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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hongsili님의 [홋카이도_여행_오타루] 에 관련된 글.
*
열차가 출발하자 마자 도시락!
에키벤.. 일본 철도 여행자의 로망 아닌가 말이다....
겨울 특선 계절도시락은 담백하고 맛났더군.
전광석화처럼 밥을 먹고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기 시작...
유앤미 블루의 낮은 음색은 겨울 여행에 안성맞춤... 뭔가 낭만적인 책이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들고 간 책이 아마티야 센 할배의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게 함정... 사실 낭만적 기차여행에 어울리는 품목은 아니었더랬다.... ㅡ.ㅡ
하지만 이내 바깥 풍경에 정신을 빼앗겨 책이고 뭐고.... 센 할배 미얀... ㅡ.ㅡ
하코다테로 가는 기차 밖으로 내다본 풍경은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웠는디,
설원이 있었고, 손에 잡히는 바다가 있었다. 이렇게 바다랑 가까워도 되는 건가???
사실, 작년에 JR 홋카이도에서 큰 사고가 났던게 바로 이 하코다테 선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는 ㅡ.ㅡ 어쩐지 그 흔들거림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ㅜ.ㅜ 밥 먹다가 젓가락으로 내 콧구멍 찌를 뻔 하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마치 비행기 기류 변동때와 같은 불안을 경험하기도 했지...
일본어 과외 선생님도 위험하다고 가급적 타지 말라고 하셨는데, 근데 또 딱히 다른 교통수단이 적절한게 없었서리.... 철도민영화로 인해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그 악명의 JR 홋카이도 노선을 타고 바깥 광경에 완전 홀리고 있었다는 안타까운 사연 ㅜ.ㅜ
어쨌든 그렇게 하코다테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J 가 가르쳐준대로 하코다테 산 전망대에 오르는 버스를 타러 갔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일본어 공부의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푹풍같은 칭찬을... ㅋㅋ
겨울철에는 산간 도로가 미끄러워 버스 운행을 하지 않으니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한다는 안내문을 내가 읽었던 것이다!!! 까막눈이었더라면, 추운데 계속 기다리다가 얼어죽지 않았겠냐는 말이지 ㅋㅋ
하여간 그래서 버스타고 로프웨이 타는 데까지 가서 거기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일찍이 세계 3대 야경이라는 안내를 볼 때부터 이건 또 무슨 개뻥이냐 했지만 역시나 ㅋㅋㅋ
항간에 중국이 세계 최고 뻥쟁이들인 것처럼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도 관광지 다녀보면 뻥이 그에 못지 않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요즘에는 그런 안내 봐도 꿈쩍도 안 한다. 홍콩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그동안 여기저기서 야경을 둘러본 결과, 야경 하면 서울이 갑인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불빛들에 빨간 십자가 토핑이 있어야 역시 제대로 된 야경 ㅋㅋㅋ 그에 비하면 하코다테 야경은 참 수줍고 소박. 야경 찍으려고 삼각대 들고 갔는데, 꺼내서 찍기도 참 뭐하더라는.... 물론 바다를 배경으로 펼처지는 따뜻하고 동화같은 아름다움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겨우 오후 5시 46분 ㅋㅋㅋㅋㅋ
야경 감상 후 내려와서 시장에 덮밥 먹으러 갔는데 아무래도 아침 시장이 중심이다 보니 문이 벌써 닫혀 있어서, 할 수 없이 꼬치구이 식당에 들어가 새우튀김 덮밥과 역시 삿포로 클래식 한 잔....
여행 가서 혼자 조리대 앞 테이블에 앉아 주방장 아저씨 바쁘게 손 놀리는 거 보면서 따뜻한 끼니와 술 한 잔 할 때, 그 때야 말로 정말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말이 통하면 뭐라도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벙어리 신세라...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국제 맥주 대회에서 1등 먹었다는 지역 맥주를 사가지고 가서 역시, 따뜻하게 씻고 난 후 한 잔.... 주지육림의 향연이로구나....
*
호텔에서 엄청나게 맛난 조식을 먹고, 하루 전차 패스를 끊어서 일찌감치 코료가쿠로 이동.
서구의 기술문명에 커다란 자극을 받아 에도 시대 말기에 세워졌다는 별 모양의 성곽 구조 요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진격의 거인 방어선이 떠오름.
웃긴 건, 성곽을 빙 돌아서 폭 10미터 가량의 해자가 주욱 배치되어 있는데, 날이 추워서 다 얼어 있다는.... 적이 침입하면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음 ㅋㅋㅋㅋㅋ 이런 기후의 지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잖아 ㅋㅋ
코료가쿠 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당시 공무를 보았던 봉행소를 관람...
웬지 저 천장 어디, 문짝 너머에 닌자가 숨어 있을 것만 같더라는 ㅋㅋ
건물이 너무 빤짝여서 관리를 엉청나게 잘 한 건가 했는데, 안내 동영상 보니까 불과 3년전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어쩐지....
*
다시 전차 타고 모토마치 지구로 이동..
이 곳은 처음으로 일본이 개항을 해서 서구 문물이 유입되던 당대의 국제도시였던지라 당시의 영사관이나 교회 등 오래된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곳....
우선 항구 인근 이제는 각종 상업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참고 지역으로 가서 점심부터...
유명한 스네이플즈 치즈케익을 먹었는데, 와.... 정말 천상의 맛.... 평생 먹어본 치즈케익 중에 제일 맛있다는 생각... 나중에 공항 면세점에 팔면 사오려고 했는데 안타깝게 ㅜ.ㅜ
따뜻한 커피로 에너지 충전한 후 아이누 족의 역사가 보존되어 있는 북방민족 박물관 관람..
사진에서 보는 아이누 족의 외모는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너무 심하게 털복숭이로 그려놓는 족자에 약간 당황... 저건 뭐여.. 인종주의인 게여? 그들의 모피 외투는 너무나 시크해보임
조금씩 눈발이 흘날리면서 흐려지고, 크리스마스였지만 일본은 특별히 이 날을 챙기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고풍스런 분위기의 거리는 살짝 을씨년스러우면서도 뭔가 그윽한 분위기....
