질 때 북남협력교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본질과 내용, 형식에 있어서 이명박의 '비핵, 개방, 3 000'이나 박근혜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조금도 차이가 없는 것들"이라고 깎아내렸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이명박근혜화 조금도 짝지지 않는 대결광신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푼수없이 헤덤비는 저능아'라고 평하고는 "이명박근혜가 걸어간 파멸의 길로 질주하는 무지한 윤석열이 이 땅의 평화를 파괴하는 참혹한 재앙만을 불러오는 화근덩어리라는 것은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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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안전하지 않았다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④ 청소노동자 산재 대리한 김민호 노무사 인터뷰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미지의 영역이다.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에서 약 7년간 근무한 김은주(가명)씨의 역학조사 보고서에서는 청소 노동자의 일상적인 근무 방식조차 비공개 처리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협력해서 활동하는 김민호 노무사는 반도체 직업병 인정 활동에 참여해왔다. 유방암이 발병한 삼성 반도체 공장 청소노동자의 산재 신청에도 함께했다. 그중 생산시설인 클린룸에 근무했던 김 씨의 역학조사에서는 현장 조사에 함께 들어가기도 했다.

먼지 하나 없다고 알려진 반도체 공장 청소 노동자들은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까.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며 산재를 승인받지 못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정말로 안전한 것일까. <프레시안>은 2월28일 천안에 위치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서 김민호 노무사를 만나 물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반도체 노동자의 ‘반도체 직업병’ 

프레시안 : 엔지니어, 오퍼레이터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근무자들의 직업성 질병 위험은 반올림의 활동으로 많이 알려졌고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황 비교를 위해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는 어떤 일을 하나? 

김민호 : 보통 공장에서 생산라인에 쭉 서서 작업하는 사람을 생산직이라고 부르고, 설비가 고장 나면 고치러 오는 사람을 정비공이라고 표현한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를 각각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로 부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엔지니어는 장비를 수리하는 설비 엔지니어, 특정 공정의 생산 전반을 담당하는 공정 엔지니어로 구분된다. 오퍼레이터는 설비에 붙어서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과 일부 검사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레시안 : 하는 일이 다르면 일하면서 겪는 위험도 다를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김민호 : 반도체‧디스플레이 노동자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보면, 오퍼레이터는 '저농도 유해물질'에 꾸준히 노출된다. 설비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늘 설비 앞에 붙어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설비가 거대화되면서 오퍼레이터가 설비 안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런데 전리방사선의 위험성은 노출 거리가 가까울수록 높다. 설비 안에서 작업하면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엔지니어는 단시간에 ‘고농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엔지니어는 생산 라인에 처음 설비를 들여오는 과정인 '셋업(set up)' 때 많이 근무한다. 셋업 이후에 부분적으로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도 한다. 보통 자동차 공장도 신차가 나오면 한동안 공정 문제로 리콜 들어오고 안정화 단계를 거친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장도 설비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는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의 유해물질 노출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신 엔지니어들은 공정에 상주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 들어온다. 상주하는 사무실이 따로 있다. 삼성이 엔지니어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라고 할 때 ‘엔지니어는 사무실에 있어서 유해물질에 노출이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농도 단시간 노출 위험성을 희석하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산재 신청을 대리한 김민호 노무사를 만났다. 김민호 노무사는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용락)

청소노동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복합노출되는 화학물질량은 압도적 

프레시안 : 반도체 공장 청소 노동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나?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에 비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김민호 :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에 비해 결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느꼈다. 

반도체 공장 청소노동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생산 라인이 있는 '클린룸(cleanroom)'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작업자들이 방진복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스막룸(somckroom)'에 근무하는 노동자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는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보다 훨씬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클린룸은 상부에 있는 펩(fap)층과 하부에 있는 알피(RP, return plenum)층 두 개로 나뉜다. 한 층이 축구장보다 넓다. 오퍼레이터는 주로 생산설비가 있는 펩층에서 근무한다. 알피층에는 가스관, 배기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주로 엔지니어들이 출입한다. 청소노동자는 이 두 곳을 다 간다. 쉽게 말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모든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복합 노출도 일어날 수 있다.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부에 있는 알피층에는 상부에 있는 팹층에서 내려온 오폐수와 오염된 공기를 빼내는 배관이 어지럽게 있다고 한다. 거기서 액체 같은 것이 누출될 때를 대비해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고 다닌다. 회사는 액체가 떨어져 있으면 그냥 닦지 말고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보라고 지시한다. 그 결과를 곳곳에 설치된 전화기로 상부에 보고하기도 한다. 청소노동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걸 회사도 아는 거다. 

팹층 아래 있는 알피층 천장에서 색깔 있는 가루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알피층 바닥을 걸레로 닦으면, 다양한 색이 묻어나온다고 한다. 역학조사 때 직접 들어가 보니, 팹층 바닥에 빨대 같은 구멍이 뚫려있다. 거기로 떨어지는 거다. 

또, 팹층에서는 설비 주변도 걸레질한다. 엔지니어들이 유지보수 작업을 끝낸 뒤에 설비 주변을 청소하는 경우도 있다. 엔지니어들이 일차적으로 작업 뒷정리를 하지만 남은 찌꺼기가 있기 마련이다. 엔지니어들이 뒷정리를 한다고 해도 청소노동자 눈에는 다 보인다. 

프레시안 : 스막룸은 어떤가? 생산 설비가 없는 스막룸도 위험한가? 

김민호 : 스막룸에서도 클린룸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클린룸 공기가 스막룸까지 순환하기 때문에 생산 설비가 없는 스막룸에서도 클린룸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검출되는 것이다. 

또, 스막룸 청소노동자들은 클린룸으로 들어가는 클린룸 근무자들이 입었던 방진복 같은 보호장구를 정리한다. 하루에 수백 벌이 넘는다. 여기에도 화학물질이 묻어있을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겉 장갑, 방진화, 방진복에 묻어 있는 화학물질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스막룸 바닥에 묻은 물질도 다 닦아야 한다. 

그리고 스막룸 청소노동자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다. 야간근무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다. 이런 요인들이 스막룸 청소노동자의 질병에 영향을 줬다고 추측하고 있다. 

역학조사의 한계..."추정의 원칙 확대해서 산재 인정 신속성과 공정성 담보해야" 

프레시안 :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신청한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 5명 중 1명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했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청소노동자 중 1명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포함해 역학조사까지 진행한 뒤 불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역학조사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민호 :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듣는 식의 역학조사였다. 과거에도 그랬다. 산재심사나 역학조사를 하면, 회사는 자신들이 쓰는 물질에 대해 굉장히 제한적인 자료만 공개한다. 

클린룸 청소노동자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보면, 삼성 측과 청소노동자가 속해있는 하청업체가 작성한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른 근무자 유해물질 노출 농도가 나온다. 청소노동자가 가는 곳 중 일부에서 유해물질 노출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닌다. 짧은 순간 고농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순간도 있을 거다. 이런 위험은 일부 공간을 노출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작업환경측정결과에 작업장에서 쓰는 모든 유해물질이 포함됐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역학조사관이 과거에 사용한 화학물질 구매 리스트를 요청해서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 물론 자료를 요청했는데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료가 부족하면, 역학조사 보고서에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산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쓰기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도 안 한다. 

▲김민호 노무사는 "업무상 질병, 특히 첨단산업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는 현대과학으로 완벽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뉴스룸

프레시안 : 현장조사에도 동행한 것으로 안다. 현장조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직접 가서 본 청소노동자 근무 환경은 어땠나? 

김민호 : 첫 번째 현장조사에서는 대리인을 아예 못 들어가게 했다. 청소노동자 당사자만 혼자 들어가서 보고 싶은 곳도 다 못 보고 나왔다. 항의해서 다음 현장조사에서 같이 들어갔다. 

가서 보니 설비와 설비 사이 틈에 가루가 많이 보였다. 색깔 있는 가루도 있었다. 조사관에게 이걸 가져가서 조사해달라고 했다. 삼성 측에서 가져가면 안 된다면서 나중에 보내준다고 했다. 결국 삼성이 보낸 가루로 성분을 분석해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사가 보낸 가루가 그때 그 가루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점에서 역학조사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해당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를 주요근거로 삼아 신청인의 질병은 산재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조사 자체의 부실성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역학조사에 기초해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김민호 : 업무상 질병, 특히 첨단산업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는 현대과학으로 완벽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역학조사 보고서는 매우 드물다. 

개인별 차이도 있다. 어떤 사람은 유해물질 내성이 강한데 어떤 사람은 약하다. 이런 차이를 과학적으로 따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평균인을 가정해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따지는 건 불합리하다는 법원 판례는 1990년대부터 나왔다.

특히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2017년 대법원이 ‘사용되는 유해물질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으니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을 더 적극적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도 2018년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 지침에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산재 심사 시 유해물질의 노출 기준 초과 여부는 필수적으로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유해물질이 발암 요인으로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역학조사는 자문 성격의 자료지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가 아니다. 

그런데도 질병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 판정위원들은 역학조사 결과에 크게 휘둘린다. 질판위 구성 자체가 그렇다. 상당수가 질병의 원인보다는 치료에 관심이 많은 임상의다. 작업장 유해 인자를 연구하는 직업환경의는 보통 1명밖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사로서 과학적 신념에 따른 것이겠지만, 임상의들은 보통 엄격하고 공인된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산재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역학조사가 산재 인정의 걸림돌이 돼버린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산재를 인정받은 청소노동자도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민호 : ‘대진운’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상 질병을 많이 연구하고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판정위원이 들어오면 산재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스템이나 매뉴얼 상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라 운이 많이 작용하는 구조다.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 제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판정을 운에 맡기면 안 된다.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

▲ 김민호 노무사는 '추정의 원칙'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 제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판정을 운에 맡기면 안 된다"라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올림

"한 명 한 명의 산재 신청이 소중한 시점... 잊혀진 과거의 작업 환경 같이 떠올려달라"

프레시안 :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의 산재 인정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김민호 : '추정의 원칙'을 확대해야 한다. 추정의 원칙은 통계 등으로 질병과 업무 간 관련성이 인정되면, 따로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산재를 인정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석면에 노출되었거나 탄광에서 일하고 폐병에 걸렸다면 역학조사 없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수십 년 동안 통계와 판결이 축적돼서 가능한 일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도 마찬가지다. 청소노동자들이 몇 년 이상 일했을 때 특정 질병에 걸린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지 통계를 제대로 만들고 이걸 바탕으로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프레시안 : 산재 제도 전반에 대해 더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뭘 꼽겠나? 

김민호 : 산재 보상과 보험료 징수를 분리해야 한다. 지금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보상기관이자 보험료 징수기관이다. 산재 보상이 늘면 그만큼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산재 보험료를 더 걷으려면 기업이 반발한다. 산재 보상과 보험료 징수를 한 기관이 하면, 기업의 반발이 무서워 보상을 망설이기 쉽다. 

또, 산재 보상과 산재 예방은 같이 가야 효과가 큰데 이건 분리돼있다. 보상기관은 근로복지공단인데 예방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다. 산재 보상 판정을 받은 사업장에는 재발방지 차원의 산업안전행정이 같은 기관에서 들어가야 효과적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보상기능과 예방기능은 한 기관에 둬야 한다. 

산재 입증 책임 전환도 필요하다. 지금은 노동자가 전적으로 산재 입증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가 입증을 위한 자료를 구하고 싶어도 사용자가 기밀이라고 해버리면 구할 수 없다. 노동자가 입증책임을 과하게 부담하고 있는 거다.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산재로 추정하고 아니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입증하게 해야 한다. 당장 입증책임을 완전히 전환할 수는 없다면 완화라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끝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병에 걸렸지만 산재 신청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민호 : 꼭 산재 신청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곳은 대부분 지방인데, 지방에서는 지인이나 작업반장 소개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터가 사적인 인간관계로도 얽혀있다 보니 산재 신청이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본인이 병에 걸렸다면 용기를 내서 산재를 신청하고, 동료가 병에 걸렸다면 적극적으로 근무환경에 대한 진술에 나서주면 좋겠다. 질병에는 잠복기가 있어서 발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과거 근무환경을 혼자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동료랑 같이 수다 떨듯 이야기하다 보면, 과거 일을 떠올리기가 더 쉬워진다. 과거 근무환경을 구체적으로 많이 알게 되면, 산재 신청에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반도체 전자 산업의 위해성 연구가 더 필요하고 특히 청소노동자의 경우에는 사례와 자료가 거의 없다. 한 분 한 분의 산재 신청이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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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벽 부딪힌 윤…수사지휘권 “훈령 개정”으로 편법 우회?

