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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뼈아픈 후회

미류님의 [지독한 후회] 에 관련된 글. 

제목 때문인지 내용 때문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미류의 짧은 글을 읽으며

불현듯 황지우가 생각나서

옮겨 본다.

 

언제였더라,

그래, 99년 노동절 집회 끝내고,

한 동지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서

제주도에 갔을 때

2박 3일 나는 황지우의 시집과 술만 끼고 살았다.

 

그리고 오래도록

뼈아픈 후회가 내 인생에 있었던가

생각하며 살았다.

 

암튼,

숨가쁘게 바쁜 하루 일과를 잠시 축내며

그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무언 일 있냐고?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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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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