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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커 3월호에 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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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phytoncide)라는 것이 있다. 식물을 뜻하는 ‘phyto-’와 ‘죽이다’는 뜻의 ‘-cide'가 합해서 생긴 ‘요상한’ 말이다. 왜 요상한 말이냐고? 알다시피 cide는 대개 ’사이드‘라고 발음한다. 같은 어원을 가진 phytocide(식물을 말려죽이는 물질)도 파이토사이드라고 읽고, 자살을 뜻하는 suicide도 그렇게 읽는다. 그런데 phytoncide의 cide는 왜 사이드가 아니고 치드라는 말인가. 처음엔 일본에서 만든 말인가 했더니, 여기저기 찾아보니 러시아어(fitontsid)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phytoncide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다. 그는 결핵약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서 노벨의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일상적으로 발산하는 방향성 휘발물질이다. 식물은 끊임없이 각종 세균과 곰팡이에게서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런 조건에서 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저항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식물이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해 방출, 분비하는 일종의 자기방어물질을 피톤치드라고 부른다. 동물이 체내에 침입한 세균에 대해 항원 항체반응을 일으켜 스스로를 방어하듯이 식물은 피톤치드를 면역체계로 삼아 자신을 지킨다. 고대에도 피톤치드를 활용해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일상생활에 응용한 사례들이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피톤치드의 과학적 효능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피톤치드는 어떤 효능을 갖고 있을까. 피톤치드는 우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쥐에게 피톤치드를 공급하자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의 혈중농도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25~70%나 낮아졌다. 피톤치드는 긴장을 완화시키며 혈압을 낮춰준다. 피톤치드는 심장과 폐기능을 강화시켜 심장병. 기관지천식. 폐결핵의 치료를 돕는다. 예나 지금이나 숲은 폐결핵 환자 치료에 안성맞춤인 휴양소이고, 실제로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작용은 모두 피톤치드의 구성물질인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 글리코시드 등의 식물성분에 의한 것이다.
이른바 ‘웰빙(well-being)'의 시대에 피톤치드는 아주 각광받는 웰빙상품이다. 생선과 유기농산물을 즐기며, 격렬한 운동보다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운동을 하고, 가정에서 만든 슬로푸드를 즐겨 먹는 ‘웰빙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피톤치드는 참 매혹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상에서 견줄 곳이 따로 없을 만큼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이 자본주의 땅에서,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 피톤치드를 구매하거나 섭취하고 즐기는 것보다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언제라도 자신들의 몸뚱어리가 곧 피톤치드가 되도록 굳세게 담금질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악법, 로드맵과 같은 괴물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를 덮치고 말지니!
(2006. 2. 28. 철도노조 파업전야제가 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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