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망한 선택의 책들
- hongsili
- 02/23
-
- 그림이 많은 책들(1)
- hongsili
- 02/16
-
- 계급 남아있기 혹은 건너뛰기
- hongsili
- 02/14
-
- SF 중단편들 숙제
- hongsili
- 02/13
-
- 바스크 나들이_마지막
- hongsili
- 2024
13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이야기...
아바나에서 머물던 중 언니(?) 같은 Y 샘이 아침에 진지하게 물어본다.
Y샘: "스페인말로 아싸라비아가 무슨 뜻이야? 아유~ 나는 여태 그게 스페인말인줄 몰랐어"
홍실이: "???"
Y샘: "어제 저녁에 테레비 보니까 사람들이 아싸라비아 하더라구. 내가 틀림 없이 들었어"
홍실이: "설마? 금시초문인디? 이따가 펠리뻬 아자씨한테 물어보삼"
도대체 뭘 듣고 저런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가이드를 해주신 펠리뻬 아자씨를 만나자마자 내가 얼릉 찔렀다.
홍실이: "빨랑 물어봐요"
Y 샘: "펠리뻬 아자씨, 앗싸라비아가 무슨 뜻이예요?"
펠리뻬 아자씨:
"...???... 아~!!! 푸하하하... "
홍실이: "아자씨, 뭐예요. 뭐, 그런 말이 있긴 있어요?"
펠리뻬 아자씨: "아스따 라 비스따 !(hasta la vista: 다시 볼 때까지)"
일동 우하하하하하
Y 샘: "거봐 발음이 똑같잖아..." ???
그 때부터 우리는 헤어질 때마다 아싸라비아 ~
다녀왔음.. Y 샘의 부탁으로 강의차...
오랜만에 간데다, 혼자 간 건 처음이었음..
0. 출발 전에 길을 묻는라 전화를 했는디...
Y샘 "지하철 타고, 토성동(?)에서 내려요"
홍실 " 뭐라구? 호성? 토성? 목성 금성 할 때 그 토성? 동네 이름도 참..."
Y샘 "아니, 흙 토에 성곽 할 때 성.. 풍납토성 그런거 있잖아"
홍실 "아, 그런 것도 있구나.... ㅡ.ㅡ"
0. 지하철 타러 갔는데..
역사에 역무원이 없더라...
온통 승차권 자판기에, 자동 지폐교환기 (그 옆에 세트로 복권자판기)...
만원짜리 밖에 없어서 이리저리 헤매다 승객 안내 어쩌구 해서 가보니까
노인들이 신분증 내고 우대권 받아가는 (역시) 자동 발급기만 덩그마니...
나중에 Y 샘한테 들으니까 지하철이 적자라고 인건비를 확 줄여서 사람이 없다나?
아침 저녁 자원봉사자에 공익요원까지 동원하여 승객 안내하는 대전지하철은 거기 비하면 천국인감??? (근데, 또 Y 샘이 예측하길, 대전도 좀 있으면 부산처럼 될거란다 ㅡ.ㅡ)
0. 자갈치...
지하철 탔는데 역 이름에 "자갈치"가 있어서.. 순간 엉뚱한 상상이...
자갈치가 생선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갈치 시장"역도 아니고 그냥 "자갈치" 역이라니 너무 웃기잖아.... "고등어"역, "갈치"역... 푸하하하...
그래서, 그 이야기를 Y 샘한테 했더니만
설마 그럴리가 있냐며... 나를 완전 바보 취급했다.
그러면서 "혹시 자갈이 많아서 자갈치 아닐까?" 하길래 나도 그 양반을 완전 바보 취급해주었는데..
이/럴/수/가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자갈치는 우리나라 동해 등에 분포하는 농어목 등가시칫과의 바닷물고기이기도 하지만 자갈치시장은 남포동에서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치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둘 다, 바보가 아니었다!!!
0. KTX 안에서..
대전 상행 열차에서 황당한 사건 목격..
내 앞앞 좌석에서 벌어진 사건...
부산역 지나고 얼마 있다가 갑자기 격앙된 경상도 아저씨 (A) 목소리...
듣자하니, 건너편 좌석에 남녀 한 쌍이 앉아 있는데, 남자 (B) 가 다리를 앞 좌석에 올려 놓았던 거다 (동반석) 이 때 A 아저씨가 발 내리라고, 공공장소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근데 B 청년 입장에서 보기엔, 아니 빈 자리에 발 좀 올려놓은게 무슨 잘못이며, 더구나 열차에서 그리 소리소리 지르며 반말을 지껄일 이유가 뭔가.
중간에 젊은 여자가 말리려고 하니 (아마 여친?) 이 A 아자씨가 입닥치라고 하면서 더욱 기세 등등....
