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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에 이어서
#_Day11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아우슈비츠를 드디어 방문하는 날...
크라쿠프 시내에서 원데이 투어가 있어서 감자가 진작 예약해놓음. 버스 타고 한 시간 조금 넘게 이동하여 1수용소와 비르케나우 2수용소를 관람하는 일정... 프로그램이 약간 터프한데 ㅋ 점심 시간도 없고 그냥 알아서 도시락 싸오라는 메시지... 그나마 따로 도시락 까먹을 장소도 없음. 하긴 수용소 유적지에 멋드러진 카페테리아 만드는 것도 이상하긴 하니까...
하여간 샌드위치랑 물 싸들고 투어 시작...
익히 내용을 알고 있고, 사진으로도 많이 접했던 것이지만 실물이 주는 충격은 여전히 대단함...
영어 가이드 할매의 차분하고 동요없는 목소리가 묘하게 큰 울림을 주었음.
다른 지면에 글을 쓰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도 나치가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됨.... 정말 리차드 세넷의 말처럼, 우리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잘하려는 의지가 나도 모르게 발동해서 못 하기가 어려워지는 건가....
그러면서도.... 이 고통을 겪었던 이들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나치와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을 모욕하고 있는 한국의 '동료 시민'들을 생각하면 호모 사피엔스 종에 대한 환멸이 느껴짐.... 인간은 고통을 겪었다고 저절로 성숙해지지는 않고, 많은 이들이 나치를 욕하면서 (요즘은 사실 나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조차 의심) 본인들이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는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음...
5편에 이어서
#_Day10
아침에 토스트와 과일 먹고 슬렁슬렁 시내구경 나옴.
광장에 나와보니 여기 진짜 관광 핫스팟이로구나 ㅋ 새삼 깨달음.. 폴란드 경주.
가벼운 보슬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커피로 기운 차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꾸나 카페 들어갔다가 큰 사기 당함.. 환율을 헷갈렸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커피 두잔에 케익 한조각 먹고 5만원 ㅋㅋㅋ 이동네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비싼게 이 커피였음 ㅋㅋ 우리 뭐한거야...ㅋㅋㅋ
그래 맛있으면 그만이다 위로하고 나와서 동네 나들이..
유럽의 많은 성당 교회들이 보통 관광객 말고는 비어있기 마련이었는데, 여기는 클스마스기도 하고 실제 미사가 계속 집전 중이었음. 관객들에게 주의 당부 메시지가 붙어있고, 내 평생 한꺼번에 가장 많은 신부와 수녀들을 목격함...
돌로 지어진 외벽과 달리, 돔은 금칠을 엄청나게 해댔고 성당 내부는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음.
건축물은 매우 아름답지만, 역시 이러니까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혀를 차게 됨. 하지만 예전에 드레스덴에서 루터교회 가본 결과 개혁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음 ㅋㅋ
감자는 언제 또 프린스 차밍 ㅋㅋ 사진을 찍음
동네 경계인 바벨성에도 오르고, 걸어서 유대인 지구까지 나들이.
처음으로 시나고그에도 들어가봄. 사제의 집전에 따른 원웨이 미사/예배 공간이라기보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공간의 성격이 잘 드러남. 그런데.... 그렇게 토론하고 하느님의 말씀 공부해서 나온 결과가 무엇이냐 하면.... ㅡ.ㅡ 일단 나는 유일신교를 견딜 수가 없음... 뒷마당에는 소박한 묘지가 있는데, 모자쓴 아저씨들이 모여서 추모예배 드리고 있었음. 여자 찾아볼 수 없음.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더니 이게 뭔가... 아침에 고즈넉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사람이 개많음 ㅋㅋㅋ 어우 당황스러움. 브런치 시간 맞춰 출근한 비둘기까지 가세해서, 광장은 천하삼분지계. 사람, 강아지, 비둘기가 펼치는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짐...
