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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깊은 산 이야기 2.(13)
    hongsili
  2. 2010/01/25
    깊은 산 이야기 1.(11)
    hongsili
  3. 2009/09/27
    남쪽으로...(11)
    hongsili
  4. 2009/06/23
    지리산 길 - 첫 도전(15)
    hongsili
  5. 2009/04/04
    봄나들이 (3)
    hongsili
  6. 2009/02/26
    이집트 여행_08(4)
    hongsili
  7. 2009/02/25
    이집트 여행_07(4)
    hongsili
  8. 2009/02/22
    이집트 여행_06(8)
    hongsili
  9. 2009/02/22
    이집트 여행_05
    hongsili
  10. 2009/02/20
    이집트 여행_04(2)
    hongsili

깊은 산 이야기 2.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1.] 에 관련된 글.

 

어제에 이어서....

 

#. 3. 여행 준비는 어떻게?

 

어디론가 멀리 떠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을 장만하는 거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거다... ㅡ.ㅡ

간혹, 꼭 가져왔어야 할 것들이나 유용한 팁들을 뒤늦게 깨닫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주문할 시간과 여유마저 상실...

비행기를 갈아탄 싱가폴 공항에서야 겨우 론리 플래닛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은 도대체 여행서적을 안 판다.............화장품 매장만 넘쳐나는 신기한 공항....... ㅜ.ㅜ

 

내가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현지 여행사를 예약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겨울 산행과 관련한 옷가지를 몇 점 산 것이다.

그리고는 땡!

네팔이 어디 있는지, 트레킹할 지역이 어딘지,  산에서는 며칠이나 머무르게 되는지 이런 고급 (?) 정보는 개나 줘버려 하는 심정.... 은 아니었고, 마음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처 준비를 못했다.

 

현지 여행사는 Ace the Himalaya 라는 곳으로, 윤리적/생태적 여행을 표방하고 있다.

고용된 노동자들에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도 다 가입해준다고 하길래 선택했다.

대강 읽어본 여행자 당부 사항도 괜찮았다. 이를테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이나 사탕을 주는 것이 당장은 따뜻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그들을 망치는 것이라며 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지원하라고 지역자원단체를 소개해준다던지.... 

물론, 이것도 고도의 상술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현지에서 만나본 가이드나 포터들의 대답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산악의 원주민 포터들의 경우, 월급이 아니라 산행 건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지만 대개는 오랜 동안 전속으로 계약을 맺고, 또 산행 이외 시기에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도 본인 부담을 상환해준다고 했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이런 거 꼭 확인해본다...  이런 거 물어보는 사람 첨봤다고 하더군.... ㅡ.ㅡ)

 

책을 읽어보면 양 극단의 황당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 가면 각종 등산용품 판매와 대여점이 즐비하고,또 즉석에서 현지 트레킹을 조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함께 간 산행 중에 포터가 짐을 몽땅 챙겨 도주해버렸다는 괴담이 있다. 이거 정말 재난 아닌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봄에 눈이 녹고 나면 얼어죽은 포터의 시체가 일 년에 몇 구씩 발견된다는 괴담도 있다.. 함께 가다가 포터가 다치거나 하면 여행객이 그냥 버리고 가버린다는 게다....  ㅡ.ㅡ

둘 다 극단적 사례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믿을만한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하는 것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강추할 만하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 그냥 설렁설렁 다닐 때보다 보고 듣게 되는 것도 훨씬 많아서 좋다.심지어 산장마다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어떤 메뉴는 피하는 것이 좋은지 깨알같이 소중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영어로 대화를 해야한다는 소소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급 학술영어도 아니고, 대강 다 통한다.

우리 팀의 가이드 Kesh 는 20년 경력의 노련한 산 사나이... 어찌나 정도 많고, 침착하고 생각이 깊으신지...나중에 산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시내에 기념품 사러 가는 길을 함께 해주고, 마지막 날 아침 호텔까지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심 ㅎㅎ

 

포터 Jivan 은 진짜 체력 짱.....

하루는 가파르게 800미터를 올라가는 날이 있었는데,

나는 숨이 묵구멍까지 차올라서 거의 토할 지경... 심막이 없었으면 심장도 터졌을 판... ㅜ.ㅜ

근데 이 냥반은 먼저 올라가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더라니....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유.... 오케이?"  (누가 누구한테 이따위 질문을... ㅡ.ㅡ)

그는 그저 씩 웃었을 뿐이다....

 

#4. 고산병 (High Altitude Sickness or Acute Mountain Sickness)

 

반지의 제왕에 보면 프로도가 반지를 목에 걸고 모르도르 화산 구덩이 근처를 힘겹게 한발한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반지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ㅎㅎㅎ

고산병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일행 중에는 3천 미터를 넘어서자마자 심지어 산장 계단 올라가는 것 마저도 힘들어 하는 이가 있던 반면, 평지를 거닐 듯 아무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약간 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때가 소화 잔해물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시점이라 두통의 원인이 고산병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듯....

고산병 증세 중에 괴이하고 (bizzare) 극성스러운 꿈도 있단다.