구 영국 영사관이랑 구 공회당 건물에 들어가보았는데, 뭐 건축물 자체야 특별히 놀라운 게 없었지만, 뜬금없는 '잉글리쉬 티룸'과 '드레스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에 빵 터짐... 첨에는 웨딩촬영이라도 온 사람들인가 했다니까 ㅋㅋㅋ
구 공회당 건물 안에서 소화 52년의 하코다테 시민헌장 발견....
뭔 놈의 헌장이 권리는 하나도 없고 이렇게 의무만 주구장창 써놓고 있냐... 한국의 국민교육헌장이랑 조상님이 같다보니 그런 거겠지 싶더라니... ㅡ.ㅡ
골목길을 거니며 그리스 정교회, 카톨릭 교회, 러시아 정교회 같은 오래된 교회 건물들을 둘러보고, 잠깐 작은 찻집에 들러 홍차 한 잔 마시며 한 숨 돌리기... 주인 아주머니가 몹시도 친절하신데, 내가 통 말을 못 하니 어찌나 안타까워하시는지.... ㅡ.ㅡ
*
숙소가 위치한 하코다테 역 근처로 돌아와 하코다테의 명물이라는 시오라멘으로 저녁을...
오타루에서와 같은 요코초 구역에 선술집과 작은 라면집들이 모여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작은 가게에 손님도 나 혼자 뿐이어서 다른 때 같았으면 주방장 할배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겠지만 역시 말을 못해서... ㅜ.ㅜ 최소한의 말하기도 좀 공부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음... 여행 하면서 그 지역 말을 한 마디도 못하는 건 너무 예의없는 행동 아닌가 싶더라는....
하여간, 라면은 굉장히 맛있었음... 미소라면과 간장라면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맛인데 반해, 소금라면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것...
숙소로 돌아와 근처 야경 한 컷.....
그리고 다시 맥주 한 잔 마시며 2013년 반성과 2014년 계획 세우다 스르르... ㅋㅋ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역시 호텔에서 조식 먹고 아침 수산 시장 구경하러 나감...
원래 이 새벽 시장에서 3색 덮밥을 먹는게 여행자들의 정석 코스라는데 나는 성게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
이 시즌 하코다테 털게가 무척이나 유명하다는데 게 찌는 모양새는 역시 한국 수산시장이 짱 ㅋㅋ 너무 아마추어처럼 보임 ㅋㅋ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은데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정말 수산물이 엄청 신선해보임.... 후쿠시마 사건만 터지지 않았으면 얼마나 풍요로운 식탁이 되었을까 짠한 마음이.... ㅡ.ㅡ
한 가게 수족관에서 마주친 거대 문어는 완전히 심해 괴물...
*
이제 다시 기차타고 삿포로로....
마지막 포스팅 무려 3개월 전... 정말 지난 세 달 너무너무 쫓기는 일상의 연속.
누굴 나무랄 수도 없는게,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라 그저 미친듯이 괴로워하며 원고 빚쟁이들에게 구걸과 읍소... ㅡ.ㅡ
휴가를 떠나기 전날 밤까지도 원고 수정을 하나 하느라고 허덕허덕. 하지만, 노트북을 챙겨서 휴가를 떠나는 일 따위는 이제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지 오래... 이건 몇 년 전 결심한 이후 의외로 한 번도 어기지 않은 휴가 철칙!!!
원래, 서클후배 D와 함께 가려 했으나, 시부모 결혼기념일 행사 때문에 가기 어렵다는 황당한 소식 (생신도 아니고 정작 본인들 결혼기념일도 아닌데 그게 뭐라고....천하의 D 가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에 마음고생할 것을 생각해서 비난은 하지 않았음 ㅋㅋ), 이어서 친구 S 마저 예정보다 빨리 새 직장을 구하면서 결국 혼자 떠나게 되었는디.... 삿포로에 있는 J 는 그동안 손님 치레를 하도 해서 귀찮다며 나보구 알아서 혼자 다니라고... ㅡ.ㅡ 그래, 뭐 혼자 못 갈 이유가 없잖은가???
그런데 또 의외로 마지막에 스케줄 확정하고 연락하니, J 가 친히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서 오타루에 함께 가주겠다고 제안.... 공항이 복잡해서 못만나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그러기도 어려운 구조 ㅋㅋ 하여간 그렇게 겨울 홋카이도 여행 시작...
하여간 삿포로 공항에 비행기가 근접하면서 드디어 설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화악~~
사실, 나라꼴이 몹시 어수선하고 추운데 고생하는 사람들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무거웠지만 ㅜ.ㅜ
1. 첫번째 여행지_오타루
신 치토세 공항에서 J 만나 JR 홋카이도 패스 끊고 일단 오타루 이동.... 숙소에 짐 내려놓고 늦은 점심부터...
방사능 때문에 해산물을 먹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지만, 현지에서는 또 그러기가 쉽지 않음... 아예 여행을 가지 말던가, 가서 호들갑 떨면서 안 먹기도 좀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먹고 마셔댔음...
회전초밥집에서 놀랍도록 부드러운 관자와 연어 초밥, 그리고 역시 놀라운 삿포로 클래식을 맛보며 연신 탄성을 자아냄. 초밥의 이 부드러움은 방사선의 효과인 게냐, 아니면 활어가 아니라 숙성을 시켜서 그런 것이냐 갑론을박하며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어댐.... 삿포로 클래식은..... 아.....
늦은 점심 먹고 나왔을 뿐인데, 벌써 오타루 시내는 해가 지고 있더라는... 겨우 네 시 무렵....
눈은 계속 흩날리고, 작고 오래된 골목길에는 따뜻한 가로등 불빛과 눈쌓인 거리를 오종종 거니는 사람들...
오타루의 유명한 오르골 상점, 일명 오르골 당에서 구경하고 나를 위한 작은 선물 구입 ㅋㅋ
사실, 체험코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오르골 자체를 조립하는게 아니라 만들어진 오르골에 빤짝이 스티커를 붙이는 수준.... ㅡ.ㅡ
오르골당 안은 별별 손발이 오그라드는 공주풍 오르골에서부터 초밥모양 엽기 오르골까지 실로 다양한 오르골의 향연과 아름다은 음악으로 꽉 찬 느낌...
오타루의 유명한 운하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들이닥친 단체관광객 때문에 식겁....
운하 옆으로 길게 늘어선 옛 하역 창고들은 이제 개조해서 식당이나 주차장, 술집 같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다는 오타루비어로 이동....
