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망한 선택의 책들
- hongsili
- 02/23
-
- 그림이 많은 책들(1)
- hongsili
- 02/16
-
- 계급 남아있기 혹은 건너뛰기
- hongsili
- 02/14
-
- SF 중단편들 숙제
- hongsili
- 02/13
-
- 바스크 나들이_마지막
- hongsili
- 2024
13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1.] 에 관련된 글.
어제에 이어서....
#. 3. 여행 준비는 어떻게?
어디론가 멀리 떠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을 장만하는 거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거다... ㅡ.ㅡ
간혹, 꼭 가져왔어야 할 것들이나 유용한 팁들을 뒤늦게 깨닫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주문할 시간과 여유마저 상실...
비행기를 갈아탄 싱가폴 공항에서야 겨우 론리 플래닛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은 도대체 여행서적을 안 판다.............화장품 매장만 넘쳐나는 신기한 공항....... ㅜ.ㅜ
내가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현지 여행사를 예약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겨울 산행과 관련한 옷가지를 몇 점 산 것이다.
그리고는 땡!
네팔이 어디 있는지, 트레킹할 지역이 어딘지, 산에서는 며칠이나 머무르게 되는지 이런 고급 (?) 정보는 개나 줘버려 하는 심정.... 은 아니었고, 마음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처 준비를 못했다.
현지 여행사는 Ace the Himalaya 라는 곳으로, 윤리적/생태적 여행을 표방하고 있다.
고용된 노동자들에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도 다 가입해준다고 하길래 선택했다.
대강 읽어본 여행자 당부 사항도 괜찮았다. 이를테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이나 사탕을 주는 것이 당장은 따뜻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그들을 망치는 것이라며 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지원하라고 지역자원단체를 소개해준다던지....
물론, 이것도 고도의 상술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현지에서 만나본 가이드나 포터들의 대답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산악의 원주민 포터들의 경우, 월급이 아니라 산행 건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지만 대개는 오랜 동안 전속으로 계약을 맺고, 또 산행 이외 시기에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도 본인 부담을 상환해준다고 했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이런 거 꼭 확인해본다... 이런 거 물어보는 사람 첨봤다고 하더군.... ㅡ.ㅡ)
책을 읽어보면 양 극단의 황당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 가면 각종 등산용품 판매와 대여점이 즐비하고,또 즉석에서 현지 트레킹을 조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함께 간 산행 중에 포터가 짐을 몽땅 챙겨 도주해버렸다는 괴담이 있다. 이거 정말 재난 아닌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봄에 눈이 녹고 나면 얼어죽은 포터의 시체가 일 년에 몇 구씩 발견된다는 괴담도 있다.. 함께 가다가 포터가 다치거나 하면 여행객이 그냥 버리고 가버린다는 게다.... ㅡ.ㅡ
둘 다 극단적 사례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믿을만한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하는 것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강추할 만하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 그냥 설렁설렁 다닐 때보다 보고 듣게 되는 것도 훨씬 많아서 좋다.심지어 산장마다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어떤 메뉴는 피하는 것이 좋은지 깨알같이 소중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영어로 대화를 해야한다는 소소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급 학술영어도 아니고, 대강 다 통한다.
우리 팀의 가이드 Kesh 는 20년 경력의 노련한 산 사나이... 어찌나 정도 많고, 침착하고 생각이 깊으신지...나중에 산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시내에 기념품 사러 가는 길을 함께 해주고, 마지막 날 아침 호텔까지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심 ㅎㅎ
포터 Jivan 은 진짜 체력 짱.....
하루는 가파르게 800미터를 올라가는 날이 있었는데,
나는 숨이 묵구멍까지 차올라서 거의 토할 지경... 심막이 없었으면 심장도 터졌을 판... ㅜ.ㅜ
근데 이 냥반은 먼저 올라가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더라니....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유.... 오케이?" (누가 누구한테 이따위 질문을... ㅡ.ㅡ)
그는 그저 씩 웃었을 뿐이다....
