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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민간, 평양 단군릉서 '개천절 공동행사' 합의

남북민간, 평양 단군릉서 '개천절 공동행사' 합의

 

남북 단통협 선양 실무접촉, 6개항 공동보도문 발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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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7 15: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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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양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돌아온 김삼열 단통협 상임공동대표가 19일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남북 민족단체들은 ‘단기 4346년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평양 단군릉에서 공동개최하기로 하는 등 6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보도문을 17일 발표했다.

 

지난 14-16일 중국 선양(심양)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돌아온 김삼열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 상임공동대표는 “4346년 개천절 남북.해외 민족공동행사는 단군릉에서 공동개최하기로 한다”며 “정세와 상관없이 매년 공동 개최함을 쌍방이 명확히 확인한다”고 공동보도문을 낭독했다.

남북의 민족단체들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평양 단군릉에서 대규모 개천절 공동행사를 가졌으며, 당시 남측에서는 300여명의 대표단이 직항편으로 방북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30여명의 소규모 대표단이 평양에서 한 차례 더 공동행사를 가졌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윤승길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은 “남북교류가 원할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우선 100명 정도의 규모로 준비한다”며 “3국(중국)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은 또한 “양측은 쌍방이 상시적으로 함께 하는 3.1절, 8.15광복절, 개천절, 어천절과 백범 김구선생 추모제, 가쓰라-태프트 밀약 규탄, 을사늑약 규탄 뿐 아니라 8월 29일 국치일 상기와 독도, 일본교과서,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같이 대일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공동대응하는 등 외세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들을 이제까지와 같이 신속하게 함께한다”고 합의했다.

아울러 “대박산 단군사 발굴.개건과 같이 단군 관련 유적, 유물은 민족의 공동유산으로 발굴, 복원, 보전, 계발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했으며, 단군 관련 학술교류와 고조선 유물전, 단군문화 유적답사 등도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공동개최’를 위해 북측은 어떠한 경우라도 함께 행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혀 공은 남측 정부에게 돌아온 모양새다.

윤승길 사무총장은 “개천절 협의를 위한 실무회담이라는 명분을 명확히 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았다”며 “통일부가 개천절 공동행사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실무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달개비 레스토랑에서 열렸으며,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과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충환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이번 실무회담에는 단통협을 주축으로 한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에서 김삼열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유명준, 도천수 상임공동대표와 윤승길 이정희 사무총장이,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려정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최대룡 위원과 리재철, 김철용 부원이 참여했다.

한편, 고령의 류미영 북측 단통협 회장을 대리해 그간 실무를 총괄해왔던 강철원 부위원장이 타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 등 민족진영 원로들이 배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승길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실무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달개비 레스토랑에서 열렸으며, 윤경빈, 김우전 광복회 전 회장과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충환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이번 실무회담에는 남측 단국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김삼열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유명준, 도천수 상임공동대표, 윤승길 이정희 사무총장이,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단통협)에서 려정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최대룡 위원과 리재철, 김철용 부원이 참여했다.

한편, 고령의 류미영 북측 단통협 회장을 대리해 그간 실무를 총괄해왔던 강철원 부위원장이 타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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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우리민족끼리 하는 것"

"개성공단, 우리민족끼리 하는 것"

재가동 167일. 개성공단 현지를 가다

개성 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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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7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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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이틀째. 한 업체의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재봉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이 지난 16일 재가동됐다. 개성공단이 문을 다시 연 날, 북측 근로자는 3만1,474명이 근무했고, 53%의 공장이 가동됐다.

개성공단 가동 167일째인 17일. 개성공단 현지를 공동취재단이 방문, 재가동 상황을 둘러봤다.

재가동 이틀 째를 맞은 개성공단에는 북측 직원 3만5,027명이 출근했고, 56%의 공장이 가동됐다. 준비를 미쳐 마치지 못한 29개사의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개성공단 현지에서 만난 북측 근로자들은 자신의 업무에 열중했다. 한 기업의 근로자 대표는 취재진에게 "우리민족끼리 해야하는 것이니까 나오는 것이다. 다른 데 가서 해봐야 좋은 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빨리 통일이 돼야한다. 서로 왔다갔다하고. 법인장 선생도 통일이 안돼서 우리 집에도 못가지 않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다른 근로자는 "김정은 장군님께서 계시면 우리는 언제나 승리한다"며 "북남이 함께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재가동 느낌을 표현했으며, 다른 근로자도 "좋다"고 말했다.

 

   
▲ 기계금속 업체 소속 북측 근로자들이 작업을 의논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내의 제조업체인 'SK어페럴' 김용태 법인장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그 동안 애로사항과 피해가 많았다. 본연의 모습을 돌아와 기쁘다"며 "(북측 근로자들은) 전후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적극적으로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기왕 우리회사와 인연을 맺었으니 국제적 공단에 손색이 없는 회사를 만드는 데 힘을 합쳐야 겠다"고 강조했다.

'SK어패럴'은 총 1천11명의 북측 근로자가 출근, 가동률 100%를 보이고 있으며, 여성근로자 4백여명이 재봉틀 작업에 한창이었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의류제조업체 '오륜개성' 관계자는 "초창기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라며 "오랜만에 만난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살이 빠지고 새카매졌다"고 표현했으며, 이에 북측 근로자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모래찜질을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 한 업체의 북측 근로자들이 구두 본드 작업을 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아 건강이 우려됐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공장이 재가동된 지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한 공장은 본드, 가죽냄새로 가득해 북측 근로자들의 건강이 우려됐다.

해당 공장 내에는 '설비점검기준'을 마련, '종업원, 작업복, 마스크 착용상태'를 점검하도록 했지만 모든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도 눈에 띄었다.

건강이 우려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 근로자는 "마스크를 교체한다고 해서 반납했다"고 말했고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는 "너무 더워서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계작업을 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166일만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은 여전히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용수가 정상공급되고 있지만, 저수조 청소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개별 업체의 자체청소를 요청하는 공문이 게시됐고, 기업별 수질검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음용을 삼가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전력사용도 오전10시부터 낮12시, 오후2시부터 오후4시까지 절전을 요청하는 안내문도 걸렸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점차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5층에 위치한 체력단련실은 지난 16일부터 정상운영을 시작했고, 개성면세점 내 평양식당도 영업을 개시했다.

그리고 오는 19일 추석을 맞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합동차례와 민속놀이가 열린다.

 

   
▲ 개성공단 전경.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 근로자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오전근무를 마친 근로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현지 브리핑]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 어제(16일) 739명이 방문했다. 459명이 체류했다. 오늘(17일)은 315명이 방문했고 어제와 오늘 다 빠져나가면 오늘 계획은 269명이 체류한다. 추헉은 휴무인데 예상으로 150여명 정도 체류할 계획이다.

 

설, 구정, 추석에는 합동으로 차례를 지낸다. 가끔 윷놀이도 하고 식사도 식당에서 같이 한다.

■ 일부 보도됐는데, 어제(16일) 북측 직원 3만 1,474명, 165대 버스로. 3월말 경 5만 3천여명 기준으로 보면 59% 출근했다. 오늘(17일)은 3만 5,027명 출근했고 기존 기준으로 보면 65% 출근했다.

■ 출근 비율과 가동률은 차이가 있다. 사람은 오더라도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파악하니 생산가동률 53%(16일), 오늘(17일)은 56%이다. 첫날 가동하지 않은 기업은 33개사, 오늘(17일)은 29개사이다. 100%가동한 곳은 어제는 24개사, 오늘은 28개사이다.

■ 한전, 수자원공사, KT,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현대아산 ,LH 등 기관들이 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재발방지와 발전적 정상화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국제화를 정부가 강조하고 있다. 3통문제, 노무.임금.세무 등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외가공지역이 중요한데 핵문제가 걸려있어서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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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

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

 
고진하 2013. 09. 17
조회수 63추천수 0
 

 

 

고독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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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갑니다. 무려 수령이 팔백 년인 수도승 같은 은행나무. 그 큰 나무 그늘 밑에 작은 옹이처럼 몸을 낮춰 앉아 있으면, 노란 법어(法語)들이 바람결에 우수수 쏟아져 내리기도 합니다. 큰 말씀, 큰 사랑, 큰 인내를 품은 고독의 시 한 그루. 그 오랜 세월의 거대한 몸피를 우쭐우쭐 뽐내지도 않으면서, 무심코 풍성한 잎새를 비우고 채우며 건너왔을, 숭고한 고독의 무늬…. 나는 곧잘 그를 고독의 왕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요. 잠시도 홀로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장돌뱅이처럼 늘 저자거리를 헤매고, 존재의 중심에 뿌리박지 못한 채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속도의 악령에게 생을 저당 잡혔습니다. 생을 저당 잡힌 자는 아름다운 관계를 소유로 바꾸려 애면글면하지요. 미소와 친절, 여유, 경청과 같은 아름다운 잎새는 고요한 마음 둥치에서만 피어날 수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 나와 쉬어라!’는 예수님의 신성한 초대도 듣지 못한 채.


자기 주변이 텅 비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부릅니다. 톱날에 잘린 나뭇가지처럼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괴로움이지요.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나는 자주 그런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겠습니다. 진정한 고독의 내실로 들어가면 외로움의 상태는 극복되고, 나를 둘러싼 것들이 나와 하나라는 것을 또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휘묻이한 나뭇가지가 땅에 새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단절된 관계도 싱그럽게 복원되고, 우리 마음귀가 크게 열려 ‘고독의 빈들로 우리를 꾀어내는 하느님의 사랑의 속삭임’(호세아 2: 4)도 들을 수 있습니다. 존재의 결핍은 극복되고, ‘하느님, 당신 한 분으로 족합니다!’란 싹싹한 고백이 내 영혼의 뜰을 넉넉히 채우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자기 주변으로 좁혀 들어오고, 고독은 무한을 향해 뻗어나간다.”(켄트 너번) 그렇습니다. 나무가 길을 잃지 않고 홀로 푸른 가지를 허공으로 뻗어나가듯 고독의 심연에 머물기를 사랑하는 시인은 “영원의 먼 끝”인 무한을 향해 매순간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연둣빛 새싹 같은 신생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고독, 홀로 있음의 영광.” 신학자 폴 틸리히는 유한한 존재의 팔을 내밀어 저 무한의 하늘에 덥석 안기는 은총의 시간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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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고독을 ‘종교성’이라 일컬었지요. 실제로 많은 수도자들은 고독 속에서 하느님의 내밀한 숨결에 닿기를 소망했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내밀한 공간에 머물며 세상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 받았습니다. 이것을 ‘영적인 환경 보호’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으슥한 숲이나 동굴,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광야를 영혼의 보금자리로 삼았던 이들은 영혼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줄 ‘고독’이라는 보호구역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고독은 우리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창조성까지 선물합니다. 위대한 시인이나 예술가, 수도자들은 모두 고독 속에서 뛰어난 삶의 걸작(傑作)들을 꽃피울 수 있었지요.


