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공연, 녹초

잡기장

* 미누 석방을 위한 문화제에 어제 다녀왔다.

 

미누랑 같이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있고,

금요일 낮이라 공연팀 섭외가 힘들기도 해서(이게 좀 더 크지 않았을까나)

빈집 사람들이 노래를 해달라 했단다

그래서 디온의 주도로 이무기(제프)랑 지각생 세 명이 팀을 급조, 미누가 속한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두 곡을 부르게 됐다.

 

연습 시간은 어제 하루, 고작 네 시간.

그래도 디온이 멜로디혼에서 고물 건반으로 업그레이드!(Gold Star 마크가 떡!) 한덕에 코드도 금방 따고

집중해서 연습해서 나름 만족스럽게 두 곡을 소화?했다.

저번 용산에서의 공연보다는 조금 더 낫겠다는 기대와 자신감을 갖고 연습 마무리.

 

 

* 나도 왠지 내일은 잘 될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컨디션 조절을 생각지 않고, 밤 10시가 넘어 빈집의 "밥그릇 빈"팀이 주방을 맡은, "마마디 케이타 젬배 & 아프리카 댄스 후원의 밤"이 열리는 홍대로 갔다.

늦은 탓에 공연이 거의 끝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럼 써클을 하는 분위기. 

깡뚜껑, 아침의 멋있었을 공연을 못봐서 아쉽다.

 

주방 일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터라 할일도 딱히 없어

술이나 먹자! 자전거 메신저 나은과 그의 여친이랑 놀았다.

드럼 써클엔 끼지 않고 슬쩍 젬배를 가져다가 자리에서 소심하게 두들겨 보는데

퍽퍽 소리만 나다가 계속 치니까 조금 통통 소리가 났다.

 

광화문 촛불과 용산에서 드럼 써클을 두번 접했는데, 처음에는 소심했고 두 번째는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젬배가 동이 나서 함께 못했다.

그리고 이때도 늦게 와서? 못했다. 11시 반에 마지막으로 드럼 써클을 한다길래 기대했더니, 아니 사람들이 그때까정 도무지 쉴 생각을 안하고 계속 젬배를 치더니 결국 그냥 끝나버리더라 -_-

그래도 옆에서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열이 나고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밥그릇 빈"에 합류해서 잔반, 잔주 일부를 처리하고, 정리를 돕고 마무리.

거기가 나모리 젬베숍이었을까? 깡뚜껑, 아침 등과 가볍게 뒷풀이를 하고 빈집에 돌아왔다. 새벽 세시.

 

 

* 잠든 건 거의 네시 가까이 됐을 것 같다.

잠 깨니 아침 7시. 베라가 일어나서 한참 부엌일을 하고 있다. 요즘 아랫집은 베라와 화림이 부엌일을 참 많이 한다. 다른 사람들은 요즘 잘 하지도 않고, 가끔 뭘 해도 뒷정리를 잘 안해 이렇게 숙련된 몇 사람이 남 모르는 시간에 노동하게 한다. 나도 요즘은 부산영화제, 미누, 내 일 등으로 바빠서 아랫집 부엌일을 거의 안했다. 그리고 그새 "부엌일 게으름"이 살짝 몸에 밴 것도 같다. 사람이 바뀌어도 역시 몇 사람이 대부분의 일을 하는 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아쉽고, 나도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괜히.

 

공연은 낮2시부터지만, 오전에 기자회견부터 시작하는 일정에 함께 하기 위해 일찍 가기로 한다.

아침 9시에 남영역에서 디온, 제프와 만나기로 했으니 아침 8시 반에는 나가야한다.

7시부터 잠이 깼지만 더 자야 한다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였지만, 베라가 부엌일을 한참 혼자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 결국 더 못잤다.

 

일어나보니 기운이 허하다. 그냥 피곤한 느낌과 다르다. 요즘 4시간 이상 잠을 잔 날이 거의 없고, 술도 거의 매일 마시게 되어 원기가 좀 상한게 아닐까. 잠들기 직전 있었던 일로 마음이 무거워진 탓도 있을까. 그래도 늦지 않게 준비해서 집을 나왔다. 제프가 아침에 전화를 안 받아 디온이 깨우러 갔고, 나 먼저 남영역에 도착해 그들을 기다렸다.