보슬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데 ㅋㅋ 클스마스 마켓에서 간식 먹으려는 비둘기는 끊임없이 저공비행하고, 사람, 유모차, 강아지들이 뒤엉켜 있음. 와..... 감당이 안 된다....
애기들이 비둘기 잡으러 뛰어다니고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은 테이블에서 비둘기랑 겸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우리도 폴란드 특산 훈제 치즈 구이와 한국에서도 광고 많이 하는 폴란드산 킬바사로 늦은 점심..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저녁 먹으러 갔더니 아뿔싸...식당에 자리가 하나도 없음 ㅋ
유럽 관광객 여기 다 와있나....
4편에 이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기차 이동이 많고 아침 저녁 여유가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음.
종이책 두권은 읽은 다음 감자한테 주고 갈 생각으로 가져왔고, 아이패드에 전자책도 여러권 담아왔음.
뭔가 책읽기에 대한 감각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서 뿌듯....
하지만 여행기도 이렇게 늦어지는 마당에 책 정리는 대체 언제... ㅡ.ㅡ
인셀 테러 - 온라인 여성혐오는 어떻게 현실의 폭력이 되었나 로라 베이츠 위즈덤하우스, 2023 |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심너울 안전가옥, 2021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돌베개, 2023 |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북하우스, 2021 |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어크로스, 2023 |
3편에 이어서...
#_Day6
맛난 저녁 먹고 숙소에 돌아와 다이..... 과연 내일은 프랑크푸르트 갈 수 있는 것일까....
#_Day7
어제 하노버역에서 사온 빵과 우유, D샘이 선견지명을 가지고 싸준 스프레드 곁들여 소박한 아침 만찬..
다행히 기차 운행은 재개되었는데, 직행을 기다리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태풍 경로에서 떨어진 뒤셀도르프로 돌아가 환승해서 올라가기로 함.... 탁월한 선택이었음..
그런데!!!! 기차에 사람이 너무 많음 ㅡ.ㅡ 밀린 승객들이 한꺼번에 타니까 좌석 검사고 뭐고 그냥 피난열차임. 혹시나 해서 식당칸에 가보았지만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식당칸, 복도까지 사람이 바글바글 ㅋㅋㅋㅋ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심정으로 일단 커피 한잔씩 때리고, 벽에 기대서서 책도 읽고 경치 구경도 하고...
다행히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기차는 멀쩡하게 운영됨. 여기도 사람이 많아서 식당칸에 일찌감치 자리잡고 점심 먹으며 이동함.. 근데 난리통에 식재료도 동나고 전기도 문제가 있어서 되는 메뉴가 별로 없음... 우리 건너편 자리 할저씨 주문하는 메뉴마다 없다고 해서 완전 빡침.... 서빙하시는 승무원이 전기가 안 들어와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하니까 손가락으로 실내등 가르키며 그럼 이건 뭐냐고 막 따짐 ㅋㅋㅋㅋㅋ 웃긴 건... 프로엿들러 감자가 이런 상황을 일일이 우리한테 실시간 통역해줌 ㅋㅋㅋㅋㅋ
우리도 할수없이 차가운 콩샐러드랑 빵 주문...
다들 신기한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수다만발...
힘겹게 도착한 플푸 숙소는 사진보다 훨씬 넓고 안락함..
트램타고 나가서 저녁 장봐와서 만찬...
2편에 이어서
#_Day5
베를린에서는 D 샘 덕분에 아침을 정말 든든하게 잘 먹음. 든든하게 샐러드 챙겨먹고 투어 시작.
베를린 장벽 공원을 거쳐 브란덴부르크 문, 유대인기념비 지하박물관까지...
남북한의 대치에 비하면 독일은 통일 전에 교류도 많았고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또 가서 보니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 장벽 만들어지고 가족끼리 생이별하고, 탈주하려다 사람들이 다치고.... 역시 인생은 고해로다...
지하박물관에서... 프리모레비의 글귀를 만나고, 왜 이런 과거가 성찰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늘날 이해할 수 없는 잔혹극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환멸.... 그나마 기록이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추모라도 할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흔적없이 사라져간 것일까...