여기까지는, 일찍이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 경부선 아자씨들의 패악이라고 생각하며, B가 불쌍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B가 벌떡 일어나더니 "이런 XXX, 이리 나와.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그러더니 둘이 나갔다
그리고 의외로 금방 들어왔는데, 다시 또 싸우기 시작...
젊은 B " 술 을 곱게 처먹지 어디다 대고 주정이야.. 나이만 처먹으면 다야? XXX"
나이먹은 A " 뭐라고 이 XXX 야, 내가 맥주 한 잔 밖에 안 먹었다. XXX, XXX, XXX"
진짜 여러가지 하는구나 싶었는데
웬 다른 아자씨 승객이 끼어들어 말리며 술 마신 A (본인은 절대 안 취했다고 주장하는)을 말리며, 다른 객실로 데려갔다.. 참 품성도 좋으시더만.... B는 여전히 분을 못 삭이더군.. 하긴 나 같아도 그랬겠다..
이 둘은 모두 경상도 싸나이들로, 엄청 사투리 써가며 고성방가를 했는데.. A야 그렇다고 치고, B도 정말 대단하더라... 다소 존경스러웠음....
사실, 내려갈 때도, 뒤에 앉은 경상도 아자씨가 계속 큰소리로 전화통화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경부선... 힘들어....
지난 한 달간 정신 없는 와중에,
자원방래하신 지인들을 동반하여 두 번이나 갑사에 다녀왔더랬다.
미국 가기 전의 2년 반 대전생활까지 친다면, 벌써 다섯 번 다녀온 셈이다.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절집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에 여러 번 가도 질리지 않는 듯...
고즈넉한 분위기와 초록 우거진 숲길, 개울 앞 찻집은
서울 생활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거의 항상 호평을 받는다.
다른 곳 방문을 제안해도 다들 "웬지 갑사~" 하며 그 곳을 원하는 건,
아마도 감수성 민감하던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갑사로 가는 길" 때문일 듯...
교과서 글이라면 다들 학을 떼는 듯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 읽은 것들이 은근히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갑사~동학사로는 두 번 넘어봤지만, (그 글에서처럼 눈 쌓인 길도)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길"은 넘어본 적이 없는데,
갑사에서 시작해 동학사 이르기 직전 나타나는 남매탑은 그야말로 밍숭맹숭이다.
더구나 한창 배가 고플 시점.... 대개는 돌로 만들어진 탑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심정이다. 얼릉 내려가서 산채비빔밥 먹어야지 결의를 다지고... 애틋은 개뿔 ~ ㅎㅎㅎ
그런 거 보면 작가들의 감수성은 나같은 사람이랑 질적으로 다른게 틀림없어...
어쨌든,
아우라의 힘은 강력하고, 추억은 아름다운 법이다.
줄거리는 까먹어도 사춘기에 간접 경험된 "갑사로 가는 길"의 애틋함과 고즈넉한 정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나보다... 그리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지만 추억에 남아있는 그 곳에 가고들 싶어한다.
누가 또 대전을 찾아 "갑사로 가는 길"을 원한다면...
내 기꺼이 충실한 관광 가이드의 자세를 발휘해주리다!
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체게바라의 혁명 정신을 (서구) 자본주의가 훼손하고 있다고 하지만,
꾸바의 수도 아바나에서조차,
바로 그 서구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장 열심히 판매하고 있는 주력 상품이 체게바라 인 것은 정말,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가게 진열장마다 도배가 된 체의 티셔츠, 미술관,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마다 전면을 차지한 그의 포스터들....
혁명광장의 건물 벽을 장식한 체의 초상화 - 그 유명한 꼬르다의 사진을 이용했고, Hasta la Victoria Siempre 가 함께 적혀 있다.
서점에는 체의 코너가 따로 있을 지경... 이 곳에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나란히 "우고 차베스" 코너가 있어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해주더라.
꾸바의 상황은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어려워보였다.
도로 곳곳에는 부시와 미국을 비판하는 프로퍼갠더 간판들이 늘어서있었지만,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는 "Hotel California" 니 "Take my breath away" 같은 철지난 미국 팝송들이 줄기차게 흘러나왔고, 조금더 비싼 식당에는 영화에서 본 딱 그대로 "Buena Vista Social Club" 분위기의 생음악이 연주되었다.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속물성, 물신성을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산업인 관광을 "사회주의 혁명" 국가 경제의 주력 분야로 삼았다는 데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듯 싶었다. (쓰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ㅜ.ㅜ)
빈곤은 따뜻한 마음으로, 혁명정신으로 함께 견딘다고 하지만,
도대체 그 거대한 불평등은 누구와 함께 견뎌야 할까?