3천 미터를 넘어간 첫날 밤, 진보블로거 아즈라엘이 등장해서는 만두 공장에 테러를 가한다고 (도대체 왜 만두공장?) 까불다가 나까지 위험에 빠뜨려, 밤새도록 만두공장에서 도망다니는 아주 해괴한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주 삭신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  국제전화요금만 안 비싸면 아즈라엘한테 항의전화할 뻔 했다.... ㅡ.ㅡ

 

#5. 풍경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깨알처럼 보이는 Namche Bazaar 마을의 집들....

 

 

한국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 야크 광고를 보면, 히말라야 눈보라 속에서 신비의 동물 블랙야크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엄청난 기연인것처럼 표현....

그래서 블랙 야크가 엄청 신성하고 히귀한 동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란 야크, 까만 야크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풀을 뜯어먹고 있더라니.....

마치 포르투갈 어 '따봉 Ta bon'이 '괜찮아' 혹은 '오케이' 정도의 평범한 찬사인 걸 알고 배신감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ㅡ.ㅡ

 

 

청명 청명 청명..... 하늘 색깔이....

 

 

사실, 똑딱이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그 깊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서도 와~~~ 했었지만, 정말 '산이 깊다'는게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깊다는 표현 말고 달리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기로는 이리저리 어떤 각도로 찍어도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다. 그냥 포기.... (실력 없는 목수의 전형적인 연장 탓!)

 

 

 

여기는 그 유명한 에베레스트 호텔... 해발 38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이다.

돈많은 관광객 중에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헬기나 소형 비행기로 여기까지 날아와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바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단다. 이름이 Everest View Hotel 인만큼, 에베레스트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바로 너머에 로체도 보인다....

 

 

따뜻한 볕 아래서 따뜻한 레몬 차......

 

 

 

만년설이 부쩍 사라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진심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눈이 어여 와야 할텐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간절한 기원을 했더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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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1.

 

히말라야에 다녀 온 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 간다.

 

주변의 몇몇 분들은, 뭔가 엄청난 역경으로 점철된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고 온 줄 생각하시지만 그건 사실 (엄청난) 오해다. 내가 한 것은 등반이 아니라 트레킹이었고, 신체적 부담의 정도를 따져본다면 지리산 종주보다는 오히려 훨씬 수월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둘레길 수준은 아님 ㅡ.ㅡ)

 

사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트레킹과 관련한 오만가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주변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잖이 있어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산에는 어떻게? 

 

내가 갔던 곳은 에베레스트 쪽... 

도로가 없어서 (ㅡ.ㅡ), 걸어가던가 (마을길 통해 가면 6일 걸린단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Lukla 라는 마을로 직접 가는 방법이 있다 (한 30분 소요). 마치 노고단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등반을 할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을 충분히 내기가 어려운 여행자의 사정 상, 비행기로 이동하여 Lukla 를 출발지로 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작은 비행기, 높은 고도, 혹은 롤러코스터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약간(?) 후덜덜...

 

비행기 안은 이렇게 화목하고 친근하다... 운전하시는 기장님 얼굴을 면전에서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차의 네비게이션과 크기가 비슷한 비행기용 네비도 볼 수 있다.

물론 낙하산이나 구명조끼 따위는 없다... ㅡ.ㅡ

가이드 아자씨한테 '혹시' 구명조끼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는 생각하지 말고 타란다 ㅎㅎㅎ

 

 

더욱 흥미로운 것은 Lukla  공항의 활주로...

약 2860미터 고도에 위치하다보니 충분히 길게 만들기가 어려운지라,

엄청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활주로를 설계했다.

Wiki 에 검색해보면 약 500미터라고 나오는데, 그게 주차장에서 돌아나와 유턴 (ㅜ.ㅜ) 하는 거까지 다 합쳐서이고, 실제 이착륙하는 길이는 약 3백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듯....

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12% 경사로.... 그래서 착륙할 때는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이륙할 때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날아오른다...

 

 

저 끝은 낭떠러지...................

2008년에 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절벽에 부딪혀서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ㅡ.ㅡ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날아오른다...

시외버스 출발하듯, 뒤편에는 다음 비행기가 얼릉 이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2. 먹고 자는 것은 어떻게?

 

물론,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 포터와 함께 움직였고, 숙식은 모두 산장에서 해결했다.

워낙 인기있는 코스라, 중간중간, 배가 고플 때 쯤 되면 어김없이 산장이나 티하우스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세계가 아니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원래 살아가던 곳이기에 크고 작은 마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셰르파' 도 고산 지대에 많이 거주하는 소수민족들 중 하나)

 

식사와 숙박비는 내가 지불한 전체 비용에 다 포함되어 있고 음료수나 휴지, 샤워비 같은 것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산장에 난방은 되지 않는데, 뭐 당연한 거다. 그 산속에 난방을 하려면 나무를 떼던, 수력발전을 이용하던 어쨌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무장하고 (나같은 경우 내복, 양말, 방한복, 다운자켓, 마스크까지!) 오리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면 따뜻해서 잘 만하다. 추워서 잠이 깬 적은 없다!

물이 워낙 차기 때문에 씻는 것은 최소화하고 (자연보호 미명 하에 세수도 안 함... 근데 이건 한국에서 산행할 때도 마찬가지 ㅡ.ㅡ),  한 사흘 쯤 되는 시점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새삼 문명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서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괴로운 적은 없었으나,

겨울철이다 보니 야채섭취가 부족하여 트레킹 막판에 변비로 고생을 좀 했다.

