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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의 회의...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있었다.

20일 오후 1시에서 21일까지 한다고 공고가 되었었다.

1시부터 연맹 대의원 사전모임을 갖고자 했는데

전국에서 모여들다보니 2시나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이수호 위원장이 유회를 선언한

21일 새벽 5시 30분까지 무려 15시간 30분을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대강 이렇다.

 

사전토의 1시간(14:00 - 15:00)

식전행사(투쟁보고) 1시간(-15:30)

기념행사 30-40분(-16:00)

 

그러고서 10분쯤 쉬기로 했다.

전체 대의원 785명 중에서

참석한 대의원만 538명으로 보고되었으니

7-8백명 참석자들이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를 통해서

로비나 복도에 나가 담배를 피거나 차를 마시고

돌아오는 시간만 얼추 30분 걸렸다.

즉, 10분 정회는 실제로 30분 동안 쉬는 것이다.

 

긴급안건이 2건 발의되었다.

17시 45분쯤 서울대병원지부에서 상정한 건을 표결에 부쳤고

494명 중 223명 찬성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해 폐기되었다.

18시 35분쯤 공공연맹에서 제기한 iT연맹 승인 건을 표결에 넘겼는데

493명 중에서 221명이 찬성하여 역시 폐기되었다.

 

저녁을 먹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몇명이서 나가서 먹었다.

자연산버섯전골,

능이, 싸리 등등 오랜만에 만나는 버섯들이 감칠맛났다.

 

좀 늑장을 부려서 8시에나 들어왔나,

저녁시간 전에 현장에서 또 하나 긴급발의되었던 것이

집행부와 제안자 사이에 대강 합의처리되었던 모양이다.

 

이때부터 심의안건으로 들어갔다.

사업평가 보고 결산 승인 건, 22시 5분쯤에

사업평가에 대한 전면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467명 중에서 129명만 찬성했다.

토론이 계속되어 여러 수정안이 제안되어 다루어진 다음에

평가보고와 결산 승인건은 436명 중에서 327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23시경, 사실상의 첫 정회가 있었다.

30분 걸려서 다시 속개되었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다루었다.

50억모금이 구체적인 계획도 부족하고 실천력도 의심되니까

폐기하자고 한 제안이 425명 중에서 172명 찬성으로 폐기되고,

10주년 기념행사 사업비에서 1억을 빼서 지역본부 교부금을

증액하자고 한 것도 역시 422명 중에서 172명 찬성으로 폐기되고,

2호 안건 전체를 422명 중에서 295명이 찬성해서

통과한 시간이 새벽 1시 45분쯤.

 

쉬자고 누군가 제안했지만, 의장은 요지부동 계속한다.

앞자리에 앉아서 줄곧 지켜봤는데

이수호 위원장 표정에서 피곤함이 역력히 배어나는데,

억지로 강행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2월 총력투쟁에 관한 건이 3호 안건이었다.

3시 20분까지 공방이 이어졌고,

비정규연대회의에서 제안되었던 하루파업계획은

399명 중에서 불과 77명만이 찬성했다.

원안이 통과된 것이지...

 

3시 20부터 다시 정회하지 계속하자가 맞붙었고,

그동안 기자실에서 쉬고 있던 TV카메라들이 일제히 몰려왔다.

정회론을 의장의 권한으로 잠재우고

이 날의 최대 쟁점인 사회적 합의건에 대한 제안설명이 있었다.

또 정회하자, 효율적으로 회의진행해달라, 공방이 있었고,

결국에는 40분간 그 공방 하다가 4시쯤 정회를 한다.

 

정회 중에 잇따라 중집위 또는 산별대표자회의가 약식으로 열렸고,

5시쯤 되어서 제안된 내용이

성원은 오락가락하지만

현재 상태로 회의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은 무리니까

28일쯤 속개하자는 안이 대표자들 사이에서 제시되었다.

 

연맹 대의원들이 따로 모였는데, 의견이 모아질 턱이 있나.

새벽 5시 20분에 속개된 회의에서는

의장의 정회 및 28일 개최에 대한 협조요청에 대해

성원부터 확인해달라는 주문이 제시되었고,

의장이 성원을 확인하도록 한다.

 

성원을 확인하는 도중에, 의장의 애처로운 말씀들,

"지금 들어오시는 동지, 대의원 아닙니까?"

"예, 또 한명!"

 

그러나 최종 확인된 숫자는 380명이었다.

 

의장, "정확히 확인했나요?"

 

그렇게 새벽 5시 30분에 끝났다.

사무총장은 사무처 성원들로 하여금

남아있는 대의원들의 명찰을 앞으로 거둬내도록 지시했고

몇몇 대의원들이 이에 질세라, 명찰 거둬서 도망간 사람들

인터넷에 공개하라고 했고, 누군가는 징계발의하겠다고 나오기도 했다.

 

나?

명찰 그대로 목에 걸고 나왔다 왜.

 

민주노총 대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존중도 없이

짜증과 분노와 욕설과 억지와 집착과 승부욕으로 요지경이 된 회의,

그 감상문을 차분히 올릴 시간을 찾아가기 전에

일단

연맹 사무실에 돌아와서

서글펐던 시간의 기록들만 우선 남긴다.

 

주절주절

설레설레

 

별로 졸지도 않고 자리를 뜨지도 않고

그 긴 시간을 불편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버텼던

나와 모든 동지들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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