사랑 또한 고독의 토양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니던가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종종 서로 떨어져 있어야 건강해집니다. 고독 속에 머물면서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사랑의 물기가 고여야 비로소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깊이 포용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 시간의 대화보다 한 시간의 고독이 사랑하는 이들을 훨씬 더 친밀하게 만드는 것. 고독이 베푸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이 놀라운 선물을 맛본 사람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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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누구보다도 대담하게 고독을 추구했고, 고독한 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지켜나갔습니다. 어느 날 예수가 빵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기적을 베풀어 수천 명을 먹이자 흥분한 군중들이 예수를 임금으로 세우려 했습니다. 그것을 눈치 챈 예수는 곧 흥분한 무리를 빠져나와, 따로 기도하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날이 이미 저물었지만, 그는 거기 홀로 있었습니다.(마태 14: 23)
예수는 어느 나무 밑이나 바위동굴 같은 데서 홀로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새벽이슬에 함초롬히 젖어 해님 같은 꽃얼굴로 하룻길을 떠났을 것입니다. 고독을 사랑함으로 존재의 중심을 잡고 홀로 우뚝 선 나무처럼 예수는 고독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고독의 공간 속에서 생명의 주재이신 하느님과 하나 되는 융융한 희열을 맛보았고, 생기에 가득 찬 목소리로 거친 길 위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했을 것입니다. 나는 예수가 걸어간 이 성스러운 고독에 김현승 시인의 ‘절대 고독’을 포개어봅니다.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 부분

 

 

우리를 ‘고독의 내실’(內室)로 초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준다.


시인은 고독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과 조우하고,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으로 그 희열을 노래했습니다. 그것은 고독을 사랑하는 자의 기쁨입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회복한 자의 기쁨이고, 만물과 내가 한 몸이라는 우주의 신비를 깨닫고 타인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는 자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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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자유혼 예수, 노자, 장자, 조르바를 영혼의 길동무 삼아 강원도 원주 근교의 산골짜기에서 산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쳤고, 대학, 도서관, 인문학카페, 교회 등에서 강의한다. <얼음수도원>, <수탉>, <거룩한 낭비> 등의 시집과 <이 아침 한 줌 보석을 너에게 주고 싶구나>, <목사 고진하의 몸 이야기>,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우파니샤드 기행> 등 책을 냈다.
이메일 : sols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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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개벽예감 <79>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9/17 [09: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핵무력 탑재용 북에서 운용하는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실시한 핵전쟁도상연습

2012년 12월 5일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은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과 남코리아, 핵억제연습에 참가(U.S., South Korea Participate in Nuke Deterrence Exercis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미국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미국군 보도국은 핵억제연습이라는 낱말을 분별없이 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지만, 실전연습이 아니라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이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도상연습을 운용연습이라고 번역하였고, 영어약자로는 TTX라고 표기하였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남측의 군부인사와 외교관리 40명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2012년 1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된 도상연습에 참가하였다. 미국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관리하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는 연구원 9,000명이 연간 예산 22억 달러를 쓰면서 핵탄두 설계를 비롯한 핵무기 관련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핵억제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미국은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핵억제라는 개념을 쓰지만, 미국이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말은 사실을 왜곡한 말이다. 핵위협은 핵독점체제를 틀어쥐고 세계 곳곳에서 무력침공을 일삼는 미국이 조성한 전쟁도발위험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런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위협에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며 억지다. 전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각종 핵무력수단들을 수시로 들이밀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핵공갈범’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은 핵억제라는 거짓명분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주 쓰는 핵억제라는 말은 핵전쟁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문맥이 제대로 통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여, 이 글에서는 핵억제도상연습이라는 말 대신에 핵전쟁도상연습이라는 말을 쓴다.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였을까? 2011년 10월 27일과 28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 국방정책차관과 남측 국방정책실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 KIDD)를 내오기로 하였는데, 안보정책구상회의(SPI), 전략동맹2015공동실무단회의(SAWG), 그리고 확장억제정책위원회(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 EDPC)가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 포괄되었고, 그 중에서도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Omaha)시 인근 오풋공군기지(Offutt AFB)에 있는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에서 2011년 11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첫 번째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였다. 그 자리에는 마이클 쉬퍼(Michael Schiffer) 국방부 동아시아차관보, 브래들리 로벗츠(Bradley Roberts) 국방부 핵-미사일방위정책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측 국방-외교관리들과 임관빈 국방정책차관을 비롯한 남측 국방-외교관리들이 참석하였다.

그러므로 2012년 12월 6일과 7일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2011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한 목적은,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의 핵위협 및 대량파괴무기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쌍무억제전략(tailored bilateral deterrence strategy)”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군 보도국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오류를 하나 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전쟁전략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해도, 오해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단독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을 1급 국가기밀로 분류해놓고 외부에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미국이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마치 핵전쟁전략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서술한 것은 누가 봐도 오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에 관한 정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이 2005년 9월 28일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프로젝트에 발표한 글 ‘미국의 대북핵타격계획(U.S. Nuclear Strike Planning Against North Korea)’에서 읽을 수 있는데, 현 시기 미국의 대북핵전쟁전략은 2004년에 처음 작성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 수정되어온 이른바 ‘급변사태계획(CONPLAN) 8022’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미국이 자주 쓰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은, 북이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2006년 10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개념 대신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데, 북이 남측에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한다는 뜻으로 쓰는 전쟁개념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지므로, 전시행동계획(wartime action plan)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옳다. 군사학에서 전시행동계획은 군사전략의 부속개념으로 쓰인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맞춤형(tailored)이라는 말은 한반도상황에 부합된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부합되는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쌍무적(bilateral)이라는 말은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측을 참가시킨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남측이 보조하는 일련의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6일과 7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대응한 억제방법들”이 검토되었는데,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위한 개념, 의사결정과정, 필요사항”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북을 겨냥한 핵전쟁전략과 침공작전계획을 세워놓고 방대한 무력을 동원하여 그에 따른 각종 실전연습을 계속 실시해오면서 그 전쟁전략과 작전계획을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미국이 2011년 11월부터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며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한반도평화협정체결을 계속 거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지 않는 위태로운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이 언제까지나 존재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실수로 언론에 유출된 놀라운 정보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위해 2011년 11월과 2012년 12월에 각각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2013년 말에도 실시될 것인가? 2013년 9월 8일 <연합뉴스>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기사는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이 얼마 전에 완성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가 지난 10여 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하였고, “내달 2일(2013년 10월 2일을 뜻함-옮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회의에서 서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징후부터 실제 핵을 사용했을 때 양국이 실행에 옮길 정치, 외교, 군사적인 대응방안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이라고 한다. 미국군 보도국과 마찬가지로 <연합뉴스>도 전략과 행동계획을 혼동하였기 때문에 전시행동계획이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억제전략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도상연습을 실시하면서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2011년 11월 이전에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오래 전에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세상에 알려지기 않게 매우 조심하였지만, 전시행동계획이 이번에 완성되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결국 그 윤곽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를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이 국가정보력을 총동원하여 파악한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그 시나리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는 문필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한 핵전쟁소설이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이 수집, 분석한 심층정보에 근거하여 작성된 군사문서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들어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알고 있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TTX(도상연습을 뜻하는 영어약자-옮긴이)에서는 잠수함을 이용한 핵무기 발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핵미사일 발사, 항공기를 이용한 핵무기 투하 등 북한의 가능한 핵공격유형을 상정해 그에 적합한 억제전략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나오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정보란, 인민군 해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는 인민군 항공기에서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부정확하게 서술되었지만, 핵폭탄을 투하하는 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한다고 서술해야 옳다. 지금 북에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현대식 핵탄은 있지만,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1945년 식 핵탄은 없으며, 오늘날 그 어떤 핵보유국도 현대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원시적인 핵탄을 만들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대지핵무력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전략잠수함의 함대지핵무력과 전략폭격기의 공대지핵무력까지 갖추었다고 판단한 미국은 이번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그러한 북의 핵무력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을 세운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앞세워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은 그들이 이제껏 숨겨온 대북군사정보를 세상에 유출하고 말았으니, 그것은 북이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춘 것은 적국을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삼중핵무력(nuclear triad)을 완성한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춰야 적국의 선제핵공격에 맞서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고, 선제핵공격력과 보복핵공격력을 모두 가져야 핵보유국 수준을 뛰어넘어 핵강국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 지구에 존재하는 196개 나라 가운데 삼중핵무력을 갖춘 핵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제는 북이 삼중핵무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제4핵강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과 항공모함 함재기의 공대지미사일을 보유한 이중핵무력(nuclear dyad)에 의존하고, 영국은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만 보유한 단층핵무력(nuclear monad)에 의존한다.

내가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북은 세계 4대 핵강국이라고 서술한 것이 과장서술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에 미국의 실수로 유출된 대북핵정보에서도 입증되었다. 북에서 몇 해 전부터 인민군을 ‘백두산혁명강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삼중핵무력을 완성한 제4핵강국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압록강 인근 북 공군기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공대지핵무력 갖춘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나는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서 지대지핵무력과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이미 논증한 바 있다. 나는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군사행진에서 세상에 공개하였고 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전시한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글을 몇 차례 발표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지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과 같은 해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민군 해군의 전략잠수함에 관해 서술하면서 오늘날 인민군 해군이 스텔스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탄두를 장착한 잠대지미사일을 수중발사관에 실은 전략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음을 논증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논하는 것은,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 공대지미사일을 싣는 인민군 전략폭격기에 관한 정보다.

2004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출판사가 펴낸 논문집 ‘힘의 균형: 21세기의 이론과 실천(Balance of Power: Theory and Practice in the 21st Century)’에 따르면, 오늘날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 미국, 러시아, 중국 네 나라밖에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어떤 종류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군사전문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IL-28 또는 H-5 폭격기 80대를 보유하였다. 중국산 H-5 폭격기는 소련산 IL-28 폭격기를 모방생산한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통칭하여 IL-28형 폭격기라 한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IL-28형 폭격기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중폭격기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작전하는 중거리 경폭격기다. IL-28형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2,400km, 비행고도 12.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900km, 적재중량 3t이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운용하는 폭격기가 IL-28 폭격기라는 사실만 알고, 북에 TU-16 폭격기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소련은 TU-16 폭격기를 중국(1958년), 인도네시아(1961년), 이라크(1962년), 이집트(1967년)에 각각 수출하였고, 1960년대 말에는 북에도 수출하였다. 다른 수입국들은 부품을 구입할 길이 없어 1990년대 이후 TU-16 폭격기의 운용을 거의 중단하였으나, 중국은 자체 기술로 H-6 폭격기를 모방생산하였고,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핵탄두 장착 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로 개조하여 지금 12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북도 중국이 그러한 것처럼 TU-16 폭격기를 전략핵폭격기로 개조하고 성능을 개량하였다. TU-16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7,200km, 비행고도 1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1,050km, 적재중량 9t이다.