그러지 않아도 몸도 둔한데, 뱃 속에 응가까지 지고 가려니..... 몸도 무겁고 머리도 띵하고.... ㅜ.ㅜ

 

첫 번째 밤을 보냈던 게스트하우스 모습이다.

 

 

이렇게 생긴 주방에서, 맛난 요리를 준비해주신다.

달 밧, 티벳 빵, 볶음 국수,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음.... 생각이 나는구나....

 

 

음식 말고, 다른 것들도 판다. 물론, 고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짐을 지고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한거다.

놀라운 거는... 웬 탄산음료를 그리도 많이 파는지.... ㅡ.ㅡ

현지 '에베레스트 맥주'도 눈에 띈다.

 

 

이렇게 물자를 운반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은 등유.... 대개는 조리에 사용되는 '곤로'의 연료.....

이런 길로, 여행객도 지나가고, 소와 말, 야크도 지나가고,

동네 아이들도 지나간다. 등성이 너머 학교까지 두 시간 걸려 걸어다닌다고... (합이 네 시간!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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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지난 몇 달 간, 남쪽으로 훌쩍 길을 떠난 것이 몇 차례...

 

잠깐 정리해둔다.

 

#1. 해인사

 

아마도 수학여행 (인지도 확실치 않음 ㅡ.ㅡ) 이후 처음 가봄...

마침 하루 세 차례, 대전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오가는 버스가 있음...

이거 놓치면 개고생이라 정신 빠짝 차리고 시간 엄수...

 

기억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엄청난 규모에 비해 암자들은 조용했고 평화로웠음..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을 때, 마침 스님이 법고 연주를....

 

 

해인사 경내 암자 홍제암의 모습....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마당에 형형색색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원당암 마당의 큰스님 말씀과 언덕에서 내려단 풍경...

'공부하다 죽어라'.... 허거덕했음

 

 

 

#2. 선운사와 망해사... 그리고 금산까지...

 

세속적 복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불가의 가르침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전국 방방곡곡 사찰 경내에 걸린 '이름표 붙은'  오색연등들과 기와불사 모습은 진정 그로테스크하고 이해불가한 광경이다.

 

 

 

언젠가 망해사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갔는데 다행히 그닥 모습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랬다.

나름 더운 날이었는데, 절 마당의 나무 그늘에서 맞는 바람은 번뇌를 날려주는 듯 청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망해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금강에 들렀다.

맛나게 어죽을 먹고 (식당이 어찌나 장사가 잘 되는지, 갈 때마다 별채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음 ㅡ.ㅡ), 정말 몇 년째 하나도 변하지 않은 금강의 줄기인 용화강의 잔잔한 모습을 눈에 담아왔다.

 

 

#3. 송광사 - 순천만 - 선암사

 

송광사에 갔던 것도 아마 10년전 쯤...

기억 나는 건, 새벽에 승방에서 자다 일어났을 때 엄청 추웠다는 것과, (고기없이) 버섯으로만 국물을 낸 떡국이 몹시도 밍밍했다는 사실 ㅎㅎㅎ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했고, 사찰은 그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저 길을 보니, 문득 보성 삼나무길이 떠올랐으나... 여정이 짧아서 그쪽까지 가는 것은 포기....

 

 

아름다운 주암호를 지나, 해질 무렵 순천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그 한적하던 갈대밭은 생태"공원"으로 변해있었고, 두루미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몇 배는 족히 많아보였다.  거대한 생태박물관에 주차장... 아마 조만간 입장료를 받으려는 듯 매표소와 출입문 공사도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나의 동행인들 말고)  바닷가에서 갈대밭으로 떨어지던 해를 보던 그 기억은 이제 되살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여 몹시도 상심했다.

그래도 다행히, 새벽에 다시 한 번 갈대밭을 찾았을 때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사실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ㅜ.ㅜ) 그래도 잔잔한 빗줄기 속에 흐려져가는 경계는 아름다웠다...

 

 

아직.... 갈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소위 '성수기'가 되면 이 곳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없을만큼 분주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암사에 들렀다.

온통 공사장이었다. 

대웅보전을 다시 짓고, 태국민안 10만등 달기 행사를 벌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스님이 직접 탁자 펴놓고 불사 동참을 권고하는 와중에 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법구경이 경내에 울려퍼지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경내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이 길을 따라가면 정말 속세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만 같았는디.... ㅜ.ㅜ

 

 

선암사에서 키웠다는 작설차 (원래 이곳은 차 재배로 유명하다)의 향은 매우 훌륭했다.

찻잔을 내오기 전, 탁자에 있던 들꽃 장식들을 찍어보았다.

 

 

시간을 내서 강진 무위사에 한번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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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길 - 첫 도전

 

산 혹은 숲길, 그도 아니라면 절집, 고궁 안마당 오래된 나무들...

그 녹음과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는 바람소리, 그리고 약간의 수고로움은 마음의 짐을 벗는데 큰 힘이 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지난 토요일에 후배 나후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 한 구간을 돌고왔다.

 

전체 80km 가 개통인데, 그 중 하나... 네 개 구간을 올해 안에 쉬엄쉬엄 돌아보리라 마음 먹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동강-수철 구간...