 

멍 때리고, 미누 기사가 1면에 난 경향신문을 사 보고

기타 치며 노래도 불렀다 지하철 역 플랫폼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미누 기사를 잘 보이게 해놓고 기타를 쳤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그닥 못 끌었다.

안티고네, 디온, 제프가 도착해 화성으로 출발.

 

 

* 다행히 늦지 않아 기자회견을 같이 했다.

어제 밤부터 내리는 비, 천둥과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어제 낮에는 가을 볕이 쨍쨍 내리쬔다.

부끄러운 것은 없으나 태양을 피하고 싶어 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발언을 듣는다.

이번 기자회견도 기자 없는 기자회견이 되나 싶었는데 그래도 경향신문에서 취재를 왔더라.

 

점심을 먹고 나니 제프와 내 컨디션이 급 난조를 보인다. 얼굴이 벌개진 제프는 숲?에 들어가 맨땅에 누워 쉬고, 나는 "첫날밤"을 잠깐 보냈던 교도소 입구 대기실에서 잠깐 누워 쉰다. 몸이 너무 피곤하니 배고픈것도 못느껴지고, 점심 밥 한공기를 먹는데도 입에 꾸역꾸역 넣어야 했다. 제프는 한쪽 발에 감각이 없다. 혼자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당연히 우리(빈집 밴드)가 제일 먼저 해야 마땅하나, 미누 면회가 늦어져 문화제 시작이 지연돼서, 다른 급한 사람이 먼저 하게 됐다. 말로는 잘 못한다 해놓고 어려운 거 막한다. 나는 제프를 보고 웃고, 디온을 보고 웃는다. '우리 두곡만 하고 내려오자 ^^;;'는 메시지가 오고 간다. 그 다음은 시낭송. 빨간 장갑을 끼고 노래하던 미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차례.

 

 

* 시작부터 세명이 우왕좌왕하며 개그를 시전한다. 사람들의 긴장이 풀려간다.

마이크와 선이 부족해 제프만 기타를 치고, 디온과 내가 노래를 부른다. 첫노래는 "월급날".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막상 마이크를 잡으니, 어디서 힘이 남아 있었는지 갑자기 솟아나서 힘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연습할 때보다 더 힘차게 나온 것 같다. 아싸 자신감 회복. 지각생 무리하기 시작한다. 두번째 노래는 "와"

 

"와~ 푸른 하늘 저 넓은 바다 너무도 자유로워~"

연습할 때 이 후렴구의 맨 뒷부분이 분명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그래서 신나는 노래지만 내 목소리대로 낮춰 부르기로 해놓고, 그리고 디온이 노래를 시작하면 중간에 끼어들기로 했음에도! 처음부터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신감일뿐, 현재의 물리적 상황을 많이 뛰어넘을 수는 없다. 역시 처절한 멱따는 소리와 함께 지각생과 마이크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때 이미 지각생은 최후의 힘을 끌어내며 정신이 외출나온 상태가 되고 있었나보다. 2절에서도 또다시 주제와 상황을 잊고 또 높여부르다 좌절. 그래도 다른 부분은 즐겁고 신나게 불렀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노래를 마쳤다.

 

그리고 쇼타임은 계속되었다. 이 "와"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한 소절씩 가르쳐 주고, 처음부터 다 같이 부를때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달려가 그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댄다. 당연히 그렇게 하면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못 부를 것을 -_- 점점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자 지각생, 결국 마지막 후렴구에서 혼자 신나서 방방 뛰며 춤을 추는 절정의 무리수를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이 웃기라도 하니 거기서 만족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아... 준비해간 앵콜곡 "콘크리트 정글"을 너무 사랑한 남자, 제프가 "자체 앵콜"을 부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멤버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다른 이들은 결국 콘크리트 정글까지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더 차분하게 하고 공연을 마쳤다.

 

 

* 이어, 라무의 퍼포먼스 - "자유", 연영석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것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다!를 역력히 보여주는 포스.

멋진 공연을 보고, 들으니 관객들이 눈과 귀가 정화된다. 지각생은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역할을 한 것이다"고 거듭 되뇐다.

퍼포먼스에서 시작해서, 미누가 쓴 편지를 읽는 순서에서 사람들의 슬픔이 극에 달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미누와의 인연, 기억을 얘기하는 사람들.