1편에 이어서
#_Day3
이어 역사박물관 갔는데 휴관일이라 뮤지엄 샵에서 마선생님 굿즈만 사가지고 옴. 니체, 한나 아렌트 등 컵도 팔고 있음..
블로그가 연초에만 활발함. 다른 사람들이 피트니스나 영어 학원 등록하고 시들어갈 때, 나는 블로그에서 반짝 했다가 시들어가는듯...
작년에 실로 많은 일이 있었고, 읽은 책도 한 무더기인데... 기억의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
까먹기 전에 감자투어 먼저...
2019년 코로나 유행 직전 마지막 해외 여행이 엊그제 같은데
그것도 벌써 4년전 일이 되었고, 이번에는 담담이와 함께 감자투어..
#_day1
주먹도끼가 갑자기 샌드위치 휴일에 나들이 가자고 해서 급 휴가...
우리의 계획은 설렁설렁 아름다운 해변길을 걷는 것이었음.... 그래서 나는 심지어 운동화를 신고 갔다고...
자, 저녁 느즈막히 속초에 도착...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갖은 해물이 실하게 들어있는 전복 뚝배기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지역 브루어리 찾아 크래프트 비어 포장해옴... 대선 정국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박찬욱의 '일장춘몽'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일출 결의 ㅋㅋㅋ 낙산사에 가서 해수관음상 너머 떠오르는 해를 보자...
알람 맞춘대로 6시에 겨우 일어나기는 했는데 눈꼽만 떼고 겨우 출발하여 가다보니 아뿔싸????
일출 보려면 낙산사 입구에 4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네? 그래야 올라가서 볼 수 있다고.... 시계를 보니 아직 숙소 근처인데 벌써 6시 30분.. 일출 예쟝시간은 6시 57분...
이를 어쩌냐 황당해할 무렵, 마침 신호등에 걸렸는데 하늘은 이미 분홍색이고 왼쪽에 해맞이 공원 ㅋㅋㅋ
차를 돌리자꾸나...
이 때부터 약 40분 동안 바다바람 맞아가며 오랜만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일출의 전모를 관찰....
손톱같은 초승달이 남아있는 새벽 어스름부터 새빨간 태양,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색깔까지.... 오랜만에 역시 태양은 star 항성이구나 떠올림 ㅋㅋㅋ 광년이처렁 사진찍었네..
이 시간에 어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그 이른 시각에 출항하는 배... 그리고 떠오르는 해에 물들어가는 설악산의 풍광...
우리는 아침 먹는 여자들...
매의 눈으로 아침밥 하는 식당을 찾아서 대구탕과 맛난 밑반찬 곁들여 푸짐한 아침 식사... 나한테 맛집 촉이 있나봐... 역학 전공이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인가..... 하여간, 이 때 겸손하게 밥을 안 먹었더라면... 나중에 산에서 쓰러졌겠지.. 돌아보면 천만다행...
숙소 돌아와 다시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이제 해파랑길 49코스 출발..
우리의 원래 계획은 거진항에 차를 세워두고 대진항까지 택시타고 올라가서 슬렁슬렁 걸어내려오자...
하지만.... 택시 아저씨의 과욕... 조금만 더가면 도보로 갈 수 있는 해파랑길 출발점이니 거기서부터 걸으면 좋다... 네네.. 그럴까요? 이렇게 해서 지옥의 행군이 시작됨...
난데 없이 우리를 민통선 앞에 내려주심. 오징어 입간판 앞이 포토스팟이라는 것도 알려주심 ㅋ
최북단 초등학교라는 명파 초등학교 지나면서 작은 '언덕'이 보이길래 우리는 아 전망대인가보다 했지.. 그랬더니 그게 산이야 ㅋㅋㅋㅋㅋㅋㅋ 5km 산길 ㅋㅋㅋㅋㅋㅋㅋ 나 운동화 신었다고... 눈 녹은 미끄러운 진흙길, 낙엽 쌓인 산길.. 능선도 아니고 오르막 내리막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아 길은 아름답고 좋았다고, 하지만 너무 난데없잖아...