원래 안내에는 동강마을에서 수철마을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지만,

산청에 위치한 수철마을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듯 싶어서, 일단 함양으로 이동한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산청으로 이동하여, 택시를 타고 수철마을로 갔다. 산청에서 수철마을 오가는 버스가 2시간에 하나씩 있는지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는디, 한 15분 거리인데다 미터 요금으로 간다는 동네 아자씨 말씀에 얼릉 탔다가 기본 요금이 3300인거 보고 식겁하기는 했다 ㅡ.ㅡ

 

아침으로 준비해간 김밥이랑 빵, 우유 등을 먹고 의연하게 출발했다.

폭우가 쏟아질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볕은 따가웠다. 모자도 준비안해가서 두건을 뒤집어쓰고 다녀야했다. ㅡ.ㅡ

 

첫 기점인 고동재까지 3.5km.....  정말... 욕나왔다. 호연지기고 뭐고... 역시 안내에 따라 동강마을에서 시작해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후회막급했다.  이 끝도 없는 오르막길... 

거의 한 시간을 파김치가 되어 고동재에 오르고 나니 '쌍재 1.8km'라는 표지판....

울고 싶었다 ㅜ.ㅜ

 

다행히 ... 쌍재에 이르는 길은 그닥 가파르지 않았다. 

막, 고개를 넘을 무렵 마주친 두 총각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묘한 단서를 보았다.

저 고통스러운 표정은 무엇???

 

결국, 구간을 다 걷고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첫 4km 정도만 빼놓으면 나머지 길은 거의 완만한 내리막 숲길.... 즉,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동강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거의 7km 완만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뒤늦게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칭찬했다.

더구나 동강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마지막 무렵에 포근하고 정감넘치는 개울과, 수세식 화장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개울에 앉아 발 담그고 피로를 풀고, 추모관에 가서 땀에 젖은 옷가지랑 양말도 갈아신고... 또 추모관 정자에서 한숨 돌리다 내부 전시물도 둘러볼 수 있고....  더구나30분에 한 대씩 함양 시내로 버스가 다닌다.

혹시, 이 구간을 가실 분은 꼭 수철에서 동강으로 이동하시길....

 

 

다른 구간들에 비해 이 구간은 '산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오르막 구간도 꽤 있는데다 한적한 '마을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온통 초록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은 말할나위 없이 좋았다. 개울물은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그리고, 한적한 마을길 버스 타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동강마을에서 함양터미널로 나오는 길 너무 좋다.

조금씩 흩뿌리는 빗방울과 함께 창밖에 흐르는 풍경들, 나의 번뇌도 함께 흘러가길 바랬다.

 

다른 구간들도 차근차근 둘러보자...

 

 

 

참... 추모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궁금해졌다.  

인간은 왜 그리 인간에게 잔인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

 

 

역시 좋은 카메라 때깔이....

 

사진 찍어대느라 늦어지기도 했겠지만, 예전에 지리산 같이 갔을 때도 보면 나이도 젊은 양반이 체력이 어찌나 저질인지, 나보다 산길을 더 못간다. 그래서 내 뒤통수 사진이 엄청 많다 ㅎㅎ 

 

 

보무도 당당한 아래의 사진을 보노라면, 지리산 둘레길 따위가 아니라 어디 안나푸르나 종주라도 해야할 것 같다 ㅎㅎㅎ

 

 

 

기이한 미감을 자랑하는 추모관의 기념 조형물.... 저 부드러운 산세와 절대 안 어울리는 저 뾰족 조형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부조로 장식된 조각들은 완전 근육질의  그리스 석상 분위기... ㅡ.ㅡ

 

 

흘러가는 차창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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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이집트 여행기 나머지 반은 기약없이 멀어져가고... ㅡ.ㅡ 심지어 사진 정리도 안 했는디... 그래도 좀 쉬운 최근 기록부터 남겨본다 # 다시 찾은 백양사... 아마도 3주전쯤 (?)으로 기억되는데,그냥 별 계획없이 훌쩍 백양사에 다녀왔다. 그 유명하다는 벚꽃은 아직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나, 하늘은 더할나위없이 푸르고, 나무에는 막 물이 오르며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백양사를 찾을 때마다 항상 그랬듯, 들어가는 길과 절집 마당은 고즈넉하기 그지 없었고 뒷산에서는 신비로운 포스가 ㅎㅎ 대웅전 뒷마당 탑 앞에 자그맣게 놓인 동자상... 돌받침 위에 나뭇잎 한장 놓아준 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 좋다는 단풍철과 벚꽃철을 피해가는 것이 쪼금 아쉽기는 해도, 창문넓은 무궁화호 덜컹거리는 객차, 그 한가로운 절집 정경과, 역시 또 한가로운 백양사 역, 장성호를 끼고 도는 그 한적한 버스길... 이 모든 것이 주는 위안은 쫌 많이 소중하다 ... 마음을 어루만져준다고나 할까... 이번 여행에서 추가로 알게 된 것은, 백양사 앞 '사거리'가 네 거리이기도 하지만 행정구역 이름도 사거리라는 사실 ㅎㅎㅎ


# 통영 국제 음악제 출석 점검? 아마도 음악제는 세번째, 출장 겸 나들이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다섯번째쯤 되는 것 같다. 이제 나름 익숙한 곳들도 생겨서, 같이 간 동행인들이 나에게 현지인을 사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괴한 비난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ㅎㅎㅎ 지난 번 음악제 때는 엄청 난해한 현대음악을 듣다가 잠시 정신줄을 놓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으나, 이번에는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로비 라카토시 [집시 바이올린]이라는 공연... 장대리께서 현지에서 표를 구하느라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다행히도 성공하여 공연도 따로 또 같이 즐기고, 주먹도끼를 꼬셔 음반까지 장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ㅎㅎ 리더 아자씨와 바이올린 이주자 빼놓고는 모두 20대의 젊은 피 프로젝트팀이라는데, 20년 연주했다는 늙수그레 아자씨와 20대 주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그 외모란 ㅎㅎㅎ 유쾌함과 애잔함이 공존하는 집시 음악에 완전 매혹되었다. 그 현란한 손놀림들!!! 도대체 얼마나 연습들을 한 거야.... 난 항상 연주자들에게 경의를!!!

