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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2/07
    이집트 여행_03
    hongsili
  2. 2009/02/06
    이집트 여행_02(13)
    hongsili
  3. 2009/02/02
    이집트 여행_01(9)
    hongsili
  4. 2008/09/11
    스코틀랜드 방문기(3)
    hongsili
  5. 2008/05/09
    사진 업데 남해 여행기(7)
    hongsili
  6. 2007/10/07
    직지사 나들이(5)
    hongsili
  7. 2007/09/11
    출장길에 만난 기인(6)
    hongsili
  8. 2007/07/26
    7번국도의 로망 (?)(4)
    hongsili
  9. 2007/06/07
    백양사 나들이(9)
    hongsili
  10. 2007/03/24
    짧은 여행(2)
    hongsili

이집트 여행_03

* 박물관 단상 추가... 처음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그 엄청난 전시물에 허거덕했더랬다. 도대체 저렇게 다 뜯어오고 나면 원래 장소에는 뭐가 남아있기나 한 걸까 걱정이 마구 들었던 것이다. 이런 황당함과 걱정은 나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베를린의 페라가몬을 방문했을 때도 반복되었다. 징하게도 뜯어왔구나.... ㅜ.ㅜ 하지만, 몇 년 전 멕시코시티의 고고학 박물관에 가보고 '오리지널'의 힘을 실감했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전시물들, 그리고 박물관의 엄청난 규모와 세심한 고려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데... 여기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보고 나서는, 위험하게도... 이럴 거면 차라리...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워낙 지금의 공간이 협소하여 조만간 새 박물관을 지어 옮길 예정이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소중한 자산이 자기네들 것만은 아닐진데 어쩜 그리도 허술하게 관리하는데다 설명은 그리도 부실한지... 조상 덕에 날로 먹으면서 이 인간들 너무한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깃발 든 단체 관광객은 한/중/일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유럽 관광객들이 깃발 아래 떼로 몰려다니는 광경도 좀 신기하기는 했다. 어쨌든, 각국에서 온 깃발 관광단에 떠밀려 다니느라 우리같은 독립여행자들은 많이 힘들었다. ㅜ.ㅜ #4. 기자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고대문명 신비론 ㅎㅎㅎ

한 때 내가 열광했던 그레이엄 핸콕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인류 문명이 기원전 3천년 전이 아닌, 1만 2천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외계인 문명 전파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야기는 자가증식하여 마침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라는 상상도 못할 조합의 영화가 나타나기도 했으니, 고대 문명의 신비에 호기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기는 한 것 같다. (영화가 아주 후지지는 않았다. 프레데터 은근 멋지게 나옴 ㅎㅎ)

서론이 길었다....


최수철은 그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길에 기자의 피라미드를 지나쳐 본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가슴아프게 써놓았다. 작가의 감수성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우리도 조금 놀라기는 했다. 첫날 숙소 가는 길에 택시 바깔은 내다보니 떡하니 마을 뒤로 피라미드가 보이는게 아닌가.... 저게 진짜 그 피라미드??? 싱겁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ㅎㅎㅎ 어쨌든 카이로의 세 번째 날, 우리는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기자로 향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보려면 선착순 150등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단체 관광객들이 표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가서 줄을 서야 한단다. 아침 일찍 떠나기 괴로워하는 Hamja 를 쪼아대서 일찌감치 피라미드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택시로 지나가며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니 실로 피라미드는 장대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하도 거대하고, 사막의 먼지가 자욱하여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ㅡ.ㅡ 예전에는 피라미드 외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었다는데 요즘에는 금지하고 있고, 내부 공개도 훼손 방지를 위해 인원제한에 사진 촬영도 막고 있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의 것이며, 그 배열은 북극성을 향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셋 중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가장 큰데, 내부를 둘러보려면 100 이집트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만 5천원을 내야 한다. 기껏해야 1백미터 남짓이니 어렵지는 않았으나, 좁고 가파르고, 덥기까지 해서 폐소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할만 했다. 막상 그렇게 둘러본 내실에는 덩그마니 석관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각 방의 용도와 통로 설계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른단다. 좁은 통로를 지나 열린 그 높은 천장의 방, 어두운 석실의 정체는 과연 무엇??? 피라미드를 지나 정문쪽으로 다가오면 그 유명한 스핑크스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수천년 동안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기를 반복했던,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오히려 직접 보니까 더 실감이 안 나더라 ㅎㅎㅎ 우리는 스핑크스 주변에 눌러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남쪽 멤피스로 이동하기 위해 Hamja 를 만나러 갔다. 약속장소인 KFC 에는, 피라미드 관광지답게, 할아버지 대신 옛 복장의 고대인이 지키고 있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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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2

정말 기나긴 이틀이었다.... 진이 다 빠져버렸네.... 너무 피곤하니까 잠이 안 온다... 원고는 도저히 못 쓰겠고, 여행기나 틈틈이... #3. 카이로 - 혼돈과 먼지의 기억 아침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싸들고, 시내로 나갔다. 어제 저녁 호텔 안내에 물어보니 지하철 타고 도저히 못 간다고 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막상 가보니까 그닥 못갈만한 상황도 아니더만... ㅡ.ㅡ 지하철은 러프가이드가 칭찬한 대로, 꽤 괜찮았다. 물론 차 안에 그려진 노선, 바깥 안내도가 가끔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 가격도 엄청 저렴해서 카이로 시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강추할만하다. 아래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모습...