둘 다 너무 황당해서 할말을 잃음... 하지만 돌아갈 수도 없고 뭐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꼼짝없이 명파에서 마차진 해수욕장까지 산을 넘어옴 ㅋㅋㅋㅋ 넘어왔더니 이제서야 통일전망대 신고소...
이미 12시가 넘었고 마음이 급해 휴게소에서 밥 먹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 군밤 한 봉지씩 사서 끼니를 떼우며 우리가 원래 출발점으로 생각했던 대진항으로부터 걸어서 남하...
약간 가라앉은 날씨에, 말하면 입아픈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걷기.... 이어서 화진포 지나면서 고즈넉한 호수 끼고 걷기.... 풍경은 아름아웠지만 아까의 충격이 여전히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중 ㅋㅋㅋㅋㅋ
그리고 신기한 건.. 여기는 무슨 퀴어 프렌들리냐.. 해변가 경계석과 계단. 조형물이 온통 무지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일부러 기획한 거야???
여기서 2차로 우리의 뜻밖의 여정 시작... 김일성 별장 지나서 호수 끼고 계속 걷던 중 '응봉' 올라가는 표지판 발견... 120여미터밖에 안 되는 데다가 화진포 전망이 다 보이는 곳이라는 안내글을 오기 전에 본 적이 있어서, 기왕 온 김에 올라가서 보자고 길을 꺾음.
그리고 여기서 기연을 만남 ㅋㅋㅋ 금강상사 입구부터 강아지 한 마리가 계속 우리를 안내해줌..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자기가 먼저 올라가 우리 올때까지 중간중간 기다리며 계속 길을 안내... 심지어 하산하는 여행객이 나한테 우리 강아지냐고 물어봄... 이런 따뜻한 기연을 두고, 우리 주먹도끼는 꼭대기에 올라가면 쟤가 팁 달라는 거 아니냐는 동심파괴 언사! 하지만 나도 마음속으로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터라.. 둘의 순수히지 못한 마음에 빵터짐 ㅋㅋㅋㅋ
정말 정상에 올라 내가 남겨놓은 알밤을 나눠줄 때까지 기다림.. 경계심이 많은데 또 털은 너무 반드르르한 걸로 보아 유기견보다는 절집 강아지가 아닐까 의심.... 하여간 기연이었음
응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화진포 풍경 정말 아름답고 고즈넉함....
그런데 말입니다...
언덕만 살짝 넘고 다시 내려올 줄알았더니... 이 산길이 거진항까지 이어진 것이었단 말이다...
소나무 숲길 너무 예쁘고 향도 좋은데.. 그걸 즐길 수가 없어.. 너무 힘들어서 ㅋㅋㅋㅋㅋ
도시 아스팔트에나 적합한 워킹화를 신고, 급오르막 급내리막길 오르내리며 정말 죽는 줄알았다고 ㅜ.ㅜ 접지력이 하나도 없어서 발가락 꺾이는 줄 알았음...
원래 예정된 코스였다면 오후 3시쯤 다 끝나서 아침에 못가본 낙산사 가서 낙조나 보자구 했는데, 낙산사는 커녕 산에서 해질까봐 조마조마하며 미친 듯이 행군....
그리고 겨우 거진항에 내려와서도 차를 너무 멀리 대놓는 바람에 울며 1km 추가 행군 ㅋ
차에 타고 보니, 이동 거리가 20km 에 4만보를 걸었다고.. 이게 뭔 일이야...
우리는 힐링하러 왔지 극기훈련하러 온게 아닌데.....
근데 또 밥은 먹어야겠음 ㅋㅋ 속초 맛난 막국수집 찾아서 고고...
이목리 막국수집에 가서 맛난 동치미 막국수와 감자전 먹고.. 기왕 늦은 거 맥주 사가자 ㅋ 브루어리 들러서 맥주 사가지고 서울로 고고.... 되다 되.....