#4. 고산병 (High Altitude Sickness or Acute Mountain Sickness)
반지의 제왕에 보면 프로도가 반지를 목에 걸고 모르도르 화산 구덩이 근처를 힘겹게 한발한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반지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ㅎㅎㅎ
고산병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일행 중에는 3천 미터를 넘어서자마자 심지어 산장 계단 올라가는 것 마저도 힘들어 하는 이가 있던 반면, 평지를 거닐 듯 아무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약간 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때가 소화 잔해물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시점이라 두통의 원인이 고산병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듯....
고산병 증세 중에 괴이하고 (bizzare) 극성스러운 꿈도 있단다.
3천 미터를 넘어간 첫날 밤, 진보블로거 아즈라엘이 등장해서는 만두 공장에 테러를 가한다고 (도대체 왜 만두공장?) 까불다가 나까지 위험에 빠뜨려, 밤새도록 만두공장에서 도망다니는 아주 해괴한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주 삭신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 국제전화요금만 안 비싸면 아즈라엘한테 항의전화할 뻔 했다.... ㅡ.ㅡ
#5. 풍경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깨알처럼 보이는 Namche Bazaar 마을의 집들....
한국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 야크 광고를 보면, 히말라야 눈보라 속에서 신비의 동물 블랙야크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엄청난 기연인것처럼 표현....
그래서 블랙 야크가 엄청 신성하고 히귀한 동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란 야크, 까만 야크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풀을 뜯어먹고 있더라니.....
마치 포르투갈 어 '따봉 Ta bon'이 '괜찮아' 혹은 '오케이' 정도의 평범한 찬사인 걸 알고 배신감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ㅡ.ㅡ
청명 청명 청명..... 하늘 색깔이....
사실, 똑딱이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그 깊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서도 와~~~ 했었지만, 정말 '산이 깊다'는게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깊다는 표현 말고 달리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기로는 이리저리 어떤 각도로 찍어도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다. 그냥 포기.... (실력 없는 목수의 전형적인 연장 탓!)
여기는 그 유명한 에베레스트 호텔... 해발 38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이다.
돈많은 관광객 중에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헬기나 소형 비행기로 여기까지 날아와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바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단다. 이름이 Everest View Hotel 인만큼, 에베레스트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바로 너머에 로체도 보인다....
따뜻한 볕 아래서 따뜻한 레몬 차......
만년설이 부쩍 사라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진심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눈이 어여 와야 할텐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간절한 기원을 했더랬다....
To be continued....
히말라야에 다녀 온 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 간다.
주변의 몇몇 분들은, 뭔가 엄청난 역경으로 점철된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고 온 줄 생각하시지만 그건 사실 (엄청난) 오해다. 내가 한 것은 등반이 아니라 트레킹이었고, 신체적 부담의 정도를 따져본다면 지리산 종주보다는 오히려 훨씬 수월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둘레길 수준은 아님 ㅡ.ㅡ)
사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트레킹과 관련한 오만가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주변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잖이 있어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산에는 어떻게?
내가 갔던 곳은 에베레스트 쪽...
도로가 없어서 (ㅡ.ㅡ), 걸어가던가 (마을길 통해 가면 6일 걸린단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Lukla 라는 마을로 직접 가는 방법이 있다 (한 30분 소요). 마치 노고단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등반을 할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을 충분히 내기가 어려운 여행자의 사정 상, 비행기로 이동하여 Lukla 를 출발지로 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작은 비행기, 높은 고도, 혹은 롤러코스터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약간(?) 후덜덜...
비행기 안은 이렇게 화목하고 친근하다... 운전하시는 기장님 얼굴을 면전에서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차의 네비게이션과 크기가 비슷한 비행기용 네비도 볼 수 있다.
물론 낙하산이나 구명조끼 따위는 없다... ㅡ.ㅡ
가이드 아자씨한테 '혹시' 구명조끼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는 생각하지 말고 타란다 ㅎㅎㅎ
더욱 흥미로운 것은 Lukla 공항의 활주로...