카이로 시내의 인상은 그야말로 혼돈과 먼지로 요약될 수 있다. 예전에 라틴 아메리카 공해 3종세트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아바나)와 멕시코시티의 무법천지 자동차행렬에 깜딱 놀란 적이 있었지만, 카이로 앞에서는 한낱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생산연도가 궁금한 푸조 택시에서부터, 최신형 렉서스에 이르기까지 차들이 완전 다양했는데 특히나 택시들은, 과감한 깻잎 운전을 위해 사이드미러를 아예 뜯어버린 차들이 적지 않았다. (차간 간격이 깻잎이라는 건 절대 과장 아님 ㅜ.ㅜ) 항상 뿌연 공기는 그러지 않아도 항상 더러운 내 안경의 성능을 자꾸만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안 써본 황사마스크를 그리워했더랬다. 실제로, 이집트에 머무는 내내 쿠피에 (아랍식 두건? 스카프)를 뒤집어 쓰고 다닌 건, 우리의 미모(!)를 치한들로부터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 먼지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물론, 아침저녁 찬바람을 막을 수 있다는 엄청난 기능도 가지고 있다 ㅎㅎ) 우리는 시내 거리를 살짝 돌아본 후 서둘러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후에 모든 관광지에서 절감한 것이지만, 이 나라는 '안내판'에 참으로 인색하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할 때에도, 도대체 입국심사를 어디서 하는지, 작성할 서류가 있는지 없는지 가르쳐주질 않아 대강 눈치로 해결했는데, 가장 크다는 박물관에도 역시 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다. 실컷 줄 서서 표사고, 또 줄서서 검색대 통과해 들어가려니 카메라 바깥에 맡기고 오란다. 그럼 전시물에는 뭐가 잘 표시되어 있냐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다. 대개는 아무 것도(!) 안 써 있다. 제목만 달랑 써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중에 피라미드에서는 입구 표시도 안 되어 있었음 ㅎㅎㅎ) 물론, 오디오가이드가 있기는 한데, 번호와 내용의 불일치가 있다는 러프가이드의 정보에 따라 우리는 그냥 러프가이드를 들고 다니며 구경했다. 미이라며 석관이며 하도 많으니까 이건 뭐 좀 널부러져 있다는 느낌.... ㅎㅎ 투탕카멘의 관이랑 가면도 직접 보고 그 유명한 서기상이며 온갖 기이한 것들은 다 봤는데, 어찌나 사람도 많고 전시장 환경이 열악한지 (천장 유리가 다 깨졌 있음 ㅡ.ㅡ) 감상이고 뭐고 얼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보고 나와서 박물관 마당에서 도시락 까먹고 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왔는지 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이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신기한지, 우리가 쪼그리고 앉아 빵 부스러기 주워먹는 모습을 막 사진을 찍고... ㅜ.ㅜ 얘네들 도망다니느라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는 지하철 타고 Khan el-Khalili 시장에 갔다. 나중에 다른 도시까지 전부 둘러보고 실감한 건데, 이 시장이 말하자면 한국의 남대문 같은... 가장 싸고 규모도 크면서 중앙 역할을 하는 그런 곳이었다. 가는 길은 물론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한 30분을 걸어야 했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안 보이고 현지 주민들이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는 데다, 길은 너무 좁았다. 이슬람 지구 중심과 연결되다보니, 카이로 시내와 다르게 '부르카'를 쓴 여자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친절한 아자씨를 만나 시장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시장은 하도 북새통에, 호객행위가 엄청나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파피루스를 몇 장 사기는 했다. 나름 질도 괜찮은 듯... 아래 사진은 시장 출입구에서 바라본 이슬람 사원.... 카이로에 머무는 동안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리 못했다. 좀 아쉬움...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인것 같은데, 한국사회에서 교회 십자가에 빨간 네온을 다는 것처럼, 모스크에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장식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째 영 안 어울리더라는... ㅡ.ㅡ 오후 늦게, 택시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올드 카이로 구역의 'coptic museum'에 들렀다. 최수철의 책과 러프가이드가 강추한 곳이다. 참, 가는 길에 또 귀인을 만난 것이... J가 지하철 티켓을 잃어버렸는데, 웬 현지 아자씨 한 분이 자기 걸로 체크해줘서 내릴 수 있었다 ㅎㅎ 우리는 친절을 부르는 얼굴을 가졌더란 말인가!!! 아님 동정심 유발 외모??? 러프 가이드에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사막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자연의 시련과 인간의 왜소함... 절대자의 권능에 기댈수밖에 없는 환경들이 곧 종교의 탄생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흔히 이슬람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이집트는 콥트 기독교가 꽤나 번성한 곳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박물관 전시물은 꽤나 충실했고, 또 무엇보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었다. 섬이랄까??? 바깥은 난리가 났는데, 그 안에서는 완전한 평화... 건물 자체가 전시물을 위해 설계된 듯했고, 첨에는 작은 듯 보였지만 규모 자체도 상당했다. 당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내부 사진은 하나도 없고, 바깥에 성벽 유적과 박물관 모습 일부.... 정말 긴 하루를 마치고, 박물관 앞에서 간단한 저녁과 차를 마신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드디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사카라, 멤피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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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1