등록 :2022-03-31 04:59수정 :2022-03-31 07:05

법 개정 녹록잖은 윤 정부 국정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인수위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여성가족부 폐지,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지만,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법률 개정이 아닌 훈령 개정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약 실현을 위한 절충안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청법 8조 개정 사안이지만
민주 “민주적 통제 필요” 반대
인수위, 훈령 개정 무력화 의지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다. 30일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뜻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법을 개정 안 해도 본인이 앞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훈령 개정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청법(8조)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면 검찰청법 8조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선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 국민의힘이 110석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인수위에서 짜낸 대안이 바로 법무부 훈령 개정이다. 훈령은 부서 하급관청의 활동에만 구속력이 있고 대외적으로 법규의 성질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상위법과 충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지휘권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어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요건을 둘 수 있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라고 할 순 없고, 실질적으로 행사가 어렵게 형해화할 수 있지만, 훈령으로 제한이 가능한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에서는 법무부에 검찰 예산편성 권한이 있지만 이를 대통령령인 직제규정 변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도양단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석이 갈리는 만큼 두 사안 모두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3법, 보완책 펴겠단 구상
여가부 폐지, 절충점 찾을 수도
 
인수위가 밝힌 임대차 3법 폐지·축소 계획 역시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하면 폐지나 대폭적인 손질은 불가능하다. 임대차 3법은 △2년 임차 계약 뒤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계약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 등을 담고 있으며 2020년 8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전날 “민주당을 설득해 (임대차 3법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여소야대라는 현실의 벽을 고려한 발언이다. 인수위는 당장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 활성화,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를 하고 계약 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임대료 상승폭을 낮출 경우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여가부 폐지’ 역시 윤 당선자가 거듭 공언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성계 등의 반발도 강력하다. 이날 한국여성학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새 정부 성평등 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근거도 논리도 취약한 전략적으로 실패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인수위 내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여가부의 기능을 관련 부처들로 분산할 것인가, 혹은 여성·아동·노동 분야를 포함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포괄하는 종합 부처를 신설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인수위원들이 모여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여성 정책 기능이 유지되면서 조직을 확대 개편하면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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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총리 후보군에 "구시대적 인물, 올드보이 귀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31 08:47
  • 수정일
    2022/03/31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3.31 07:49
  •  
  •  수정 2022.03.31 07:5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1면에 새 정부 총리 한덕수 유력
인수위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 표명” 발언에 한겨레 “사퇴 압박”
5000만원 은행 예금자보호한도 21년 만에 올리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인수위원장 임무가 끝나면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거취를 밝히자, 언론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국무총리 후보군이라고 했다. 31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전했는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아침신문 1면.
▲31일자 아침신문 1면.

 

조선일보, 1면에 새 정부 총리 한덕수 유력
한국일보 “국무총리 후보 너무 구시대 인물로 제한”

조선일보는 거론되는 몇 명의 국무총리 후보 중 한덕수(73)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한덕수 전 총리는 전라북도 전주 출신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지냈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주미대사를 지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유력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때 주미대사를 지낸 한 총리가 ‘경제’와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국정 통합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조선일보 1면.
▲3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어 “한 전 총리는 본지 통화에서 ‘아직 (총리 인선의) 최종 프로세스가 끝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봉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며 “윤 당선인은 이르면 1일이나 이번 주말 총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후보로 거론된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은 본인이 고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 측에선 한 전 총리와 동시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총리 후보로 검토했었다”며 “전남 보성 출신이어서 협치를 고려할 때 총리 후보감으로 꼽혔으나 본인이 고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조선일보 4면.
▲31일자 조선일보 4면.

윤 당선인에게 첫 총리 후보 풀을 넓혀 찾아보라고 주문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거론되는 후보 면면은 아쉬움이 크다. 당선인 측은 국민통합과 경제전문가에 방점을 두고 총리 후보를 물색하고 있으나 너무 구시대 인물로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후보 풀을 보다 넓혀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적임자를 찾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압축된 총리 후보자로는 한덕수 전 총리,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내각 일원으로 일했거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이유만으로 ‘통합 총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민주당이 이들을 통합형 후보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일컬을 만큼 미래지향적이거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국일보 사설.
▲31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는 풍부한 통상 행정 경험이 인정되고 박 위원장은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10~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며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을 줄 아는 인물, 소통에 적극적인 인물이 국민통합과 정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총리 후보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인수위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 표명” 발언에 한겨레 “사퇴 압박”

이용호(국민의힘 의원)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부과 간사는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공수처와의 간담회 직후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공수처에)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국민 여론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사실상 김 처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인수위가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31일자 한겨레 1면.
▲31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수처와의 간담회 뒤 브리핑을 열어 ‘간담회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미흡했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의원은 ‘인수위 차원에서 공수처 폐지를 논의하는가’라는 물음에는 ‘공수처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 독립기관’이라며 ‘폐지는 국회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인수위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지적하면서 임기가 2024년 1월까지인 김 처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입을 빌려 “수사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취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인수위 월권이고 정치적 압력 행사”라고 했다.

▲31일자 한겨레 사설.
▲31일자 한겨레 사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말이 좋아서 ‘요구’이지,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며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물론 공수처가 그동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차례 수사력 부족을 드러냈고, 통신자료 조회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공수처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욱이 공수처는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업무보고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을 정도로 독립성을 중시하는 기관이다. 인수위가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업무보고’가 아닌 ‘간담회’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인수위의 공수처장 사퇴 압박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5000만원 은행 예금자보호한도 21년 만에 올리나

예금자 보호 한도는 금융 기관이 고객이 맡긴 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을 때 예금 보험 공사가 금융 기관을 대신해 예금자에게 돌려주는 최고 한도액을 말한다. 현재는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액수가 21년 전에 정해진 것이다. 한국의 GDP는 계속 오르고, 5000만원의 가치가 예전과는 다른데도 불구, 최고 한도액 보상에 오랫동안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31일자 동아일보 경제면.
▲31일자 동아일보 경제면.

동아일보는 경제면 기사에서 “21년째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정 한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다음 달 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 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충전금을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며 “금융위는 이 결과를 취합해 내년 8월까지 구체적인 예금보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000만원 보상 한도는 21년 전 정해졌다. 동아일보는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 제도에 따라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최대 금액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금융회사별로 1인당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1만1563달러에서 2020년 3만1637달러로 급증했지만 한도는 21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25만 달러) 일본(1000만 엔) 독일(10만 유로)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한도는 절반에서 6분의1 수준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호한도를 일제히 올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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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보호사 상호 감염에 아비규환”…요양시설 ‘돌봄 붕괴’

등록 :2022-03-30 04:59수정 :2022-03-30 07:20

 
 
 
“일손 없어 증상 있어도 출근”
돌보던 어르신 결국 6명 확진
“목욕은커녕 겨우 식사배급만”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코로나19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일할 사람 없다’며 나오라고 합니다. 출근 거부하면 해고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요양보호사 확진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은 아비규환 그 자체입니다.”

 

인천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김아무개(54)씨는 “요즘 요양시설 어르신들은 언제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르신 상당수가 기저질환이 있다 보니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겠지’라며 방치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엔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했지만, 이젠 오미크론에 노출된 채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는 셈”이라고도 말했다.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 11~17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사망자 1835명 가운데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사망한 확진자는 647명(35.3%)에 이른다.

 

“가래 묻은 마스크도 갈아주지 못해”

가장 큰 문제는 요양병원 안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상호감염이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 대구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정아무개(54)씨는 지난달 확진자와 접촉 뒤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음성이었지만 열이 있어 ‘하루 쉬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양원은 ‘일손이 부족하니 출근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출근해 어르신들을 돌봤고, 퇴근한 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그날 정씨가 돌본 어르신 6명이 확진됐다.한달가량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오르내리며 돌봄 인력 부족은 현실이 됐고, 이는 환자관리 소홀로 이어진다.

 

대전 한 요양병원에 장모를 모셨다는 인아무개(46)씨는 “장모가 확진자가 많이 나온 시기 욕창이 생겨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요양보호사 김아무개(61)씨는 “감염 우려로 목욕은 엄두도 못낸다. 제때 제대로 식사를 하시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데 다들 지치니 식사만 배급하고 그냥 치우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요양보호사 이아무개(64)씨는 “1명이 17~30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이제 밤 10시까지 일한다”며 “현장에선 너무 힘들어 ‘차라리 코로나 걸리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인천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아무개(49)씨는 “어르신 마스크에 가래가 묻는 등 더러워져도 갈아주지 못한다. 

 

방역복도 그때그때 갈아입어야 하지만 갈아입기 불편해 아예 입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보건소 등에서 점검하지도 않는다. 요양시설에 얘기해도 정부에선 ‘나중에 소급해줄 테니 먼저 사서 쓰라’며 방역물품 구매비를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며 “그러니 어느 요양시설에서 사비를 들여 방역물품을 사겠냐”고 덧붙였다.김미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보호사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부에서 방역물품 지급, 소독 등을 해줬는데 최근에는 시설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최현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시립요양원 분회장은 “요양병원 구조가 독립된 격리공간이 없고, 확진자만 전담하는 인력운용도 불가능하다”며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해도 사실상 어렵다. 119에 실려 간 어르신이 병원이 없어 몇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시스템 붕괴 직전”

현장에서는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코로나19가 발생한 뒤 2년 동안 확진자가 없었다는 대구 남구 대구요양병원에서는 지난달 18일 의료진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발생 초기엔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당국과 협의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누적 확진자가 76명에 이른 현재는 병원이 직접 확진자를 관리한다. 김현수 원장은 “확진자가 몇명 되지 않을 때는 전담병원으로 보내 다른 환자를 보호했지만, 지금은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전담병원 이송이 무의미할 정도로 병원 내 확진자가 많아졌고, 전담병원에 다녀온 환자 상태가 오히려 안좋은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자체 관리한다”고 말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현재 간호인력은 평소보다 2∼3배씩 더 근무한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매뉴얼도 만들기 어렵다”며 “지금 요양병원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근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감염 양상에 대해 “요양보호사 등이 감염됐는데 대체인력이 없거나, 발생한 환자를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병상이 포화해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남기 시작하면 일이 커진다. 이제는 집단으로 몰아넣기보다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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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26일, 한미연합합군사연습 영구중단 촉구 '자주평화대회' 열려

 

 

  • 기자명 이기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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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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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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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다음달 중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전쟁연습 중단! 한미동맹 해체! 미군철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미당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15일까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일부터 28일까지는 본훈련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올해 첫 전국집중 반미공동투쟁으로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연설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연설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선기간 ‘선제타격’을 강조한 윤석열 당선자를 규탄했다. 양 위원장은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이, 윤석열이 우리에겐 가당치도 않은 ‘선제타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보로 먹고사는 그들의 생존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 문제에 가장 주요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역대 합참 의장들이었다”며 “집무실 이전으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로 의견이 갈리며 오로지 안보, 오로지 전쟁, 오로지 한미동맹이 얼마나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가 저들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군사훈련은 전쟁을 목적으로 한다. 이곳 한반도에서, 화약고로 불리는 동북아에서 한 발의 총성은 걷잡을 수 없는 민중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을 막아내는 것은 이 땅 민중들의 생존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부정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한미일동맹이 왠말이냐!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이 ‘전쟁연습 중단하라’, ‘자주없이 평화없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이 ‘전쟁연습 중단하라’, ‘자주없이 평화없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먼저 한일관계를 놓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CPTPP는 일본과 호주·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CPTPP 회원국 간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1%로 전면개방 수준이다.

하 의장은 “CPTPP가 체결되면 맨 먼저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이 수입되어 들어올 것”이라며 “국민들의 건강권을 모조리 무너뜨리는 CPTPP 체결을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하 의장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대해서도 강하게 규탄했다. “윤석열은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도 군대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한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따져 묻고 “한미일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끝없는 전쟁위기에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땅은 미국의 전쟁 전초기지가 아니다!

▲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주한미군은 분단과 전쟁을 위한 군대”라며 주한미군의 실체를 꼬집었다. 김재하 대표는 4월 4일부터 전국의 미군기지 앞에서 투쟁하는 ‘2022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단장이다.

그는 “주한미군은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해 이튿날 광화문 중앙청에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올렸다. 주한미군 2사단장은 유엔사령관의 모자를 쓰고 한미연합군 사령관으로서 우리 국군을 지휘하고 있다”면서 “이 나라 군 통수권자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주한미군 사령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군대이다. 분단과 전쟁을 위한 군대이다. 주한미군의 총은 우리 민족을 향해 있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들어온 77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는 미군의 속성”이라며 주한미군의 본질을 짚고 “대한민국은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이 아닌 주권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제국주의 군대는 저절로 물러나지 않는다. 미군은 그 나라의 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애국적 민중들이 들고일어나 쫓아낼 때 쫓겨날 뿐이다. 모두가 미군은 나가라를 외치며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끝으로 “우리 민족 구성원들에게 총부리를 향하고 있는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4월 4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해, 부산, 성주, 군산, 평택, 용산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을 펼친다”고 알리고 “이번 대행진은 미국반대 투쟁을 모아내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안아오는 행진이 될 것”이라며 “저절로 물러나지 않는 미군을 우리 민중들이 쫓아내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문을 열어나가자!

▲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시대는 반미로 나아가고 역사는 반미로 승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시대는 반미로 나아가고 역사는 반미로 승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반미자주가 시대정신’임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장은 “사람은 누구나 자주적으로 살길 원한다. 국제관계 속에서도 각 나라는 주권 평등의 가치를 생명선으로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틀어쥐고 한국군을 통제하며 북을 겨냥한 한미군사연습을 시도 때도 없이 벌이며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신자유주의가 비정규직을 만들고 구조조정을 낳았으며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그 신자유주의 우두머리도 미국”이라고 지적하면서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일극 패권은 추락하고 있다. 전 세계는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일국패권, 종속의 시대가 저물고 반미자주의 기치가 시대정신으로, 국제적인 추세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제 한국도 정치·군사·경제 전 영역에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야 한다. 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미군기지 곳곳, 도시 곳곳에서 반미 물결이 넘쳐나도록 만들고, 올해에 반미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전국민중행동으로 단결해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 대진연 학생들로 구성된 세상과 함께 추는 춤 ‘흥’의 율동공연 [사진 - 전국민중행동]
▲ 대진연 학생들로 구성된 세상과 함께 추는 춤 ‘흥’의 율동공연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노래공연으로 참가자들의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노래공연으로 참가자들의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마지막 순서인 결의문 낭독은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가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선제타격, 전면전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을 위해 전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나갈 것 △미국의 전쟁무기, 전쟁기지, 전쟁연습, 전쟁군대를 반드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반미평화 공동투쟁을 성사할 것 △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남북합의 이행과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낼 것’을 결의했다.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왼쪽부터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왼쪽부터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미군사연습 중단하라’, ‘전쟁연습 반대한다’ 등의 손 깃발을 들고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미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와 박소연 부산 남구여성회 지부장이 결의 연설을 했다. 경남의 진해와 부산에는 주한미군의 세균실험실이 있다.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전쟁연습 중단’ 피켓을 들고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결의문]

오늘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 패권전략에 실패한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패권유지를 위해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그야말로 발악적으로 대결을 부추기고 신냉전체제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더 이상 한반도의 안보와 위기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2018년 남북, 북미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적어도 한반도는 동북아의 대결과 신냉전을 막을 수 있는 평화의 지렛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끝끝내 북에 대한 적대행위를 포기하지 않았고 북미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렸다. 6.12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따라, 대미신뢰 회복을 위한 북의 파격적이고 선제적인 행동조치에 대해서 미국은 일관되게 무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를 비롯해 전략적 전쟁무기배치, 선제타격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등을 강화해왔다.