여기에서 오타루 지역 맥주... 아이고 맛나라... 생각하니 또 침이 꼴깍.... ㅡ.ㅡ
맥주 마시고 나오니까 아까의 단체 관광객들은 다 사라지고, 다시금 고요해진 운하...
아까 운하에 띄워놓았던 조명등들을 나룻배 타고 뜰채로 건져내는 괴이한 광경 관찰 ㅋㅋ
저걸 저렇게 매일 밤 풀어놓고 치우기를 반복한다는 말인가???
하여간 하얀 지붕과 거리들, 검은 운하와 그 위에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 떠다니는 조명등의 모습은 정말 운치있는 한 장면... 낭만여행자의 행복감과 해방감....
다시 또 골목길 (요초코) 선술집으로 따뜻한 사케를 마시러....
이제 J 는 삿포로로 돌아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긴 하루를 마무리....
비행기 타고 두 시간 남짓 이동했을 뿐인데, 이 곳은 다른 세계.....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맛난 조식을 챙겨 먹고 다시 운하와 항구쪽을 돌아보았는데 어제 저녁과는 또다른 모습...
일단 숙소에서 내려다 본 운하와 오래된 창고 건물들, 그리거 저 너머 바다..
항구, 어제 들렀던 오타루 비어, 그리고 운하....
이제 기차를 타고 하코다테로.....
to be continued
@ day 8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밥을 챙겨 먹고 대장정에 나섰다.
이렇게 대장정은 끝나는 건가.... Aoraki 산을 빠져나오는데 아쉬움 한 사발... ㅡ.ㅡ
다시 만난 Pukaki 호수는 흐린 날씨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도착 이래 처음으로 찌푸린 날씨 덕분에 장거리 운전은 훨씬 덜 피곤했다.
마침, 북미 지역 최대 세일 기간이라는 Boxing day 주간을 맞아 도시로 돌아가면 "닥치로 쇼핑"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일부 멤버들이 있었지만....
머지 않아 그건 과욕임이 드러났다.. ㅡ.ㅡ.
루트번 트랙에서, 밀포드 사운드에서 펄펄 날아다니던 우리들이었지만,
사람많은 쇼핑몰에서는 한 시간을 버티는 것조차 느무느무 힘들었던 것이다.
사람보다는 양들과 있을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각자 기념품과 선물거리로 소소한 것들을 구입한 후,
지친 몸으로 숙소귀환하여 최후의 만찬을 들었다.
연어구이와 리슬링와인......
그렇게 밤도 저물고 박사원정대의 여정도 저물고...
물론... 이후로도 싼 비행기표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장시간 귀환 길이 남아있었지만.... 그건 다 잊자구 ㅋㅋ
@ 마무리하면서 풍광을 체험할 수 있는 동영상 링크 몇 개.....
공항을 빠져나와 너른 벌판으로....
라벤더, 계곡, 개울, 숲...
빨려들어갈 듯 맑은.... 흔들리는 수면....
밀포드 사운드 가던 길.... 저 커다란 설산 뒤에 무엇이 있을까 두근두근했었지... ㅡ.ㅡ
호수 호수 호수.....
@ 마무리...
무엇을 얻고 돌아왔나?
호연지기 10갑자와 한껏 높아진 눈.... 그리고 카드영수증 ㅋㅋㅋㅋ
낡은 밧데리 마냥, 충전해놓은 호연지기들이 금새금새 방전되어 버리고는 하지만
그니까 더 세게, 더 자주 충전을 해야한다는 후후....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아련하게 추억이 돋는구나......
박박사, 미운콩박사, 햇박사...
다들 고맙고 대견하고... 함께 해서 즐거웠다오 ... (나 어디 우주로 떠남?)
(대단원의 끝!!!)
이거 은근 숙제... ㅡ.ㅡ
@ day6
우리는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아침 일찍 Te Anau 를 떠나 Mt Cook 으로 향했다.
사실 갔던 길을 상당한 정도로 되짚어 올라가는 길이라 뭐 새로운게 있을까 했지만, 오가면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른 맛이 있었고, 무엇보다 날이 느무느무 화창하고 따뜻했다...
따뜻 정도가 아니라 30도를 넘나드는 땡볕...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았던 나와 박박사는 거의 열탈진 수준... ㅡ.ㅡ
그래도 아름다운 곳 나오면 낼름 모두 내려서 각종 기이한 포즈로 사진....
어쩌다보니 나는 공식 사진사... ㅜ.ㅜ
이제는 능숙하게 Queenstown 에 진입하여 타이푸드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Cromwell 에서 맛난 과일 아이스크림 한 번 더 먹으려 했는데 아뿔싸... 크리스마스라 온 군데가 다 휴무인지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달리다가 Kawarau 계곡의 번지점프대 구경... 물색깔이.... 저런 물감은 도대체 어디서 파는게야.... ?
그리고 다시 Lake Pukaki......
전날 인공위성 지도까지 검색하면서 연어농장 위치를 확인했건만, 이날 또 실패.... 여행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었음.... 하지만, 또 아름다운 호수 풍광에 다들 금방 섭섭함을 까먹음...
햇박사는 또다른 스냅샷 가장 연출사진... ㅡ.ㅡ
예쁜 호수와 아름다운 계곡들만 보면서 달려왔는데, 어느덧 하얀 설산과 구름이 우리 코 앞에 바로 놓여 있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 Mt Cook 은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등정 연습을 하던 곳이라고...
선주민 언어로는 Aoraki 구름뚫고 솟아있다는 뜻이라고.... 이 이름에 영감을 얻어 우리는 마오리 처자 햇박사에게 "구름뚫고 달리면서 밥해"라는 선주민식 이름을 부여함....
Mt Cook 의 숙소는 뭔가 가족 경영의 따뜻함과 미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고즈넉한 곳...
오랜만에 내가 쉐프로 나서, 바질-베이컨 스파게티 ... 국수를 삶을 남비 크기가 작아서 양을 충분히 하지 못한게 아쉬울만큼 맛난 한 끼였음...
저녁 먹고 땡볕 운전에 녹초가 된 우리를 위해 햇박사가 귀한 오이로 얼굴 팩도 해주시고,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함.... 평화.....