치밀한 계획 없이, 엄선된 맛집 리스트도 없이 대강대강 돌아다녔지만
매우 즐겁고 고단한 여행 ㅋ
여행이란게 원래 그런 거지 뭐.... 우연과 모험과 그리고 고통 ㅋㅋㅋㅋ 나중에 나중에 돌아보면서 서로 즐겁게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보따리...
이것도 벌써 1년 전.. 사진 정보 확인해보니 21년 4월의 일이다...
무슨 회고록도 아니고... ㅡ.ㅡ
부산 출장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팥수수, 부추가 합류하여 저녁에 해변에서 양갈비 구이 먹고 바다 구경
제목은 해파랑길인데 첫번째 사진은 양갈비 ㅋㅋㅋㅋ 원래는 좀더 캐주얼한 곳에 가서 배터지게 구워먹을 생각했는데 C가 손님대접으로 해변가 고급진 식당에서 난데없이 만찬 ㅋ
1월말에 폰 바꾸고 처음으로 야간 사진 ... 카메라 좋구나 실감 ㅋ
한적한 밤의 해안에서 오랜만에 바닷바람...
다음날 아침 전복죽 맛나게 먹고 해운대 달맞이고개 ~ 기장 대변항까지 해파랑길 2코스 걷기.
선탠에 맞서는 이름으로 문탠로드라니 아연실색할 만했지만...
날씨 너무 화창하고, 해변 따라 걷는 길의 풍광도 너무 아름다워서 에라.. 다 용서해주자 ㅋㅋ
중간에 길에서 잠깐 빠져나와 맛난 커피도 마시고, 다시 걷다 빠져나와 용궁사 앞에서 해물쟁반짜장도 먹고.. 대변항에서 맛난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
매우 쉬운 길이었지만 어쨌든 발바닥이 얼얼할 만큼 걷고 바닷바람 원없이 맞고 햇볕에 구워지고...
여태껏 부산을 돌아본 중에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조용한 나들이었던 것 같았음
마지막 대변항에서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와 짐 챙겨서 나는 서울 고고. 부산이 고향인 두 처자는 부모님 댁으로...
이게 1년 전이라니...
hongsili님의 [5월 남도 나들이 3부] 에 관련된 글.
불일암과 월출산에 간다는 계획만 정하고 일단 순천에 숙소를 잡고 내려와,
마지막 여정은 해남 대흥사로 결정....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러 번 남도에 내려와서도 대흥사까지 들린 적은 별로 없어서 마지막으로 와본 것이 거의 20년도 넘은 듯...
하지만 피안교를 넘어서는 순간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고, 대웅전 문살을 보면서 그 시절 필카로 이걸 찍어서 인화하고, 책갈피로 썼던 것까지 새록새록....
마침 초파일을 맞아 초 공양이 이루어지고 있더 터라...
평소같으면 지나쳤겠지만, 불심이라고는 1도 없는 과객들이지만 J를 위해 초 한개 올림.
여전히, 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보살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삐뚤빼뚤...
내려오는 길에 들른 찻집에서 내온 차가 너무 맛나서 깜놀.... 막상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은 없기에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조심스레 안에서 꺼내주시는데 무려 100그램에 30만원 ㅋㅋㅋㅋㅋㅋ 큰손 도끼마저도 깜놀해서 포기.... 10만원 정도면 사려 했다고 함... 예전 보성 한국다원에서 꽤나 맛난 차가 100그램에 9만원인 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최소한 그것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지........ㅋㅋㅋ 하지만 차의 품격을 모르는 무지랭이에게도 정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맛....
향기로운 차와 함께 하는 조용한 시간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것을 다시 깨달음 ㅋㅋ
일주문까지 벚나무와 단풍나무 가지들로 드리워진 아름다운 길을 지나 ... 이제 순천역에서 차량 반납하고 밭일하러 임실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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