2007년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2008년의 일출을 이집트에서 맞겠다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나름 시련에 해당하는) 여러 건들의 사건이 있어서 유야무야되었더랬다. 2008년에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웠다. 2009년의 일출은 반드시... 역시 2008년 막바지에도 그 전해와 상당히 유사한 조건에 처해졌으나, 어쨌든 떠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불투명한 미래를 걸고, 이 여행을 또다시 유예하지 않았던 것은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 0. 왜 떠나는가 알 수 없다. 한 때는 7대 불가사의 이런 거에 심취하여 그래이험 핸콕의 [신의 지문] 같은 책도 열심히 읽었다. 물론 그 호기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처음으로 이집트에 갈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람세스 2세 류의 소설도 강원도 파견 근무 중에 재밌게는 읽었지만 본디 왕족, 궁중다툼, 정복 이런 거에 관심이 없는지라 이것이 동력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사막에 대한 로망의 기원은 짐작조차 안 간다... 어쩌면 생택쥐베리의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때문???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키 어려운 로망도, 자가증식하면서 필생의 꿈이 되어가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리라... 어쨌든,이번에 확인해보니 1996년(!)에 발행된 최수철의 [사막에 묻힌 태양] 앞쪽에 나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후기가 몇 자 적혀 있었다. 디테일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의 여행기는 우울의 정조로 점철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나면 여행에서 돌아온 듯 몸과 마음의 피곤함이 몰려온달까...



하지만, 여행은 의외로 밝고 즐거웠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 작가는 왜 이렇게 멜랑콜리했을까 의문이 들만큼 '재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아무런 일거리도 없이, 이방인이 되어 친구랑 맘대로 돌아다니고, 밤이면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이런 생활 자체가 해방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초강력 안내자 Rough Guide가 있었다. 이것과 함께라면 진정 두려울 것이 없었다. 어긋나는 일정, 돌발상황, 껄떡대는 이집트 남자들... 이런 것쯤이야 우리에게 가소로운 문제 ㅎㅎㅎ

# 1. 카이로 도착 도하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리는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택시와 흥정하는 것부터가 적지 않은 부담이긴 했다. 하도 어렵다고들 하니... 그래도 어설프게 배워간 '슈크란' (감사합니다) 한 마디와 막장 영어 대화(친구 JK는 아랍식 현지 영어에 유달리 강했다!!!) 로 흥정은 어찌 해결했는데, 택시가.... 시동이 안 걸린다. 다른 택시 기사 몇 명이 와서 밀고 나서야 겨우 택시는 출발했다. 가다 서버리지 않을까 의심도 들었으나, 그건 기우였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90도 정좌 자세로 문고리에 매달려있어야만 했다. 안전벨트 따위는 있지도 않았고 총알같은 속도와 깻잎 차간 간격은 어지간한 총알택시에 단련된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숙소는.... 뜻하지 아니하게 호화로운 복층형 룸이었다. 적응이 안 된 우리는 물건 찾으러, 화장실 다니러 쉴새없이 아래위를 오르락거리며 스스로 진을 다 빼버렸다. 저녁은 레바논 스타일 정식... 다음 날 시내까지 오가는 택시를 예약해두고 이른 잠을 청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니... 라고 흥분하기에는 택시에서 시달린 고통이 너무나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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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방문기

학회 전에 사흘 동안은 에딘버러와 인버네스-하이랜드 구경을 했다. 여름 휴가를 이걸로 보낸 셈이다... 생전에 두 번 다시 못 갈 것 같은 곳을 의외로 두 번 이상 가고 있다. ㅡ.ㅡ 쿠바도 그렇게 브라질도 그렇고... 2002년도인가... 영국 에섹스에서 열렸던 통계워크샵 기간 중 주말에 잠깐 에딘버러 구경간 적이 있었다. 한창 에딘버러 축제를 준비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는데, 아.. 축제기간에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했더랬다. 이번에... 바로 그 축제기간이었다 ㅎㅎ 에딘버러 성 쪽으로 가는 길 맥주 양조장의 대형 광고판... 처음에는 Assembly 라고 되어 있어서 시의회인 줄 착각했음 ㅎㅎ 에딘버러 성에서 바라본 Calton Hill의 모습... Hill 에 직접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축제 중이라 여기저기 작은 공연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찌그러진 솥뚜껑으로 리듬이 아닌, 멜로디를 연주하는게 진짜 신기했는데 차마 나서기 어려운 몸매로 Scotland 민속의상인 Kilt 입어주신 관람객의 센스와 용기(!)에 우리 깜놀! 꼬불꼬불 골목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기차타고 하이랜드로 올라가는 길... 날씨가 정말 예술이었음... 푸른 초원과 양떼, 소떼... 광우병 사태 터지고 나서 이렇게 예전 방식의 방목으로 돌아온 거란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British Beef'라고 자랑스럽게 써 있다. 월래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얼굴 까만 양들 원없이 봤다. 인버네스 기차역... Ness River 가 흐르는 숙소 앞길.... 그 한적함이라니... 세번째 사진은 밤의 모습... 예전에 에딘버러 구경갔을 때 소원 중 하나가 Loch Ness에 가보는 거였는데, 이번에 다녀왔다. 인버네스에서 버스타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경치가 정말 예술인데다, 크기도 장난이 아니라서 정말 괴물 나온다 해도 믿겠더라 ㅎㅎ 근데 카메라 앵글에 도저히 담아지지가 않음. 이건 파노라마 샷으로 찍어야 하는디... 방문자 센터 선물가게에서 파는 '네스호의 괴물' 모형... 나름 귀여워서 작은 사이즈로 하나 샀다. 여행의 대미는 Skye 섬이었다. 인버네스에서도 기차타고 두어시간, 거기다 버스까지 더 타야 했다. 사진은 섬 입구 터미널에 있는 '역전 식당' ㅎㅎㅎ 말하자면 시골밥상이 나왔는데 아주 푸짐하게 맛나게 먹었더랬다. 섬을 찾아가는 여정과 섬의 경관은 말 그대로 beyond description!!! 그 황량함과 고적함은 가히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곳에 한 달만 살면, 문학작품이 절로 쏟아져나올 것 같았다. 호연지기 60갑자 상승, 아니면 치명적 우울증... 그런데... 역시, 미천한 디카로는 그 아우라의 흔저조차 담기가 어렵구나... 그냥 허접한 산골마을 풍경처럼 나왔다... ㅜ.ㅜ 벌써 이 곳에 다녀온 것이 백만년 전 일인 것 같지만, TV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Ness 호의 괴물과 지금 옆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는 따뜻한 British Tea를 보니, 현실감이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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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업데 남해 여행기