달아공원은 마지막 갔을 때와 달리 완전 '정비'를 하고, 휴게소도 커다랗게 짓고 있었는데 예전같은 고독한 맛은 좀 줄어들은 것 같아 아쉬웠다. 정자에 앉아 충무김밥 게걸스럽게 뜯어먹던 여인들에게, '고독'이란 안 어울리는 단어이기는 하다만... 다음 주 (즉 이번주!)에 벚꽃 축제가 열린다했으니, 당시에는 막 꽃들이 기지개를 켜던 시점..... 음악회 끝나고 시민문화회관 언덕에서 몇 장... 꽃들 너머로 보이는 통영항의 모습은, 나에게 있지도 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참...이번에는 충무김밥, 도다리 탕수와 짬뽕, 굴국밥 - 이렇게 3종의 맛난 끼니를 즐겼다. 일정이 충분치 못해 도다리 쑥국, 장어, 꿀빵 등은 아쉽게도....ㅡ.ㅡ * 뱀발.... 이런 거 블로그에 자꾸 올리니까 사람들이 나를 한량으로 아는 경향이 있다. 백퍼센트 틀리다고는 못하겠으나, 그런말 들으면 살짝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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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8

#14. 초현실주의는 결코 초(!) 현실이 아니었다. 사막에는 모래만 있는게 아니다. 사막에 들어서 온갖 기괴한 암석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한 원색을 보았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달리의 그림을 떠올렸다. 그림이 자연의 재현물임을 고려할 때, 자연 앞에서 '와 그림같네'라고 말하는 건 사실 쫌 웃긴 일이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았던 것들이 먼저 뇌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지라,그닥 터무니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백사막은 아름답고도 신비했다.

 

#15. 두번째, 그리고 마지막 밤... 사막에서의 겨우(!) 두번째이자 어쩌면 평생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손톱같은 달이 떠오르며 주변은 또 놀라운 적막에 잠기기 시작했는데, 어제와 달리 저 멀리 드문드문 다른 여행객들의 텐트를 볼 수 있었다.

 


 

우 리가 묵은 근처에, 모하메드의 친구인 파더(이름이 파더!)가 이끄는 팀이 머물렀다. 모하메드는 참하고 일솜씨도 좋은데, 왜 친구는 그 모양인지... 어찌나 빼먹고 다니는 물건들이 많은지 주구장창 우리텐트에 와서 뭐 빌려가고, 수다도 장난 아니라, 우리는 은근 그를 미워했다... 거기다, 밤이 되니 모하메드와 오사마를 불러내 언덕 너머 다른 텐트로 놀러가자고 꼬셔대는.... 결국, 이 둘은 밤에 놀러가고 JK 와 나 단 둘이 남았다. 모닥불 옆 노천에 깔개를 깔고,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맞으며 시시덕거렸다. 별똥별을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해서 다종다양한 소원들을 준비하고 있었건만,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아, 저기 별똥별'하면 벌써 지나가버린 후... ㅎㅎ 그래서, 그토록 무수한 별똥별을 봤지만 제대로 소원한번 빌어보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놀다온 두 총각은 아침에 일어날 줄을 모르고, 할 수 없이 우리 둘이 새벽에 일어나 불을 지폈다. JK 는 현지 영어도 잘 하더니만 모닥불 지피는 실력이 모하메드보다 완전 한 수 위... 물론 나더러, 땔감 구해오라고 쪼아대는 것이 다소 불만이기는 했으나, 아침 쌀쌀한 기운에 따뜻한 모닥불을 쬐며 차를 마시는 기쁨에 그깟 불만이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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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리고 나머지 여정.. 아침을 역시 또 거하게 먹은 뒤, 우리는 백사막의 나머지 부분과 흑사막쪽으로 이동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 떠나는 아쉬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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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크리스틴과의 조우... 그리고 다시 도시로... 우리는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마을로 돌아와 크리스틴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가 차려준 맛난 점심상을 또 게눈감추듯이 치워버렸다. 그녀는 독일 출신이다. 사막에 여행왔다가 지금의 남편과 눈이 맞아 이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 10년째 살고 있는 중이다. 대/단/하/다... 나보구, 이 지역에 의사가 너무 부족하니 눌러앉아 살면 어떻겠냐고 한다. 글쎄... 친구들이 항상 이야기하던 '너는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거다'라는 덕담(?)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몸소 확인하기는 했으나, 눌러앉는 건 좀 다른 문제... 그녀의 대담함이 살짝 부러웠더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미니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이동했다. 이 날은 12월 31일.... 우리는 카이로에에서 비행기를 타고 밤에 아스완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2009년 새해 첫 해돋이를 아부심벨의 사원에서 보기로 했던 것....