@ Day 7
오전에 작은 보트 타고 나가서 Tasman 빙하 투어...
그냥 작은 절벽인 줄 알았던 것이 두터운 빙하였다는 사실에 깜놀.... 수정같이 투명한 얼음덩이들과 신비로운 색감의 호수.... 저 멀리는 구름으로 가리워진 설산...
날이 따뜻해야 빙하 조각들이 부서져 내리면서 호수로 떠내려와 감상이 가능하다고 하니, 눈비가 내리면 시야 확보가 안 되어서 또 날이 너무 추우면 빙하가 떠내려오질 않아서 보기가 어렵단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게야...
같은 보트에 올랐던 중국 아지매의 사자후같은 고주파 웃음소리가 약간 괴롭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을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 그리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자꾸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설명에 진심으로 가슴아파함...
오후에 숙소 돌아와 셰프가 해주신 맛난 야채볶음밥 먹고 오후에는 슬슬 Hookers Valley 트래킹...
흐려져 가는 날씨 속에 설산을 향해 초원을 넘는 길이 흡사 진정한 반지원정대 ㅋㅋ
산에는 등반길에 올랐다 사라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돌탑도....
저녁에 돌아와 맥주 마시고 노닥거리면서, 박박사의 옵세션 대폭발...
술마시다 가만히 보니, 크래커에 브뤼 치즈 얹고 그 위에 해바라기 씨를 비롯한 견과류를 정성스레 하나하나 꽂고 있었음... 핀셋으로나 가능할 섬세한 작업..... 저여자 뭐야.... ㅡ.ㅡ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산 나의 귀여운 키위새 인형과 기념샷.... 소중한 어른패드는 받침대로... ㅜ.ㅜ
여행보다 여행 기록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ㅡ.ㅡ
@ day4
크루즈에서 내린 우리는 곧바로 The Divide 로 달렸다. 이름이 웃기지만, 문자 그대로 갈림길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 유명하다는 Routeburn tract 트래킹에 올랐다. 물론 여기도 풀코스로 걸으려면 나흘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해발 약 8백미터 정도 되는 Key Summit 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세시간 코스이니 할 만 했다.
차를 가급적 나무 그늘 밑에 세워놓고 싶었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었고 세울만한 딱 한 군데가 있기는 했는데 작지 않은 크기의 돌덩이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지라... 어쩌지? 하면서 망설였다. 에이, 힘 놔뒀다 뭐하냐.... 저걸 치우자... 우리 지시를 받고 뒷자리의 미운콩이 문을 열고 나서는 찰라, 곤히 잠들어있던 햇박사가 눈을 번쩍 뜨더니만 마치 몽유병 환자차럼 걸어나갔다. 그러더니 우리 앞에서 그 무거운 돌뎅이를 번쩍 들어올려 옮기는데... 과연 두눈 뜨고 보았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 자는 호연지기를 운동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나보다.....ㅡ.ㅡ
올라가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았고, 햇볕은 따갑고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
정경은.... 그냥 말 안할래... 이제 입, 아니 손가락이 아플 지경....ㅋㅋ
한껏 연출된 포즈를 잡고 있는 햇박사, 아래 표지는 적진에 매복 침투하고 있는 나와 미운콩 (둘 다 조난당하면 절대 구조되기 어려운 보호색 입고 등반 중 ㅜ.ㅜ), 타조알을 연상케하는 미운콩의 머리...
그나저나 미운콩의 습속은 참으로 특이한 것이.. 낯선 장소에만 가면 들짐승처럼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기이한 항태를 보임.... 라벤더가 만개한 목초지를 가로질러 달리던 도로 노변에서, 천하절경이라는 루트번 트랙의 으슥한 나무들 뒤에서..... 10여년 전 승봉도 해변에서 보였던 말도 안 되는 형태가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예외적 사건인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더라구.... ㅜ.ㅜ
한 시간을 정상에서 간식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한가롭게 노닐다 내려와 Milford Sound Lodge 로 이동...
드라이버 박박사 탈진하여 어제의 과속은 잊고 시속 삼십으로 운전대에 매달려 감 ㅋㅋ
Lodge 에 도착해서 숙소 배정받고 씻으려 했더니만, 타월이 모두 떨어졌다는 비보.... 빨래를 맡겼는데 사흘 뒤에나 돌아온다고.... 어이없어라.... 할 수 없이 비상 수건, 손수건 등을 총동원해서 씻고, 밑반찬에 저녁 맛나게 먹음... 잠깐 산장 뒤 계곡에 산책 나갔는데, 물은 얼음장이고 모기는 밀림 수준....
건물이 나무로 지어졌고,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데다 우리 숙소 근처에 샤워장이 위치해 있어 밤새도록 저벅저벅 등산화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음.... 피곤해서 그냥 잤음. 다행히 어제 크루즈와 달리 이층침대 난간은 있더라구 ㅋㅋ
@ day5
아침에 일어나 또 아침 거하게 챙겨먹고 짐 챙긴 후에 Milford Sound 1/2 day guided tour 에 나섬...
배타고 Sandfly 로 이동하여, 거기에서 생태와 주변환경 설명들으면서 한 나절 걷는 프로그램...
가이드가 말할 수 없이 시크함.... 설명하다 중간에 막 가버림 ㅋㅋ "~~~~ so" 하길래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는데 끄트머리 쫓아오던 멤버가 도착하니까 바로 자리를 떠버림.... 그런데 이 시크한 분이 미운콩의 아웃웨어를 만져보며 도대체 이건 뭐냐고 물어봐서 깜놀... 그러지 않아도 우리도 이건 뭐 텐트 천으로 만든거냐,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샀냐 놀러먹었는데, 다종다양한 전세계 아웃도어 제품을 다 구경해봤을 가이드마저 그 옷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했던 모양... 미운콩은 대단히 풀이 죽었음 ㅋㅋ
그리고 경치는 또 말해봐야 잔소리.... ㅋㅋ
뉴질랜드는 포식자들이 없기 때문에 새의 천국이라고... 또 청정도를 반영하는 지표식물인 이끼 종류가 온 숲에 덮여있어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 중간에 작은 구름다리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특이한 고소공포증으로 유명한 햇박사가 못 건넌다고 난리 피워서 손잡고 건네주다 손에 쥐나는 줄 알았음... 바위 들던 악력으로 내 손을.... ㅜ.ㅜ 나중에 어깨를 잡힌 미운콩은 맹금류에 낚이는 토끼의 심정을 이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음...