근데 난 안타깝고 아쉽긴 해도 그렇게까지 슬픈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알고 지낸 시간 만큼 내가 미누랑 깊이 속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일까

함께 여러 활동을 하며 많은 추억과 감정의 여운을 남겨 놓지 못해서일까

그냥 나는 사실 감정이 메말라버린, 다 타버린 녀석이 아닐까

사람들이 슬퍼하는게 이해 되지만, 그 자리에서 그렇게 다들 슬퍼하는 건 싫다.

 

왠지... 아직 슬퍼하기에도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왜 그렇게 지금 슬픈 감정이 북받치는 걸까

미누는 우리와 단절되긴 했어도 아직 한국에 있고, 싸우고 있고 그래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건데

미누가 우리에게 원하는게 과연 그것일까? 내가 백번 지나친 생각이라는 거 알지만 역시 이런 슬픔은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건 아닐까

 

미누가 만들고 부른 노래를 난 즐겁게 불렀다.

어찌 보면, 아니 사실 난 개념이 없는 사람이겠지. 정말 감정이 메마르거나 나밖에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만일 내가 지금 당장 그동안 모르던 사람을 만나 얘기해야 한다면

미누가 이런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사람들에게 힘을 줬어요라고, 웃으며 노래를 불러줄 것 같다. 그 가사들에 담긴 아픔을 느끼면서도.

 

마지막 퍼포먼스에서.. 난 그냥 "우리 친구를 돌려줘!"라고 상투적인 말을 적어 붙였다. 그러나 사실 이 말 외에 지금 무슨 말을 할까 싶었다.

 

* 집에 돌아와서, 난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한 사람처럼 텅 비어버렸다.

잠을 자러 이른 저녁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은 예민해져서 주변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느껴진다. 감정은 날카로워지고 부정적 기억과 망상들이 떠오른다. 요 며칠간 내가 스스로 만들어갔다고 생각한 "내가 원하던대로의" 변화가 저 뒤로 물러나고, 그 동안 힘을 잃었던 어두운 것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와 날 사로잡는다.

 

결국 술을 마시며 잠을 청하고, 다시 노래를 부르며 풀어보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친다.

방에서 나와 옥탑방에 누워 정면에 보이는 큰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해 준비해 둔, 온갖 기제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건만 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기력, 완벽한 무기력. 내게 소중한 것을 앗아간 사람에 대한 동일시. 그렇게라도 갖고 싶었던 것에 대한 폭력적인 상상과 자위.

나에 대한 복수는 한참을 더 이어지고, 철저하게 무너진 나를 보며 조롱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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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07:05 2009/10/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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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잡기장

전에 쓴 적 있던가. 기타를 대학교때 배웠는데, 수업을 째고 과방에 죽돌이하면서 내게 밥사줄 선배, 놀아줄 동기를 기다리며 놀기에 적합하다 싶었다. 흠 사실은 누가 장기를 두면 장기를 같이 두며 밥 사달라고 했고, 책을 읽고 있으면 책에 대해 얘기하며 밥 사달라고 했고, 기타를 치고 있으면 기타를 가르쳐달라 조르며 밥 사달라고 했고.. -_- 그랬다.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꽤 괜찮지 않은가.

 

여러 선배가 기타를 조금씩 전수했지만 제대로 좀 가르쳐주며 격려해준 동기가 있었다. 요즘은 연락도 안되는데, 뭐 잘 살고 있다 언제던 다시 만나겠지. 그 친구가 내 생일 선물로 준 것이 "김광석 다시부르기2" 테이프. 지금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고 왠지 신나지 않은 노래가 있을 것 같아서 안 들었다. 3월 중순이라 생일 선물 받기가 힘들어 말 안했는데 챙겨준 녀석이 고마워 한번 카세트에 넣고 틀어놓고는 금방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계속 구석에 쳐박아뒀었지. 그러다 나중에 김광석 노래를 조금씩 듣고, 감동 먹게 되면서는 이 테이프를 계속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김광석을 좋아하게 됐을때는 이미 그가 죽은 지 2년후.

 

그때는 과방에 노래책들이 있으면 대부분 민중가요집 정도이고, 또 민중가요들이 코드가 쉬운 것들이 많다보니, 또 내 감성에 맞는다 생각해서 기타를 배울때 연습은 거의 그런 노래들로 했다. 단순하고 낙천적인 20대 초반 남자는 그 노래 자체보다는 그걸 부르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있곤 했는데..