연로하신 내 디카는 외근 중... 그래서 동행인의 카메라를 임차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과연 그 사진들을 살아 생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ㅡ.ㅡ). 그래서 그냥 일단 글로 기억을 기록... - 라고 썼으나, 진정 믿기 어려운 속도로 두 양반이 사진을 웹하드에 올려주셨다. 무섭다! 0. 환상의 팀웍 남해로 뜨자!고 한 마디 지른건 나인데, rawfish 가 파일로 보내준 일정표와 준비물 목록을 보고 깜딱! 이 정도 준비로 겨우(!) 남해에 가긴 아깝구나 ㅎㅎㅎ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내 비록 오랜만에 그의 작업 결과물을 보았지만, 그동안 각자 닦아온 머슴 내공이 결코 허튼 것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그녀는 진정한 장금이. 밥짓기에 된장찌게, 삼겹살구이, 과일까지 정말 혼자서(!!!) 다 준비했다. (설겆이도 물론!) 나를 위해 씨와 껍질이 없는 과일을 준비한 그 놀라운 센스! 그녀가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디비져 TV 를 보고, park은 rawfish 를 쫓아다니며 와인 언제 까야 하는지를 쉴새없이 물었다. 삼겹살에서 튀는 뜨거운 기름의 고통을 참아가며 고기를 뒤집는 rawfish 의 희생정신에 우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낼름낼름 얻어먹기만 한 건 아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park 과 나는 열심히 운전을 했다. 그리고 park 은 서울에서 와인과 와인잔 (기차타고 오면서 이런 걸 왜 싸들고 왔나 몰라 ㅜ.ㅜ)을 열심히 챙겨왔고, 나도 이것저것 집에서 다 싸들고 갔다. (머리결이 저질인 rawfish 를 위해 clairol 샴푸/린스 세트를 통째로 들고 감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 머신 안 싸들고 왔다고 비난받음. 이 정도면 다음에는 캠핑카가 필요하겠어 ㅎㅎ) (사진의 모습은 숙소 광경 - 뒷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묘지 비석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마당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상추와 치커리 등을 심어두셔서 뜯어먹을 수도 있다. 다들 귀찮아서 그냥 내비두었음. 치커리가 아주 신선해보이더만...ㅡ.ㅡ) 마지막 park의 서울 상경 작전은 3류 첩보 영화를 연상시켰다. 기차 시간이 늦을 듯하여 예매표를 취소시키고 늦은 시간 표를 예매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중국식 냉면과 노트북을 펼쳐놓고 아주 생쑈를 했다.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시간이라 취소나 예매 모두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와중에 아무도 냉면을 남긴 사람이 없을 뿐더러 물만두까지 다 먹었다는... 미친 듯이 차를 몰고 대전역에 도착하고 보니, 그 냉면 안 먹었으면 굳이 표를 바꾸지 않고도 멀쩡하게 올 수 있었을 듯 ㅎㅎ 하여간, 환상의 팀웍 덕분에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음. 모처럼 쉬러 간 여행에 팀원들끼리 맘 안 맞는것처럼 짜증 나는 경우가 어딨나...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대됨