뿐인가. 4.27 9.19 남북합의 조차도 걸음걸음 막아 나섰으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서슴치 않았다. 오히려 주한미군주둔비 강탈, 전략무기 강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 군사훈련까지도 이 땅과 바다에서 거침없이 강행해왔다.

남북, 북미합의가 사문화되고 남북.북미 관계가 살얼판을 걷는 가운데서도, 기회는 또 있었다. 지난해 7월27일 남북연락선이 복원되었을 때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했다면 우리는 평화를 위한 절대절명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모든 기회들이 미국의 강압과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철저히 파괴되고 말았다.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평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 자주없이 평화는 결코 없다.

2022년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봄이 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에 따른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더 많은 나라를 적으로 규정하고 더욱 공격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분단수구세력들은 ‘선제타격’을 비롯해 너무나 무책임한 전쟁선동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이에 북도 핵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해제를 선언하고 4년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강대강 대결전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남북관계 파탄을 넘어서 중.러 등 주변국까지 군사적 행동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반드시 영구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기필코 이 전쟁연습을 막아낼 것이다.

하나. 우리 국민 그 누구도 이 땅에서의 대결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선제타격, 전면전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을 위해 전조직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을 결의한다.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하나.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국의 전쟁무기, 전쟁기지, 전쟁연습, 전쟁군대를 반드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우리는 대중적인 반미투쟁을 확대 강화하고 각계각층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반미평화 공동투쟁을 성사할 것을 결의한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하나. 우리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남북합의 이행과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낼 것이다. 또한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반드시 저지하고 남북해외 전민족대단결 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전민족대단결로 한미일 군사동맹 저지하자!

2022년 3월26일

자주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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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강제동원'·'종군위안부' 표현 삭제…정부 "강력 항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강화, 새 정부 한일 관계 먹구름 되나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 '연행'을 다른 단어로 수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에 열린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할 23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과한 교과서 중 일본사탐구 7종과 세계사탐구 교과서 7종 등 역사 분야 교과서 14종에서 검정 신청본에 있었던 '강제 연행' 표현이 검정 과정에서 '동원'이나 '징용' 등으로 수정됐다.

짓쿄출판의 일본사탐구의 경우 신청본에는 "조선인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 형식으로 시작돼 1942년부터는 관의 알선에 의한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1944년 국민 징용령이 개정 공포되면서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 연행의 실시가 확대돼 그 숫자는 약 80만 명에 달했다"고 기술했으나 검정 이후 '연행'이 모두 '동원'으로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초한 기술이 아니라는 사유로 수정된 것인데, 지난해 4월 27일 스가 요시히데 당시 내각에서 국무회의격인 각의를 통해 '강제 연행' 또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징용'이나 '위안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채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위안부 사안의 경우 위의 교과서 14종 중 일본사탐구 6종과 세계사탐구 2종이 위안부를 기술했는데, 짓쿄출판을 제외한 나머지 교과서에는 일본군 관여와 강제적 동원 중에 한 가지만 서술하거나 둘 다 서술하지 않았으며 이 외에 나머지 6종에는 아예 위안부를 다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교과서들의 영유권 주장 기술이 더욱 강화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교과서에 넣으라고 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검정을 통과한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기술했으며 이 중 8종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고 3종에는 한국이 자국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 지난 2021년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한 일본 사회과 교과서들 ⓒ연합뉴스

일본의 이같은 행태에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유감 표명 및 시정을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과거사 관련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허황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미래를 짊어져나갈 세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 만큼, 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청소년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성명과 함께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의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이 교과서 검정을 통해 과거사와 독도 문제에 있어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 당선인의 구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일본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전 강제 노역이 실시됐던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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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천의 일과 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역설적 의의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되었지만 무려 14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아직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스페인에 갔을 때 만난 투어가이드가 ‘한국의 유명한 대기업 건설회사 임원들에게 성당 가이드를 해준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우리 회사에 맡겨주면 몇 달 안에 깔끔하게 완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해서 설명을 듣던 일행이 다 같이 웃은 적이 있다. 물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가우디의 갑작스러운 사망, 스페인 내전 발발, 경이로울 정도의 꼼꼼한 작업과정, 여전히 건축 중이라는 요소 자체를 관광 세일즈에 이용하는 측면 등 매우 복합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건설회사가 맡으면 몇 달 안에 완공할 수 있다는 말은 빨리빨리 정신으로 중무장한 한국적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그야말로 웃픈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7월 9일 금요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디자인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빨리빨리 정신이 초래한 폐해의 예로 올해 1월 건설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사결과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여러 위법행위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본질적인 사고 원인은 무리한 공기 단축에 있다는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일해야 한다는 압박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140년이 지나도 완공되지 못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한국 건설회사 임원이 ‘몇 달 안에 완공할 수 있다’고 했다는
웃픈 농담과 산재의 현실


산재 사망과 관련하여 최근 몇 달간 법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는 단연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1개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원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법인이나 기관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10만원 이상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1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사업주와 법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제공 : 국토교통부

이 법의 제정이유에도 명시되어 있는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재 사망으로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고 무사히 퇴근하기를 바라야 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 남짓 지났는데 법 시행이후 한 달 동안에도 42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명이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산재사망사고 뿐 아니라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과로사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산재 통계에 따르면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82명이고,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180명에 이른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에서는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 등이 발생해 종사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때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 내용과 방식에 내재한 유해 위험 요인이 원인이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과로사가 직업성 질병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업무의 유해 위험 요인으로 인해 산업재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근로자의 작업이나 업무 방식에 있어 뇌심혈관계 질환의 원인 등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등 요인이 있다면 중대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과로사가 장시간노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노동자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산재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당해 노동자의 실근로시간은 중요한 판단요소 중 하나가 된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처벌이 우려되고 그로 인해 기업이 위축되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고, 최근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남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3월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현장 우려와 지침·해석·매뉴얼·하위법령 개정을 논의한 바로 다음날인 3월 25일에 하루에 4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또한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자시절부터 주간 근로시간이 원칙적으로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비판하면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을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지난 3월 24일에는 대기업 자회사에서 6일 동안 72시간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시간 단축 없는 유연화는 그저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일뿐이다.

유명 로펌, 노무법인, 기업마다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 강의
산재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나
어쩌면 이것이 법의 의의가 아닐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16.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하여 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유명 로펌과 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했다는 소식과 하루가 멀다 하고 로펌, 노무법인, 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각종 컨설팅, 강의 등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노동법을 전공하기 시작한 이후로 산재 문제에 대해 온 나라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집중하며 산재에 대비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바로 이점에서 이 법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전에 비해 산재사망이 일어난 사업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이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안심하며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5월 10일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 역시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일터가 아닌 안도하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시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맺고자 한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 현장 옆에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 곳곳에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중, 노동자 복지를 위해 신경 쓴 흔적과 노력들이 발견된다. 가우디 건축의 위대함 속에는 인간 존중 정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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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0순위' 안철수 인수위원장 거취에 대한 결단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3/30 08:25
  • 수정일
    2022/03/30 08: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조준혁 기자 
  •  
  •  입력 2022.03.30 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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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안철수 거취 표명에 주목한 아침신문들
‘임대차 3법’ 운명, ‘윤석열 정부’서 달라질까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

‘윤석열 인수위’가 정부 조각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일 아침신문들은 이 과정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예정인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입에 주목했다. 아울러 인수위가 주목하고 있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개정에 대한 내용,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단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노컷뉴스

안철수 거취 표명에 주목한 아침신문들

인수위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에 안 위원장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인사들이 총리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들이 나오면서 이날 아침신문들은 안 위원장이 곧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일보는 1면에 ‘安, 총리 안 맡고 인수위 집중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담았다. 국민일보는 “안 위원장은 총리보다는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5년 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안 위원장이 당내 기반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 당선 직후 초대 국무총리 ‘0순위’로 거론돼왔다. 최근 초대 총리가 ‘경제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안 위원장의 결단에 이목이 쏠렸다”고 전했다.

▲30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30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동아일보는 1면에 ‘한덕수-김한길 등 3명, 총리 후보 압축…安 “총리 안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동아일보는 “윤 당선인은 이르면 이번 주말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 인선의 ‘막판 변수’로 꼽혔던 안 위원장이 이날 윤 당선인에게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30일 오전 10시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면에 ‘안철수 “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안 위원장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새 정부 첫 국무총리는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안 위원장은 이런 입장을 30일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4월 초쯤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당선인은 경제 전문가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한덕수 전 총리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한 경향신문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경향신문 갈무리
▲임대차 3법에 대한 경향신문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경향신문 갈무리

‘임대차 3법’ 운명, ‘윤석열 정부’서 달라질까

더불어민주당이 인수위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펼치고 나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에 이어 또 다른 이슈가 정치권에서 떠올랐다.

경향신문은 ‘인수위 “개정 설득” 민주당 “NO”…‘임대차 3법’ 놓고 벌써부터 마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5면에 실었다. 경향신문은 “‘입법독주’ 비난을 감수하며 처리한 입법인 만큼 민주당이 스스로 손을 보는 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정·보완을 하더라도 일단 법 근본 체계는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고치거나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라며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어 국회 논의 전 여권 내부의 조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망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세계일보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임대차 3법에 대한 세계일보의 30일 자 아침신문 기사.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세계일보는 1면에 ‘“민간 등록 임대주택 늘려 시장 활성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세계일보는 “인수위가 29일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관련해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과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장기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이른바 ‘임대차 3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또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도입해 국민의 거주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며 “이 밖에도 기금 출·융자 확대, 금융 세제 지원, 공공 택지·리츠 제도 등을 활용한 지원 강화 방안도 동시에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중앙일보.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중앙일보.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반쪽 동결’을 택했다. 이 같은 결정에도 아침신문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바라봤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2면에 ‘전기료 내달 인상, 3분기 더 올릴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최근 높아진 에너지 가격에 한전은 다음 달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은 물론, 분기 연료비도 높이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인상안에 대해서는 최종 보류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전기요금 추가 인상까지는 막았지만, 윤 당선인 공약인 ‘전기요금 인상 전면 백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추가 요금 인상은 물론 지난해 정부가 결정했던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까지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며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이후 인수위에 내부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한겨레. 사진=한겨레 갈무리
▲2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3분기에 대한 전망에 대한 기사가 담긴 30일 자 한겨레. 사진=한겨레 갈무리

한겨레는 2면에 ‘4월 전기료 4인 가구 평균 2300원 오른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이 ㎾h당 6.9원 올라간다. 평균치의 전력 사용량을 유지하는 4인 가구 경우 한 달 2300원 정도가 인상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인수위는 앞선 28일 ‘이 공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며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4월 전기요금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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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임기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하라!”

6.15대전본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2.03.28 15:46
  •  
  •  수정 2022.03.28 19:21
  •  
  •  댓글 0
 
6.15대전본부는 2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연합군수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2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연합군수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65개 시민사회 종교단체로 구성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전본부(이하 6.15대전본부)가 “지금은 위험천만한 전쟁연습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적대와 대결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한미연합전쟁연습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한미 당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나흘간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 연습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일부터 28일까지 본훈련에 해당하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8일 오전 11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점상연합 충청지역연합회 김성남 지역장은 취지발언에 나서 “지난 해 3월과 8월 이른바 ‘참수작전’ 등 두 차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진행, 한반도 전쟁위기를 최고조로 고조시켰던 한미 양국은 지난해 제53차 SCM에서 기존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였다”며, “이 새로운 작전계획이란 결국, 북측이 미사일 공격을 하기 전에 무력화하는 ‘선제공격’을 명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미 양국이 올해 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따라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 대전본부장)도 촉구 발언에 나서 “미국은 자국의 패권전략을 위한 대중국 봉쇄전략으로 일본과의 동맹체제 강화하고 한국에 대중국 봉쇄의 전진기지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한미방위비 분담금, 무기구입, 사드배치, 한미연합군사연습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은 없다”며 굴욕적인 한미동맹을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원불교평화행동 공동대표 추도엽 교무(원불교노은교당 주임)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쟁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사드 추가 배치와 대만에서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쟁이 대만이나 남한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반도가 정전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강화되고, 자칫 우발적 충돌에 따라 불똥이라도 튄다면 한반도는 언제든 전쟁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며, “최근 윤석열 당선인이 선제타격 운운하고, ‘9.19군사합의’ 파기 운운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위험한 발언으로 우려와 걱정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문재인 정부는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합의 당사자”라면서 “지난 5년 전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전세계에 공언했던 당사자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기 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자회견 직후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은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대전시민 평화행동’은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인근 대전시교육청네거리로 이동해 평화행동을 이어갔다. 6.15대전본부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대결 부르는 한미군사훈련중단하라”, “선제타격! 절대안돼! 한미연합전쟁훈련 중단하라!”, “한미군사훈련중단”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평화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4월 9일(토)에는 시민들과 함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유림공원 일대에서 ‘대전시민 평화 걷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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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세 꺾였나…이번주 거리두기 완화 결정 주목

어젯밤 9시까지 18만3895명 확진…감소세 속 위중증·사망자 '불안'
전문가 "사망자·중환자 최악 상황 대비해야…거리두기 수명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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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환자 발생이 이번주 완연한 감소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앞서 다수의 국내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현 방역정책이 유지된다면 확진자 규모가 완만하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연구팀은 최근 30만∼40만명대에 달한 일일 확진자가 내달 중하순께 10만명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주간 기준으로 수·목요일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표되는 만큼 이번 주 중반까지의 환자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8만3천89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5주간 일요일 동시간대 집계치를 보면 13만5천361명→20만405명→30만1천544명→20만4천54명→18만3천895명으로, 2주 전인 지난 13일 30만명대를 기록한 후 2주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일 오전 발표되는 일일 확진자 수도 지난 17일(62만1천197명)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이후 연일 일주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4주간 일평균 확진자 역시 3월 첫째주 20만8천774명, 3월 둘째주 30만24명, 3월 셋째주 40만2천401명으로 매주 10만명씩 가파르게 증가하다 지난주였던 3월 넷째주에 34만8천952명으로 감소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발생은 유행 정점을 지나서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명확하지는 않지만 62만명 정도가 거의 정점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국내 연구팀도 유행 감소세를 예상했다.

