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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날씨(6)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8/11/03
    11월(6)
    손을 내밀어 우리

날씨

 

날씨가 추우면 살맛이 난다.

30대 초반까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살았다.

 

이게 철없는 말이라는 걸 30대 후반에 와서야 알았다.

추위가 공포의 대상이며

그러므로 곧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드는

무수한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한

영하의 맑은 날씨에 바람 속을 거닐면서

아, 날씨 좋다, 하고 말하는 것은

지독한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 아침,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었다. 그러나...

 

플라타너스의 울긋불긋한 잎새를 밟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쩌다 빨간 단풍잎이 발에 채이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이 설레고 뜨거워지는 것은

나이, 시대, 경제 따위와 관계는 없다.

사춘기 이후 30년 넘게 이어온

이 호사스러운 마음의 사치에 대해서는

애써 변명하지 않으련다.

아, 날씨 좋다,

아, 걸을만하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안에다가 담으면 될 거 아닌가?

 

그러니, 벗이여, 좀 봐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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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바빠, 아니 괜찮아, 하면서 어느새 한 해의 열달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남은 두 달은 어떻게 보내야 하지? 새로 시작하게 될 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하지?

토요일과 일요일, 낮에는 상념에 빠져 집에만 처막혀 있다가

해거름에 불쑥 집을 나섰다.

 

바람 불고 잎이 지는 가로수 아래를 걷고, 

청둥오리와 흰새떼들이 바지런하게 먹이를 찾는 강가를 지나고,

인적드문 다리와 인공의 징검다리를 번갈아 건너고,

망각의 세월에 묻혀간 내 기억들을 하나씩 반추하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들과

서로 부대끼며 웃고 웃어야 할 모든 존재들에 대해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만난 억새풀밭에서 초승달을 올려다 보며 나는 속삭였다.

-이제 또 시작하는 거야.

=맨날 시작만 하면 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글쎄, 시작한다는 건 뭔가 끝났다는 거 아닐까?

=이런, 이게 끝이야 하고 끝내는 걸 한번이라도 보면 좋겠어.

-나한테 매사 끝이 있기나 했니? 내 인생이 끝나는 날 한꺼번에 끝내 주지 뭐.

=웃겨...

 

이틀간 참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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