 

*    사진... 디카의 전원이 사망한 후,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찍어보았다. 의외로 화질이 괜찮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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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7

#10. 첫 날 사진 몇 장 더... 사실... 구구한 말이 필요없다. 압도하는 풍광 그 자체가 주는 울림 앞에서...


#11. 발자국.... 아침에 눈을 떠 텐트문을 열고 하늘을 빼꼼 내다보았다. 아직 해는 보이지 않지만, 여명.... 우리는 여명 속에 있었다. 우리는 새벽 댓바람에 또 한번 광년이 세리모니를 벌이며 사막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문득.... 텐트 근처를 맴도는 수상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나중에 모하메드에게 물어보니 여우 발자국이란다.... 여우? 어린왕자에게 나를 길들여달라고 말했던 바로 그여우? 정말, 그날 밤 우리가 모닥불가에 앉아 베두인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바로 그 은빛, 너무나도 귀여운 여우가 우리 옆을 지나쳐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나를 길들여달라는 말 따위는 남기지 않은채, 아주 무심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었다.... # 12. 밥! 밥! 밥!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배가 고팠다. 모하메드와 오사마는 잠이 참 많았고 (ㅜ.ㅜ) 우리가 아침 내내 그리 광년이처럼 뛰어다니며 텐트 주변에서 부산을 떨어도 좀처럼 텐트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느즈막히 일어나서는 또 씻고 기도... 하루에 다섯 번씩 정성들여 기도하는 모습은 뭐랄까... 쫌 감동적인 측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아래는 우리들 텐트 모습... 무료하게 아침을 기다리는 JK 의 모습.... 빵과 치즈, 쨈, 크래커, 진한 밀크티와 커피가 함께 한 아침은 엄청 맛있었다. 밀크티에는 우유가 없어서, 분말프림을 넣었는데, 과연 여기에 멜라민이 들어있을까 없을까 잠시 의미없는 논쟁을 벌이다 아주 맛나게 먹었다 ㅎㅎㅎ # 13. 출발.. 또다른 사막 속으로...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또 달렸다. 이 사막 한 가운데, 저 까맣고 반짝이는 작은 돌들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혹시 외계에서 날아온 운석의 파편??? 나의 이런 고차원적 호기심을, 모하메드는 풀어주지 못했다 ㅡ.ㅡ 로마시대의 유적이라는 무덤... 사막 한 가운데에... 우리 맘대로 이름 붙인 '거북바위' ㅎㅎㅎ 저 멀리, 오아시스 (일명 매직 스프링)을 향해 달려가는 모하메드의 차... 정말 신기하기는 했다. 도대체 이 물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깊은 모래 속 그 어디에선가 나일강과 연결되어 있늘걸까??? 주변은 역시 끝도 없는 모래의 향연... 오아시스 근처 언덕에 앉아 잠깐 쉬노라니, 멀리서 모여드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사막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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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6

#7. 사막에 지는 태양.... 알랭 드 보통은, 워즈워드를 떠올리며 압도적인 자연이 주는 힘과 감동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사막이 주는 감동은,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워즈워드의 감수성과 알랭의 글솜씨를 갖지 못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무한의 공간이 가진 힘, 수만년 자연의 손길, 고독과 적막... 이라는 판에 박힌 몇몇 단어 쪼가리....


우리는 4륜구동 랜드로버로 사막을 가로질렀고, 모하메드는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능숙하게 헤쳐나갔다. 차 안에는, 우리의 사흘간 식량과 텐트, 각종 가재도구 들이 실려 있었다. 사막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 안에는, 끝없는 모래밭과 바위, 하늘, 그리고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고운 모래를 밟으며 광년이처럼 뛰어다녔다....ㅡ.ㅡ;; # 8. 춥고 배고픈 밤.... 지평선에 걸쳐 있던 오리온 자리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은하수의 별들이 쏟아져내릴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도 역시 배고픔 앞에서는 한낱 물거품과 같은 것......... 모하메드와 오사마는 아까부터 꼼지락 거리면서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하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기별이 없다. 기껏 두 시간 지난 다음에 '이제 수프 좀 먹을래?" 하더니 그 때부터야 모닥불에 닭을 굽기 시작한다. ㅜ.ㅜ 저 닭은 언제 익혀서 먹냐고......... 우리 등가죽과 뱃가죽이 조우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ㅜ.ㅜ 어쨌든, 오밤중이 되어서야 우리는 맛난 파스타와 빵, 구운 닭을 먹을 수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기도 했지만, 모하메드의 요리솜씨는 장난은 아니었다. 우리 멋대로, 그의 죄를 사해주었다. ㅎㅎ 닭다리를 뜯으며, 맥주 안 챙겨 온 것을 몹시 후회했다. 사카라 골드 한 병만 있었으면..... 사막의 밤은 추웠다. ㅜ.ㅜ 일교차가 심해서 밤이면 제법 쌀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제법 쌀쌀한' 수준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추웠다. 우리는 가져온 옷들을 엄청나게 껴입고, 텐트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세수 따위는 우리에게 사치!!! # 9. 카메라와 휴대전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10년 묵은 디카와 작별을 고하고 나후의 자문을 얻어 finepix f100d 를 할부로 장만했더랬다. 지상 최고의 똑딱이라는..... 그 할부는 이번 달에 끝이 났다. 사실, 비행기 타러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디카 충전기를 챙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가슴이 무너져내렸으나, 대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수소문하다 연정이한테 삼성 디카 충전기를 빌렸다. 보니까 크기와 규격이 똑같았다. 하지만, 사막으로 떠나기 전날 호텔에서 체크해본 결과..... 충전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어찌 버티겠거니 했는디.... 사막 첫날... 디카 전원이 사망해버렸다 ㅜ.ㅜ 정말 인생무상이라고...... 이 때부터 JK 에게 사진기 한번만 써보자는 나의 굽신거림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남들이 DSLR 들고 관광지에서 폼잡고 있을 때 나는 한국의 IT 기술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휴대폰을 들고 찰칵 찰칵.... ㅡ.ㅡ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사막에서 휴대폰이 어찌나 잘 터지는지.... 해외출장 가도 절대 로밍같은 거 안해가는데, 현재 전화기에 '자동로밍'기능이 있어서 전원만 켜면 그냥 연결이 되는데다, 사막에 장애물이 없다보니 완전 사통팔달이다. 근데 이게 또 좀 웃긴게, 엄청난 가격의 옴니아 폰을 장만해서 들고온 JK의 경우, sk telecome의 현지 서비스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거의 터지질 않았다. 뭐든 맘먹고 준비해오면 안 된다는 엄청난 진실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예상치 않게 휴대폰이 잘 터지는 바람에, 무려 한 통화에 300원인 문자로 국내에 자랑질 문자를 엄청 날려댔다. 국내 지인들의 반응은 따가웠다. ㅡ.ㅡ 욕설 안 날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 야경 잘 찍어보려고 사진기 매뉴얼 정독에 무거운 삼각대까지 챙겨갔는데...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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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5