약 2860미터 고도에 위치하다보니 충분히 길게 만들기가 어려운지라,
엄청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활주로를 설계했다.
Wiki 에 검색해보면 약 500미터라고 나오는데, 그게 주차장에서 돌아나와 유턴 (ㅜ.ㅜ) 하는 거까지 다 합쳐서이고, 실제 이착륙하는 길이는 약 3백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듯....
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12% 경사로.... 그래서 착륙할 때는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이륙할 때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날아오른다...
저 끝은 낭떠러지...................
2008년에 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절벽에 부딪혀서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ㅡ.ㅡ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날아오른다...
시외버스 출발하듯, 뒤편에는 다음 비행기가 얼릉 이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2. 먹고 자는 것은 어떻게?
물론,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 포터와 함께 움직였고, 숙식은 모두 산장에서 해결했다.
워낙 인기있는 코스라, 중간중간, 배가 고플 때 쯤 되면 어김없이 산장이나 티하우스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세계가 아니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원래 살아가던 곳이기에 크고 작은 마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셰르파' 도 고산 지대에 많이 거주하는 소수민족들 중 하나)
식사와 숙박비는 내가 지불한 전체 비용에 다 포함되어 있고 음료수나 휴지, 샤워비 같은 것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산장에 난방은 되지 않는데, 뭐 당연한 거다. 그 산속에 난방을 하려면 나무를 떼던, 수력발전을 이용하던 어쨌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무장하고 (나같은 경우 내복, 양말, 방한복, 다운자켓, 마스크까지!) 오리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면 따뜻해서 잘 만하다. 추워서 잠이 깬 적은 없다!
물이 워낙 차기 때문에 씻는 것은 최소화하고 (자연보호 미명 하에 세수도 안 함... 근데 이건 한국에서 산행할 때도 마찬가지 ㅡ.ㅡ), 한 사흘 쯤 되는 시점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새삼 문명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서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괴로운 적은 없었으나,
겨울철이다 보니 야채섭취가 부족하여 트레킹 막판에 변비로 고생을 좀 했다.
그러지 않아도 몸도 둔한데, 뱃 속에 응가까지 지고 가려니..... 몸도 무겁고 머리도 띵하고.... ㅜ.ㅜ
첫 번째 밤을 보냈던 게스트하우스 모습이다.
이렇게 생긴 주방에서, 맛난 요리를 준비해주신다.
달 밧, 티벳 빵, 볶음 국수,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음.... 생각이 나는구나....
음식 말고, 다른 것들도 판다. 물론, 고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짐을 지고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한거다.
놀라운 거는... 웬 탄산음료를 그리도 많이 파는지.... ㅡ.ㅡ
현지 '에베레스트 맥주'도 눈에 띈다.
이렇게 물자를 운반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은 등유.... 대개는 조리에 사용되는 '곤로'의 연료.....
이런 길로, 여행객도 지나가고, 소와 말, 야크도 지나가고,
동네 아이들도 지나간다. 등성이 너머 학교까지 두 시간 걸려 걸어다닌다고... (합이 네 시간! ㅡ.ㅡ)
To be continued....
지난 몇 달 간, 남쪽으로 훌쩍 길을 떠난 것이 몇 차례...
잠깐 정리해둔다.
#1. 해인사
아마도 수학여행 (인지도 확실치 않음 ㅡ.ㅡ) 이후 처음 가봄...
마침 하루 세 차례, 대전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오가는 버스가 있음...
이거 놓치면 개고생이라 정신 빠짝 차리고 시간 엄수...
기억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엄청난 규모에 비해 암자들은 조용했고 평화로웠음..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을 때, 마침 스님이 법고 연주를....
해인사 경내 암자 홍제암의 모습....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마당에 형형색색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원당암 마당의 큰스님 말씀과 언덕에서 내려단 풍경...
'공부하다 죽어라'.... 허거덕했음
#2. 선운사와 망해사... 그리고 금산까지...