2007년 1월 어느 탈북자가 남측 언론매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인민군에서 복무할 때 항공정비병으로 있었던 폭격기연대에서 전략폭격기를 몰고 출격하는 조종사 전원이 여성조종사들이었다고 한다. 인민군 항공군에 여성조종사들로만 편성된 폭격기연대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실전연습을 통해 자기의 공대지핵무력을 시위하였다. <중앙일보> 2008년 10월 8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1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2008년 10월 초, 그리고 2011년 10월과 11월 초에 폭격기를 서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나오는 남측 정부 소식통은 인민군 폭격기에서 공대함미사일을 쏘았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인민군 항공군은 공대함미사일 발사훈련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공대지미사일 발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미사일은 200km 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고성능순항미사일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고성능순항미사일에 강력한 핵탄두가 장착될 것이다.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 장착 고성능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국 우전부(郵傳部)가 운영하는 ‘차이나넷’ 2013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이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바라다 보이는 신의주공군기지에 여러 대의 폭격기를 전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홍콩의 ‘봉황넷’은 신의주공군기지에 인민군 폭격기 6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을 2013년 4월 9일에 촬영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진을 보도하였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당시 신의주공군기지에 나타난 인민군 폭격기들이 소련산 IL-28 폭격기를 중국에서 모방생산하여 북에 수출한 H-5 폭격기들이었다고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강 건너 먼 데서 폭격기 외형만 보고 그렇게 서술한 것이다. 정확하게 서술하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은 핵탄두 장착 고성능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IL-28N형 전략폭격기를 여러 대 동원하여 공대지핵공격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IL-28N형 전략폭격기들이 신의주공군기지에 전개되던 2013년 4월 초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 최후결전태세를 갖추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개전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전부 동원한 삼중핵무력으로 ‘조국통일반미대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4월 초 북이 그런 결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3년 9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미관계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에서 논한 바 있다. 만일 2013년 4월 10일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동해와 서해로 각각 출격한 인민군 전략폭격기 편대들이 핵탄두가 장착된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발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하였더라면 남측과 일본에 산재한 미국군기지들은 깊은 구덩이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추려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ircraft)가 있어야 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으면, 삼중핵무력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 핵무력’으로 전락하게 되며, 지대지핵공격, 잠대지핵공격, 공대지핵공격 사이의 상호연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 북의 핵탑재용 항공무력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 항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J. Bermudez)가 2011년 4월 ‘KPA 저널(Journal)’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AN-24 수송기에 N-019 토패즈 펄스-도플러 레이더(Topaz Pulse-Doppler Radar)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하였다. AN-24의 모습은 <사진 3>에서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북이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개발하고 운용해온 경험은 30년 연륜을 쌓은 것이다. 그 30년 동안 인민군 항공군은 자기의 공중조기통제경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으며, 현재는 외형과는 딴판으로 첨단성능을 지닌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운용하는 중이다.



삼중핵무력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 그 전투적인 모습

북과 핵대결을 벌이는 미국은 원래 1945년부터 1959년까지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을 갖추고 있었고, 1959년에 애틀러스(Atlas)-D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를 수직갱발사대에 장착함으로써 이중핵무력을 갖추게 되었고, 1960년에는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삼중핵무력을 갖추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삼중핵무력은 수중발사관 24개가 들어있는 오하이오급(Ohio-class) 전략잠수함 14척, B-2 스텔스전략폭격기 20대 및 B-52H 전략폭격기 93대,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된 미니트맨3(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450기로 구성되었다. 오늘 미국 연방정부가 삼중핵무력을 유지하고 그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3,00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수치들만 놓고 생각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옹색한 꼴이 드러난다.

2012년 9월 17일 <디펜스 뉴스> 웹사이트에 실린 글 ‘삼중핵무력의 해체: 미국은 핵억제를 재고해야 한다(Deconstructing the Triad - U.S. Must Rethink Nuclear Deterrence)’에 따르면, 미국이 운용해오는 핵무력수단들의 퇴역시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존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국가재정파산위기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미국이 급속히 노후화되는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기 위해 2,000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핵무력수단의 급속한 노후화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 군부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삼중핵무력을 포기하고 전략잠수함만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의 삼중핵무력과 미국의 삼중핵무력을 물량적으로만 비교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훨씬 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을 못 보는 착시현상이다. 삼중핵무력만큼 중요한 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이다. 삼중핵무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칫 전쟁수행력 평가에서 외면을 받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이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어도,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려 얼이 빠지면 삼중핵무력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된다.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린 치욕스런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3년 8월 27일 백악관국가안보회의 직속 최종평가소위원회가 작성한 극비문서들 가운데 ‘구두보고서(Oral Report)’로 분류된 일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2006년에 가서야 기밀해제되어 세상에 공개된 그 비밀문서에는 이름도 생소한 최종평가소위원회가 나오는데, 그 위원회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경우 그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비밀기구였다. 당시 최종평가소위원회는 소련을 겨냥한 선제핵공격과 보복핵공격에 관한 비밀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핵전쟁을 벌이는 교전쌍방이 모두 막대한 물적 피해와 엄청난 인명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비밀연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극비문서에 따르면, 소련과 핵대결을 벌였던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우리쪽의 선제공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강력한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지만, 소련에 맞서 전면전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던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비겁한 모습을 말해준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보여준 그런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은 2013년 4월 초에도 반세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반복, 재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상대가 전혀 다르다. 반세기 전에 소련은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국의 허세에 속아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고 말았지만, 오늘 북은 정반대다. 북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 반드시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는 북의 시각에서 목적-방법-수단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북의 삼중핵무력은 반미대결전에서 승리하여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군이라는 미증유의 대사변을 일으킬 물리적 수단이고,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국군철군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달성하려는 당면목표이고,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 또는 대미군축회담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추구하는 양자택일의 해결방법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근본문제를 해결할 당면목표, 추진방법, 물리적 수단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국은 자기의 삼중핵무력으로 북의 삼중핵무력을 결코 ‘억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겁을 먹고 얼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의 전투적 기세 앞에서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다급하고 궁색한 처지를 감추고 있는 미국의 허세만 바라보고, 한반도정세변화를 거꾸로 파악한 허상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한 현실인식으로 실상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에 겁을 먹고 얼이 빠진 미국의 무분별한 좌충우돌이 얼마간 재발하겠지만, 한반도근본문제의 해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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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에도 환자는 병원 사정에 따라야 한다?

기석이가 상계백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2011년 12월 2일이었다. 학원에 가던 기석이는 심한 두통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빠는 인근에서 가장 큰 상계백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17시 50분께 병원에 도착한 기석이는 이내 따라온 아빠에게 별다른 이상 없이 자신의 증세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구토한 뒤 정신을 잃었다.

의료진은 급하게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를 하고 18시 23분 CT를 촬영했다. 병명은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출혈'이었다. 의료진은 수술팀에서 내려와 어떤 수술을 진행할지 논의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경대퇴 동맥혈관 촬영술' 실시 후 '코일색전술'을 실시할 것이라던 의료진은 20시 10분경 지금이 아니라 3일 후에나 수술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 기석이는 10km 단축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다. ⓒ김태현

3일 후 수술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라고만 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데 단순히 병원의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로 3차 의료기관인 상계백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을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급한 가족들은 전원해도 되는지 문의했고, 의료진은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중앙대학교병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이보다 빨리 수술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다행히 중앙대학교병원에서는 다음날 오후 1시에 수술할 수 있다고 했고, 가족은 상계백병원 담당 의사와 중앙대학교병원 의사를 서로 통화하도록 해 전원을 결정했다. 가족들은 의료진끼리 통화한 결과, 전원할 수 있다고 전해 들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중앙대학교병원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구급차는 한눈에 봐도 너무 낡고 오래돼 보였다. 앞에는 운전사와 아버지가, 뒤에는 기석이와 레지던트 한 명이 탑승했다. 중앙대학교 병원까지 걸린 거리는 35km, 시간은 채 30분이 안 됐다.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를 낸 구급차는 심하게 요동쳤고 아버지는 운전사에게 덜컹거리지 않게 조금 천천히 가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병원에 도착한 기석이는 한눈에도 상계백병원 때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아 보였다. 의료진은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CT를 촬영했고, 23시 30분경 바로 응급 수술을 했다. 의료진은 이튿날인 3일 13시에 수술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3일 오전 10시경, 가족은 수술을 4시간 앞뒀다면 이것저것 서류에 사인할 것이 많은데 아무런 조치가 없자 중환자실 벨을 눌렀다. 그리고 밤새 기석이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히 동공이 8mm가 열리면 뇌사로 판정되는데, 기석이는 벌써 7mm가 열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수술만 잘되면 동공이 돌아오는 줄 알았지만, 의료진은 수술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했다. 뇌사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천사 같은 아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암에 걸린 어머니를 둔 친구가 삐뚤어지지 않게 하려고 매일 친구를 집에 데려와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던, 엄마의 직장 일을 돕기 위해 전단 아르바이트도 마다치 않던 아들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을 모아 장기 기증을 통해 기석이의 삶이 이어지도록 결정했다. 아픈 기석이는 다시 한 번 구급차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가서 심장과 간, 폐, 췌장과 두 개의 신장으로 새로운 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줬다.

가족들은 기석이가 왜 뇌사에 빠져야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3일 동안 기다렸어야 했는지, 전원해서 바로 수술했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기석이의 죽음에는 몇 가지 물음표가 떠오른다.
 

▲ 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가 지난 10일 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 기석군의 마지막 18시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첫째, 과연 서울 동북부 지역과 의정부 주변 지역의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인 상계백병원이 응급 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던 '시스템과 협진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3일 후 수술이 진행된다면 왜 의료진은 그간에 어떠한 조처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3일 후 수술해도 괜찮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둘째,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계백병원이 수술할 수 없다면, 왜 의료진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셋째, 절대 안정이 필요했던 기석이가 과연 전원할 수 있는 상태였을까? 만약 그렇다면 병원은 왜 가족에게 기석이가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등의 물음이다.