 

민중가요집에 수록된 김광석 노래는 대개 "나의 노래" 아니면 "외사랑" 정도였다. 외사랑이 실린 이유는 아마 "공장의 하얀 불빛은 오늘도 그렇게 쓸쓸했지요"로 시작하는 2절 가사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나도 그래서 김광석도 좋고, 민중가요집에 실려 있기도 하니 한때 꽤나 많이 불렀다. 대신 이 노래는 밤이 깊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 건물이, 과방이 모인 층이 텅비기 시작할때, 그러니까 끝물에 욕 덜 먹을만할때 부르는 노래였다. 기분 낸다고 목소리 높여 부르곤 했거든 지금 그 모습을 떠올리면 우습다. ㅋ

 

내 사랑 외로운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지만

마음 하나로는 안되나 봐요


눈물 고인 내 눈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내 사랑


공장의 하얀 불빛은

오늘도 그렇게 쓸쓸했지요

밤 하늘에는 작은 별 하나가 

내 마음같이 울고 있네요


눈물 고인 내 눈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서글픈 사랑

이룰 수 없는 내 사랑

 

아..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싶은데 지금 작업하러 와 있는 곳은 절대 시끄럽게 할 수 없는 곳이다. 얼른 일을 끝내고 아랫집 옥상에서 노래나 불러야겠다. 

 

감정이 얼굴과 몸짓에 다 드러나는 지각생인지라, 항상 짝사랑만 하다 결국 제대로 고백도 못했는데 그 사람은 다 알고 있어서 불편해하다 결국 외사랑으로 끝난 것이 초등학교때부터 계속 되고 있다. 아마 무슨 저주라도 걸린걸까. 혹 초등학교때 날 좋아하던 애 마음을 내가 몰라준 일이라도 있었을까 ㅎㅎ

 

사람들이 그런다. 내게 무언가가 없다고.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그 무언가가 알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그게 정말 내게 없는 걸까

왜 다들 내게 아예 그게 없는 거라고 생각할까.

 

어이쿠. 이러다 오늘도 밤샐라. 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는 오직 "마음 하나로는 안되나 봐요"란 가사가 불현듯 떠올라서 ㅎㅎ

노래를 업하려다가.. 관두련다. 저 노래 감성만큼 내가 슬프다던가 한건 아니니까. 그냥 좀 쓸쓸하긴 하지만.. 슬픈 노래를 떡 올려놓을 만큼은 아니다. 지금은 쿨해질때 -_- 오늘 밤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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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8 00:04 2009/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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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2009/10/08 11:27 URL EDIT REPLY
나도 외사랑 많이 했는데...ㅋ 그리고, 김광석의 '나의 노래'도 좋아하는뎅..지각생과 기타 튕기며 같이 불러보고 싶다...ㅋㅋ (내 음치의 극치를 알면 아마도 다시는 같이 노래 부른다고 하지 않을테지만..히히~)
지각 | 2009/10/08 12:53 URL EDIT
스머프의 음치의 극치는 빈집에서 여러번 보았지요 -_-
adelitas 2009/10/08 11:34 URL EDIT REPLY
짝사랑과 외사랑은 다른 것입니다. 짝사랑은 그냥 혼자서 좋아하는거지만 외사랑은 사랑의 상대가 자신이 좋아하는걸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는겁니다. 용어의 정의를 아시고 사용하고 계시는건지.. 두 분..
adelitas | 2009/10/08 11:49 URL EDIT
지각생님은 용어의 정의를 알고계신것 같네요. 그래도 지각생님이 좋아하셨던 분은 불편해하셨던 걸 보니 지각생님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것 같네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쫗아다녔던 남자들이 전부 저를 귀찮아하거나 저를 혐오해서 의욕도 안생겨요.
지각 | 2009/10/08 13:00 URL EDIT
aelitas 님이 처음으로 덧글 달아주셔서 반가웠는데 .. 용어의 정의 아느냐고 하시는 건 좀 비호네요 -_-
adelitas | 2009/10/08 13:37 URL EDIT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제가 언제나 찬밥신세인거에요. T.T
지각 2009/10/08 14:25 URL EDIT REPLY
adelitas// ㅎㅎ
adelitas | 2009/10/08 14:52 URL EDIT
최근 몇년동안 쫓아다니고 있는 남자는 저랑 같이 있으면 정신이 어수선하다고 당분간 만나지 말자는군여. 나 참..
디디 2009/10/08 16:50 URL EDIT REPLY
지각생에게 없는 무언가는 무언가. 호.. 혹시, 그거? ( --)a
지각생 | 2009/10/13 11:10 URL EDIT
그, 그러니까 그, 그게.. 뭐냐고~
그러므로나는반복된다 2009/10/10 01:38 URL EDIT REPLY
지금은 쿨해질때..ㅋㅋ 아..외사랑은 술담배를 부르는 불면의 노래 ㅎㄷㄷ
지각생 | 2009/10/13 11:09 URL EDIT
지쳐 잠들때까지 부르삼 :)
디디 2009/10/13 12:22 URL EDIT REPLY
애인님이지. ㅋㅋㅋㅋㅋ (농담이고, 내 보기에 지각생은 아주 산뜻담백 괜찮은 인간인데 -_- 혹시 외사랑하는 상대한테만 비산뜻담백찌질해지는 걸까? 모르겠다. 혹시 지각생에게 없는 무언가는 바로 돈? ㅋㅋㅋ 근데 내 주변엔 그거 없는 사람들 뿐이니, 그게 외사랑무한반복의 원인은 아니겠지. 있어야 할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래 심플한 인간형이라고 주장해봐. -_-;; 그게 뭐건간에.
지각생 | 2009/10/14 18:50 URL EDIT
ㅋㅋ 그 말 그대로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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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폭력