 

이창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은 지난 23일자 보고서를 통해 현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를 반영할 경우, 신규 확진자는 이번주 수요일인 오는 30일 37만3천741명, 다음주 수요일인 내달 6일 35만2천321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선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혁신팀 연구원의 모델링 결과에서는 내달 6일 29만3천754명, 내달 20일께 18만6천437명 수준으로 이보다 더 큰 폭으로 확진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환자 발생은 주춤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전날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천216명으로, 지난 8일(1천7명) 1천명대로 올라선 이후 20일 연속 1천명∼1천2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파른 확진자 증가세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시차를 두고 위중증·사망자 수도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는 지난 3일 128명으로 100명대에 들어선 이후 25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4일 하루에만 469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연일 200∼4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적모임은 최대 8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번 주말인 다음달 2일 종료된다.

 

정부는 유행 정점을 지난 이후에는 방역상황과 의료체계 여력을 보면서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거듭 밝힌 만큼, 이번주 확진자수 추이에 따라 운영시간과 모임·행사·집회 제한을 대폭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2일 이후의 거리두기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하루 전인 1일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감소세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추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인인 BA.2,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것도 변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일 확진자) 50만∼60만명이 정점이었을 수도 있지만, 거리두기 등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에 (감소세 여부는) 이번주가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최정점 확진자 규모 예측이 어긋났던 것처럼, 지금 나온 예측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정부는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 발생을 '평균값'으로 예측해 준비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수용력 측면에서 거리두기의 효용이 다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대한백신학회 온라인학술대회에서 "더이상 국민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번 대유행을 끝으로 팬데믹 대응수단으로서의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이번 대유행으로 인구집단의 40% 정도가 감염을 통한 면역을 획득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오미크론 대유행의 감소세 이후 중간 정도 규모의 유행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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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신냉전’, 북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 기자명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  
  •  승인 2022.03.28 2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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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력 강화와 자존번영을 위한 대외활동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해‘라는 주제로 ‘평화,인권,환경,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일본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위원회‘가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국장의 강연자료를 한글 맞춤법으로 변환했다. 다만 '조선'은 고유명사 그대로 표기했다. [편집자]

1.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으로부터 5년 후의 세계
1) 미중러 대립을 내다본 ‘전략적 요충지론’의 실천
2) ‘하노이노딜’에 대한 조·중·러의 판단
3) 김정은 위원장의 관점,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

2. 목표는 ‘사회주의강국건설’, 미국은 ‘기본장애물’
1) 90년대 ‘사회주의수호전’과 잇닿은 하나의 과정
2) 2035년을 향한 조선·중국(사회주의) 공동보조
3) 미국은 ‘최대의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유일한 나라

3.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이유
1) ‘최대의 주적’을 제압, 굴복시키는 힘
2)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3) 전략국가의 자주적 평화통일구상

4. 정세관리·분쟁 회피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
1) 우크라이나 문제에 편승해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
2)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
3) 현상유지가 아니라 바람직한 변화를 만든다

바이든정권 발족 후, 미중 ‘신냉전’의 구도가 한층 심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유럽 나라들과의 대립이 부각되고 있다. 그 정치·외교·군사적 영향은 동북아시아에도 미치고 있다. 최근 연간 조선은 이웃 나라인 중국,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여왔는데 남북관계는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미국, 일본과의 대화는 중단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국방강화의 일환으로 전략전술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하면 미국, 일본, 한국에서는 이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로 단정하고 대결을 부추기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신냉전’구도의 재생산이다. ‘신냉전’이 확대되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미연에 막으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변들을 역사적 변천을 근거로 부감하고 상호이해의 관점에서 긴장 완화, 대립해소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조선은 ‘신냉전’구도의 확대재생산을 바라지 않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조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것을 아는 것은 도쿄와 서울에서 미국편중의 국제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익한 일이다.

그래서 ‘미중러 신냉전, 조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고 강연의 제목을 정했다.

1.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으로부터 5년 후의 세계

조선이 미국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시험발사에 성공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한 것이 2017년이다. 2022년의 ‘신냉전’은 그 5년 후의 세계의 모습이다. 지난 5년간 국제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조선은 이를 사전에 포착하고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나갔다.

1) 미중러 대립을 내다본 ‘전략적 요충지론’의 실천

김정은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린 2016년 5월의 시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시기 국제정세의 특징은 지배권확보를 위한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더 심화되고 자주역량과 지배주의세력사이의 대결에서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세력, 반동세력이 점차 쇠퇴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 미중 ‘신냉전’의 맹아를 포착한 것이다. 열강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는 구도 속에서 조선은 국력을 증대시키면서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대담하게 실천했다.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조선은 국력이 약하여 열강들의 각축전장이 된 역사가 있지만, 대국과 힘의 균형을 실현하고 요충지의 지정학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정세발전의 주도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충지론’은 김정은위원장이 10대 무렵부터 주장한 지론으로 알려져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대국들과의 힘의 균형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핵심은 군사력이었다.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전쟁억지력을 가짐으로써 대결구도가 바뀌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한 이듬해인 2018년에 싱가포르에서 첫 조미수뇌회담이 열렸다. 조선을 적대시하여온 미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장면은 조선의 국력향상과 동시에 미국의 쇠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회담은 트럼프 개인의 변덕에 의해 실현된 것이 아니다. 두 나라의 역량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괄목할만한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이미 미국과 대립하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웃나라 조선과 친선 우호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 앞서 한반도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북남수뇌회담이 열렸다. 북남수뇌들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미국에 대한 핵전쟁억제력을 완성시킨 김정은위원장에게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평화를 위한 수뇌회담도 파워폴리틱스가 관통하는 냉철한 국제관계속에서 실현된 것이다.

1950년대 조선전쟁에 참전한 중국도 사태의 진전을 주시했을 것이다. 1953년의 정전 이후도 ‘북의 침공’을 막고 ‘남을 방위’한다며 그 주둔이 합리화되어온 미국의 군대는 ‘신냉전’구도 속에서 미국의 대중국견제의 군사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다’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야 할 이유는 사라진다.

2) ‘하노이노딜’에 대한 조·중·러의 판단

2018년부터 19년까지 김정은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푸틴대통령과 수뇌회담을 진행했다.

조중수뇌회담은 1년 반 동안 5번이나 열렸다. 거기서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가.

김정은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언제나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중친선의 핵은 사회주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등에서 중조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할 때 같은 문구를 반복했다. ‘100년만의 전례 없는 대변화’이다.

그 당시의 100년 전이라고 하면 1918~20년, 세계에서 스페인독감이 유행하여 제1차 세계 대전이 종결한 시기이다. 그때 전쟁비용을 미국에서 조달하던 영국의 몰락이 시작되어 이전에는 채무국이었던 미국이 전후에 세계최대의 채권국이 되어 신흥대국의 지위에 올랐다. 이와 비슷한 ‘100년만의 대변화’속에서 중국은 조선과의 우호친선을 중시한다고 시진핑 주석은 주장한 것이다.

조선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특징짓는 이념의 하나는 ‘다극화’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7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회담 이후 일관되어 있다. 그해 6월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해 통일을 지향한 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미국에 의한 조선분단체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푸틴 대통령은 그 이듬달 모스크바의 최고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조선을 방문했다.

2019년의 김정은-푸틴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테마로 상정되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조선)의 무장해제’와 동의어로 사용했다. 그런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를 핵전쟁의 무대로 설정하고 군사적 위협을 강화함으로써 주변대국 즉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력과 견제를 합리화하는 미국의 패권정책을 배격하고 중단시키는 과정으로서 논의되었다.

이처럼 ‘4.27판문점선언시대’의 파워폴리틱스는 기존의 대립 구도를 해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낳았다. 이것은 ‘신냉전’과 다른 벡터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러한 변화를 거부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조미대화의 중단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월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했으나 아무런 합의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이 지역에 있어서의 패권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조선 측은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는데 후세의 사람들이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때 눈앞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하여 미국이 잃은 것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그것을 똑똑히 확인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시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한미일동맹의 강화는 필수조건이며 이는 ‘신냉전’구도 속에서 재정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조선은 자국을 향한 공격의 화살을 항상 예상하고 행동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조선로동당은 과거에 ‘신냉전’의 도래를 예견한 것처럼 현재의 국제정세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3) 김정은 위원장의 관점,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

김정은위원장은 지난해 9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고 했다.

‘신냉전’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갑자기 대결적인 국가로 변모한 것이 아니라 쇠퇴하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고 중국을 견제해 공격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에 대응하여 미중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중국에 대한 공격은 승산이 없는 미국의 최후발악이다, 조선의 최고영도자는 현재의 구도를 그렇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사람들은 동서냉전이 종결된 후 ‘사회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승리’를 광고하고 ‘유일초대국’을 자처하면서 횡포를 감행한 미국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도 공격의 화살은 조선을 향해 있었다. ‘북의 핵개발의혹’을 구실삼아 영변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고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 붕괴론’을 유포했다. 그 체험에 근거한다면 조선사람들의 눈에는 미국의 쇠퇴에 기인하는 ‘신냉전’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의 30여년에 걸친 ‘포스트 냉전시대의 종말’로 비쳐질 것이다.

‘유일초대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사람들이 TV 뉴스에서 그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판문점선언시대’는 분단국가의 수뇌들에 의한 굳은 악수와 평화선언이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리는 군사작전이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된 후 미국과 서방나라들이 강행한 NATO의 동방확대, 러시아에 대한 고압적인 봉쇄정책에 대한 반격이 전개되고 있다.

조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역사의 전환이며 우크라이나문제의 귀추가 어떤 것이든 그것이 미국의 쇠퇴에 기인한다면 지금의 변화는 불가역적인 변화이다. 조선은 이를 전제로 국가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되는 ‘대결’과 ‘분쟁’은 바라지 않다. 조선이 지향은 ‘평화’와 ‘번영’이다. ‘판문점선언시대’와 다르지 않다.

2. 목표는 ‘사회주의강국건설’, 미국은 ‘기본장애물’

1) 90년대 ‘사회주의수호전’과 잇닿은 하나의 과정

지난해 1월 조선로동당 제8회대회가 개최되었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되었다. 2021년부터 25년까지의 계획이다. 당대회 이후 지난해 5월경부터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5개년계획이 수행되는 2025년까지를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고 다음 단계의 계획도 부단히 추진해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하여 15년이면 2035년이다.

‘15년구상’은 동서냉전이 종결된 후에 조선이 취한 행보와 하나로 잇닿아 있다. 당시는 ‘강국’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다. 그때는 우선 사회주의를 지켜내는 싸움이었다.

소련, 동유럽사회주의의 붕괴 후 ‘유일초대국’을 자인하고 ‘일극화된 세계’에 대해 호언장담한 미국은 동아시아의 일각에서 사회주의보루를 지키는 조선을 고립압살할 것을 노렸다. 조선은 김일성주석의 서거(1994년)이후 사회주의시장의 소멸과 적대세력들의 제재와 압박, 연달아 들이닥치는 자연재해로 인해 전대미문의 시련을 겪었다. 국가경제가 곤경에 빠지고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운 그 시기 이웃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추구하던 중국과 자본주의로 회귀한 러시아는 조선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려고 하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의 체험자들이 결코 버리지 않는 이념이 있다. ‘자주’와 ‘사회주의’이다. 목숨을 걸고 지켜낸 이념이다. 당시 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위원장이 지금도 계속 추구하는 이념이다.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고 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랐던 조선은 그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고 ‘자주’를 관철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지향하여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역사의 전환, 포스트 냉전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실행되게 된다는 것이다.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은 지난 5년간에 더욱 확대강화된 조선의 주체적 역량과 더욱 높아진 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사회주의의 깃발을 추켜들고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온 조선이 전략국가로서 부상한 것은 세계사의 새로운 조류에 부합된 사변이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 무모한 반테러전쟁과 황금만능주의로 비대해진 금융시스템의 파탄에 의해 국내외에서 타격을 입은 미국은 쇠퇴의 내리막길에 서있다. 한편 중국은 국력이 향상됨에 따라 이전보다 더 사회주의의 원칙과 우월성에 대해 강조하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중조친선을 중시한다고 표명하고 있다. 등소평의 시대와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중국의 궤도수정을 보면서 조선은 ‘고난의 행군’을 단행하고 걸어온 노정이 역사발전의 올바른 길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의해 일극화된 세계’는 실현되지 않았고 미국식 자본주의시스템의 모순과 결함이 세계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30여 년 전, 사회주의의 붉은기가 내려져 혼란에 빠져들던 러시아는 자존심을 되찾고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오만과 횡포에 대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사회주의조선을 압살하기 위해 제재를 부단히 강화했고 하노이수뇌회담에서도 제재 해제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스페인독감으로부터 100년 후에 일어난 코로나팬데믹의 재앙 속에서 조선식 사회주의시스템의 강인성이 증명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이어지는 항공편, 철도, 선박의 운행이 정지되어 2년간, 사람들의 왕래뿐만이 아니라 수출입의 전면 중단상태가 지속되어도 조선경제는 파탄하지 않았다. 평양과 지방도시에서의 대규모건설사업의 추진 등 김정은위원장의 ‘15년구상’이 착실히 실천에 옮겨져 있다. 조선의 자력갱생, 내수주도형 자력경제의 잠재력이 남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대조선적대시와 제재강화의 유지라는 ‘하노이노딜’의 선택은 조미대결의 구도를 존속시켰을 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선의 진로를 변경시키지 못하고 있다. 제재가 지속되는 속에서 조선은 ‘사회주의강국의 건설’이라는 중장기목표를 내걸었다.