#6. 사막으로... 드디어 사막이다. 사실, 사막이 새로울 것은 없었다. 기자의 피라미드도, 사카라와 멤피스도 모두 나일강의 서안, 사막지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이면 머리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미지의 끊없는 무한 공간 사막은 그와 달랐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처음 얻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집트 행을 경심하면서 당연히 사막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러프가이드에 소개된 현지 가이드에게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었다. 일정과 비용은 순조롭게 정해졌고, 출국하기 일주일전, 나는 최종 점검차 확인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황당했다. 이거 뭐냐....


다행히, 출국 이틀 전엔가 온 메일에는, 이집트 인터넷망의 해저 메인 케이블이 끊어져 온 나라가 지난 며칠간 인터넷 불통이었다는 소식과 함께, 카이로에서 확인 전화 한 번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약 5시간 쯤 달려서 Baharya라는 오아시스 도시로 가야하고, 그쪽 터미널에서 크리스틴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사람들이 모두 사막투어를 떠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호텔이나 택시 기사나 baharya 로 가는 시외버스를 언제, 어디에서 타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바하리야와 비슷한 이름의 다른 도시가 있다며 우리 행선지를 거듭 묻기도 했다. ㅡ.ㅡ 물론, 이 때 믿을 것은 역시 러프가이드!!! 카이로 시내 여러 개의 터미널 중 사막 지대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과 대략의 시간표가 나와있었다. 하지만 시간표는 현지에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호텔 프런트에서 알아온 전화번호로 터미널에 전화를 했다. 나의 소박한 전화 한통으로 터미널이 일대 아수라장에 빠진 것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전화 받으신 이나, 주변에 있는 이들이 모두 영어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 누구 영어할 줄 아는 사람 있냐는 것으로 짐작되는 요란한 고함소리와 한 대여섯 사람이 각자의 짧은 영어로 시간표를 설명하는 그 대혼란이 10여분간 지속되었다. ㅡ.ㅡ 결국, 눈치코치로 출발 시간은 겨우 이해했으나 (역시 책과는 달랐다), 내 등짝에는 땀이 흥건하게 고여버렸다. ㅜ.ㅜ 나도 같이 소리지르느라...... 담날 아침,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우리는 아라비아 문자로 우리의 행선지, 출발시간을 적어달라고 했다. 만일을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그 전날 밤에 열심히 아라빅 숫자를 외웠다. 아라비아 숫자가 이쪽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이들이 쓰는 숫자는 우리가 아는 그 숫자가 아니다. ㅜ.ㅜ 아침 일찍, Hamja 아빠의 택시가 우리를 픽업하러 왔는데, 황당하게도 터미널을 잘못 내려주셨다. 말하자면 고속버스 터미널이 아닌 마이크로 버스 (전세승합차) 정류장에 데려다 준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 곳이 내가 어제 통화했던 바로 그 터미널이었고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매표구에 있던 아자씨가 우리를 보며 '바하리야!'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더라는.... 하지만, 그리고나서 우리를 끌고 어디론가 가면서 뭐라 손짓발짓 설명을 하는데 당최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주변에 영어 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심지어 어떤 이들이 자기네가 데려다주겠다며 우리를 마이크로버스에 막 태우려고 해서, 이건 무슨 백주 납치극이냐 하면서 완전 신경질까지 냈는데...... 결국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터미널은 길 건너편에 있었고, 이 양반들은 우리를 거기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거였다. ㅜ.ㅜ 우쨌든 우여곡절끝에... 터미널에 도착해 적어온 종이 보여주고 표 두장 산 다음 버스를 기둘렸다. 역시... 제 시간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고속버스 인줄 알았더니만 (우리는 일반일까 우등일까 토론을 벌였는데), 나타난 것은 시외버스.... 좌석이 참..... 심지어 서서 가는 승객들까지 있었다. 버스는 시내를 빠져나가 곧바로 황량한 사맘 도로를 달려 남서쪽으로 이동했다. 나는 교통수단에만 올라타면 곧바로 잠이 드는 편인데,머리의 무게를 잘 감당하지 못해 옆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흔하다. 기차나 비행기 통로쪽에 앉아 있다가 승무원의 진로를 방해해서 친구들이 부끄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통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좌석까지 쓰러져 있는 나를 JK가 구해주었다. 인양작업 중 잠이 깨면서 JK와 눈이 마주쳐 깜딱 놀랐다 ㅎㅎㅎ 무려 다섯 시간을 달리는데, 중간에 휴게소 비스무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진짜 허허 벌판에 가건물 하나 덜렁.... 나름 매점도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크리스틴의 남편인 에히야가 우리를 맡아줄 가이드 모하메드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크리스틴 아줌마 옆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빵과 양고기카레, 계란후라이, 그리고 로얄젤리 (?벌집 자른 것)... 차까지 마시고, 우리는 드디어 출발했다. 일정을 도와줄거라며 오사마 (한 열 서너살?)가 함께 따라나섰다. 드디어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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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4

