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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저장 문서]이광호국장과 소주 한 병

참 미안합니다!

 

정말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 얼굴을 들수도 없읍니다.

 

활동가라고 노동운동한다고 뻐기도 다닐줄은 알았지, 옆 동료에 대해 따뜻한 시선하나도 제대로 못 보냈읍니다.

 

잘 가세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커다란 눈망울에 환한 웃음 가득 품고서 친구들과 많은 얘기 나누세요.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온 문자하나!

 

아침10시 회의에 곧바로 들어오겠다며, 김포까지 문상하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감으로 늦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택시지부 이광호 조직국장 투신하여 자살하였고 그 영안실에 문상갔다는 것이었다.

 

'아~~~ 이광호국장 ... 누구지,,,아~~~ 공해투 상근하신 그 동지?'

 

사무실에 도착하니 먼저 출근한 사무처 간부들이 이래저래 얘기를 한다.  생각한 그 분이 맞았다.  왜? 죽어?

 

새벽에 문상갔다온 식구들에게서 확인된 건 평소 우울증이 있었고 그날도 부인과 아이들이 같이 있었다고 한다.

 

부인과 말다툼도 없었단다. '아이들 잘 부탁한다'는 것만 남기고 집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문득, 박상윤동지가 생각났다. 또, 자살하는 활동가가 있다니...

 

공해투 상근자로 2009년 2010년에 주로 봐 온것 같다. 평소 말도 없고, 혼자서 책상에 앉아 있거나, 공해투 식구

 

들과 회의하면서 웃는 모습을 몇차례 스쳐지나면서 봤네

 

그리고, 민주버스본부 전북지회 투쟁때 공공운수노조 준비위 집중투쟁을 마치고 얼은 몸 좀 녹이고 허기진 배도

 

채운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전북고속 놔 두고 서울로 돌아가는 발길을 못내 아쉬워하며 소주 마시며  이래저래

 

얘기하던 모습. 그때 처음 이광호 동지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존재를 느꼈다.

 

하지만, 우린 그때 이광호 동지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계속되는 바람에 짜증이 좀 나기는 했다. 피곤한 몸으로 서

 

울 돌아오는 버스였는데 다들 그냥 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눈망울, 건장한 체구,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 그리고 주위를 살피는 듯한 분위기....

 

이것이 이광호 동지에 대한 기억이다. 이것뿐이었다. 

 

너무하지 않나?  너무한 것 같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지 않아서 부대끼면서 동료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같다.

 

하다못해 쓴 소주 한잔, 막걸리 한잔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었던 환경도 있지만, 택시업종 해고자 문제는 접근하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감이 안왔다. 그리고, 얘기하면 계속 논의해야 하고 책임이 커질 것 같아서였다.

 

또하나, 그동지 사는  방식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무엇하나 집중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데, 왜 여기 있지? 왜 이

 

사무실에 올까? 공해투 위원장과 뜻이 잘 맞나? 아닌 것 같은데.... 공해투 위원장 믿고 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광호 동지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8시경 사무처 식구들과 같이 김포우리병원에 있는 빈소 문상을 갔다. 우여곡절 끝에 7명이 빈소를 찾

 

았고 연장자라꼬 향피우고 술 한잔 치고 절하고... 그리고 빈소를 지키는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과도 절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만 하고 빈소를 나와 소주 한잔을 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택시지부, 공해

 

투 식구들이 있었다.

 

밥상을 받고 소주를 달라해 연거푸 계속 마셨다.

 

이광호 동지, 당신이 투신 자살해서 죽고나서 여기와서 겨우 소주한잔 먹네요. 참... 이게 뭐야!

 

어느덧 소주 한잔이 소주 한병이 되었다. 그리고, 이상한 문상객이 옆에서 치근대는 바람에 모두 장례식장을 빠져

 

나왔다. 주차장에는 흰 눈이 뽀얗게 싸여있다. 사람들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자꾸 문상하려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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