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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내가 참석했던 좌담회 기사가 매일노동뉴스에 18일자로 실렸다.
하루 종일 서울에서 일정이 이어졌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무실에 들러서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3쪽짜리 기사를 읽어봤다.
허걱, 이럴 수가....OTL
연맹에서 일할 때 여러번 매일노동뉴스의 편파적 기사로 인해서
항의도 하고 다툼을 벌이기도 해서 별 기대는 없었지만
내가 했던 말의 요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것을
막상 직접 보니까 현기증을 느낄 정도이다.
내가 했던 말은 간추리면 대강 이랬다.
'성폭력 같은 극단적 경우'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나 일부 간부들의 일탈행위가 아니고 일상적이고 구조화된 문제이며, 노동운동권, 더 넓게는 운동권 전체의 문제이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운동권의 문화는 끊임없이 성폭력 피해자를 만들고 수많은 가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은 민주노총 안에서도 버젓이 벌어진다. 간부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번 성폭력 사건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를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민주노총이 도리어 2차가해를 서슴지 않았던 것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분석해야 한다. 내가 가해자와 공범이라는 생각을 갖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조직을 바꾸어야 한다............(다른 사람들 얘기는 노트북으로 받아적었지만 내가 한 얘기는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네...하필 밧데리가 없어서 평소 잘하던 녹음도 못했다)
매일노동뉴스 기사에서 내가 놀란 부분을 두 개만 뽑아보면...
"성폭력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문제가 있다....."
"성폭력 사건에만 매몰돼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에 민주노총과 운동사회의 어떤 문제가 함축돼 있는지 찾아내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성폭력이라는 극단적 형태?
내가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성폭력 사건에만 매몰돼서는 안된다고?
나는 이번 성폭력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기사 제목도 참 잘도 달았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와 노조 간부의 혁신
"스스로에 관대한 노조간부가 노동운동 좀먹어"
전체 노동운동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일부 노조간부들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무를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
간부의 자세를 탓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의 전망을 새롭게 하고 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거늘,
매일노동뉴스 기사는 소제목들조차도 일관되게 헤매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 너무 관대', '탱자탱자 놀기만 한 것도 아닌데...'
차라리 좌담회 내용을 간추리지 말고
기자의 개인 생각을 글로 썼으면 이해하기는 쉬웠을텐데...
허나, 이런 분위기를 뻔히 알면서도(아래 덧글 단 동지들의 생각들처럼^^)
끝까지 거절하지 못하고 불려간 나도 정신 좀 차려야겠지.
(그래도 내일 아침에 항의전화는 한번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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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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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왜곡보도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예단적 편견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화하는 경우들을 보면 과연 "언론의 자유"라는 것을 이렇게 두텁게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때는 의도적인 "왜곡"이라기보다는 언론사 구성원들의 언어능력과 사고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예외적인 견제만이 인정되는 지고지순한 언론 자유의 구현체"로서 그닥 성실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사후적 판단과 평가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선 많이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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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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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그랬는지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토론회나 인터뷰 내용을 기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원하는) 것만을 따는 것은 일반적인 생리라고 봐야죠.그래서 길게 얘기하는 건 쓸모가 없고, 간단하게 한두마디로 얘기해서, 기자가 다른 걸 따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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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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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그럼 아예 기사를 싣지 않을 거 같은데요^^. 예전에 저도 그런 경험 있어서요^^. 아예 안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봐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