잡기장

대안학교 수업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에 의왕시로 간다. 추석 전에 할일을 안하고 추석은 당당하게 놀아줬더니 이번주 들어 일이 또 많아졌다. 밀린 일을(다 급하다지) 잠 못자가며 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해서, 오늘 수업준비도 부실해졌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평소처럼 책을 읽거나 상념에 빠지지 않고 놋북을 켜고 일을 하고 있었다. 책만이 아니라 코딩도 지하철에서 좀 잘되는 것 같다. 왜일까? 혹시 검은 화면을 두고 광속 타이핑을 하는 내 자신이 스스로 멋있어서? ㅋ

 

목적지가 가까워지는걸 이제 본능적으로 아는지 한 역을 앞두고 정신이 들었다. 컴퓨터를 끄면서 감각을 회복시켰더니 내 앞자리가 시끌시끌하다. 앞에는 나랑 비슷하게 탄 것 같은 젊은 여자 셋이 앉아 있었는데, 그때 분명 여자들끼리만 있었다. 근데 지금 보니 왠 아저씨가 그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응? 저 아저씨는 분명 조금 전 탄 모양이고, 저들과 아는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계속 기분 나쁘게 얘기하네. 반말하고 훈계조. 기분이 나빠 조금 더 들어보니 대강 이러했다.

 

그 전 역에서 아마 노인분들이 좀 타신 모양이다. 그런데 빈자리가 없어 이곳저곳 흩어져 앉을 분은 앉고 다른 객차로 이동했는지 어쩐지 한 것 같은데 그때 그 젊은 여자 셋에게 눈치를 줬나보다. 그들은 책보고 뜨개질도 하고 있었던지 그걸 못 본것이고. 그런데 마침 옆에 있던 아저씨(아주 나이 많진 않고 그냥 "양복입고 일하는 아저씨" 타입이다)가 그때 짜증이 났는지 "아이씨" 그러면서 그들에게 훈계를 시작한 것이다. 딱봐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니 말은 그냥 놓고, 대놓고 더 심한 욕은 안한모양인데 하여튼 아무것도 못 알아채고 있던 세 여자에게 갑자기 야단치는 형국이 됐다.

 

모르고 있다 갑자기 왠 아저씨가 기분나쁘게 야단치니 누가 기분이 좋으랴. 당연히 그들은 발끈해서 그 남자에게 따졌다. 난 평소 양보 많이 한다, 아까는 그냥 못봤을 뿐이다. 근데 왜 you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욕섞어가며 함부로 얘기하느냐 나도 성인이다. 한 명이 얘기를 시작하자 어느 정도 참고 있던 다른 두 명도 화가 나서 같이 얘기한다. 그 남자는 그래서 니들이 잘했다는 거냐 내가 무슨 욕을 했냐 아이씨가 욕이나 시발년이라고 안 한걸 다행으로 여겨랴 이러고 있다.