의료진 누구라도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며 현재 기석이의 상태가 이러해서 이러한 조치를 할 것이고, 그 상태라면 3일 후 수술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가족들은 중앙대학교병원으로 옮기기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의 사례는 기석 군만의 일은 아니다.

갈 곳 잃은 응급 환자, 의료진은 타박만…

 

▲ 이지혜 씨는 "저희 어머니는 '메디시티'라는 대구에서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택배 물건처럼 병원 네 군데를 돌고 돌아 겨우 수술을 받으실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구에 사는 강구화 씨는 2011년 1월 1일 심한 두통과 구토로 급하게 인근 보훈병원으로 옮겨졌다. CT 촬영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휴일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응급의학과장이 전원할 곳을 알아보려고 대구 응급 의료 정보 센터인 1339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할 병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응급의학과장이 경북대병원 의사인 지인을 소개해 경북대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는 "전산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요구했다. 가족은 결국 사방팔방 수소문한 끝에 급하게 굿모닝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 후 자료가 없다며 CT 촬영을 한 의료진은 "단순한 뇌출혈이 아니라 뇌동정맥기형성"이라며 굿모닝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씨는 다시 영남대 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강구화 씨의 딸 이지혜 씨는 "응급 환자를 침대에 눕혀놓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 자신들은 수술할 수 없다는 단 한마디 말로 환자를 이리저리 택배 보내듯 짐짝 취급했다"며 "전원할 때도 환자가 있는 병원의 구급차로 바로 옮기지 않고, 이동할 병원의 구급차가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며 눈물로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이지혜 씨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기던 중 전산상의 문제가 있어 수술을 못 한다고 연락받긴 했지만, 너무 늦게 연락을 받아 이미 병원에 도착해버린 환자와 가족에게 의사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왔느냐'고 타박했다"며 "그 의사의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응급실 이용자 37.5% 최초 진료자 누군지 몰라

정부는 1994년에 응급의료법을 제정하고, 지역별 응급 의료기관을 지정하며 응급 의료 체계를 정비하는 등 응급 의료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2012년 8월 5일부터는 야간과 휴일에 응급 환자를 당직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을 개정·시행하고 있다.
 

▲ 응급실 최초 진료 의사, 최초 의사의 진료까지 대기 시간, 응급실 이용 만족도. ⓒ'병원 응급실 이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한국소비자원, 2013.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응급실에 도착한 후 최초로 진료한 의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375(37.5%)로 가장 많았다. 최초 의사의 진료까지 대기 시간은 10분 이내가 28.2%로 가장 많았으나, 90분 이상도 7.1%에 달했다. 응급실 이용 만족도에 대해서는 보통이라는 응답자가 56.9%(569명), 불만족하다는 응답자가 23.3%(233명),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19.8%(198명)로 나타났다.

응급 의료의 혁신은 가능한가?

최근 보건복지부는 최상위 의료기관 전원 업무를 조정했던 1339의 역할을 대신해 '24시간 전원 조정 코디네이터' 시범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1339와 통합되면서 인력과 장비가 이관된 '119 구급 상황 관리 센터'에서 병원 간 전원을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이러한 조치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법 개정 전이라도 응급실에서 전원을 요청하면, 옮길 병원을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119에 '응급 의료 상황판 관리자 자격'을 제공해 당직 전문의의 연락처를 열람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24시간 전원조정 코디네이터'는 병원끼리 진행하던 응급 환자의 전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서,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을 끝까지 찾아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지역 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지역 내로 전원할 수 없으면 타 지역으로도 전원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응급(應急)은 '급한 대로 우선 처리함, 급한 정황에 대처함'이라는 뜻이 있다. 응급치료라는 것은 '갑작스러운 병이나 상처의 위급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임시로 하는 치료'라는 의미다.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환자가 현재 어떠한 상태이며, 어떠한 치료를 받고, 가족은 어떠한 조처를 해야 하는지,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환자와 보호자는 모든 것이 답답하고 궁금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어 그 어느 때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응급 상황일수록 환자와 보호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명확하고 알기 쉽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응급실에서의 환자 및 보호자 설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호식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편집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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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다시 천막으로 "민주주의 밤 길어질 것"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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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3/09/17 10:10
  • 수정일
    2013/09/17 10:1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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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채동욱 감찰 당연... 국정원 전 정권 일"

민주당, 3자회담 대화록 공개..."대통령, '법무장관 감찰 지시는 당연'"

13.09.16 18:15l최종 업데이트 13.09.16 22:0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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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자회담 장소로 향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하기 위해 국회 사랑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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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재보강 : 16일 오후 10시 8분]
박 대통령 "국정원 사과 못해...채동욱 감찰은 당연"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내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과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3자회담이 모두 끝난 후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과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등은 박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고 각각의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댓글의혹 사건이 재판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그 점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대표는 "이제까지 국가기관, 측근비리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예외 없이 검찰 기소 단계에서 했다"고 반박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의혹이 증폭되는데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채 총장이 의혹을 해명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마당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감찰 지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잘 한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가 "신문에 실린 소문 수준인데 사찰하고 뒷조사 해야겠느냐"고 반박하자, 박 대통령은 "당연히 진상규명 해야 하는 것이고 감찰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에 대해 "총장은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라며 "한가하게 총장이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안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총장 사퇴에 반발한 일선 검사들을 향해 "검찰에 근무하는 일반 검사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대표가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사퇴시키냐"고 재차 따져 묻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사표를 안 받았다,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 안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감찰 지시에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완전 사실 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1시간 30여 분 간의 회담 말미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3자 회동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주의 회복 기대 무망... 천막으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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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자회담 마친 박근혜-황우여-김한길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3자회담을 마친 뒤 나란히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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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의 대화록을 전한 노웅래 비서실장은 "국정원 개혁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채동욱 검찰 총장 사찰 부분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물어도 쳇바퀴식 대답만 나올 뿐 확실한 대답이 없었다"며 "국민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청와대는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끼쳤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 역시 이날 회담에 대해 "담판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희망 혹은 가망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나는 할 말을 다했고 정답은 없었다"며 "아쉽게도 민주주의 밤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어쨌든 옷을 갈아입고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장외 노숙 투쟁을 접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은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침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는 국회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면서도 의사일정에 합의를 안 해 주고 있다, 장외 투쟁을 하든 안 하든, 의사일정에는 합의해줘야 한다"며 "그렇게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 비서실장이 황우여 대표가 "여러가지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고 적절한 해명도 했으니 정부 여당에게 야당도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바를 전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뭘 양보해줬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상 청와대와 야당이 양보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여 비서실장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고, 채동욱 건도 진실 밝히겠다고 했다"며 "김한길 대표가 얘기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여상규·노웅래 비서실장이 전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황우여 대표의 대화록 일부다. 다만, 대화록은 먼저 대화 내용을 공개한 민주당의 전언을 바탕으로 하되 양 측의 전언이 다른 지점에 대해서는 괄호 안에 새누리당을 뜻하는 '새'라고 별도로 표시해 적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및 국정원 개혁>

김한길 대표 (이하 김한길):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사과 및 책임자를 처벌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이하 박근혜) : 국정원에 대해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받은 일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다면, NLL 회의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거 아니냐. 그렇지 않았다. 법원이 조사해서 결과가 나오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
김한길 : 대법원의 기소 무죄율은 0.6%에 불과하다.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공소 제기된 상태, 혐의 사실이 입증 상태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냐. 이제까지 국가기관, 측근비리에 대해서 대통령 사과하는 것은 예외 없이 검찰 기소 단계에서 사과했다.
박근혜 :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김한길 : 전 정권 때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과해야 한다.
박근혜 : 내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기 떄문에 대통령으로서 사과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국정원에 대해서 선거 개입, 정치 개입 안 하도록 매듭 짓겠다. (새 :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냐.)

김한길 : 지난 12월 대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없다'고 TV 토론에서 얘기한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
박근혜 : (대답하지 않음)

박근혜 :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국정원 개혁보다도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 (그 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일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김한길 : 2003년 한나라당이 만든 국가정보원 개혁법, 2006년 개정안 정도의 수준으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정원 국내 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분리해서 검찰이나 경찰에 맡기자.
박근혜 :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당면한 현실, 외국의 예 등을 참고로 국정원이 국내에서 대공 방첩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다. 수사권 역시 그런 국정원의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국내 파트 없애지 못했고 수사권을 계속 존치 시켰다. 다시 말하지만, 국정원 개혁안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고의 강도 높은 개혁안으로 마련하고 있다.
김한길 :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만드는 게 방법이다.
박근혜 : (민 : 구체적인 답변 하지 않음 / 새 : 국정원 개혁안은 정부가 국회로 넘기면 국회에서 알아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국정원이 만든 법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보완해달라.
황우여 : 현행 국회법과 국정원법상 국회에 국정원 개혁을 위한 별도 특위를 만드는 건 옳지 않다. 정보위원회를 제치고 별도 특위에서 논의하게 되면 정보위가 갖는 특수 지위가 없어지게 된다. 정보위의 위원들은 비밀 준수 의무가 부과돼있다. 특위는 여야가 비공개로 하자고 해도 법상의 의무가 아니다. 때문에 국회 정보위에서 법상 근거와 의무를 가지고 국정원 개혁을 논하는 게 맞다. (다만) 정보위를 개선해서 논의 활동이나 구성원에 대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를 반영할 수는 있겠다. 정보위 안에 별도 국정원 개혁 소위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게 맞겠다.

