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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과메기와 숭어회 파티를 거나하게 한 다음날.
오후 3시부터 재능 1500일 투쟁이 있고 오후 5시에 FTA집회 있고, 다시 밤늦게 재능 1500일 투쟁이 있는 날.
새벽까지 이어진 파티와 과음, 벗들과의 만남을 핑계로 결국, 오후 3시부터 참석하지 못하고 청계광장에 있는 FTA집회로 곧장 직행했음.
이제 막 시작한 듯한 집회장에서 아는 사람들도 없고 혼자서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혹시나 싶어 재능집회장으로 향하면서 문자를 날림. 곧바로 온 답신은 '이제 곧 마치니 FTA집회장에서 기다리라'는 말씀.
40여분이나 지난 뒤 재능농성장 대오가 합류하고 이래저래 사람들이 모여 대오를 형성했음.
해 떨어진 뒤 건물과 건물 사이 청계광장은 꽤나 쌀쌀했음. 앉기도 그렇고 해서 뒷쪽에 서서 집회참석 동료들과 이러저런 얘기로 시간 때우고 있었음. 꽤나 긴 시간동안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오늘 난 왜 이집회 나왔을까?'라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가 다시 다가와 정수리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사라짐. 몇차례 반복하다가 심지어는 '차라리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뚜렷한 일정과 목표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됨.
아~~~ 그렇지. 오늘 이 거리로 나온 것은 재능지부 1500일투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였음.
6:40분경 FTA를 마치고 보신각으로 이동. 보신각에서 재능투쟁 시작 집회를 간단하게 한 뒤 종로를 지나 종로5가에서 혜화로타리에 있는 재능본사앞까지 인도로 행진. 꽤 긴 행진거리구먼. 쩝쩝...
8시부터 재능본부사앞 투쟁을 예고하고 있고 또 그곳에서 저녁식사까지 한다는 것. 밥차가 있다고 함.
오후 늦게 먹은 짱뚱어탕으로 추위를 이기고 있었는데, 혜화로타리까지 걸어가면서 추위와 시간과 싸워서 이겨서 오는자만이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고 그 덕으로 투쟁도 가능하다라는 지침을 동의해야 하나 거부해야 하나에 한참동안 갈등과 번민과 심지어 고뇌까지 있었음.
아~~~~
꼭 오라고 아침까지 문자보낸 김혜진동지와
1500일동안 이래저래 상처받고 이제는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을 유명자 지부장님과 재능 식구들의 얼굴이 아른거림.
아!! 고민
'그래도 오늘은 재능집회에 참석하려고 왔는데 있어야지'라는 마음을 다잡고 인도 행진을 시작하는 대오속으로 합류함
7시 20분경 시작한 듯함.
토요일이고 또 종로여서 인도가 많이 복잡했음.
그러나, 정작 복잡한 이유는 집회대오도 아니고 토요일 종로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아니었음.
경찰이었음.
"깃발은 내리고 가시기 바랍니다. 깃발을 그대로 든 채 인도로 행진하는 것은 불법집회입니다"
"야! 저리로 가!! 야! 이리로 와!"
"아악^^^~~! 왜 이래요. 밀지마세요. 그냥 가게 내려두세요. 경찰이 시민들 행보 방해하고 있읍니다. 아악^^^~~"
"깃발내리세요. 깃발내려요"
이렇게 가다가 섯다가 경찰과 대치하였다가 다시, 몇걸음 움직이다가...
신호등 만나서 기다리다가 또 걷다가
"대오 끊어지지 않게 빨리 좀 걸어주세요. 신호등 때문에 대오가 끊어질 수 있읍니다. 좀 빨리 걸어주세요"
또 다시 스~~~톱~~~~~
"시민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 있읍니다. 삼삼오오로 인도를 걸어야지 무리지어 그것도 깃발까지 들고 행진하는 것은 집시법 위반입니다."
" 에이 시팔! 집시법 공부해야 겠다. 어디가 불법인지, 어떻게 하면 집시법 위반이 아닌지..."
" 공부해도 소용없어. 집회와 관련된 것은 경찰 생각하기 나름이야. 법에는 없는 것들이야"
결국, 재능본사앞 투쟁을 더 이상 늦지 않기 위해서 깃발을 내림.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임. 종로4가에서 원남동으로 꺾어서 이화로타리에서 혜화로타리로 이동함. 이때가 8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음.
다리도 후들거리고, 어제 과음한 후유증이 온 몸을 감싸고, 마음은 또다시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남.
' 재능투쟁 끝까지 있어야 하는데'
'아 ~ 더 이상은 못 걷겠다. 가서 밥먹을때 누구랑 같이 먹지. 아는 사람들은 몇몇있지만, 그네들과 같이 썩여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있기는 싫은데...'
8시 40분경 혜화전철역을 지날 때 대오에서 벗어남.
주린 배와 천근같은 다리 핑계를 대면서 지하철 역사 계단을 내려오면서 끝까지 1500일 투쟁을 함께 못했다는 미안함이 몸과 마음을 덮어버림.
또 다시 '다음에는 꼭 참석해서 끝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짧은 재능 투쟁 참가 소회를 가짐.
재능을 비롯한 모든 투쟁하시는 동지들!
동지들은 촛불입니다. 제 몸과 살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동지들이 있기에 관성에 젖은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동지들은 몸과 살을 태우면서 우리네 정신을 밝힙니다.
정신줄 놓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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