정말 눈이 부신 하늘과 바다와,
콜로니얼 스타일의 오래된 건물들과,
전설적인 명차들,
따뜻한 사람들과 골목마다 울려퍼지는 음악....
그리고 체 게바라의 아우라....
관광객으로서 "참 이국적이구나", 감동하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전혀 낭만적으로 느껴지지가 않더라.
한 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그 풍광과 사람들을 잊지 못해 또다시 찾는다고들 하지만... 나도 다시 찾고픈 것은 것은 진심이지만...
그 어려운 상황들을 다시 대면할 걸 생각하면 괴롭다.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는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건지조차 사실 잘 모르겠다.
(고민이 정리가 안 되서 글을 계속 못 쓰고 있음... ㅡ.ㅡ )
--------------------------------
어쨌든, 관광지의 요란한 체 도배질을 벗어나, 뜻밖의 곳에서 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니...
아바나 시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이 곳 Sierra del Rosario에는 Buena Vista coffee plantation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전망대와 함께...
Haiti 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농장주들이 노예들을 데리고 이 곳으로 이동하여 자연을 완전 파괴시키며 커피 농장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노예제가 폐지된 후 방치되다가 혁명 이후 생태 복원 프로그램에 의해 지금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곳이다.
그 굉장한 풍광에 말을 못 이루고 있는데,
Capote 할배가 옆에 와서 살짝 알려주신다.
체가 사랑하던 곳이라고....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에도 이 곳을 찾았었다고...
그가 서서 바라보던 전경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짠했는데,
그건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더랬다.
일단(!) 꾸바에서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떠나는 체의 심정과
미국의 코 앞에서, 안팎으로 혁명을 방어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오늘날의 꾸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지켜봐야 하는 내 심정은 무엇을 공유할 수 있었을까....
꾸바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레빈스 교수한테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2월인데,
어영부영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막상 떠나려고 보니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가 잘 안 풀려서 가기 전 몇 주 동안 은근 맘 고생을 했다. ㅡ.ㅡ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미국시민이나 현재 거주자는 꾸바를 방문할 수 없다.
거기에 가족이 있는 사람, 연구 프로젝트나 학술 대회 참가를 위한 학자, 혹은 언론인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특별 허가를 받아서 갈 수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비행기 티켓도 구매 불가...
허나...
일년이면 10만명의 미국인이 이리로 관광을 떠난다고 하니....
세상사 눈가리고 아웅이란 소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어쨌든 설명하자면 복잡한 경로를 거쳐 여차저차 하여....
여행길에 오르긴 했는데...
떠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다녀와서 혼돈스러운 머리 속을 수습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0.
밤 열 한 시가 넘어 혼자 아바나 공항에 내려 몇 가지에 놀랐는데,
우선 공항 직원들의 완전 불친절함.... ㅡ.ㅡ
심지어 환전소 직원은 200 CUC (거의 $200)이나 덜 주고도, 나중에 내가 확인해서 돈 더 달라고 하니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돈만 싸악 준다.
입국 심사대 직원은 거의 1세대 사이보그 스탈.. 완전 무표정... ㅜ.ㅜ
그리고, 짐 검사... ???
나 원 참... 비행기 내리고 나서 다시 검색대에 가방 올려놓기는 생전 첨이야...
어쨌든.. 설레임과 나름 흥분(?)으로 혁명광장과 말레콘을 지나 숙소로 이동하는데...
저 멀리 반쯤 불꺼진 네온사인....
"Hasta la Victoria Siempre".....
12시도 한참 넘은 시간에, 술병 하나씩 들고 두 셋씩 무리를 지어 해변을 걷고 있는 널널한 분위기를 보니 저절로 맘이 놓이는거라..... 바로 이거야!!!!
Casa 라고 불리는 민박집도 예상 밖으로 깔끔한데다,
심지어 아침 밥상에는 항상 과일 한 접시 (망고, 멜론, 파인애플 등등)와 직접 갈아 만든 걸쭉한 망고주스.....
민박집 테라스와 창문에서 내다본 골목 풍경
아침에 레빈스 교수의 친구인 Capote 교수와 Leda 교수가 직접 숙소로 찾아와서 인사... 어찌나 사람들이 좋던지.... 이 할배 할매들이 나보구 무지 어려보인다며(아직도 이런 소리를...ㅜ.ㅜ) 대뜸 몇 살이냐고 해서 잠시 당황했음... 뭐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니라며 어쩌구저쩌구 대답하니까.. "아이구, 우리 막내딸보다도 어리네" 하면서 우습다는 분위기... 어쨌든 레빈스 교수 소개로 왔다는 것 자체가 여기에서 엄청난 의미라는 걸 깨닫고 또 역시 좀 당황...