0. 마늘... 그 유명하다는 가천 다랭이"논"에 구경 갔는데 벼가 아닌 무언가 다른 식물이 엄청나게 심어져 있었다. 남해군 전체에 비슷한 작물이 지천으로 심어져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파 같지만 마디가 있어서 파라 할 수 없었고, 옥수수라고 보기엔 너무 촘촘하게 심어진데다 잎이 가늘었다. 조, 수수, 팥... 등등 이런저런 추측을 하다가 결국 농민 한분께 물어봤더니만 '어디 외국에서 살다 왔나? 마늘도 못 알아보게?" 하신다... 흠... 마늘이구나..... 사실, 농활 가서 마늘 엄청나게 심었는디... (내 생일을 맞아 작업반장 pox의 특별 배려랍시고 배치받은 일터에서, 돌산을 개간하여 마늘 밭을 만든 적도 있다. 그 때 생각만 하면 안.습. ㅜ.ㅜ) 하지만 그렇게 심은 마늘이 어떻게 자랐는지 최종 결과물을 본 적이 없는지라.... (사진은 가천 다랭이논 -인데 논이 아니고 마늘밭.... 저 낭만적인 정경 속의 식물들이 모두 마늘이라는게 어째 쫌.... 뭐 마늘 무시하는 건 아님 ㅡ.ㅡ;;) 알고보니 남해군이 마늘로 유명하단다. 그래서 관광명소 중에 '보물섬 마늘나라'도 있다. 궁금해서 가보니, 집채만한 마늘 모형이 ㅎㅎㅎㅎㅎㅎㅎㅎ 거기 쓰인 마늘의 10대 효능도 어찌나 코믹하시던지... (사진은 "보물섬 마늘나라" 입구 - 10대 마늘 효능을 가만히 살펴보면.. 6.특이한 냄새로 기호적 가치가 높다. 8.냄새성분의 기능성이 뛰어나다. 10.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 어째 고도의 안티같은 느낌이...ㅡ.ㅡ+ 그나저나 그 특이한 냄새로 뱀파이어도 쫓고 덤으로 친구도 쫓아버릴 수 있다는 이야긴 왜 없나 몰라. 그리고 곰이랑 호랑이도 마늘 먹었잖아?) 하여간 오가면서 마늘 원없이 봤다. 남해 마늘, 평생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0. 남해의 풍광 아... 정말 아름답더라... (호연지기 한 달 치 비축했음!) 기암괴석이 즐비한 아름다운 초록 산과 산길, 얕게 펼쳐진 해안가 논밭들, 그리고 정말 한없이 투명한 파란 바다.... 첫날 저녁 비오는 광경도 아름답고, 둘째날 하얀구름과 푸른 하늘을 담은 바다는 정말 쵝!오! (하늘이 잔뜩 흐린 바닷가에서 폼잡고 서있는 park... 사진 찍기 싫다 하더니만 찍으려고 하니 은근히 앞모습 들이대려 해서 내가 당황했음. 신비의 뒷모습 미녀로 남아주셈!) (맑아진 이후 바닷가 정경... 물이 어찌나 투명하던지!!!) 아침 일찍 금산 보리암에 올라 내려다본 광경은 진정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밖에! (마을버스 타고 급경사 산길 오르내리는 것도 재미났고, 절 마당까지 오가는 택시의 괴력에 감탄하기도 했음. 울릉도의 코란도 택시와 자웅을 겨뤄볼만 함) 좁은 절마당을 가득 채운 초파일 연등과 뭉게구름 높은 아주 새파란 하늘이 어찌나 잘 아울리던지... 심지어 해안가에 위치한 '운전전문학원'마저도 아주 절경이더라니... 그런 경치를 두고 과연 운전연습이 될까??? (금산 보리암 입구에서 내려다본 정경.... 저 멀리 보이는 남해바다, 그리로 빨려들어가는 푸른 산들....) (사진용 우정 장면을 연출한 뒷모습 미녀들...) (금산 보리암 마당- 파란 하늘색 바탕의 색색 연등... 멀리 바다를 내다보는 해수관음상... 보리암이 양양 낙산사,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도량 중 하나라더구만....) 1박 2일 동안 돌아본 것은 여전히 남해의 아주 일부... 나머지도 구석구석 돌아보고픈 마음이 아주아주 간절해졌다. 남해안....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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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나들이

원래 오늘부터 2박 3일간 타지방으로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어제 밤에 '급' 변경되었다. 가기 싫은 출장 때문에 입이 댓발 나와있다가 갑자기 기분이 완전 상큼해져서 이를 알려준 이에게 감사의 말까지 전해버렸다. 

 

앞으로 10월달에는 주말에 시간 내기가 어려울 듯하여,

밤늦게, 오늘 나들이를 역시 '급' 결정했다.

사실, 이번 학기에는 추석연휴 빼고 한 번도 주말에 못 쉬었다. 사장님(^^)이 개근상이라도 주시려나 은근 기대하면서 주말마다 꼬박꼬박 출근했는데 (사실, 사장님과는 무관한 일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러다보니 도대체 요일 감각이 없어져서 아침마다 심한 혼란이 초래되고는 했다.

 

인터넷으로 기차역에서 가까운 절을 물색해보니, 직지사가 딱 걸렸다. 기차역에서 버스로 겨우 25분이라는군. 시내버스 한 방. 기차도 한 시간밖에 안 걸리고...

 



원래는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예의 그 늦잠 땜시 아침 느즈막히 겨우 출발을 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기차를 놓칠뻔하기까지 했다.

대전역 지하철 역에서 역사까지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올라가서 겨우겨우 표를 출력해서 뛰어내려갔더니만 기차 문 닫혀버렸다. 쪽팔림 불구, 떠나려고 소리내는 기차 문을 부여잡고 처절한 표정을 짓는 나의 모습을 멀리서 승무원 아자씨가 목격, 문 다시 열어 주심 ㅎㅎㅎ  액션영화도 아니고 멜로도 아니고, 완전 궁상.... 각본대로라면, 귀에 이어폰 꽂고 책 한권과 커피 한 잔 들고, 쿨한 모습으로 기차에 올랐어야했는데... ㅡ.ㅡ

 

그렇게 생쑈하고 나니 기차에 오른지 30분이 지나도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기다리던 홍익회 아자씨는 나타나지도 않구... 겨우 나타난 아자씨가 가진 물품 중 시원한 거라고는 달고나 스타벅스 병커피. 젠장, 알뜰한 여행 계획하고 5500원짜리 무궁화 탔는데, 3천원짜리 커피가 웬말이야... 문제는, 기차에 내려서도 목구멍 타들어감 증상 지속되어 편의점에서 또 음료수 사먹었음. 흑...

그 뿐이야?

심지어 시내버스 타고 직지사 내리자마자 비 내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울면서 우산 구입. 접히는 거는 만원이나 한다는 겨. 한 3천원 받으면 딱 맞겠더만... 아줌마한테 깎아달라고 사정했는데 듣지도 않고 말이지....

