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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혜숙!

내가 사랑하는 풍물패 대물림,

대물림 식구들 모두가 사랑하는 서범경,

범경이와 대물림 모두가 사랑하는 이혜숙.

 

그 이혜숙이

그 이혜숙씨가

일곱살 다섯살바기 아이들 재우고 나서

남편 서범경이 귀가하기 직전에

청천벽력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70년 개띠라,

겨우 37살이다.

 

부산에서 오로지 남편 하나 믿고 대전에 왔는데

친구라고는 오로지 풍물패 식구들과 가족들 밖에 없는데

그래서 의지할 곳은 그냥 우리 넘치는 동무들 뿐이었는데

 

아무런 징조도 없이

아무런 신의 예고도 없이

그냥 그렇게 세상과 인연을 달리 했다.

 

무슨 얘기를 하랴,

무슨 사연에 귀 기울이랴,

어제 아침에

아이들 소풍간다고 해서

손 크게 넘치게 김밥을 싸고서는

그것을 연구실로 배달한 그 넉넉함이 문제였더냐.

 

초롱한 혜숙씨의 영정을 앞에 두고

나는 속절없이 비어가는 향을 탓하고 있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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