박박사는 사진 욕심이 과하심.... 온갖 사진 어느 구석에선가 꼭 보임.... 여고괴담인 줄 알았....
나중에 트레일 마치고 돌아와 배에서 내리다 넘어져 무릎 깨지는 경미한 사고도 발생... 배에서 내려 뛰어내린 곳에 마침 돌멩이들이 무너져내리면서 patella 정통으로 박음... ㅜ.ㅜ 깨진 줄 알았는데 다행이 멍드는 수준에서 끝남.. ㅡ.ㅡ
돌아와서 숙소에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점심먹고... 이제 정든 Milford Sound 를 뒤로 한 채 Te Anau 로 돌아옴...
무슨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더라니....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면 슈퍼가 문을 닫는데다, 다음 날 이동하게 될 Mt Cook 근처에는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고 하여 산더미처럼 먹을 것을 사들임... 다행히 크리스마스 휴무 때문에 신선식품을 대 떨이 판매하고 있어서, 쇠고기 등심 이런거 3천원에 구매함 .... 뭘 축하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축하의 샴페인도 마시고 맛난 딸기치즈케익도 디저트로 먹고...
유리알 체력인 박박사는 주무시고, 나머지는 저녁에 나가서 또 산책.....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근데...햇박사는 나에게 사진을 너무 강요함... ㅡ.ㅡ
한껏 연출된 포즈를 잡으면서, 내가 스냅샷으로 우연히 자신의 그런 포즈를 잡아낸 것처럼 해달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해괴한 요구를 남발함.... 심지어 남의 집 산책나온 개를 자기 개인 것처럼 함께 찍어달라고까지 함.... 햇박사 축하 여행이라 내가 참았지.... 나는 인격자...
to be continued....
여럿이 여행 다니면, 자칫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힘들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 미처 감추지 못하는 약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평상시에 몰랐던 까탈스러움이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의 주력 분야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부딪힐만한 일들이 거의 없었다. P 박사 - 폰트 전환이 귀찮으니 그냥 박박사라고 부르자 - 와 나는 운전을 맡아서 하루씩 돌아가며 성실하게 운전을 했고, 미운콩 박사는 일정계획에서부터 숙소, 프로그램 예약, 뱅기표 예약, 차량 렌트까지 온갖 행정적인 일을 도맡았다. 그리고 햇박사는 우리의 먹거리와 회계를 책임졌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머슴 내공을 키워왔던지라, 일처리는 더이상 깔끔할 수 없었다... ㅡ.ㅡ
여행으로 끝내기 아까운지라, 공동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여 뉴질랜드에서 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골라보기도 했다. 샌드플라이가 출몰하는 서안 지역에서 전기파리채 수입판매를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도심 마트에 가니까 역시 있었어... ㅜ.ㅜ 그다음으로 생각해낸 건 방충망 사업.... 한국에서 인기있는 롤러식 현관 방충망을 비롯하여 창틀 방충망 사업이 유망해보이더라니.... 누가 자금 투자 좀.................
운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첨에는 좀 걱정을 했다. 운전 방향이 달라서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데, 따로 고속도로가 없고 모두 한국의 국도같은 형태인데다 (근데 속도는 시속 1백 킬로), 왕복 2차선 도로....
심지어 내비를 켜면, "Continue 120 km, then turn left" 이런 메시지가 출현...
첨에는 다들 120미터를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정말 120 킬로미터 가서 좌회전 ㅋㅋ
딱 두 차선 도로 이외에 도로 양쪽은 모두 목초지나 산, 아니면 호수....
그래서 내비 화면에는 그냥 직선 줄 하나 쳐져 있는, 흡사 정지화면.......
주구장창 직진만 하면 됨... 나중에는 40km 앞 좌회전 메시지 뜨면 다들 "어이쿠, 얼마 안 가 좌회전이네, 조심해야겠어" 이런 덕담을 나눌 수준 ㅋㅋㅋ
먹거리 또한 여행의 엣센스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정말 값싸고 푸짐하게 잘 먹은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햇박사가 한국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밑반찬을 기본으로 깔고, 뉴질랜드에서 값싼 쇠고기 양고기 연어 등등에, 매일 저녁 헐값에 pinot noir 반주.... 손맛 최고의 햇박사는 부엌을 신성한 자신의 영역으로 여기며 우리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손하나 까딱 안 하고 먹어주기만 하면 되는 이상적 (!) 상황....
더욱 놀라운 것은, 게눈 감추듯이 차려낸 것을 모두 먹어치우는 우리를 엄마미소로 바라보던 햇박사의 발언... "내가 차린 걸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좋아요" ..... 이게 뭐람??? 우리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 day3
아침 일찍 Te Anau 를 떠나 Milford Sound 로 이동...
이제는 아름답다고 말하기조차 거추장스러운 하늘, 초원, 호수와 강들을 벗하며 계속 달렸음...
중간에 이동하는 양 떼 만나 깜놀하기도 하고,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수면으로 주변을 비추는 Mirror Lake, (가보진 못했지만 원령공주의 배경인 야쿠시마 숲 같은) Lake Gunn 의 한 시간짜리 트레일 코스도 걷고... 또 이름모를 그냥 라벤더 계곡에서 광년이처럼 뛰어 다니기도 하고..... 느무느무 아름답고, 마냥 즐거웠음...
이 와중에 모기매력지수 백점의 미운콩은 샌드플라이 주요 출몰지역인 Lake Gunn 의 간이 화장실에 들렀다가 혼비백산하여 옷도 못 추스리고 뛰어나오는 불상사도 발생.... 우리는 바깥에서 라벤더 찍는다고 정신이 팔려있는데, 뭐가 화장실 쪽에서 비명소리와 우당탕..... 화장실 구조물 넘어졌으면 아주 볼만했을 듯 ㅋㅋㅋ
Milford Sound 를 앞두고 마지막 관문인 Homer Tunnel 전후의 광경 또한 장대함...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널은 왕복 1차선이고, 그래서 신호등을 두고 양쪽에서 대기해야 할뿐 아니라 터널 안 조명도 어두침침하기 그지 없음.. 기상이 악화된 날에는 아예 이동이 차단된다고 함...