내가 스무살 배낭족도 아닌데 왜 이리 지지리 궁상을 떨며 떠돌아야 하는 것일까, 잠시 회의가 들었음 ㅜ.ㅜ

 

근데, 하여간... 직지사 입구에 들어서서 입이 쩍 벌어짐!

 

 

 

 


 

일단 입구에 차들이 백만대나 늘어서 있는데다, 완전 유원지 분위기.

인공폭포와 절벽, 각종 분수대와 조형물들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

나는 마음의 평정심을 찾으러 온 건데... 이건 아니여...

설마 경내도 이렇지는 않겠지, 우려 반 기대반으로 올랐는데 절 바로 입구까지 차량 행렬은 정말 징하게도 .... ㅡ.ㅡ

 

다행히 경내는 바깥 세상만큼 소란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그래야 할까? 배치와 동선이 특이해서 그런건지, 영, 안정감을 찾기는 어렵더라는...  무위사나 내소사 같은 포근함(?),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안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오는 처마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작은 툇마루 하나, 아님 인적을 피할 돌계단 하나 찾아내기가 어렵더라구... 사찰이 불공드리러 오는 곳이지, 책이나 읽으려고 오는 곳이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그래도, 경내에 나무들이 많고, 대부분이 단풍인 것이, 가을이 좀더 깊어지면 풍광이 꽤나 아름다워지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지금도 물론 (더구나 비까지 살짝 뿌려서) 풀향기, 나무 향기와 녹음이 수려하기는 했다.

 

 


 


저 나무들이 모두 단풍이란 말이다!!!

일부는 이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초점이, 초점이.. ㅜ.ㅜ 우산 들고 한손으로 부들부들 올려찍다보니... )


 

경내에 찻집이 하나 있길래,

가을 기념으로 국화차 한잔 마셔줬다.

비로소, 여행자 느낌이 물씬....

야외에서 처마로 떨어지는 빗방물 보며, 음악과 따뜻한 국화차, 완전 맛난 콩고물떡.. 그리고 고종석의 책... (바다소녀가 선물해준 북다트도 보이는군)

 


 찻집이 약간 높은 위치라 담너머 다른 건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김천역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에서 내다보니, 역이나 시내에서 너무 가깝다는게 새삼 단점으로 생각되더군. 이를테면, 낙안읍성이나 백양사 들어가는 길처럼 구비구비 정겨운 맛이 없는 거여... 입맛 참....  아무래도 직지사는 나의 선호 사찰 목록에는 들어가기가 어려울 듯 싶다.(그쪽도 별로 바라지는 않겠지만서도 ㅎㅎ) 

 

그래도 이 정도면 이번주 버틸만한 호연지기는 충전하고 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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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에 만난 기인

지난 번 출장 갔을 때 여러 명의 기인들을 만났다. 그 중 Heleno 샘의 친구이자, 첫날 보건소 견학 당시 통역을 맡아주었던 세르주 샘.. 만나기 전, 엘레노 샘이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소개했었다.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전쟁 당시, 브라질 노동자당 (PT)에서 파견한 6명의 의료지원팀 중 한 명 이었단다. 헉, 산디니스타...? 우리는 귀를 의심했다. 백만년전 먼나라 일처럼 여겨졌지만 생각해보면 약 30년 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데, 어쨌든 내 평생 산디니스타 전투에 참여했던 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 때는 아직 의대를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전투현장에서 의사도 하고 총질도 하고 뭐 그랬단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지원인력이 많이 왔는데 당시 브라질도 군부 독재에 허덕이던 시절에다 PT 가 그만한 역량이 없어서 '겨우' 6명밖에 의료팀을 못 보냈다네... 세르주 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조용조용, 빵긋빵긋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전국민의료보장 (SUS) 운동에도 엄청 열심히 활동하시고 몇 년 전에는 또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 2년간 학생들을 데리고 원주민 건강문제에 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셨단다. 예방접종 한 번 하려면, 보트 타고 강을 따라 몇 시간 ㅜ.ㅜ 요즘은 PT 활동보다 다른 사회단체 활동에 좀더 주안점을 두고 계시단다. 이날 세르주 샘은 약속 시간에 약간 늦었는데, 아직 한 살도 안 된 (늦둥이) 아들 돌보느라 그랬단다. 어이쿠, 밀림에서 총질하던 혁명가 아자씨라고는 믿겨지지가 않아... 사진 맨 왼쪽의 순둥이 같이 생긴 인상좋은 아저씨가 세르주 가운데 언니는 우리가 방문한 보건지소의 소장. 망해가던 이 보건소를 완전 개혁하고 비공식 노동자 안전보건 교육 프로그램까지 시행하고 있는 모범 경영자였다. 열혈 PT 당원이자 오래된 공중보건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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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의 로망 (?)

다녀온지는 2주가 넘었건만, 이제서야 사진을 열어보았다.

 

강릉에 강의차 갈 일이 있길래 동행을 수소문한 결과, 오래전부터 7번국도 일주가 로망(?)이었다는 송 모씨가 자원하셨고 역시 나름 로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장 모씨와 바다소녀가 결합, 주말을 이용한 2박 3일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로망'을 가진 젊은 그들 ㅎㅎㅎ

 

대전에서 출발, 영덕의 강구항을 기점으로 하여 주구장창 해안도로를 내질렀다.