2) 2035년을 향한 조선·중국(사회주의) 공동보조

‘신냉전’의 시대, 포스트냉전의 종말이라는 전환기에 세계를 들러보면 중장기의 목표를 가지는 국가와 지도자, 그렇지 않은 국가와 지도자가 있다. ‘고난의 행군’을 잊지 않고 있는 김정은위원장은 15년, 30년의 스팬으로 세계를 부감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가의 진로를 정하고 있다.

조선은 2035년 사회주의강국을 실현한다고 표명하고 있다. 중국도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인 실현, 2050년까지 세계 일등급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조선과 화해하고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중국과 대립하면서 패권유지를 노리는 미국에 있어서 조중의 공동보조, 사회주의의 연대와 공동전선의 형성은 악몽이나 같다. 30여 년 전 ‘사회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승리’로 보았던 세계의 구도가 역전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 현실이다.

3) 미국은 ‘최대의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유일한 나라

‘사회주의강국건설’의 구상을 내놓은 김정은위원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이념은 ‘자주’이다. 미국이 적대시하는 사회주의조선은 패권주의국가 미국의 쇠퇴를 더욱 촉진시키는 존재이기도 한다.

 조선의 목표는 사회주의강국의 건설이다. 사회주의강국 건설이 목표라면 전략국가의 지위와 국력에 상응한 대외활동은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된다. 로동당 제8차대회는 현시점에서의 대외활동의 총적방향에 대해 ‘국가의 전략적 지위에 상응하게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사회주의건설을 정치외교적으로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제사회에는 사회주의조선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이를 방해하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미국이 그 책동을 주도하고 있다. ‘신냉전’구도 속에서 미국의 쇠퇴가 인정되지만 조선을 적대시하는 대결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은 현시기 대외활동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조선혁명발전의 기본장애물이며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대외정치활동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과거의 당대회에서는 대미문제를 언급해도 ‘제압’, ‘굴복’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의 국력이 증대하고 국제적 지위가 향상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은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국가부흥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계기로 미국과의 대화에 임하고 사상최초의 조미수뇌회담도 개최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든 협상만으로는 세기를 이어 지속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될 수 없다는 현실이 확인되었다.

조미대결의 장기화가 기성사실화되고 대미정책의 중점이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즉 조선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기본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힘의 정책을 신봉하는 상대에 대하여 유효한 방법은 힘에 의한 제압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조선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최대의 주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보다 확실한 힘을 갖추는 것이다.

‘제압’과 ‘굴복’이라는 단어에는 상대에게 정치적·군사적·외교적 압력을 부단히 가하여 더 이상 버티고 견딜 수 없는 상황, 미국 자신이 스스로 정책변경을 검토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놓는다는 함의가 있다.

이를 위해 갖추어야 할 힘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미국의 강권에 대항하고 그것을 물리칠 수 있는 국력이다.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억제력은 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부단히 증강되고 있다. 올해 들어 연달아 실시된 미사일시험발사도 그 일환이다. 국방력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5년주기로 비약과 혁신을 실현하여 15년 후 즉 2035년에는 사회주의강국의 체모에 걸맞는 수준에서 나라의 자위력을 갖출 데 대한 목표가 정해져있다고 생각된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 판도에서 사회주의·반제자주역량과의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마련되는 힘이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을 기점으로 조선과 중국, 조선과 러시아의 협력과 공동보조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쇠퇴하는 미국이 패권을 추구할수록, 그것은 강력한 반미공동전선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1990년대 ‘유일초대국’을 자처한 미국이 주도하는 고립압살책동에 맞서 사회주의를 지켜낸 조선이 2035년 사회주의강국의 모습을 과시하게 될 때 이 나라의 전진과 발전을 계속 방해하던 미국은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제압’, ‘굴복’은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사회주의의 승리를 확신하는 조선은 세기를 이어 지속되어온 조미대결의 귀추를 확실히 내다보며 자기 정한 길을 곧바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3.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이유

1) ‘최대의 주적’을 제압, 굴복시키는 힘

조선의 국방발전계획, 그 노정도와 시간표에 따른 미사일시험발사도 사회주의강국건설의 과정과 연동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장애물인 미국을 제압, 굴복시키기 위한 힘을 증대시키는 과정이며 바이든정권의 관심을 끌고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한 후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며 ‘우크라이나전쟁에 편승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조선의 자위력강화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여론오도술이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의한 수난을 수없이 경험하고 현재도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과 제재 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있는 조선에 있어서 국방력 강화는 한시도 중단할 수 없는 필수적이며 사활적인 중대국사이다.

‘지정학적 요충지론’의 실천자인 김정은위원장은 강력한 자위력이 없으면 당과 정부의 내외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ICBM을 완성하고 미국에 대한 보복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미국주도의 유엔안보리 제재에 찬동하던 중국, 러시아가 조선과의 관계강화에 나서게 되었다. 김정은위원장은 힘의 균형이 무엇인가를 자각하고 있다.

국력을 계속 증대하고 힘에 의거하여 국가의 존엄을 지키고 나라의 이익을 옹호한다, 사회주의건설의 고조기, 격변기에 정세발전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해야 한다, 우선 강해지고 봐야한다는 것이 김정은위원장의 관점이다. 조선에서 국방발전과 자존번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격변기에 동아시아의 요충에 위치하는 전략국가의 진로가 변경되는 일은 없다.

2)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은 미국이나 주변국들과의 전쟁을 상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러시아와 다른 발상으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지 못한다’는 구설이 김정은위원장의 새해 사전에 등장한 것은 ICBM시험발사에 성공해 국가핵무력완성이 선언된 이듬해인 2018 년이었다. 그 이후도 조선에서는 국방강화를 위해 전략 및 전술무기체계의 개발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는 군사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에 의해 군사작전의 양상과 지역의 안보 환경이 바뀐다. 조선도 ICBM시험발사에 성공한 시점에 계속 머물러있을 수 없다. 주변지역의 군사적 불안정성과 위험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눈앞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을 억제하는 힘과 수단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군사대국을 자인하는 나라들은 기존의 군비계획을 수시로 검토하여 새로운 전쟁양상에 맞는 전략 및 전술무기체계를 개발한다. 패권국가 미국의 군비증강이 그 대상으로 지목된 나라들의 군비증강을 촉발하는 무한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조선은 그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고 국권을 지키기 위해 말그대로의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특정국가나 세력이 아니다.’- 김정은위원장이 공개연설을 통해 명백히 표명했다.

미국은 전쟁을 걸지 못하고 남쪽도 자기 무력의 상대로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일수도 있다. 그러나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세기를 이어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한복판에서 평화수호의 기치를 보란 듯이 추켜세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든정권 발족 후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구실로 저들의 함대를 대만해협에 전개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한반도의 정세긴장을 더욱 촉구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1961년 체결)에는 쌍방은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떤 나라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강구할 의무를 지난다는 조항이 있다. 최근 조중 간에서 이 조약의 시대적 의의가 강조되고 김정은위원장이 ‘하나의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한다’는 의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연 미국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조선인민군이 군사적 대항조치를 취하게 되는 무모한 침공작전을 강행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탁상 위에서 검토하기보다 먼저 미국이 침공을 주저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힘을 우리가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위원장의 관점이며 태도이다. 조선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굳건히 지킨다. 조선이야말로 전쟁을 막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에 타격을 주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 푸틴대통령은 ‘특별한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조선은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킨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누구와의 전쟁을 논하는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주적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전략전술무기체계의 개발도 1차적으로는 상대의 개전의지를 완전히 꺾어드리는 압도적인 힘을 갖추는데 목적이 설정되어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조선을 적대시하고 대결자세를 취하는 것 그 자체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자해행위가 된다는 것을 당사자가 스스로 깨닫고 기존정책을 철회한다면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조선이 공언하는 ‘제압’, ‘굴복’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전략국가의 자주적 평화통일구상

지난해 당 제8차대회에서는 로동당 규약이 개정되었다. 규약서문의 조국통일에 관한 과업부분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킬 데 대하여 명기되었다. 여기에는 ‘분단의 원흉’인 미국을 어떻게 굴복시키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그 방법에 대한 사회주의집권당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

20세기 동서냉전의 구도 속에서 조선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이 개입하고 중국도 참전하여 같은 조선민족이 북과 남으로 나뉘어 싸웠다.

21세기 ‘신냉전’구도속에서 다시 희생자가 되는 것을 조선민족은 단호히 거절한다. 바로 그러기 때문에 군사분계선의 남쪽지역에 ‘북침’을 상정하는 미군이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자해행위라는 것을 똑똑히 자각시키는 압도적인 국방력, 강력한 평화의 방패를 군사경계선의 북쪽지역에 구축한다.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말한 김정은위원장의 진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가 격변의 시대에 돌입하고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터졌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오르고 북과 남의 같은 민족이 총을 서로 맞대는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는다. ‘신냉전’시대 조선의 국방정책에는 철석같은 평화의지가 관철되고 있다.

4. 정세관리·분쟁 회피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

1) 우크라이나 문제에 편승해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

현재 우크라이나문제에 편승하여 동아시아의 갈등과 위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존재한다.

미국은 조선이 ICBM에 관한 시험발사를 하였다는 정보를 유포하고 ‘북 의 핵위협’을 선동하고 있다. 조선의 미사일시험발사를 구실삼아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를 주장하던 일본의 정치가와 언론들은 지금 미국과의 ‘핵공유’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5월에는 한국에서 ‘대북선제타격’을 주장하는 인물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2)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

남측과의 전쟁도 일본과의 군사충돌도 바라지 않는 조선은 이를 막기 위해 주권국가의 권리인 국방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위원장은 ‘우리의 주권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은 유발되지 않는다.’고 확언하고 있다.

평화를 명분으로 삼는 군비증강이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외교창구를 통해 정세를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조선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조선의 주권행사, 국방력강화의 권리를 부정하지 않고 평등한 입장에서 대하는 것이다.

김정은위원장은 당 제8차대회에서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에로 추동하며 그 성과를 담보하는 위력한 수단으로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은 중단 없이 수행되지만 그것은 외교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다는 말이다.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남쪽과의 관계에서도 김여정 당부부장이 지난해 9월 국방강화에 대한 이중기준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다음과 같이 지적한바 있다.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 현상유지가 아니라 바람직한 변화를 만든다

‘신냉전’구도가 동아시아로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립의 격화를 추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의 해소로 이어지는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15년, 30년의 스팬으로 동아시아를 부감하고 역사적 변천에 입각하여 현 정세를 파악하며 이 지역의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서냉전이 종결된 30여 년 전 동아시아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려고 힘을 기울인 사람들이 있었다. 1990년 조선로동당과 자유민주당, 일본사회당에 의한 3당공동선언이 발표되어 조일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듬해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북남기본 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 채택되었다. 그 합의가 모두 실행되었더라면 조일, 북남의 대립구도가 사람들의 지향에 맞게 해소되었더라면 동아시아의 포스트냉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는 포스트냉전이 세계에 새로운 갈등을 낳고 그것을 격화시켰다. 그러나 포스트 냉전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현재의 ‘신냉전’을 새로운 변화,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보고 행동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미일동맹의 강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 ‘미국의 쇠퇴’라는 현실이 있다. 변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지침도 존재한다. 조일 간에는 올해 발표 20돐을 맞이하는 평양 선언이 있다. 북남 간에는 6.15공동선언, 10.4선언, 그리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판문점선언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선언들을 ‘신냉전’의 확대재생산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2022년은 동아시아의 나라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 해이다. ‘신냉전’이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을 때 우리는 대립의 격화라는 전철을 밟지 말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향한 확실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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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의 '반도체 직업병'은 죽어도 병이 아니었다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②]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병

이상현 기자/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03.29. 07:31:59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누가 일할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오퍼레이터다. 설비 앞에 머물며 제품을 생산한다. 다음은 엔지니어다.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장비 엔지니어와 특정 공정 전반을 관리하는 공정 엔지니어가 있다.

그들 곁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또 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 청소노동자다. 이들은 오퍼레이터, 엔지니어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바닥과 벽면의 먼지와 약품을 닦고 방진복, 방진화 등을 정리한다.

첨단산업의 유해화학물질이 사람을 가려가며 영향을 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청소노동자의 위험은 주목받지 못했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반도체 노동자 20여만 명의 암 발병률을 일반인과 비교한 역학조사를 발표할 때도 청소노동자 이야기는 없었다. 

2020년 8월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 5명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중 산재 인정을 받은 이는 한 명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을까. 이들의 병이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반올림의 소개로 지난달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세 명의 청소노동자, 그리고 그들을 대리한 두 명의 노무사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① : 반도체 청소노동자는 '알 수 없는' 성분의 가루와 약품을 치운다) 

유방암, 백혈병, 림프종….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렸다. 이들의 질병은 반도체 공장의 오퍼레이터, 엔지니어와 유사했다. 소위 '반도체 직업병'이라 불리는 질병이다. 5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중 1명만 산재 승인을 받았다. 