세속적 복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불가의 가르침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전국 방방곡곡 사찰 경내에 걸린 '이름표 붙은' 오색연등들과 기와불사 모습은 진정 그로테스크하고 이해불가한 광경이다.
언젠가 망해사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갔는데 다행히 그닥 모습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랬다.
나름 더운 날이었는데, 절 마당의 나무 그늘에서 맞는 바람은 번뇌를 날려주는 듯 청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망해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금강에 들렀다.
맛나게 어죽을 먹고 (식당이 어찌나 장사가 잘 되는지, 갈 때마다 별채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음 ㅡ.ㅡ), 정말 몇 년째 하나도 변하지 않은 금강의 줄기인 용화강의 잔잔한 모습을 눈에 담아왔다.
#3. 송광사 - 순천만 - 선암사
송광사에 갔던 것도 아마 10년전 쯤...
기억 나는 건, 새벽에 승방에서 자다 일어났을 때 엄청 추웠다는 것과, (고기없이) 버섯으로만 국물을 낸 떡국이 몹시도 밍밍했다는 사실 ㅎㅎㅎ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했고, 사찰은 그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저 길을 보니, 문득 보성 삼나무길이 떠올랐으나... 여정이 짧아서 그쪽까지 가는 것은 포기....
아름다운 주암호를 지나, 해질 무렵 순천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그 한적하던 갈대밭은 생태"공원"으로 변해있었고, 두루미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몇 배는 족히 많아보였다. 거대한 생태박물관에 주차장... 아마 조만간 입장료를 받으려는 듯 매표소와 출입문 공사도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나의 동행인들 말고) 바닷가에서 갈대밭으로 떨어지던 해를 보던 그 기억은 이제 되살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여 몹시도 상심했다.
그래도 다행히, 새벽에 다시 한 번 갈대밭을 찾았을 때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사실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ㅜ.ㅜ) 그래도 잔잔한 빗줄기 속에 흐려져가는 경계는 아름다웠다...
아직.... 갈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소위 '성수기'가 되면 이 곳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없을만큼 분주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암사에 들렀다.
온통 공사장이었다.
대웅보전을 다시 짓고, 태국민안 10만등 달기 행사를 벌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스님이 직접 탁자 펴놓고 불사 동참을 권고하는 와중에 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법구경이 경내에 울려퍼지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경내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이 길을 따라가면 정말 속세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만 같았는디.... ㅜ.ㅜ
선암사에서 키웠다는 작설차 (원래 이곳은 차 재배로 유명하다)의 향은 매우 훌륭했다.
찻잔을 내오기 전, 탁자에 있던 들꽃 장식들을 찍어보았다.
시간을 내서 강진 무위사에 한번 들러야겠다....
산 혹은 숲길, 그도 아니라면 절집, 고궁 안마당 오래된 나무들...
그 녹음과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는 바람소리, 그리고 약간의 수고로움은 마음의 짐을 벗는데 큰 힘이 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지난 토요일에 후배 나후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 한 구간을 돌고왔다.
전체 80km 가 개통인데, 그 중 하나... 네 개 구간을 올해 안에 쉬엄쉬엄 돌아보리라 마음 먹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동강-수철 구간...
원래 안내에는 동강마을에서 수철마을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지만,
산청에 위치한 수철마을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듯 싶어서, 일단 함양으로 이동한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산청으로 이동하여, 택시를 타고 수철마을로 갔다. 산청에서 수철마을 오가는 버스가 2시간에 하나씩 있는지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는디, 한 15분 거리인데다 미터 요금으로 간다는 동네 아자씨 말씀에 얼릉 탔다가 기본 요금이 3300인거 보고 식겁하기는 했다 ㅡ.ㅡ
아침으로 준비해간 김밥이랑 빵, 우유 등을 먹고 의연하게 출발했다.
폭우가 쏟아질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볕은 따가웠다. 모자도 준비안해가서 두건을 뒤집어쓰고 다녀야했다. ㅡ.ㅡ
첫 기점인 고동재까지 3.5km..... 정말... 욕나왔다. 호연지기고 뭐고... 역시 안내에 따라 동강마을에서 시작해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후회막급했다. 이 끝도 없는 오르막길...