 

 

 

 



영덕 강구항에서는 꿈에 볼까 두려운 온갖 초대형 '게' 간판들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는데, 그래도 나름 영덕이니 대게를 먹어보겠다는 치기를 발휘하여 '북한산' 대게를 먹었다. 영덕산은 겨울에만 판다고 하는데(그것도 금값에), 굳이 영덕까지 와서 북한산 게를 사먹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속이 꽉찬 게 다리 실컷 발라먹고 나니 그런 의문쯤이야 휘리릭 ~~ 맛나더라... (물론 진도 앞바다 출신 바다소녀는 뭐 이런걸 비싼 돈주고 먹나 하는 반응 ㅎㅎㅎ)

 

식당 앞에서 한 장... 나의 먼지색 덤블비와 함께...


 

조금만 올라가면 울진, 풍력발전단지 앞 등대 전망대 모습..

이무기한테 휘감긴 제국빌딩을 연상시키는, '대게 다리' 컨셉...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에서 행여 정신이라도 놓을라치면, 저 높이 솟아오른 대게 다리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더 올라가서 삼척, 구비구비 산길 돌아 동해....

정말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산들을 보았더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나면 정말 바다가 불쑥불쑥 요술처럼 나타나더라...

 

실로 오랫만에 추암에 들러 요상한 관광단지가 되어버린 정경도 감상하고, 동해시내로 들어갔는데...

예전에 파견 가서 두 달 동안 산 적이 있어 친근하기는 한데, 어달리 주변이 나름 간판들을 정비해서 도대체 단골로 가던 식당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더라는.. ㅡ.ㅡ

여기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 망상 해수욕장에서 커피 한 잔...

밤에 나들이 삼아 여러 번 갔던 곳이다. 다음 주 해수욕장 개장 준비하느라 고즈넉한 가운데 열심히 모래를 다듬고 있었다. 꿈에도 잊지못한 망상철도건널목 자살(?)사건도 떠올랐다. ㅡ.ㅡ 오싹...

 

그 다음은 정동진으로...

나야 두 달 살면서 환자이송하러, 그냥 바람쐬러 여러 번 들렀던 곳이지만 (그리고 고현정 소나무며 어이없는 까페, 모텔들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송양께서 가본적이 없다 하길래 인심쓴거다.

사진은 안 찍었는데, 정동진 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실증하는 아주 괴이한 구조물이 존재한다. 여러 번 봐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ㅡ.ㅡ

 

그래도 기찻길은 여전히 정겹구나아...


 

이윽고 강릉 선교장에 들렀다.

이런 양반집 고택에 들를 때마다, '민주주의'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내가 백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밥상 이고 빨래감 들고 종종거리며  저 문턱을 쉴새 없이 넘나들었을텐데...  하지만, 내가 이렇게 관광객이 될 수있었던 진정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대한 힘' 덕분이다. ㅜ.ㅜ

 

우쨌든.... 정말 살고 싶은 (머슴 말고 주인으로) 집이다.......

젠장 부러워... 이런 데 앉아서 책 읽으면 머리에 정말 쏙쏙 들어올거 같잖아...

 

 

 


 

정원의 연꽃까지....

 


점심은 초당 두부로 진짜진짜 맛나게 먹고 (막걸리까지 먹고 배터져 죽을뻔했음 ㅡ.ㅡ)

먼저 상경해야 하는 장 모씨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우리는 또 밟아서 화진포로....

 

중간에 송지호에서 한 장...

이리도 고즈넉할 데가!!!


화진포에서 (김일성별장이라고 잘못 알려져있는) 북한 휴양소와 이에 맞선(?) 이승만, 이기붕 휴양소 구경하고 주변 탐색... 이승만 기념관 짓고 있던데, 밑에 작은 전시관에 보면 이승만 이기붕이 잘못한 일은 하나도 안 써 있다. 사람들 안 보면 낙서라도 해주고 싶었다. ㅡ.ㅡ (KIN! 하고 말이다)

 

다시 달려내려오다가 양양에 들러 역시 또 엄청 맛있는 막국수 먹고,

강릉 숙소에서 푹~ 쉬고 (강의준비 점검도 하고 ㅡ.ㅡ)

담날 아침에 두 시간 강의...(학생들은 재밌었을까???)

끝나고 초청해주신 P 샘한테 감자옹심이 칼국수랑 송편 얻어먹고

재개장한 참소리 박물관 재방문. 

예전에 송정리 아파트 상가건물에 있을 때보다 시설도 엄청 좋아지고 주변 경관도 좋은데... 나름 아쉬웠던 것은.... 예전에는 관장 아자씨가 직접 소개를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도우미들이.... 

음악이라고는 잘 모르지만, 당시 침침한 음악 감상실에서 LD 로 쓰리테너 공연 실황을 들려주며 감격스러워하던 관장 아자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립다고나 할까? 우리를 안내한 도우미 총각은 너무 건조했다. ㅜ.ㅜ

 

우쨌든,

송은 로망을 해결한 채 서울로, 나와 바다소녀는 대전으로...

 

과연 동해안 7번 국도는

누구라도 로망을 가질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

 

친구들, 다음 로망은 또 어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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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나들이

무기력과 지지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호연지기 충전을 위해 짧은 나들이.

 

어제, 무궁화호 타고 느긋하게 백양사에 다녀오리라 급 결정을 내렸다. 

광주에 살고 있는 땡칠이 형이랑 절에서 맛나  산채비빔밥 얻어먹어야지 했는데,

고맙게도 형이 백양사 역으로 마중과 배웅을 해주는 덕에 무진장 편하게 댕겨왔다.