김한길 : 국정원 인적, 제도적 청산이 필요하다.
박근혜 : 국정원 인적 청산이라는 것을 정권 바뀔 때마다 해봤는데 별 효과가 없더라. (국정원) 개혁안을 공개할테니 그걸 보고 말해달라. 국정원 개혁 의지 확고하고 의심할 필요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박근혜 : 이 문제에 대해 채동욱 청장 비리가 터진 후에 사실을 알게 됐다. (이건)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난리가 났다. 공직 기강에 관한 문제다.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일로 할 수 있냐, 그걸 방치할 수 있냐.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일이 터져나오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적극 소명하고 오해 있으면 진실 밝혀야 한다. (새 :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의혹이 더 커진 점 안타깝다.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였다.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해명하거나 의혹을 밝히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마당에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건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다.) 법무부 장관이 진상조사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냥 놔둘 수 없다. 공직사회 청렴 신뢰 잃으면 안 된다. 청와대가 법무부 배후를 조정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김한길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 검찰 집단 평검사부터 반발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겠냐.
박근혜 : (답변없음)

김한길 : 신문에 실린 소문 수준이다. 그런 걸 사찰하고 감찰하고 뒷조사할 수 있냐.
박근혜 : 당연히 진상규명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감찰해야 하는 것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대기업에서 떡값 받았다는 의혹이 있을 때 감찰 받지 않았냐. (새 : 이후 떡값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서 임 총장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채 총장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쉬웠다)
김한길 : 유전자 검사 받겠다고 당사자가 얘기했는데 사퇴하게 할 수 있냐.
박근혜 : 그래서 사표 안 받은 거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 안 하겠다. (새 : 야당이 배후 운운하고 나선 건 완전한 정치공세다. 근거 없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청와대가 뒤에서 감찰을 지시하라고 하는 건 근거 없는 정략적 정치 공세다.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사표 수리 도지 않을 것이다.
김한길 :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채동욱 총장을 압박해서 사퇴시키려 한 거 아닌가.
박근혜 : 전혀 그런 일 없다. 오늘 민주당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검사 사이에 통화를 하면서 채동욱 총장을 사찰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완전 사실 무근이다. 채 총장 비리 의혹건과 관련해 검찰 신뢰도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데 법무장관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냐. 한가하게 검찰총장이 민간 언론사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결을 기다린 것은 안이했다. 검찰에 근무하는 일반 검사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김한길 : 김무성 본부장이 NLL 대화록을 인용해서 발표하지 않았냐.
박근혜 : 김한길 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대선 때 정상회담 회의록을 연설장에서 공개했다고 했는데, 그건 이미 정문헌 의원이 그 이전에 얘기한 것 아니냐. NLL을 무단으로 유출해서 얘기한 것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으면 그 때 NLL 대화록을 공개했을텐데 안 하지 않았냐.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화록 공개가 선거에 영향을 주기에 (공개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뒤에 공개가 된 건 박영선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돼서, (박 의원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신뢰 문제가 문제가 있어서 이걸 공개한 것이다. 불법으로 공개한 것 아니다. 합법적인 절차로 공개한 것으로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김한길 :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김무성 의원이 얘기한 것은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과 동일하다. 대화록 공개는 그 문서를 작성한 기관의 장의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황우여 : 2급 비밀 문서의 경우 기관장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1신: 16일 오후6시 9분]
"박 대통령, '법무장관에게 감찰 지시한 적 없어'"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 3자회담이 1시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감찰지시를 내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청와대가 황교안 장관에게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사과 요구에도 "1심 판결이 나오면 모를까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사과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은)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회담 종료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이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3자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채동욱 총장 사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구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회담 종료 후 양당 대표의 표정은 명확히 갈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서 야당의 요구에 대해 얘기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야가 회담 결과를) 따로 발표할 것이다, (채동욱 총장을 비롯) 민생 얘기를 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민주당 대표가 의총을 거치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할말은 다했다"며 "많은 얘기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에서는 "사실상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6시 의총을 거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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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노를 외친 대통령,양복입은 민주당 대표


 

 

 


어제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대표의 3자 회담이 국회 사랑재에서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여야 당대표,원내대표.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외국 순방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후 3시 40분부터 작은 방으로 이동하여 김한길 대표,황우여 대표와 3자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애초 예정시간인 1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난 1시간 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회담이 진행됐지만, 내용은 아무 결과도 합의문도 없는 만남이 됐습니다.

많은 국민이 정국 해결의 열쇠로 봤던 '국회 3자회담'의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노,노,노만 외친 대통령'

김한길 대표는 그래도 나름 박근혜 대통령에 정국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등 7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료도 준비하는 등 스스로 의제를 정해 회담장에 나갔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모두 발언으로 7가지를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복지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세법 개정안,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개혁, 검찰총장 사퇴 파문 등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역시나였습니다.

국정원 사건은 그냥 재판 결과가 나와야만 책임을 묻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느냐, 왜 집권시절에 안 했느냐'는 대답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사실 뭐라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당 대표와 정국 해결을 위해 만난 자리이지만 야당 대표가 준비한 7가지 의제에 대해서 변명과 반박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김한길 대표의 말에 '노,노,노'만 외치다가 끝나 국회 3자회담이었습니다.

' 그럴 줄 몰랐나요? 김한길 대표를 향한 답답함'

김한길 대표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 법무부 감찰의 부당성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 사표를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사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는 뻔히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채동욱 총장 사퇴 파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지는 김한길 대표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불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아예 '국회 3자회담'을 통해 야당과 정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 아이엠피터의 예상대로 코스플레이에 불과한 만남을 기획, 연출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의 드레스 코드로 양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장외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수염은 깎지 않고 회담장에 갔지만, 만약 김 대표가 장외투쟁 복장으로 그대로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차피 회담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 최소한 야당 대표의 강력한 장외투쟁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는 그마저도 실패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회담장을 무거운 얼굴로 나왔습니다.

이제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장외투쟁의 효과를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다지 효과도 없어 보입니다.

정국에 매번 끌려다니는 민주당을 향한 답답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어제였습니다.

' 박근혜,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그를 쏘아붙일 정도로 강력하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행동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반기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국회를 아예 식물국회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런 표정과 단호함은 국회를 자신의 발밑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자회담'을 하면 뭐합니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그저 들러리로 나와 별로 말도 하지 않았으며, 이는 새누리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청와대 2중대에 불과하다는 증거입니다.

 

 

 

 


 

청와대에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정보기관은 이미 정치공작의 달인이자 공안정국 기획 수사 전문 김기춘 비서실장의 손에 넘어가, 남은 것은 검찰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검찰또한 채동욱 검찰총장 밀어내기로 거의 다 넘어왔습니다.


청와대,국회,법무부,국정원,검찰을 장악한 그녀에게 60%대라는 지지율은 이제' 대한민국은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했으며, 아무도 자기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신시절, 국회는 그냥 해산시키면 되는 존재였고, 정보기관은 말을 하기도 전에 알아서 정치 공작을 펼쳐줬던 수족들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지금 2013년에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야당 대표에게 지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고 나왔으니 승리했다고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정국이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나라를 꿈꾸는 대통령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당당히 그녀를 향해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그저 국민이 뽑아준 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치는 계속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 추석은 아마 현직 대통령의 '하야와 촛불집회'를 가족들에게 강력하게 설명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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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공포, 나이 80에 이민 떠나는 친구

 
 
[이기명 칼럼] 그래도 뼈는 이 땅에 묻어 다오
 
이기명 | 2013-09-16 06:14: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 김윤상 검사의 ‘사직 이유’전부를 올리는 것은 바로 김윤상의 절통한 마음을 읽고 눈물을 함께 흘리며 나이 80에 이민을 떠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김윤상의 심정은 국민에게도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또 한 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 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주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손 한 번 잡아본 적도 없는 김윤상(경칭 생략)의 사직 이유를 읽으면서 침침한 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사표를 섰을까. 그렇게 힘들다는 고시에 합격을 했고 이제 감찰1과장이라는 요직에 오른 김윤상은 이미 선택받은 몸이다.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앞길은 비단길이다. 후배들이 그를 얼마나 부러워했을 것인가.

김윤상은 사표를 냈다. 이유는 위에 올린 내용 그대로다. 부모는 뭐라고 했을까. ‘달걀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대로 살아라. 네가 그런다고 세상 바뀌지 않는다’ 이러지 않았을까. 노무현대통령의 모친이 한 말 그대로 말이다. 그러나 사표를 냈다. 그의 행동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냥 눈물이 난다.

어디를 가도 조국은 대한민국

이민 간다는 친구는 고교동창이다.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난 친구다. 아쉬움 없이 산 친구였지만 운동권 아들이 감옥에 가고 자신도 마음고생을 무척 했지만 아들이 이민을 가자고 했을 때 한 마디로 거절한 친구다. 그런 친구가 이민을 간다니. 자식이 오라 하드냐니까 스스로 간다고 했다. 정나미 떨어져 더 못살겠다고 했다. 유신의 공포로 희망이 사라졌단다. 그날 술 많이 마셨다.

이제 다시는 못 볼 거라면서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더 살거라고 이민을 가느냐고 말리니 더 이상 마음고생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김윤상의 사표 이유를 보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꼴 저 꼴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겠지 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다. 과연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을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친구의 얼굴 뒤로 세상 떠난 수많은 친구들이 보였다. 죽어서는 마음 편하게 살려나.

개똥밭에 굴러도 내 나라가 좋다

미국에서 대학병원 원장급에 예우를 받는 친구가 얼마 전 귀국했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제 미국생활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50여년을 살아 온 성공한 의사친구의 말을 들으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 마음을 왜 모르랴. 이민을 간다는 친구가 ‘죽으면 뼈는 한국에 묻어 달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아는 법조인들이 있다. 검찰출신들도 있고 판사출신들도 있다. 모두 존경받는 분들이다. 검찰출신 법조인이 하는 말이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걸 늘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격지심일 것이다. 또한 스스로 검찰에 대한 세상의 평가를 자성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기춘도 남재준도 황교안도 세간에 떠도는 말들을 들었을 것이다. 판단 역시 자신들이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대통령도 같다. 법조인이라고 다를 것이 있으랴. 그들도 어디 가서나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대접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진짜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 못 받는 경우도 있고 대우는커녕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엉뚱하게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게 바로 모순이고 이래서 사이비 법조인도 생기는 것이다.

사법살인의 판결문을 읽고 방망이를 두들긴 법조인들이 행세를 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한 법률가도 있다. 거들먹거리고 산다. 존경받는다고 생각할까.

존경은 강요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검찰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시퍼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불의한 정권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해도 실은 자기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들끓고 김윤상을 칭찬하는 국민의 소리가 높은 것은 그들이 존경받을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무슨 죄목을 달아 채동욱을 쫓아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국민은 어리석은 듯해도 현명하다. 그래서 하늘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늘은 저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숨이 멎는 것만이 죽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하는 기막힌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15일의 청와대 발표는 또 한번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채동욱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채동욱은 아직도 검찰총장이고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채동욱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진실이 밝혀져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면 채동욱은 다시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가. 복귀할 것 같은가. 명예가 회복되는가. 인간은 숨이 멎어서만 죽는 것이 아니다. 채동욱을 이렇게 죽여놓고 죽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뻔뻔한 정권이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윤상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사표를 냈다. ‘전설적 영웅인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것을 긍지로 삼고 사표를 낸 것이다.’

검찰은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는지의 판가름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법이 정의라는 신념으로 살아 왔을 검사들이 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 옹달생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아무 힘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흘러가며 서로 모이고 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면 그 힘은 두렵다. 검찰에서부터 지금 강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

유신으로 회귀하는가

한국정치의 현상을 지켜보면서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유신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 그러나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다. 도처에서 그런 징조가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정보를 알 수 있는 기관이 어디인가. 채동욱도, 당사자라는 임 여인도 아니라는데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조선일보의 황당한 보도가 나오는 배경을 국민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은 무시무시한 국정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권안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자행한 것이 중앙정보부요 안전기획부요. 지금의 국정원이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이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총수를 근거없는 모함으로 사표를 내게 했다. 지금 검찰이 몸부림 치고 있다. 채동욱은 정정보도와 유전자 감식을 요구하며 정면대응하다 감찰카드라는 벼락을 맞고 사표를 냈고 바로 감찰과장인 김윤상은 이에 저하면서 사표를 냈다.