같이 나가서 다음 날 이용할 차량 알아보구,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고 헤어짐... 날씨 더워서 죽는 줄 알았음...
더워 죽겠다고 유난을 떠는 것도 뭐해서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묵묵히 참고 걸어다녔는데, 이 양반들도 더워 죽겠다고 난리치는 걸 보니 좀 안심이 되더라는... ㅡ.ㅡ
정말 타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Habana vieja (구 하바나 도심) 슬슬 걸어서 관광....
일주일 동안 겨우 도시 한 두 군데, 몇 사람을 만나본 거 가지고 그 사회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생생한 "직관"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
0.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
뭐 어느 사회라고 슬렁슬렁 놀면서 먹고 살겠냐만,
상파울루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멕시코 시티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desperate 라는 단어 그 자체였다.
온 길을 채운 노점상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차들의 행렬,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 끊이지 않고 출현하는 상인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따르따스 한 접시 먹고 바쁘게 일터로 학교로 오가는 초라한 행색의 거대한 물결...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이 쩍.......
"필사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할 수가....
그렇게 해도 살기가 힘들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미국으로.... ㅡ.ㅡ
0. 주변부 자본주의, 물신성과 세련되지 못함
상 파울루에서 기가 막혔던 것 중 하나가,
이전 독재 시절에 건설되었다는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복개천....
독재 정권들은 참 비슷한 일도 많이 하는구나 싶었더랬다. 한국은 최근에 복원 공사를 했다고 이야기하니까 얼마나 부러워들 하던지... (시간이 없어 청계천 복원의 자세한 내막은 이야기를 못했지...ㅎㅎ)
그 뿐이랴... 길거리를 걷는데, 술집에 앉아 있는데 쭉죽빵빵 처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뭘 나눠 주는게 여기 저기 눈에 띈다. 도대체 뭔가 했더니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광고 전단.... 나중에 보니까 모델 하우스들도 어찌나 많은지... 요즘에 럭셔리 아파트가 붐이라 여기저기 난리란다..... 왜 한국에서는 동네 빵집 하나 열어도 젊은 처자들이 와서 전단 나눠주고 춤추고 난리 법썩을 떨잖나... (요즘도?) 그거랑 너무너무 비슷한 분위기....
멕시코 시티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갔는데 (아침에 커피를 깜빡하고 하루 종일 하품을 해댔더니 M이 너 약먹을 시간 지났구나..하더군 ㅎㅎ) 뚜껑이 냉커피용이야. 빨대 꽂아 마시게 되어 있는.... 도대체 그 뜨거운 커피를 어찌 마시라구.... 도회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 한구석씩 꼭 어설픈....
멕시코 시티 도심 공원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상들이 구석 구석 놓여 있는데, 볼 때마다 아주 뜽금 없다고 생각됨... 어떤 동네는 길 이름이 모두 유명한 문화예술인인데, 괴테나 세익스피어까지는 참아주겠지만.. 도대체 헤로도투스.. 이런 이름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안다고.... ㅡ.ㅡ
그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름 가꿔보려고 하는데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급하다 급해 자본주의 문화.... 근데 이게 우리한테 완전 낯설고 새로운게 아니라는 점이 재밌는 거지. 조금 앞서거니 하면서 우리가 그랬으니까...
0. 거대한 불평등... ㅜ.ㅜ
사실 불평등 하면 또 라틴 아메리카의 명성이 자자하니....
국민 1인당 GDP (PPP)와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브라질 $ 8400 (80위) 60.7 (3위)
멕시코 $ 10100 (75위) 53.1 (13위)
남한 $ 20400 (43위) 31.6 (80위)
멕시코에서 경험한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라질 또 장난 아니다. 워낙 상파울루 시는 전세계에서 헬기 교통량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워낙 빈부격차가 엄청나다 보니 초부유층들이 안전한 출퇴근 수단으로 헬기를 선호하기 때문....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사설 경호업이라고.... ㅡ.ㅡ
아니나 다를까... 아침 나절이면 따다다다.. 하면서 헬기 소리가 요란한데, 평생 살면서 헬기가 동시에 두 대 이상 하늘에 떠 있는 거는 처음 본 지라 정말 신기했다... 차타고 시내 구경시켜주던 날, 아주 훌륭해 보이는 저택이 있길래 Heleno 에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헬기타고 출퇴근하는 부자들 집이냐 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런 사람들 집은 아예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이 양반들도 그런 집은 어찌 생겼는지 본 적 없단다. ㅡ.ㅡ
극단의 경제적 어려움과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적 수단으로서의 "혁명" 혹은 사적인 수단으로서의 "폭력"이 횡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M은 멕시코의 빈부 격차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걱정거리를 늘어놓았는데, 뭐냐하면... 미국의 경우 워낙 분리가 심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마주칠 일이 아예 없고 (사는 동네가 완전 다르니까)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굳이 나쁜 인상이고 뭐고를 가질 여지가 별로 없는 반면, 멕시코 사회는 아직도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생활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고 (이를테면 차도에 뛰어들어 공연하고 팁을 챙기거나 골목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주차를 봐주는) 그러다보니 빈곤층에 대한 부유층이나 중산층의 반감과 편견이 아주아주 엄청나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 말종이나 짐승 취급하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다는 거지....