공단이 이들의 산재 인정에 인색한 이유는 뭘까. 삼성 청소노동자의 업무상질병판정서와 역학조사보고서와 산재를 신청한 청소노동자, 그리고 이를 대리한 노무사들을 만나 산재 신청 과정의 어려움, 역학조사와 공단 판정의 문제점을 들었다.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지만...자료는 '기밀' 

"하루는 배관에서 액체가 똑똑 떨어졌어요. 그럴 때 접근하지 말고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던졌더니 빨갛게 변했어요. 3년 정도 지나 역학조사 하면서 현장에 가봤을 때 같은 자리에 그(액체가 떨어져 부식된) 자국이 아직도 있어요. 그런데 뭐가 떨어졌는지는 몰라요. 회사에서 그런 설명은 따로 안 해주거든요." 삼성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김은주 씨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어떤 약품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기업이 해당 정보를 '산업 기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청소노동자가 회사가 기밀로 분류한 정보를 확보할 방법은 없다. 질병 산재 인정의 첫 번째 걸림돌이다. 많은 삼성 청소노동자가 일하다 병에 걸리고도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반올림에 직업성 질병 피해를 제보한 삼성 청소노동자 14명 중 산재를 신청한 이는 5명뿐이다. 

그중 유방암에 걸린 2명과 피부질환을 앓은 1명은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공정 내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해 작성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청소노동자가 다룬 위험 물질은 없다'는 회사의 주장 등을 토대로 낸 결론이었다. 공정에서 쓰이는 유해물질 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청소노동자들이 이를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췌장암에 걸린 1명은 판정 결과를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유일하게 산재를 인정받은 유방암이 걸린 청소 노동자는 위험 물질이 아닌 장시간의 야간근무 이력을 근거로 산재를 승인받았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어떤 약품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기업이 해당 정보를 '산업 기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2년 넘게 기다려 역학조사 받았지만, 결과는 산재 불승인 

회사의 '기밀' 자료에 접근할 수 없는 노동자가 산재 입증 책임을 지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법(이하 산재보상법)에 따른 전문기관의 역학조사다. 산재보상법 시행규칙상 공단은 업무상 질병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전문기관에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자문을 요청받은 기관은 노동자 조사와 면담, 현장 조사, 현장 시료 채취 및 분석 등을 통해 역학조사를 수행한 뒤 공단에 제출한다. 전문성을 갖춘 제3자에게 사업장의 위험을 직접 조사할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삼성 청소노동자 중 역학조사를 받은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린 김은주 씨가 유일하다. 2019년 3월 산재를 신청한 김 씨는 그로부터 2년이 넘어 2021년 7월 역학조사 결과를 받았다.

장시간에 걸친 김 씨의 역학조사 결론도 불승인이었다. 공단으로부터 자문을 요청받은 직업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역학조사 뒤 김 씨의 병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장 내 유해 물질의 농도가 노출 기준보다 낮고, 방사선 노출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문의 근거는 회사가 작성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일상적 생산 과정에 대해 수행한 현장 조사 등이었다. 

연구원이 회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산재 신청 당사자에게는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반올림'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김 씨의 역학조사 보고서 곳곳은 빈칸이다. 회사가 수행한 작업환경측정결과, OLED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 심지어는 청소노동자의 일반적인 작업 과정조차 가려져 있다. 회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공단은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핵심 근거로 삼아 지난해 9월 김 씨의 병은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를 뒤집으려면,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를 행정소송 절차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반도체 산업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프레시안

과거 노출 위험, 위험한 상황 여부 알 수 없는데…역학조사에만 기대는 근로복지공단

청소노동자와 이들을 대리한 노무사들은 노동자와 기업 간 정보 격차뿐 아니라 역학조사 역시 적어도 질병 산재에 대해서는 산재 승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 비대칭뿐만 아니라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한 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단 과정에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다양한 위험 물질 노출 수준과 업무환경이 역학조사에서 모두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씨가 일을 처음 시작한 2011년은 삼성 아산공장에 OLED 생산 설비가 들어오기 시작한 '셋업'(설치) 기간이었다. 셋업 기간은 노동자들이 위험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안정적으로 양산에 들어간 시기보다 높을 때로 여겨진다. 설비가 들고나는 탓에 공장 내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김 씨는 반도체 설비 주변 청소도 맡았다.

특수한 위험 상황에 노출된 경우는 김 씨만이 아니다.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한 이미경(가명, 59)씨는 반도체 생산 공정 설비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중에도 청소 업무를 했다. 이 씨는 복잡한 설비와 배관을 뜯어내는 작업을 할 때면, 평소보다 약품 냄새가 더 심하게 났다고 기억했다. 

"설비를 철거할 때는 약품 냄새가 훨씬 심하게 났었어요. 약품이 누출됐는지 삼성 직원이 철거 협력업체 직원을 막 야단치는 걸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청소를 했어요. 처음 일할 때 30여 명의 오퍼레이터가 근무했는데 철거 작업을 시작하자 한 명, 두 명 빠졌어요. 나중에는 저랑 동료 한 명만 남아서 청소를 했어요. 남들보다 오래 철거 현장에 있었죠." 

철거 공정은 이 씨의 근무 기간 중 2년 동안 지속됐다. 철거 과정을 이유로 추가로 지급되는 보호장구는 없었다. 현장 곳곳의 철거가 끝나면 방진비닐, 철거 과정에서 나온 물질 등을 치우면서 청소 업무를 지속했다.

정작 역학조사에서는 철거 기간이나 셋업 기간의 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조승규 노무사도 공단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내 '위험한 상황'을 역학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자 산업 공정의 평상시 유해물질 노출 수준은 높지 않으리라 추정하고 있어요.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어 산재로 인정받기 시작한 생산직 작업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특히 위험한 상황을 주목해야 해요. 배관을 뜯는다거나, 라인을 청소한 면포를 턴다거나 이런 상황을 체크해야 하는데 역학조사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어떤 상황이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자료에 나오지 않아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질병 산재 어려움 돌파 극복 방안은 '추정의 원칙' 확대 

정보 격차와 역학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다른 노동자의 직업성 질병 산재 심사에 적용되고 있는 '추정의 원칙' 확대를 주장한다. 

2018년 8월, 정부는 '반도체 및 LCD 생산 등 작업 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에 종사하는 근무자', 즉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의 질병 산재 판정 과정에 '추정의 원칙'을 도입했다. 기존에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8개 질병에 대해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동일·유사 공정 종사 여부만 판단한 뒤 빠르게 산재 여부를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8개 질병에는 청소노동자에게 발병한 백혈병, 림프종, 유방암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추정의 원칙'은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조 노무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가 직업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다른 근무자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데 청소노동자의 직업성 질병만 추정의 원칙 적용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는 펩층(생산설비가 있는 층)에서만 일하는 오퍼레이터와 달리 엔지니어처럼 펩층과 알피층(펩층에서 내려온 오폐수나 공기 등을 배출하는 장치가 있는 층)에서 모두 일해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생산 공정에 머무는 엔지니어와 달리 오퍼레이터처럼 긴 시간 생산 공정에서 일하고요. 여러 공정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은 공장 전체를 돌아다닌다. 게다가 김 씨는 순환 근무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A2 공장 모든 층에서 근무했다. 특히 생산직 근무자인 오퍼레이터들은 출입하지 않는 보조설비층에도 출입했다. 보조설비층의 경우 반도체 생산장비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이 걸러지는 스크러버(scrubber)나 가스가 통과하는 배기관 등이 있다. 김 씨는 이 곳에 떨어져있는 액체나 가루들을 쓸고 닦았다.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 전 방진복 착용, 탈의 등을 하는 작업 준비공간인 '스막룸' 청소노동자도 위험물질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산업보건연구원의 3개 반도체 사업장에서 수행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를 보면, 반도체 생산 공정의 유해 물질은 "이온주입 공정을 제외한 모든 공정에서 검출됐고 근로자들이 작업복을 갈아입는 스막룸에서도 검출됐다"라고 보고됐다. 

김 씨를 대리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김민호 노무사는 "기존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의 산재에 '추정의 원칙'이 인정된 것은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연구하고 연구 결과물이 나와서 공인된 것"이라며 "삼성 측에서 지금부터라도 직종, 사업장, 질병 등 자체적으로 직업성 질병 통계를 작성해 이를 근거로 추정의 원칙을 확대하면 청소노동자도 굳이 긴 역학조사를 할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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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회동은 '긍정'·집무실 이전은 아직도 '의문'

  • 기자명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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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9 06:26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재인-윤석열 회동, 대체로 긍정적 평가…‘집무실 이전’ 비판 칼럼 줄줄이
검찰, 삼성웰스토리 압수수색에 정권교체기 존재감 드러내기…이준석, 연일 반성없이 혐오 발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뜻을 모았다. 29일 아침신문들은 1면에서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윤 당선자는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을 “이번 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했다. 또 윤 당선자는 “(현 정부의)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 자회사 4곳과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수사를 시작하면서 정권 이양기에 검찰이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사정 국면을 본격화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난한 글이 혐오 발언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장연 시위에 참여해 정치권의 혐오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보였고, 29일 출근길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장연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 2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2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文·尹 갈등 완화에 협치 주문한 언론, 집무실 이전엔 여전히 비판 입장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36분간 만찬 회동을 한 것에 대해 언론의 평가는 우호적이었고, 향후 협치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집무실 이전·인사 등 정권이양 협력 원칙 확인한 문·윤 회동”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선 여야 협치와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동에서 확인한 상호존중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그래야 시민이 안심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흉금 터놓고 대화한 문·윤 ‘국민 통합’ 위한 노력 다하길”에서 “일단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협력의 토대를 닦은 이상 필요하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두 지도자가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그게 통합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자세다”라고 주장했다. 

▲ 29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29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사설 “文·尹 회동, 국민 불안 덜었다”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이 여러 갈등과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신구 권력 간 갈등으로 인해 커졌던 국민 불안감을 상당 부분 덜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라고 했다. 

다른 신문들도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도 거론했고, 여러 신문이 1면 톱기사로 택한 윤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슈에 대해 여러 신문에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 29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 29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한국일보는 정치부 기자의 칼럼 “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에서 “청사 이전 회견에서 확인된 건 윤 당선자가 ‘군통수권자가 될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거다”라며 “용산행을 졸속 결정하면서 ‘안보 공백이 없다’고 자신하려면 적어도 국방부 이전과 그로 인해 연쇄 이동하는 합참, 10여개 국직부대 재배치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윤 당선자는 왜 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로 마무리했다. 

이영석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위원은 한겨레 칼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 소통이냐 안보냐”에서 “안보와 국방을 맡는 주요 부처를 몰아내고 대통령 집무실로 하겠다는 생각은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식의 권위주의적 발상이요, 국가와 국민의 수호자에 대한 멸시”라며 “소통을 위해서라면 청와대의 개방 공간을 추가하거나, 경복궁의 후정에서 청와대의 전정과 연결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용산이 매력적인 대안이라면서도 “지금 화두는 청와대 탈출이 아니고 대통령의 건강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공간 조직을 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좀 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우리는 지금 계약기간 5년의 월세 사무실 공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임기를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쳤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당선자의 국정 수행 전망이 부정적인 분위기에 대해 다뤘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하거나 과거 당선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기대치 등을 거론하며 “대선 승리 뒤 윤 당선자와 측근 인사들이 보인 행동은 ‘오만’과 ‘불통’이란 비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집무실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그랬고, ‘윤핵관’이라 불리는 측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검찰총장 거취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들에 대해 쏟아낸 경솔한 발언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검찰공화국’ 현실 되나, 재계 등 긴장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관련 수사에 나서자 삼성 등 재계가 긴장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몰아준 혐의로 삼성그룹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고,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 여러 계열사의 사내 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고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삼성웰스토리를 자금조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29일 경향신문 사회면
▲ 29일 경향신문 사회면

 

경향신문은 “‘강성 검찰, 현실이 되나’ 삼성 지켜보는 재계도 긴장”이란 기사에서 “삼성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지난해 6월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9개월이 지나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을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며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검찰이 재계 수사에 고삐를 쥘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권 이양기 날 세운 검찰…새정부 출범 후 본격 ‘사정’ 예고”란 기사에서 “수사에 정통한 윤 당선자가 ‘공정’을 앞세운 사정 드라이브로 취임 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큰데, 검찰이 이런 기류를 읽고 선제적으로 나섰다”며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직접 수사 확대 등 검찰권 강화 요구와도 맞물린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삼성웰스토리 압수수색…‘정권 과도기 기획 사정’ 신호?”란 기사에서 “이번 수사가 기업에 대한 ‘기획 사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대장동 수사로 한동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던 서울중앙지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정권교체기에 기업 수사로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불만도 검찰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선 보수신문에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 국장급 간부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중앙일보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철저한 수사로 진실 밝혀야”란 사설에서 “이미 오랜 시간 수사가 중단됐다”며 “지체된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각오로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29일 경향신문 만평
▲ 29일 경향신문 만평

 

혐오 발언 조장하는 국민의힘 대표

경향신문은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조롱 글에 ‘장애인 혐오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대표 SNS 게시글에는 ‘앞으로 예전 같은 온정적 시각으로 장애인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병신은 병신일 뿐 절대 약자가 선이 아니랄 진실이 널리 퍼져 병신끼리 죽고 죽이는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경향신문에 “최근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한 승객이 장애인 혐오 영상을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보여주며 욕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글을 올린 이후) 폭력의 수위가 더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이 신문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로 이어졌을 때 (정치인으로서) 이에 대한 공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며 “(장애인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장애인의) 사회적 소수성으로 인해 이들에 의해 본인이 손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 29일 한겨레 만평
▲ 29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는 사설 “‘정치의 소명’ 일깨워준 김예지 의원의 ‘무릎 사과’”에서 “무엇보다 당대표의 몰지각한 언행에 모욕을 당한 장애인들 앞에서 이를 비판하고 대신 사과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 의원은) 정치권의 무신경과 게으름 탓에 시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거라 본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권이 해야할 일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수위의 전장연 시위 현장 방문에 대해 “윤 당선자가 주창하는 ‘국민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무엇보다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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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가 갈라놓은 땅, 우리민족끼리 통일합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28 12:23
  • 수정일
    2022/03/28 12: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민병례 작가
  •  
  •  승인 2022.03.28 10:57
  •  
  •  댓글 0
 
 
 

몸벽보 할아버지 김영식의 소원

김영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연단 앞으로 나아갔다. 눈앞에는 광주교도소에서 당했던 고문이 또렷이 떠올랐다. 0.75평 방에 열다섯 명이 구겨 넣어져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아우성·슬픈 울음·신음소리...앉을 수도 없어 선 채로 밤을 지샜던 끔찍한 날들...