 

대전에는 새벽녘에 살짝 비가 뿌린 듯 해고, 하루 종일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다.

햇볕마저 쨍 했으면 더워 죽을 뻔 했지..

 

서대전역에서 토스트랑 과일주스 한 잔,

커피 한 잔 들고 텅빈 무궁화호 기차에 올라 이승열 2집을 들으면서 소설책 읽으면서 바깥 풍광 바라보면서......

진정, 얼마만의 평화던가!!!

 

그동안 서울 오가느라 KTX 만 줄곧 탈 때는 몰랐는데,

무궁화호 창문이 KTX 보다 훨씬 크더라.

창문 한가득 초록색 풍광이 오호.....

하늘이 비치는 물논에서 모내기하는 분들도 꽤나 많았다.

 

백양사는 초봄에, 갑자기 폭설이 내린 날 우연히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 고즈넉한 분위기와 호수가 맘에 무척 들었더랬다. 물론 가을 단풍철에는 내장산 단풍객들 덕분에 진입로 들어가는 거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온통 푸르른 나뭇잎들이 갖가지 종류의 단풍이라 하니, 가을이 필시 절경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래도 오늘처럼 인적 드문 경내라면 나로서는 오케이!

 

차편이 너무 뜨문뜨문 있다는게 단점이긴 한데,

그래도 대전에서 기차타고 시외버스 타고 한나절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다. 

부안 내소사, 강진 무위사와 함께 3대 선호 사찰로 찍어주마!

 

조용함과 푸르름...

 

 




보리수 아래에서 사진 한 장....

 

 

경내 찻집에서 오미자 차 한 잔...

 

 

호수에 비친 경내 풍경...


 

집에 돌아와서,

 

며칠 동안 벌여 놓았던 퍼즐 마무리했다.

고흐, 밤의 테라스...

내일 액자 조립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액자로 만들어놓은 퍼즐은 모두 고흐 것이다. 사이프러스와 밀밭, 붓꽃이 있는 풍경... 스누피 시리즈는 연정, 송담이한테 뺏겼고, 브뤼겔 거는 후배 J 한테 사기(ㅡ.ㅡ) 당했다. 그 아기자기한 풍경은 지금 ** 의료원 요양병동에 걸려있을 거야.. ㅜ.ㅜ


 

밀린 빨래랑 설겆이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도 내놓고...

 

얼릉 자고 싶은데, 저 빨래 다 돌아가려면 좀 기둘려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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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호연지기 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잠깐 나들이를 다녀왔다.

다음 주에는 이걸 까먹으면서 살 예정이다. 

 



어제 늦은 오후 대전 출발 - 진주 진양호 도착

탁 트인 전망에 일단 호연지기 일갑자 상승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중 하나라는 천수식당에서 '진주' 비빔밥 시식

경상도 음식이 짜고 맵기만 하다는 편견은 버리기로 했으나,

이게 과연 '가장 맛있는' 음식일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ㅡ.ㅡ

 

남해안 호우 주의보 때문에 걱정을 (아주 조금) 하기는 했으나 다행이 큰 비바람은 없었고, 특유의 새파란 바다를 볼 수는 없었으나 대신 진양호에서, 남해바다에서 환상적인 물안개를 원없이 감상하고 호연지기 이갑자 상승

하지만 그 풍광을 담아내기에는 사진기가 영.... (재주없는 목공이 원래 연장 탓 하는 법이다.)

 

숙소 베란다에서 내다본 진양호 풍경... 원래 사진보다 백배 멋진디...


 


 통영에서 아침으로 충무김밥 먹고

풍화일주도로 거쳐 달아공원에 올랐으나 운무가 짙어 먼 바다는 구경을 못하고,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일몰이 그리도 환상적이라 하던데... 

 

간식으로 사발면 간단히 먹고 통영국제음악제 Sun Rings 관람.

실컷 싸돌아다니다 깜깜한 극장 안에 들어가 조용한 실내악 듣고 있으려니 초반 20분은 완전 의식불명 상태 ㅜ.ㅜ

다행이 얼릉 정신차린 후 '보고 듣노라니'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연.... (다소 난해하기도 했음 ㅡ.ㅡ) 어쨌든 이걸로 호연지기 1갑자 정도 상승....

 

TIMF 매표구 앞 조형물...


 

음악회 끝나고, 또 유명하다는 도다리 탕수어랑 짜장면 먹고 대전으로 귀향.

 

원래는 굴이나 장어도 먹어야 하는데 워낙 일정이 짧다보니... ㅡ.ㅡ

굴 축제도 이즈음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풍랑 예보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내년 국제음악제에도 꼭 들러줘야겠다는 생각.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지난번에 갔던게 2003년, 벌써 4년 전이더라....

 

2003년 통영국제음악제에 갔을 때, 본 공연이 열렸던 시민문화회관 야경


 

내년에는 꼭 달아공원의 일몰을 보리라.

(흠, 갑자이 일출/일몰 매니아 송양이 생각나는군!)

 

총 4갑자의 호연지기를 얻었으니 월~금까지 평균 0.8갑자씩 소비하면 된다!!!

 

* 진주 (레드망고) -고성(공룡나라 휴게소) - 통영 (갤러리커피).. 이 세군데에서 연속 세 차례 경악스러운 커피 맛에 정말 상처입었다. 무슨 엄청난 사양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커피를 원했을 뿐이라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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