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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 있지?
무얼하고픈가? 무엇을 할 수 있을만큼의 열정이 있는가? 어디로 가려고 하나?
하고픈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큰 차이다.
마음으로야 이것도 저것도 온갖 것들이 머리를 뒤 흔든다.
하지만,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더라. 뭘 하려면 이것도 저것도 부족한 것이 먼저보인다.
한다면, 하겠다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조건은 어느정도 있어야 하기에 이것저것 밑밥을 뿌리는 심정으로 지낸다.
그러다가 세월 다 간다.
정작 하고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래저래 필요하다고 하니깐 한다. 대표자들을 믿고 간부들을 믿고 옆 동료를 믿고 그저 간다.
이게 노동운동 경력 26년차의 모습이다.
왜 여기 있나?
매일매일 연거푸 반복되는 사무실 공간, 하루평균 10시간이상 노동을 함에도 무엇하나 남는게 없다.
잘 가고 있는건가? 이렇게 하면 조합원, 간부들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나? 창과 방패가 될 수 있을까?
노동자 계급의 눈으로 좀 더 세상을 보게 될까? (에라이!!!!! 내가 노동자 계급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는데, 간부들, 조합원들에게 기대하는 건가?그렇지 나보다 훌륭한 조합원과 간부가 있지... 그들을 믿어볼까?)
직장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모두의 행복한 꿈을 같이 만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모두의 꿈은 사라지고... 앙상하고 노쇄한 늙은 활동가만 남아... 존재의 가벼움에 살떨려가면서... 또는 나의 존재를 무시하는 조직과 관계에 치떨려하면서... 매 순간 소외의 흔적에 고통받고 살고 있는.... 나...여기 있더라....(그리고... 다른 이에게 똑 같이 복수하고 살고 있더라...)
안개속 이다.
계속 돌리기만 하는 큐빅이다. 색깔은 온통 섞여서 도무지 맞춰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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