고도도 높은데다 길도 가파르고 좁아 운전하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심보다는 이곳이 편하다는 생각이... ㅡ.ㅡ
밑의 사진은 햇박사가 찍은 파노라마 뷰....
Milford Sound 에 도착해서는 그동네 유일한 카페인 Blue Duck cafe 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편안한 노천 탁자 놔두고 찜통같은 차안에서 몹시도 불편하게 밥을 먹음.... 모기매력녀인 미운콩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음.. ㅡ.ㅡ
이어서 우리는 Wanderer 라고 이름 붙은 overnight cruise 탑승....
크루즈라고 하니까 타이타닉호처럼 갑판에 수영장있고, 현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드레스 입고 춤추며 밥먹는 곳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작은 범선을 개조하여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Milford Sound 를 둘러보는 소박한 여정임.... 총 36인승인데 손님은 우리를 포함 12명밖에 안 되서 몹시 조용하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작은 모터보트로 옮겨타 "언니 달려~" 를 외치기도 함 ㅋㅋ
빙하에 의해 형성된 아름다운 Fjiord 지형, 크고작은 폭포들, 물개와 새들...
감탄사를 내지르는 데에 한도가 없음을 새삼 깨달음 ㅋㅋ
이제 다들 고만 감동할 때도 되었는데, 새록새록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좀처럼 멈출 수가 없더라니....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또 어디인가.... 멍......
크루즈는 승무원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푸짐하고 맛나고, 공동시설인 화장실이나 샤워시설도 다 소박하지만 깨끗하기 이를데 없어서 모두 만족스러웠는데....
침실이 후덜덜.....
갑판 아래쪽이 침실인데, 난간도 없는 2층 침대.... 심지어 난 그렇게 고도 높은 2층은 첨 봤음.. ㅜ.ㅜ
컴컴한 방에서 나는 이미 누웠는데, 반대편 아래칸의 햇박사가 나보구 왜 안 눕냐고 해서 모두들 잠시 급 정적 호러에 빠짐.... 알고보니 천장에 매달린 등이 내 머리인 줄 알았다고... ㅡ.ㅡ
나는 자다가 선창으로 내비친 달빛이 얼굴에 정면으로 들면서 한번 깨고,
일어나다가는 머리 한 번 가비얍게 천장에 부딪혀주시고...
미운콩 코고는 소리에 박박사 놀라 일어나 때아닌 노트북 작업.. 타닥타닥.....ㅋㅋ
아우성의 하룻밤이었음....
기대하던 일출은 산에 가려 보지 못했으나, 이른 아침 눈부신 망망대해와 폭포.....
그런데 이 사람들,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하필 이 시점에 저 물개들은 저 바위에서 우리를 맞이하나.... 시간 맞춰 풀어놓은 거 아니냐,
하필 이 시점에 저 구름이 절벽 중간에 걸려 있을게 뭐냐... 관광객 일정 맞춰 풀어놓은 (?) 거 아니냐...
진짜 거짓말처럼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돌아감.... ㅡ.ㅡ
심지어 밀포드 사운드는 1년 중 360일 비가 온다던데... 우리가 머무는 내내 너무 화창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뭔가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자리를 옮김....
본인은 친구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일군의 패거리가 있다. ㅋㅋ
친구 없는 그녀의 '강제된' 친구들로서 그네의 박사학위 취득을 기념하는 여행을 기획한 것이 어언 3년 전의 일이다.
사실, 박사라는 것이 쉽게 끝내는 사람도 있고 (나같은 날나리 박사 ㅡ.ㅡ) 또 남유달리 곡절이 많은 이들도 있는 법인데, 이 자는 장장 10여년에 걸쳐서 겨우 박사를 따게 되었고, 그것이 단지 주제를 제대로 못 정하거나 논문 쓰는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논문은 오히려 쉽게 쓴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호들갑스러운 논문신공에 주변에서 유탄맞은 나같은 피해자도 있다!). 문제는 논문을 쓰러 복귀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였다.
여기에 쓰기도 뭣한 일들,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네에게 일어났고, 지켜보는 사람도 기가 막힌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더랬다. 어쩌면 박사원정대라는 괴이한 프로젝트는 그 힘든 시기를 견뎌냈음에 대한 일종의 축하 의식이자, 빨리 논문을 쓰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당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논문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북해도를 거쳐 (그런데 일본 지진 때문에 꽝), 안나푸르나에 막히고 (험한 지형 회피하는 자들), 스위스 알프스에서 다시 좌절 (비용이 넘 비싸 ㅜ.ㅜ).... 을 거듭한 끝에 뉴질랜드 남섬으로 최종 여정을 결정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들고 떠났던 모르도르 산에, 우리는 박사학위를 들고 가리라...
epidmiology, health economics, biostatistics..... 전공분야만 들으면 뭔가 화려할 것 같지만, 이런 고급 학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이빙 스킬, 요리 스킬, 가이드 스킬을 시전하며 박사 네 명이 원정대 길에 올랐다. 출장이 아닌, 비교적 장기간의 해외여행이 처음인 따끈따끈 햇박사님께서는 집결한 공항에서부터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조증 상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도를 따르는 샘의 마음으로 그 모든 소란을 묵묵히 견뎌냈다 ㅋㅋ
@ day 0
환승을 위해 지체한 싱가포르 공항에서 길을 잃은 박사원정대....
학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한숨을 쉬며 정처없이 헤메이다 발견한 생명의 코코넛...
이렇게 열심히 긁어먹을 수가 없더란 말이지...
@ day1
Christchurch 도착했으나, 비용절감차 밑반찬을 잔뜩 챙겨온 햇박사가 검역에 걸려 고초를 당함 ㅋㅋ
차를 렌트하여 겁없는 P 박사가 먼저 운전하심. 운전석이 오른쪽이고 깜빡이/와이퍼 방향도 다르고, 무엇보다 우회전에 유념해야 했기에, 우회전만 나오면 모든 사람이 합창으로 "크게크게 오른쪽"을 외치는 바람에 운전자 괴로워함 .... 길에 진입하거나 회전할 때마다 차 안이 떠나가도록 사람들이 소리를 지름.. 그래서인지 (?) 여행 내내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음 ㅋㅋ
시내 슈퍼에서 저녁 먹거리 장을 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시내를 빠져나가 드넓은 목초지와 양떼들을 바라보면서 여행 실감...