거의 한 시간을 파김치가 되어 고동재에 오르고 나니 '쌍재 1.8km'라는 표지판....
울고 싶었다 ㅜ.ㅜ
다행히 ... 쌍재에 이르는 길은 그닥 가파르지 않았다.
막, 고개를 넘을 무렵 마주친 두 총각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묘한 단서를 보았다.
저 고통스러운 표정은 무엇???
결국, 구간을 다 걷고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첫 4km 정도만 빼놓으면 나머지 길은 거의 완만한 내리막 숲길.... 즉,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동강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거의 7km 완만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뒤늦게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칭찬했다.
더구나 동강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마지막 무렵에 포근하고 정감넘치는 개울과, 수세식 화장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개울에 앉아 발 담그고 피로를 풀고, 추모관에 가서 땀에 젖은 옷가지랑 양말도 갈아신고... 또 추모관 정자에서 한숨 돌리다 내부 전시물도 둘러볼 수 있고.... 더구나30분에 한 대씩 함양 시내로 버스가 다닌다.
혹시, 이 구간을 가실 분은 꼭 수철에서 동강으로 이동하시길....
다른 구간들에 비해 이 구간은 '산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오르막 구간도 꽤 있는데다 한적한 '마을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온통 초록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은 말할나위 없이 좋았다. 개울물은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그리고, 한적한 마을길 버스 타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동강마을에서 함양터미널로 나오는 길 너무 좋다.
조금씩 흩뿌리는 빗방울과 함께 창밖에 흐르는 풍경들, 나의 번뇌도 함께 흘러가길 바랬다.
다른 구간들도 차근차근 둘러보자...
참... 추모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궁금해졌다.
인간은 왜 그리 인간에게 잔인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
역시 좋은 카메라 때깔이....
사진 찍어대느라 늦어지기도 했겠지만, 예전에 지리산 같이 갔을 때도 보면 나이도 젊은 양반이 체력이 어찌나 저질인지, 나보다 산길을 더 못간다. 그래서 내 뒤통수 사진이 엄청 많다 ㅎㅎ
보무도 당당한 아래의 사진을 보노라면, 지리산 둘레길 따위가 아니라 어디 안나푸르나 종주라도 해야할 것 같다 ㅎㅎㅎ
기이한 미감을 자랑하는 추모관의 기념 조형물.... 저 부드러운 산세와 절대 안 어울리는 저 뾰족 조형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부조로 장식된 조각들은 완전 근육질의 그리스 석상 분위기... ㅡ.ㅡ
흘러가는 차창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14. 초현실주의는 결코 초(!) 현실이 아니었다. 사막에는 모래만 있는게 아니다. 사막에 들어서 온갖 기괴한 암석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한 원색을 보았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달리의 그림을 떠올렸다. 그림이 자연의 재현물임을 고려할 때, 자연 앞에서 '와 그림같네'라고 말하는 건 사실 쫌 웃긴 일이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았던 것들이 먼저 뇌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지라,그닥 터무니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백사막은 아름답고도 신비했다.
#15. 두번째, 그리고 마지막 밤... 사막에서의 겨우(!) 두번째이자 어쩌면 평생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손톱같은 달이 떠오르며 주변은 또 놀라운 적막에 잠기기 시작했는데, 어제와 달리 저 멀리 드문드문 다른 여행객들의 텐트를 볼 수 있었다.