미국처럼 아예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편견조차 존재하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것도 말도 안 되고, 여기 사회처럼 빈곤이 마치 사회적 죄악인 양 경멸하는 태도도 황당하고.....
그들의 속물적 태도가 비난받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불평등이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헤친다는 것은 이들 개개인의 인간성을 넘어선 엄연한 사회적 실재.... ㅡ.ㅡ
한국 사회는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그 사이 과연 어디쯤 있을까....
0. 역동 - 문화적 정치적 자산...
두 사회 모두 다인종 사회, 풍부한 문화적 자산, 정치적으로 혁명과 반 혁명의 역사를 거쳐왔다.
멕시코만 해도 독립전쟁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혁명도 많고 정치세력들도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시티에는 쿠바의 독립 영웅인 Jose Marti 석상을 비롯하여 멕시코 영웅 Juarez 관련 조형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한창 혁명 운동이 들끓어올랐던 20세기 초반의 벽화 운동은 도시의 웬만한 대형 건축물들을 하나씩 장식하고 있다. 마침 벌어졌던 부정선거 논란에 사람들이 보여준 직접 행동도 놀랍고, Oaxaca 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파업 투쟁을 비롯하여 10년을 이어오고 있는 치아파스의 Zapatista 투쟁도 경이롭고.... 사람들이 정말 화끈해... ㅡ.ㅡ
브라질에 가기 전에 나름 치안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니까 Eduardo 가 "너가 상파울루에서 돌아다녀도 아무도 너를 외국인으로 안 보니까 걱정 마" 해서 도대체 그게 뭔 소린가 했는데... 정말 가보니까 인종이 총천연색이더라. 일본인을 비롯하여 아시안 커뮤니티도 엄청 크고... Heleno나 Thais 도 나보구 "너가 입 벌리고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너가 외국인이라 생각도 안 할 뿐더러, 일단 여기 온 이상 너는 브라질인이야" 하면서 똑같이 말하는게 아주 인상적 ㅎㅎㅎ
물론, 여기도 흑인 혈통에 대한 차별과 북동부 (주로 인디오들이 살았던 빈곤한 지역. 룰라도 그 지방 출신)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단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민족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만 하랴....
그리고 PT에 대한 지지나 일상에서의 정치 활동은 매우 인상적!
그래도 그 양반들은 "우리는 주류 의사 사회에서 볼 때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를 보구 일반화시키면 안 돼... " 하면서 낄낄 웃었지만 말야....
50대 아저씨들이 커뮤니티 센터에서 전시중인 쿠바 혁명 사진전에 나를 데려가서 자기네들끼리 숙연해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0.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연대를....
지구촌에는 "서구 선진국" 만 존재하는 건 아닌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물론 내가 이들을 몰랐던 만큼, 이들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그토록 닮고 또 그토록 독특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잖아...
거대한 규모로 관철되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힘(social force)의 실체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서로가,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인간해방을 위한 "연대"에 함께.....
Vamos!
이제 드디어 멕시코 정리 마지막편....
쓰는 나도 지겨운데 보는 사람들도 좀 지겹겠군... 사실 여행기야 다녀온 사람이나 신나지 뭐 보는 사람들이야 시큰둥한게 인지상정이라...... 나름 정리한다고 남겨두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각 공해가 될 것도 같아 좀 민망하네... 한량 생활 자랑하는 것도 아니구.... ㅡ.ㅡ;;
--------------------------------------------------------------------
Day 6
오후에 비행기를 타니까 오전에 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했었는데, M이 Palacio de Bellas Artes를 더 보여주고 싶단다.
여기에는 멕시코 현대 벽화운동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고...
물론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고 프리다 칼로도 생가를 이용해 따로 박물관을 꾸려놓기는 했지만 3대 화가라는 Rivera, Orozco, Siqueiros 들의 대표작들과 그 후대 작가인 Tamayo, Camarena 등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
와... 정말 대단하더라....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벽화로 승부하는 미술관이 어째 중간중간 그리도 큰 기둥을 박아놓았는지 가까이서 보자면 대체 그림 전체가 파악이 안 되고 회랑 건너편에서 멀찌감치 보려면 기둥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이고... 황당.....
