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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혼(하종강), 가문비(이성우) 등 아직도 전혀 굴하지 않고 80년대에 하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는 감동적인 분들을 만날 수 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나는 그들을 볼 때 마다 내 자신을 가다듬는다. 저런 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젊은 시절의 자유와 평등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들은 나의 타락을 막는 마음의 양심 나의 제미니 크리킷이다."
98년 11월엔가 양신규, 아니 skyang이 게시판에 쓴 글 중의 일부이다. 그의 돌연한 죽음 소식에 옛날 게시판을 들추다가 발견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가는 길은 달랐지만, 나는 그의 죽음 앞에서 부끄럽기만 하다. 오늘 그는 전주의 어떤 묘지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거기 가보지도 못하고, 서울로 가고 오는 길에 그를 생각하며 짧은 글 하나 떠올렸다.
내가 일생에
당신만한 열정과 에너지를 일에 쓰고 나야만
죽는 것이 허락된다면
내 수명은 한 이백년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내가 일생에
당신만한 관심과 배려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난 뒤에야
또한 죽은 것이 허락된다면
내 수명은 한 오백년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삶과 죽음,
기회와 상실의 시간들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부피와 질량으로 주어져 있을지라도
당신만큼 문밖의 깊은 고독과 절망에 몸부림쳐야만
내게 죽음이 허락될 수 있다면
나는 영원히 죽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꿈이든지 생시든지
오늘 밤 당신이 우리에게 오십시오
와서 슬픔의 노래들은 다 걷어 치우고
우리 젊은 시절 자유와 평등의 꿈과 노래
다시 함께 힘차게 불러 보자구요
그 세상 향해서 산자와 죽은자 모두 함께 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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