전국 검찰의 검사들이 정면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이 들끓는다. ‘어마 뜨거라’인가.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발을 뺀다. 이 역시 국민들은 꼼수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정도로 해야 한다. 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꼼수나 쓰다보면 버릇이 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는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병들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들 스스로를 망하게 만든다.

박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는 상대가 있다. 지금 국민과 야당이 무엇을 요구하는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개혁이다. 들어주면 된다. 손해날 것이 없다. 왜냐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원하는 것을 들어줬으면 정부에 협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목을 매서 끌고 갈 생각을 말고 함께 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유신의 공포를 잊지 않고 있다. 국민은 유신의 망령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도망가고 싶다. 몸은 이 땅에 있어도 마음이 떠난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 몸과 마음이 다 함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추석이 지나면 이민 간다는 친구가 이민을 단념했으면 좋겠다. 이민을 갔다 해도 바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빈다.


이 기 명(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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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녕마을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의 '아름다운 만남'

"블랙아웃-방사능 공포? 우리 동네 발전소는 달라요"

[현장보고] 제주 김녕마을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의 '아름다운 만남'

13.09.16 08:09l최종 업데이트 13.09.16 08:28l
김시연(sta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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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 성세기 해변 뒤편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일대 풍력 발전기들 모습이 보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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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를 연상시키는 대형 풍력 발전기들과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 북동쪽 김녕마을 성세기 해변에서 바라본 이국적 풍경이다. 이 마을을 관통하는 제주올레길 20코스에 지난 14일 새로운 상징이 들어섰다. 풍력, 염분차 발전, 바이오매스 등 해양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공공예술작품들이 그것이다. 과연 이 작품들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법

건축과 예술, 과학을 결합한 공공예술 페스티벌인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제주 전시회 개막에 앞서 지난 12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에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JGRC)를 찾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황주호)은 원자력을 제외한 각종 에너지 기술을 연구해온 정부출연연구소로 대전 본원 외에 JGRC에서 해양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원자력, 화력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가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밀양 송전탑 갈등 등 환경오염과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구 8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새로운 에너지 원천을 찾으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파력, 조력 발전에 이어 해양 염분차 발전 등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량이 거의 무한대고 10~20년 뒤에는 상용화가 가능해 폐쇄 기로에 선 원전을 대체할 날로 머지않다.

지난 2011년 9월 김녕리에 둥지를 튼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서에선 풍력 발전을 비롯해 태양에너지, 해양 염분차발전, 해양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가 한창이다. 마침 취재진이 센터를 찾은 지난 12일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양 신재생에너지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외국 강연자들 가운데는 네덜란드 레드스택(Redstack)사 피에테르 하크(Pieter hack)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레드스택은 올해 말을 목표로 해양 염분차 발전 기술을 활용한 50kW(킬로와트)급 실험용 발전소를 짓고 있고 2018년 이후 원전 1기(1000MW) 1/5에 해당하는 200MW(메가와트)급 상용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레드스택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양현경 선임연구원 연구팀이다.

해양 염분차 발전이란 바닷물과 강물(민물) 사이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 기술이다. 바닷물과 민물 사이에 물 분자만 통과할 수 있는 분리막을 설치하면 염도를 맞추려고 민물이 바닷물쪽으로 흐르는 삼투압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수위가 높아진 바닷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게 '압력 지연 삼투(PRO)' 방식이다.

또 바닷물에서 식수를 뽑아내는 해수담수화 기술(전기 투석)과 반대로 이온의 흐름을 이용해 터빈 없이 직접 전기를 뽑아내는 기술이 바로 레드스택과 양현경 연구팀이 개발 중인 '역전기투석(RED)'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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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양현경 박사가 12일 제주 김녕 글로벌연구센터에서 해양염분차발전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위). 아래는 14일 제주 김녕리에서 열리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에 개막에 앞서 설치 작업 중인 '탕'. 양 박사가 예술작가, 건축가들과 함께 염분차발전 원리를 예술 작품에 투영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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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염분차 발전은 전세계 잠재량이 우리나라 최대전력 수요(2012년 6월 기준 0.073TW)의 35배인 2.6TW(테라와트)에 이르고 에너지 밀도는 240m 높이 수력발전용 댐과 맞먹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5대 강이 바닷물과 만나 입지 조건도 좋다. 무엇보다 시간이나 날씨 등에 상관없이 언제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양현경 박사는 "내년엔 32인치 TV를 구동할 수 있는 100W급 데모 모델을 만들 예정이고 2015년까지 50kW 연구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지난 2년 사이 레드스택 기술을 거의 따라잡았고 곧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염분차 발전을 이용하면 물 1톤으로 초당 약 2M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염분 농도가 20%에 이르는 사해를 이용하면 전력량이 5.9배 높은 11.7MW에 이른다. 심야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이용해 해수담수화 과정을 통해 고농도 염수를 저장했 뒀다 대낮 피크시간대에 발전해 전기를 얻으면 예비전력 부족에 따른 '블랙아웃'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야간에 물을 끌어 올렸다 낮 시간에 방류해 전기를 얻는 양수 발전과 비슷하지만 입지조건과 환경오염에서 더 유리하다.

"대형 건물에 물탱크만 있으면 어디든 발전 가능"

양 연구원은 "양수발전은 주변에 반드시 강이 있어야 해서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염분차 발전은 건물 지하나 옥상에 물탱크 2개만 있으면 돼 어디든 설치할 수 있고 다시 방류할 필요가 없어 환경 문제가 없다"면서 "50kW급 발전에 1시간당 200톤 이상의 물이 필요하지만 고농축 염수를 사용하면 물탱크 크기를 1/5에서 1/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돼 서울과 같은 도심에도 발전소가 들어서면 밀양 송전탑과 같은 초고압 송전을 둘러싼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같은 센터에 있는 김동국 박사 연구팀은 최근 '흐름 전극'을 이용한 축전식 탈염 해수 담수화 기술(FCDi)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축전식 탈염'(CDi)이란 바닷물이 다공성 전극을 통과할 때 염이온을 제거해 먹는 물로 만드는 기술인데, 전극을 흐르게 해 효율성도 높이고 탈염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절반 정도를 회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염분차발전이나 FCDi 해수담수화 기술이 아직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해상 풍력발전 기술은 이미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근접한 상태다. 현재 제주에는 연간 700가구 이상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2MW급 해상풍력발전기 2기가 설치돼 있다. 이는 수심 15~20m 정도 되는 바다 속에 경사형 2단 자켓을 먼저 설치하고 그 위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 물에 띄울 수 있게 해 수심 40~50m 이상 깊은 바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도 KAIST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장문석 JGRC 풍력연구실장은 "육상 풍력은 바람 효율이 좋은 1등급 지역은 거의 포화 상태고 민가에 가까워지면 민원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해상 풍력은 해안가에서 30km 이상 떨어져 대단위로 건설해도 경제성이 있고 육상과 달리 장애물이 없어 바람이 균질하고 강한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남호 박사 연구팀은 앞으로 국내에 10GW 용량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국내 총전력 수요의 5% 정도를 감당해 매년 3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처음엔 주민들도 반대했지만... 이국적 풍경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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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읍 월정 앞바다에 해상 풍력 발전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남호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STX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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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거둔 성과를 예술 작품을 통해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과 함께 진행하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도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올레길 20코스 곳곳에선 JGRC 연구자들과 예술가, 건축가들이 공동 작업한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양현경 박사가 참여한 '탕'이란 작품은 해양 염분차 발전을, 풍력연구실 곽성조 박사가 참여한 '풍루'와 유체역학 연구자인 김호영 박사가 참여한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풍력발전 기술을 예술로 형상화했고, 김대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여한 '사랑당: 푸른빛의 전설'은 해양 바이오 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발광 미세조류를 제주 민속신앙인 '당'과 결합했다.

지난 13일 취재진과 함께 올레길을 둘러본 박윤보 김녕리 이장은 대형 프로펠러가 도는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풍력발전이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땐 소음이 심해 주민들 반대도 심했다"면서도 "저 정도면 이국적 풍경도 나오고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굳이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도 친환경-신재생에너지는 지역 주민들과 융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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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3자회담' 처음과 다른 박근혜의 '막장드라마'

 


오늘 9월 16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회 사랑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이 열립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제의한 시점과 비교하면 꽤 시간이 지났으며, 회담도 야당 대표와 대통령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3자회담'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이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좋은데, 이 '3자회담'도 처음 박근혜 대통령이 제의한 모양새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엠피터가 왜 '국회 3자회담'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복장규제, 우리가 고딩인가?'

청와대는 민주당 비서실에 이번 '3자회담'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한 청와대의 복장규제에 대해 민주당은 '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복장을 규제한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와대의 복장규제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마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 정국이 해결되는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고 청바지를 입는 등의 복장으로 수염도 깎지 않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랬던 그가 말끔하게 수염도 깎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국회 사랑재에 등장해서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하면, 당연히 국민은 이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끝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청와대는 배석자의 드레스 코드를 통보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부분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결과 보고회를 하고 3시 30분부터 사랑재 작은방에서 회담하는 것은 어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사랑재에서는 각종 회담이나 행사가 자주 열리는 데, 어떤 공식적인 초청행사가 아니라면 대부분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만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국회 사랑재 자체가 말 그대로 사랑방으로 어떤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누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자기가 몸소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 노력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이 가니, 말끔하게 양복에 넥타이 매고 나와라'고 하는 말은 처음과 다른 권위적인 발상이자, 자신만 이득을 챙기겠다는 전략에 불과합니다.

' 공개하자고 해놓고 갑자기 녹음도 속기도 생중계도 안 하겠다는 심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9월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대통령의 '3자회담' 제의를 밝혔습니다.

'이번 순방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를 방문하셔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국익에 반영되도록 하고자 만남을 제의합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정파 등 모든 것을 떠나 회담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그 이후 연이어 여야 대표 3자회동을 통해 국정 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합니다.'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한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3자회담이 시작되려고 하자 청와대는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통보했습니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와야 한다는 규정까지 통보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하는 녹음이나 속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자체가 매우 수상합니다. 또한, 민주당이 청와대의 투명성에 맞춰 '3자회담'을 모두 TV로 생중계 하자고 했지만, 이것도 거부했습니다.