꼭 이렇게 하나씩 어설픈... ㅜ.ㅜ
어쨌든 나는 내러티브가 분명한 1세대 작가들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따마요 것이 좋더라. 오로스코 같은 경우 굉장히 격정적인 (어쩌면 폭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후세 어중이 떠중이 작가들이 그 정신은 살리지 못한채 잔인무도한 폭력만 부각시킨 유사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아주 공해가 대단하다고 M이 투덜투덜....
여기 멕시코에서는 자신의 전문 장르와는 별도로 벽화 하나쯤은 기본으로 그릴 줄 아는게 전통이라고 하더만... 그러다보니 수준 미달의 작품들도 부지기수라는 ㅎㅎㅎ
Siqueiros의 그 유명한 La Nueva Democracia
Rivera의 3부작... 그리고 El hombre contralor del Universo (원래 록펠러 센터에 그러졌다가 정치적 이유로 철거되고 나중에 여기서 다시 그렸다고 함). 트로츠키, 레닌, 마르크스 다 등장 ... 그림의 왼쪽에는 손이 없고 머리만 있는 석상, 오른쪽에는 머리가 없고 손만 있되 나치 문장을 들고 있는 석상이 등장하는데... 전자가 노동하지 않는 자본가, 지식인 계층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맹목으로 질주하던 극우파시스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나름 추측....
Tamayo의 작품 (저 망할 놈의 기둥!!!)과 Camarena의 Humanidado librandose....
이들 작품을 보면서 당연히 떠오른 거라면...
남한의 민중미술 운동과 그 당시 많이 제작된 걸개그림, 벽화 등도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예술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 다니는 거보다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세상에 불만 투성이로구나.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다녀와서는 정리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
Day 5
아침에 또 시외버스 타고 Teotihuacan pyramides 방문.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는 그 피라미드.... ㅡ.ㅡ
훼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바로 근처에 대형 월마트가 세워질 정도라고 ㅜ.ㅜ
입구에서 La ciudadela를 지나 망자의 길 (calsada de los muertos)을 따라 들어가면 태양의 피라미드 (py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 (pyramide de la luna)를 만나게 된다. 기원전후에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teotihuacan 문명의 흔적인데, 화려한 문명을 남기고 의문 속에 사라졌다가 이후 15세기 무렵 다시 아즈텍인들에 의해 발굴되어 성소로 여겨졌다는.....
높기는 젠장할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저런 아무렇게나 생긴 돌들을 그 높이까지 쌓아올렸다는게 도대체 믿기지 않을 지경....
아침마다 조회나 제사 지내러 올라가려면 왕이나 제사장들도 죽어났겠구나..
저 가파른 곳을 설마 가마에 실어나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머슴 기질은 정말.... 예전에 담양 소쇄원에 놀러가서 정자에 앉아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는... 아이고 부엌에서 여기까지 밥상 나르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어쨌든 정상에 올라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달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
”Rome was not burnt in a day"
어쨌든 한참동안 (사실은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ㅡ.ㅡ) 이 생각 저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찬란했던 과거와 그 영화를 회고하며 (혹은 파먹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건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이를테면 캄보디아, 혹은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나 페루 같은 나라들... 더구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된 문명들에 보노라면 더욱 안타까움이 큰데...
또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제국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법...
지금 사라진 이 제국들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
추억, 과거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제국도 이와 같이 어느 날 과거의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천년 뒤,
시카고의 Sears tower 나 여기 멕시코 시티의 Torre Latinoamericana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도시 한 가운데에 남겼을까" 궁금해하고, 또는 "아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했더란 말인가"하며 한탄하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과거에 벌어졌던 제국의 쇠락과 다른 점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오늘날 제국의 영향이 강력한지라, 그 흥망의 파장이 과연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달의 피라미드보다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 올라가는 사람들 모습...
다리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무서워서가 아니라 달의 피라미드 내려올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어찌나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는지... ㅡ.ㅡ)
거기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보내줄 사진이라고 완전 오바하고 있는 M의 모습... 100% 연출 사진 ㅎㅎㅎ
박물관도 상당히 훌륭했음. 실내의 피라미드 축소 모형과 바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피라미드 모습...
오후에 돌아와서 쉬다가 나가서 저녁 먹구 (또 맛난 꿰사디야)
Ignacio 집에 가서 문제의 영화 “링” 감상...
웃긴게 영어에는 딱히 어울리는 “귀찮다”는 표현이 없는데 에스빠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개념이 있단다. 내가 귀차니스트의 뜻을 갈쳐줬더니 M이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그나시오가 딱 귀차니스트라고.... 얼마나 귀차니즘이 심한지 점심을 정말 믿을 수없을 만큼 많이 먹구 저녁은 그냥 대충 굶어버리는 스타일이란다ㅎㅎㅎ
근데 영화를 보러가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런 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링 소설도 읽고 영화도 123편을 다 봤다고 했더니 이 양반들이 완전 놀란다.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그러고보니 좀..... 왜 그랬을까???