첫 기착지는 Lake Tekapo....
갖가지 색깔의 라벤더들과 목초지들, 저멀리 설산이 보이는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믿을 수없이 불쑥 파란 색으로 나타난 호수에 모두들 괴성을 지름.. 물론 단연 햇박사의 목청이 우렁찼음.
호수에 연접한 숙소에 짐을 풀고, 전속 셰프 햇박사가 해준 램스테이크를 먹은 후 본격적 경치 감상...
일부는 온천으로, 일부는 호수로 산책을....
이날 밤에는 별관측 투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반사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MOA 천문관측대에 가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나는 막연히 북반구 별들이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StarWalk 에서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앱이 위치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줄로 착각... 하지만 그게 아니었지.. ㅡ.ㅡ
오리온 자리는 물론 잘 보이고, 남반구에서 북극성 대신 이정표로 사용되는 남십자성을 새로이 알게 되었음. 별자리에는 나만 관심있어하고 나머지는 안내하는 이의 초강력 레이저포인터에 더욱 관심을 드러냄 ㅋㅋ p 는 당장이라도 홈쇼핑에 주문할 기세였음... ㅋㅋㅋㅋ 망원경에 비친 달의 표면은 너무나 밝았고, 산꼭대기 천문대까지 전조등도 끄고 버스를 몰아가는 할배 운전자한테 우리는 경의를 표함....
다 좋은데... 두시가 넘어서 관측이 끝나고 새벽 세 시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음..
인천공항 떠난지 30시간이 넘어서 겨우 잠자리에 들고... 다들 괴로워 미치려 함.... ㅡ.ㅡ
@ day2
Lake Tekapo 를 떠나 Te Anau 로 이동..
숙소를 출발한지 얼마 안 되 나타난 Lake Pukaki에 또한번 모두들 깜놀...
어떻게 저런 물빛이 나올 수 있냐며 토론하던 끝에, 혹시 관광객 나타날 일정에 맞춰 안료를 뿌리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됨.... 정말 믿을 수 없는 색채...
과일 산지로 유명하다는 Cromwell 을 지나면서,
간식으로 먹을 과일들을 좀 사고, mixed berry icecream 시식.... 이건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환상의 맛.....
반지원정대인가, 식신원정대인가......ㅡ.ㅡ
이윽고 Queenstown 들어섰는데, 한적한 국도만 지나온 우리에게 여긴 너무 혼잡한 대도시....
마침 내가 운전중이었는데, 일행들이 우왕좌왕 주소 찾고 이전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무려 신호등 때문에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는 통에 나는 정신이 쏙 빠짐.. ㅡ.ㅡ
어찌어찌 차를 세우고 유명하다는 Fergburger 에서 버거를 맛나게 먹은 후 곤돌라 타고 산에 오름...
그곳에서 또 아름다운 Lake Wakatipu 목격.....
이 곳에서 Te Anau 로 이동하는 길도 천상의 코스...
정말 여행 마무리에 생각한 것이지만, 자연경관은 정말 뉴질랜드가 갑이라는 생각....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이동하는 와중에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아름다운 장소에 차를 세우고
셰프 햇박사가 쪼그리고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물로 커피를 드립해주심 ㅋㅋ
드디어 Te Anau 도착...
가장 수심이 깊은 호수라고 함...
역시 풍경이 아름다움... 말할 필요가 없음.. ㅡ.ㅡ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모두들 배가 고파 실신 일보 직전...
차 안에서 미리 고기 양념을 해서 도착해 바로 구워먹자는 막말까지 출현....
쾌적한 숙소에서 값싼 쇠고기 스테이크 구워서 샐러드에 지역 특산 pinot noir 곁들여 포식....
그리고는 산책.......
그렇게 여행의 전반부가 저물어감......
to be continued....
5월이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물론 다음 주까지는 계속 일이 많지만, 그래도 폭풍같았던 5월만 하랴 싶다...
또 그러면 안 돼... ㅡ.ㅡ
그 와중에 부석사에 사과꽃 보러 다녀오고, 오대산 숲길도 걷고 왔다.
오가는 차 안에서는 완전한 유체이탈 상태였다.
하마터면, 목 꺾일 뻔했어... 여행용 목베개 하나 장만해야 할까봐... ㅡ.ㅡ
#. 부석사와 무섬마을
사람 많은 때 피하다보니, 부석사 사과꽃 노래를 부르면서도 정작 사과꽃이 만개한 적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더랬다. 지난 5월에는 큰맘먹고 피크 시즌에 다녀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라 오가는 길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올 봄 꽃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제멋대로 피었던지라
내심 걱정도 했는데... '완전' 만개는 아니지만 소담스러운 사과꽃들을 실컷 보았다.
사실, 과수원 앞에서 사과꽃 근접촬영 좀 해볼까 했는데 송충이랑 눈마주쳐서 화들짝.. ㅜ.ㅜ
부석사는 뭐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곳.....
출가하고 싶어....... 새벽 예불만 없다면...... ㅡ.ㅡ
이어서 찾아간 무섬마을은 낙안읍성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민속 마을...
훨씬 고즈넉...
큰 다리를 건너 도달한 마을과 모래강변은 피안과 같은 인상....
말 그대로 외나무 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후덜덜...
다리가 높은 건 아닌데, 바로 발 아래 일렁이는 물 때문에 완전 어질어질...
오도가도 못해서 다리 위에 사람들 대 정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함 ㅋㅋ
안내 해주신 분도 예전에 빠진 적이 있어서 이제 다시는 안 건넌다고...
나는 말고... 친구가 이런 데 집한채 있음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이 간 도끼는 내 말에 콧방귀도 안 끼더라니.....
# 상원사와 월정사.. 그리고 오대산 숲길
예기치 않은 소나기 때문에 9km 에 이른다는 숲길 전체를 다 걷지 못하고 중도에 차를 타고 내려왔지만,
그 짧은 길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음.....
딱 좋은 오솔길....
아기자기한 나무들 사이로 한 사람 겨우 걸어서 지나고,
중간중간 개울들 건너고...