저는 서울에서 대전, 광주를 거쳐 전주교도소까지 26년이나 감방에서 살았습니다. 지난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첫말을 뗀 김영식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소같은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듯 물기가 가득했다.

이미 국가보안법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데 다시 전향하라고 고문을 했습니다. 전향공작반은 우리들을 발가벗기고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거기에 밧줄까지 내리치니 살이 찢어지고 뼈마디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광주교도소의 인간 백정인 교무과장 강철형, 교회사 문승호, 간수 정화선과 백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름을 거명하던 김영식은 몸이 메어 잠시 말을 멈췄다. 그예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날 전주 고백교회에서 열린 '강제전향 양심선언 및 송환촉구' 기자회견에는 불교계의 수경·경신 스님, 천주교의 문규현·최종수 신부, 원불교의 이재정 교무장, 개신교의 한상렬·김경섭 목사, 천도교의 이두원 선생이 참여했다. 또 장명수 우석대 총장, 양순창 전북대 총장, 천승훈 원광대 총장 등 학계 인사와 이강실 전북연합의장 오경숙 전북 민가협 회장 그리고 전북 지역에 살고있는 10여 명의 출소 양심수까지 80여 명이 함께 했다. 모두 숨죽이고 김영식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62년 3월 울산 바닷가 야산에서 붙잡혀...

“그들은 전향하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저는 제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습니다. 거부하니 고문대 위에 눕혀 얼굴에 수건을 대고 주전자로 물을 부었습니다. 나중에는 고춧가루까지 섞었습니다. 숨이 막히고 목이 타들어 가고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습니다. 온몸이 터져나가는 고통으로 밀어넣고 그들은 ”교무과장 만날래 안 만날래?“하고 물었습니다. 만나겠다고 하는 순간 전향으로 간주했습니다. 내 손을 끌어다 강제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김영식의 어깨는 더욱 들썩거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음은 차라리 비명이었다. 1962년 공작선 무전수로 내려와 울산 바닷가 야산에서 잡힐 때 뭉개뭉개 피었던 진달래가 눈에 어른거렸다. 원산항을 떠나오던 날 껑충껑충 달려오던 두 남매 현일이와 경자의 머릿결이 눈앞을 지나갔다.

김영식은 1953년 제대 후 강원도 이천군 방장면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바다는 청년을 부른다>라는 책을 보았을 때 김영식의 마음은 뛰었다. 그는 무작정 원산 도인민위원회를 찾아가 배를 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민위원회는 수산사업소로 가보길 권했다. 배멀미를 견뎌내는 지가 시험이었는데 김영식은 배 위에서 육지처럼 몸을 놀려 합격했다.

즐겁게 선원생활을 하던 1960년 어느 날 노동당연락부의 지도원이 김영식을 찾아와 통일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영식의 집안내력과 군대 생활을 주의깊게 조사한 듯했다. 지도원은 “위험한 일이고 분계선을 넘나들다가 사고도 난다”며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김영식은 일제하에서 아버지가 보국대에 끌려간 일, 해방 후 이루어졌던 토지개혁 등을 떠올리며 기꺼이 조국을 위해 나서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때 김영식은 1953년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단꿈같은 생활을 버리고 통일사업에 뛰어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는 공작선의 무전수로 몇 차례 분계선을 넘나들다 1962년 3월 29 울산에서 체포되었다. 그날 밤 신선바위에서 접선하려는 데 갑자기 조명탄이 터졌다. 타고 있던 고무보트가 뒤집혀 김영식은 장병락 조창손 등과 함께 물에 빠졌다. 3월의 밤바다는 찼다. 겨우 보트를 바로 세워 죽도록 저었고 땅에 닿자마자 산줄기를 바라보고 뛰었다. 이미 촘촘한 포위망에 갇힌지라 산속에서 이틀을 굶주리다 잡혔다.

196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영식의 징역생활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방에서 정좌 자세를 조금이라도 풀면 교도관들에게 구둣발로 무릎을 까였다. 겨울은 특히 힘들었다. 내의도 없이 달랑 관복 하나로 추위를 이겨야 했다. 담요는 다리도 못 덮을 정도로 짧고 얇았다. 추위를 막으려고 수건을 머리에 쓰면 불려나가 옷을 벗기우고 뒷수정을 찬 채 찬바람 쌩생 부는 계단에 끓어앉혔다. 1970년 대전에서 옮겨간 광주교도소는 방에 습기가 많아 옷이나 벽에 곰팡이가 피었다. 눅진눅진하고 쾌쾌한 냄새가 방안을 맴돌아 괴로웠다.

하루하루가 힘든 징역생활에 차원이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72년 유신체제가 만들어지고 반공을 국시로 이데올로기 전쟁에 나선 박정희 정권은 감옥 안의 장기수들을 '방치'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20년 정도 유기징역 선고를 받은 비전향수들의 출소 시점도 임박했던 지라 박정권은 전향공작 계획을 세웠다. 당시 장기수들이 있는 감옥에는 중정은 물론 보안사, 치안본부 대공국의 담당관이 배정되어 있었다. 중앙정보부는 중앙정보부법의 '조정권'을 갖고 대공심리전국이 주도하여 광주, 전주, 대전, 대구 등 교도소별로 전향공작반을 만들었다.

전향공작은 초기에는 금지였던 가족면회와 편지를 허용하고 운동시간을 늘려준달지 빵이나 일용품을 나눠주는 회유방식이었다. 또 “출역을 나가게 해주겠다, 가석방 심사를 받게 해주겠다. ”라고 꼬드기며 전향선언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없자 끔찍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공작반 밑으로 교도소 내 폭력 전과자들을 '떡봉이'라는 이름으로 동원, 마구잡이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 고문 끝에 전향한다는 도장을 받아냈고 김영식도 이때 물고문과 여러 끔찍한 고문을 겪다가 강제전향을 당한 것이다.

도장을 찍은 이후 전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수치심에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꿋꿋하게 버텨낸 동지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죄책감에 넋이 빠져 살았고 출소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젠가 북으로 돌아갈 그 날에 가족들을 당당하게 보지 못할 생각을 하니 죽고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전향취소 선언을 하고 인간이 되었습니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김영식은 울부짖듯 말을 이어갔다. 쩌렁쩌렁한 그의 외침은 고백교회의 벽까지 뚫을 기세였다.

김영식은 1973년에 이루어진 전향은 고문에 의한 것이기에 취소를 선언한다고 밝히며 “이제 나도 인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속 암덩이를 이제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 전향취소 선언으로 박해를 받더라도 각오하고 맞서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말을 마쳤다.

김영식이 이날 양심선언을 한 것은 2000년 9월 2일 일차송환에서 탈락한 게 중요한 계기였다.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그해 9월 2일 63명이 일차 송환되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통일부는 송환조건으로 ‘비전향’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수 많은 장기수와 인권단체, 통일운동 관련단체들이 고문에 의한 강제전향임을 들어 “희망자 전원 송환”을 내세웠지만 통일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일각에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을 요구하자 이를 의식한 듯했다.

결국, 김영식은 일차송환에 끼지 못했다. 한양대에서 열린 환송회에서 장기수들이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을 김영식은 미어지는 가슴으로 연단 아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김영식은 2000년 9월 2일 공작선을 같이 탔던 조창손, 장병락이 가족의 품으로 떠나는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스러웠다. 자신도 오려니 기다릴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다시 치떨리는 분노가 솟았다. “내가 원해서 도장을 찍은 게 아닌데...내가 원해서 전향을 한 게 아닌데...”

고문에 의해 이루어진 강제전향은 김영식과 장기수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장기수내에서도 ”고문에 의한 것이건 아니건 어쨌든 전향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사상 탄압으로 빚어진 일인데 어찌 이를 인정할 수 있느냐“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강제전향을 당한 이들은 징역안에서는 수치심에 얼굴을 들지 못했고 출소해서는 변절자라는 부끄러움에 연락을 끊고 외톨이로 목숨만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강제전향을 당해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고통까지 겪었다.

다행히 2002년과 2004년 국가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강제전향은 위헌적인 사상전향제도에서 비롯된 국가의 위법 행동으로 이뤄진 일이기에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려, 이들의 응어리진 마음에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다.

김영식 이전에도 용기를 내어 정순택과 유연철이 전향취소선언을 했었다. 1999년 4월 23일 자 한겨레신문의 광고면을 통해서였는데 기자회견 같은 공개행사를 통해 전향취소를 밝힌 경우는 김영식이 처음이었다.

김영식의 선언에 힘입어 2001년 2월 6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비전향장기수 32명이 모여 ‘장기구금 양심수 전향취소선언과 북녘 고향으로의 송환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부분 강제전향을 당해 송환 신청서를 썼지만 탈락했거나 출소 후 혼자 살면서 송환신청 자체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또 남쪽에서 결혼해 가정을 꾸렸기에 가족을 두고 떠날 수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날 선언을 했던 이들의 복역기간을 보면 30~35년이 5명, 20~29년이 17명, 20년 이하가 11명으로 2/3이상이 20년 이상을 복역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요구는 2005년 정동영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서 이루어질 듯했으나 보수단체의 반발과 그해 12월 정동영이 장관직을 사임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그 후 20여 년이 흘러 2018년 4월 27일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자 기대가 싹텄으나 이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출소 후 극심했던 몸고생 

1988년 12월 출소해서 김영식의 생활은 고달팠다. 감옥 문을 나올 때는 으리으리했다. 김남주, 신영복 같은 쟁쟁한 인사들과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김영식은 이날 은근하게 배때미(배 터지게 먹는 다는 말로 김영식의 고향속어로 여겨짐)를 기대했다. 웬걸! 감옥문을 나서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김영식을 완주군 구이면 대덕리로 데려갔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장도 없이. 그곳은 머리빗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거의 구금하듯 공장으로 밀어넣었다. 그라인드는 크아앙 소리를 내며 재료를 잘라냈고 온갖 먼지가 휘날렸다. 하루 종일 일을 하는데 식사도 월급도 신통치 않았다. 차라리 교도소가 더 낫다고 김영식이 생각할 정도였다. .

그때 원암수양관을 운영하며 노숙인을 돌보던 백영규가 소식을 듣고 김영식을 찾아와 같이 살자고 했다. 김영식은 어딘들 머리빗공장보다 못하겠냐 생각하고 따라나서 수양관에서 장애인들을 돌봐주었다. 마침 수양관을 드나들던 목수 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냐”면서 진안군의 마이산 근처 신천 부락에 있는 돌 공장을 소개해줬다.

김영식은 그곳을 찾아갔다. 채석장에서 실어온 돌을 망치로 깨고 분쇄기에 집어넣어 돌가루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곳도 머리빗공장처럼 하루 종일 가루와 연기가 날렸다. 월급 역시 몇 푼 안 되는데 일은 빗공장보다 더 고되었다. 이때의 고통을 김영식은 1989년 12월 4일 일기에 남겼다

짧은 시간도 살기가 아득한 시간 망치는 돌을 때리고

돌은 나의 다리와 온몸을 사정없이 때리는구나

몸은 물에 빠진 것 같이 흠뻑 젖었다 말랐다 몇 번이던가

돌가루는 연기와 같이 온 몸을 휘감고 도는구나

이렇게 돌과 싸워야 생활 수단을 구할 수 있구나

그때 무기징역 받고 복역하다가 제일 나중에 출소한 김중종이 찾아왔다. 그는 다시 원암수양관으로 돌아가 같이 살자고 했다. 무슨 방안이 있는지 몰라도 수양관 직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은 그를 따라갔고 거기서 소개받은 여자와 잠시 살림도 차렸다.

평화로울 것 같은 수양관 생활은 뜻밖의 사건으로 깨졌다. 김영식은 화단 마당에 여러 꽃과 화초를 심었는데 이승만 밑에서 일했던 수양관 직원 하나가 김영식이 화단에 인민공화국 국기를 만들었다고 시비를 걸며 장작개비를 휘둘렀다. 할 수 없이 그는 도망치듯 나와 여기저기 건설현장을 돌아다녔다.

집도 없던 그는 현장 막사에서 아니면 스티로풀을 깔고 한뎃잠을 잤다. 건설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1990년 6월 17일 일기에 이렇게 남겼다. 그의 나이 쉰여덟 살 때다.