Day3/4
시외버스 타고 멕시코 시티 부자들의 주말 휴양지 중 하나라는 바예 데 브라보(Valle de Bravo)에 갔음. 버스 터미널 또 엄청 크대...
가는 길에 지하철 환승 거리가 또 엄청났는데, M은 이게 혹시 라틴 아메리카 최장거리 환승역이 아닐까 의심 ㅎㅎㅎ 하지만 내 확신컨데, 종로 3가의 5호선 환승거리보다는 분명히 짧은 듯...
이 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계곡으로, 무진장 아름다움....
마을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에 찾아갔었는데, 정말 조용하고 좋더라.....
우리가 묵었던 Myriam 집의 사랑채....
이 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 (돌아가심)이 생전에 바이얼린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단다. 보니까 엄청 부잣집이야.. M도 이 정도로 부자인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
근데 분위기가... “나는 일반 멕시코 사람과는 달라” 이런 묘한....
멕시코 속담 중에 태초에 창조주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고 나니 주변에서 너무 과한거 아니냐고 했는데, 하느님 왈,
여기에 멕시코인들도 만들었으니 괜찮다는 ㅜ.ㅜ
한국을 풍미하던 엽전론과 아주 유사하지 않은가....
저녁 나절에 이집 꼬마들하고 노는데 조카들 생각이 나더라.
열 살짜리 꼬마가 서양 오목을 두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규칙이 좀 달라서 첫 판은 패배. 하지만 페이스 회복하고 나서 연전연승...ㅎㅎㅎ (한 번 시작하면 호승심에 불타올라 완전 집중하는 성격 그대로 나타남...)
한참 하다보니 꼬마가 너무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하길래 좀 져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 ㅜ.ㅜ
저녁 식사 때에는 그 지방 특산이라는 각종 채소와 일곱 살짜리 막내가 마당에서 따온 (ㅡ.ㅡ) 자몽으로 만든 쥬스도 먹고...엄청 좋은 데킬라에 멕시코산 와인에...
밥 먹구 나서는 술기운에 jenga 라는 놀이 (블럭으로 탑 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 탑이 쓰러지지 않게 블럭을 하나씩 제거하는 놀이- 완전 집중과 미세한 손놀림 필요!! )와 또 오목을 두었는데 (온 식구들이 겨루자고 하는 바람에 아주 괴로왔음),
M이 신나서 막내랑 피아노 치고 노래부르고 그러지 않아도 술기운에 정신 없어 죽겠는데 아주 그 인간 때문에.... ㅡ.ㅡ
이날 초저녁에는 천둥번개치고 꽤 많은 비가 왔었다.
그 와중에 마당 반딧불은 반짝이고, 한참동안 처마 밑에 앉아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M과 인생의 심오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음.
미국에 있는 동안 세 명의 영어 선생을 만났는데 (마치 영어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 같은 착각이 ㅎㅎㅎ) 그 중 두 명이 퀘이커라니 참 나 원....
어쨌든 M은 내가 여태껏 만나본 (한국인이고 미국인이고) 가장 성찰적인 사람들 중 하나...국가와 계급의 철폐, 물질적 욕망의 덧없음, 고독과 사색 즐기기...
혹시 본인을 아나키스트라고 생각하냐니까, 무슨 "~주의자" 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단다.... 음....
주유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역마살"에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걸 "wandering spirit"이라고 표현하더군. 서로 wandering spirit 의 소유자임을 확인 ㅡ.ㅡ 뭐 하여간, 둘 다 (돈도 별루 없으면서) 돈 문제에 초월해서, 여행 내내 진짜 허술한 분위기 연출됨. 아무나 지갑 먼저 꺼내는 사람이 숙박비, 밥 값, 차비, 입장료 같은 거 그냥 알아서 내버리고, 심지어 기념품 사는데 현찰 없다고 나 얼마만 줘 하면서 서로 돈 뺏어가기도 하고 ㅎㅎㅎ 미국인답지 않게 내가 남긴 밥도 엄청 잘 먹더라... 여행 하면서 맘에 맞는 동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멕시코 여행은 이렇게 잘 맞는 친구랑 같이 보낼 수 있었던게 정말 다행이야....
다음 날 아침도 맛나게 먹고 읍내 장터 구경하고, 한국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망고스틴 (여기서는 람푸차 라고 부르더군) 사먹고.... 시티로 귀환.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디오 틀어주는데 스티븐 시걸 출연작...