혹시나 회담에서 나온 얘기를 다르게 해석하여 정국을 뒤흔들었던 자신들의 수법을 지레 겁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고 저리 꼭꼭 숨기느냐는 의심도 듭니다.


'의제도 없고, 그냥 할 말만 하고 가겠다는 대통령'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지금 정국이 9월 12일과는 전혀 다른 정국이 됐기 때문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표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검찰을 자신의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통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면 회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선에서 큰 주제를 잡고 그 주제의 해결 방안을 위한 세부사항은 조율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제 사전조율은 없다. 특정 의제 조율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많은 얘기를 할 것 같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식의 회담은 그저 웃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섹스동영상 파문 때, 청와대와 법무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오히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변명을 그대로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서 말하면서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에는 어떠합니까?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유전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는데도 법무부는 다음날 바로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이미 그에 대한 내사가 경찰에서 진행 중에 있는데도 차관 임명을 단행했습니다. 브로커와 섹스 파티를 했다는 자체는 범죄이자, 공무원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짓인데도 그렇게 범죄자를 옹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진실규명과 공직기강'을 주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의제를 아예 없애고, TV 생중계도 녹음도 속기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약 아이엠피터처럼 '아니 김학의는 범죄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임명했던 대통령이 채동욱 사건 때는 왜 이러십니까?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닙니까?'라고 대통령에게 김한길 대표가 따지고 들고, 그것을 온 국민이 보고 진실을 알까 봐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쪽대본으로 만든 드라마 대부분이 시청률은 높지만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정치도 '막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진실을 알려주는 '정치 다큐멘터리' 시대가 오길 애타게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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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원수 평양 역도 선수권 대회 관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9/16 09:29
  • 수정일
    2013/09/16 09: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시아 역도연맹 관계자 김정은 원수에게 사의 표명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16 [09:06] 최종편집: ⓒ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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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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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원수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2013년 아시아 역도선수권 대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 매체들이 전했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16일 신문에서 지난 15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성택 부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들과 함께 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 성인급 여자 63kg급과 69kg급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은 경기장에 나온 김정은 원수에게 국제역도연맹 부위원장 겸 아시아역도연맹 1부위원장과 아시아역도연맹 서기장, 아시아역도연맹 부위원장이 이번 대회가 훌륭히 진행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신데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 원수는 “온 나라에 체육열풍이 세차게 일어나고 체육에 대한 사회적관심이 날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속에 수도 평양에서 여러 나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시면서 아시아역도연맹과 국제역도연맹을 비롯한 해당 기구들에서 2013년 청년, 성인급 아시아컵 및 구락부(클럽)역도선수권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썼다.

이날 김정은 원수가 관람한 경기에서 조선의 리정화, 려은희, 조복향 선수들이 금메달을 쟁취하였다고 신문은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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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칼럼> 김근식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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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6 0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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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개성공단 회담이 타결되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즈음에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책자를 발간했다. 여전히 애매하고 불충분한 대목이 있지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원칙과 추진기조 등도 큰 틀에서 그리 흠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항상 그렇듯이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은 좋고 바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추진방향과 추진과제 등도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도 설명책자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책자에 설명된 내용과 과제를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접근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희망적인 남북관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 북한변화론’의 접근방법을 고수했고 그것도 북의 근본적인 변화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은 관계 파탄과 최악의 안보위기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책자에 설명된 대로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밝혔던 신뢰와 균형의 접근방법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갔다고 보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에 강경일변도로 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alignment)을 통해 그리고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trust politik)하겠다는 접근방법으로 설명된다. 북에 대한 원칙을 지키되 신뢰형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접근방법은 화해협력의 대북정책과 대북강경의 대북정책이 모두 가능한 사실상 애매한 접근일 수 있다. 대북 원칙 고수에 경도될 경우 강경기조로 흐르고 신뢰 형성에 경도될 경우는 유화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매개 국면에서 정부의 선택과 결정 여하에 따라 대북 접근이 강경으로 치닫기도 하고 화해협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6개월의 남북관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접근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대북 대화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합의과정에서 남과 북을 공동주체로 한 재발방지 표현을 수용한 점 등은 남북간 신뢰축적을 위한 유연한 접근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 대화를 제의해 놓고 갑자기 최후통첩 하루 만에 개성공단 철수결정을 내린 것이나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북측의 회담 대표를 특정인과 특정 ‘격’으로 고수한 것 등은 잘못된 북을 바로잡겠다는 대북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강경한 결정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의 신뢰를 형성해가겠다는 접근방법을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진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우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은 상황과 국면에 따라 때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때로는 교류협력을 결정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북한의 긴장고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보를 강화하고 북의 실용적 관계개선 시도에 대해서는 응당 교류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보 강화와 교류협력 진전은 국면과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교류협력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류협력 국면에서도 안보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서해교전 상황에서도 단호한 안보적 대응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남북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약속과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한다는 접근방법 역시 약속을 어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부정적 경고와 함께 합의된 약속은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서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긍정적 의지를 반드시 북에게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 신뢰형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축적 방법이 자칫 북이 약속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쌍방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과 똑같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선의를 갖고 반드시 합의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북이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부정의 경고만 반복하지 말고 북과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긍정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에 대해 공단폐쇄도 각오하겠다는 응분의 경고를 보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북과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이치다. 신뢰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노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셋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론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문제는 진행형이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유지와 진전을 가로막는 ‘조건부’ 접근이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그랜드 바겐’ 접근이 그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됨으로써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고조의 위험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서는 북핵협상을 더욱 추동하고 진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지금까지의 북핵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결코 박근혜 정부는 북핵해결의 유혹에 빠져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교류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고수하고 견지해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형성을 가능케 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버릇 고치기라는 잘못된 원칙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오히려 이 원칙을 위해 더 큰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제발 남북관계에서 올바른 원칙을 고수하길 기대해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국방부, 청와대 자문위원 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역임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역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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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 당선 위한 것? [2013.09.30 제979호]
 
[표지이야기] 교학사 교과서, 이승만은 42회 이름 나오고 5장 사진 내며 독립운동사 주역으로 재탄생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식민통치 미화론’
역사학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

 

애초에 불량품이었다.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이하 <한국사>)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의 검정·보완 과정에서 이미 다른 교과서의 2배가 넘는 479건의 오류가 지적됐다. 대부분 연도·인명·단체명·사건명 등 상식 이하의 치명적 오류였다. 만주의 무장 독립운동 단체 ‘북로군정서’를 ‘북로군정서군’이라고, ‘조선사편수회’를 ‘조선사편찬위원회’로 쓴 것이 그렇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은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였으니 검정에서 탈락시키는 게 마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편은 친절한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 8월30일 <한국사>에 국가공인교과서 자격증을 안겨줬다.

일제 식민지 설명할 때 등장하는 ‘융합주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도 ‘투하’라는 게 일반적인 표현이라서 다른 교과서들은 다 그렇게 썼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사>에서만 ‘피격’이란 단어를 고집했다. 피격은 일본인들이 태평양전쟁의 전범이면서도 원폭의 피해자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게 됐다. 국편이 잡지 못한(않은) 오류·왜곡을 국회·언론들이 앞다퉈 날이면 날마다 발표했다.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와 함께 교학사 <한국사>를 사흘간 긴급 검토한 결과, 오류·왜곡 사례가 298건이나 된다고 9월10일 밝혔다. “전체 500~600건에 달하는 문제점 가운데 다른 교과서에서도 있을 수 있는 오류들을 제외한 최소한의 수치”라고 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다룬 근대사(40%)에서 왜곡·오류가 많았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후쇼사 교과서(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보다 더 일본의 입장에서 쓴 교과서”라고 평했다.


일제강점기를 요약한 첫머리를 읽어보자. “일본은 식민지를 자신들의 체제와 문화에 일치시키는 ‘동화주의’를 채택하였고, 나아가 ‘융합주의’를 적용하였다.”(230쪽) 융합주의? 생소한 단어다. 다문화 사회를 설명할 때 일부 외국 학자들이 사용하는, 한국사와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란다. 인종과 민족이 다르고 따라서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 차이를 극복하고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을 ‘융합’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준식 정책위원은 “뉴라이트가 보기에 일제강점기는 식민지가 아니라 다민족·다문화 사회 정도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일제 식민통치가 한국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를 옹호하고 독립운동을 폄하하는 ‘식민통치 미화론’까지 등장했다. 일제강점기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다루면서 ‘발전’ ‘성장’이라는 단어를 반복한 게 그 징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주제 열기’라는 코너에서 “(1930년대 명동 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 거리의 생활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278쪽)라고 묻는다. 질문 안에 답이 있다. 1930년대 서울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아 당시 사회·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한다.

일본 입장에서 깨알같이 사용한 단어도 수두룩하다. 일본인들의 의병 ‘학살’을 ‘소탕’ ‘토벌’이라고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은 한국 병합을 실현하기 위해서 의병을 소탕해야 하였다. 일본은 1909년 9월부터 2개월에 걸쳐 ‘남한 대토벌 작전’으로 의병을 토벌하기 시작하였다.”(265쪽) “의병 4천여 명이 체포되거나 학살당하였다”(미래엔·214쪽), “대대적으로 의병을 공격하였다”(두산동아·187쪽), “2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의병장과 수천 명의 의병이 체포되거나 피살되었다”(지학사·248쪽) 등 다른 교과서의 서술과는 분명히 다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도 ‘투하’라는 게 일반적인 표현이라서 다른 교과서들은 다 그렇게 썼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사>에서만 ‘피격’이란 단어를 고집했다. 피격은 일본인들이 태평양전쟁의 전범이면서도 원폭의 피해자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다.

 

 
 
» 교학사 <고교 한국사>의 대표적 문제점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안창호의 부재, 김성수·홍난파의 활약 

독립운동사는 과감히 축소·왜곡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창호의 부재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최고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인물인데도 교학사 <한국사>의 독립운동사에서 안창호가 자취를 감췄다.