우 리가 묵은 근처에, 모하메드의 친구인 파더(이름이 파더!)가 이끄는 팀이 머물렀다. 모하메드는 참하고 일솜씨도 좋은데, 왜 친구는 그 모양인지... 어찌나 빼먹고 다니는 물건들이 많은지 주구장창 우리텐트에 와서 뭐 빌려가고, 수다도 장난 아니라, 우리는 은근 그를 미워했다... 거기다, 밤이 되니 모하메드와 오사마를 불러내 언덕 너머 다른 텐트로 놀러가자고 꼬셔대는.... 결국, 이 둘은 밤에 놀러가고 JK 와 나 단 둘이 남았다. 모닥불 옆 노천에 깔개를 깔고,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맞으며 시시덕거렸다. 별똥별을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해서 다종다양한 소원들을 준비하고 있었건만,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아, 저기 별똥별'하면 벌써 지나가버린 후... ㅎㅎ 그래서, 그토록 무수한 별똥별을 봤지만 제대로 소원한번 빌어보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놀다온 두 총각은 아침에 일어날 줄을 모르고, 할 수 없이 우리 둘이 새벽에 일어나 불을 지폈다. JK 는 현지 영어도 잘 하더니만 모닥불 지피는 실력이 모하메드보다 완전 한 수 위... 물론 나더러, 땔감 구해오라고 쪼아대는 것이 다소 불만이기는 했으나, 아침 쌀쌀한 기운에 따뜻한 모닥불을 쬐며 차를 마시는 기쁨에 그깟 불만이야 ㅎㅎㅎ
#16. 그리고 나머지 여정.. 아침을 역시 또 거하게 먹은 뒤, 우리는 백사막의 나머지 부분과 흑사막쪽으로 이동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 떠나는 아쉬움이란......
#17. 크리스틴과의 조우... 그리고 다시 도시로... 우리는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마을로 돌아와 크리스틴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가 차려준 맛난 점심상을 또 게눈감추듯이 치워버렸다. 그녀는 독일 출신이다. 사막에 여행왔다가 지금의 남편과 눈이 맞아 이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 10년째 살고 있는 중이다. 대/단/하/다... 나보구, 이 지역에 의사가 너무 부족하니 눌러앉아 살면 어떻겠냐고 한다. 글쎄... 친구들이 항상 이야기하던 '너는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거다'라는 덕담(?)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몸소 확인하기는 했으나, 눌러앉는 건 좀 다른 문제... 그녀의 대담함이 살짝 부러웠더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미니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이동했다. 이 날은 12월 31일.... 우리는 카이로에에서 비행기를 타고 밤에 아스완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2009년 새해 첫 해돋이를 아부심벨의 사원에서 보기로 했던 것....
* 사진... 디카의 전원이 사망한 후,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찍어보았다. 의외로 화질이 괜찮더라는.....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렇게 멋진 여행들을 다녀오시는지요...암튼 부럽기만 합니다.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지르면 됩니다... ㅡ.ㅡ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아즈라엘님의 등장은 모르겠고, 혹 네팔수도가 카트만두여서 만두공장 테러 꿈을 꾼 것은 아닐지... 아무 상관 없나...그런데 고생해서 그 먼 산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뭐, 내려가기 위해서 오른다지만...
암튼 부럽기만 합니다.2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복길형님다운 말씀이십니다... 과연 같은 '만두'일지는 모르겠으나..... 내려올 산에 뭐하러 올라가냐는 이야기 참으로 오랜만에 듣습니다요 ㅎㅎㅎ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사진이 진정 아름답구랴~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마치 안 다녀온 분처럼 말씀하시는구랴...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사진이 내가 찍은 것 보다 아름답다는 말이죵.. 흑흑 난 주욱~ 똑딱이가 오래된 필카를 말하는 줄 알았어.. 진정 바보..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한참 읽다가 중간에 뿜었음.. 혹시 내가 몹시 보고싶었던게 아닐까..? ㅎㅎ 나도 홍실 보고 싶었어요 캬캬캬~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그런 거였어? 근데 왜 만두공장이지? 설명좀 해봐봐...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사진이 아주 멋져요.부럽습니다. 아주 제대로 '지르'셨군요.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전문가께서 칭찬을 해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삼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보고싶은 아즈라엘에게 한국에 가면 만두를 배가 터지게 사줘야겠구나라는 의지가 담겨있는 꿈이라고 생각되는군요..얼른 내놔요~ 만두!!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그런거야? 꿈에서 나를 힘들게 했으니, 만두는 당신이 사야지!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