여행 다녀온지 두어달이 다 되가고, 거기서 퍼온 호연지기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 출장간다는 주먹도끼한테 '야, 완전 부러워'했다가 엄청 구박받았다. 이집트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딴 소리냐고.... 그러게나... ㅡ.ㅡ 기억도 가물가물하여... 과연 여행기를 마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5. 사카라, 멤피스... 피라미드의 도시들... 기자의 피라미드, 특히 쿠푸왕의 것이 최고 기술의 결정체라면, 그 이전의 모습들은 좀 아랫동네에서 볼 수 있다. 멤피스는 고왕국의 수도였고, 사카라 (Saqqara)는 전통적인 묘역.... (왕족과 귀족 뿐 아니라 동물과 새까지 묻는...) 이집트 대표 맥주 상표가 '사카라 골드'인 걸 첫날 호텔에서 확인한 후 우리는 이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바 있다 ㅎㅎㅎ '서쪽'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문화마다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피라미드들이 모두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것은, 해가 떠서 지고, 죽은 이들이 떠나는 곳이 바로 서쪽이기 때문이다. 동쪽은 인간의 땅, 저 나일강 너머 서쪽은 망자의 땅.....불교에서 '서방정토' 개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기독교의 '요단강 건너'도 서쪽인가??? 하여간 나일강의 서안을 따라 남쪽으로 따라 내려오면 사카라에 도달하고,그곳에서 초기의 계단형 피라미드 (건축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을 때부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는)와 피라미드 건축의 아버지(?) 임호텝을 기념한 박물관을 만나고,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멤피스에 이른다.


사카라의 피라미드 유적지... 이 일대가 이집트에서 가장 거대한 유적 발굴지라 하던데, 관리를 하기는 하는 건지... 영 허술 방치.... 근데 하여간 이렇게 큰 발굴 현장은 첨 보는 거라 신기하기는 했다. 임호텝 박물관은, 소박하고 조용했다. 까페테리아에서 모처럼 지친 다리를 쉬며 커피도 한 잔... 돌아보니.... 중간중간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 커피와 따뜻한 차가 없었으면, 여행이 몹시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멤피스에 가면,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누워있다. 뭐 그닥 남의 나라 왕한테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정복왕'이자 '자기애'의 현신인 이 양반한테 특별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조각상의 위엄과 규모가 대단하기는 하였다. 근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걸까? 세상으로부터 잊혀지는 것, 기억의 소멸이 그토록 애절하게 안타까운 걸까? 멤피스에서도 우리는 따뜻한 베두인 민트 차를 한잔 즐겨주었다. 첨에는 너무 진해서 부담스럽더니 (더구나 나는 치약맛이 떠올라 민트 정말 싫어했음) 자꾸 먹어보니 은근히 정감이.... ㅎㅎㅎ 차마시고, 기념품점에 들어가 '파피루스' 제작하는 것을 봤다. 사실 이집트 전역에 걸쳐, 특히 관광지에 가면 papyrus museum, papyrus institute 등 파피루스와 관련된 '기관'이 무진장 많다. 하지만 이거 다 기념품 가게다 ㅎㅎㅎ 최수철 씨도 책에서 박물관인줄 알고 끌려간 상점 이야기를 언급했을 정도... 이 곳 사람들 뻥은 정말 대단해서, 기념품 가게 이름이 'ministry of tourism'인 곳도 있다. information center 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상점도 있고, 그럴 듯한 공무원(?) 유사 패찰을 달고 관광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도 부지기수... 하지만, 이 모든것을 미리 알고 있는(!!!) 러프가이드의 후예인 우리들... 어디 쉽게 당할쏘냐... 열심히 설명해준 이 양반의 성의는 고맙지만... 결국 아무 것도 사지는 않았다. 우리는 먼 길을 마치고 일찍 숙소로 돌아와 저녁(과 함께 역시 사카라 골드)을 먹고, 내일부터 시작될 사막여행 최종 점검을 시작했다.... 쉬운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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