3층으로 흙을 지어 올려 채우는데 다리는 떨리고 흙은 등에서 짓눌어 더욱 무겁기만 하는구나 온 몸은 물에 빠진 듯이 처져 있고 숨은 가프고 아랫도리가 매세하구나. 있는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해도 주인은 더욱 채찍질이다. 짧은 인생 살기가 이렇게도 어려운가? 이 세상 떠나면은 무인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쓰라린 고통을 겪으면서 순간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나? 잘 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김영식이 출소할 당시만 해도 사회안전법이 있어서 한 달에 한번 전주경찰서에 동향보고를 해야 했다. 김영식은 전화도 없고 전주경찰서 전화번호도 모르고 보고할 마음도 없어 무시하고 살아가는데 김중종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연락이 두절된 김영식에게 전주지방검찰청이 수배령을 내리며 김중종에게 “김영식을 찾아와라, 못찾으면 네게 책임을 묻겠다”며 닦달했다는 것이다.

그날로 김영식은 동향보고를 하러 전주경찰서에 들어갔다. 자진 출두한 김영식에게 전주경찰서 형사들은 무릎을 꿇게 하고 “김영식이 말이야 10리 밖을 못나가게 되어 있는데 옮겨가면 연락을 해야지 이게 뭐야”하며 발길로 툭툭 찼다. 그리고 경찰들은 자기네끼리 의논하더니 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이 사람 일도 시키면서 관리를 하라” 며 김영식을 감금하다시피 맡겼다.

 김영식은 거기서 3년간 일을 했다. 그의 말대로 “이를 악물고 고생하면서”. 그런데 3년간 입에 풀칠만 시키고 월급 한 푼 주지 않았다. 김영식이 밀린 임금을 달라고 대들자 부도가 나서 돈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김영식은 전주경찰서를 찾아가 해결을 요구했다. 전주경찰서는 김영식을 떠맡겼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니 자기네는 ‘재정’에 대해선 관계를 안 한다고 딴전을 피웠다. 한 달에 3, 40만 원 정도를 받기로 하고 일을 했는데 3년 치나 못 받았으니 큰돈이었다. 김영식은 변호사를 사서 겨우 일부를 받아냈다.


그 후 김영식이 찾아간 곳이 서지영이 있던 소양의 산장이었다. 거기서 밭을 일궈 옥수수와 고추를 심었는데 동네 할머니 하나가 김영식을 얕잡아보고 허락도 없이 다 따가고 말았다. 이게 주민들과 싸우는 빌미가 되어 김영식은 그곳에서도 쫒겨났다. 다음으로 간 곳이 비닐공장, 그리고 또 다른 공장들...

김영식은 출소 후 몸고생을 못지 않게 돈고생도 했다. 10여 년간 어찌어찌 모은 이천여만 원을 높은 이자를 쳐준다는 보험회사에 맡겼다. 그런데 전주에서 같이 고생하던 옛동지가 돈이 필요하다고 찾아왔다. 김영식은 보험회사에 묶여있어 찾기 쉽지 않다. 그게 되면 빌려주겠다고 했다. 옛동지는 보험회사에 가서 드러눕다시피 싸워서 김영식의 돈을 찾아 빌려갔다. 문제는 그 후, 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원금을 돌려주지 않아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졌다. 나중에야 원금 일부를 돌려받았을 뿐이다. 김영식은 그의 말대로 “여자한테도 안 가고...” 착실하게 돈을 모았는데 무일푼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보험에 들었다가 형편이 어려워 깨면서 180만 원이나 부었던 원금을 40만 원 밖에 못 받기도 했다. 전주 팔복동에 사는 아줌마 하나도 돈을 빌려 갔는데 다음 주, 다음 달하면서 2년간 이자도 한 푼 안 주더니 결국 다 떼먹고 말았다.


화원과 농장이 된 낙성대 

이런 고단한 삶에 안정과 평화가 찾아온 것은,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거주하던 장기수들이 1차 송환때 북으로 가고나서였다. 만남의 집 공간에 여유가 생기자 권오헌양심수후원회장은 김영식에게 어려운 전주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올 것을 권유했다. 김영식은 늙은 몸으로 공사판을 계속 떠돌 수도 없고 서울에서 2차 송환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마고 했다.

낙성대에서 같이 생활하게 된 이는 정순덕, 정순택, 문상봉 등이었다. 정순덕은 마지막 빨치산으로 유명했던 여전사였고 1921년생 정순택은 이미 80대로 가장 나이가 많은 큰 형님 격이었다.

김영식은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마당에 나무를 심고 화초를 키웠다. 그가 나서부터 보고 배운 일이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이다. 김영식에게 어린 시절 농사는 사무친 아픔이었다. 10대의 어린 소년으로 일본놈들에게 보국대로 끌려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꿔야 했다. 엄마가 혼자 고생하게 놔둘 수 없었다.

추수가 끝나고도 손을 놀릴 수 없어 산에서 땔감을 해 장터로 나갔다. 몇 날 며칠을 힘들여 모은 땔감을 지고 가면 장꾼들은 서로 입을 맞춰 헐값만 불렀다. 그때 김영식은 세상이 농사꾼을 호구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원산에 나가 배를 탔지만 농사는 몸에 배어 있었다.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숙식이 해결되니 몸에 밴 습관대로 김영식은 만남의 집을 꾸미는데 정성을 쏟았다. 양심수후원회장이었던 안병길 목사의 농장이 경기도 시흥에 있었는데 김영식은 거기서 가을배추를 심다가 난생 처음 빨간 나팔꽃을 보았다. 만남의 집에 어울릴 것 같아 그 씨를 가져다 심었다. 그는 매일 나팔꽃을 들여다보고 볏짚으로 끈을 꼬아서 줄을 매주고 돌봤다. 나팔꽃의 덩굴은 쭉쭉 뻗어 올라갔다. 그걸 지켜보는 건 기쁨이었다. 그는 “식물에도 눈이 있는지 꽃줄기가 여러 개인데 전부 다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간다”고 일기에 적었다.

김영식은 또 유실수를 심었다. 그가 낙성대에 왔을 때 마당에는 이미 앵두 모과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담장을 따라 철쭉, 진달래, 단풍나무, 고욤나무가 있었다. 그는 고욤나무에 감을 접붙여 열매를 거뒀다. 2006년, 한겨레신문사에서 북에 사과나무 묘목을 심어주는 운동을 했을 때 그는 전북 장수의 한 사과나무농장에서 가서 5만 원짜리 묘목을 사 ‘김영식’이란 이름표를 달아 동참했다. 거기서 버려진 묘목을 낙성대로 가져와 ‘통일나무’라고 이름 짓고 심었다. 그때 쓴 시가 한편 있다.

서울에서 장수로 왔다. 사과나무 만나러

사과나무야 네가 평양으로 간다지

가면 무럭무럭 자라 북 어린이들 건강 보장하려무나

남에서 북으로 간 사과나무가

북 어린이 도와 평화의 마음이 솟아나게끔 하려나

남북 어린이 화합에 외세가 분단시킨 조국을 하나 되게끔 하려무나

통일 사과여 조국 통일이 빨리 오게끔 더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

지금 통일사과나무는 열여섯 나이가 되어 가을에는 제법 많은 열매가 열린다. 김영식은 또 고무다라에 관상용 벼를 심고 포도를 잘 키워 여름에는 울창한 숲이 될 정도로 만남의 집을 가꾸었다. 양심수후원회 사묵국장이었던 류제춘은 “만남의 집 텃밭은 씨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통일 세상을 그리는 마당이며 봄·여름·가을·겨울을 잇는 작은 우주다. 선생님은 우주를 가꾸는 멋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낙성대는 자그마한 농장이며 화원이 되었다. 봄에는 꽃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푸르름에 눈이 즐겁고 가을에는 과실을 거두고 겨울에는 소출을 가지고 먹거리를 만든다. 쌀을 튀겨 한과를 만들고 쌀가루를 내어 부침을, 마당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치고 동치미도 담근다. 김영식은 이런 음식을 싸 들고 여기저기 농성장을 찾아가 크고 투박한 손으로 사람들에게 건넸다.


지하철을 타면 꼭 몸벽보를 했습니다

김영식은 만남의 집을 나설 때 꼭 몸 벽보를 두른다. 탑골공원에서 목요일마다 열렸던 민가협집회에 참석할 때 그는 싸움터에 나가는 전사가 갑옷을 두르듯 몸벽보를 걸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 철수” “후손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자” 등 문구를 담았다.

몸벽보 투쟁의 원조는 낙성대에 있던 정순택선생이다. 그는 1차 송환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제외된 후 그 울분을 몸벽보 투쟁으로 풀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는 곳마다 언제나 몸벽보를 둘렀다. 그가 2005년 9월 세상을 뜨자 김영식은 이 몸벽보 투쟁을 이어받았다.

지하철에서 몸벽보를 두르고 짧은 연설과 구호까지 외치니 김영식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노인들과 충돌이 많았다. “저 이북 놈 같으니”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주먹질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뿐아니었다. 목요집회가 끝난 2012년 11월 15일엔 5호선을 타고 강담과 신길역을 지나고 있을 때 신고를 받은 역무원 둘이 다가와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버텼더니 양쪽에서 팔을 잡고 끌어내렸다. 이날 과태료처분까지 받았다.

2012년 12월 9일에도 5호선 열차에서 몸벽보 홍보활동을 하다가 “소란행위’를 일으켜 경범죄처벌법 제1조 26호를 위반했다.”고 과태료 5만원을 먹었다. 판사는 “마이크를 쓰지 않았고 재산도 없으니 가볍게 처분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 번의 과태료를 포함, 5호선은 김영식에게 악연이었다.

2016년 6월 8일에도 큰 봉변을 당했다. 지하철 4호선에서 선전을 하는데 30대 승객이 시비를 걸었다. 그는 김영식의 팔을 비틀어 꺾으며 전동차에서 끌어내렸다. 이날은 중부경찰서로 연행되어 조사까지 받았다.

좋은 추억도 있었다. 한 칸 한 칸 옮겨가며 선전을 하다 보면 입이 갈라지고 목마를 때가 많은 데 김영식을 지켜본 사람들이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내밀 때가 있다. 그에겐 달디단 감로주였다. 어떤 젊은이는 김영식에게 너무나 멋진 일을 한다고 안아보겠다 해 서로 껴안은 적도 있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어느 날인가 김영식이 탑골공원 민가협집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데 어떤 여인이 길을 몰라 김영식이 안내해줬다. 그는 김영식의 어깨띠를 보고 “이거 하면 하루 얼마 받냐? 우리 아들이 놀고 있어서 그런다, 좀 알려달라”고 했다. 김영식은 빙그레 웃으며 여인을 돌려 세웠다. 때로는 지하철상인들과 같은 칸에서 만날 때가 있었다. 보통 그쪽에서 김영식선생에게 다른 칸으로 옮겨달라고 양해를 구하는데 김영식은 선선히 그 청을 받아들였다.

몸벽보 투쟁을 하면서도 평가와 반성은 충실히 했다. 함께 몸벽보 투쟁을 했던 최동진선생과 의논하기를 ▲감정을 너무 앞세우지 않는다 ▲차 안에 사람이 많으면 유인물만 나누어 준다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으면 피한다 는 원칙을 세웠다.

2015년 가을부터 김영식은 건강이 나빠져 2016년에는 입원까지 했었다. 아픈 가운데서도 보안관찰법에 따라 조사를 받았다. 2016년 3월 21일 일기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몸벽보와 선전투쟁을 계속하다 조사를 받으러 가야하는 답답한 마음이 적혀있다. 김영식은 2016년 촛불혁명 때는 아픈 몸을 이끌고 광화문투쟁에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한 2020년부터 조금 주춤했지만 지금까지 김영식의 투쟁은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몸벽보 투쟁만 하는 게 아니다. 미대사관 앞에서는 전쟁연습 중단을 외치고 통일부 앞에서는 ‘2차 송환’을 즉각 실시하라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북에 가면 밤농사를 해 남녘의 동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1933년생 김영식, 이제 그의 나이도 구십을 바라본다. 다행히 이곳에 결연을 맺은 양아들과 손주격인 어린이 둘이 있다. 그들의 따뜻한 보살핌, 낙성대 만남의 집이 지닌 온기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바램은 오직 하나 남북관계가 빨리 호전되어 고향에 가는 것뿐이다. 김영식은 2019년 이산가족 상봉 대상 명단에 올랐다. 적십자사에서 “상봉단 일원으로 추첨되었으니 신청서를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라도 얼굴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는 기대에 밤잠을 설쳤다. 그런데 적십자사는 실무접촉 결과 “가족들 생사 확인불가”로 방문자 명단에서 제외된다고 통고를 해왔다.

김영식은 공작원이기에 북측의 당국에서 자신의 가족을 특별관리 했을 터인데 생사확인이 안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적십자사에 항의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영식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때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지금은 마음을 추슬러 남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통일운동을 펼치다가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이다. 민족을 위해 희생을 각오한 터이니 주어진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통일의 기운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살아서 북에 올라가게 되면 김영식은 조그만 밤 농장을 일구려 한다. 그는 즐겨 원산에서 선원생활을 했던 때를 회상한다.

아니 무슨 바다 밑에 고기가 그렇게 많아, 명태를 잡는 데 저만치 바다에서 하얀 달이 떠오르는 것 같아. 그물에 명태가 가득 차서 저절로 떠 오르더라고, 끌어당겨서 한 세 번만 실으면 배가 잔뜩 차 쟁일 데가 없어. 고기 무게에 배가 내려앉아 뱃전에 물이 찰랑찰랑거릴 정도야. 어떤 배는 욕심 사납게 싣고 오다 큰바람에 가라앉고 말았지. 명태만이 아니야 가자미 청어 한길도 넘는 다랑어도 잡았지.

하지만 이젠 배를 타기엔 나이가 너무 들어서 밤농사를 지겠다는 마음이다.

밤농사를 잘해 북녘 가족에겐 물론이고 남쪽 동포, 낙성대 식구들, 통일운동하는 젊은 청년들, 그리고 양아들과 손주에게 가을마다 밤을 보내는 게 꿈이라고 늘 말한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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