 

앞자리에 있던 나는 그 전 상황은 모르지만 이 상황은 뭐 뻔하다. 남자가 여자, 특히 자신보다 어린 여자에게 전혀 존중함 없이 함부로 말하고 있었던 거고, 나이가 좀 많다 하여 함부로 주위 사람에게 가르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거고,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닥치고 양보"하라는, "미덕"을 남에게 강요하는 중이었고, 마땅히 잘못함을 뉘우치며 기가 죽어야 할 사람들이 "대드니까" 분에 치밀어 올라 자신의 잘못(잘못이라 생각도 안하겠지만)은 생각도 안하고 오직 이기려는, 상대를 찍어누르려고 하는 중이었다.

 

난 원래도 정말, 남자들이 여자에게 막하는 것, 특히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에게 함부로 하는 것, 희롱하는 것을 끔찍이 혐오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특히 주변에 그런 경우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다. 바로 일어나 그 남자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다가, 워낙 지금 몸과 마음이 피곤해 기력도 없고, 금방 내려야 하기도 하고, 또 젊은 여자 두둔하는 젊은 남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에(이 생각은 부끄럽다 -_-), 그리고 일단 그 여자들이 잘 싸우고 있었으므로 (사실 한쪽은 계속 존대하고 한쪽은 계속 반말하며 목소리 높이고 "내가 시발년이라 했냐 뭐라고 했냐"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간접 욕을 하고 있으니 공정한 싸움일리가 없다) 내가 나서지 않으려 했다.

 

근데 내릴 역이 코앞에 다가 올수록 점점 목소리가 높아져서 견딜 수 없게 됐다. 난 누가 큰 목소리로 말하는게 싫다. 빈집의 복돌이가 손님 오고 갈때 크게 갑자기 짖는 것도 짜증나 구박하고 있는 판인데 사람, 특히 이렇게 내가 정말 싫어하는 태도로 사람이 말하고 있으니 더 견딜 수가 없다. 일단 일어나서 그 남자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면서 그냥 뜯어 놓으려고 했다. 사실 속으로는 욕이 나오려 했지만 참으면서, 대놓고 조목조목 따지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당장 피곤해진다는 걸 알기에 비겁하게 그냥 말리기만 했다. 결국 한참을 더 큰 소리로 싸우다 어떤 할머니가 그 여자들을 말리고, 그 남자보고도 그만 하라고 하니까 겨우 수습이 됐다.

 

참 답답하다. 나이로 찍어누르고, 자신이 항상 옳다고 하는 생각, 그리고 다른 사람은 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문제 있는 사람은 "계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말이 옳으면 상황과 맥락과 상관없이 할말을 다 해야하고, 그 사람의 말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고, 그저 닥치고 듣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해도 되고, "더구나" 그리고 "그래서" 남자라고 여자들에게만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특히 나보다 나이도 어린 여자라면, 그리고 그 여자들이 대학생이나 그보다 젊게 보이는 "학생"이라면, 어른 남성으로서 당연히 무슨 말이든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말하는 식이.

자신의 생각과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그리고 처한 상황이 얼마나 일관성을 갖는지 스스로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이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할 말만 하는 것, 자신의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도저히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만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의 기분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이런 것들.. 무엇보다 특히 일상 속의 권력 관계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에서 한 꺼풀만 속을 들여다보면 늘상 할 얘기 다 못하고 참으며 남을 배려하거나 속병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날 답답하게 한다. 사실 난 그 여자들이 존대를 하지 않으며 싸우길 바랬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침묵하며 지켜만 보는 상황에서, 어쨌든 도덕적 이슈로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어른 남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으로 그런 말투까지 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 불리해질 수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저 옆에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꽥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시끄러우니 조용하라는 것보다는 당연히 "원/인/을 제/공/한" "나이 한참 어린 여자"가 "대드는 것"에 대해 한말이었으리라.

 

여와 남,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간의 권력 관계,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 사람의 권력 관계. 그리고 "도덕적" 우월감 이런 것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까 아주 가관이다. 정말 꼴보기 싫다. 나이 많은 남성들 제발 좀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아주시오. 짜증 난다. 일상 속에 가득한 그러나 살짝 아슬아슬하게 위장되어 있는 "폭력". 조두순 사건도 희대의 사이코가 일으킨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언제나 차 넘치는 "폭력"이 극명히 드러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하여간 요즘 들어 점점 모든게 폭력적으로 보이니 힘들군. 그래도 내가 그런 걸 염려하고 분노해서 힘든거와 그런 폭력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힘든 게 쉽게 비교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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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8:45 2009/10/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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