내가 “저 사람 봐라. 아무리 힘들게 싸워도 절대 안 다치는 건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안 바뀐다” 했더니만, M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 “그 뿐인 줄 알아? 꼭 넓은 장소 놔두고 부엌이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만 싸워”- ㅎㅎㅎ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위대하다....
시티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호스텔 구함. 사실 이전에 묵던 곳도 그냥저냥 지낼만 했는데 (1인실 하룻밤 7불) 구도심 중심가에 있다보니 주변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그냥 새로 구하게 된 것.
우리는 인터넷을 보고 그냥 찾아간 건데, 막상 도착하니까 주인장이 우리를 보고 어찌나 깜짝 놀라는지 우리도 덩달아 당황했음.
나도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저녁 먹으러 나오면서 M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너 좀 이상한 분위기 못 느꼈냐? 아무래도 저기 게이 전용 호스텔 같애”
“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아저씨 넘 재밌더라ㅎㅎㅎ”
“우리가 못 갈 데 간 것도 아닌데 저 아저씨 너무 심하게 놀라는 거 아냐?”
“맞어 맞어....” ㅎㅎㅎ
저녁 먹구 나서, 역시 또 라틴 아메리카 몇 번째라는 전망대에 올라 시내 구경하고 Orozco의 벽화가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어쨌든 주말 아주 푹 쉬고, 모처럼 에너지 충전하고...
Day 2
역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녹지대"라는 Bosque de Chapultepec 방문 (근데 나중에 상 파울루 가니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 어쩌구.. 이 인간들이....).
스페인 군에 투항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던 소년 여섯 명을 기리는 동상 (Heros Ninos) 이 입구에 떡 하니....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에서 내려다본 도심.. 광고판 정신 없음.
저 멀리 노란 간판은 역시 오브라도르의 캠페인 광고... 공원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이 걸어서 10분거리이지만 고가도로 및 교차로를 몇 개 지나야 하는 엄청(!) 위험한 길이라고 해서 그냥 버스 타고 이동... 과연 굉장하더군... 도대체 사람을 위한 길인지 차를 위한 길인지...... 심란하기가 그지 없더라....
공원에서 펼쳐지던 인디오 부족의 공연..... 아무 안전 장치도 없더라.. ㅜ.ㅜ.
진짜 황당하게... 저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려 빙빙 돌면서 악기 연주를 하더라는...
공원 안에 자리한 바로 그 유명한 국립 인류학 박물관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와 정말 굉장하더라.............
제국주의 수탈 대표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베를린의 페라가몬 - 전시가 훌륭하긴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완전 불쾌하고 어이없는...) 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 뭐랄까... 푸근함과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규모 자체도 굉장했고 (안내 책자에 보면 전시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일랑은 하지도 말라고 아주 친절한 설명이 있다 ㅎㅎ ) 전시 방식도 정말 맘에 들었다.
그리고 멕시코 사회 고유의 문화에 대한 전시도 좋았는데 너무 고답적인 게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를테면 인디오 부족의 결혼식에 걸려 있는 코카콜라병 같은 거 말이지... 거기다 서구의 카톨릭이 어떻게 멕시코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고... 그리고 오늘날의 모습과 문화예술을 함께 전시하여 이해를 돕도록 한 것도 좋았음. 옛날 그 한 시절에 우리 문화 잘 났었다 가 아니라 지금은 어찌 되고 있는지 보여주니까....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인류학적 계보를 살펴보면, 한민족은 서남 아시아인들보다 오히려 여기 인디오들과 더욱 가깝게 나오더라.
그래서 대형 목판으로 걸린 농민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더라는...
사실, 멕시코를 비롯하여 특히 브라질, 캐나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그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이었더랬다.
어렸을 때, 우리는 단일민족 어쩌구 하면서 마치 그것이 큰 자랑이라도 되는 양 배웠는데...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모여 서로의 문화를 배우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장점인지.... 브라질 친구의 설명으로는... 그러한 다양성이 브라질에서 근본주의(fundamentalism) 이 자리잡을 수 없는 좋은 토대가 되었다고.... 맞는 이야기 같아...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쿠바에서는 Hasta la vista 를 많이 쓰는 모양이네요. 베네수엘라에서는 거의 안 쓰는 인사라고 하던데.. 해봐야 보통 그냥 'Ciao'나 'Hasta luego'를 많이 썼던 거 같아요.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오셨구만요~ 후기를 꼭 써 주시요~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neo/ 아녀요. 꾸바도 그냥 챠오~ 도대체 어데서 듣고 오셨는지 나도 모르겠삼 ㅎㅎ바다소녀/후기(?)는 아마도 보고서로 나갈 것이오 ㅡ.ㅡ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보고서 공개면 나도 보여줘요..읽어 보고 싶어요.. ^^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