걷기 시작하자마자 도시락을 까먹는 바람에 나중에 빗속에서도 허기질 일은 없었다는 것이 또한 포인트 ㅋㅋ
바람처럼 흩날리는 유부초밥의 밥알들 주워 먹느라 사실 고생은 좀 했지 ㅎㅎ
나도 거의 밥 네 공기를 꾹꾹 눌러 초밥을 만들어갔는데,
도끼도 '이른바' 후식용 과일을 무슨 본행사만큼 싸왔어....
이제와 생각해보니 정말 둘다 정신나간 식탐녀들... ㅡ.ㅡ
상원사는 세조 관련 자질구레한 전설들이 많은데,
뭐 왕후장상에 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를 죽음에 몰아넣은 거야 잘못이지만,
꼭 특정 핏줄만 왕 하라는 법있나???
월정사는 첨 가봤는데, 생각보다 절의 규모가 커서 완전 깜놀했음...
마침 초파일 전날이라 그런지, 각종 행사시설에 기와불사에 정신이 없더라니...
그래도 단기 출가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니, 또 부러웠다네...
내년에 장기 휴가받으면 정말 출가를 해볼까???
한 달에 한번씩은 꼭 나들이 가야겠다는 올해 초 계획은 차근차근 지켜지고 있어!!!
기특해라....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유콘 야생동물 보호공원에 갔더랬다.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서 차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돌아볼 수 있는데,
울타리 주변에 먹이를 배치해두어 운이 좋으면 먹을 것 찾아 내려온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눈보라가 끝장.... ㅡ.ㅡ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러다보니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모두 울타리 쪽으로 자연스레 이동...
카메라 줌과 망원경은 인류의 대 발명품....
북극 여우는 사막여우만큼이나 신비롭고 귀여웠으며, 우드바이슨 (미국에서는 버팔로)은 육중했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무스도 운좋게 만났는데, 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지... 흠....
양과 사슴, 순록, 염소들은 웬지 친근했지만, 그들도 그리 생각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ㅋㅋ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캐나다 시라소니는 어울리지 않는 복실복실하고 토실토실한 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긴털을 휘날리며 고독하게 그 거센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고 있던 사향들소....
그건 일종의 '숭고함'이었다....
그 눈보라 속에서 저 멀리 가까워지는 것은 숲을 달리는 사람....
You Win!
해가 질 무렵, 우리는 공원에서 가까운 노천 온천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길은 앞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만큼 흩날리는 눈보라 속 하늘을 응시하면서...
뜬금없이 든 생각은 후지산의 일본원숭이 ㅡ.ㅡ;;;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사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키워드는 숭고함이었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과 소박함, 정적... 이런 몇가지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것만 같은 추위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눈으로 뒤덮인 숲, 별들이 쏟아지는 검푸른 밤하늘,
그리고, 북쪽 하늘에서 일렁이는 초록빛....
하지만, 이 경험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올 수는 없었다.
(구매 당시!) 지상 최고의 똑딱이라는 내 파인픽스는 빠른 셔터스피드와 ISO 12800, dynamic range 지원이라는 엄청난 사양을 갖고 있었지만..... '느림'에는 완전 무방비...
최대 노출 시간 옵션이 8초에 불과하다는 것은 나는 이번에 알았다네... ㅜ.ㅜ
ISO 라도 높여보려했더니만 manual mode의 overriding 도 너무 제한적......
결국 증거로 가져온 것은 기괴한 분위기의 심령사진.... 흑.....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내가 본 그것을 오로지 내 마음 속에만 담아와야 하다니....
마음의 눈을 뜬 자에게는 보일지어다... ㅋㅋ
오로라를 만나지 못한 밤에는 ... 그저 '맨' 하늘이라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쏟아지는 별빛이 황홀해서 아쉬움이 없을 정도...
달과 목성은 여한 없이 얼굴을 보여주었고,
최대 노출 1분(!)의 위용을 자랑하는 도끼의 카메라로는 오리온, 북두칠성과 베가, 드뇌브 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네...
이 모든 것,
눈보라 속의 사향들소, 손으로 받아야할만큼 쏟아져내리던 별빛,
2011년 마지막 순간, 황량한 숲 모닥불 옆에서 기울이던 차가운 샴페인 한 잔...
검푸른 숲 너머 멀리서 일렁이며 솟아오르던 초록빛의 일렁임
이 모든 것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네.......
삶의 여행이었지만,
내가 들고 간 책은 사자의 서...
책의 전반부 반 이상이 해설.... ㅜ.ㅜ 번역자부터 구스타프 융까지....
![]() |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정신세계사, 1995 |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환영...
카르마와 경험에 기반한 판단은, 그렇게 잡아주려 해도 자꾸만 빛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네
죽음의 길과 삶의 길은 다르지 않아서,
이성과 지혜의 눈은 여기에서도 필요하지..
익숙한 것에 이끌리지 않기, 두려움 없이 꿰뚧어보기...
나를 상처입힐 수 있는 것은 없다네....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르귄의 <Left hand of darkness> 배경이 되는 Winter 행성....
Estravan 이 경험한 것을 내가 경험했다고 말하면 심하게 뻥이겠지만,
그/녀가 무엇을 느꼈을지 나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면 완전 뻥은 아닐 것이다...
금광을 찾아 여기까지 이주했던 이들이 처음 겪었을 겨울은 어땠을까?
유콘의 화이트호스 시는 북위 60도...
날씨는 말할 수 없이 춥고, 눈길이 닿는 곳 어디나 눈으로 덮혀 있었다...
2012년의 첫 새벽, 동해 일출을 보러 한국에서는 150만 명이 이동했다지만,
유콘 준주의 전체 인구는 달랑 3만 명.... 그리고 면적은 한국 30배..... ㅡ.ㅡ;;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늑대가 4천 5백마리.... 흠.....
고즈넉함... 한가로움.... 하지만 혹독함을 견뎌낼 줄 아는 강인함... 그런 이미지의 도시...
이주 초기 광산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다는 주거시설.... 과연 몇 명이나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을 맞았을까?
낮게 나는 커다란 까마귀 (raven)는 '불운'의 상징이 아니라 선주민들에게 지혜를 알려주던 상서로운 존재...
얼어붙은 유콘 강변, 끝없는 눈길과 하루 종일 황혼인 듯 낮게 걸려있는 태양....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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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오타루 맥주 맛있어 보이네요 정말로 꺄 침 나온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