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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장길에 보니
벌써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들이 꽤 있더라...
늘 계절에 민감했는데,
이상기온 탓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혼란스러움에
여름이 다 가고 있음도 모르고 지냈구나...
그렇지...
이미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 때가 되었지...
출근길에 가만히 들어보니 쓰르라미 소리는 끊길듯 말듯 힘겹게 이어지고
동네를 진동시키던 말매미 떼울음소리도 한결 힘을 잃었구나...
출근길 길옆 밭에는
콩이며, 고추며, 참깨며, 수수며
이미 클대로 크고,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짙은 녹색을 띠고 있고,
여전히 왕성한 광합성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지만,
사이사이 가을빛으로 엷어지고 있었다.
개학도 하고, 할일도 많음에도
정작 움직여야 할 머리는, 사고는
소독차 희뿌연 연기 가득한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멍하고,
고장난 엔진처럼 멈추기 일쑤다.
지나 가는 건 늘 쓸쓸하지만,
계절도, 기억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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