 

교학사 <한국사>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던 그가 말이다. 반면 국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김성수·장덕수·이종린·김활란·홍난파·유치진과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현상윤·최승희·안익태·이상도·이병도는 친일에 대한 적절한 묘사 없이 독립운동(민족운동) 분야에 집어넣었다. 친일파로 교학사 <한국사>가 명시한 인물은 단 한 명, 이광수뿐이다. 이마저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이렇게 변론한다. “일제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굴종과 전쟁에 대한 협력을 요구하였고, 강요를 이기지 못한 이들은 이를 따랐다.”(288쪽) “일제 시기 고등 교육 기관을 세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제와의 협력도 필요하였다.”(260쪽)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묻는다. “국가기구나 법원의 친일 반민족 결정·판결도 부정하는 사람들이 쓴 교과서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사의 주역으로 재탄생한다. 일제강점기에 68쪽을 할애했는데, 11쪽에 ‘이승만’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횟수는 42회다. 사진도 5장이나 나온다. 반면 안중근이나 윤봉길은 아예 사진이 없고 김구는 인물사진 한 장이 고작이다. 교학사 <한국사>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293쪽)

마구 칭송하다보니 어이없는 오류를 저질렀다.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한 토머스 윌슨 전 대통령의 사진 설명에 교학사 <한국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도 교수이기도 했다”(296쪽)라고 적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외교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사실관계가 틀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1910년 7월, 윌슨 전 대통령은 같은 대학의 총장이었다. 당연히 학생을 지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총장 자격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을 뿐이다. 혼돈이 발생한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하버드대학 석사 때 윌슨이라는 사람의 강의를 들었고 그때 함께 사진도 찍었기 때문이다. 윌슨이라는 성이 같다는 이유로 이승만 추종 세력이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취급하고 지도교수라는 과장까지 더해 인터넷에 퍼뜨렸다. 그리고 결국 교과서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어처구니없는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 

공을 지어내는 만큼 과는 교묘히 감추었다. ‘3·15 부정 선거와 4·19 혁명’을 다루면서 교학사 <한국사>는 “정부는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서 부정 선거를 자행하였다”고 썼다. 실제 3·15 부정 선거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였다.

 

 

제2차 조선교육령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라고 밝혔지만 조선교육령의 ‘국어’를 ‘한국어’로 착각한 탓에 저지른 어이없는 오류다. 조선교육령의 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를 뜻한다.

 

 

 

왜곡·편향에도 미치지 않는, 미천한 실력을 드러내는 어처구니없는 오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합국은 카이로선언(1943)으로 일본에게 항복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하였다”(238쪽)라고 적었지만, 연합국이 일본에 항복을 요구한 것은 포츠담선언(1945년 7월)이다. “징병을 독려하는 마쓰가끼 조선군 사령관의 모습”(248쪽)이라고 사진 설명을 달았지만, 사진 속 인물은 이타가키다. 이타가키는 육군대신까지 지낸 뒤 조선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군인으로 해방 뒤 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48년 7월17일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명시하였다”(256쪽)고 교학사 <한국사>는 적고 있지만, 실제 제헌 헌법 전문에는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고 돼 있다. 1987년에 개정된 헌법 전문과 착각한 탓이다. 또 제2차 조선교육령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260쪽)라고 밝혔지만, 조선교육령의 ‘국어’를 ‘한국어’로 착각한 탓에 저지른 어이없는 오류다. 조선교육령의 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를 뜻한다.“미국과 독일에서 활동하던 안익태는 해외에서 ‘애국가’와 ‘코리아환상곡’을 작곡하였다”고 교학사 <한국사>는 썼다. 하지만 안익태의 ‘애국가’와 ‘코리아환상곡’은 다른 곡이 아니다. 코리아환상곡의 일부가 나중에 애국가로 불렸을 뿐이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저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는 역랑 자체를 갖췄는지 회의적”이라고 총평했다.

 

“8종 교과서 전체 수정·보완하겠다” 

학계와 정계 등에서 검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부는 교학사뿐 아니라 국편 검정 심사를 합격한 8종 교과서 전체를 수정·보완하겠다고 9월11일 밝혔다. 검정 취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고 ‘물귀신 작전’으로 교학사 <한국사>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노림수다. 이런 식이면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교과서”가 2014학년도 고교 신입생들의 책상 위에 올라갈 상황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또 가래로 막게 생겼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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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까지 방문했는데.... 밀양은 달라진 게 없다

공사 강행 수순밝기 평가... 반대 주민들 더 격앙 "목숨 걸고 막겠다"

13.09.14 16:26l최종 업데이트 13.09.14 16:56l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다녀간 뒤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 총리의 밀양 방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갈등을 풀기 위한 의도로 밀양을 찾았다. 정 총리는 먼저 산외면사무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정 총리는 송전탑 찬성 측 주민대표와 한국전력, 경남도, 산업부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위원들을 만나 격려했다. 이날 특별지원협의회는 주민보상과 지원 협의경과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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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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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면사무소를 방문하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 총리는 단장면사무소에 들러 반대 주민대표들과 면담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 김준한 대표(신부)와 경과지 4개면 주민대표가 정 총리와 면담했는데, 10여분 만에 결렬되고 말았다. 면담 결렬 뒤 주민들은 정 총리가 탄 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후 정 총리는 밀양시청에서 열린 '밀양 선밸리 태양광사업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 사업은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 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데, 한국전력은 '밀양태양광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발전수익을 주민들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이날 지역특수보상사업비(185억)를 확정했는데, '마을별 지원 금액의 최대 40%(74억)까지는 세대별 균등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송전탑 경과지 주변 가구는 1800세대 정도인데, 세대별 지급금액은 각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주민 "공사 재개하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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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밀양시 산외면사무소를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함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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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8월 사이 몇 차례 밀양을 방문한 데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했지만,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총리 방문 이후 반대주민들의 더 격앙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국무총리 방문이 추석 뒤 공사 강행의 수순밟기였다고 받아들인다. 고준길(단장면 용회마을) 씨는 "국정의 2인자인 총리께서 오신다고 할 때 처음에는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그런 기대가 산산이 무너지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갖고 오지나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보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에 절망하게 되었다"며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싸울 때 보상문제는 말하지 않았고, 삶터를 철탑에 내어줄 수 없어 '우회송전'이나 '지중화'를 요구했던 것인데, 그동안 산업부 장관과 한국전력 사장이 해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총리 면담에 참여했던 주민대표 안영수(산외면) 씨는 "총리도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산업부와 한국전력에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가 꼼수를 부렸으며,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싶다"며 "총리 방문 뒤 주민들은 더 격앙된 상태이고, 공사 재개하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대별 보상금 400만 원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종범(부북면) 씨는 "총리가 방문했다고 해서 변화는 없다"며 "우리는 그동안 보상이 필요 없다 했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세대별 400만 원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집과 주변 땅까지 합치면 2500평은 되는데, 아무리 못해도 송전탑 때문에 땅값이 평당 10만 원 이상 내려갔고, 그러면 2억5000만 원 손해다"며 "그런데 400만 원 보상이라고 하니 말이 안 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과 비교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가 방문한 다음 날에도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이 모여 의논했다"며 "한국전력은 추석 뒤 공사 재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사 강행한다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막을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은 국무총리한테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이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주민들은 그대로다. 반대 주민들은 동요가 없다. 오히려 괴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총리가 왔다고 해서 공사를 막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다"며 "12일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서울을 다녀왔는데, 거리 전광판에 보니 '보상 400만 원 합의'라고 알리고 있더라. 반대주민들은 보상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그야말로 허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송전탑 반대에 함께 해왔던 주민들은 총리가 다녀갔다고 해서 동요는 없는 것 같다"며 "한국전력이 공사재개를 할 것 같은데, 동네마다 투쟁 전술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주민 "타당한 보상 해주고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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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렬된 뒤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며 도로에 드러눕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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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찬성 주민과 밀양시, 밀양시의회, 한국전력공사는 반대 측과 평가가 조금씩 다르다. 박상문(상동면)씨는 "송전탑 하는데 누가 찬성하겠느냐. 송전탑 좋다고 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책사업을 해야 하는 것 같으면, 타당한 보상을 해주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밀양시청 경제투자과 관계자는 "총리 방문 전후 큰 변화는 없다"며 "전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총리 방문 때 신성장동력산업 발전과 관련한 방안이 나온 것에 환영하지만,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피해를 입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특별지원협의회의 합의사항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밀양시의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필호 밀양시의회 의장은 "특별히 변화는 없는 것 같고, 전체 밀양시민들은 더 이상 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동안 중간 입장을 취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홍 밀양시의원은 "시민들은 총리가 '나노산업' 등 밀양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국도확포장사업 등 총리 방문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관계자는 "반대쪽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데 거세게 거부하지는 않으며, 주민들은 개별보상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아 설명해 주기도 한다"며 "공사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첫 심리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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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가 정 총리한테 전달하기 위한 호소문을 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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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4일 오후 밀양 영남루 앞에서 '118회 송전탑 중단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국전력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와 이계삼 사무국장, 경과지 주민 24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냈는데, 오는 17일 첫 심리가 열린다.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는 최근 간이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놓았는데, 반대주민들은 추석 직후인 23일경 공사 재개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보상금 수령 여부와 '간접공동보상'뿐만 아니라 '직접개별보상'도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지켜봐야 하기에 공사 재개는 10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8년 전부터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 가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20일 공사 재개했다가 1주일여 만에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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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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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내친 박근혜 정권…국민 심판 받을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15 12:12
  • 수정일
    2013/09/15 12: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채동욱 내친 박근혜 정권…국민 심판 받을 것
 
耽讀  | 등록:2013-09-15 09:50:43 | 최종:2013-09-15 10:02: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파도미'

채동욱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때 유행된 말입니다. 파도 파도 미담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들이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낙마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해 낙마한 공직자들은 김용준 국무총리후보자를 비롯해, 축구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정판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채동욱을 내쳤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동욱은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권 정통성을 위협할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원세훈과 김용판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조선일보는 채동욱 총장이 혼외아들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막이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게 눈엣가시였던 채동욱 총장은 조선일보에게도 눈엣가시였습니다. 임아무개씨가 자신의 아들이 채 총장 아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편지 내용이 오히려 자신의 보도를 뒷받침해준다고 했습니다.

결국 채 총장은 물러났습니다. 검사들은 반발합니다. <머니투데이>기사에서 한 검사는 "점심 먹은 뒤 보도를 보고 감찰 지시 사실을 알게 됐는데 '지나치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검찰조직의 수장을 이렇게 모욕적으로 대우하는 경우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정말 모욕주기입니다.

누리꾼들 반응도 비슷합니다. "참 대단한 정권. 다음 검찰총장은 ㅂㄱㅎ 입맛대로", "감사님들,자존심 상하시죠? 이번참에 시국선언 좀 하시죠", "정권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검사는 모두 탄핵한다는 박그네의 의지다 검찰들아 존심도 없냐? 채총장이 검사로서 잘 못한게 없으면 당신들도 정권을 향해 촛불을 들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권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입니다. 검찰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정권 말기가 되면 당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채 총장 사퇴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권 부담이 작용한 것입니다. 더 이상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당했다면 채 총장에게 오히려 더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거꾸로 갔습니다. 지금 당장은 웃음이 나오겠지만, 정권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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