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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꿈

술판이 벌어졌다. 맥주 회사 광고라도 찍는 듯, 사람들이 모두 화사하고 밝은 옷차림에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생맥주 5천cc통과 병맥주와 캔맥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저마다 취향대로 술잔을 집어든다. 왁자지껄, 화기애애, 소주병만 더해지면 금상첨화겠다. 누군가, 내가 캔맥주 하나 들고서 버티고 있다고 야단한다. 이 술판에서 내가 웬 캔맥주? 비로소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보니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맥주캔이다. 허허허, 나는 웃고 있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에이, 그건 내 맥주란 말이예요. 또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타박하고, 나는 그저 웃는다. 참 흐뭇하다.

 

그런 술자리에 푹 빠져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서 울리는 한 여자의 목소리.

"죄송해요, 손님, 종착역에 다 왔습니다."

 

눈을 뜨니 내가 차창에 팔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서울역이다.

평일 새벽 첫차라고,

겨우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사라지고,

객차에 승객이라고는 나 밖에 남지 않았다.

 

휘청거리며 내려서 한가롭게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이제는 기차에서도 그런 꿈을 꿀 수 있구나. 내가 그렇게 되었구나.

 

짧은 숙면으로 간밤의 모든 피로가 다 가셨다.

전철을 타고 사무실로 오면서 내내 꿈을 상기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술 마셔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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